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었다. 방은 고요하지만 따뜻하고 평화로웠다.두 사람의 침대는 나란히 놓여있었다. 중간에 간격이 있었지만 경주는 같은 침대에서 자는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한무는 일부러 두 사람의 침대를 최대한 가깝게 배치했다.아람이 발견했을 때 이미 늦었다. 세 사람은 재빨리 피했고 혼자서 옮길 수도 없었으며 연약한 경주는 더욱 도움이 안 됐다. 아람은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워 눈을 감고 숨을 고르게 헐떡였다.경주도 반듯하게 누워서 아람의 샴푸 향을 맡았다. 그러자 가슴이 설레며 단조롭던 천장에 마치 낭만적이고 찬란한 별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경주의 촉촉하고 뜨거운 손은 부들부들 떨며 아람에게 다가갔다.“가만있어.”아람의 맑은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경주의 손을 굳어져 버렸다.“아니면 오늘 밤 넌 오른손을 가진 마지막 시간이 될 거야.”경주는 식은땀을 흘리며 씁쓸하게 웃었다. 경주는 시체처럼 곳곳 하게 누워 있었다. 마침내 아람이 숨을 고르게 내쉬며 잠이 들었다.경주는 마른침을 삼키고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먹었다.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아람의 따뜻한 손을 꼭 잡고 깍지를 꼈다.“아람아, 사랑해. 잘 자.”경주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고 금세 잠이 들었다. 한참 지난 후 얕은 코골이와 함께 아람은 조용히 눈을 떴다. 손을 꽉 움켜쥐자 가슴이 두근거렸다.“나쁜 남자, 잘 자.”...이틀 동안 경주를 돌본 후 아람은 해문의 집으로 갔다. 한편으로 며칠째 돌아가지 않아 초연서가 걱정되어 상태를 보고 싶었다. 다른 한편으로 유민지에게 경주의 후유증을 치료할 방법이 있는지 묻고 싶었다. 비록 화이트신이지만 모은 병을 치료할 수는 없다.“아린아, 연서 이모는 어때?”아람은 눈시울이 붉은 구아린을 안고 걱정스럽게 물었다.“엄마가 방에 숨어 있어요.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요. 어제 밥을 한 입도 먹지 않았어요. 방 불이 켜져 있어서 자지는 않았을 거예요.”구아린은 눈물을 흘리며 울음을 터뜨렸다.“엄마가 충격을 받아서
임수해는 죄책감에 휩싸여 잘못을 인정했다.“죄송해요, 아가씨. 죄송해요. 제가 아홉째 아가씨를 잘 챙겨주지 못했어요. 저를 혼내 주세요.”“언, 언니. 수해 오빠를 혼내지 마요! 이미 매우 바쁘고 피곤해요. 저를 많이 챙겨주었어요. 최선을 다했으니 오빠 탓을 하지 마세요. 네?”아람은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지렸다. 임수해에게 폐를 끼칠까 봐 간절하게 부탁했다.“흥, 잘못한 건 잘못한 거야. 임수해. 너에게 벌을 줄게. 아린을 데리고 산책하고 해문에서 제일 맛있는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 가게에 가. 밤이 될 때까지 들어오지 마. 들었어?”아람은 자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구아린은 멍해졌다.“언, 언니.”임수해는 가슴이 두근거려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구아린을 바라보았다.“아가씨, 오늘 많이 힘들 수도 있겠네요.”‘힘들다고? 수해 오빠와 단둘이 데이트를 하는 건 꿈에서도 상상 못 할 일이야! 하지만.’“아린아, 걱정하지 마.”아람은 구아린의 속마음을 꿰뚫고 긴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집에 언니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 며칠 동안 고생했는데, 이제 좀 쉬어야지. 정신적으로 너무 긴장하면 몸에 안 좋아. 수해랑 함께 산책하러 가.”임수해와 구아린을 보낸 후, 아람은 서둘러 초연서를 만나러 가지 않고 유민지를 찾았다.