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날 밤, 백씨 일가는 별장으로 초청받았다.그들은 불안하였다. 유선우의 뜻을 알 수가 없다.하지만 김춘희는 자신만만하게 말하였다. “유 대표님이 아마 아현이가 생각나서 우리에게 보답하려고 하는 것일 거야. 새해라고 우리에게 용돈을 주시려고 하는 것이니 좀 있다 챙기기만 하면 돼.”그녀는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 딸을 잃은 지 반년도 안 된 엄마같이 보이지 않았다. 백정수는 욕을 퍼붓는다.“돈에 눈이 멀어가지고 양심은 떼서 개를 줬냐?”김춘희가 반박하려고 할 때 진 비서가 계단으로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김춘희는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면서 말한다.“진 비서, 설날이라고 유 대표님이 우리까지 다 챙겨주고 너무 미안하지 뭐야.”하지만 진 비서의 태도는 전과 많이 다르다. 입을 열자 말투가 쌀쌀맞다.“유 대표님께서 서재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김춘희는 속이 철렁했다. 방금 전의 그 자신감이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계단을 오를 때 백서윤을 밀치면서 낮은 소리로 분부하였다. “좀 있다 무슨 일 있으면 네가 막아서야 돼. 평소에 큰아빠, 큰엄마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백서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다.그녀는 자신이 방금 유선우에게 넘겨준 음반이랑 상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백서윤은 자신이 큰 사고를 쳤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일언반구도 감히 못 하였다...백씨 일가는 진 비서를 따라 계단으로 올라갔다. 서재의 뽀얀 담배 연기에 눈이 따가웠다. 김춘희는 손을 휙휙 저으며 앙칼진 목소리로 말한다. “진 비서는 유 대표님을 어떻게 돌보고 있는 거야? 이게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이야?”진 비서가 차갑게 웃었다. 유선우는 소파에 앉아있었고 저녁 식사 때 입었던 정장 차림이었다. 그는 넥타이도 풀지 않은 채 머리를 숙여 손가락 끝의 담배를 바라보면서 낮은 소리로 물었다. “그때 백아현을 조은서로 둔갑시킨 것 맞지?”백아현의 부모는 놀라서 가만히 있었다. 백서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둔갑을 시키다니?’서재 안은 잠시 잠잠하더니
샹데렐라 등불 밑 유선우는 아무런 표정이 없이 말한다. “목숨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알아서 해.”진 비서는 흠칫 놀랐지만, 알겠다고 대답했다. 진 비서는 유선우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좀 지나 정원으로부터 자동차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진 비서는 유선우가 조은서를 데리러 갔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두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조은서가 드디어 돌아올 수 있었다…그믐날 밤, 대지는 온통 흰 눈에 덮여 있다. 까만색 랜드로버는 눈길을 서서히 달려 오랜 시간 끝에 그 개인 별장에 도착했다. 여전히 벽돌로 지어진 흰색 담벼락이었고 여전히 어둠 속에 우뚝 솟아 있는 괴물과도 같았다. 유선우의 차가 마당으로 들어섰다. 마당에는 발자국이 거의 없었고 눈은 내린 그대로 쌓여있었다. 유선우는 뭔가를 감지했고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차에서 내리면서 유선우는 두껍게 쌓인 눈에 걸려 한쪽 무릎을 꿇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이 녹아 바짓가랑이를 적셔 차가운 기운이 뼛속으로 파고들었다…그는 비틀대며 별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별장 복도에는 대문이 하나 더 가설되어 있고 자물쇠가 잠겨있다. 조은서에게 전하라고 보낸 물만두는 아래층 식탁에 놓여있었다. 누군가 거의 다 먹어버리고 몇 개 남지 않은 채로 접시에 널부러져있다. 그리고 이안이의 사진이 그 옆에 아무렇게나 널려있었다…큰돈 들여 초빙해온 사람들은 화로를 쪼이면서 카드를 놀고 있었다. 물만두는 이들이 먹은 것이 분명하다. 유선우를 보자 그들은 당황하며 어쩔바를 몰라했다. “유 대표님, 오늘은 그믐날이라…”유선우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있었다. “문 열어.”그 사람들은 뭔가를 더 말하려고 하는데 유선우는 발로 카드테이블을 걷어차면서 이를 악물고 말한다.“문 열라고.”그 중 한 사람이 문을 열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전부 부인이 지시한 것입니다. 저희가 마음대로 결정한 것이 아닙니다. 유 대표님.”유선우는 그 자리로 그 사람을 아래층으로 차버렸다. 그 사람은 처참한 비명을 질
