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눈시울을 붉히며 앞으로 다가갔다. 뜨거운 입김이 아람의 빨갛게 달아오른 코 위로 뿜어졌다. 손을 뻗어 아람을 안고 싶었다.“만지지 마!”아람은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뒤로 물러났다. 급한 마음에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경주의 곳에 던져버렸다.“아람아, 진짜야!”경주의 팔은 허공에서 얼어붙었다. 다가가고 싶지만 자신을 미워할까 봐 두려워 미칠 것 같았다.“오늘 밤 여러 번 전화했는데, 네가 받지 않았어.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온밤 걱정했어!”아람은 깜짝 놀랐다.‘여러 번 전화했다고? 언제? 거짓말을 하고 있어? 난 한 통도 받지 못했는데. 나쁜 자식, 거짓말을 막 해?’“그 후 익명의 번호로 몇 장의 사진을 받았어. 사진 속에서 네가 낯선 남자에게 안겨서 호텔로 들어갔어. 네가 위험할까 봐 호텔에 간 거야. 그래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였어!”아람은 비아냥거리며 경주를 바라보았다.“신경주, 지어내도 믿을 만한 이유로 지어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줄 알았다면 애초에 널 만나러 오지 말아야 했어.”“증거 있어!”경주는 이를 악물고 얼어붙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핸드폰을 꺼냈다. 아람은 가슴이 두근거려 입을 꽉 다물었다. 아람도 기대하고 있고 기회를 주고 있다.“이건 내가 받은 사진들이야. 봐, 이 사진의 사람이 네가...”갑자기 경주의 동공이 떨리며 핸드폰 화편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메시지함을 계속 확인했다. 문자로 보내온 사진들이 모두 사라졌다. 떨리는 두 손은 미친 듯이 화면을 훑어보았고, 경악한 눈빛이 화면을 뚫을 것 같았다. 하지만 증거가 될 사진을 찾지 못했다.‘사진, 없어졌어. 왜 없어졌어?”아람을 입꼬리를 올리고 웃었지만 눈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차가운 분위기는 경주를 마음 아프게 했다.“신경주, 이유를 찾지 못하고 핑계를 찾지 못했으면 서둘러 나를 볼 필요는 없었어. 난 널 보고 싶지 않아.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아람이 곁을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경주는 얼음 동굴에 빠진 것처럼 뼛속까
“윤유성!”“신 사장님, 의심하는 것보다 이런 일이 생기면 이씨 가문에 어떻게 해명할지, 친한 친구인 이유희에게 어떻게 해명할지 생각해 봐요. 이소희 씨는 아직 소녀잖아요. 이런 일이 생겼는데, 두 분이 결혼하지 않으면 수습하기 어렵겠어요.”윤유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유성 씨, 그만해요. 가요.”아람은 무딘 칼이 심장을 베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당장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경주에게서 멀어질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돌아서자 경주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밤새 윤유성과 같이 있었어? 지금까지 함께 있었어?”“계속 같이 있었어.”아람은 등을 돌린 채로 차갑게 말했다.“구아람, 윤유성이 그렇게 중요해? 나보다 더 중요해?”경주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최선을 다해 억누르고 있지만 여전히 떨고 있었다.“신경주,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야?”아람은 가볍게 웃으며 안색이 어두워졌다.“심하게 말하면, 넌 자신을 바보로 만들고 있어. 가볍게 말하자면 난 나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거야. 우리 그만하자. 부탁할게.”말을 마치자 두 사람은 경주의 눈물이 가득 찬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 아람은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다. 경주는 눈 속에 홀로 얼마나 오래 서 있는지 몰랐다. 눈사람으로 되기 전까지, 다리에 힘이 풀려 눈 속에 무릎을 꿇을 때쯤에야 한무가 헐떡이며 달려왔다.“신 사장님, 사모님은요? 사모님은 갔어요?”경주는 갑옷을 잃은 패배한 병사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아람이 바닥에 버린 아이스크림을 천천히 녹을 때까지 손에 움켜쥐고 있었다.“단 한 번도 나를 믿은 적이 없었어. 날 사랑하지 않아도, 어떻게 날 못 믿을 수 있어? 계속 붙잡고 있어야 해? 그럴 필요가 있어?”...리무진은 병원을 향해 달렸다. 아람과 윤유성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분위기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침울했다.“아람 씨, 저한테 화났어요?”윤유성은 고개를 기울여 아람의 차가운 옆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죄송해요, 아람 씨가 너무 걱정
