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바퀴 둘러보았지만 남성용 슬리퍼 하나 나오지 않았다. 그 사실이 나를 실망스럽게 만들었다. 심지어 모든 흔적을 다 지워버린 후 우리를 데리러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시간, 흔적을 지워버리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정말 쓸데없는 고생이 아닌가. 이미연은 내 정신이 다른 곳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챈 건지 콩이에게 요즘 간식거리를 꺼내어 주고 대형 스크린의 텔레비전을 켜서 애니메이션을 틀어 준 다음 내 옆으로 와서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살짝 부담스러웠다. 그녀는 손을 내 손 위에 포갠 후 내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얘기해 봐.”순간 뜨끔해진 나는 고개를 돌려 이미연을 보며 경계심을 세운 채 손을 빼냈다. “뭘 얘기해 보라는 거야?”“네가 속앓이하는 얘기 말이야.”부드럽게 얘기하는 이미연은 마치 나를 떠보는 듯했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온다. 그런 이미연을 마주하고 있으니 저도 모르게 말투마저 차가워졌다. “속앓이라니? 무슨 소리야?”이미연의 입꼬리가 작게 움찔거렸다. 그리고 바로 일어나서 말했다. “그래 그럼 일단 콩이랑 놀아주고 있어. 가서 맛있는 거 준비해 줄게.”이미연은 외투를 벗고 옷을 갈아입은 후 주방으로 들어갔다.전혀 집중할 수 없었던 나는 스크린에 띄워진 애니메이션을 보며 생각이 복잡해졌다.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갑자기 이미연의 휴대폰이 울렸다. 예민하게 오감을 세운 나는 그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 전화가 마치 신호연이 걸어온 전화일 것 같았다. 나는 몸을 움직여 주방과 가장 가까운 소파로 가서 앉았다. 이미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통화를 하는 것이 들렸다. 나랑 있을 때는 가식 없는 목소리였지만 지금은 간드러진 목소리로 대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대화 내용이 잘 들리지 않았다.심정이 이루어 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했다. 나는 바로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갔다. 하지만 내가 주방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이미연이 통
믿을 수가 없었다. 내 손안의 두 열쇠는 전혀 비슷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왜 다른 거지? 내가 착각했나…’그 여자가 이미연이 아니거나, 아니면 신호연이 다른 열쇠가 있다거나. 하여튼, 지금 당장 내 눈앞에 펼쳐진 사실은 의외의 결과였다. 기뻐해야 할지 머리 아파해야 할지 몰랐다. 나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백지장이 되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나는 고개를 홱 돌렸다. 그 순간, 나는 너무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 이미연이 바로 내 뒤에서 덤덤하게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원하는 답은 찾았어?”여유로운 말투는 마치 이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는 사람 같았다.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미연을 보고 있지만 더욱더 그녀를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내 행동을 들킨 것도 부끄러웠다. 나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이미연과 눈을 똑바로 맞췄다. 이렇게 된 이상 솔직하게 말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차갑게 이미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미연아,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거야? 왜 날 속인 거야? 신호연이랑은 무슨 관계고!”너무도 덤덤한 이미연의 태도에 나는 그만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난 처음부터 널 속여왔어. 네가 말하는 게 뭔지 알아. 내가 찻집에서 신호연을 만난 걸 얘기하는 거지!”이미연은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나를 쳐다보았다. “네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니까! 나 이미연은 널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어. 네 애인을 뺏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아! 우리 사이 우정이 그렇게 얄팍했니?”이미연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나를 압박하며 물었다. 콩이는 우리의 분위기가 심각해진 것을 느꼈는지 짧은 다리로 기어와 내 다리를 안았다. 커다란 눈망울로 나와 이미연을 번갈아 보던 콩이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엄마!”나는 재빨리 무릎을 굽혀 쪼그려 앉아 콩이를 안아 토닥토닥 위로를 해주었다. “걱정하지 마, 아가. 엄마랑 미연 이모는 그저 토론하고 있는 거야. 절대로 싸우는 게 아니야.”이미연
