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그럴 수 없어요! 이안이도 중요하지만 저에겐 은서도 똑같이 중요해요. 게다가 은서에게 미안한 것도 그렇게 많은데.”...유선우는 잠깐 멈칫하고는 주먹에 꽉 힘을 주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선배가 은서 좋아한다는 거 알아요. 은서도 전에 선배한테 흔들린적 있고요...”그러자 허민우가 그의 말을 뚝 끊어버렸다.“갑자기 왜 통쾌해졌어?”유선우는 눈을 내리깔며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이윽고 그는 천천히 몸을 돌리더니 허민우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과거 제 마음속에는 권세밖에 없었거든요. 아내와 아이는 단지 부속품이었을 뿐이고요. 저는 단 한 번도 제가 제 목숨으로 아이의 목숨을 바꿀 날이 오리라고 생각해본 적 없거든요... 한 명이 죽으면 또 낳으면 되지. 안 그래요?”“하지만 이안이는 저와 은서가 낳은 아이예요. 전 그 사람을 무척 사랑해요.”...유선우는 그 사람이 조은서인지 이안이인지 명확히 짚어내지 않았다.허민우도 굳이 묻지 않았다.그는 더 이상 그의 선택에 반대하지 않았다. 허민우 역시 유선우의 굳건한 결심과 유선우의 용맹함을 보아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면 모든 것을, 심지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것이었다.유선우는 조은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햇살이 여기저기 흩뿌려지고 가만히 듣고 있던 허민우가 입을 열었다.“내가 네 집도의가 되어줄게. 그런데 유선우, 내가 명령하는데 죽지 마. 불구가 되어도 열심히 살아...”몸을 돌려 떠나가는 허민우의 눈가는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었다.그리고 허민우는 이번 생에는 절대 조은서와 부부가 될 수 없음을 직감했다. 유선우의 사랑과 원망이 그렇게도 강렬하게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데... 애초에 그들의 감정은 절대 타인을 수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과거, 유선우는 조은서의 첫사랑이었다.그렇다면 미래에도 유선우는 그녀의 영원한 사랑이고 애인일 것이다... 이번 생에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그런 절세의 사랑 말이다....이안이에게 새로운 치료 방안이 생겼
세날 뒤, 이안이는 순조롭게 퇴원할 수 있었다.그들은 병원에서 떠나 다시 진이 정원에 돌아왔고 수술하기 전의 그 한 달은 참으로 평화롭고도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함께 이안이를 돌보고 가끔 유선우가 사교 모임에 나갈 땐 조은서도 함께 데리고 나갔다. 이제야 정말 진정한 부부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이 시간이 그들이 함께 지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일지도 모르기에 유선우와 조은서 모두 예전의 상처와 과거는 더 이상 입에 담지 않았고 모두 의식적으로 그 기억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전에 계속 야근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던 말과는 달리 유선우는 매일 밤 꼭 이안이가 잠들기 전에 집에 도착하곤 했다.그는 집에 돌아와 이안이에게 목욕을 시켜주고 깨끗한 가운에 담요까지 잘 덮여준 뒤 아이가 자신의 품속에 엎드려 잠을 청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는 은은하고 따스한 주황빛 조명 아래, 이안이가 잠들 때까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안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이안이가 잠들면 유선우는 그제야 서재에 들어가 남은 회사업무를 처리한다. 업무를 모두 처리하면 어느새 새벽 1, 2시가 다 되어갔고 조은서와 이안이는 모두 진즉 잠들어 있었다...업무를 마친 유선우는 뒤늦게야 그들의 옆자리에 누워 잠을 청해야 했지만 그에게 있어 이는 이미 충분히 행복한 일상이었다.하지만 행복 또한 결국 끝이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수술 전날, 유선우는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 그는 종일 이안이를 놀아주며 집에 박혀 있었다.밤이 깊어지고 온 세상이 고요해지자 이안이도 얌전히 유선우의 품속에 누워 잠자리에 들었다. 고르고 달콤한 숨소리는 듣기만 해도 참으로 아름다웠다...유선우는 훤칠한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이안이의 검은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이안이의 작고 귀여운 얼굴은 아무리 봐도 부족하게 느껴졌다.이튿날.이튿날이 되면 그는 아마 다시는 이렇게 이안이를 안고 그녀를 바라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슬프고 속상했지만, 그는 결코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들 사이의 사랑과 원망도 이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재회하고 난 뒤, 조은서는 처음으로 주동적으로 유선우에게 다가갔다.