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경주와 아람이 눈을 마주친 순간, 마치 주변의 소음이 사라진 것처럼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구하영은 좋아하는 사람을 보자 눈은 설렘으로 빛났다. 구하영은 파우더를 꺼내 메이크업을 했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경주에게 다가갔다. 반쯤 도착했을 때 여러 명의 귀족 아가씨가 다가와 구하영의 길을 막았다. 구하영은 드레스를 움켜쥐었다.‘왜 이 남자와 가까워지기가 이렇게 어려워? 구아람은 이렇게 훌륭한 남자와 결혼까지 했어. 하느님은 왜 이리 불공평한 거야? 왜 구아람에게 잘해 줘?’생각할수록 화가 났고, 생각할수록 짜증이 났다. 구하영은 붉어진 눈을 부릅뜨고 억지로 앞에까지 달려들었다. 경주를 보자 넘어지는 척하며 소리를 지르며 경주의 품에 안겼다. 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피하고 싶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피할 수 없어 구하영을 품에 안게 되었다. 달콤하고 진한 향수 냄새가 풍겨오며 경주의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경주는 정말로 구하영을 옆으로 차고 싶었다.“아, 죄송해요, 신 사장님. 제대로 서지 못했어요. 죄송합니다.”구하영은 두 손으로 경주의 가슴을 누르며 불쌍한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웃음꽃이 피었다.‘주동적으로 품에 안긴 여자를 거절할 수 있는 남자는 없을 거야. 더구나 나처럼 예쁜 여자는 더 거절하지 못하겠지.’그러나 구하영이 초롱초롱한 눈을 들고 경주와 눈을 마주치려는 순간 겁에 질려 소름이 돋았다. 경주의 눈동자에는 감정이 보이지 않았고 오싹한 심연에 빠진 것처럼 차가웠다.이때, 진주와 신효린이 우연히 위층에서 내려오다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 신효린은 가까스로 얼굴을 복구했지만, 사실 아직 회복이 되지 않았다. 얼굴의 흉터를 가리기 위해 메이크업을 두껍게 했어야 했다.“신경주의 품에 안긴 여자는 누구야?”진주는 하품을 했다.어젯밤 신광구가 해외 출장을 간 틈을 타 잘생기고 젊은 남자 의사와 하룻밤을 보내 아직도 허리가 아팠다.‘역시 젊은 남자가 좋아.’진주는 그 남자 의사를 알게 된 후 자신의 얼굴도
‘다시 생각해 보니 이소희는 나 대신 신효정과 이유희에게 복수할 수 있어.’이런 생각을 하자 신효린은 안심이 되었다. 이때 신효린은 무심코 보았다. 소파에 앉아 있는 이유희를 보자 거대한 트라우마가 밀려왔다. 순간 다리가 떨리고 힘이 풀려 계단에 주저앉았다. 주변 사람들은 신효린의 비참한 모습을 보자 몰래 비웃었다.“뭐 하는 거야?”진주는 창백한 신효린을 보며 역겨운 표정을 지었다.“사람들이 보잖아. 빨리 안 일어나?”하지만 신효린의 다리가 떨려서 잠시도 일어설 수 없었다. 지금까지 처음으로 위협과 억압, 트라우마에 고통을 받는 느낌을 느꼈다.‘이유희, 넌 악마야!’아람은 구하영이 경주의 품에 몸을 던졌지만 경주는 밀어내지 않은 모습을 보았다. 그러자 가슴이 아픈 느낌이 사지에 퍼졌고 안색도 차가워졌다.유지운은 샴페인 잔을 들고 여유롭게 한 모금을 마셨다. 팔꿈치를 테이블에 대고 턱을 괴며 경주 주변의 무리를 허를 차며 보았다.“사촌 동생, 이제야 이혼한 이유를 알겠네요. 이런 남자는 너무 훌륭하죠. 함께 살면서 매일 걱정되고 안전감이 없었죠. 봐요. 지금 얼마나 자랑스럽겠어요? 전처를 안중에 두겠어요? 정말 헛수고를 하고 있네요.”“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지 않아요?”아람은 유지운을 차갑게 노려보았다.“쓸데없는 말이 아니라 사실이에요. 제 사촌 동생이기에 말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라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유지운은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비켜.”경주는 차갑게 말했다.“네? 아!”구하영이 반응하기도 전에 경주는 세게 밀쳐버렸다. 하이힐을 신은 구하영은 비틀거리더니 뒤로 넘어졌다. 뒤에 있던 두 여자는 이것을 보자 바이러스를 피하는 듯 피했다. 그러자 구하영은 비참하게 넘어졌다. 이때 마침 구해진이 다른 손님들과 함께 밖에서 들어와 딸의 곤경에 처한 모습을 보았다.“구 사장님, 오늘 밤 따님께서도 오셨다면서요?”옆에 있던 손님이 마침 물었다. 구해진은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구하영을 여기로 데려온 것을 후회했다. 이기기도
