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04화

그들은 또 여느 때와 같이 불쾌하게 대화를 끝냈다.

그 후, 그들의 관계는 점점 살얼음판과도 같았다. 오로지 유선우만의 집념만으로 이 불안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

그가 몰랐던 건, 백서윤의 출현으로 조은서의 산후 우울증 증세가 점점 심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약을 먹기 시작했고, 부득이 모유 수유를 중단해야만 했다. 생후 몇 달 안 되는 어린 이안의 수유는 전부 분유로 바뀌었다.

이 또한 유선우는 모르고 있었다.

잘 보상하겠다고 했던 남자의 약속은 금이 간 부부관계 앞에서 그토록 취약하고 보잘것없었다.

마음속에 품고 있는 건 여전히 조은서일지는 몰라도, 차가운 그녀의 얼굴보다 그는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소녀의 시선을 더 마주하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남자는 밖을 나돌며 집에 가는 것이 싫어졌다.

연말에 가까워지며 조은서는 심한 불면증에 시달렸고 매일 밤 수면제로 간신히 잠을 청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 알씩 먹다가 나중에는 세 알씩 먹어야 잠이 들까 말까 했고 가끔은 약을 먹고 나서도 밤중에 애가 우는 기척만 나면 쉽게 놀라 깨곤 했다. 그렇게 깨어나면 아이를 안고 방안에서 밤새 왔다 갔다 하며 애를 달래는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이러한 상황 역시 유선우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한 지붕 아래에서 살고는 있지만, 누군가의 얘기처럼, 익숙하고도 낯선 사람, 그게 바로 그들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날 선 가시가 되어 상대를 아프게 찌르고 있었다. 약속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들은 서로의 아픔을 외면으로 일관했다.

그렇게 찬 기운이 계속 유지되는 사이, 유선우는 여전히 남성 매력을 발산하며 뭇 여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지만 조은서는 시들기 시작한 장미꽃처럼 하루하루 말라가고 있었다.

...

왕년 YS그룹 송년회에서 조은서는 그룹 안주인으로서 자리를 비운 적이 없었지만 올해는 달랐다.

그들 부부가 금실이 좋지 않다는 사실은 아마 B시 전체가 알고 있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