돌아가는 길에 유선우는 자신의 외투를 벗어 조은서의 몸을 감쌌다. 유선우는 그녀에게 외투를 씌워 줄 때 두꺼운 외투를 통해서 조은서의 갈빗대가 분명한 것이 만져졌다. 그녀는 몹시 허약하였기에 그를 거절하지 않았고 조용히 조수석 옆자리 창틀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까만색 외투는 그녀의 얼굴을 반쯤 가려 야위고 뾰족한 부위밖에 안 보인다…보기만 해도 몸서리가 날 지경이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새해의 달빛이 나뭇가지에 드리우고 서쪽 하늘이 서서히 밝아져 올 때 조은서는 아주아주 낮은 소리로 말한다.“선우 씨, 해피뉴이어”하지만 유선우는 해피하지 않다. 그는 조은서가 그와 작별 인사를 한다는 것을 안다. 이번 설날이 그들이 함께 맞는 마지막 설날일 것이다… 하지만 유선우는 이렇게 그녀를 보내기엔 억울하였고 이렇게 보내기가 너무 싫었다. 유선우는 조은서를 다시 소유하고 싶어졌다. 차가 길목에 멈춰 섰다. 차안은 조용하고 조은서의 가느다란 숨소리만 들려왔다. 유선우는 잠긴 목소리로 연속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은서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조은서가 피해버렸다. 조은서는 유선우와의 신체 접촉을 거부한다. 새해 첫날 유선우가 서른을 맞이하는 이날 그들의 결혼은 끝을 향해 다가갔다. 원인은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어떻게 지속한단 말인가?뭐라 해도 더는 같이 할 수 없다……아침 6시, 유선우는 조은서를 데리고 별장으로 돌아왔다. 까만색 랜드로버와 값비싼 까만색 캠핑카가 나란히 들어와 정원 주차장에 멈췄다. 유선우가 차에서 내렸다. 까만색 캠핑카에서는 함은숙과 이지우가 내렸다. 함은숙은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고 유선우를 보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면서 말한다.“지우랑 나랑 네가 혼자 설을 쇠는 것이 적적할까 봐 함께 명절을 보내려고 왔어.”이 말은 이미 그들의 관계를 인정했다는 뜻이다. 이지우는 가방에서 돈봉투를 꺼내면서 부드러운 웃음을 띠웠다. “이안이가 너무 보고싶더라고요. 이안이에게
이지우는 차체 위로 넘어졌다.이윽고 그녀는 정성껏 준비한 돈봉투를 내려다보며 참담한 웃음을 터뜨렸다.사실 유선우는 계기를 찾고 싶었을 뿐 조은서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저 자신을 위해 모든 곤경을 뚫고 난 뒤의 재회를 위한, 그녀에게 다시 헌신할 수 있는 핑계를 찾았을 뿐이다. 유선우는 여전히 조은서를 사랑하고 있다.조은서를 사랑하고 있다...그렇다면 그녀가 지금까지 몇 년 동안 기다린 게 뭐가 된단 말인가?조은서가 몇 년 동안 갖은 괴롭힘과 시달림을 겪으며 만신창이가 되어도 자신은 여전히 조은서의 상대가 될 수 없다...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자기가 조은서보다 못한 게 대체 뭐란 말인가?...유선우는 조은서를 품에 안고 별장에 돌아왔다.일찍 일어난 고용인들은 조은서의 모습에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러고는 하나둘 저마다 눈물을 후두둑 떨구며 울먹였다.“사모님, 왜 이렇게 말랐어요? 그쪽에서 밥도 제대로 안 줬어요?”조은서는 몸이 너무 허약해 말도 꺼낼 힘조차 없었는지 애써 웃어 보이기만 했다. 그러자 고용인은 눈물을 훔쳤다.“지금 바로 죽을 끓여올 테니 사모님은 먼저 올라가서 쉬고 계세요.”고용인은 급하게 주방으로 가버렸고 유선우는 조은서를 안은 채 위층으로 올라가 한 손으로 침실의 문을 열었다.침실 안은 마치 봄날처럼 포근하고 따스했다.한편, 이안이는 아기 침대에 누워 편안하게 단잠을 자고 있었다.그리고 하룻밤 내내 이곳을 지키고 있던 진 비서는 소파에 기대 쪽잠을 자고 있었다.유선우가 조은서를 데리고 침실에 들어올 때 마침 진 비서는 기척에 잠에서 깨어났고 다급하게 눈을 뜬 그녀는 눈앞의 광경에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좀처럼 약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녀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녀도 참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더니 몸을 일으켜 조심스럽게 다가가 울먹이면서 물었다..“어떻게, 어떻게 된 거예요? 대체 그곳에서 얼마나 못 지낸 거예요?”조은서는 씁쓸하게 웃어 보이고는 다시 눈을 지그시 감고 중얼