그녀는 자발적으로 그의 품에 기대어 평범한 부부처럼 일상적인 이야기를 꺼냈다.“지혜와 성훈 씨 결혼식이 연말로 결정됐는데 그쯤이면 이안이 몸도 다 나았겠죠... 그러면 이안이 데리고 하와이에 가서 결혼식에 참석할 텐데. 결혼선물은 뭐로 준비해야 할지 아직 고민 중이에요.”유선우는 입을 열지 않았다.그는 땀에 젖은 그녀의 긴 생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이 순간의 평화를 즐겼다.조은서도 평화로운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가 다시 입을 열 때는 목소리가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선우 씨는 참석할 거예요? 며칠 전 지혜한테서 들었는데 요즘 반 대표님과 비즈니스 거래도 한다면서요.”그러자 유선우는 고개를 숙이고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되물었다.“내가 결혼식에 갔으면 좋겠어?”조은서는 그의 물음에 즉답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유선우의 준수한 이목구비를 쓰다듬으며 갑자기 서미연 일가족의 얘기를 꺼냈다.“성진그룹 사모님도 가신대요. 서 사모님께서도 반 대표님과 거래가 있어요. 게다가 요즘에는 이 대표님께서 재혼을 원하시는데 사모님이 아직 동의 안 하셨다는 얘기도...”조은서는 아무런 두서도 없는 이야기를 마구 지껄이다가 결국 자신도 당황한 나머지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하지만 그녀와 달리 유선우는 계속하여 인내심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는 조금 잠긴듯한 목소리로 물었다.“왜 계속 말하지 않는 거야? 난 듣고 싶은데...”그러나 조은서는 말없이 그저 유선우의 품에 살포시 안겼다...그동안 너무나도 많은 시련을 겪어오며 입 밖에 내놓을 수 없는 얘기가 너무 많았다... 그러나 조은서는 그중 한마디만 꺼내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영원히 돌아올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조은서는 애써 설레는 심장을 억누르며 시시각각 자신에게 경고를 하고 있다. 유선우는 안된다고. 더 이상 사랑할 용기가 없다고 말이다...유선우
“앉아있어. 내가 물 끓여올게.”유선우는 그런 유문호의 호의를 딱히 거절하지 않았다. 비좁은 부엌에 들어가 엉성하게 찻잔을 꺼내오는 유문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밤바람이 조금 찼는지 분주히 움직이던 유문호는 이따금씩 기침을 하기도 했다.유선우가 물었다.“아픈데 왜 병원에 안 가세요?”갑작스러운 물음에 그 자리에 얼어붙어버린 유문호는 곧바로 다시 정신을 차리고 가볍게 답했다.“고질병이야. 큰일도 아닌데 뭐. 감기약 조금 먹으면 괜찮아질 거야.”이 또한 거짓말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유문호의 모습을 봐서는 오랫동안 병마에 시달린 게 분명했다.하지만 유선우는 더 이상 자세히 묻지 않았고 조용히 집안의 책들을 펼쳐보았다.그 후, 유문호는 물을 끓여와 싼값의 찻잎을 우려내어 유선우에게 권했다. 단지 차를 권하는 것뿐인데도 유문호의 기색은 매우 불안해 보였고 얼굴에는 심지어 씁쓸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사전에 준비해둔 게 없어서 조금 초라하네.”유선우는 한 모금만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았다.이런 염가 차를 마셔본 적이 별로 없으니 유선우의 입에 맞지 않으리라는 것은 유문호도잘 알고 있다. 하여 그는 차는 뒤로 하고 곧바로 자리에 앉아 조심스럽게 집안의 상황을 물었다. 물론 가장 많이 물어본 질문은 이안이의 병이었다...잠깐 넋을 잃은 유선우는 이내 담담하게 답해주었다.“내일이면 수술할 거라 곧 나을 거예요.”그러자 유문호는 눈에 띄게 기뻐하였다. 그러고는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축하해주며 그에게 찻물을 우려주었다.“수술할 수만 있다면 괜찮아. 이제 괜찮아. 은서가 잘 가르쳤겠지만 아이가 참으로 귀엽더구나.”손녀를 보는 재미를 느깔 수 없다는 것이 내심 아쉬운 모양이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그가 자처한 것이니 남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유선우가 그를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더더욱 탓할 수 없다...지금처럼 이따금씩 그의 집에 방문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유문호는 이미 충분히 감사할 노릇이다.유선우도 그와 많은 얘기는 나
