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괜찮아 보이는 남자는 유선우를 알고 있었다. 그는 이 하와이의 유명한 상인—반 대표였다. 만약 그의 기억이 맞는다면 서미연 사모님은 반 대표와 친분이 꽤 깊을 것이다. 지난번 별장에서 사적인 연회를 열었을 때도 서미연 사모님은 반 대표를 데리고 갔었다. 그렇다면 조은서와 반 대표의 친분도 서미연 사모님이 맺어준 것일까?유선우는 차갑게 웃으며 그쪽 테이블을 향해 걸어갔다. 조은서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녀는 그 자리에 굳어진 채 입을 열고 숙삭였다. “선우 씨, 어떻게 오셨어요?”유선우는 빙긋 웃었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 안으며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서프라이즈 주려고 왔지. 비서에게 물어봤더니 여기에 있다고 하더라.”그는 반 대표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반 대표님, 또 만났군요!”반 대표는 일어나서 그와 악수를 한 후 그의 딸을 유선우에게 소개하였다. 유선우는 무척 귀엽다는 듯이 소녀의 머리를 만지며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은서가 아이를 매우 좋아해요. 반 대표님께서 마음 쓰셨군요!”말을 마치자 그는 조은서의 옆에 앉아서 함께 식사했다. 그와 반 대표는 모두 성공한 상인으로서 자연히 장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지만 또 한편으로 조은서를 배려하는 것을 잊지 않고 수시로 그녀를 위해 요리를 집어주었으며 말도 한결 다정하게 하곤 했다. 그가 이렇게 애쓰는 것을 조은서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반 대표 부녀와 작별 인사를 하고 그들은 나란히 네온사인이 비추는 아래에 서서 아주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나긴 침묵이 흘렀다. 이때 운전기사가 차를 몰고 왔다 “유 대표님, 사모님, 제가 호텔로 바래다 드릴게요.”차 안에 앉으니 또 긴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조은서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와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선우 씨, 오해하지 말아줘요.”“그래?”유선우는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운전기사가 듣지
조은서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유선우는 담배를 끄고 조용히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발걸음 소리를 들은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폰을 한쪽에 있는 바에 올려놓고 매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YS 그룹 본사에 만 명이 넘는 직원들이 있어. 그리고 대부분 업무도 B시에 집중되어 있고. 넌 내가 하와이로 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잖아. 회사도 옮긴다고 해서 옮겨진다는 게 아니라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을 거 아니야!”조은서는 유선우가 무언갈 알아차렸음을 깨달았다.그녀는 그의 뒤로 다가가 폰을 몇 초 동안 보다가 다시 내려놓았다.“이미 알고 있는 것 같네요.”“뭘 안다는 거야?”유선우는 몸을 돌려 그녀를 보면서 아주 담담하게 물었다.“네가 날 사랑하지 않고 날 떠나려고 한다는 거 말이야? 조은서, 이게 바로 네가 생각했던 제일 안온하게 날 떠나는 방법이야? 우리 둘 사이의 감정이 식은 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아이를 데리고 떠나려고 했던 거지? 맞지?”조은서는 부정하지 않았다.더 감춘다는 것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그녀는 짧게 대답했다.“맞아요!”깊은 밤, 두 사람은 쓰고 있던 가식적인 가면을 벗고 진실한 감정을 드러냈다.조은서는 유선우를 보면서 약간 울먹이며 말했다.“선우 씨, 내가 당신을 떠나고 싶어 하고 당신과 함께 있는 걸 싫어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죠? 그럼 내가 왜 당신을 사랑해야 하는데요? 날 의심하고 백아현을 위해 내 뺨을 때릴 뿐만 아니라 저녁에 음악을 들으면서 다른 여자 때문에 마음이 설레하는 당신을 내가 사랑해야 하냐고요?”“난 아이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아무 일 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었어요.”“그런데 그 따귀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듣고 싶다면 알려줄게요. 당신이 해외에서 돌아온 후로 당신과의 모든 스킨십이 다 나를 혐오스럽게 만들어요!”...밤이 더 깊어져 갔다.유선우는 창문을 등지고 서서 오랫동안 조은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하와이에서 있은 일 후로 조은서와 유선우 사이는 점점 멀어졌다.