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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화상회의를 마치니 이미 저녁 8시였다.

유선우는 침실로 바로 가지 않고 서재의 통창 앞에 서서 담배를 두어 대 피웠다.

담배 연기가 피어올라 서재를 뽀얗게 뒤덮었다.

통창 유리에는 김이 서려있었다. 손으로 닦아내고 보니 바깥 땅바닥에는 이미 눈이 10센티 정도 쌓여있었다.

이번 겨울은 눈이 유난히 많이 내리는 것 같았다.

기다란 손가락사이에 담배를 끼고 유선우는 천천히 연기를 내뱉었다. 바깥을 내다보는 새카만 눈동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손에 쥔 담배가 거의 다 타들어 갈 때쯤 그는 꽁초를 비벼 불씨를 꺼버리고 서재를 나왔다.

안방 바깥에 딸린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그 연간지를 발견했다.

아주 보란 듯이 놓여있었다.

연간지를 집어 들어 대충 몇 페이지를 펼치니 그와 백서연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나왔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사진상 분위기는 좀 야릇하였다.

그는 조은서가 이 연간지를 봤을 거라 확신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연간지를 덮어버리고 그는 안방에 들어갔다.

밖에서는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고 조은서는 아기를 안고 창밖에 앉아 상냥하게 아이를 달래며 분유를 먹이고 있었다.

한참을 지켜보다가 유선우는 셔츠 단추를 두세 개 풀어헤치며 덤덤하게 물었다.

“왜 모유 수유는 안 해?”

젖을 끊은지 반달 남짓 되었지만 유선우는 모르고 있었다.

“수면제를 먹고 있어서 모유를 끊었어요.”

조은서는 무심한 듯 얘기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항상 뭔가 조짐을 보이거나 주변 사람에게 신호를 내보이기 마련이었다. 그녀는 지금 그런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냉전 중인 남자는 그걸 가볍게 무시하고 지나쳤다.

아이 곁으로 와 머리를 쓰다듬고는 말했다.

“분유도 나쁘지 않아.”

순간 조은서는 입매가 살짝 굳어지며 눈을 끔벅였다.

그 후 방안에는 침묵이 흘렀고, 유선우는 이 무미건조함을 견디기 싫어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하면서도 가끔 조은서의 그 서늘하고 쌀쌀한 얼굴이 떠올랐다. 슬슬 한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결혼생활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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