“먼저 만나러 가지 마. 네 아빠도 만나지 않아. 충격이 너무 커서 혼자 진정해야 돼.”유민지는 그날의 일을 떠올리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고 마음도 씁쓸했다.“나중에 연서 이모와 얘기를 나누어볼게요.”아람은 입술을 오물거리더니 한참 머뭇거린 후 입을 열었다.“민지 이모, 무리한 부탁이 있어요.”“아람아, 그게 무슨 말이야! 무리하다니!”유민지는 화를 내면서 손끝으로 아람의 얼굴을 부드럽게 찔렀다.“계속 나에게 예의를 갖추면 앞으로 날 찾지 마!”아람은 능글맞게 웃으며 유민지의 어깨에 기대었다.“잘못했어요. 그럼 솔직하게 말할게요. 예전에 M 국의 조카가 훌륭한 뇌 의학자
유민지는 백신우을 건드릴 용기가 없었다. 왜냐하면 백신우가 유민지에게, 이 가족에게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 눈에서, 유지민은 항상 아버지의 일부일처제를 깨뜨린 제3자였다. 유지민을 뒤 이어 구만복은 초연서와 강소연이 생긴 것이다.만약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구만복은 그렇게 많은 여자가 없었을 것이다. 항상 처음 등장한 사람이 제일 많은 논쟁과 스트레스를 감당하고 큰 죄책감을 짊어지는 법이다.“그런 일은 지체하면 안 돼. 지금 지운에게 전화해 볼게.”아람의 부탁이라면 유민지는 항상 가장 먼저 도와주었다. 그래서 바로 핸드폰을 꺼내 조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젠화벨이 몇 번 울리자 젊고 맑은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모, 너무 보고 싶어요.”“지운아, 많이 바빠? 고모에게 전화도 안 하고, 밖에서 돌아다니니 고모를 잊은 거야?”유민지는 일부러 화난 척했다.“에이! 모든 사람을 잊어도 고모를 잊을 수 없죠. 미인은 항상 제 마음속에 있어요. 특히 고모 같은 미녀라면 더욱 그래요.”유지운은 말을 예쁘게 했다. 아람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유 도련님이 민지 이모에게 말하는 말투는 소설 속의 바람둥이 역할이 생각나네. 내가 생각하는 것과 너무 달라.’“지운아, 너도 나이가 있잖아. 젊었을 때 이런 말을 들으면 좋지만 지금은 좀 느끼해.”유민지는 가볍게 웃으며 놀렸다.“느끼해요? 겨우 스물일곱인데 왜 느끼해요? 남자는 서른부터 느끼한 거예요.”유지운은 비웃었다.“제 기억이 맞다면 사촌 오빠가 느끼할 나이 아니에요? 고모는 느끼한 남자를 너무 많이 만나서 그래요. 나중에 M 국에 와서 저를 봐봐요. 상큼한 남자를 보고 눈을 정화해요, 하하하!”아람은 통화 내용을 똑똑히 듣고 화를 내며 이를 악물었다.‘유진우의 말이 왜 이래? 너무 역겨워!’“됐어, 그만 장난칠게.”유민지는 목을 가다듬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정색했다.“지운아, 고모가 전화한 건 부탁이 있어서 그래.”“부탁이라 하지 말고 그냥 얘기하세요.”유민
“하지만 딸에게 가야 할 심장이 누구에게 갔는지 알아요? 성주의 송 시장 아들이요! 그 불쌍한 소녀는 다음 기증자를 기다리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세상을 떠났어요!”유지운이 내뱉은 분노 한 마디 한 마디가 칼처럼 날카로웠다. 그 말을 듣는 아람도 가슴이 아팠다. 같은 의사로서 유지운의 고통을 알 수 있었다.“지운아, 네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고모, 제 규칙은 절대, 절대 고위 임원, 권력자, 재벌에게 치료하지 않는 거예요. 돈이 흘러넘치고 권력도 있는데, 무슨 의사를 찾지 못하겠어요. 제 성격으로 나서면 구하는 게 아니라 죽을 수 있어요. 그러니 다른 의사에게 부탁하세요!”유민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지운은 전화를 끊었다.“아람아, 미안해. 우리 집 놈은, 부모도 어쩔 수 없어. 나도 더 이상 방법이 없어.”유민지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 아람은 움찔하며 입을 오물거리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위로했다.