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유성!”“신 사장님, 의심하는 것보다 이런 일이 생기면 이씨 가문에 어떻게 해명할지, 친한 친구인 이유희에게 어떻게 해명할지 생각해 봐요. 이소희 씨는 아직 소녀잖아요. 이런 일이 생겼는데, 두 분이 결혼하지 않으면 수습하기 어렵겠어요.”윤유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유성 씨, 그만해요. 가요.”아람은 무딘 칼이 심장을 베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당장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경주에게서 멀어질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돌아서자 경주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밤새 윤유성과 같이 있었어? 지금까지 함께 있었어?”“계속 같이 있었어.”아람은 등을 돌린 채로 차갑게 말했다.“구아람, 윤유성이 그렇게 중요해? 나보다 더 중요해?”경주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최선을 다해 억누르고 있지만 여전히 떨고 있었다.“신경주,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야?”아람은 가볍게 웃으며 안색이 어두워졌다.“심하게 말하면, 넌 자신을 바보로 만들고 있어. 가볍게 말하자면 난 나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거야. 우리 그만하자. 부탁할게.”말을 마치자 두 사람은 경주의 눈물이 가득 찬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 아람은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다. 경주는 눈 속에 홀로 얼마나 오래 서 있는지 몰랐다. 눈사람으로 되기 전까지, 다리에 힘이 풀려 눈 속에 무릎을 꿇을 때쯤에야 한무가 헐떡이며 달려왔다.“신 사장님, 사모님은요? 사모님은 갔어요?”경주는 갑옷을 잃은 패배한 병사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아람이 바닥에 버린 아이스크림을 천천히 녹을 때까지 손에 움켜쥐고 있었다.“단 한 번도 나를 믿은 적이 없었어. 날 사랑하지 않아도, 어떻게 날 못 믿을 수 있어? 계속 붙잡고 있어야 해? 그럴 필요가 있어?”...리무진은 병원을 향해 달렸다. 아람과 윤유성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분위기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침울했다.“아람 씨, 저한테 화났어요?”윤유성은 고개를 기울여 아람의 차가운 옆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죄송해요, 아람 씨가 너무 걱정
“아람 씨, 왜 그래요?”윤유성은 아람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제 기억으로는 신경주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적이 없어요. 왜 블랙리스트에 있죠?”말 사이사이 아람의 날카로운 시선은 억울함이 가득한 윤유성의 얼굴로 옮겼다.“아람 씨.”“유성 씨가 한 거예요?”아람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오늘 밤 유성 씨 말고는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았어요. 신경주가 밤새도록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블랙리스트에 있었기 때문이네요.”윤유성은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을 움켜쥐었다. 짙은 금테 안경을 쓴 얼굴이 순간적으로 차가워졌다.“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가 일식집에서 화장실을 갔을 때 핸드폰을 두고 갔어요. 그래서 그때 블랙리스트에 올린 거예요?”아람은 눈을 가늘게 떴다.“아람 씨, 저를 의심하고 있어요?”윤유성의 눈빛은 억울하고 맑아 보였다.“의심이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거예요.”전혀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 윤유성은 가슴을 짓누르는 엄청난 실망감이 느껴져 숨을 쉬기 힘들었다.“아람 씨, 인정해요. 핸드폰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어요. 하지만 신경주가 데이트를 방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요? 제가 너무 이기적이었어요. 어떻게 해명해도 제 잘못이에요. 미안해요.”“마지막이에요. 다음엔 이러지 마세요.”오늘 밤에 너무 많은 일이 있어 아람은 윤유성과 따질 힘이 없었다.“저와 신경주 사이의 일은 우리 둘만의 사적인 문제예요. 다른 사람이 개입하는 것이 싫어요. 제가 이혼할 때도 차단하지 않았어요. 이런 지루하고 유치한 방법을 쓰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 사업에서 협력할 수도 있잖아요. 신경주는 이미 제 마음속에서 죽었어요. 다른 불필요한 짓을 하면 제가 아직 신경주를 잊지 못했다는 증거로 돼요.”윤유성은 가슴을 움켜쥐고 있다가 이 말을 듣고는 갑자기 눈이 밝아졌아.“아람 씨, 정말 신경주를 잊었어요?”아람은 눈시울을 붉히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다행이에요.
