고열에 시달리면서도 조은서는 끊임없이 유선우의 이름을 중얼거렸다.“선우 씨, 아니에요. 전 그런 적 없어요.”그릇을 쥐고 있던 아주머니는 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 거들었다.“대체 얼마나 몰아붙였으면 정신을 잃고도 대표님께 충성심을 표하는 거예요?”하지만 아주머니의 말에도 유선우는 묵묵히 입구를 바라보더니 이내 담담히 입을 열었다.“내려가서 진 비서가 도착하면 데리고 올라오세요.”아주머니도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약 30분이 지나고 진 비서가 의사와 함께 비를 뚫고 별장에 도착했다. 방금 통화 속에서는 감히 묻지 못했던 진 비서는 막상 누워있는 조은서를 발견하자 속으로 은근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여전히 뭐라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방에 들어선 여의사는 한눈에 상황을 알아챘고 조은서에게 해열제 주사를 놓아주며 무덤덤하게 주의를 주었다.“고열이 있을 땐 성생활을 하면 안 돼요. 그러니 앞으로는 이런 부분에 주의해주세요. 잘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요.”이런 말을 듣고 싶지는 않았으나 유선우는 결국 꾹 참아냈다.의사는 잠시 후 곧바로 떠났지만 진 비서는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그녀는 조은서의 몸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주며 나지막이 물었다.“알고 있는 겁니까?”이윽고 잠깐 망설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이지우 씨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까요?”그러자 유선우가 담담히 그녀를 말렸다.“됐어. 그럴 필요 없어.”진 비서도 더 이상 말이 없었다.그녀는 주위를 쓱 둘러보더니 유선우도 아직 식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챘다.“제가 지금 아주머니에게 음식을 가져오라고 할게요... 이제 은서 씨도 돌아왔으니 더욱이 몸을 살펴야죠.”그러나 유선우는 창가 쪽에 앉은 채 묵묵히 조은서를 바라보며 잔뜩 쉰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행복해질 수 있었는데. 왜 바보같이 다시 돌아온 거야? 예전에 난 분명 잘해주지도 않았는데.”진 비서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사랑하니까요.”그러자 유선우는 씁쓸하게 웃어 보이더니 고개를 숙여 자신의 다리를 바
조은서는 멍하니 유선우를 바라보았다.이윽고 그녀는 조금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선우 씨, 저희에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우린 관계를 맺었어!”곧이어 유선우는 휠체어를 밀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어투는 여전히 부드러우면서도 침착했고 마치 멈춰버린 폭풍우처럼 잔잔했다.“마지막까지 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임신할 수 있어.”유선우는 말을 이어가며 그 약병을 조은서에게 건네주었다.떨리는 손으로 약병을 건네받은 조은서는 고개를 숙여 익숙한 약병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문자가 눈에 들어오자 조은서는 순식간에 옛 기억에 잠기고 말았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조은서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유선우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옛날과 달리 그녀의 목소리는 가벼우면서도 굳건했다.“선우 씨, 전 이제 당신의 손에 조종당하던 어린 소녀가 아니에요. 그래요. 관계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저에게는 약을 먹을 권리와 먹지 않을 권리가 있어요. 당신은 무슨 입장으로 제게 약을 먹으라 하는 거예요? 전 남편의 신분인가요? 아니면 저와 하룻밤 보낸 남자의 신분인가요?”말을 마치고 조은서는 약병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집어 던졌다.“유선우 씨, 정말 아이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책임질 일은 없어요.”유선우는 그저 말없이 조은서를 바라보았다.조은서가 변했다...예전의 어리숙하고 청순한 소녀에 비하면 조은서는 이미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했다. 과거에 하지 못했던 말들도 당당하게 입 밖에 꺼냈고 그의 목에 엎드려 도발적인 행동과 말을 하며 과거에는 차마 하지 못했던 행동들도 이제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사실 남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좋아한다.한참이 지나서야 유선우는 휠체어를 밀어 다시 창가로 향했다.“은서야, 별장의 화초와 나무들은 폭우를 겪고도 아름다운 물기를 머금고 새로운 생기를 띄지만 난 항상 침실에서, 서재에서 썩어가야 해... 난 한 번 외출하는 것만으로도 운전기사와 보건 의사와 함께 해야 하고 장애인 전용 통로를 이용해야 해.”가슴을 후벼 파는 말들이었다