이미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찾은 영상의 화질이 좋지 않아서 그 여자의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어. 게다가 신호연이 안고 있어서 몸도 가려졌고.”“영상은 너한테 있어?”내가 물었다. 그러자 이미연은 휴대폰을 가져와 나에게 CCTV 영상을 보내주었다. 그날 길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신호연은 영상에 잠깐 나왔다. 내가 다려주었던 코트를 입고 말이다. 키가 큰 신호연은 인파 속에서도 눈에 띄었다. 왼팔로는 분홍색 상의를 입은 여자를 안고 있었다. 그 여자는 신호연의 몸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화면을 확대해 보았지만 여전했다. 여자의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신호연은 코트 안에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정말 들키지 않으려고 온갖 수를 썼네.”말을 마치자마자 눈물이 눈 앞을 가렸다. 이미연이 조용히 다가와 내 옆에 앉아 나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나는 휴대폰을 쥔 채 울먹이면서 얘기했다. “그날 밤, 난 유튜브 라이브에서 우연히 신호연을 봤어. 그리고 바로 영상 링크를 보냈고.”나는 잠시 입을 다물고 격해진 감정을 내리눌렀다. “...신호연, 아무 식당에서... 외투만 벗고 식당 복도에서 나랑 영상 통화를 했어. 하하하... 정말 교활한 놈 같으니라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나를 속인 거야!”나는 미친 듯이 웃으면서 손을 뻗어 내 잔에 술을 채우고 또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이미연은 말리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았다. “이미연... 넌 날 속이면 안 돼... 난...”“내가 신호연이랑 찻집에 있던 날, 난 그저 신호연을 떠보려고 했던 거야.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어. 그래서 난 내가 신호연을 단둘이 만난 사실을 너한테 알리고 싶지 않았고.”이미연도 술을 들이켰다. 나는 그대로 쓰러질 것 같았다. 며칠 동안의 초조함, 황공함, 무기력함 등 감정이 한순간에 폭발했다. 나는 이미연에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얘기했다. 그중에는 그가 어제 콩이를 떨어뜨린 다음 거짓말을 한 것도 얘기했다.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신호연이 바로 사무실로 돌아왔다. 나를 보며 여유롭게 웃는 신호연을 보며, 내가 바로 물었다. “서강훈 씨가 연락했나 봐? 오전부터 어딜 간 거야?”“맞아. 연락해 줬어. 오늘부터 출근한다며? 조금 놀랐잖아. 어젯밤에 알려주지.”그는 외투를 벗어 옆에 걸어두고 다시 나를 쳐다보았다. “그저 현장에 가서 한번 봤어.”“갑자기 결정한 거라서 어제 말하지 않은 거야. 오늘 콩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주고 나니까 너무 심심하더라고.”신호연은 내 옆에 와서 앉아 나를 바라보았다. “오는 길에 생각해 봤어. 굳이 출근하겠다면 종합 사업 부문으로 가는 게 어때? 잘 어울릴 거 같은데. 시간도 여유롭고 스트레스받을 일도 크게 없어. 우리 회사의 일이니 당신이 가서 기강을 잡아도 좋고.”“아니, 마케팅 부서에 갈 거야. 난 역시 거기가 가장 어울려!”나는 신호연을 거절한 채 내 의견을 얘기했다. 조금은 제멋대로 같아 보였다. 신호연이 나한테 종합 사업 부문을 추천해 준 이유는 알 것 같았다. 그 부문은 가장 할 일이 적은 부문으로 회사 내부와 큰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회사 내부에 파고들어야 했다. 지금의 신흥건재가 어떤 회사인지 알아야 했다. “하지만 마케팅 부서는 서강훈이...”“괜찮아, 직원부터 시작하면 되지! 서강훈 씨는 지금 당신의 유능한 오른팔이잖아. 그런 사람의 자리를 빼앗을 수는 없지. 난 그저 스스로를 단련하고 싶은 거야. 예전처럼 일할 수 있는지도 궁금하고. 예전이 그립거든.”나는 의미 없는 웃음을 섞어가며 대충 둘러댔다. “어차피 난 시간도 많으니까. 매일 사무실에 앉아만 있는 건 습관 안 될 거 같아. 출근을 안 한 지 4, 5년 정도 되는데 일단 가볍게 시작하려고.”내 말이 끝나자 신호연의 표정이 그제야 풀어졌다. 그는 웃으면서 내 옆으로 왔다. “그래, 그래. 우리 아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 난 당신만 행복하면 되거든.”서강훈은 빠릿빠릿 움직여서 나를 위한 사무실을 준비해 주었다. 작지도 않았고