아람은 눈썹을 찌푸리며 마음이 이상했다.“저는 유성 씨가 목숨을 버릴 만큼 지켜야 할 사람이 아니에요. 제때에 멈추고 손실을 피해요.”‘손실을 피해?’윤유성은 차가운 차창을 누르고 있는 창백한 손을 천천히 움켜쥐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말은 싫다는 말보다 더 치명적이고 굴욕적이었다.“모 든 사람의 사랑은 소중해요, 유성 씨가 나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모든 사랑은 잘못된 사랑이 된다....경주가 차로 돌아갈 땐 이미 밤늦은 시간이었다. 한무는 공원 맞은편에 있는 24시간 영업하는 슈퍼마켓에서 따뜻한 커피 한 병을 사서 경주에게 주었다. 그 순간 경주의 손이 꽁꽁 얼어붙어 커피도 들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모습을 보자 마음이 아프고 씁쓸했다. 한무는 히터를 제일 크게 틀고 재킷을 벗어 찬바람이 스며든 경주의 몸을 감싸주고 따뜻한 커피를 쥐여주었다.“신 사장님, 근처에 병원 있어요. 빨리 가요. 손이 얼어서 갈라졌어요.”“어떻게.”경주는 기계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한무는 당황했다.“신 사장님, 뭐라고 하셨어요?”“분명 사진이 내 핸드폰에 있었어. 아무도 내 핸드폰을 건드리지 않았어. 나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사진이 어떻게 삭제된 거야?”경주는 이를 악물며 또박또박 말했다.“혹, 혹시 핸드폰이 해킹 당했거나 바이러스가 걸리지 않았어요?”한무는 열심히 생각했다.“전에 컴퓨터 기술을 공부하라고 보냈을 때, 이론은 배웠지만 실제로 사용해 본 적은 없어요. 고급 해커는 핸드폰 번호와 핸드폰 모델만 알면 해킹하여 암호화된 메일함에 없는 내용을 삭제할 수 있어요. 평소 문자를 보고 바로 삭제하시잖아요. 중요한 문서는 암호화된 사서함에 넣고, 절대 핸드폰에 넣지 않잖아요. 설마, 누군가가 사장님의 핸드폰을 해킹한 게 아닐까요?”경주는 숨을 돌리더니 땀범벅이 된 이마를 손으로 닦았다.‘그래, 사관학교에 있을 때 해킹 기술을 배웠었잖아. 왜 그럴 잊었지? 문자에 담긴 내용은 변할 수 없어도 삭제할 수는 있어!’
이소희와 경주의 심야 데이트는 인터넷에서 계속 떠들썩 거렸다. 이씨 그룹과 신씨 그룹의 홍보팀은 스캔들을 처리하고 있었지만, 일이 너무 커졌다. 영상과 사진까지 있어 실검을 내리더라도 유언비어를 막을 수 없었다.고상아가 실검을 보았을 때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넘어졌다. 다행히 그 계단은 여러 개가 아닌 완만한 계단이지만 여전히 다리를 삐고 머리를 부딪혔다. 이유희는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고 바로 어머니를 병원으로 데려갔다.병실에서 고상아는 링거를 맞으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유희의 손을 꼭 잡고 울면서 말했다.“유희야, 어떡해? 어떡해? 소희가 겨우 22살이야. 이런 일이 생기면 앞으로 어떻게 지내? 내가 무슨 염치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만나겠어?”말하면서 고상아는 대성통곡했다. 이유희는 침대 옆에 앉아 눈물을 꾹 참고 답답했다.“엄마, 이 일을 내가 잘 처리할게요.”“어떻게 처리해? 사진, 영상이 다 있어. 네 동생이 시집도 안 갔어. 이런 스캔들이 났는데 이제 누가 결혼을 해주겠어?”“소희는 저 이유희의 동생이에요. 누가 감히 헛소리를 하면 혀를 뽑아버릴 거예요.”이유희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눈에는 분노가 가득 찼다.“여론의 힘을 무시하지 마, 아직도 20년 전인 것 같아? 이씨 가문이 성주에서 제멋대로 해도 경찰이 간섭 못하던 시대야? 지금은 법치 사회야, 네가 통제할 수 있어?”고상아는 울면서 침대를 두드렸다. 이유희는 눈썹을 찌푸렸다.이씨 가문은 악당부터 시작했다. 이유희의 할아버지는 가족 사업을 번창시키기 위해 형제들과 칼싸움을 하였다. 나중에 시대가 바뀌고 자손들이 자신처럼 사는 것이 싫어 손을 씻고 이씨 가문을 세탁했다.이유희의 아버지가 이씨 그룹 회장님으로 재직할 무렵, 이씨 가문은 기본적으로 세탁되고 제대로 된 사업을 했다. 하지만 가풍과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는 다소 폭력적인 그림자가 있었다. 이유희의 아버지도 이 문제로 가족들과 많은 갈등을 겪었다.이유희는 아버지의 마음이 약하고 스스로 인품
한편, 이씨 본가.이씨 가문 어르신 이상철은 신남준처럼 아들과 함께 살지 않는다. 자기만의 거대한 저택을 갖고 있다. 신씨 가문의 관해 정원보다 작지만 전국으로 보면 10대 저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지금 이씨 가문 전체가 이 문제를 알고 있다. 가정부마저 이소희의 스캔들을 얘기하고 있다. 게다가 경주와 신씨 그룹이 지금까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이소희가 남자에게 놀다가 버려진 물건처럼 보였다. 이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체면을 보두 잃었다.“아가씨 왔어요?”“네, 이 선생 서재에서 울고 있어요. 쯧, 엄청 비참하게 울고 있어요!”“울면 뭐해요, 이씨 가문의 아가씨인데, 그런 고귀한 신분이 있는데 사생활이 너무 더럽네요. 