유선우가 침대 옆에 앉아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잠깐 일 보고 왔어. 꿈꿨어?” 조은서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 꿈이 불길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유선우에게 꿈에 관해 얘기하지 않았다. 유선우가 그녀 옆에 누웠을 때, 그녀는 먼저 손을 잡았다... 그의 따스한 촉감을 느끼면서 그녀는 마음이 점점 놓이게 됐다. 꿈은 현실과 반대되기에 그녀는 이게 별 의미 없는 꿈이라고 생각했다.이윽고 거의 잠들 무렵, 그녀는 유선우가 귓가에서 속삭이는 얘기를 들었다. 유선우는 오늘 밤 두 사람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아이의 이름을 유이준이라고 짓자고 했다...아침이 밝아오는 것을 보면서 조은서는 꿈을 되풀이하며 그게 꿈이었다는 것을 확신하려 했다.유선우는 그녀가 너무 긴장한 탓이라고 했지만, 조은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점점 강해지며 이안이의 수술에 대한 불안감도 더욱 커지게 되었다.수술 전에 검사를 받으면서 불안감이 극에 달한 조은서는 심지어 유선우에게 수술을 며칠 더 미루고 상황을 지켜보는 게 어떨까 하고 물었다... 유선우는 몸을 숙여 이안이를 안아주더니 또 아이의 작은 얼굴에 입을 맞추며 무서운지 물었다. 그러자 이안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껴안고 무섭다고 칭얼거렸다.유선우는 무서워하는 이안이를 안아주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아빠가 지켜줄 거야. 우리 이안이가 푹 자고 일어나면... 병이 다 나아 있을 거야.” 이안이는 작은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그의 목을 안고 놓기 싫어했지만, 유선우는 먼저 수술실에 들어가야 했다.그는 부드럽게 이안이의 작은 팔을 내리고 오래도록 바라보면서 이안이에게 계속해서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일어설 때 그는 조은서를 품에 안고 사람들 앞에서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마치 진짜 남편처럼 다정하게 말했다. “내가 수술실에서 이안이를 지켜줄 거니까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마.”조은서는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끼면서 중얼
수술은 장시간 지속되였고 거의 16시간가량 걸렸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수술은 성공적이었다.다만, 유선우는 깨어나지 않았다. 그는 이안이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것도, 이안이가 수술실에서 나왔다는 것도 모르고 수술대 위에 조용히 누워있었다...그는 자신의 내일이 어떻게 될지도 몰랐다.그는 그저 조용히 누워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듯했다. 허민우는 천천히 마스크를 벗었다... 그가 무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기계 위의 숫자들은 경악할 정도의 수치였고 유선우의 생명 징후가 아주 약한 상태라는 의미이며... 이 상태로라면 지금 당장 세상을 떠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의사로서 허민우는 이미 생사에 무덤덤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동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유선우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은서가 너를 기다리고 있어. 너 그냥 이렇게 떠날 거야?” 유선우는 대답이 없었다. 조용히 누워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는 유선우의 모습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나지 않았다... 그 순간, 허민우는 과거의 많은 일이 갑자기 떠올랐다. 모든 기억 속의 유선우는 다 살아 숨 쉬는 모습이었다.허민우는 거의 눈물이 없었지만, 이 순간에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그의 조수가 다가와서 조용히 말했다.“교수님, 밖에 가서 설명을 해드려야 할 듯싶습니다...”허민우는 살짝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대답했다.“알겠어.” 그는 수술실을 나왔다. 밖에는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조씨 가문과 유씨 가문 사람들이 다 와서 이안이를 걱정하고 있었지만, 유선우도 안에 누워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고 유선우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도 알 리가 없었다... 허민우는 조은서의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가볍게 말했다.“수술이 아주 성공적이야.”조은서는 입을 막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심정희를 바라보았다... 심정희 역시 아주 흥분하여 보살이 지켜 준 덕분이라고 하면서 돌아가면 향을 피우겠다고 했다. 허민우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며칠 중환자실에 있으면서 경과를