이미 오랫동안 끼고 다니며 반쯤은 낡아 있었지만 버리기 아까웠는지 여전히 옷장 정중앙에 고스란히 놓아두었다.조은서는 커프스를 꺼내 들어 묵묵히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녀의 마음속을 지키고 있던 마지막 방어선이 그 자리에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유선우는 아직도 조은서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말을 한다.아직도 평범한 여자를 찾아 여생을 보내겠다고 말한다... 그런 몸을 이끌고 이미 2년을 홀로 외롭게 지내왔으면서 이대로 평생 살 준비까지 했다니.조은서더러 새로운 삶을 살라고 하면서 본인은 여전히 그들의 신혼 방에서 썩은 듯이 살고 있다.그런데 유선우는 아직도 조은서에 대한 감정은 별거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다.순간, 반응할 겨를도 없이 감정이 솟구치기 시작했다.두 사람의 과거, 그게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모든 것들이 갑자기 마음속에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조은서는 신혼 시절 유선우의 냉담함과 그녀의 청순함을 기억했다. 그녀는 매일 구석진 위치에서 유선우를 위해 외출복과 액세서리를 맞춰주었고 아내가 될 생각에 무척이나 기뻐하였었다...많은 세월이 흐르고 그때의 감정이 인제 와서 다시 솟구칠 줄 몰랐다.조은서는 가까스로 눈물을 참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물기가 어려있었고 코끝은 붉게 물들었다...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갈 수 없어 조은서는 재빨리 옷을 골라 갈아입고는 아래층에 내려갔다....유선우는 객실에 없었다.마음이 복잡해진 유선우는 서재에서 담배를 피우며 창밖의 어둠이 가시고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고요한 밤.바깥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고용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사모님께서 이만 집에 돌아가시겠다는데 아직 몸도 성치 않은데 대표님께서 직접 나와보시는 건 어떠신가요?”그러자 유선우는 곧바로 휠체어를 돌렸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바깥에 어둡게 드리워진 밤보다 더욱 어두웠다.1층에서는 진 비서도 조은서를 말리고 있었다.“아직 몸도 완전히 낫지 않으셨는데 날이 밝은 뒤 가셔도 늦지 않아요.”그러나 조은서
그러자 유선우는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럼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는데?”유선우는 조은서의 뒤통수를 움켜쥔 채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몸은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무자비한 남녀의 욕구는 결국 서로에 대한 강력한 감정을 위해서였다.10년 넘게 알고 지냈고, 몇 년간의 결혼생활까지 경험하고, 그렇게 많은 슬픔과 이별을 겪고, 두 명의 자식을 두고도, 단 한 번도 이렇게 마음속 깊은 곳을 찌르는, 이토록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말은 한 적 없었다...유선우의 눈에는 온통 조은서에 대한 갈망만이 가득 차 있었다.하지만 그는 결국 모든 욕구를 꾹꾹 눌러 담고 마치 가족같이, 그리고 아이를 대하는 어른과도 같이 앞으로 잘 살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당부했다.조은서는 여전히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부들부들 떨었다.고개를 젖히고 유선우를 바라보는 그녀의 작은 얼굴은 등불 아래에서 유난히 맑고 부드러웠다. 유선우가 가장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조은서는 눈물을 가득 머금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저더러 어떻게 잘 살라는 거예요? 선우 씨, 당신이 알려줘요... 대체 어떻게 잘 살라는 거예요?”유선우는 답해줄 수 없었다.그는 조은서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다 보면 조은서 또한 점점 무뎌질 것이고 그들의 감정 또한 점점 담담해질 것이다...조은서 또한 유선우의 결단을 보아냈다.그녀는 반드시 떠나야만 했다.그때, 별장 정원에서 승용차 소리가 나더니 조은서의 운전기사가 그들에게 다가왔다.그러자 조은서는 유선우의 어깨를 받치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선우 씨, 이거 놔요. 전 이제 가야 해요. 선우 씨가 말한 건 잘 고민해볼게요.”유선우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조은서는 이미 몸을 일으켜 매우 빠른 걸음으로 현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조은서가 현관에서 돌아서던 순간, 유선우는 그녀의 눈가에 은은히 맺힌 눈물방울을 보았다...유선우는 여전히 조은서의 온기가 남아있는 왼손에 힘을 꾹 주었다