마치 구하영이 경주의 발밑에 있는 쓰레기인 것 같았다. 구하영은 온몸이 엉망이 되었다. 무릎을 꿇고 앉아서 일어서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비교하지 않으면 상처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상처는 핵무기 수준이었다.“구아람 씨, 무슨 일이 있어요?”경주는 아람 앞으로 다가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네, 잠깐 얘기해도 될까요?”아람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목소리는 크지는 않았지만 주위의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을 만큼이었다. 경주는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네.”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람과 경주가 나란히 자리를 떠났다. 뒤에는 놀라워하는 소리만 들렸다. 부러울 정도로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었다....아람은 경주와 함께 호텔 뒷정원에 왔다. 선선한 밤바람이 아람의 검은 머리카락을 허공에 흩날리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두 사람은 침묵을 했다. 할 말은 많지만 꺼내지 못했다. 그 침묵조차도 똑같아 마음을 아프게 했다.“오늘 밤 구아람 씨가 새 남자 파트너를 데리고 올 줄은 몰랐네.”경주는 먼저 잠적을 깼다. 하지만 말은 너무 듣지 좋지 않았다.“윤 도련님과 함께 올 줄 알았어.”“왜? 유성 씨와 같이 안 와서 실망했어?”아람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반짝이며 무심하게 비웃었다.“나도 신 사장님이 우리 사촌 동생과 친분이 있을 줄은 몰랐어. 방금 두 사람이 다정하게 대화하던데. 내가 갑자기 불러서 네 좋은 일을 망치치 않았지?”‘정말 날카롭게 말하네.’경주는 목구멍에 피가 막히고 숨이 오르내리지 않는 것 같았다. 잘 생긴 얼굴이 붉어지더니 하얘졌다.“이 말 하려고 날 부른 거야?”경주는 차갑게 말했다.“이혼 한지 얼마나 됐는데, 내가 여자와 연락하는 게 아직도 신경 쓰여?”아람은 미소를 지으며 가느다란 손가락을 흔들었다.“신경주, 넌 너 자신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해. 네가 어느 여자를 만나든 나와 상관없어. 하영에게 관심이 있다면 내가 소개해 줄게. 내 사촌 동생이잖아. 어쩌면 우린 가족이 될 수 있어.”경주는
한 마디 욕도 없다. 하지만 아람에게는 마치 몸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칼과 같았다.“신경주, 단 한 번도 네 자존심을 짓밟은 적이 없어. 이혼 후 매번 네가 다가온 거잖아?”아람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은 아름답고 안쓰러웠다.“네 자존심은 네가 버린 거야. 지금 내 탓을 해?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오지 말았어야 했어. 신경 쓰지 말았어야 했어! 이럴 줄 알았더라면, 신경주를 죽게 놔두어야 했어!’경주는 숨이 막히고 갑자기 머리에 강한 어지럼증이 말려오면서 몸이 흔들거렸다.“야! 뭐 하는 거야!”숙-말이 끝나기도 전에 돌멩이가 경주의 뒤통수를 때렸다. 경주는 고통스러워하며 눈썹을 찌푸렸다. 이때 유지운은 이미 성큼성큼 다가와 손을 뻗어 경주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경주는 번개처럼 재빠르게 피했다. 그러자 유지운은 반응하지 못해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며 나아갔다. 원래 팔과 다리가 길어 그 모습이 발버둥 치는 사마귀 같았다.아람은 화가 났었지만 유지운의 우스운 모습을 보자 웃음을 참지 못했다. 경주는 눈썹을 찌푸리고 뒤통수를 만졌다. 머리를 기울이며 잘생긴 얼굴이 어두워졌다.“뒤에서 공격하는데도 이 수준밖에 안 돼요?”“뒤에서 공격하는 건 당신이 망나니짓하는 것보다 나아요!”유지운은 몸에 묻은 먼지를 털며 일어서며 방금 경주의 반응에 대해 여전히 두근거렸다.“이혼하고도 건드려요? 신씨 그룹 사장님이 그저 이 정도예요?”“당신은 도대체 구아람의 누구예요?”경주는 우울한 눈빛으로 유지운을 바라보았다.‘이 여성스러운 남자가, 나약하면서도 구아람을 위해 나에게 손을 대? 아람을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네.’유지운은 입을 열며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몰랐던 순간 아람이 먼저 말했다.“유지운이라고 해. 내가 M 국에서 모셔온 뇌과 의사야.”‘뇌과 의사?’경주는 즉시 무언가를 깨닫고 침묵을 지켰다.“이번에 특별히 온 건 다른 게 아니라 네 병 때문에 온 거야.”아람의 눈빛은 마치 환자를 바라
“유 선생은 M 국의 유명한 뇌과 의사야. 네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 특별히 성주로 모셔왔어.”“돌아가, 필요 없어.”경주는 눈을 내리깔고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신경주, 내가 지금 너와 상의하고 있는 것 같아?”아람은 눈을 부릅떴다.“너도 내가 지금 너와 상의하고 있는 것 같아? 구아람.”경주는 아람과 눈을 마주쳤다. 눈빛은 엄청 차가웠고 마치 얼음장 같았다.“내 일은 너와 아무 상관이 없어. 신경 쓰지 마.”“너!”“연회를 계속 참석하고 싶으면 연회장으로 가. 나하고 이 말만 할 거면 네 사람을 데리고 여기서 나가.”말을 마친 후 경주는 아무런 표정 없이 자리를 떠났다. 