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선생은 M 국의 유명한 뇌과 의사야. 네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 특별히 성주로 모셔왔어.”“돌아가, 필요 없어.”경주는 눈을 내리깔고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신경주, 내가 지금 너와 상의하고 있는 것 같아?”아람은 눈을 부릅떴다.“너도 내가 지금 너와 상의하고 있는 것 같아? 구아람.”경주는 아람과 눈을 마주쳤다. 눈빛은 엄청 차가웠고 마치 얼음장 같았다.“내 일은 너와 아무 상관이 없어. 신경 쓰지 마.”“너!”“연회를 계속 참석하고 싶으면 연회장으로 가. 나하고 이 말만 할 거면 네 사람을 데리고 여기서 나가.”말을 마친 후 경주는 아무런 표정 없이 자리를 떠났다. 마치 아람과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닌 것 같았다.“이 자식! 죽고 싶어?”아람은 경주의 뒷모습을 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경주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신경주, 거기 서! 신경주!”경주의 훤칠한 몸매는 어둠 속에서 사라졌다. 아람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서 있었다. 찬바람이 가녀린 몸을 스치자 온몸에 퍼지는 한기가 마음속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 엄청난 상실감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느껴졌다.“수 백억을 들고 치료를 해달라고 부탁한 사람이 있어도 허락하지 않았는데. 지금 신 사장님 앞에 왔는데 저를 쳐다보지도 않네요, 허.”유지운은 나무에 기대어 장난스럽게 웃었다.“신 사장님을 상남자로 해야 할까요, 아니면 멍청한 놈이라고 해야 할까요?”“멍청한 놈.”아람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냥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죠.”유지운은 약간 떨리는 아람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저기요, 아직도 사랑해요?”아람은 가슴이 찔린 듯 손가락을 움켜쥐었다.“네?”“아직도 신경주를 사랑하냐고요.”“무슨 상관이에요?”“아직 사랑하네요.”유지운은 눈웃음을 지었다.“제 질문을 바로 대답하지 않은 건, 대답한 것과 같아요.”“유지운 씨, 이렇게 된 이상 알려줄게요.”아람은 천천히 돌아서서 유지운을 향해 또박또박 말했다.
구하영은 차에 숨어 대성통곡을 했다. 아이라이너, 마스카라는 이미 엉망이 되었다.“됐어, 울긴 왜 울어! 못난 꼴을 좀 봐!”구해진은 화를 내며 노려보았다.“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는데, 울어도 안 돼요?”구하영은 비참하게 눈물을 닦았다.“신 사장님 정말 너무해요. 앞에서 넘어졌으면 부축해 줘야죠. 어떻게 못 본척할 수 있어요? 신 사장님 눈에는 구아람 그년밖에 없어요. 영혼까지 홀렸다고요!”구해진은 아람을 쳐다보는 경주의 눈빛과 사람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생각하자 화가 났다.“아빠, 신 사장님은 구아람에게 미련이 남았어요. 어떡해요?”구하영은 울면서 물었다.“미련은 무슨! 감정이 있으면 이혼하지 않았겠지! 이혼한다는 건 하루라도 같이 살 수 없다는 거야!”구해진은 우울한 눈빛으로 숨을 내쉬었다.“지금 신경주에게 가까이 가려면 장애물이 구아람 뿐만 아니야. 이씨 가문 계집애도 있잖아!”구하영은 이소희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다. 게다가 얼마 전 이소희와 경주의 호텔 스캔들이 터져 두 가문의 혼인 소식이 떠돌고 있다. 하지만 이소희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람이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날카로운 칼과 같아 때때로 위협적인 느낌을 주며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다.“그러네, 이씨 가문 그 계집애.”구하영은 코를 훌쩍였다.“신 사장님도 참. 구아람을 좋아하는 건 이해하지만, 어떻게 이소희와 얽혀있을 수 있어요? 내가 그 계집애보다도 못해요?”“너, 넌 평소에 똑똑하고 영리하더니, 왜 중요한 순간에는 멍청해져?”구해진은 혀를 찼다.“신경주는 이소희를 좋아하지 않아. 호텔 스캔들은 어쩌면 이소희가 쓴 수단일 수 있어. 신경주에게 시집가서 신씨 그룹 사장님이 되기 위해서야. 만약 신경주가 이소희에게 마음이 있다면, 왜 아직까지 공식 발표도 하지 않겠어? 이 결혼은 절대 못해!”이 말을 듣자 깨달았다. 구하영은 항상 구해진의 말을 잘 들었다. 그리고 구해진이 아이디어가 많다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교