“이모, 자책하지 마세요. 이 일은 이모와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최선을 다해 설득했잖아요. 그 외에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아람은 무거운 마음으로 방에 돌아갔다. 생각 끝에 백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람아, 넷째 오빠가 보고 싶었어?”백신우는 숨을 거칠게 쉬었다. 하지만 말투는 여느 때처럼 다정했다.“오빠, 바빠?”아람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방금 집중 훈련을 마쳤어. 괜찮아, 말해.”“오빠, M 국 요원 본부에 있지 않아? M 국에 있는 사람을 조사하려면 쉽지?”“쉬운 게 아니라 엄청 쉽지!”백신우의 입담은 구진과 비슷했다. 조금만 칭찬해 주면 하늘에 붕붕 떠있을 것이다.“좋아, 다행이야.”아람은 눈썹을 찌푸렸다.“사람 한 명을 조사해 줘, 유 도련님의 막내아들이야. 민지 이모의 조카. 이름은 유지운이고 실력이 좋은 뇌과 의사야.”“나 알아.”백신우는 덤덤하게 대답했다.“뭐?”아람은 깜짝 놀랐다.“내부 비밀이라 말할 수 없어. 말해, 뭐 하고 싶어?”백신우는 시원하게 웃으며 물었다.“유지운이
백신우는 장난스럽게 웃었다.“유지운은 게이라서 여자한테 관심이 없어.”아람은 소름이 돋았다.“미인계를 쓰려고 해도 남자를 찾아야 해. 여자에게 관심이 없어.”말을 하면서 백신우는 사악하게 웃었다.“아니면 둘째 보고 꼬셔라고 그래. 어깨도 넓고 허리도 가늘고 꿀벅지잖아. 분명 인기가 많을 거야. 유씨 가문 그 녀석이 구진을 보면 눈빛이 반짝거릴 거야. 그러다가 넘어올 수도 있어.”아람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이건, 넷째 오빠가 처음으로 둘째 오빠를 칭찬한 건가?’...보름이 지난 후 경주는 퇴원을 했다. 퇴원하던 날, 신남준이 직접 데리러 왔다. 언론들을 피하기 위해 매우 겸손하게 갔다. 차에서 신남준은 경주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계속 머리를 쳐다보고 있어 소름이 돋았다.“할아버지, 제 머리가 이상해요?”경주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경주야, 빡빡이 머리도 멋있어.”신남준은 경주의 머리를 만지며 감탄했다.“제가 사관학교 다닐 때도 이 헤어스타일이었어요. 그때 다들 저보고 킹카라고 했어요.”신경주는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자신감이 넘쳤다.“소아 솜씨가 참 좋네, 머리를 꿰맨 곳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 정말 섬세하게 잘했어.”신남준은 또다시 감탄했다. 아람을 생각하자 경주의 마음이 따뜻해져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관해 정원으로 갈 거야, 아님 할아버지 집에서 밥 먹을 거야?”신남준이 물었다.“할아버지, 아람이 보고 싶어요. 아람에게 가고 싶어요.”곧게 뻗은 경주의 멈은 약간 앞으로 기울어졌다. 눈빛에는 기대가 가득 찼다. 비록 차에 앉아 있지만, 뜨거운 마음은 이미 아람에게 갔다.“하하, 좋아! 와이프 찾으러 가야지!”신남준은 활짝 웃으며 철든 손자의 어깨를 두드렸다.“할아버지가 소아한테 데려다줄게! 헤헤, 우리 손자가 큰 재앙으로 죽지 않았다면 아내를 맞이하는 축복을 받을 거야!”조수석에 앉아 있던 서 비서는 입을 꾹 다물고 웃을 참지 못했다.경주는 얼굴이 뜨거워지고 마른 입술을 핥았다. 그 모습은 첫사랑
