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었다. 방은 고요하지만 따뜻하고 평화로웠다.두 사람의 침대는 나란히 놓여있었다. 중간에 간격이 있었지만 경주는 같은 침대에서 자는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한무는 일부러 두 사람의 침대를 최대한 가깝게 배치했다.아람이 발견했을 때 이미 늦었다. 세 사람은 재빨리 피했고 혼자서 옮길 수도 없었으며 연약한 경주는 더욱 도움이 안 됐다. 아람은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워 눈을 감고 숨을 고르게 헐떡였다.경주도 반듯하게 누워서 아람의 샴푸 향을 맡았다. 그러자 가슴이 설레며 단조롭던 천장에 마치 낭만적이고 찬란한 별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경주의 촉촉하고 뜨거운 손은 부들부들 떨며 아람에게 다가갔다.“가만있어.”아람의 맑은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경주의 손을 굳어져 버렸다.“아니면 오늘 밤 넌 오른손을 가진 마지막 시간이 될 거야.”경주는 식은땀을 흘리며 씁쓸하게 웃었다. 경주는 시체처럼 곳곳 하게 누워 있었다. 마침내 아람이 숨을 고르게 내쉬며 잠이 들었다.경주는 마른침을 삼키고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먹었다.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아람의 따뜻한 손을 꼭 잡고 깍지를 꼈다.“아람아, 사랑해. 잘 자.”경주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고 금세 잠이 들었다. 한참 지난 후 얕은 코골이와 함께 아람은 조용히 눈을 떴다. 손을 꽉 움켜쥐자 가슴이 두근거렸다.“나쁜 남자, 잘 자.”...이틀 동안 경주를 돌본 후 아람은 해문의 집으로 갔다. 한편으로 며칠째 돌아가지 않아 초연서가 걱정되어 상태를 보고 싶었다. 다른 한편으로 유민지에게 경주의 후유증을 치료할 방법이 있는지 묻고 싶었다. 비록 화이트신이지만 모은 병을 치료할 수는 없다.“아린아, 연서 이모는 어때?”아람은 눈시울이 붉은 구아린을 안고 걱정스럽게 물었다.“엄마가 방에 숨어 있어요.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요. 어제 밥을 한 입도 먹지 않았어요. 방 불이 켜져 있어서 자지는 않았을 거예요.”구아린은 눈물을 흘리며 울음을 터뜨렸다.“엄마가 충격을 받아서
임수해는 죄책감에 휩싸여 잘못을 인정했다.“죄송해요, 아가씨. 죄송해요. 제가 아홉째 아가씨를 잘 챙겨주지 못했어요. 저를 혼내 주세요.”“언, 언니. 수해 오빠를 혼내지 마요! 이미 매우 바쁘고 피곤해요. 저를 많이 챙겨주었어요. 최선을 다했으니 오빠 탓을 하지 마세요. 네?”아람은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지렸다. 임수해에게 폐를 끼칠까 봐 간절하게 부탁했다.“흥, 잘못한 건 잘못한 거야. 임수해. 너에게 벌을 줄게. 아린을 데리고 산책하고 해문에서 제일 맛있는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 가게에 가. 밤이 될 때까지 들어오지 마. 들었어?”아람은 자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구아린은 멍해졌다.“언, 언니.”임수해는 가슴이 두근거려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구아린을 바라보았다.“아가씨, 오늘 많이 힘들 수도 있겠네요.”‘힘들다고? 수해 오빠와 단둘이 데이트를 하는 건 꿈에서도 상상 못 할 일이야! 하지만.’“아린아, 걱정하지 마.”아람은 구아린의 속마음을 꿰뚫고 긴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집에 언니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 며칠 동안 고생했는데, 이제 좀 쉬어야지. 정신적으로 너무 긴장하면 몸에 안 좋아. 수해랑 함께 산책하러 가.”임수해와 구아린을 보낸 후, 아람은 서둘러 초연서를 만나러 가지 않고 유민지를 찾았다.“먼저 만나러 가지 마. 네 아빠도 만나지 않아. 충격이 너무 커서 혼자 진정해야 돼.”유민지는 그날의 일을 떠올리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고 마음도 씁쓸했다.“나중에 연서 이모와 얘기를 나누어볼게요.”아람은 입술을 오물거리더니 한참 머뭇거린 후 입을 열었다.“민지 이모, 무리한 부탁이 있어요.”“아람아, 그게 무슨 말이야! 무리하다니!”유민지는 화를 내면서 손끝으로 아람의 얼굴을 부드럽게 찔렀다.“계속 나에게 예의를 갖추면 앞으로 날 찾지 마!”아람은 능글맞게 웃으며 유민지의 어깨에 기대었다.“잘못했어요. 그럼 솔직하게 말할게요. 예전에 M 국의 조카가 훌륭한 뇌 의학자