여자아이의 평판은 매우 중요해요. 지금 신씨 그룹 사장님과 애매한 사이이고 옷을 입지 않는 모습까지 기자들에게 찍혔어요. 귀족 가문 아가씨가 너무 뻔뻔하네요. 이런 여자를 누가 원하겠어요?”“신 사장님이 원하겠죠. 호텔도 갔는데, 분명 무슨 일이 있었을 거예요. 지금 말하면 신 사장님이 책임을 져야죠!”“제 기억이 맞다면, 이 도련님과 신 사장님이 친구 아니에요? 앞으로 만나면 얼마나 어색하겠어요.”“쉿, 그만해요. 둘째 어르신이 오셨어요!”가정부들은 뒤로 물러서며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이 사장님, 안녕하십니까!”계단에서 내려오는 남자는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와 짙은 남색의 슈트를 입고 눈빛이 반짝였다. 이 사람이 바로 이상철의 둘째 아들, 이유희의 삼촌 이준상이다.이준상은 웃으며 그들 앞을 지나가면서 가볍게 말했다.“수다쟁이들, 내가 들은 건 괜찮지만, 조카가 들으면 너희들의 혀가 잘릴 수 있어.”가정부들은 소름이 돋아 몸을 떨었다....“할아버지, 할아버지! 꼭 제 편을 들어주세요! 앞으로 사람을 만날 체면이 없어요!”이소희는 이상철의 품에 안겨 통곡을 했다. 눈은 생선 거품처럼 부어올랐다.“손녀야, 울지 마! 계속 울면 눈이 아파!”이상철은 이소희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마음이
이준상은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무심코 과일 접시에서 오렌지를 집어 들었다.“제 생각에는 신경주와 소희를 결혼시켜요.”이상철은 눈썹을 찌푸렸다. 이상철의 품에 숨어 있던 이소희는 이 말을 듣자 입꼬리를 음흉하게 올렸다.“신경주는 사생아이고 신분은 별로지만 신씨 가문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신씨 그룹은 신경주의 것이에요. 소희가 시집가면 신씨 그룹 여주인이 되잖아요. 손해는 아니에요.”이준상은 다를 꼬고 오렌지를 먹었다.“둘째 삼촌, 무, 무슨 말이에요!”“생각도 다했어. 그냥 소희와 신경주가 한동안 사귀었다고 기사를 내. 두 가문이 공공 자원을 차지하기 싫어 공개를 하지 않았다고. 둘 다 미혼인데, 호텔 가는 것도 정상이잖아. 왜 그렇게 놀라는지. 우리 소희가 겁먹은 모습 좀 봐.”이준상은 산하에 엔터테인먼트와 홍보 회사를 두고 있다. 이슈를 만드는 것과 세탁하는 수단을 많이 알고 있다.“둘째 삼촌, 역시 우리 둘째 삼촌이네요. 헛소리를 하는 능력이 대단해요. 저희 후배들이 배울 가치가 있어요.”비아냥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유희가 서재에 성큼성큼 들어왔다. 꼿꼿한 몸은 위압적이었다.“오, 오빠.”이소희는 겁에 질려 이상철의 품에 숨었다.이준상의 웃음이 순간 얼어붙었다. 손에 있는 귤을 움켜쥐었다.“우리 조카, 기분이 안 좋아? 둘째 삼촌만 보면 농담을 해?”“유희야, 어른과 어떻게 말하는 거야?”이상철의 말투에는 분노가 있었다.이유희는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 준수한 얼굴은 엄숙했다. 이준상의 맞은편에 앉아 섬뜩하면서도 잘 생긴 미소를 지었다.“둘째 삼촌이 회장님이 된 후로 사업을 점점 확장하고 있네요. 큰 집의 사업에도 참견해요? 둘째 삼촌은 아이가 없어서 큰 집의 결혼도 책임지고 싶어요? 아버지가 된 느낌을 느끼고 싶어요?”이준상은 목이 막히고 분노가 치솟았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것이 이준상의 인생의 고통이자 수치였다. 비록 아내의 문제라고 말을 하지만, 이준상의 능력이 없다는 건 아내밖에 모른다. 하지만 이상철의 앞에서 화를 낼
말이 끝나자 이소희는 다시 통곡하며 중얼거렸다.“할아버지, 둘째 삼촌, 사람들을 만날 얼굴이 없어요! 그냥 죽을래요!”“우리 손녀 울지 마, 할아버지가 도와줄게!”평생 최고로 군림해온 이상철은 참을 수 없었다. 화가 나서 티 라이트를 집어 들고 맹렬히 던졌다.“신경주가 모르는 척하려고? 죽고 싶은 거지? 유희야, 네 엄마도 이 일 때문에 다쳤어? 지금 병원에 있어?”이유희는 마른침을 삼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네 엄마가 퇴원하면 신씨 가문에 가서 혼담을 얘기해! 네가 안 가면 내가 직접 갈게!”“할아버지, 진정하세요!”신씨 가문에 가서 소란을 피우겠다는 말을 듣자 이유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유희야, 내 기억이 맞다면, 너와 신 사장님은 제일 친한 친구지?”이준상은 다리를 꼬고 참견했다.“소희가 신 사장님과 결혼하면 겹사돈이잖아. 왜 이렇게 반대해?”“저와 경주가 친해서, 경주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거예요.”이유희는 말할 수밖에 없었다.“경주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구만복과 사모님의 유일한 딸, 구씨 가문 아가씨 구아람이요!”구아람 이 세 글자만 들어도 이씨 가문 가족들은 표정이 굳어졌다. 독한 이상철마저 겁먹은 눈빛이었다.“소희야, 네가 둘째 오빠에게 여러 번 고백했었지? 쓸 수단도 모두 쓰지 않았어? 네 생각에 먹힌 것 같아? 경주가 널 바라본 적 있어?”이유희는 차갑게 이소희를 노려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소희는 부들부들 떨었다.“오, 오빠. 무슨 말이야.”“네가 발버둥 쳐도 경주의 시선을 받지 못하는데, 왜 너와 호텔에 같이 있겠어? 소희야, 내가 꼭 말을 심하게 해야 해? 도대체 언제 정신 차릴 거야?”이유희는 말할수록 화가 나서 이마의 혈관이 욱신거렸다. 이소희의 제멋대로인 성격을 받아들일 수 있어도 음흉하고 수작을 부리는 건 참지 못했다.“할, 할아버지, 오빠가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이소희는 아예 끝까지 불쌍한 척을 하려고 했다.“제가 오빠의 친동생인데, 오빠 눈에 제가 어