바로 그때, 별장의 고용인이 음식을 들고 침실로 들어왔다.고용인은 조심스럽게 음식을 내려놓고는 눈물을 글썽이며 입을 열었다.“사모님, 따뜻할 때 얼른 드세요. 그리고 드시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그러자 조은서는 허약하게 싱긋 웃어 보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마워요.”주인님의 개인적인 가정사이니 고용인 신분인 그녀가 섣불리 끼어들 수는 없었기에 곧바로 묵묵히 자리를 비켜주었다.조은서도 이미 그녀만의 계획이 있었다.그녀는 소파에 기댄 채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그릇을 받치고 고용인이 준비해 준 죽을 들이켰다... 음식이 몸에 들어가니 기력도 많이 회복되었지만 그래도 허약한 건 변함없었다.죽을 다 마신 뒤, 조은서는 아기 침대에 살포시 기대 곤히 자고 있는 이안이를 다시 한번 눈에 담고 나서야 드레스룸에 들어가 갈아입을 옷을 가지러 갔다.조은서가 드레스룸에서 나오자 유선우는 부드럽게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며 말했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니까 내가 씻는 걸 도와줄게.”하지만 조은서는 단칼에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조은서의 단호한 태도에 유선우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그냥 돌봐주고 싶어서 그래. 그것도 안되겠어?”조은서는 여전히 담담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유선우 씨, 당신은 이제 제 남편이 아닌데 이러시면 곤란하죠.”그 말을 들은 유선우의 동공이 약간 움츠러들었지만, 조은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그를 지나쳐 곧장 욕실로 걸어 들어갔다.조은서에게도 자존심이 있다.그녀는 유선우가 도와주는 것도 싫었고 고용인의 도움도 받고 싶지 않았다. 옷에 감춰진 맨몸이 얼마나 앙상하고 보기 흉할지 그녀는 잘 알고 있다. 역시나, 거울 속에 비친 여인에게는 붙어있는 살이 거의 없었다.조은서는 자신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녀는 이제 겨우 26살이다....조은서는 20분의 시간을 들여 간단히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그녀가 욕실을 나설 때 유선우는 마침 아기 침대 옆에 서서 곤히 잠든 이안이의 평온한
유선우의 눈시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그는 저도 모르게 뒤에서 조은서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는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파묻은 채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은서야, 나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게.”조은서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그러자 유선우는 조은서의 몸을 다시 돌려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조은서를 마주하고 있는 유선우의 눈가는 어느새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유선우는 당장이라도 조은서에게 입술을 포개며 그녀는 여전히 그의 소유라는 것을, 그들의 관계는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때, 조은서가 팔을 뻗어 부드럽게 그를 막았다.그녀의 얇은 팔에 촘촘히 박힌 바늘 자국은 마치 절대 넘을 수 없는 커다란 구덩이마냥... 그들을 가로막았다.유선우의 눈동자가 더욱 깊어졌다.그는 조은서의 팔을 꼭 움켜쥐고는 그녀를 붙잡는 것이 아닌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은서야,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내 셔츠 좀 다려줄래? 나 저번에 네가 사준 셔츠 엄청나게 좋아해.”그때, 차가 준비되었는지 아래층에서 승용차 경적이 들려왔다.조은서도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저 이제 가볼게요.”이렇게 가면 그들은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다.이렇게 가버린다면 그들은 이제 완전히 남이 되는 것이다.유선우는 단 한 번도 이렇게 추태를 부린 적이 없었다. 그는 거의 무릎을 꿇은 채 조은서를 옷장 앞에 가둬버렸다. 그는 얼굴을 과하게 평평한 조은서의 아랫배에 묻은 채 잔뜩 쉰 목소리로 가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다.그 순간, 조은서의 옷이 뜨거운 무언가에 젖어 들기 시작했고 물기에 옷이 피부에 달라붙어 상당히 불편했다.유선우를 내려다보는 조은서의 표정도 매우 복잡해 보였다.유선우가 울고 있단 말인가.그토록 철석같던 남자도 눈물을 흘릴 때가 있구나... 하지만 인제 와서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정원 안에는 번쩍거리는 고급 캠핑카 두 대가 서 있다.아침 햇살이 공중에서 흩어
