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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절호의 기회

쉴 새 없이 울리는 벨 소리를 들으며 어떻게 나의 심정을 묘사해야 할지 몰랐다. 신호연이 바로 나간 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이미연이 전화가 왔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분명 신호연이 나가서 상황을 보고했을 것이다.

나는 담담하게 전화를 받았다.

“응! 미연아!”

“뭐 하고 있었어? 콩이는 괜찮아?”

이미연의 목소리는 상당히 경쾌하고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비뚤어진 생각을 했다. 나랑 신호연이 한바탕 싸웠으니 이미연은 당연히 기뻐할 수밖에 없지!

“오늘 한가하나 봐? 이른 아침부터 웬 전화야?”

나는 비꼬아서 말했다.

“내가 뭔 로봇도 아니고, 당연히 에너지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내가 밥 사줄까?”

이미연은 웃으며 말했다.

“콩이 아직 안 데려다줬어. 집에서 나랑 놀고 있어.”

나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럼 잘 됐네. 나한테 콩이 좀 보여줘. 저번엔 네가 화가 많이 나서 오래 못 봤잖아.”

이미연은 장난스레 말했다.

생각해 보니 이건 절호의 기회였다. 이미연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이 기회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면 그녀의 열정에 미안한 격이다.

“좋아. 뭘 먹든 상관없어. 그냥 조용히 있고 싶어. 너희 집으로 갈게. 아직까지 날 한 번도 집으로 초대한 적 없잖아. 급한 일 있을 때 네가 연락이 안 되면 난 어디 가서 널 찾아? 집에 꿀단지라도 파묻었어? 왜 그렇게 꽁꽁 숨겨.”

나는 평소의 대화방식대로 가볍게 말했다.

이미연은 망설이는 것 같았고, 나는 휴대전화를 꼭 움켜쥐었다.

“설마 거절할 거야?”

이미연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일부러 자극했다.

“뭔 소리야? 내가 왜 거절해. 우리 집에 남자가 숨어있다고 해도, 남자를 쫓아내고 널 불러야지.”

그녀는 통쾌하게 말했다.

“그래, 그럼 우리 집에서 만나자. 조금 있다가 내가 데리러 갈 테니까, 너랑 콩이는 집에서 나 기다리고 있어. 내가 데리러 갈게!”

전화를 끊은 나는 콩이를 안고 마음이 무거웠다. 이 모든 일이 사실이 아니라면 얼마나 좋을까. 깨어나면 사라지는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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