이준상은 이상철의 별장에서 떠나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비서가 뒤를 따르며 물었다.“회장님, 서재에서 어르신과 나눈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왜 아가씨와 신 사장님의 결혼을 찬성해요? 분명 아시면서.”“신경주가 이소희와 결혼할 것 같아?”이준상은 비아냥거렸다.“신경주가 구씨 가문 아가씨와 얼마나 많은 일을 일으켰어. 얼마 전 신경주는 구아람을 위해 죽을 뻔했어. 둘이 마음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어. 이소희가 주제넘게 집착하는 거잖아. 신경주는 이소희와 결혼하지 않을 거야. 신경주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찬성한 거야. 이러면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고, 이유희와 신경주의 관계가 틀어지게 하면 우리에게 더 유리해.”“현명하시군요!”비서는 칭찬했다. 이준상의 눈에는 교활함이 가득 했다.“친구의 사이를 틀어지게 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 바로 여자를 이용하는 거야. 친구? 흥, 웃겨.”이준상이 계단을 내려가자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나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참, 아가씨가 얘기하던, 그 이유희가 밖에서 키우는 신씨 가문 계집애의 이름이 뭐였지?”“신효정이에요!”“아, 잘 지켜봐. 중요한 시기에 우리의 좋은 카드가 될 거야.”...“아! 오빠, 아파, 아파! 놔!”이유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희를 자루를 끌 듯 팔을 잡아당기며 빈 방으로 끌고 갔다. 문을 닫자마자 이유희는 팔을 휘두르며 이소희를 바닥에 세게 내던졌다.“아!”이소희는 비참에게 바닥에 주저앉았다. 온몸이 아프고 팔까지 멍들었다.“이소희, 사실대로 말해, 그날 호텔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이유희는 평생의 자제력으로 참았다.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이미 팔을 끊어버렸을 것이다.“무슨 말이야,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이유희는 아파서 헐떡였지만 여전히 고집을 부렸다.“네 머리로는 이렇게 복잡한 함정을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있었을 거야.”이유희는 점점 앞으로 다가가더니 몸을 숙이고 붉은 눈으로 노려보았다.“말해, 누가 도와준 거야? 누가 배
그건 바로 아람과 경주였다. 명문가 출신으로 항상 오만하고 자존심이 강했던 억만장자 사장 경주가 자세를 낮추고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포장마차에서 밥을 먹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평소 탄수화물만 먹던 경주가 야식을 정신없이 먹고 있다. 아람이 경주에게 양꼬치를 먹여주며 기름진 음식을 먹고 있다. 누가 봐도 허황하고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것이다.“맛있어?”아람은 꽃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냅킨을 들고 경주의 입술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경주는 입을 닦자마자 참지 못하고 아람의 부드러운 입술에 키스를 한다.“맛있어. 너랑 뭘 먹든 다 맛있어.”키스 소리가 매우 커서 아람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라면을 만들고 있는 할머니마저 그 모습을 보자 흐뭇하게 웃었다. 선남선녀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쳇, 내 체면을 봐서 맛있다고 하는 것 같아.”아람은 삐진 척하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싫다면 말해. 네가 나한테 잘 보이기 위해 싫어하는 것을 하는 게 싫어. 다음부터 너랑 안 올 거야.”경주의 깃털 같은 속눈썹이 떨리더니 긴 팔로 아람을 가로질러 식탁 맨 왼쪽에서 조미료 병 두 개를 가져왔다. 하나는 후추고 하나는 식초였다. 그리고 아람의 라면에 정성껏 넣고 다시 비벼주며 다정하게 재촉했다.“빨리 먹어봐.”아람은 눈을 깜빡이며 젓가락을 들고 면을 먹고 숟가락으로 국물까지 마셨다. 순간 아람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뜨며 경주를 바라보았다. 하얗고 작은 손이 허공에서 휘날렸다.“우와, 맛있어. 너무 맛있어. 간단한 조미료만 넣었을 뿐인데 맛이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갔어. 너 왜 이렇게 재능이 있어?”경주는 깊이 바라보며 소년처럼 웃었다.“아람아, 내가 널 맞춰주기 위해서 맛있다고 한다고 생각하면, 네 생각이 틀렸어. 내가 신씨 가문에 가기 전에 이런 포장마차들은 나와 엄마한테 고급 레스토랑과 마찬가지였어.”아람은 순간 가슴이 찡하고 숨이 턱턱 막혔다. 오정숙한테서 경주의 알려지지 않은 과거에 대해