그는 좀처럼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돌아갔다고 해도 옷만 갈아입을 뿐, 두 사람은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조은서의 임신 상황도 진유라를 통해 접했다.이순영의 건강 상태가 날이 갈수록 나빠졌다.유선우와 조은서는 그녀의 곁을 지켰는데 계획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를 피했다. 한 사람은 낮에 찾아가고 나머지 한 사람은 저녁에 찾아갔다. 서로 불편해할 일도 없었다.이순영도 두 사람 사이에 일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녀로서 바꿀 수 없었다.가끔 유선우에 관한 스캔들이 생기기도 했다.초가을.이른 아침, 조은서는 식탁 앞에 앉아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창밖에는 푸르싱싱한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고 날씨도 아주 좋았다.그러나 손 옆에 놓인 아침 신문에는 유선우의 스캔들이 보도되어 있었다.그와 예쁜 여자 연예인이 함께 같은 호텔에 묵었다는 것이다. 카메라에 포착된 두 사람은 앞뒤로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이 복도를 걸었는데 썸타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꽤 다정해 보였다.조은서는 한참 들여다보았다...하인은 그녀가 속상해할까 봐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사모님, 우유가 식은 것 같은데 제가 따뜻한 거로 다시 바꿔드리겠습니다.”조은서는 그녀의 호의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 알겠다고 간단히 답했다.바로 이때, 밖에서 하인 한 명이 들어오더니 조은서 곁에 다가가 난감해하면서 말했다.“한여름 씨라는 분께서 사모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사모님... 안으로 들일까요?”‘한여름?’조은서는 일어나 창문 옆으로 다가가 내려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정원에 아주 고급스러운 승합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는데 아리따운 여자 한 명이 진지한 표정을 짓고 매니저와 함께 옆에 서 있었다. 조은서 뒤에 서 있던 하인이 못마땅해하며 말했다.“연예인이라는 사람이 너무 뻔뻔한 것 아닌가요? 사모님, 제가 가서 쫓아낼게요.”조은서는 담담하게 웃었다.그녀는 유선우가 한여름과 어떤 사이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유선우가 스캔들을 해명
한 주일 후, 한여름은 연예계 블랙리스트에 들어가게 되었다.그녀는 처음에 자신이 누구를 건드렸는지 모르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과 물어본 끝에 겨우 자신이 유선우를 건드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유는 자신이 집까지 찾아가 유 사모님을 성가시게 굴었다는 것이었다.한여름은 조은서를 찾아 빌고 싶었다.그러나 상황을 알고 있던 사람이 그녀에게 알려줬다.“유 사모님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아. 주요하게 유 대표님께서 불쾌하셔. 빌 생각하지 말아. 유 대표님한테 안 먹혀.”한여름은 어안이 벙벙했다....가을밤,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깊은 밤, 롤스로이스 팬텀 한 대가 별장으로 들어왔다. 불빛 때문에 비에 젖은 차는 아주 차가운 느낌을 주었다.기사는 차에서 내려 우산을 들고 뒷좌석 문을 열고는 가볍게 말했다.“대표님, 집에 도착하셨습니다.”차 안은 어두컴컴했고 유선우는 뒷좌석에 앉아 눈을 감고 휴식하고 있었다.요즘 회사 일이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이순영 건강도 점점 더 악화되어 저녁에 편히 주무시지 못하고 계속 ‘문호’를 불렀다. 그는 거의 매일 밤 그녀를 간호하러 갔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효도한다고 해도 그녀의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유문호가 실종된 지 십여 년이 되었다. 곧 이 세상을 뜨게 되는 이순영은 친아들을 한번 만나보고 싶어 했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했다.기사는 유선우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걸 발견하고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했다.유선우가 현관을 들어서자 집에 있던 하인이 그를 마중하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야식을 뭐로 준비해드릴까요? 사모님은 방금전에 잠드셨습니다. 낮에는 계속 어르신 곁에서 간호하셨고요. 요 며칠 피곤하셨는지 살도 빠지신 것 같습니다.”현관 쪽에 있는 크리스탈 조명이 밝게 빛났다.유선우의 표정이 조금 좋아졌다. 그는 신발을 벗고 조용히 말했다.“야식은 안 먹는 거로 할게요.”그는 천천히 위층으로 올라갔다.유선우는 한 계단씩 올라가면서 갑자기 자신이 조은서를 안 본 지 한 주일