그녀는 H시의 일이 너무 복잡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다가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유선우는 이안이를 아주 사랑했다. 그는 절대 회사 일 때문에 아무런 메시지도 회신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녀는 전화를 걸까 생각도 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그녀를 주저하게 했다. 그녀는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당장 내일 유선우한테서 연락이 올 수도 있고 내일 바로 H시에서 돌아올 수도 있다. ...YS 병원, 중환자실. 유선우는 조용히 누워 있었다. 그는 자신의 거의 절반이 되는 골수를 뽑아냈고 거의 1/3이 되는 피로 이안이의 피를 한번 바꿔주었다... 그는 자신의 목숨으로 이안이의 생명을 연장한 것이다. 사찰에서 가져온 부적은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고 실제로 이안이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었다... 한때 그는 부처님 앞에서 무릎 꿇고 진심이 무엇인지 물었었고 부처님은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었다. 하지만 부처님은 그에게 돌아오는 길까지 알려주지는 않으셨다. 허민우는 계속 유선우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밤을 계속 새고 있던 그의 눈에는 핏줄이 섰지만, 유선우의 상태는 여전히 호전되지 않았다.그때, 중환자실 문이 열리고 간호사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큰 사모님, 여기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이곳은 중환자실이에요... 교수님...” 간호사는 들어오는 함은숙을 막지 못했다. 늦가을의 밤, 함은숙은 문가에 서서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유선우와 너무 닮아있었고 그의 체격도 유선우와 너무 닮아 있었다... 하지만 제 아들이 어떻게 여기에 누워 있단 말인가?그녀의 아들은 항상 자신감 넘치고 언제나 활기가 넘쳤다... 그런 아들이 어떻게 여기에 누워서 꼼짝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이건 잘못 본 것이다. 반드시 잘못 본 것이어야만 한다.유선우가 여기에 누워 있을 리가 없다. 그는 그렇게 어리석은 일을 할 수가 없다. 어렸을 때부터 함은숙에게서 교육을 받고 자라면서 그녀는 절대로 유선우에
깊은 밤, 불빛이 환했다. 허민우는 유선우에게 전면적인 신체검사를 했는데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 유선우는 의식을 되찾았지만, 몸의 생리적 기능이 모두 정지되었고 사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특히 오른손의 신경은 거의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고 봐야 했다. 유선우는 평온하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남은 인생, 그는 아마 평생 휠체어에 앉아 지내야 할 것이며 오른손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도 없게 될 것이고 왼손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폐인이 되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병상에 누워 그는 아주 차분하게 말했다.“이안이는 내 아이예요. 이 모든 것은 내가 자발적으로 한 일입니다. 조은서에게 말하지 마세요. 우리는 지금 부부가 아니고 은서는 더 행복한 삶을 살 권리가 있습니다...”허민우는 더 듣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함은숙은 침대 옆에서 무릎을 꿇고 침대를 두드리며 통곡했다. “선우야,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잖아. 은아가 너를 그렇게 사랑하는데 네가 이렇게 된 것을 알게 되면 네 곁에 남을 거야.” 유선우는 눈을 꼭 감았다. 그의 눈가에는 물기가 어렸다. “저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오랜 시간 동안 은서를 가두었어요. 이제 저는 은서를 자유롭게 하고 싶어요...” 함은숙은 통곡을 멈추지 못했다. 유선우는 조용히 천장을 바라보며 어머니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그는 전혀 고통스럽지 않고 오히려 행복했다...조은서는 그가 사랑을 모른다고 말했었는데 이제 그는 알게 되었다. 사랑은 소유하는 게 아니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며 그저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다... ... 이안이 퇴원할 때까지도 조은서는 유선우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진 비서는 자주 왔었는데 그녀는 항상 유선우가 H시에서 바쁘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은서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게 되었다. 그녀는 유선우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이안이 퇴원하는 날, 조은서는 고민하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