“아람 씨, 왜 그래요?”윤유성은 아람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제 기억으로는 신경주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적이 없어요. 왜 블랙리스트에 있죠?”말 사이사이 아람의 날카로운 시선은 억울함이 가득한 윤유성의 얼굴로 옮겼다.“아람 씨.”“유성 씨가 한 거예요?”아람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오늘 밤 유성 씨 말고는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았어요. 신경주가 밤새도록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블랙리스트에 있었기 때문이네요.”윤유성은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을 움켜쥐었다. 짙은 금테 안경을 쓴 얼굴이 순간적으로 차가워졌다.“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가 일식집에서 화장실을 갔을 때 핸드폰을 두고 갔어요. 그래서 그때 블랙리스트에 올린 거예요?”아람은 눈을 가늘게 떴다.“아람 씨, 저를 의심하고 있어요?”윤유성의 눈빛은 억울하고 맑아 보였다.“의심이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거예요.”전혀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 윤유성은 가슴을 짓누르는 엄청난 실망감이 느껴져 숨을 쉬기 힘들었다.“아람 씨, 인정해요. 핸드폰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어요. 하지만 신경주가 데이트를 방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요? 제가 너무 이기적이었어요. 어떻게 해명해도 제 잘못이에요. 미안해요.”“마지막이에요. 다음엔 이러지 마세요.”오늘 밤에 너무 많은 일이 있어 아람은 윤유성과 따질 힘이 없었다.“저와 신경주 사이의 일은 우리 둘만의 사적인 문제예요. 다른 사람이 개입하는 것이 싫어요. 제가 이혼할 때도 차단하지 않았어요. 이런 지루하고 유치한 방법을 쓰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 사업에서 협력할 수도 있잖아요. 신경주는 이미 제 마음속에서 죽었어요. 다른 불필요한 짓을 하면 제가 아직 신경주를 잊지 못했다는 증거로 돼요.”윤유성은 가슴을 움켜쥐고 있다가 이 말을 듣고는 갑자기 눈이 밝아졌아.“아람 씨, 정말 신경주를 잊었어요?”아람은 눈시울을 붉히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다행이에요.
아람은 눈썹을 찌푸리며 마음이 이상했다.“저는 유성 씨가 목숨을 버릴 만큼 지켜야 할 사람이 아니에요. 제때에 멈추고 손실을 피해요.”‘손실을 피해?’윤유성은 차가운 차창을 누르고 있는 창백한 손을 천천히 움켜쥐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말은 싫다는 말보다 더 치명적이고 굴욕적이었다.“모 든 사람의 사랑은 소중해요, 유성 씨가 나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모든 사랑은 잘못된 사랑이 된다....경주가 차로 돌아갈 땐 이미 밤늦은 시간이었다. 한무는 공원 맞은편에 있는 24시간 영업하는 슈퍼마켓에서 따뜻한 커피 한 병을 사서 경주에게 주었다. 그 순간 경주의 손이 꽁꽁 얼어붙어 커피도 들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모습을 보자 마음이 아프고 씁쓸했다. 한무는 히터를 제일 크게 틀고 재킷을 벗어 찬바람이 스며든 경주의 몸을 감싸주고 따뜻한 커피를 쥐여주었다.“신 사장님, 근처에 병원 있어요. 빨리 가요. 손이 얼어서 갈라졌어요.”“어떻게.”경주는 기계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한무는 당황했다.“신 사장님, 뭐라고 하셨어요?”“분명 사진이 내 핸드폰에 있었어. 아무도 내 핸드폰을 건드리지 않았어. 나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사진이 어떻게 삭제된 거야?”경주는 이를 악물며 또박또박 말했다.“혹, 혹시 핸드폰이 해킹 당했거나 바이러스가 걸리지 않았어요?”한무는 열심히 생각했다.“전에 컴퓨터 기술을 공부하라고 보냈을 때, 이론은 배웠지만 실제로 사용해 본 적은 없어요. 고급 해커는 핸드폰 번호와 핸드폰 모델만 알면 해킹하여 암호화된 메일함에 없는 내용을 삭제할 수 있어요. 평소 문자를 보고 바로 삭제하시잖아요. 중요한 문서는 암호화된 사서함에 넣고, 절대 핸드폰에 넣지 않잖아요. 설마, 누군가가 사장님의 핸드폰을 해킹한 게 아닐까요?”경주는 숨을 돌리더니 땀범벅이 된 이마를 손으로 닦았다.‘그래, 사관학교에 있을 때 해킹 기술을 배웠었잖아. 왜 그럴 잊었지? 문자에 담긴 내용은 변할 수 없어도 삭제할 수는 있어!’