마치 아람과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닌 것 같았다.“이 자식! 죽고 싶어?”아람은 경주의 뒷모습을 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경주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신경주, 거기 서! 신경주!”경주의 훤칠한 몸매는 어둠 속에서 사라졌다. 아람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서 있었다. 찬바람이 가녀린 몸을 스치자 온몸에 퍼지는 한기가 마음속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 엄청난 상실감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느껴졌다.“수 백억을 들고 치료를 해달라고 부탁한 사람이 있어도 허락하지 않았는데. 지금 신 사장님 앞에 왔는데 저를 쳐다보지도 않네요, 허.”유지운은 나무에 기대어 장난스럽게 웃었다.“신 사장님을 상남자로 해야 할까요, 아니면 멍청한 놈이라고 해야 할까요?”“멍청한 놈.”아람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냥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죠.”유지운은 약간 떨리는 아람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저기요, 아직도 사랑해요?”아람은 가슴이 찔린 듯 손가락을 움켜쥐었다.“네?”“아직도 신경주를 사랑하냐고요.”“무슨 상관이에요?”“아직 사랑하네요.”유지운은 눈웃음을 지었다.“제 질문을 바로 대답하지 않은 건, 대답한 것과 같아요.”“유지운 씨, 이렇게 된 이상 알려줄게요.”아람은 천천히 돌아서서 유지운을 향해 또박또박 말했다.
구하영은 차에 숨어 대성통곡을 했다. 아이라이너, 마스카라는 이미 엉망이 되었다.“됐어, 울긴 왜 울어! 못난 꼴을 좀 봐!”구해진은 화를 내며 노려보았다.“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는데, 울어도 안 돼요?”구하영은 비참하게 눈물을 닦았다.“신 사장님 정말 너무해요. 앞에서 넘어졌으면 부축해 줘야죠. 어떻게 못 본척할 수 있어요? 신 사장님 눈에는 구아람 그년밖에 없어요. 영혼까지 홀렸다고요!”구해진은 아람을 쳐다보는 경주의 눈빛과 사람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생각하자 화가 났다.“아빠, 신 사장님은 구아람에게 미련이 남았어요. 어떡해요?”구하영은 울면서 물었다.“미련은 무슨! 감정이 있으면 이혼하지 않았겠지! 이혼한다는 건 하루라도 같이 살 수 없다는 거야!”구해진은 우울한 눈빛으로 숨을 내쉬었다.“지금 신경주에게 가까이 가려면 장애물이 구아람 뿐만 아니야. 이씨 가문 계집애도 있잖아!”구하영은 이소희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다. 게다가 얼마 전 이소희와 경주의 호텔 스캔들이 터져 두 가문의 혼인 소식이 떠돌고 있다. 하지만 이소희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람이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날카로운 칼과 같아 때때로 위협적인 느낌을 주며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다.“그러네, 이씨 가문 그 계집애.”구하영은 코를 훌쩍였다.“신 사장님도 참. 구아람을 좋아하는 건 이해하지만, 어떻게 이소희와 얽혀있을 수 있어요? 내가 그 계집애보다도 못해요?”“너, 넌 평소에 똑똑하고 영리하더니, 왜 중요한 순간에는 멍청해져?”구해진은 혀를 찼다.“신경주는 이소희를 좋아하지 않아. 호텔 스캔들은 어쩌면 이소희가 쓴 수단일 수 있어. 신경주에게 시집가서 신씨 그룹 사장님이 되기 위해서야. 만약 신경주가 이소희에게 마음이 있다면, 왜 아직까지 공식 발표도 하지 않겠어? 이 결혼은 절대 못해!”이 말을 듣자 깨달았다. 구하영은 항상 구해진의 말을 잘 들었다. 그리고 구해진이 아이디어가 많다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교
“원래 할 얘기도 별로 없었어.”경주는 소파에 앉아 와인 잔을 들고 샴페인을 원샷했다. 아람을 생각하자 가슴이 막히고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조증과 우울감에 휩싸였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해 눈시울이 붉어졌다.“넌 정말 좋은 말을 할 줄 몰라? 아람이 널 보러 온 건, 화가 풀렸다는 거야! 왜 기회를 잡고 기쁘게 해주지 않아? 설마 내 매부가 되고 싶어? 내가 이씨 그룹을 대표하여 제일 먼저 반대할 거야!”이유희는 눈을 부릅뜨며 급해했다.“유희야. 처음부터 나만 잘못한 것 같아?”술잔을 움켜쥔 경주의 손은 핏줄이 튀어나왔다. 마치 자신을 괴롭히는 어떤 감정을 억지로 억누르는 듯했다.“무슨 말이야? 네 탓이 아니면 아람 탓이야?”“모르겠어.”“신경주, 아람이 한때 널 위해 많은 희생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비난하거나 탓할 권리가 없어. 정말 사랑한다면 아람이 하는 모듯 일이 맞는 거야. 여자와 따지지 마. 