유민지는 백신우을 건드릴 용기가 없었다. 왜냐하면 백신우가 유민지에게, 이 가족에게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 눈에서, 유지민은 항상 아버지의 일부일처제를 깨뜨린 제3자였다. 유지민을 뒤 이어 구만복은 초연서와 강소연이 생긴 것이다.만약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구만복은 그렇게 많은 여자가 없었을 것이다. 항상 처음 등장한 사람이 제일 많은 논쟁과 스트레스를 감당하고 큰 죄책감을 짊어지는 법이다.“그런 일은 지체하면 안 돼. 지금 지운에게 전화해 볼게.”아람의 부탁이라면 유민지는 항상 가장 먼저 도와주었다. 그래서 바로 핸드폰을 꺼내 조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젠화벨이 몇 번 울리자 젊고 맑은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모, 너무 보고 싶어요.”“지운아, 많이 바빠? 고모에게 전화도 안 하고, 밖에서 돌아다니니 고모를 잊은 거야?”유민지는 일부러 화난 척했다.“에이! 모든 사람을 잊어도 고모를 잊을 수 없죠. 미인은 항상 제 마음속에 있어요. 특히 고모 같은 미녀라면 더욱 그래요.”유지운은 말을 예쁘게 했다. 아람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유 도련님이 민지 이모에게 말하는 말투는 소설 속의 바람둥이 역할이 생각나네. 내가 생각하는 것과 너무 달라.’“지운아, 너도 나이가 있잖아. 젊었을 때 이런 말을 들으면 좋지만 지금은 좀 느끼해.”유민지는 가볍게 웃으며 놀렸다.“느끼해요? 겨우 스물일곱인데 왜 느끼해요? 남자는 서른부터 느끼한 거예요.”유지운은 비웃었다.“제 기억이 맞다면 사촌 오빠가 느끼할 나이 아니에요? 고모는 느끼한 남자를 너무 많이 만나서 그래요. 나중에 M 국에 와서 저를 봐봐요. 상큼한 남자를 보고 눈을 정화해요, 하하하!”아람은 통화 내용을 똑똑히 듣고 화를 내며 이를 악물었다.‘유진우의 말이 왜 이래? 너무 역겨워!’“됐어, 그만 장난칠게.”유민지는 목을 가다듬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정색했다.“지운아, 고모가 전화한 건 부탁이 있어서 그래.”“부탁이라 하지 말고 그냥 얘기하세요.”유민
“하지만 딸에게 가야 할 심장이 누구에게 갔는지 알아요? 성주의 송 시장 아들이요! 그 불쌍한 소녀는 다음 기증자를 기다리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세상을 떠났어요!”유지운이 내뱉은 분노 한 마디 한 마디가 칼처럼 날카로웠다. 그 말을 듣는 아람도 가슴이 아팠다. 같은 의사로서 유지운의 고통을 알 수 있었다.“지운아, 네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고모, 제 규칙은 절대, 절대 고위 임원, 권력자, 재벌에게 치료하지 않는 거예요. 돈이 흘러넘치고 권력도 있는데, 무슨 의사를 찾지 못하겠어요. 제 성격으로 나서면 구하는 게 아니라 죽을 수 있어요. 그러니 다른 의사에게 부탁하세요!”유민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지운은 전화를 끊었다.“아람아, 미안해. 우리 집 놈은, 부모도 어쩔 수 없어. 나도 더 이상 방법이 없어.”유민지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 아람은 움찔하며 입을 오물거리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위로했다.“이모, 자책하지 마세요. 이 일은 이모와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최선을 다해 설득했잖아요. 그 외에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아람은 무거운 마음으로 방에 돌아갔다. 생각 끝에 백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람아, 넷째 오빠가 보고 싶었어?”백신우는 숨을 거칠게 쉬었다. 하지만 말투는 여느 때처럼 다정했다.“오빠, 바빠?”아람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방금 집중 훈련을 마쳤어. 괜찮아, 말해.”“오빠, M 국 요원 본부에 있지 않아? M 국에 있는 사람을 조사하려면 쉽지?”“쉬운 게 아니라 엄청 쉽지!”백신우의 입담은 구진과 비슷했다. 조금만 칭찬해 주면 하늘에 붕붕 떠있을 것이다.“좋아, 다행이야.”아람은 눈썹을 찌푸렸다.“사람 한 명을 조사해 줘, 유 도련님의 막내아들이야. 민지 이모의 조카. 이름은 유지운이고 실력이 좋은 뇌과 의사야.”“나 알아.”백신우는 덤덤하게 대답했다.“뭐?”아람은 깜짝 놀랐다.“내부 비밀이라 말할 수 없어. 말해, 뭐 하고 싶어?”백신우는 시원하게 웃으며 물었다.“유지운이