새벽, 유선우의 폰이 울렸다.유선우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등을 켰다. 그는 함께 깨어난 조은서를 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화 너머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엄마, 무슨 일이세요?”전화를 한 사람은 함은숙이었다.함은숙의 목소리는 깊은 밤에 특히 냉정하게 들려왔다.“선우야, 할머니께서 더는 못 버티실 것 같아. 얼른 은서를 데리고 와. 할머니 마지막 모습은 봐야지.”유선우는 약 30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금방 갈게요.”오 분도 되지 않아 두 사람은 옷을 갈아입고 집 문을 나섰다.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고 빗방울이 값비싼 롤스로이스 차체를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진귀한 눈물 같았다...임신한 조은서 때문에 유선우는 운전을 빨리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조은서는 그의 옆에 앉아 조용히 비가 내리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오늘이 이은숙 곁에 있어줄 수 있는 마지막 밤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차는 빨간 신호등 앞에 천천히 멈춰 섰다.그는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피우고 싶었으나 결국 담배를 사물함 안에 버리고 조은서의 손을 살며시 쥐었다.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조은서는 손을 빼지 않았다.이은숙 그녀를 아껴준 만큼 그녀의 마음도 유선우와 마찬가지로 이 음산하고 어두운 밤과 같이 차가워났다.조용히 손을 잡고 있은지 약 30초가 지나자 신호등이 녹색 등으로 바뀌었다.유선우는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다시 핸들을 잡고 집중해서 운전했다. 다음 신호등 앞에 가서도 그는 조은서의 손을 다시 잡지 않았다. 조은서는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아까 느껴졌던 온기가 그저 그가 무의식적으로 추태를 부린 것이라는 것을.반 시간 후, 블랙 롤스로이스가 본가에 들어섰다.이은숙은 거의 임종에 달했다.유선우와 조은서가 침대 옆에 서 있었지만 그녀는 이미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다.이은숙은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며 얼마 남지 않은 힘을 다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
유선우는 고개를 약간 쳐들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면서 이은숙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 문호예요... 나 돌아왔어요...”“문호가 돌아왔어!”이은숙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저 얼굴이 그녀가 키운 아이, 유문호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힘겹게 숨만 쉬고 있을 뿐, 더는 그 이름을 부를 힘이 없었다.자신의 문호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표정이 아주 평온해 보였다. 유문호가 돌아왔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문호야, 너 곧 할아버지가 된다는 건 알고 있니? 두 달만 더 지나면 유씨 집안에 가족 한 명이 더 생기게 될 거야.문호야, 네가 보면 얼마나 기뻐할까!밤은 점점 더 깊어졌고 이은숙은 떠나기 아쉬워했다.문호가 돌아왔어.유선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 조용히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말했다.“할머니 곁에 혼자 있어 주고 싶어요. 다들 나가서 쉬세요.”사람들이 다 나간 후, 그는 큰 침실에 남아 이은숙의 곁을 지켰다. 그는 부드럽게 이은숙의 머리를 빗겨주고 그녀에게 노래도 불러주었다. 그는 어렸을 때 이은숙이 자신에게 불러주면서 어릴 적 유문호도 이 노래를 듣고 자랐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새벽 다섯 시, 이은숙은 편안히 눈을 감았다.본가의 하인들은 눈물을 흘렸고 다들 함께 이은숙의 장례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유선우는 천천히 위층으로 올라갔다.침실 문을 열어보니 조은서는 이미 깨어 있었다. 그녀는 하인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깬 것이다... 그녀는 이은숙이 돌아갔다는 걸 알고 눈물을 흘렸다.유선우는 그녀의 불룩한 배를 보면서 유유히 말했다.“할머니께서 멀리 나가신 후에 나와.”그는 말을 하고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옷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이날을 위해 미리 준비해둔 것이었다.유선우는 침대 옆에 서서 흰 셔츠를 벗고 짙은 회색 셔츠와 바지를 입고 검은색 넥타이를 했다. 넥타이를 매는 그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눈에는 눈물이 어려있었
