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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유선우는 이안을 아기침대에 눕혀놓고 뒤에서 조은서를 껴안았다. 얇은 입술을 그녀의 귓전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

“네 선물도 한번 봐봐. 맘에 드는지 안 드는지.”

유선우와의 신체접촉이 싫은 듯 조은서는 그가 껴안은 손을 풀어헤치며 박스를 열었다.

박스 안에는 연분홍색의 머플러가 들어있었다.

유선우는 머플러를 꺼내 둘러주며 나직하게 말했다.

“너랑 잘 어울려.”

그녀의 컨디션이 괜찮아 보여, 유선우는 저도 모르게 그녀와 살갗을 맞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지난번부터 그는 꽤 오래 그녀의 살결을 만져보지 못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이기도 하니, 분위기에 이끌려 그녀가 받아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허그를 하며 뜨거운 숨결을 그녀의 귀 안에 불어넣었다. 끓어오르는 마음에 목소리까지 한껏 잠겼다.

“은서야... 우리, 그거 할까? 네가 기분 나쁘다고 하면 멈출게.”

말하자마자 그녀를 들어 소파에 앉혔다.

소파 등받이에 한 손을 짚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그녀의 얼굴을 살며시 감싸쥐었다. 강한 키스가 아닌 어루만지는 듯한 부드러운 키스를 이어가며 낮게 읊조렸다. 네가 기분 좋은 방식으로, 뭐든 다 너한테 맞춰서 하겠다고.

길고 검게 윤기 나는 머릿결이 순백의 등에 떨어지며 부채처럼 펼쳐졌다.

눈초리를 내리깔아 그녀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사랑을 갈구하는 한없이 다정한 모습의 이 사람. 그는 알기나 할까, 몸에서 딴 여자의 향수 냄새가 나는지는?

그건 옅은 오렌지 향, 풋풋한 소녀의 향기였다.

고개를 돌리며 조은서는 밋밋한 반응으로 그를 거부했다.

창문으로 아래층에 있는 검은색 정장 차림의 경호원들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선우 씨, 난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에요. 대체 난 언제 나갈 수 있어요?”

그 말에 유선우는 멈칫했다. 그녀를 올려다보며 일말의 욕구도 없는 냉담하기만 한 그녀의 눈동자를 눈에 담았다.

여자의 호응을 받지 못하는 수컷의 욕구는 점점 사그라들었다.

아무리 몸에서 불덩어리가 타올라도 이런 반응은 자존심이 상하기 마련이었다.

그녀의 어깻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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