우 비서는 떠보듯이 물었다.“윤 사장님, 그 미친 여자가 협력할 의향이 있어요?”“내가 나서는데, 어떻게 안 될 수가 있겠어?”유성은 거만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눈엣가시를 하나 더 제거한 것을 미리 축하드려요!”우 비서는 아첨하며 웃었다.“윤진수가 무너지면, 윤성우도 곧 무너질 거예요. 그때 늙은이가 쓸사람이 없으면 사장님께 희망을 걸 수밖에 없어요. 그럼 윤씨 가문 전체가 사장님의 손에 들어올 거예요.”“그러길 바라네.”유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손을 들어 어두컴컴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회장님은 나에게 새 생명을 준 은인이야. 난 그저 희망에 부응할 수 있기를 바라.”“참, 사장님. 방금 소식을 받았는데, 헬기가 이미 준비되었다고 해요.”“조금 오래 걸렸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네.”유성은 손끝으로 금테 안경을 부드럽게 올리며 차갑게 바라보았다.“라이언에게 연락해서 알려줘.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언제든 라이언과 형제들을 보낼 준비가 되었다고.”...유성의 리무진은 천세당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유성은 앞으로 일어날 일련의 큰 사건들과, 웅장하고 위압적인 미래를 생각하자 은근한 흥분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모든 것이 유성의 통제하에 있다. ‘오직 아람만이 없네.’이 생각을 하자 유성은 주먹을 불끈 쥐고 나지막하게 말했다.“구씨 가문을 감시하라고 했잖아. 최근에 무슨 소식이 있어?”우 비서는 이마를 치며 급히 보고했다.“우리의 사람한테서 소식을 받았는데, 구아람 씨가 구씨 가문에서 가출한 것 같아요. 지금 구 회장님께서 사람을 동원하여 구아람 씨를 찾기 위해 주변을 수색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구아람 씨를 찾지 못했어요!”“뭐? 아람이 가출했어?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유성은 눈을 부릅뜨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사, 사장님, 진정하세요. 구씨 가문의 비밀 조치는 항상 극도로 엄격해요. 우리 사람들은 밤낮으로 잠도 자지 않고 지켜봐서 얻은 소식이에요!”우 비서는 가
윤민주의 표정이 점점 끔찍해지며 유성의 정교하고 악독한 얼굴을 노려보았다.“도와줘, 하하, 저들도 짐승인데, 윤유성 넌 다를 것 같아? 그래, 넌 달라. 넌 악독한 뱀이야. 아빠와 오빠들보다 더 독해!”유성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대신 미소를 지었다.“난 신사로 간주될 수는 없어. 하지만 짐승도 정이 있어. 가족한테는 잔인하게 손을 댈 수 없어. 그래서 누나를 도와주고 싶어.”“게다가 지금 나 말고 누가 누나를 생각해 주고 있어? 빛도 보지 못하는 캄캄한 감옥에 갔는데, 아직도 누나가 윤씨 가문 사람인 것 같아?”윤민주가 유성의 도움에 저항하는 것을 보자 유성은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누나, 잘 생각해 봐. 누나와 매형이 비참한 상황에 처하게 된 건 누구 탓일까?”윤민주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구씨 가문이야. 구씨 가문이 날 복수하고 있어. 구아람 그 계집애 탓이야!”유성의 창백한 입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네가 건드린 건 구만복의 친딸이야. 어르신께서 널 죽이지 않은 것도 두 가문의 몇십 년의 정을 봐서 그런 거야.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윤진수 때문에 일어난 거잖아?”“윤진수.”윤민주의 머릿속이 윙윙거렸다. 그동안 구씨 가문만 생각하느라 윤진수를 잊을 뻔했다.“모두 윤진수의 사주를 받아서 구씨 가문에게 보복을 당한 거잖아. 처음부터 쓰레기 짓을 하지 않고, 제멋대로 나서지 않았더라면 누나와 매형은 고귀한 생활을 누리고 있었을 거야.”“이제 윤진수가 모든 것을 망쳤어. 기자회견부터 누나가 감옥에 들어갈 때까지 윤진수가 누나 대신 나선 적이 있어? 그저 범죄를 누나한테 뒤집어씌워 책임을 떠넘겼잖아.”“윤진수는 윤씨 가문의 보호를 받아 무사하게 도련님 생활을 누리고 있어. 이 억울함을 참을 수 있어? 나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아, 누나.”유성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흔들렸다. 윤민주는 조용해졌다. 이미 생각에 잠긴 것 같았지만 원망스러울수록 눈시울이 붉어졌다.“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고 싶어?”