백신우는 장난스럽게 웃었다.“유지운은 게이라서 여자한테 관심이 없어.”아람은 소름이 돋았다.“미인계를 쓰려고 해도 남자를 찾아야 해. 여자에게 관심이 없어.”말을 하면서 백신우는 사악하게 웃었다.“아니면 둘째 보고 꼬셔라고 그래. 어깨도 넓고 허리도 가늘고 꿀벅지잖아. 분명 인기가 많을 거야. 유씨 가문 그 녀석이 구진을 보면 눈빛이 반짝거릴 거야. 그러다가 넘어올 수도 있어.”아람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이건, 넷째 오빠가 처음으로 둘째 오빠를 칭찬한 건가?’...보름이 지난 후 경주는 퇴원을 했다. 퇴원하던 날, 신남준이 직접 데리러 왔다. 언론들을 피하기 위해 매우 겸손하게 갔다. 차에서 신남준은 경주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계속 머리를 쳐다보고 있어 소름이 돋았다.“할아버지, 제 머리가 이상해요?”경주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경주야, 빡빡이 머리도 멋있어.”신남준은 경주의 머리를 만지며 감탄했다.“제가 사관학교 다닐 때도 이 헤어스타일이었어요. 그때 다들 저보고 킹카라고 했어요.”신경주는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자신감이 넘쳤다.“소아 솜씨가 참 좋네, 머리를 꿰맨 곳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 정말 섬세하게 잘했어.”신남준은 또다시 감탄했다. 아람을 생각하자 경주의 마음이 따뜻해져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관해 정원으로 갈 거야, 아님 할아버지 집에서 밥 먹을 거야?”신남준이 물었다.“할아버지, 아람이 보고 싶어요. 아람에게 가고 싶어요.”곧게 뻗은 경주의 멈은 약간 앞으로 기울어졌다. 눈빛에는 기대가 가득 찼다. 비록 차에 앉아 있지만, 뜨거운 마음은 이미 아람에게 갔다.“하하, 좋아! 와이프 찾으러 가야지!”신남준은 활짝 웃으며 철든 손자의 어깨를 두드렸다.“할아버지가 소아한테 데려다줄게! 헤헤, 우리 손자가 큰 재앙으로 죽지 않았다면 아내를 맞이하는 축복을 받을 거야!”조수석에 앉아 있던 서 비서는 입을 꾹 다물고 웃을 참지 못했다.경주는 얼굴이 뜨거워지고 마른 입술을 핥았다. 그 모습은 첫사랑
경주는 눈을 부릅뜨고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여기 없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호텔 내부에서 최근 임명 통지를 발표했어요. 구 사장님은 KS 그룹 본사로 소환되어서 KS WORLD 사장 자리를 해임했어요. 본부로 가면 다른 직책이 배치될 겁니다.”“그럼 호텔은 어떻게 해요?”“KS WORLD 해외 지사의 고층 경영진이 돌아와서 성주의 KS WORLD를 인수할 겁니다.”비서실장은 매일 바쁜 아람의 모습과 함께 일했던 추억을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구 사장님이 온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너무 훌륭했어요. 위기였던 호텔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서 호텔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했어요. 게다가 지난 10년 동안 얻지 못한 업적까지 이루었어요. 구 회장님께서 사장님의 성과에 만족하여 본사로 소환했어요. 사장님의 실력으로는 더 큰 곳에 가서 발전해야 해요. 여기에 있으면 재능 낭비예요.”이 말을 듣자 경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내 여자는 세상에서 제일 똑똑해. 그 실력으로 호텔의 사장을 하는 건 인재를 낭비하는 거야. 잠깐, 이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이런 큰 문제를 왜 나한테 알려주지도 않았지?’“그, 그럼 어디 가면 구 사장님을 볼 수 있어요?”경주는 마음이 급해서 초조하게 물었다. 그러자 비서실장은 얼떨떨했다.“제가 구 사장님의 행방을 알 정도로 신통하지 않습니다. 신 사장님. 사장님이잖아요. 왜 구 사장님을 못 찾을까 봐 걱정하세요?”경주의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너무 걱정이 돼서 흰머리가 나올 것 같았다....해문, KS 그룹 본사 빌딩.구름 위로 우뚝 솟은 KS 그룹 빌딩은 해문에서 가장 번화하고 제일 비싼 CBD 상업 지구에 있다. 해문의 랜드마크라고 말할 수 있다.지금 이 순간, 오후 세시 정각, 모든 부서의 직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넓고 밝은 복도에서 정장 차림의 임원들이 바삐 1층으로 달려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아람이 KS에 온 다는 소식은 일찍이 그룹 전체에 퍼져 모든 부서, 심지어 청소부 아주머니까지