그건 정말 멍청한 행위야.”이유희는 직설적으로 말했다. 경주가 생각에 잠겼을 때 두 사람에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신 사장님, 이 도련님, 반가워요!”눈을 들고 보니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이 바로 구해진과 구하영이었다. 경주는 구하영을 보자 눈빛이 차가워졌다.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두 부녀에게 차가운 느낌을 주었다.방금 주차장에서 비참하게 울던 구하영은 다시 정교한 메이크업을 했다. 눈을 분홍색과 빨간색으로 강조를 하며 연약한 모습을 일부러 드러냈다.이유희는 구해진을 잘 몰랐고, 구하영은 더더욱 몰랐다. 하지만 결국 귀족 가문 도련님이라 예의를 챙겼다. 이유희는 일어서서 미소를 지었다.“제가 견문이 좁아요. 실례지만 누구세요?”“구해진입니다. KS 그룹 상무이사입니다.”구해진은 웃으며 말을 했다.“아, 참. 신 사장님은 우리 구씨 가문과 좀 더 친한 것 같네요. 제 조카와 특별한 사이잖아요.”“조카요?”이유희는 멍했다.“큰형의 소중한 딸, 구아람. 아람이 제 조카예요.”말을 하며 구해진은 구하영의 어깨를 껴안
경주는 눈을 들어 구하영을 보지도 않고 술만 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습니다. 마음에 두지도 않았어요.”“하영아, 앞으로 그렇게 덤벙거리면 안 돼. 너도 구씨 가문 아가씨인데, 그러면 되겠어?”구해진은 구하영을 진지하게 혼냈다.“네 사촌 언니를 배워. 다른 사람이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아빠인 나도 네가 별로야!”“아빠, 잘못했어요. 앞으로 사촌 언니에게 제대로 배울게요.”구해영은 가볍게 입술을 물더니 눈물을 글썽거리며 수작을 부렸다.“제가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언니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하겠죠? 예전처럼 저를 무시하진 않을 거예요.”“무시?”경주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차갑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저와 구아람 씨도 한때 부부여서 어떤 사람이지 제가 제일 잘 알아요. 제 곁에 있을 때 신씨 가문의 가정부도 무시하지 않았어요. 왜 사촌 동생을 무시하겠어요?”이유희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경주가 말을 더럽게 하고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머리는 똑똑해.’“그, 그런 뜻이 아니에요.”구하영은 큰 망신을 당하여 얼굴을 붉혔다.“저는 구아람을 잘 알아요. 그래서 그 말을 믿지 않을 거예요. 충고하는데, 밖에서도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정말 구 사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이가 좋다면요.”경주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구하영을 협박하는 말을 하지 않아도 말에서 압박감이 느껴졌다. 구하영은 완전히 당황하여 구해진에게 눈치를 주었다. 구해진은 상황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그, 하영아. 신 사장님께 술을 드려. 잘 사과해! 신 사장님, 저를 봐서라도 하영의 탓을 하지 마세요. 자기 말과 행동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아이에요. 아람을 봐서라도 화내지 마세요, 네?”이보다 더 비천할 수 없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자세를 낮추지 않으면 경주가 자리를 떠날 것 같았다. 경주는 마음속으로 구만복을 존경한다. 구해진은 결국 전 시아버지의 동생이라 어쩔 수 없었다. 이때 웨이터가 샴페인이 여러 잔 담긴 쟁반을 가져왔다. 구하영
“연적?”아람은 왼손으로 턱을 괴고 오른손으로 블루베리를 집어 경주의 입에 넣어주었다.“이유희에게 연적도 있어? 신선하네.”경주도 피식 웃었다.“네가 우리 동생을 감금하듯 지켜주는데. 매일 너랑 네 비서 말고는 누구를 만나?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못 하는데 무슨 연적이야. 꿈꿨어?”“그렇다고!”유희는 초조하여 목소리까지 갈라지며 테이블을 내리쳤다. 어젯밤 자기 품에서 도현 오빠라고 부르는 효정이 떠올랐다. ‘꿈에서 다른 남자 이름을 불렀어!’유희의 가슴은 아파 나며 산산조각이 된 것 같았다.“설마 네가 말한 사람이 우리 도현 오빠야?”아람은 차갑게 유희를 바라보았다. 경주는 멍해졌다. 도현이랑 어떻게 엮인 건지 전혀 상상이 안 된다. 유희는 눈을 부릅뜨며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아람아, 네가 어떻게 알아? 너 신이야?”“신은 무슨!”아람은 어이없었다.“넌 참, 속마음이 얼굴에 쓰여있어. 어젯밤 너와 우리 오빠가 얘기하는 것을 봤어. 네 눈빛이 막 이글거렸어.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근데, 이 사장님. 