아람은 경주의 튼튼한 팔에 팔짱을 끼고 자신 있게 말했다.“우리가 움직이지 않고 자취를 감추면 윤유성은 분명 참지 못하고 온갖 방법을 생각해서 윤진수를 상대할 거야.”...다음 날 주식 시장이 개장했다. 윤씨 그룹 주가는 폭락했다. 마치 성주 사람들에게 큰 빛을 주던 주식이 초롱초롱하게 빛이 났다. 보는 사람마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윤민주와 주성택의 일이 점점 커져 윤씨 그룹의 명성도 떨어지며 그룹 전체가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셋째 날에도 윤정용은 여전히 아파서 입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장님인 윤성우도 검찰에 소환되었다. 넷째 날, 구만복이 회의에 참석했을 때 기자의 취재에 막혔다. 윤씨 그룹에 대한 견해를 발표하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구 선생, 윤 사장님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번 윤씨 가문에 일어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구만복의 안색이 차가워지면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저와 윤 회장님은 그저 비즈니스 파트너일 뿐이에요. 다른 기자들의 말에 오도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제 생각을 물으면 실수는 인정하고 바로 서기 위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네요. 윤씨 그룹이 이번 교훈을 통해 다시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라요.”병원에 입원 중이던 윤정용이 구만복의 인터뷰를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의자를 들어 TV를 부숴버렸다....하루하루가 지나고 경주와 아람은 더 이상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역시 아람의 예상과 같았다. 담담하던 유성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원래 이 기회에 남을 이용하여 사람을 해치려 했다. 하지만 폭풍이 곧 지나갈 것 같았고, 더 이상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오늘 밤 우 비서와 함께 구치소에 와서 윤민주를 만났다. 한때 고귀하고 편안한 삶을 누리던 명문가 집안 아가씨가 감옥에 들어간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미 엉망진창으로 되어 귀신 같았다.그뿐만 아니라 얼굴도 멍이 들었다. 여성 죄수들도 성매매를 강요하는 악행을 참을
“윤정용이 지금 갑자기 병원에 입원한 건 진짜 아픈 게 아닐 수도 있어. 그냥 위험을 잠시 피하러 갔을 수도 있어.”경주는 깊은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검찰이 수사 절차를 시작하면 윤정용을 반드시 소환할 거야. 그럼 아프다는 핑계로 수사를 거부할 수 있어.”“젠장, 이 늙은이가 참 교활하네!”유희는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유희 오빠, 성매매가 뭐야?”효정은 순진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물었다. 정말 포인트를 잘 잡는 것 같았다. 순간 경주, 아람, 유희 모두 그 질문에 침묵이 흘렀다. 유희는 어색하여 가볍게 기침을 하며 효정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켁, 이제 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으면 내가 천천히 말해줄게.”뉴스가 끝났다. 짧지 않은 시간을 차지했던 윤씨 가문의 문제는 화려하게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그들의 마음을 만족해 주었다.“정말 나쁜 사람들이야. 어떻게 감히 여자들에게 그런 짓을 강요할 수 있어!”뉴스를 다 본 효정은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경찰 아저씨들은 무조건 저 사람들을 다 체포해야 해.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되찾아야 해!”“이미 잡혔어. 자기야, 걱정 마.”유희는 숨을 내쉬며 효정의 허리를 꼭 안았다. 거실이 갑자기 고요해졌다. 비록 윤민주가 잡혔지만 아린을 괴롭히고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윤진수는 여전히 당당하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독뱀 같은 유성도 마음 끝에 날카로운 가시처럼 박혀 있었다.그래서 현재 윤씨 가문에게 복수를 하는 일은 그저 3분의 1밖에 지나지 않았다. 경주는 아람의 심각한 표정을 알아채고 아람의 긴장된 어깨를 감싸안았다. 큰 손으로 둥근 어깨를 문지르며 다정하게 위로했다.“아람아, 넌 충분히 잘했어. 윤씨 그룹은 4대 가문 중 하나야. 세력이 엄청 커. 하룻밤 사이에 뿌리를 뽑아버리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야. 윤진수의 일은 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해 줄게.”“아니, 누구도 움직일 필요가 없어.”아람의 눈에는 차가운 눈빛이 반짝이며 교활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누군