이소희와 경주의 심야 데이트는 인터넷에서 계속 떠들썩 거렸다. 이씨 그룹과 신씨 그룹의 홍보팀은 스캔들을 처리하고 있었지만, 일이 너무 커졌다. 영상과 사진까지 있어 실검을 내리더라도 유언비어를 막을 수 없었다.고상아가 실검을 보았을 때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넘어졌다. 다행히 그 계단은 여러 개가 아닌 완만한 계단이지만 여전히 다리를 삐고 머리를 부딪혔다. 이유희는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고 바로 어머니를 병원으로 데려갔다.병실에서 고상아는 링거를 맞으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유희의 손을 꼭 잡고 울면서 말했다.“유희야, 어떡해? 어떡해? 소희가 겨우 22살이야. 이런 일이 생기면 앞으로 어떻게 지내? 내가 무슨 염치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만나겠어?”말하면서 고상아는 대성통곡했다. 이유희는 침대 옆에 앉아 눈물을 꾹 참고 답답했다.“엄마, 이 일을 내가 잘 처리할게요.”“어떻게 처리해? 사진, 영상이 다 있어. 네 동생이 시집도 안 갔어. 이런 스캔들이 났는데 이제 누가 결혼을 해주겠어?”“소희는 저 이유희의 동생이에요. 누가 감히 헛소리를 하면 혀를 뽑아버릴 거예요.”이유희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눈에는 분노가 가득 찼다.“여론의 힘을 무시하지 마, 아직도 20년 전인 것 같아? 이씨 가문이 성주에서 제멋대로 해도 경찰이 간섭 못하던 시대야? 지금은 법치 사회야, 네가 통제할 수 있어?”고상아는 울면서 침대를 두드렸다. 이유희는 눈썹을 찌푸렸다.이씨 가문은 악당부터 시작했다. 이유희의 할아버지는 가족 사업을 번창시키기 위해 형제들과 칼싸움을 하였다. 나중에 시대가 바뀌고 자손들이 자신처럼 사는 것이 싫어 손을 씻고 이씨 가문을 세탁했다.이유희의 아버지가 이씨 그룹 회장님으로 재직할 무렵, 이씨 가문은 기본적으로 세탁되고 제대로 된 사업을 했다. 하지만 가풍과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는 다소 폭력적인 그림자가 있었다. 이유희의 아버지도 이 문제로 가족들과 많은 갈등을 겪었다.이유희는 아버지의 마음이 약하고 스스로 인품
한편, 이씨 본가.이씨 가문 어르신 이상철은 신남준처럼 아들과 함께 살지 않는다. 자기만의 거대한 저택을 갖고 있다. 신씨 가문의 관해 정원보다 작지만 전국으로 보면 10대 저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지금 이씨 가문 전체가 이 문제를 알고 있다. 가정부마저 이소희의 스캔들을 얘기하고 있다. 게다가 경주와 신씨 그룹이 지금까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이소희가 남자에게 놀다가 버려진 물건처럼 보였다. 이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체면을 보두 잃었다.“아가씨 왔어요?”“네, 이 선생 서재에서 울고 있어요. 쯧, 엄청 비참하게 울고 있어요!”“울면 뭐해요, 이씨 가문의 아가씨인데, 그런 고귀한 신분이 있는데 사생활이 너무 더럽네요. 여자아이의 평판은 매우 중요해요. 지금 신씨 그룹 사장님과 애매한 사이이고 옷을 입지 않는 모습까지 기자들에게 찍혔어요. 귀족 가문 아가씨가 너무 뻔뻔하네요. 이런 여자를 누가 원하겠어요?”“신 사장님이 원하겠죠. 호텔도 갔는데, 분명 무슨 일이 있었을 거예요. 지금 말하면 신 사장님이 책임을 져야죠!”“제 기억이 맞다면, 이 도련님과 신 사장님이 친구 아니에요? 앞으로 만나면 얼마나 어색하겠어요.”“쉿, 그만해요. 둘째 어르신이 오셨어요!”가정부들은 뒤로 물러서며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이 사장님, 안녕하십니까!”계단에서 내려오는 남자는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와 짙은 남색의 슈트를 입고 눈빛이 반짝였다. 이 사람이 바로 이상철의 둘째 아들, 이유희의 삼촌 이준상이다.이준상은 웃으며 그들 앞을 지나가면서 가볍게 말했다.“수다쟁이들, 내가 들은 건 괜찮지만, 조카가 들으면 너희들의 혀가 잘릴 수 있어.”가정부들은 소름이 돋아 몸을 떨었다....“할아버지, 할아버지! 꼭 제 편을 들어주세요! 앞으로 사람을 만날 체면이 없어요!”이소희는 이상철의 품에 안겨 통곡을 했다. 눈은 생선 거품처럼 부어올랐다.“손녀야, 울지 마! 계속 울면 눈이 아파!”이상철은 이소희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마음이
