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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유선우는 방을 나갔다.

방문을 열자 찬 바람이 조금 불어 들어왔는데 아기 침대에서 자고 있던 이안이가 그걸 느꼈는지 낮은 소리로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조은서는 얼른 일어나 아이를 안고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달랬다.

잠시 후, 유선우가 돌아왔다.

조은서를 한 번 힐끔 하고는 옷을 갈아입으러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그의 말소리가 드레스룸에서부터 들려왔다.

“나갔다 올게. 이안이랑 먼저 자.”

조은서는 아이를 안고 드레스룸으로 가서 입구에 섰다.

몸에 입고 있던 가운을 벗어 던지고 그는 셔츠와 편하고 맵시 있는 난방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눈바람이 불어치는 심야에 젊은 여자애를 만나러, 그가 스타일에 꽤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곁눈질로 조은서를 발견하고는 미간을 살짝 구기며 물었다.

“안 자고 뭐 해?”

품에 안긴 이안을 내려다보며 조은서는 대답했다.

“애가 좀 보채서요... 선우 씨, 그 여자애가 그렇게 신경 쓰이면 그냥 그 여자랑 결혼하지 그래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오늘에는 백아현, 내일에는 정아현, 이아현이 또 나타나겠지... 항상 이런 식이었고 그녀는 지쳤다. 이 집구석에서 하루빨리 해방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반짝이는 샹들리에 아래에서 유선우는 옷매무시를 정리했다.

그가 반듯하게 차려입기까지 하니, 하루 종일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그녀의 모습이 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한참 후에 그는 차가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럼 너도 나한테 애원해 보지 그래, 나가지 말라고.”

그녀는 그럴 리 만무했고, 몸을 돌려 애를 안고 침실로 갔다. 부드러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계속하여 아이의 등을 토닥였다. 이안을 보는 그녀의 표정은 더없이 다정하고 상냥했다.

유선우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아이를 대하는 다정함의 십분의 일이라도 그한테 할애했더라면 이 지경에 이르지도 않았을 것인데. 아마 그랬더라면 지금쯤 둘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한 쌍의 부부였을 것이다.

끝내, 유선우는 집을 나섰다. 칠흑 같은 밤에 다른 여자를 만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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