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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YS병원 병실.

다행히 응급 처치를 거쳐 위험한 고비를 넘긴 조은서는 지금 눈을 감은 채로 병상에 조용히 누워있었다. 몸이 허약해 며칠 더 입원하여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유선우는 통창 앞에 서서 바깥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뒤에서 의사가 말했다.

“사모님은 한꺼번에 스무 알이 넘는 수면제를 복용하셨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산후우울증으로 인한 자살행위로 보입니다. 사모님께 체계적인 정신 치료를 권장합니다. 그리고 발병의 근원을 멀리하면 우울증이 더 빨리 나을 수도 있어요.”

한참 후, 유선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알았어요.”

의사는 병실을 나갔다. 유선우는 돌아서서 병상에 누워 있는 조은서를 보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 두려움에 떨렸던 가슴이 아직까지 진정되질 않았다.

그녀는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만약 그가 30분만 더 늦게 집에 도착했더라면 그는 아내와 사별했을 것이고, 어린 이안은 엄마를 영영 잃었을 것이다.

문득, 유선우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들고 있었다.

오후 2시가 되자 조은서는 천천히 눈을 떴다.

따스한 햇볕이 유리를 뚫고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온기가 느껴졌다. 인간 세상에만 있는 온기였다.

유선우는 병상 옆 소파에 줄곧 앉아있었다. 팔꿈치를 무릎에 괴고 두 손바닥은 세워서 맞댄 자세로.

새카만 눈동자에는 오로지 조은서만 담고 있었다.

“깼어? 너 수면제 스무 알 넘게 먹었어.”

조은서는 기억하고 있다. 그때 당시의 무력함과 몸부림, 그리고 끝내 수면제 스무 알을 목구멍 안으로 꾹꾹 밀어 넣을 때 목이 메었던 느낌까지, 전부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녀는 나직하게 말했다.

“선우 씨, 우리 얘기 좀 할까요?”

고요히 바라보기만 하며 유선우는 말이 없었다.

조은서는 시선을 천장으로 돌렸다. 말투는 잔잔한 호수와도 같았다.

“우리 이혼해요. 그날 일, 난 마음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어요.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우리 이런 관계 정말 지겹지 않아요? 처음부터 우리 둘의 혼인은 잘못된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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