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01화

오후 4시. 비록 퇴근하기에는 이른 시각이지만 이안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유선우는 일찍 회사를 나왔다.

물론 조은서에게 줄 선물도 준비했다. 요즘 날씨가 유난히도 추운지라 그녀에게 어울릴 것 같은 루이뷔통의 연한 핑크색 캐시미어 머플러를 하나 골라 샀다.

검은색 캠핑카가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유유히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눈보라가 점점 거세져 땅에는 눈이 벌써 얇게 깔려있었다.

차는 한 길목 앞에 서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렸다.

그 사이에 기사는 백미러를 닦으며 말했다.

“눈이 제법 많이 내릴 것 같은데요. 아마 또 도로가 막힐 겁니다. 대표님, 내일 아침은 제가 일찍 도착해서...”

“내일은 크리스마스라서 집에서 아이랑 같이 보낼 겁니다.”

뒷좌석에 앉아 이안이에게 주려고 산 장난감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유선우가 말했다.

기사가 듣자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애가 있으니, 대표님도 가정적이 되신 것 같아요.”

그 말에 유선우도 가볍게 웃었다.

파란불이 되어 차가 다시 시동을 거는데, 한 젊은 여자애가 차창을 두드렸다.

백서윤이 조심스러우면서 살짝 수줍어하는 얼굴로 밖에 서 있었다.

몇 초 동안 지켜보다가 유선우는 창문을 내렸다.

백서윤이 조급한 듯한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말을 꺼냈다.

“대표님, 저 좀 급한 일이 있어 그러는데 좀 태워주시면 안 될까요? 눈이 와서... 택시가 안 잡혀요.”

대표님 차가 손 흔들어 세워 타는 택시로 아는지.

기사는 한마디 따끔하게 하고 싶었는데, 유선우는 백서윤의 얼굴을 지그시 보고 있었다.

추워서 그런가, 새하얀 얼굴에는 연한 핑크빛이 돌고 있었다. 생기 있는 얼굴이었다. 조은서의 차가운 얼굴과는 다르게.

한참 후, 유선우는 서늘한 표정으로 그녀한테 차에 타라고 했다.

잠깐 망설이더니 백서윤은 뒷좌석 차 문을 열었다.

사실 이건 매우 경우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평소 진 비서가 이 차에 탈 때도 앞좌석에만 탔었는데 고작 인턴일 뿐인 그녀가 대표님과 같이 뒷좌석에 앉는다는 게.

뭔가 눈치를 챈 기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