조은서는 시에 있는 한 아파트로 이사했다.60평 좌우되는 집이었는데 조은서와 심정희가 이안이를 데리고 두 아주머니와 함께 살기에는 충분했다.그리고 조은서의 산후 우울증도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기에 저녁에는 아주머니가 이안이를 돌보기로 하고 낮에 정신상태가 양호할 땐 조은서도 이안이를 놀아주곤 했다. 이제 4, 5개월이 되는 아이는 참으로 천진난만하고 귀여웠다.하지만 심정희가 계속하여 조은서의 건강을 걱정하자 조은서는 담담히 그녀를 안심시켰다.“괜찮아요. 꾸준히 치료하면 되죠. 그런 곳에서도 잘 버텨냈는데 못 이겨낼 게 뭐가 있겠어요!”그러나 이 화제만 꺼내면 심정희는 그들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운 나머지 이가 근질근질한 느낌이다.“우리가 너무 쉽게 넘어갔어. 유선우 엄마도 그곳에서 갇혀 지내면서 직접 그 고통을 좀 맛봐야 하는데. 매일 진정제 주사도 몇 대씩 맞게 하고 말이야.”그러자 조은서는 심정희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려주며 그녀를 부드럽게 다독여주었다.“됐어요. 이제 다 지난 일인데요, 뭐. 그런데 절대 지혜한테는 말해주지 말아요. 하도 성격이 불같아서 무슨 짓을 해낼지 몰라요.”하지만 조은서가 아무리 괜찮다고 그녀를 안심시켜도 심정희는 여전히 조은서가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되었다.반면, 조은서는 여전히 담담하게 웃을 뿐이다. 억울한 건 맞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유선우가 이미 이혼 합의서에서 그녀에게 보상을 해주었다....보름 후, 조은서는 얼굴이 매우 윤택해졌다.꾸준히 정신과를 다니며 상담을 받고 있는데 그녀의 심리 의사는 허민우가 소개해 준 분으로 매우 듬직한 분이었다.그날도 조은서가 진료를 마치고 차에 올라탈 준비를 하는 그때, 등 뒤에서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사모님!”“잠시만요.”조은서는 기사를 불러 차를 세우고 몸을 돌려 자신을 부르고 있는 백서윤을 바라보았다.백서윤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희고 여린 피부에 광택이 돌던
조은서는 그런 걸 듣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말없이 지갑에서 현금 40만 원을 꺼내어 백서윤의 발밑에 던져주었다. 조은서는 백서윤에게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여자들에게 있어 자존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여 조은서는 냉소를 터뜨리며 더욱 비아냥거렸다.“동정심이 필요해요? 이게 내 동정심이니까 필요하면 직접 주워요.”그러자 백서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백서윤은 결국 몸을 숙여 땅에 흩뿌려진 돈을 한 장 한 장 주웠다. 그녀는 겨울을 나기 위해 이 돈이 꼭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월세를 낼 돈이 없다.돈을 다 줍고 몸을 일으키자마자 백서윤은 유선우를 발견하였다.유선우는 클래식한 블랙과 화이트칼라로 매치한 정장 수트에 얇은 영국식 체크무늬 코트로 성숙한 남성의 느낌을 뿜어냈다. 그는 차 옆에 기대어 이쪽을 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은 더없이 깊고 그윽했다.백서윤은 너무나도 창피하고 짜증 났지만 동시에 조금 기쁘기도 했다. 그녀는 유선우가 조은서의 본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이처럼 각박한 여자는 사랑해 줄 가치가 없다고 여기리라 생각했다.그리고 조은서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는 것을 봤으니 위로해 주러 오겠거니 생각했다.그러나 백서윤의 예상과는 달리 유선우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곧장 조은서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살짝 잡아당겼다. 하지만 조은서는 가볍게 손을 뿌리치며 그의 스킨쉽을 거절했다…유선우는 눈에 띄게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이윽고 다시 자세를 낮추며 말을 건네왔다.“퇴근하면서 마침 네 운전기사를 봐서 물어봤는데 네가 여기에 있다 하더라고. 이혼 절차는 끝마쳤으니까 널 데려다주는 김에 이안이도 보러 가고 싶은데… 오늘 시간 괜찮겠어?”조은서는 잠깐 고민하더니 흔쾌히 답했다.“네. 오늘은 괜찮아요.”조은서가 수락하자 유선우는 크게 기뻐하며 검은 벤틀리의 문을 열고 부드럽게 말했다.“차에 타.”그러나 조은서는 다시 유선우와 거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