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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전화 너머의 목소리

나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 맞아.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다가 모든 걸 잃고, 원래부터 나의 것이었던 모든 물건들을 잃을 수는 없었다. 차라리 내가 쟁취했다가 잃은 거라면 하나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휴대폰은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이미연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하며 나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생각도 정리되었다.

“네 말이 맞아.”

나는 얼굴을 닦고 이미연에게 말했다.

“다행이야, 이럴 때 너같이 냉정한 사람이 내 곁에 있어서 다행이야. 내가 정신을 차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니까.”

휴대폰이 다시 울릴 때, 나는 내 감정을 잘 억누르고 이미연한테서 휴대폰을 받았다. 이미연은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넌 잘할 수 있어!”

깊게 숨을 들이킨 나는 휴대폰을 들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여보! 왜 이제야 전화를 받는 거야! 우리 카드 안의 돈은 다 어디 간 거야? 콩이가 새벽에 급성 폐렴으로 병원에 왔는데 현금이 없어서 카드에서 현금을 꺼내려고 했는데 돈이 하나도 없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미연은 나의 말을 듣더니 이마를 쳤다.

하지만 나는 신호연에 대해서 잘 알았다. 이렇게 말해야 더욱 나다웠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신호연은 더욱 경계할 것이다.

“아... 여보, 걱정하지 마! 돈은 내가 잠시 썼어. 돌아가서 얘기해 줄게.”

아니나 다를까, 신호연은 바로 나를 위로해 주었다.

“콩이는 지금 어때?”

“아직도 링거를 맞고 있어. 열이 39.5도까지 올랐어. 진짜 심각해. 언제 돌아올 거야? 제발 빨리 돌아와!”

나는 일부러 조급해하며 얘기했다.

“나 너무 무서워! 새벽에 시부모님도 다녀가셨어! 다음에 돈을 쓰면 나한테 먼저 얘기해 주면 안 돼? 당신이 집에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

예전 같으면 이런 대화는 매우 정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한테 예전의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나도 거짓말을 잘하는 재능이 있는 걸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뻔했다.

“알겠어. 바로 돌아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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