넌 사람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우리 구씨 가문 남자는 모두 상남자야. 절대 남친 있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 효정이 남자랑 얘기를 했다고 다 연적이라고 생각하지 마.”“도현 도련님은 그럴 분이 아니야. 유희야. 누구를 의심해도 아람이 가족은 의심하지 말아야 해.”경주는 아람의 허리를 안고 유희를 비웃었다. 유희도 한숨을 쉬고 계속 얘기하기 곤란했다. 너무 유치해 보였다.“아. 그래서 효정과 서둘러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했어? 위기감이 들었던 거네.”아람은 유희의 속마음을 모두 꿰뚫어 보았다.“야, 그런 사소한 거로 침착하지 못해? 왜 이렇게 유치해!”유희는 부끄러워 입을 오물거렸다.“혼인신고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정색했다.“지금은 네 집안일을 먼저 해결해야 해. 네가 이씨 그룹에서 안정되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거야.”유희는 여전히 불안했다. ‘나 이유희의 아내
아람은 걸어오는 유희를 바라보았다. 잘생긴 얼굴은 마치 귀신에게 정기를 빼앗긴 것처럼 초췌해져 있었다.“아이고, 이 사장님. 무슨 일이야? 어젯밤 방에서 사랑만 나누었어?”아람은 참지 못하고 놀렸다.“나, 하, 그만 얘기해.”유희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내가 어떻게 말해. 아람 앞에서 친오빠를 욕하면 경주도 영향을 받잖아. 사돈 친척은 이러면 안 돼.’아람은 유희가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말하기 난감하는 것 같아 더 이상 묻지 않았다.“먹을래? 먹으면 네 것까지 만들게.”경주는 돌아서서 유희를 보며 요리를 했다.“입맛이 없어. 안 먹어.”유희는 냉장고로 걸어가 무심코 얼음물 한 병을 꺼내 뚜껑을 비틀어 원샷을 했다. 그리고 빈 병을 구기며 한숨을 내쉬었다.“아람아, 경주야. 나 오늘 효정과 혼인신고 할 거야.”아람과 경주는 깜짝 놀랐다.“뭐? 오늘?”“응, 오늘.”유희의 눈빛은 불타올랐고 목소리는 쉬었다.“생각해 봤는데, 계속 미루면 생각이 더 많아질 것 같아. 가족들이 동의하든 말든 먼저 효정과 혼인신고를 하고 싶어. 혼인신고를 하면 우리는 합법적인 부부야.”“효정은 나 이유희의 정정당당한 아내이고, 이씨 그룹의 사모님이야. 할아버지가 반대해도 소용없어. 내가 이씨 그룹의 권력을 가지면 효정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열어줄 거야. 효정은 내 결정을 이해해 줄 거야.”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프라이팬 위에 있는 계란을 뒤집는 것도 잊어버려 타버렸다.“경주야, 내 신분증이 엄마한테 있어. 좀 있다 가지러 갈 거야. 효정의 신분증은 오늘 가져올 수 있어?”“이유희,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너 오늘 좀 이상해.”아람은 눈을 가늘게 떴다.“왜? 난 그저 효정과 결혼하고 싶을 뿐이야. 무슨 표정이야. 환호하고 응원해 줘야지.”유희는 초조해서 눈썹을 찌푸렸다.“유희야. 효정과 사귄 지 꽤 됐잖아. 전에는 침착하더니 왜 갑자기 이래?”경주는 불을 끄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유희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신분증이 신광
유희는 부드러운 발걸음으로 방으로 들어온다. 효정의 꿈을 방해할까 봐 문 앞에 도착하기 직전에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고 들어갔다. 넓고 편안한 침대 위에서 효정은 가느다란 작은 몸을 이불 속에 웅크려 작은 머리만 드러냈다. 검은색 긴 머리가 느슨하게 풀려졌다. 마치 새하얀 도화지 위에 스친 선명한 먹선 같았다.유희는 침대 옆에 앉아 효정의 잠든 얼굴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손끝으로 뺨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을 떼주었다. 한때 바람둥이이던 유희는 이제 오직 효정만을 바라보고 있다.“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네.”유희의 거친 손끝이 효정의 예쁜 얼굴과 앵두 같은 입술, 예쁜 쇠골을 계속 만졌다.“이 세상에 널 그리워하는 남자는 나뿐인 줄 알았어. 이제 보내 우리 와이프의 매력이 생각보다 큰 것 같아. 앞으로는 널 데리고 나가지 못하겠네.”“만약 누군가가 널 좋아하게 되면 어떡해? 그거 알아? 오늘 밤 일을 듣고 참을 수 없었어. 그 자식이 네 새언니의 친오빠가 아니었더라면 자루를 씌워서 때렸을 거야!”유희는 저도 모르게 손끝에 힘을 주었다. 효정의 속눈썹이 떨리더니 가볍게 낑낑거렸다. 당황한 유희는 효정을 깨울까 봐 급히 손을 거두었다. 바로 이때, 효정이 몸을 뒤집고 이불을 걷어차면서 뜨거운 몸을 드러냈다.비록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지만 잠버릇이 안 좋아 치마가 엉망이었다. 하얀 어깨와 작고 귀여운 가슴의 절반을 드러내며 잠을 잤다. 유희의 눈은 점점 욕망이 찼고 참고 있어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이번에는 정말 못 참을 것 같았다.“음, 정말 제 그림이 마음에 들어요?”효정은 잠꼬대를 했다. 조용한 방에서 유희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정말 그림이 마음에 드냐고? 효정아, 나한테 묻는 거 아니잖아. 누구한테 묻는 거야?’“도현 오빠.”유희의 몸이 순간 뜨거워 나며 머릿속이 텅 비었다. 그러자 유희는 큰 몸으로 효정의 부드러운 몸을 누르며 사납고 악랄하게 효정의 부드러운 입술에 키스했다. 이 충격으로 효