“원래 할 얘기도 별로 없었어.”경주는 소파에 앉아 와인 잔을 들고 샴페인을 원샷했다. 아람을 생각하자 가슴이 막히고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조증과 우울감에 휩싸였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해 눈시울이 붉어졌다.“넌 정말 좋은 말을 할 줄 몰라? 아람이 널 보러 온 건, 화가 풀렸다는 거야! 왜 기회를 잡고 기쁘게 해주지 않아? 설마 내 매부가 되고 싶어? 내가 이씨 그룹을 대표하여 제일 먼저 반대할 거야!”이유희는 눈을 부릅뜨며 급해했다.“유희야. 처음부터 나만 잘못한 것 같아?”술잔을 움켜쥔 경주의 손은 핏줄이 튀어나왔다. 마치 자신을 괴롭히는 어떤 감정을 억지로 억누르는 듯했다.“무슨 말이야? 네 탓이 아니면 아람 탓이야?”“모르겠어.”“신경주, 아람이 한때 널 위해 많은 희생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비난하거나 탓할 권리가 없어. 정말 사랑한다면 아람이 하는 모듯 일이 맞는 거야. 여자와 따지지 마. 그건 정말 멍청한 행위야.”이유희는 직설적으로 말했다. 경주가 생각에 잠겼을 때 두 사람에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신 사장님, 이 도련님, 반가워요!”눈을 들고 보니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이 바로 구해진과 구하영이었다. 경주는 구하영을 보자 눈빛이 차가워졌다.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두 부녀에게 차가운 느낌을 주었다.방금 주차장에서 비참하게 울던 구하영은 다시 정교한 메이크업을 했다. 눈을 분홍색과 빨간색으로 강조를 하며 연약한 모습을 일부러 드러냈다.이유희는 구해진을 잘 몰랐고, 구하영은 더더욱 몰랐다. 하지만 결국 귀족 가문 도련님이라 예의를 챙겼다. 이유희는 일어서서 미소를 지었다.“제가 견문이 좁아요. 실례지만 누구세요?”“구해진입니다. KS 그룹 상무이사입니다.”구해진은 웃으며 말을 했다.“아, 참. 신 사장님은 우리 구씨 가문과 좀 더 친한 것 같네요. 제 조카와 특별한 사이잖아요.”“조카요?”이유희는 멍했다.“큰형의 소중한 딸, 구아람. 아람이 제 조카예요.”말을 하며 구해진은 구하영의 어깨를 껴안
경주는 눈을 들어 구하영을 보지도 않고 술만 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습니다. 마음에 두지도 않았어요.”“하영아, 앞으로 그렇게 덤벙거리면 안 돼. 너도 구씨 가문 아가씨인데, 그러면 되겠어?”구해진은 구하영을 진지하게 혼냈다.“네 사촌 언니를 배워. 다른 사람이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아빠인 나도 네가 별로야!”“아빠, 잘못했어요. 앞으로 사촌 언니에게 제대로 배울게요.”구해영은 가볍게 입술을 물더니 눈물을 글썽거리며 수작을 부렸다.“제가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언니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하겠죠? 예전처럼 저를 무시하진 않을 거예요.”“무시?”경주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차갑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저와 구아람 씨도 한때 부부여서 어떤 사람이지 제가 제일 잘 알아요. 제 곁에 있을 때 신씨 가문의 가정부도 무시하지 않았어요. 왜 사촌 동생을 무시하겠어요?”이유희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경주가 말을 더럽게 하고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머리는 똑똑해.’“그, 그런 뜻이 아니에요.”구하영은 큰 망신을 당하여 얼굴을 붉혔다.“저는 구아람을 잘 알아요. 그래서 그 말을 믿지 않을 거예요. 충고하는데, 밖에서도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정말 구 사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이가 좋다면요.”경주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구하영을 협박하는 말을 하지 않아도 말에서 압박감이 느껴졌다. 구하영은 완전히 당황하여 구해진에게 눈치를 주었다. 구해진은 상황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그, 하영아. 신 사장님께 술을 드려. 잘 사과해! 신 사장님, 저를 봐서라도 하영의 탓을 하지 마세요. 자기 말과 행동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아이에요. 아람을 봐서라도 화내지 마세요, 네?”이보다 더 비천할 수 없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자세를 낮추지 않으면 경주가 자리를 떠날 것 같았다. 경주는 마음속으로 구만복을 존경한다. 구해진은 결국 전 시아버지의 동생이라 어쩔 수 없었다. 이때 웨이터가 샴페인이 여러 잔 담긴 쟁반을 가져왔다. 구하영
“구하영 씨, 아시겠지만 저는 사촌 언니의 전 남편이에요.”경주의 옆모습은 날카로운 칼과 같아 아름답고 두렵게 했다. ‘드디어 주동적으로 말을 걸었네, 하지만 입을 열면 구아람이네.’“네, 알아요.”구하영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그러니까 조심해야 해요. 특히 언니가 있을 땐 제 앞에 나타나지 말아야죠.”구하영은 마치 홀린 듯 이 말의 듯을 착각했다. 그러자 얼굴을 붉혔다.“그, 그럼 언니가 없을 땐 제가...”“다른 시간에는 저와 만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동으로 무시할 테니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경주의 눈썹을 칼처럼 차가웠고 샴페인 한 잔을 들어 마셨다. 구하영은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저 호의가 무시당한 것 같았다. 수년 동안 연애 분야에 꽤 잘 나갔었다. 