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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4화

시간은 멈춰버린 듯했다.

진은영은 조용히 유이준을 바라보았다. 빗방울이 그가 받쳐 든 검은 우산 위로 한 방울씩 떨어지며 천 위에서 미세한 찢어지는 소리를 냈다. 작지만 날카롭게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 빗방울들은 마치 그녀의 얼굴로, 눈가로 옮겨진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녀의 얼굴이 이렇게 차가울 리가 없었다.

유이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며 다정하면서도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버림받아서 불쌍한 것.”

이 말에 진은영은 저도 모르게 온몸이 떨렸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남자는 손바닥을 펴서 그녀의 얼굴을 완전히 감쌌다.

도망칠 곳이 없어진 그녀는 억지로 말했다.

“난 버림받지 않았거든요.”

유이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라고?”

진은영은 그를 노려보았지만, 자신의 눈에 고인 물기가 얼마나 애처로워 보이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 모습에 유이준은 가슴이 아려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 곁으로 돌아와 줄래요? 다른 사람은 은영 씨를 원하지 않아도, 나는 원해요. 은영 씨, 난 당신을 원한다고요!”

...

진은영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그녀는 온몸을 떨었지만 있는 힘을 다해 말했다.

“하지만 난 이준 씨가 싫어요.”

유이준은 조금도 화내지 않고 우산을 진은영의 손에 쥐여주고 자신의 손바닥으로 그녀의 손을 덮었다. 차가운 이른 봄비 속에서 그의 손은 너무나 따뜻했고 목소리는 더없이 부드러웠다.

“괜찮아요. 기다릴 수 있어요.”

그 한마디에 진은영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시간은 빗물처럼 흘러갔다...

유이준은 그녀가 걱정되어 집까지 바래다주려 했다. 처음에 진은영은 거절했지만, 유이준이 부드럽게 말했다.

“어쩌겠어요. 전 여자친구가 실연당했는데 내가 전 남자 친구로서 좀 챙겨 줘야죠.”

진은영은 화가 나서 욕을 하고 싶었지만, 순간 강한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남자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촉촉한 빗속, 온 세상이 젖어 있었다. 두 사람의 몸이 닿자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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