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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앉아있어. 내가 물 끓여올게.”

유선우는 그런 유문호의 호의를 딱히 거절하지 않았다. 비좁은 부엌에 들어가 엉성하게 찻잔을 꺼내오는 유문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밤바람이 조금 찼는지 분주히 움직이던 유문호는 이따금씩 기침을 하기도 했다.

유선우가 물었다.

“아픈데 왜 병원에 안 가세요?”

갑작스러운 물음에 그 자리에 얼어붙어버린 유문호는 곧바로 다시 정신을 차리고 가볍게 답했다.

“고질병이야. 큰일도 아닌데 뭐. 감기약 조금 먹으면 괜찮아질 거야.”

이 또한 거짓말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유문호의 모습을 봐서는 오랫동안 병마에 시달린 게 분명했다.

하지만 유선우는 더 이상 자세히 묻지 않았고 조용히 집안의 책들을 펼쳐보았다.

그 후, 유문호는 물을 끓여와 싼값의 찻잎을 우려내어 유선우에게 권했다. 단지 차를 권하는 것뿐인데도 유문호의 기색은 매우 불안해 보였고 얼굴에는 심지어 씁쓸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전에 준비해둔 게 없어서 조금 초라하네.”

유선우는 한 모금만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이런 염가 차를 마셔본 적이 별로 없으니 유선우의 입에 맞지 않으리라는 것은 유문호도잘 알고 있다. 하여 그는 차는 뒤로 하고 곧바로 자리에 앉아 조심스럽게 집안의 상황을 물었다. 물론 가장 많이 물어본 질문은 이안이의 병이었다...

잠깐 넋을 잃은 유선우는 이내 담담하게 답해주었다.

“내일이면 수술할 거라 곧 나을 거예요.”

그러자 유문호는 눈에 띄게 기뻐하였다. 그러고는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축하해주며 그에게 찻물을 우려주었다.

“수술할 수만 있다면 괜찮아. 이제 괜찮아. 은서가 잘 가르쳤겠지만 아이가 참으로 귀엽더구나.”

손녀를 보는 재미를 느깔 수 없다는 것이 내심 아쉬운 모양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그가 자처한 것이니 남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유선우가 그를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더더욱 탓할 수 없다...

지금처럼 이따금씩 그의 집에 방문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유문호는 이미 충분히 감사할 노릇이다.

유선우도 그와 많은 얘기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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