남자들이 구하영에게 집착을 했었다. 이렇게 자세를 낮추고 남자의 비위를 맞추는 건 처음이었다.‘하지만 상관없어. 신경주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경주의 여자가 되면 구해진과 구만복 앞에서 얼굴을 당당하게 들 수 있는 것 같았다. 경주는 계속 술만 마셨다.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하영은 경주 곁에 앉아 함께 술을 마시며 반응을 살폈다. 그러자 눈 아래에는 알 수 없는 음흉한 미소가 보였다.방금 구해진이 웨이터에게 술을 가져오라고 할 때 모든 음모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다.‘마셔, 더 마여. 취하면 아람을 잊어버릴 수 있어. 그럼 눈에는 나만 보일 거야.’...아람과 유지운은 뒷마당에서 나온 후에도 급히 돌아가지 않았다. 경주를 놓을 수 없어서가 아니라 오랜 친구인 진주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봐도 진주를 만나지 못해 유지운은 초조해졌다.“저기, 도대체 뭘 찾고 있는 거예요?”“누구를 찾고 있어요.”“누구요?”“상관하지 마세요.”아람은 원수를 찾는 데만 몰두한 나머지 유지운의 말을 대답하지 않았다.“쯧, 뭐야. 수상하네.”유지운은 입을 삐죽거렸다.“참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진주의 개인 비서와 가정부가 휴게실에서 나왔다. 아람은 급히 유지운을 끌고 기둥 뒤에 숨어 그들을 바라보았다.“요즘 사모님께 무슨 일이 있어요? 이상해요.”가정부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맞아요, 올 때는 괜찮았는데 갑자기 춥다며 옷을 가져다 달라고 해서 겨우 가져와서 입혔는데, 또 덥대요. 제가 가져온 옷이 너무 두껍다며 심하게 꾸짖으셨어요.”비서는 분했다.“그뿐만 아니라 사모님이 지금 몸이 문제 있는 것 같아요. 더웠다 추웠다 하며 이상해요. 식욕도 엄청 커졌어요!”가정부는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한밤중에 부엌에서 사모님이 냉장고에 있는 케이크를 우걱우걱 먹는 모습을 봤어요!”“정말이에요? 사모님은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단것을 먹은 적이 없어요!”“그러게요, 미친 듯이 입에 넣었어요. 정말 무서웠어요.”아람과 유지운은 그 말을 똑똑히 들어 동시에 눈썹을 찌푸렸다.“그리고...”가정부가 비서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더니 목소리를 더 낮추었다.“사모님께서 바람을 피우지 않았어요?”비서는 깜짝 놀라 가정부를 찔렀다.“살고 싶으면 이 말을 입 밖에 내지 마요! 전 모른 척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 절대 말하지 마세요, 알겠어요?”“네, 네, 그런데 정말 바람피우고 있어요?”가정부는 여전히 물었다.“자세한 건 모르겠어요. 사모님이 요즘 성형 병원에 자주 가요. 그 젊은 남자 의사와 친해요. 하지만 이걸로 바람을 피운다고 할 수 없어요.”두 사람은 재빨리 출입구에서 사라졌다. 이 말을 들은 아람은 눈썹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음, 이상하네.”유지운은 턱을 잡고 의아했다.“당신도 이상한 것 같아요?”“폭식에, 추웠다 더웠다 하고 정서가 안정적이지 않다. 이런 특징은 마치 약을 끊는 사람들에게 생기는 특징과 같아요.”아람은 차갑게 입꼬리를 올리며 유지운에게 등을 돌린 채 전화를 했다. 반대편에서 누군가 재빨리 받았다.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매우 공손하고 예의가 있었다.“구아람 씨
“천천히, 더 무서운 여파는 아직 오지 않았어요.”아람은 방금 두 사람이 한 말과 일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지금 이렇게 된 건, 다른 사람들과 상관없어. 다 스스로 자초한 거야.”“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주사 한 방으로 죽게 할 수 있어요.”장현중은 감정 없는 로봇처럼 생사를 쉽게 생각했다.“어...”“원래는 진주가 개인적으로 약물을 남용하고 합의서에 성명했다면 본인이 일부 책임이 있어요. 약물 때문에 사망하는 건 성형 업계에서 흔한 일이에요. 결국 의료 과실로 처리될 거예요. 제가 의사 면허를 취소하고 2년 동안 감방에 있으면 돼요.”장현중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 진주와 같은 악독한 여자를 위해 인생을 바치면 너무 아까워.”아람은 한숨을 쉬었다.“현중아, 내 밑에서 일하지만 걱정하지 마, 무사하게 해줄 테니 이 문제는 너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야.”“괜찮아요. 전 다 괜찮아요. 제일 중요한 건 가족을 위해 복수하는 거예요.”장현중은 자신을 완전히 위험에 빠뜨렸다.“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증거를 보관하고 있으니 언제든 꺼내서 진주의 명예를 잃게 할 수 있어요.”“지금은 때가 아니야.”아람은 몰래 주먹을 움켜쥐며 심호흡을 했다.“지금 그 증거를 폭로한다고 해도 진주를 완전히 쓰러뜨릴 수 없어. 모든 것을 잃고, 신광구 이 백도 잃게 할 거야. 모든 사람들이 진주를 역겨워하게 할 거야. 한다 해도 다시는 돌아설 수 없게 만들어야 해!”...경주의 주량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오늘 밤은 왠지 모르게 몇 잔만 마시고도 머리가 무겁고 숨을 쉴 수 없고 눈도 뜨지 못했다.이때, 무도회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모두 댄스 플로어로 갔고 아무도 경주와 구하영을 보지 않았다.경주는 힘겹게 숨을 쉬었다. 손을 뻗어 넥타이를 잡아당겼고 마른침을 삼키며 얼굴도 빨개졌다. 마치 가벼운 깃털이 예민한 신경을 스치는 것처럼 아랫배를 따라 걷잡을 수 없이 열기가 치밀어 올랐다.“신 사장님, 왜 그러세요? 어디 불편해요?”구하영