그는 조은서가 아프다는 것을 모르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주고는 떠났다.조은서는 집으로 돌아왔다.잠시 머물 생각으로 돌아온 것이기에 가정부를 구하지 않아 집안이 썰렁했다... 그녀는 물도 마시고 싶지 않고 음식도 먹고 싶지 않아 나른하게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그녀는 유선우를 떠올리면서 두 사람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사색에 잠겼던 조은서는 서서히 잠들었고 18살 때로 돌아간 꿈을 꾸었다. 그때 그녀는 처음으로 유선우에게 설레는 마음이 들었었다....그날, 유 씨 저택에서 성대한 연회가 열렸었다.조은서는 심정희를 따라 참석했다. 그해 그녀는 이제 겨우 18살이었지만 이미 아름다운 숙녀의 모습이었다. 그때 함은숙은 그녀를 매우 마음에 들어 했기에 다정하게 대해주었다.무도회가 시작된 지 30분이 지났을 때 조은서는 갑자기 초경을 시작했다.그녀의 초경은 늦게, 예기치 못하게 시작됐다. 더욱이 그녀는 그때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어 심정희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함은숙은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본인이 조은서를 데리고 가서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마침 접대가 잡힌 심정희는 함은숙에게 감사를 표했다.조은서는 3층의 한 안방으로 가게 되었는데 배치를 보면 가족의 안방인 듯했다. 조은서는 마음에 불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함은숙은 이게 손님방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옷을 주고는 화장실에 가서 갈아입으라고 하면서 조은서에게 생리대를 가져다주겠다고 했다.누가 이 여인의 다정함을 거절할 수 있겠는가.그때 조은서는 함은숙을 아주 좋아했기 때문에 일말의 의심도 없었다.그녀는 화장실 안에서 드레스와 속치마를 벗었다. 실크로 된 하얀색 천에 간간이 묻어있는 핏자국은 그녀가 이미 어린아이로부터 진정한 여인이 되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조은서는 볼이 살며시 붉어졌다.그녀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몸을 드러낸 채 샤워기 아래에 서서 백옥같은 피부 위에 있는 핏자국들을 씻어냈다. 18살의 여자의 속살은 정말 보드랍고 고와서 몸의 구석구석까지도
22살의 유선우는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없었다.하지만 그도 친구랑 함께 영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 볼 때는 그런 충동이 느껴지지 않았고 여자를 만나고 싶은 충동도 일지 않았다...그런데 방금 조은서의 수줍은 몸을 보는 순간, 그는 자기도 모르게 충동이 일었다.혈기 왕성한 나이인데 이런 게 자극이 되지 않을 리 없다.유선우는 얼음물을 연속 두 병 들이키고 나서야 그 마음을 겨우 억눌렀다. 조금 진정이 된 후 욕실에서 겁에 질린 조은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침대 위에 있는 내 옷 좀 주세요.”유선우는 생수병을 곁에 버려두었다.침대 위에 놓인 것은 연분홍색의 드레스였는데 부드럽고 아름다웠다... 유선우는 조은서가 이 옷을 입은 모습을 상상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투박한 말투로 말했다.“피 흘렸다며? 이거 입을 수 있겠어?”말하고 그는 옷방으로 들어가서 나름 중성적인 운동복 하나를 골라왔다.그는 욕실 문을 두드리고 말했다.“이거 입어.”조은서도 드레스를 입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 아랫배가 아릿한 게 몸이 불편하고 생리혈도 계속 나오고 있었기에 순순히 옷을 받아서 입기 시작했다. 속옷에 두꺼운 생리대를 대고 나서 유선우의 옷을 입었다.하지만 키가 아주 컸던 유선우는 185 정도 되었는데 조은서는 164밖에 되지 않았다.하여 유선우의 옷은 그녀가 입으면 아주 컸는데 특히 바지가 너무 길어서 바닥에 질질 끌렸다. 이때 유선우는 그녀의 사타구니 쪽에 시선을 두고 있었는데... 자신이 입었던 그 옷이 지금 조은서의 은밀한 부위에 맞닿아 있었다.그는 자신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투박한 말투로 말했다.“바지 접을 줄 몰라? 멍청이야!”성을 내는 그의 모습에 깜짝 놀란 조은서가 허리를 숙여 바지를 접을 때 윗옷이 말려 올라가서 매끈한 등과 허리가 보였다... 유선우는 더는 보고 있지 못해 고개를 돌렸다.그러고 나서 유선우는 조은서를 데리고 다른 쪽의 계단으로 내려와 뒷마당으로 나갔다.유선우는 자전거 하나를 끌고 와서 뒷자리를 툭