전화를 걸었더니 기계음이 알려주었다, 지금 거신 전화기가 꺼져있다고. 나는 땅에 꿇어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하지만 지금 더욱 급한 것은 딸이었다. 나는 이를 꽉 깨물고 몸을 일으켰다. 카드를 빼고 돌아가는 다리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중앙 홀로 돌아간 나는 이미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꺼져있었다. 나는 급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왜 다들 폰을 꺼두는 것인지. 왜 다들 매일 급할 때만 연락이 안 되는지. 어쩔 수 없이 시부모님한테 연락을 해봐야 했다. 새벽 한 시라서 두 분을 깨우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화를 받은 시어머니의 목소리는 조금 놀란 듯했다. “지아야, 무슨 일이야? 시간도 늦었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어?”시어머니의 부드러운 말투에 나는 사실대로 말하기 어려웠다. 결국 나는 죄송스러운 태도로 콩이가 고열때문에 병원에 왔는데 내 손에 돈이 없다는 사실을 얘기했다. 두 분은 통화를 끊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달려왔다. 시부모님이 도착했을 때 의사는 이미 콩이에게 링거를 놓아주었다. 급성 폐렴이라고 했다. 나는 새벽에 달려온 시부모님을 보며 미안해졌다. “어떻게 오신 거예요? 연아를 불러서 보내주시면 되는데, 새벽에 불러서 정말 죄송해요!”“연아는 호연이랑 같이 출장을 갔다더라. 집에 없어.”시어머니가 얘기했다. 그리고 바로 콩이의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우리 손녀, 얼마나 아픈 거야? 열은 어느 정도였니?”“39.5도까지 올랐어요. 급성 폐렴이라고 해요. 잠시 아이 좀 봐주시겠어요? 돈을 내러 다녀오겠습니다.”나는 시부모님께 얘기했다. 나는 급하게 돈을 내러 가면서 속으로 신연아한테 불만을 토로했다. 정말 쓸모없는 애였다. 오빠를 따라가서 출장을 간다니, 도움이 되기는커녕 되려 발목만 잡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나는 시부모님을 돌려보냈다. 시어머님은 머뭇거리다가 우리에게 음식을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그들이 떠난 후 나는 점점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오는 딸아이의 얼굴을 보며 무거웠
나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 맞아.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다가 모든 걸 잃고, 원래부터 나의 것이었던 모든 물건들을 잃을 수는 없었다. 차라리 내가 쟁취했다가 잃은 거라면 하나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휴대폰은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이미연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하며 나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생각도 정리되었다. “네 말이 맞아.”나는 얼굴을 닦고 이미연에게 말했다. “다행이야, 이럴 때 너같이 냉정한 사람이 내 곁에 있어서 다행이야. 내가 정신을 차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니까.”휴대폰이 다시 울릴 때, 나는 내 감정을 잘 억누르고 이미연한테서 휴대폰을 받았다. 이미연은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넌 잘할 수 있어!”깊게 숨을 들이킨 나는 휴대폰을 들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여보! 왜 이제야 전화를 받는 거야! 우리 카드 안의 돈은 다 어디 간 거야? 콩이가 새벽에 급성 폐렴으로 병원에 왔는데 현금이 없어서 카드에서 현금을 꺼내려고 했는데 돈이 하나도 없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이미연은 나의 말을 듣더니 이마를 쳤다. 하지만 나는 신호연에 대해서 잘 알았다. 이렇게 말해야 더욱 나다웠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신호연은 더욱 경계할 것이다. “아... 여보, 걱정하지 마! 돈은 내가 잠시 썼어. 돌아가서 얘기해 줄게.”아니나 다를까, 신호연은 바로 나를 위로해 주었다. “콩이는 지금 어때?”“아직도 링거를 맞고 있어. 열이 39.5도까지 올랐어. 진짜 심각해. 언제 돌아올 거야? 제발 빨리 돌아와!”나는 일부러 조급해하며 얘기했다. “나 너무 무서워! 새벽에 시부모님도 다녀가셨어! 다음에 돈을 쓰면 나한테 먼저 얘기해 주면 안 돼? 당신이 집에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예전 같으면 이런 대화는 매우 정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한테 예전의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나도 거짓말을 잘하는 재능이 있는 걸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뻔했다. “알겠어. 바로 돌아갈