경주는 피를 흘리는 것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눈으로 구하영을 노려보았다. 구하영은 겁에 질려 소름이 돋았다. 숨을 헐떡이며 당황한 채 설명했다.“신 사장님, 다른 뜻이 아니라, 그저 걱정한 거예요!”경주는 두 손으로 소파를 누르고 부축을 받으며 일어섰다. 일어서자마자 하늘이 돌아가는 듯 어지러웠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온몸에 퍼졌다. 경주는 헐떡이며 땀을 뻘뻘 흘렸다. 섹시하고 허약한 모습은 구하영을 멍하게 했다. 경주는 홀로 벽을 붙잡고 연회장을 비틀거리며 나갔다. 하지만 구하영은 포기하지 않고 바로 따라갔다. 오늘 밤은 흔치 않은 기회이다. 그래서 무조건 잡아야 했다. ‘신경주의 아이를 임신하면 구아람이든 이소희든, 날 말릴 수 없어!’빈 복도에서 구하영이은 점점 더 대담했다. 바로 경주의 품에 안기며 구해진의 말대로 예의염치를 버렸다.“신 사장님, 서 있지도 못하는데 방으로 들어가서 쉴까요, 네?”“꺼져, 건들지 말라고 했잖아, 사람 말을 못 알아들어?”경주는 온 힘을 다해 구하영을 다시 밀어냈다. 눈에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혐오감은 너무 날카로웠다. 마치 구하영에게 전염병이 있는 것 같았다. 구하영은 불안하고 화가 나서 이를 악물고 경주를 세게 잡아당기려 했다.“뭐 하는 거야?”갑자기 차갑고 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하영은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고 급히 경주의 팔을 놓았다. 이유희의 눈에는 강렬한 분노로 가득 찼다. 성큼성큼 경주 곁으로 다가오더니 경주의 어깨를 감싸며 재빨리 구하영에게서 멀어졌다.“구하영 씨, 도대체 뭐 하려는 겁니까?”“저, 저...”구하영은 억지로 진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유희의 카리스마에 머리가 터질 뻔했다.“신 사장님이 기분이 좋지 않아 술을 많이 마셨어요. 취해서 위층에서 쉬도록 도와주고 싶었어요.”“취해요? 경주의 주량을 제가 누구보다 잘 알아요. 당신과 술을 마시기 전에는 멀쩡했는데, 같이 마시고는 취했다고요?”이유희는 의심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 도련님, 그게 무
“소연 씨, 오늘 밤 신 사장님과 함께 데리러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예요.”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맹새했다.[들키는 게 두렵지 않아요. 그제 그 시간에만 나갈 수 있어요.]만소연은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데리러 가는 건 소연 씨 안전을 생각해서예요.”경주는 엄숙한 말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지금 윤씨 가문이 소연 씨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있을 수 있어요. 만약 갑자기 나가서 윤씨 가문 사람에게 들키면 위험해질 수 있어요.”만소연은 깜짝 놀랐다.[구, 구아람 씨, 이 분은.]“소연 씨, 두려워하지 마세요. 신 사장님이에요. 제 곁에 있어요.”아람은 눈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들고 경주의 얼굴을 살짝 쳤다. 경주는 바로 몸을 기울리고 여왕을 모시는 우아한 집사처럼 잘생긴 얼굴을 아람에게 들이대며 코끝을 맞댔다. 아람은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경주는 이때 아람에게 키스를 했다. 혀는 천천히 움직이며 아람을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이때 경주는 아람의 입술을 떠났다.‘음, 이 나쁜 남자, 정말 나빠. 점점 나쁘네!’[신, 신 사장님? 정말 신 사장님이에요?]만소연의 눈빛이 순간 밝아지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신, 신 사장님. 존경합니다. 제 롤모델이에요!]경주는 누썹을 찌푸렸다.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그냥,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연예인보다도 잘생겼어요. 저 신 사장님을 엄청 좋아해요!]“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구아람 씨예요.”경주는 스님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하며 아람의 어깨를 끌어안았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만소연은 황급히 해명했다.[저는 그저 신 사장님의 능력과 외모를 존경하는 거예요. 다른 뜻은 없어요. 그리고 저는 구아람 씨와 신 사장님의 팬이예요. 정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쯧, 신 사장님은 전에 인터넷에서 평판이 엄청 안 좋았는데, 얼굴 빼고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팬이 있네? 역시 지금 시