구윤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돌아서서 깨끗한 오른손을 뻗고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아람아.”“갈게.”감미로운 목소리로 대답한 후 YSL 블랙 골드 하이힐을 신은 날씬한 다리가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검은 치마가 흔들리고 빛이 나게 하얀 피부가 보였다. 남자라면 다리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다. 아람은 구윤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안녕하세요, 아가씨!”아람은 약간 고개를 끄덕였다.“여러분, 많이 기다리셨죠. 밖이 추워요, 빨리 들어가요.”남매가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마치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 같아 감탄이 자자했다.“너무 예뻐, 아가씨의 실물이 만 배는 더 예뻐.”“그러네, 구 사장님처럼 잘생긴 남자 곁에 서 있어도 아가씨밖에 안 보여! 여자가 마도 사랑에 빠질 것 같아!”아람이 얼굴을 드러내기 전에는 비판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러나 얼굴을 보이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팬들이 생겼다. 아람은 진정한 마음을 훔치는 사람이다.“아가씨, 어서 오세요!”양쪽의 고위층들은 일제히 인사를 하였다. 아람과 구윤은 옆으로 보지 않고 나란히 걸었다.“먼저 그룹을 둘러보면서 익숙해져 볼래?”구윤은 잘생긴 얼굴을 돌리고 다정하게 웃으며 물었다.“그건 서두를 거 없어, 오빠가 준비해 준 사무실부터 보고 싶어.”아람은 눈웃음을 지으며 장난스럽게 구윤의 팔을 찔렀다. 구윤은 다정하게 아람을 바라보았다.“알겠어.”...구윤은 아람과 함께 사무실로 향했다. 뒤에는 임수해만 따랐다.“아이고, 우리 조카들!”남매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보았다.세련되고 정교한 옷 차람에 미소를 머금은 중년 남자가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뒤에는 비서와 부하 몇 명이 있었다.“아, 둘째 삼촌.”아람은 덤덤하게 웃으며 인사했다.친절한 미소와 고상한 태도로 두 사람을 맞이한 중년 남자는 다름 아닌 구만복의 유일한 친동생이자 현재 KS 그룹 부회장인 구해진이다.구해진은 구만복처럼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인물은 좋았다. 사람들 앞
“네 아버지에게서 들었어. 아람이 그룹에 입사한다고 했어. 어느 부서에서 해? 오늘 마침 바쁘지 않아, 내가 아람이 데리고 다니면서 환경도 익힐까?”구해진의 열정에 구윤과 아람은 서로 바라보았다. 구윤은 담담하게 말했다.“아버지의 소식을 기다려야 해요, 아람에게 적합하고 재능을 보여줄 직책을 마련해 줄 거라고 믿어요. 소식 있으면 당연히 제일 먼저 알려드릴 겁니다.”“아, 좋아! 그럼 우리 조카의 좋은 소식을 기다릴게!”구해진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나서 아람을 보며 웃었다.“참, 네가 출근한다고 해서 하영이 특별히 선물을 준비했어. 이미 사무실로 보냈을 거야. 가서 봐봐!”구하영은 구해진의 외동딸이자 아람의 사촌 동생이다. 비록 몇 년 동안 보지 못했지만 사이는 좋지 않았다.“그래요? 하영이가 신경을 많이 썼네요.”아람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듯 마는 듯했다. 일행은 사무실을 향해 걸어갔다.“아가씨, 봐요, 저게 뭐예요?”임수해는 눈을 부릅 뜨고 출입구 쪽을 가리켰다. 아람은 눈썹을 찌푸렸다.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꽃송이 두 개가 눈길을 끌었다. 간혹 지나가던 그룹 직원 몇 명이 꽃을 가리키며 킥킥 웃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남매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아람의 사무실 입구에 놓여 있던 것은 화환 두 개였다.“둘째 삼촌, 이게 바로 따님이 아람에게 준비한 선물이에요?”안색이 어두워진 구윤은 구해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구해진은 부인하고 싶었지만, 화환에 딸의 이름이 적혀 있어 변명하지 못하고 그저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하하하, 하영이는 참 어지간하네. 하영이 H 국에서 유학하며 디자인을 배웠잖아. H 국의 관습은 우리나라와 반대야, 좋은 일이 있어도 화환을 보내. 그래서...”“하지만 지금은 국내에 있어요. 어떤 습관들은 바로 고치지 않으면 사람들이 상식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구윤은 구해진의 변명을 무시하고 말투가 더욱 차가워졌다.“윤아, 그건 아니야. 우리 하영이도 좋은 마음으로 준비한 거야.”“맞아, 오빠.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