22살의 유선우는 시크하게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끄덕였다.아주머니가 가져다준 물건을 보고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이건 기저귀 아니에요?”종업원은 쓰기 좋다면서 말했다.“침대 시트에 안 묻잖아요. 밤에 아무리 뒤척여도 괜찮아요. 써보면 계속 쓰고 싶을 거예요.”유선우는 밖에 있는 큰 아기 같은 조은서를 생각하면서 그녀에게 딱 맞는 물건이라 생각했다. 그는 여전히 시크하게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떠나고 종업원 여럿이 함께 수다를 떨었다.“장난 아니야, 방금 남자애 정말 멋있어. 기품이 있는 게 집에 돈이 많은 것 같아. 손목에 끼고 있는 시계는 광고에도 나왔었는데 아마 4억 정도 되는 것 같아.”...유선우는 문을 나섰고 조은서는 얌전히 뒷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그 검은 봉지를 그녀에게 던져주면서 말했다.“이따가 공중화장실이 있으면 가서 바꿔. 그리고 집에 데려다줄게. 먼저 너희 어머니한테 전화 해줘...”그는 또 경고했다.“말 함부로 하면 여기 버리고 갈 거야.”조은서는 서러운 듯 말했다.“날 여기 버리고 간다면 우리 오빠가 당신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유선우는 차갑게 웃었다.“조은혁 그 쓸모없는 놈 말이야?”그들은 같은 나이에 똑같이 좋은 가문의 우수한 자제들이었기에 서로 안 맞은 지 오래되었다... 말만 꺼내도 유선우는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조은서는 작은 코를 훌쩍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오빠는 쓸모없는 놈 아니에요.”유선우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시간이 다 증명해줄 거야.”조은서는 화가 나서 그를 무시하고 심정희한테 전화를 걸었다...당연히 그녀는 조금의 거짓말을 보탰는데 유 씨 저택 기사의 차에 앉아 집에 간다고 했다. 심정희는 놀랐지만 유씨 집안 사람들이 데려다주는 거면 문제가 없을 거로 생각했다.그녀는 몇 마디 당부하고는 더 얘기하지 않았다.그러고 나서 유선우는 화장실을 찾아갔다. 조은서는 봉지를 뜯어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걸 골라서 바꿨다...
조은서는 코가 시큰했다.그녀는 휴대폰을 놓고 진이 정원에서 함께 보낸 날들을 생각하면서 이안이가 수술하기 전날 밤이 떠올랐다, 그때 유선우는 절절하게 그녀와 작별했었는데 다만 그녀는 이안이 걱정에 유선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었다.하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가서 그녀가 진실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유선우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이다.현재와 미래가 제일 중요했다...조은서는 유선우의 카톡에 더 답장하지 않고 진 비서와 약속을 잡았다. 유선우를 공략하려면 진 비서의 도움이 필요했다.진유라는 전화를 받고 흔쾌히 동의했다.그녀는 유선우의 곁에 오래 있었고 조은서와도 친분이 있어 두 사람이 다시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전화를 끊고 난 그녀는 코가 시큰해졌다...그녀는 조은서가 유 대표의 곁으로 돌아온다면 그의 몸이 더 빨리 회복하리라 생각했다.오후 1시, 그들은 카페에서 만났다.조은서가 먼저 도착해서 블루 마운틴 커피를 주문하고 진유라한테는 그녀가 즐겨 마시는 영국식 홍차를 주문해 줬다.진유라는 시간에 딱 맞춰 들어왔고 오피셜한 직장인 차림새였다. 그녀는 앉으면서 조은서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마침 급하게 처리할 문건이 하나 와서요.”“지난 2년 동안 진 비서님 수고 많으셨어요.”조은서는 그녀의 손을 잡고 감정이 올라오는 듯 말했다.“선우 씨 성격이 까다로워서 평소에 잘 챙겨주세요.”진유라는 그 말을 들으며 마음이 짠해서 그녀도 조은서의 손을 잡으며 낮게 말했다.“이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마음이 놓이네요. 은서 씨, 2년 전에 제가 얼마나 두려웠는지 아세요? 제가 직접 변호사님을 데리고 은서 씨를 찾아가서... 유 대표님의 유서를 건네게 될까 봐 너무 두려웠어요. 지금이 너무 다행이에요.”진 비서는 쉽게 울지 않았지만, 눈가가 반짝였다.조은서는 더 감정이 일렁였지만 이내 감정을 억누르고 작게 말했다.“그 사람 지난 2년 동안은 아주 부정적이었을 거예요. 제가 외국의 전문가들을 모셔 와서 그 사람 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