아람의 머리를 빗어주던 경주의 손도 순간 멈칫하며 핸드폰을 바라보았다.“아람아, 아는 번호야?”“몰라.”“받을 거야?”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아람은 낯선 번호를 받지 않는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도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듯 막연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전화를 마치지 않으면 많은 것을 놓칠 것 같았다.“여보세요.”아람은 다정하게 전화를 받았다.[여, 여보세요.]전화 반대편에서 소심하고 낮고 부드러운 여자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들으면 아린과 비슷하게 들렸다. 아람과 경주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즉시 스피커폰을 켰다.“죄송하지만, 누구세요?”[구, 구아람 씨 맞아요?]소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네, 구아람이에요.”[저, 저는 만소연이에요.]경주와 아람은 순간 긴장했다. 특히 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에 식은땀이 났다. 경주는 숨을 죽이고 아람을 바라보았다. 아람의 손을 잡고 가슴에 대며 안전감을 주었다.“소연 씨, 드디어 전화가 오셨네요.”아람의 목소리는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친근하게 말하기 위해 성을 떼고 불렀다.“매일 소연 씨의 전화를 기다렸어요. 드디어 전화 오셨네요.”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만소연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건, 만소연을 만나고 얘기를 했다는 건데, 아니면 왜 그렇게 말하겠어. 하지만 언제 만났지? 난 왜 몰랐지?’[매일, 기다렸어요?]만소연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구아람 씨, 만약 제가 연락하지 않았다면.]“그래도 기다렸을 거예요. 연락하든 안 하든 선택권은 소연 씨에게 있어요. 기다리든 말든 제 선택이에요.”아람은 이글거리는 눈빛에 굳은 의지가 가득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아람은 상대방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경주는 아람의 친착함을 존경했다. 목표을 이루기 위해 억울해하며 참았고 굴욕도 견딜 수 있었다. 고귀한 출생으로 인해 우월감을 느끼지 않았고
윤씨 가문은 라이브 사건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싶었지만, 윤진수의 평판이 너무 않 좋았다. 사람들은 그저 웃음거리를 보고 싶었다. 게다가 윤진수를 지목하는 구씨 가문 아가씨 아린이 나타나 더욱 드라마틱해져 점점 뜨거웠다.열기가 갈아앉지 않으면 윤진수는 경찰의 목표로 될 것이다. 윤정용은 심지어 뻔번하게 경찰 총장에게 가서 사정했지만, 마침 최고의 재벌 구만복이 오랜만에 실검에 올랐다. 사무실의 TV에서 뉴스가 방송되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리본 커팅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와 인터뷰하는 구만복의 모습이 보였다. 기자는 바로 물었다.“구만복 씨, 이틀 전 라이브에서 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성.”“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자?”구만복의 안색이 순간 차가워지며 반박했다.“어느 언론사 출신이에요? 이렇게 정보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데 기자를 해요?”사람들은 구만복의 압박감에 숨도 쉬지 못했다.“제 친딸이에요. 우리 구씨 가문의 막내 공주님. 제 셋째 부인 초연서의 딸이에요.”구만복의 표정은 유난히 차가웠지만, 아린을 언급하자 날카로운 눈빛에 보기 드물게 온기가 돌았다.“제 눈에 아람이든, 아린이든 모두 소중한 딸이에요. 아린을 공개하지 않은 건, 나이도 어리고 확교를 다니고 있고, 모녀가 겸손해서예요. 아이의 학교생활을 방해할까 봐 공개적인 자리에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요.”“결국 모두 막내딸을 지키려고 한 거예요. 하지만 내 딸을 보호하는데, 윤진수 그 짐승에게 기회를 주었어요!”‘젠장, 구 회장님의 말이 정말 날카롭네. 구만복과 윤정용이 친하다는 것을 모른느 사람이 없잖아. 하지만 막내딸을 위해 윤씨 가문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네!’“우리 딸은 큰 굴욕을 당했어요. 윤씨 그룹이 사적으로 가고 싶은데, 그럴 일은 없어요. 반드시 끝까지 조사할 거예요!”구만복의 눈시울이 붉히며 하마터면 카메라 앞에서 실례를 할 뻔했다. 겨우 화를 억누르며 카메라를 향해 이를 악물었다.“윤정용, 너 이 자식, 양심이 있으면 네 아들이 대가를 치르고 우리 딸에게