이은숙의 장례를 치르고 난 후, 생활이 원래대로 돌아왔다.유선우는 집에 자주 돌아오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담담하게 대했다. 밥 먹을 때도 별로 대화하지 않았고 잠잘 때도 서로 거리를 두었다. 심지어 유선우는 때때로 객실에서 자기도 했다. 가끔 밤이면 뒤에서 그녀를 안고 그녀의 불룩한 배를 만지며 아이의 존재를 느끼기도 했다.조은서가 깰 때도 있었지만 항상 잠자코 그가 배를 어루만지게끔 내버려 두었다.그들 사이에 남은 것이라고는 아이밖에 없었다.이외의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이 그를 좋아했었다는 걸 잊었고 그 또한 그녀에게 보상해주려 했던 것을 잊었다. 더욱 나아가 그가 했던 말도 잊어버렸다...“조은서, 나 딸 가지고 싶어. 퇴근하고 집에 오면 차 문이 열리자마자 어린 여자아이가 나의 다리를 안고 아빠라고 부르는 모습을 보고싶어.”그들은 과거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잊어버린 채 서로에게 받았던 상처만 기억하고 있다.그들은 결국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누구도 자존심을 버리려 하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상대방을 안아주려 하지 않았고 한 번이라도 상대방에게 사과하려 하지 않았다....이은숙이 돌아간 지 한 달이 지났다.조은서도 임신하지 8개월이 되었다. 그녀는 거의 외출하지 않았고 모든 가게를 임지혜에게 맡겼다.저녁 무렵, 그녀는 진유라의 전화를 받았다.진유라는 아주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께서 출장을 가셔야 하는데 사모님께서 짐 좀 싸주셨으면 합니다. 갈아입을 옷 몇 벌과 여권을 준비해주시면 됩니다.”여권...유선우가 출국하는 건가?조은서는 백아현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 스케줄도 임시 생긴 것이었다. 그녀는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 유선우를 위해 갈아입을 옷 몇 벌을 준비해주고 여권도 챙겨주었다....반 시간 후, 진유라가 짐을 가지러 왔다.그녀는 조은서 손에서 여권을 받으면서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백아현 씨가 장기이식 후 거부반응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아마 오래 못 버
임지혜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아이에게 잘할게.”조은서는 생긋 웃었다.임지혜는 잠시 앉아있다가 가게 보러 먼저 떠났다.그녀가 떠난 후 조은서는 혼자 창가 옆에 앉아 있었다. 석양이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그녀의 얼굴을 주황색으로 물들였는데 부드러움을 더해주었다.바로 그때, 유이안이 그녀의 배속에서 움직였다.매우 기뻐하는 것 같았다.조은서는 손을 배 위에 올려놓고 아이의 존재를 느끼면서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그녀는 유이안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미소를 띠었다.유이안은 초겨울에 태어나게 되므로 조은서는 쇼핑몰에 가서 유이안에게 수많은 옷을 사줬는데 다 핑크색이었고 귀여웠다.그녀가 아래층 남성옷 코너를 지날 때 한 점원에게 붙잡혔다.점원은 열정적으로 그녀에게 어필했다.“사모님, 오늘 우리 브랜드에서 행사를 진행하는데 모든 옷들을 다 20% 할인해줘요. 아시다시피 우리 브랜드는 평소에 할인 활동이 없어요. 브랜드 성립 기념일에만 오늘처럼 큰 할인 활동을 해요.”조은서는 문뜩 유선우가 전에 셔츠 두 벌을 사달라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비록 그녀가 거절했지만 말이다...그녀는 고민끝에 가게로 들어가 유선우의 나이에 어울리는 셔츠 두 벌과 넥타이를 구매했다. 사실 이런 일들은 그녀가 전에 자주 해왔던 일이었다. 유선우의 일생생활도 그녀가 책임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하려고 하니 약간 낯설게 느껴졌다.아마 곧 헤어지게 될 거라서 그런 듯했다....그녀가 별장으로 돌아갔을 때, 유선우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하인은 그녀 대신 물건을 위층으로 올려갔다. 하인은 남성 셔츠가 있는 걸 보고 속으로 은근 기뻐했다.“사모님, 아직도 반 시간 정도 있어야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쉬고 계세요. 제가 부르러 올게요.”조은서는 확실히 피곤했다.그녀는 간단히 답하고는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하인은 그녀에게 담요를 덮어주고는 조심스럽게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는 유이안이 태어난 꿈을 꾸었다. 아주 귀여웠다. 아이가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