하지만 아람은 유성이 제일 사랑하는 여자이다. 아람을 망쳐버릴 수 없었다.[이제 어떻게 할지 생각했어요?]남자의 나른한 목소리에서 압박이 느껴졌다.“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유성의 안색은 점점 창백해지며 살벌한 기운을 발산했다. 마치 진옥의 끝에서 악마에게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것 같았다.“연구소에서 지금 사람을 즉시 심장 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약을 개발하고 있잖아요. 혹시, 하나 보내주실 수 있어요?”[네? 그건 왜요?]남자는 비아냥거리며 웃었다.[설마 자신에게 주사하려는 건 아니죠? 윤 사장님은 정말 겁도 없네요. 지난 몇 년 동안 자신에게 주사한 게 아직도 부족해요? 그 약은 아직 임상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서 매우 위험해요.”“알아요. 하지만 이건 최후의 수단이에요. 이 약에 모든 것을 걸 거예요.”유성의 눈이 충혈되며 이성마저 무너지고 있다.[어휴, 몸이 건강하고 능력이 있으면 절대 실패할 수 없어요. 그저 여자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남자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게다가 지금 당신은 구아람 눈에서 최악이에요. 만약 사고가 생기면 얼마나 기뻐하겠어요.]“저한테 쓰지 않아요.”[그래요?]“동정심과 죄책감은 인간 본성에서 극복하기 가장 어려운 약점이에요.”유성의 눈빛은 어두웠다.“아람은 착한 여자예요. 평상 저한테 빚을 지게 할 거예요. 이래야 제가 아람을 곁에 둘 수 있어요.”...이야기를 나눈 후 아람과 경주는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유희는 이 시간에 효정이 이미 잠들었다는 것을 알고 서재로 향해 밀린 공무를 처리하고 잘 생각이었다. 유희는 변했다. 예전에 지구가 파괴되어도 유희의 잠을 방해할 수 없었다. 이제 그룹 업무를 다 하기 전에는 한숨도 잘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노력은 효정에게 행복한 미래를 주기 위한 것이다.“도련님.”정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유희는 뒤를 돌아보았다.“아직 안 잤어? 날 신경 쓰지 말고 효정을 지켜. 혹시 목이 말라서 깨
구만복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기 비서를 바라보았다.“보아하니 신경주를 많이 좋아하네?”기 비서는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오해예요. 그냥 사실을 말씀드린 거예요. 제가 아가씨를 어렸을 때부터 봐왔어요. 아가씨가 상처를 받으면 저도 가슴이 아파요.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인생을 보냈으면 좋겠어요.”“이 말도 신경주를 칭찬하고 있는 거잖아!”기 비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 갑자기 구만복은 걸음을 멈추고 창문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기 비서도 의아해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 각도에서 해장원 문 앞이 보였다. 유성은 아람에게 주려던 딤섬을 바닥에 내려쳤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아서 발로 두 번 차며 딤섬을 산산조각 냈다.“허, 성질도 좋은 편은 아니네.”구만복은 경멸의 눈빛으로 비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기 비서는 다른 사람으로 변한 유성을 바라보자 아람이 유성을 선택 안 한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예전에 구만복의 냉대를 받고 거절을 당하여 해장원 문앞에 서 있는 사람은 오직 경주였다. 하지만 유성은 자신도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승부욕이 강하고 자존심이 강한 유성에게는 심장을 찌르는 것 같고 큰 수치였다.“윤, 윤 사장님. 진정하세요!”우 비서는 몸을 숙여 바닥에 있는 쓰레기를 주우며 겁에 질린 채 위로했다.“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 구 회장님은 항상 사장님을 좋아하셨어요. 갑자기 싫어할 수는 없어요. 우린 그래도 신경주 그 자식보다 나아요!”“오늘 밤 구아람 씨가 구 회장님을 화나게 했을 거예요. 화풀이할 곳이 없었는데 마침 사장님을 만나서 화내는 거예요. 화가 풀리면 구 회장님은 사장님을 생각하실 거예요.”“이번에는 달라.”유성의 충혈된 눈은 사람을 산 채로 찢어버릴 수 있는 듯했다. “구만복은 이미 아람과 신경주를 허락한 것 같아.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 거고, 나를 도와주지도 않을 거야.”구만복은 현재 두 사람의 관계에 가장 타격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지난번 소희를 이