“아람아, 너, 너 왜 들어왔어, 언제 들어왔어.”경주는 여전히 멍했다. 습관적으로 아람의 허리를 잡고 위아래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아람은 가슴을 가리고 투덜거렸다.“깜짝이야. 방금 네 눈빛이 엄청 무서웠어. 날 잡아먹을 것 같았어.”“미안해, 아람아. 입대했을 때 생긴 고질병인 것 같아. 불치병 같은 반응이야.”그 말을 듣자 아람은 가슴이 아파 경주의 얼굴을 만졌다. 경주는 죄책감을 느꼈다. 아람의 손을 잡고 손등을 키스했다.“왜 몰래 들어왔어. 들키면 어떡해.”“몰래? 여긴 내 집이야. 왜 몰래 들어와. 난 당당하게 들어온 거야.”아람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경주의 코끝을 가리켰다.“왜? 신 사장님이 좀 당황한 것 같지?”“정식으로 네 집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야. 아람아, 네 가족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주고 싶어.”경주는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풋, 그거 때문이었어?”아람은 웃음을 떠뜨렸다.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경주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우리 가족은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챙기기 힘들고 잘해주기도 어려운 사람이야. 아니면 윤유성 그 독뱀이 벌써 우리 집에 들어왔겠지. 안 그래?”“아람아.”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가족은 널 천천히 받아드리고 있어. 그러니 걱정 마. 너 답게 행동해.”아람은 다정하게 말을 하며 경주의 셔츠 단추를 모두 풀었다.“또 나 몰래 밤새 일했어? 이렇게 앉아서 자면 허리디스크 터져. 잠옷을 갈아입고 편하게 누워.”“응, 알았어.”경주는 얌전히 말을 들었다. 잠옷을 갈아입을 때 기지개를 펴니 허리가 아팠다. ‘설마, 정말 나이가 들어서 그래?’“아람아, 빨리 방으로 가.”경주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람은 귀여운 토끼처럼 재빨리 이불속으로 들어갔다.“너랑 같이 잘 거야.”“아람아, 말 들어. 이제 성주로 돌아가면.”“싫어. 지금 같이 잘 거야.”아람은 경주의 옷깃을 잠고 놓지 않았다. 경주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는 아람의 매혹적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욕망이 솟
구만복이 말하자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람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입을 크게 벌리며 믿기지 않는 듯 구만복을 바라보았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경주는 가슴이 떨리며 눈을 부릅뜨고 구만복의 잘생기고 위엄 있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지금 출발하면 새벽에 도착하잖아. 내일 아침 별일 없으면 오늘 여기서 자고 가.”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리며 기침을 두 번했다.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다. 경주도 들었고, 아람도 들었고, 모든 사람이 들었다. 서프라이즈가 경주에게 다가오자 경주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맑은 눈에 감동적인 감정으로 가득 찼고 울컥하며 구만복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고마워요, 구 회장님. 받아주셔서 고마워요.”받아준다는 말은 대단한 거물이자 성주 제1 재단의 도련님을 비참하게 했다. 아람은 가슴이 아팠다. 경주가 억울한 모습을 보지 못해 급히 다가가 경주를 부축했다.“뭐 하는 거야. 그냥 하룻밤인데, 이럴 필요는 없잖아.”“필요 있어. 아람아.”경주는 누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가슴 속 설렘이 휘몰아쳤다.“너무 기뻐. 지금까지 이룬 업적들을 모두 모아도 이 순간만큼 행복하지 않았을 거야.”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단순한 하룻밤일 것이다. 그러나 경주에게는 희망이었다. 구만복은 경주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먼저 별장으로 들어갔다.“수해 오빠, 아빠가 형부를 용서한 거야? 형부를 받아준 거야?”아린은 수해의 팔짱을 끼고 까치발을 들어 수해의 귀에 속삭였다.“받아주는 거였으면 좋겠어.”아린을 바라보는 수해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 손을 들어 아린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어제보다 오늘 조금만 더 발전하면 다 좋은 거야.”아람은 감동하여 경주의 얼굴을 잡고 아무도 없는 듯이 키스했다. 처음에 경주는 부끄러워 온몸이 굳어졌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아람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키스했다. 구씨 가문의 어른들은 보기 부끄러워 모두 황급히 돌아서서 떠났