그날 밤, 별장에서 아람과 경주는 거실에 앉아 뉴스 채널에 고정된 TV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몇 분 후 뉴스가 시작되었다. 오늘의 헤드라인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던 대형 뉴스였다. 바로 윤민주의 체포 소식이다. 뉴스에서 윤민주가 경찰에 의해 체포되는 코믹한 장면을 다시 반복했다. 그 장면을 보면 여전히 웃음이 터졌다.“응? 이 잘생긴 경찰 오빠가 너무 낯익어요. 어디서 본 것 같아요.”효정은 작은 손으로 턱을 괴고 보더니 순간 눈빛이 반짝였다.“아, 생각났어요! 구씨 가문 셋째 사모님의 생일 연회 때 제 옆에 앉았었어요. 오빠가 저랑 얘기도 나누었어요. 음!”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참지 못하고 효정의 턱을 잡고 카리스마 넘치게 키스를 했다. 유희는 화나고 질투한 것 같았다. 아람과 경주가 뉴스를 집중해서 보고 있었는데, 부끄러운 소리가 들려오자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순간, 경주는 훤칠한 몸을 기울이며 키스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막았다. 그러며 고개를 숙이고 아람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왜, 미성년자 관람 불가야? 왜 못 보게 해?”아람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든 다 목격한 여자야. 그저 키스잖아.”“아니, 네가 어색할까 봐 그랬어.”경주는 아람의 코를 가볍게 잡으며 씁쓸하게 웃었다.“흥, 내가 어색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어색해할 거야.”유희는 눈시울을 붉게 물들이며 효정의 입술을 떠났다. 키스에 효정의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호흡마저 흐트러졌다.“여보, 내 앞에서 다른 남자 얘기하는 건 일부러 화나게 하려는 거야?”유희는 손끝으로 효정의 입술을 반복해서 만지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잘생긴 오빠? 네 남편인 나보다도 잘생겼어? 응?”“음, 다, 다 멋있어.”효정의 얼굴은 복숭아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응? 누가 멋있어??”유희는 효정을 간지럽혔다.“하하하, 유희 오빠가 멋있어, 유희 오빠가 제일 멋있어!”효정은 너무 간지러워 어깨를 움치리고 유희의 품에서 깔깔 웃었다. 아
“사장님, 저한테 뭘 보상해 주실 거예요?”[보상? 비서로서 네가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니야?]경주의 목소리는 배부른 사자처럼 나른하게 들렸다. 한무가 생각하자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그, 그럼 사모님도 보상해 주셨는데, 부창부수라는 말을 모르세요? 사모님이 사장님을 쪼잔하다고 할 수 있잖아요!”[너 지금 누구를 협박하는 거야?]“아니요, 아니요! 제가 감히 그러겠어요!”한무는 즉시 허리를 곧추세우고 이마에 땀을 흘렸다.[오랫동안 쉬지 못했잖아. 연차를 열흘 더 줄게. 가고 싶은데 가서 재밌게 놀다 와.]“사장님, 모태 솔로에게 연차를 줘요? 출산 휴가를 줘도 제가 할 일이 없어요!”한무는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보너스를 조금 주시는 건 어때요? 이제 연차도 쓰지 않고 24시간 내내 사장님을 위해 목숨을 걸고, 사장님과 사모님의 노예가 될게요!”한무는 돈을 탐냈다. [수백만의 연봉도 만족하지 못해? 그룹 전체를 보면 주주 외에 너보다 연봉이 높은 사람이 몇 명이나 돼?]경주는 피식 웃었다.[네가 무슨 노예야, 참 뻔뻔하네.]“사장님, 비록 지금 아내가 없더라도, 장가갈 돈은 많이 모아두어야 하잖아요. 제가 매일 사장님을 위해 뛰어다니고, 수사하는 일까지 했어요.”“바빠서 지금 연애할 시간도 없어요. 제 청춘을 신씨 그룹에 바쳤어요. 사장님께서 넓은 마음으로 이 늙은 총각에게 친절과 배려를 베풀어주셔야죠!”한무는 경주가 지금 아람과 화해를 하여 행복한 사랑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금의 경주는 자상한 아버지와 같았다. 이때가 바로 월급 얘기를 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경주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아람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숨소리까지 자세하게 들려 두 사람은 가까이 붙어 있는 것 같았다.[신 사장님, 너무 쪼잔하게 굴지 마. 한 비서가 어렵게 말을 꺼내는데 그냥 들어줘.]‘세상에, 사모님이 지금 사장님께 애교를 부리는 거야?’아람의 말투를 듣자 온몸이 찌릿찌릿하며 애교에 녹을 것 같았다. 역시 경주의 호