이 말을 듣자 유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비록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만복의 모든 말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느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분노가 창백한 얼굴을 태웠다.“아저씨, 신경주가 하는 짓은 모두 아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예요. 아람을 속이는 거라고요!”유성은 주먹을 움켜쥐고 손가락이 살에 파고들 것 같았다. 순간 경주를 죽여버리고 싶었다.“만약 진심으로 아람을 사랑한다면, 3년의 결혼 생활을 할 때 계속 곁에 있어 주었겠죠. 정상적인 남자라면 아람처럼 예쁘고 훌륭한 여자를 왜 좋아하지 않겠어요?”“하지만 신경주는 무자비하게 아람을 버렸어요. 신경주는 아람에게 진심이 아니에요. 사랑이 아니에요!”“사랑이 아니야?”구만복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세요? 신경주가 언제부터 아람을 좋아하게 됐는지. 이혼 후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던 아내가 KS의 아가씨라는 것을 알고 시작한 거잖아요.”“모두가 알다시피, 신경주는 신 회장님 본처의 아들이 아니에요. 신경주의 어머니는 명예스럽지 않아요. 신경주는 사생아와 마찬가지예요. 신 회장님 장남의 건강이 좋았더라면 신경주에게 신씨 그룹을 맡기겠어요?”“지금 아람에게 집착을 하는 게 목적이 없이 순수한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사심이 없을까요? 구씨 가문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곤란한 상황을 바꾸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아요?”유성은 마음이 급해 입이 닳도록 말을 했다.“신경주가 아람을 강요하여 이혼을 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려고 했어요. 이미 엄청 비겁한 짓을 했어요. 한 번 있으면 두 번이 있고, 세 번이 있을 거 같지 않아요? 정말 소중한 딸 아람으로 신경주의 선을 넘어보실 거예요?”옆에서 듣고 있던 기 비서는 눈썹을 찌푸리며 유성을 노려보았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이 윤 도련님은 정말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하네. 저 입으로 나쁜 사람을 도와주고 사실을 뒤집으면 꽤 타격이 크겠네.’“윤 도련님. 우리 딸에 대해 이 아버지보다 더 잘 알고 있네.”
‘아. 너무 멋있어! 너무 매력적이고 남자다워. 너무 섹시해! 구아람 씨가 무슨 안목이야. 왜 우리 윤 사장님처럼 훌륭한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 거야?’이때 저 멀리서 목표물이 천천히 움직였다. 가까이 다가오자 그 목표물은 경주의 사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유성이 연속으로 쏜 세 발은 정확히 경주의 머리를 조준했다.“너무 대단하세요! 윤 사장님의 사격 수준은 정말 신과 같아요. 한 발도 놓치지 않으셨어요!”우 비서는 바로 박수 치며 아부를 했다.“아쉽네.”유성은 총을 거두며 창백한 입술을 열었다.“아쉬워요?”“사진일 뿐 실제 사람이 아니잖아.”유성은 우 비서를 보지 않고 슈트 바지 주머니에서 네모난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총을 닦았다.“무슨 일이야?”“윤 사장님, 구 회장님을 미행하던 사람이 소식을 전해왔어요. 구 회장님께서 오늘 밤 구아람 씨와 신경주를 찾으러 갔는데, 구아람 씨를 데려가지 않았어요.”이 말을 하자 우 비서는 식은땀을 흘렸다. 역시 유성의 눈빛도 점차 어두워졌다.“아람을 데려가지 않았어? 그럼 아람은 아직도 신경주와 함께 이유희 집에 있다는 거야?”“네.”우 비서의 목소리까지 떨렸다. 유성의 눈빛이 사나워지며 갑자기 총알을 장전하더니 바닥을 향해 몇 발을 쏘아댔다. 총알은 우 비서의 발 아래에 터지자 겁에 질려 혼비백산했지만 감히 소리도 내지 못했다. 총알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유성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시울을 붉혔다.“차 준비해!”...구만복이 해장원에 돌아올 때 이미 새벽 12시가 되었다. 아람을 찾으러 갈 때 안색이 엄청 어두웠지만, 지금은 이미 생각을 마친 것 같았다. 아람이 경주의 보살핌을 받아 살진 모습을 생각하자 걱정되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심지어 약간의 후회도 있었다. 당시 아람을 강력하게 감금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람도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에 창문을 뛰어내려 탈출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두근거리네. 만약에 아람이 뛰어내리다가 큰 사고가 나면 나도
