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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효린은 마음이 급했다. 전화기 반대편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조용했다.

“엄마, 엄마! 듣고 있어? 이제 어떡해?”

“그 가정부, 살려두면 안 되겠어.”

한참 지나자 진주는 음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행동해, 서두르지 마. 사람을 붙여. 타이밍이 좋을 때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해!”

...

아람은 회복을 마치고 퇴원했다. 퇴원하던 날, 구만복을 만나기 싫은 백신우를 제외하고는 구씨 가문 식구들이 모두 왔다. 세 사모님마저 해문에서 달려왔다. 가족의 사랑둥이가 마르고 생기가 없는 것을 보자 사모님들은 눈물을 흘렸다.

“아가야, 고생했어.”

초연서는 제일 감성적인 사람이다. 눈물을 흘려 눈은 복숭아처럼 부었고 아람에게 다가가 안아주었다.

“우리 탓이야, 널 지켜주지 못했어. 미안해, 아가야.”

“연서 이모, 사과할 사람은 저예요.”

아람은 초연서를 껴안았다. 마음도 씁쓸해졌다.

“기분이 많이 좋아졌어요? 아빠가 백을 사줬어요? 옷은? 주얼리는? 와, 아빠가 그렇게 인색해요? 아무것도 사주지 않았어요?”

“쯧, 셋째 언니는 이런 걸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귀한 식재료와 특산물을 꽤 많이 가져왔어. 한 달 동안 너한테 맛있는 걸 해주며 몸보신해주겠대.”

강소연은 유민지의 허리를 안고 웃었다.

“네? 제가 산후조리도 아니고, 뼈도 다치지 않았는데, 그럴 필요 없어요!”

아람은 연신 손을 흔들었다. 비록 초연서가 한 요리를 먹고 싶었지만 살찔까 봐 두려웠다.

‘카약을 몇 바퀴 돌아야 살을 뺄 수 있어!”

이때, 길 건너편에서 경주는 쌀쌀한 숲속에 홀서 서서 아람을 쳐다보고 있다. 아람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깊은 눈빛을 떼어낼 수 없다. 오늘 아람이 퇴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중요한 회의를 캔슬하고 달려왔다. 하지만 투명 인간처럼 묵묵히 서서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한 침대에서 자는 부부지만, 지금은 멀리 바라볼 수밖에 없는 꿈이 되었다. 경주는 오랜만에 아람이 예쁘게 웃는 얼굴을 보았다. 아람이 히스테리 하게 소리치고, 심지어 때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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