강소연은 누군가가 아린을 비난하자마자 즉시 키보드를 잡고 네티즌과 맞섰다. 뿐만 아니라 강지구에게도 연락해 라이브 방송 댓글창에 글을 남기도록 지시했다. 순식간에 백여 명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며 논쟁이 격화되었고, 결국 모두 금언 조치가 내려졌다.밖에서 아무리 큰 폭풍이 몰아쳐도 해정원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람은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하고 화목한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엄마가 돌아간 후, 아람은 해장원을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방황의 날이 쓰라리고 힘들어도 그저 탈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점점 집 느낌이 있었다. 아람에게 안식처가 되는 곳은 단 두 곳이다. 해장원과 경주의 따뜻한 품이다.라이브 풍파가 지난 후, 구만복과 초연서는 수해에 대한 태도도 미세산 변화가 있었다. 그날 아린과 수해가 헤어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자 구만복은 수해를 집에 있게 했다. 그저 각방을 썼을 뿐이다.절대 모두가 잠든 동안 소중한 딸 아린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이상한 짓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시련과 곤난을 겪어온 수해와 아린에게 이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아린은 엄청 기뻐했다. 수해도 눈물을 흘릴 뻔할 정도로 흥분했지만 그저 묵묵히 구만복에게 인사를 했다.최선을 다해 아린을 챙겨주고 평생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맹세했다. 이 기회에 수해는 다시 구만복의 인정을 받았다. 옆에서 화기애애한 가족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경주는 여전히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아람은 아린과 수해의 행복한 분위기에 감염되어 옆에 있는 안색이 어두워진 경주를 신경 쓰지 못했다. 경주는 가슴이 아파나며 씁쓸해졌다. 한참 후, 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체념을 하듯 씁쓸하게 웃었다.경주의 마음은 여전히 안 좋았지만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구만복이 평생 경주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아람의 곁에 있고 지켜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죄인은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 이 곳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은혜를
당황한 나머지 윤진수는 부축을 받아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윤성우는 도현을 악의적으로 노려보았다. 입을 열려고 할 때, 계속 침묵하고 있던 유성이 적절한 타이밍에 말을 했다.“진수 형, 그냥 구 팀장님과 함께 가세요. 형은 당당하잖아요. 그냥 수사에 협조하는 거예요. 당황하지 마세요. 금방 끝날 거예요. 끝나면 우리가 데리러 갈게요.”윤성우는 유성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젠장, 또 잘난 척할 기회를 줬네!’유성은 돌아서서 윤정용의 귀에 속삭였다.“아버지, 구도현의 말이 맞아요. 진수 형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 발이 찔리는 것 같아보여요. 구도현은 더 악랄한 수단으로 형을 상대할 거예요. 그때는 정말 곤란할 거예요.”윤정용은 마음이 흔들려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진수야, 가.”“아버지!”윤진수의 표정은 마치 절망에 빠진 듯했다. 윤정용은 손을 흔들었다. 원망함과 분노가 뒤섞여 말문이 막혔다. 결국 윤씨 가문 사람들은 두 경찰이 윤진수를 데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도현이 떠나기 전 차갑게 윤유성을 노려보았다. 유성은 날카로운 시선에 움찔했다. 마치 범인을 심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유성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마음이 불편했다.“구도현, 거기 서!”윤성우가 얼굴을 붉히며 다가갔다. 지금의 윤진수를 도와주기 보다 도현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도현은 발길을 멈추고 무심하게 바라보았다.“흥, 인정해. 네가 우리를 어떻게든 곤경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이잖아. 전혀 정의감에 비롯된 것이 아니야. 그저 개인적인 복수를 하려는 거지. 구아람과 구아린 대신 화풀이하고 싶은 거지?”도현은 날카로운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움직였다.‘그게 왜?’소리없이 입모양만 보여주었지만 윤정용과 윤성우는 화가 나서 머리가 터질 듯했다. 달려가 도현을 때리고 싶었다. 도현이 떠난 직후 윤정용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윤성우와 유성의 부축에 소파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진정했다.“성우