유희도 마른침을 삼켰다. 순간 욕망이 불타오르며 오늘 밤 효정과 어떻게 사랑을 나눌지 생각을 마쳤다.“이 변태야!”아람은 입술을 깨물고 팔꿈치로 경주의 갈비뼈를 힘껏 때렸다. 세 사람은 거실로 돌아와 앉았다. 이 시간 효정은 이미 티비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정연은 효정을 챙겨주고 아람과 경주, 유희에게 차를 준비해 주었다. 유희를 바라보며 말할지 말지 고민했다. 아직 보고할 타이밍이 아닌 것 같았다.“본가에 갔었어.”유희는 눈을 내리깔고 차를 한 모금 하셨다. 말투는 나지막하고 죄책감이 가득 찼다.“경주야, 아람아. 우선 먼저 사과하고 싶어. 할아버지가 결국 이소희를 꺼냈어.”이 이름을 듣자 경주의 눈빛은 순간 차가워졌다. “정말 큰 잘못을 저질렀어. 하지만 유죄 판결을 받을 정도는 아니야. 열흘 정도 구속되면 풀려날 거야. 이미 예상했어.”아람은 감정 기복이 없었고 오히려 침착했다.“하지만 풀려도 이소희가 국내에서 이미 얼굴을 들지 못할 거야. 스캔들 때문에 명예를 완전히 잃을 거야.”“이소희 그 계집애의 얼굴을 내밀고 불빛 아래 서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어 하던 꿈은 완전히 깨졌어. 이씨 가문 출신이라도 이미 공식적으로 차단 되었어.”“공식 생사, 방송국, 심지어 라이브에도 나타나면 안 돼. 피아니스트가 되는 건 말할 것도 없어. 성주에서 악명이 높은 두 여자, 진주랑 이소희. 둘 다 오래도록 유명해질 거야.” “부족해. 너무 부족해.”경주의 눈에는 모든 것을 재로 만들 듯 분노의 불김이 잠재웠다. 손에 힘을 주자 아람의 손까지 아프게 했다.“아람에게 준 상처는 목숨으로 죄를 치러도 과분하지 않아. 이런 벌은 너무 부족해. 법이 이소희를 풀어주었다고 해도 난 그러지 않을 거야. 이소희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아람의 가슴이 잔잔히 떨리며 경주의 어깨에 기대었다. 왠지 모르게 안도감이 느껴졌다.“어휴, 경주야, 넌 나설 기회도 없을 거야. 내가 이미 보내버렸어.”유희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며 눈썹을 찌푸렸다.“할
도현의 가벼운 말 한마디가 곧바로 분위기를 살벌하게 했다. 유희는 눈을 부릅뜨며 온몸의 신경이 예민하게 긴장했다. ‘유희 오빠는 효정이만 부를 수 있는 애칭인데, 이 자식이 갑자기 왜 이렇게 불러?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집까지 쳐들어왔어?’“오빠, 아직 안 갔어?”대치를 할 때 아람과 경주가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다가왔다. 날카로운 아람은 두 남자가 상대하는 모습을 보자 의심하는 듯한 눈빛으로 봤다.“아, 내가 문을 못 열었어. 마침 유희 도련님이 돌아와서 문을 열어줬어. 지금 갈 거야.”도현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람을 향해 활짝 웃었다.“아람아, 오빠가 바쁜 일정을 마치면 같이 여행이나 가자. 맨날 같은 남자랑 붙어있지 마. 심심하잖아.”경주는 말문이 막혔다. 농담이라는 것을 알고, 친오빠라는 것도 알지만 질투하기 시작했다. 도현이 떠난 후에도 유희는 침착하지 못하고 경계했다. 집에 없는 동안 도현이 효정을 만났고, 교류가 있었다고 생각했다.“유희야, 왜 그래. 안색이 안 좋아.”경주는 걱정스럽게 물었다.“괜찮아.”유희는 답답한 듯 숨을 내쉬었다.“미안해. 내가 오빠보고 자료를 가져오라고 했어. 너한테 미리 말하지 못했네.”아람처럼 예리한 사람은 바로 유희의 마음을 알아채고 주동적으로 사과했다.“넌 경주랑 친구잖아. 하지만 여긴 너와 효정의 집이야. 우린 잠깐 있는 건데, 외부인을 들여보낸 건 확실히 실례였어. 다음부터 그러지 않을게.”경주는 깜짝 놀라 아람의 허리를 안고 급히 유희 대신 해명했다.“아람아,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유희가 그렇게 쪼잔한 사람은 아니야.”유희는 눈을 부릅뜨고 손을 흔들었다.“형수님, 그런 말을 하는 건 날 깎아내리는 거잖아. 네가 와서 지내는 건 나도 기쁘고 경주도 기뻐. 우리 와이프도 좋아해. 네가 온 후로 효정의 기분이 엄청 좋아. 말도 많아졌어. 너희들이 쭉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 난 절대 반대하지 않아!”아람은 경주의 품에 안기며 다정하게 눈을 마주쳤다.“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