이준상은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무심코 과일 접시에서 오렌지를 집어 들었다.“제 생각에는 신경주와 소희를 결혼시켜요.”이상철은 눈썹을 찌푸렸다. 이상철의 품에 숨어 있던 이소희는 이 말을 듣자 입꼬리를 음흉하게 올렸다.“신경주는 사생아이고 신분은 별로지만 신씨 가문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신씨 그룹은 신경주의 것이에요. 소희가 시집가면 신씨 그룹 여주인이 되잖아요. 손해는 아니에요.”이준상은 다를 꼬고 오렌지를 먹었다.“둘째 삼촌, 무, 무슨 말이에요!”“생각도 다했어. 그냥 소희와 신경주가 한동안 사귀었다고 기사를 내. 두 가문이 공공 자원을 차지하기 싫어 공개를 하지 않았다고. 둘 다 미혼인데, 호텔 가는 것도 정상이잖아. 왜 그렇게 놀라는지. 우리 소희가 겁먹은 모습 좀 봐.”이준상은 산하에 엔터테인먼트와 홍보 회사를 두고 있다. 이슈를 만드는 것과 세탁하는 수단을 많이 알고 있다.“둘째 삼촌, 역시 우리 둘째 삼촌이네요. 헛소리를 하는 능력이 대단해요. 저희 후배들이 배울 가치가 있어요.”비아냥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유희가 서재에 성큼성큼 들어왔다. 꼿꼿한 몸은 위압적이었다.“오, 오빠.”이소희는 겁에 질려 이상철의 품에 숨었다.이준상의 웃음이 순간 얼어붙었다. 손에 있는 귤을 움켜쥐었다.“우리 조카, 기분이 안 좋아? 둘째 삼촌만 보면 농담을 해?”“유희야, 어른과 어떻게 말하는 거야?”이상철의 말투에는 분노가 있었다.이유희는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 준수한 얼굴은 엄숙했다. 이준상의 맞은편에 앉아 섬뜩하면서도 잘 생긴 미소를 지었다.“둘째 삼촌이 회장님이 된 후로 사업을 점점 확장하고 있네요. 큰 집의 사업에도 참견해요? 둘째 삼촌은 아이가 없어서 큰 집의 결혼도 책임지고 싶어요? 아버지가 된 느낌을 느끼고 싶어요?”이준상은 목이 막히고 분노가 치솟았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것이 이준상의 인생의 고통이자 수치였다. 비록 아내의 문제라고 말을 하지만, 이준상의 능력이 없다는 건 아내밖에 모른다. 하지만 이상철의 앞에서 화를 낼
말이 끝나자 이소희는 다시 통곡하며 중얼거렸다.“할아버지, 둘째 삼촌, 사람들을 만날 얼굴이 없어요! 그냥 죽을래요!”“우리 손녀 울지 마, 할아버지가 도와줄게!”평생 최고로 군림해온 이상철은 참을 수 없었다. 화가 나서 티 라이트를 집어 들고 맹렬히 던졌다.“신경주가 모르는 척하려고? 죽고 싶은 거지? 유희야, 네 엄마도 이 일 때문에 다쳤어? 지금 병원에 있어?”이유희는 마른침을 삼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네 엄마가 퇴원하면 신씨 가문에 가서 혼담을 얘기해! 네가 안 가면 내가 직접 갈게!”“할아버지, 진정하세요!”신씨 가문에 가서 소란을 피우겠다는 말을 듣자 이유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유희야, 내 기억이 맞다면, 너와 신 사장님은 제일 친한 친구지?”이준상은 다리를 꼬고 참견했다.“소희가 신 사장님과 결혼하면 겹사돈이잖아. 왜 이렇게 반대해?”“저와 경주가 친해서, 경주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거예요.”이유희는 말할 수밖에 없었다.“경주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구만복과 사모님의 유일한 딸, 구씨 가문 아가씨 구아람이요!”구아람 이 세 글자만 들어도 이씨 가문 가족들은 표정이 굳어졌다. 독한 이상철마저 겁먹은 눈빛이었다.“소희야, 네가 둘째 오빠에게 여러 번 고백했었지? 쓸 수단도 모두 쓰지 않았어? 네 생각에 먹힌 것 같아? 경주가 널 바라본 적 있어?”이유희는 차갑게 이소희를 노려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소희는 부들부들 떨었다.“오, 오빠. 무슨 말이야.”“네가 발버둥 쳐도 경주의 시선을 받지 못하는데, 왜 너와 호텔에 같이 있겠어? 소희야, 내가 꼭 말을 심하게 해야 해? 도대체 언제 정신 차릴 거야?”이유희는 말할수록 화가 나서 이마의 혈관이 욱신거렸다. 이소희의 제멋대로인 성격을 받아들일 수 있어도 음흉하고 수작을 부리는 건 참지 못했다.“할, 할아버지, 오빠가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이소희는 아예 끝까지 불쌍한 척을 하려고 했다.“제가 오빠의 친동생인데, 오빠 눈에 제가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