나는 그저 헛웃음 터뜨렸다. 어떻게 생각해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얘기하지 못했다. 나도 더 묻지 않고 내일 보기로 했다. 신씨네 집에 돌아와 보니 일가족이 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신연아도 있었다. 내가 돌아온 것을 본 시어머니는 반찬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일단 밥부터 먹자. 지아가 오랜만에 왔잖아?”나는 웃으며 얼른 손을 씻고 도왔다. 한 가족이 모이니 꽤 즐거웠다. 식사할 때 시아버지가 갑자기 신호연에게 출장에 관한 일을 물었다. 신호연은 대충 둘러대며 그저 일을 했다고 말했다. 시어머니는 또 신연아에게 물었다. “넌 네 오빠를 따라가서 뭐 했니?”시어머니의 말에 신연아는 그대로 굳어버려 신호연을 보았다. 신호연은 바로 되물었다. “너도 안양에 갔어?”신연아는 잠시 변명할 거리를 찾는 것인지 굳어버렸다가 대답했다. “아, 나 친구랑 놀러 갔어요!”“그러면 왜 오빠랑 갔다고 거짓말을 해.”시어머니가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신연아는 오히려 화를 냈다. “내가 안양에 가겠다고 하면 보내줄 거예요? 맨날 나가놀지 못하게 하면서.”그들의 대화를 들으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뭐라고 형용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갑자기, 신호연에게 나보다 신연아가 더욱 중요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이 집에서, 이 몇 사람 중에서 나만 외부인이었다. 매번 식사를 할 때의 화제도 거기서 거기였다. 신연아더러 빨리 남자친구를 찾으라고 독촉하면 나는 옆에서 묵묵히 콩이를 살필 뿐, 그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후 신연아는 나갈 준비를 했다. 신호연은 갑자기 물었다. “이렇게 늦었는데 어딜 가는 거야.”“신경 꺼. 네 식구들이나 챙겨. 나는 나가서 바람 좀 쐬면 안 되냐? 남자친구 찾으러 간다, 왜!”신연아는 바로 신호연에게 공격적인 태도로 쏘아붙였다. 그리고 곧 신발을 신고 나가버렸다. 그 뒷모습에 신호연은 또 말을 붙였다. “빨리 돌아와!”나는 신호연을 힐끔 쳐다보았
나는 나 자신을 비웃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돌아갈 길을 생각하고 있다니. 상대는 이미 내 돈을 빼돌리고 있는데 나는 또 돌아갈 길을 생각하고 있었다. 뇌가 어떻게 된 걸까. 나도 모르겠다. 난 그냥 멍청이 같았다. 이미연이 한 말이 맞았다. 신호연은 나를 버렸는데 난 여전히 신호연을 생각하고 있으니. 여태까지 나는 불륜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다. 신호연이 얼마나 교활한지 알 수 있는 점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불륜녀가 누구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건 그저 호기심일 뿐이었다. 보통 이런 일에 부딪히면 자기의 이익을 떼어간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한다. 하지만 결국 그 사람이 누구든지 중요하지는 않다. 이미 자기의 이익을 뺏긴 것만은 사실이 된다. 난 바로 이미연에게 얘기했다. “난 그 돈이 어디로 간 것인지 알고 싶어.”“이미 사람을 시켜서 찾아보고 있어. 너무 급해하지 마.”이미연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대화를 마친 후 회사로 돌아온 나는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어떻게 해야 내가 세운 회사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 나는 신호연을 원래 그대로 내쫓을 생각이었다. 그게 바로 내 유일한 소원이었다. 지금의 회사 사람들은 내가 언제 오든지 언제 가든지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사모님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까. 점심이 되자 사람들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사이에 나도 할 일이 없어졌다. 신호연은 점심에 뭘 먹을 건지 물어보려고 그의 사무실로 갔다. 입구의 비서는 보이지 않았고 절반 열린 문에서 대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신호연은 여전히 사무실에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문을 열려고 하는데 안에서 서강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하지 마십쇼. 제가 형수님께 보여드린 자료들은 다 준비하라고 하신 자료들뿐입니다. 역시 신 대표님이 한수 앞을 내다보시는군요! 하지만 제가 봤을 때 형수님은 사실 회사에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 있는 시간도 길지 않거든요. 제가 볼 때는 출근을 핑계로 대표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