“경찰서 커피가 맛이 없이 없도 건강에 해롭지 않아요. 윤씨 가문의 음식에 감히 입을 대지 못해요. 배가 썩을 수도 있잖아요. 건강을 다치고 마음을 다치면 너무 소해잖아요.”도현은 차갑게 비웃으며 윤성우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구도현 도련님, 내 아들의 사건은 이미 끝났어요. 당신이 직접 풀었줬잖아요. 지금 와서 왜 또 이러는 거예요!”윤정용은 싸울 기분이 없어 눈시울을 붉히며 화를 냈다.“증거도 없이 진수를 그냥 데려갈 수는 없어요. 마음대로 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우리 윤씨 가문은 구씨 가문의 손에 잡히는 멍청한 놈이 아니에요.”“두 가문이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고, 구만복의 아들인 것을 봐서 체면을 봐주는 거예요. 선을 넘지 마세요!”‘구만복의 아들? 구 팀장님이 해문 갑무의 아들이야? 구아람의 오빠?’이 충격적인 소식에 두 경찰은 입을 가리며 크게 놀랐다. 수년 동안 경찰로 일하면서 도현은 항상 겸손하고 일에만 집중했다. 자신의 사생활과 가족사에 대하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전에 도현이 형사 팀장이 되었을 때, 어린 나이에 중요한 임무를 맡아 경찰서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도현은 낙하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언비어는 순간 사라졌다. 단 3년 동안 도현은 큰 사건을 잇달아 해결하고 여러 차례 공로를 세우며 소문이 점차 사라졌다. 경찰들도 도현의 집안이 대단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도현은 윤정용이 동료들 앞에서 구만복을 언급하는 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웃음이 터졌다.“법은 무고한 사람을 잘못 선고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단 한 명의 짐승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윤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은 10년 넘게 타다 남은 솥바닥처럼 어두웠다. “구도현, 너, 너, 누구보고 짐승이라고 하는 거야!”윤진수는 도현의 잘생긴 얼굴을 가리키며 화를 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윤진수 씨, 당신이 강간 미수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니 우리와 함
“경, 결찰? 그 하찮은 놈들이 또 찾아왔어?”윤진수는 구치소에서 사람 같이 않은 삶은 보낸 날들을 생각하자 다시는 돌아가서 악취를 풍기던 그 쓰라린 삶을 살고 싶지 않아 겁에 질렸다.“아버지, 형, 꼭 막아주세요!”윤정용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마음이 급해 걸어다녔다.“진수야, 긴장하지 마.”윤유성이 다가가 진수의 떨고 있는 어깨를 토닥였다.“두 여자애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어. 아직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어. 그건 아직 증언할 의사가 없다는 거야. 경찰도 그냥 온 거야.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잖아. 일단 가 봐.”...윤씨 그룹 사람들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방문객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거실에 서 있는 도현과 두 경찰이 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훤칠한 키를 가진 도현은 마치 칼을 꽂은 것처럼 앞에 나타났다. 권위적이고 위압적이라 억압감이 느껴졌다.윤정용의 안색이 안좋았다. 심지어 마음속에서 질투까지 했다. 구만복의 자식들은 모두 예쁘고 잘생겼다. 능력도 좋고 그저 경찰인 첩의 막내아들 도현도 카리스마가 넘쳤다. 자기 자식이 제일 소중하다고 하지만, 윤민주와 윤진수가 한 짓을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도현의 앞에 나서기 창패했고 체면이 깎인다고 생각했다. 비교해 보면 그나마 막내아들인 유성이 괜찮았다. 외모, 기질, 능력도 뛰어나 구씨 가문과 경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정용은 제일 아이러니한 점을 잊었다. 유성은 한때 윤정용이 가장 싫어하고 경명했던 자식이었다. 심지어 유성 모자를 S국으로 보낸 후 윤씨 가문 전체 앞에서 죽은 사람 취급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린 유성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유성의 계좌로 매년 일정 생활비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외 가족 재산, 권력, 주식, 윤씨 가문의 모든 것은 유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이 모든 것은 고상아가 윤정용을 배신해서 시작한 것이다. 고상하는 비천한 경호원과 몰래 만났고, 그 모습을 윤정용이 직접 목격했다. 간통한 경호원은 가혹한 처벌을 받고 외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