윤씨 가문은 정말 구더기 떼를 키우는 가문 같았다.“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윤민주는 순식간에 목 밑까지 붉어졌다. 마치 온몸의 피가 얼굴에 쏘인 듯 히스테리하게 외쳤다.“이 녹음은 가짜예요. 모두 가짜예요! 전 무당을 몰라요. 안에 말하는 건 제가 아니에요. 모두 가짜예요. 누군가가 저를 해치려는 거예요!”“해쳐요? 윤민주 씨 이거 보세요. 이건 또 어떻게 해명하실 건가요?”기자는 핸드폰을 높이 들었다.바로 이때, 자리에 있던 모든 기자들의 핸드폰이 울리고 진동했다. 모두 고개를 숙여 화면을 보았다. SNS에서 푸시한 뉴스이다. 이건 바로 윤민주가 사적으로 무당과 만나 돈을 주는 장면이었다. 비록 몰래 찍은 것이지만 윤민주의 악행이 완전히 폭로되었다.“아가씨!”이때 경호원이 달려와 온몸이 뻣뻣해진 윤민주를 무대 아래로 끌어당겼다.“저는 윤 사장님께서 보낸 경호원이에요. 상황이 안 좋아요. 빨리 가요!”말을 마치자 연회장의 문이 열렸다. 도현은 사복 경찰 몇 명을 이끌고 당당하게 들어왔다. 표정이 엄숙하며 카리스마가 넘쳐 사람들은 소리도 내지 못했다.“경찰이에요!”도현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사람들 앞에서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었다.“윤민주, 당신은 뇌물 수수, 성매매, 불법 구금으로 공식적으로 체포되었어요.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지만, 당신이 말하는 모든 말은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것이에요. 데려가!”뒤에 있던 경찰 두 명이 다가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윤민주에게 차가운 수갑을 채웠다. 두 경찰은 양쪽 팔을 잡고 겁에 질려 멍해진 윤민주를 끌어나갔다.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모두 라이브를 켰다. 이 순간 라이브는 천만 명을 돌파하며 반응이 뜨거웠다.[세상에! 명문가 집안에서 살기 이렇게 힘들어? 명문가 집안 아가씨가 인간 관계를 끌어모으며 돈을 벌어야 해? 참 신기하네!][윤씨 가문이 명문가 가문이 아니지? 구씨 가문과 친한 척하더니, 참 잘난 척을 해!][하하하, 꼴 좋네. 보복이야. 윤민주의 물개 같은
눈 깜짝할 사이에 기자회견 당일이 되었다. 5시부터 호텔 연회장 모인 여러 기자들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각도를 조정했다. 그리고 노트북을 꺼내 들고 윤민주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근데 저는 윤정용이나 윤성우가 나설 줄 알았어요. 윤민주일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이 여자 참 대단하네요. 남편이 잡혀갔는데 잠이 오나요? 기자회견 할 힘도 있나 보네요.”“허, 윤씨 가문 남자들이 얼마나 똑똑해요. 이건 윤민주를 이용하여 내세우는 거예요!”“쯧, 명문가 집안은 참 인정이 없네요. 윤민주도 참 비참하게 사네요.”“비참하다고? 주 의원님이 사적으로 받은 뇌물만 수천억이에요. 평생 감옥에 있을 수 있는 금액이에요. 이런 더러운 돈이 윤민주의 손에 안 들어갔다고 하면 누가 믿어요? 그저 문제가 생기니 부부가 갈라서는 문제일 뿐이에요!”곧 시간이 7시가 되었다. 윤민주는 쌩얼로 나타났다. 검은 정장을 입고 고개를 숙인 채 비참한 표정을 지으며 가시덤불 같은 모습으로 마이크 앞 무대로 걸어들어왔다. 눈부신 플래시가 윤민주의 초췌한 얼굴을 뒤덮었고, 눈시울을 붉히며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기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윤민주 씨. 주성택 씨의 갑작스러운 체포는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어요. 결국 주성택 씨는 이번 성주 시장 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였는데요. 주성택 씨가 한 모든 일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몰랐어요.”윤민주는 눈물을 흘리며 억울한 척했다. 무고하고 순진한 여성의 이미지를 최대한으로 연기했다.“전 그저 무지한 여성이에요. 집에서 매일 아이들을 키우는 것만 해요. 일에 대해 많이 묻지 않아요. 사적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서 횡령하는 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전 윤씨 그룹 출신이에요. 4대 가문 중 하나라고요. 제 혼수는 아주 값져요. 그런 사소한 돈 때문에 명예를 잃을 수 없잖아요!”“정말 주 의원님이 한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세요?”갑자기 한 남자 기자가 나타나 큰 목소리로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이 바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