경주는 눈을 부릅뜨고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여기 없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호텔 내부에서 최근 임명 통지를 발표했어요. 구 사장님은 KS 그룹 본사로 소환되어서 KS WORLD 사장 자리를 해임했어요. 본부로 가면 다른 직책이 배치될 겁니다.”“그럼 호텔은 어떻게 해요?”“KS WORLD 해외 지사의 고층 경영진이 돌아와서 성주의 KS WORLD를 인수할 겁니다.”비서실장은 매일 바쁜 아람의 모습과 함께 일했던 추억을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구 사장님이 온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너무 훌륭했어요. 위기였던 호텔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서 호텔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했어요. 게다가 지난 10년 동안 얻지 못한 업적까지 이루었어요. 구 회장님께서 사장님의 성과에 만족하여 본사로 소환했어요. 사장님의 실력으로는 더 큰 곳에 가서 발전해야 해요. 여기에 있으면 재능 낭비예요.”이 말을 듣자 경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내 여자는 세상에서 제일 똑똑해. 그 실력으로 호텔의 사장을 하는 건 인재를 낭비하는 거야. 잠깐, 이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이런 큰 문제를 왜 나한테 알려주지도 않았지?’“그, 그럼 어디 가면 구 사장님을 볼 수 있어요?”경주는 마음이 급해서 초조하게 물었다. 그러자 비서실장은 얼떨떨했다.“제가 구 사장님의 행방을 알 정도로 신통하지 않습니다. 신 사장님. 사장님이잖아요. 왜 구 사장님을 못 찾을까 봐 걱정하세요?”경주의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너무 걱정이 돼서 흰머리가 나올 것 같았다....해문, KS 그룹 본사 빌딩.구름 위로 우뚝 솟은 KS 그룹 빌딩은 해문에서 가장 번화하고 제일 비싼 CBD 상업 지구에 있다. 해문의 랜드마크라고 말할 수 있다.지금 이 순간, 오후 세시 정각, 모든 부서의 직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넓고 밝은 복도에서 정장 차림의 임원들이 바삐 1층으로 달려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아람이 KS에 온 다는 소식은 일찍이 그룹 전체에 퍼져 모든 부서, 심지어 청소부 아주머니까지
구윤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돌아서서 깨끗한 오른손을 뻗고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아람아.”“갈게.”감미로운 목소리로 대답한 후 YSL 블랙 골드 하이힐을 신은 날씬한 다리가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검은 치마가 흔들리고 빛이 나게 하얀 피부가 보였다. 남자라면 다리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다. 아람은 구윤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안녕하세요, 아가씨!”아람은 약간 고개를 끄덕였다.“여러분, 많이 기다리셨죠. 밖이 추워요, 빨리 들어가요.”남매가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마치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 같아 감탄이 자자했다.“너무 예뻐, 아가씨의 실물이 만 배는 더 예뻐.”“그러네, 구 사장님처럼 잘생긴 남자 곁에 서 있어도 아가씨밖에 안 보여! 여자가 마도 사랑에 빠질 것 같아!”아람이 얼굴을 드러내기 전에는 비판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러나 얼굴을 보이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팬들이 생겼다. 아람은 진정한 마음을 훔치는 사람이다.“아가씨, 어서 오세요!”양쪽의 고위층들은 일제히 인사를 하였다. 아람과 구윤은 옆으로 보지 않고 나란히 걸었다.“먼저 그룹을 둘러보면서 익숙해져 볼래?”구윤은 잘생긴 얼굴을 돌리고 다정하게 웃으며 물었다.“그건 서두를 거 없어, 오빠가 준비해 준 사무실부터 보고 싶어.”아람은 눈웃음을 지으며 장난스럽게 구윤의 팔을 찔렀다. 구윤은 다정하게 아람을 바라보았다.“알겠어.”...구윤은 아람과 함께 사무실로 향했다. 뒤에는 임수해만 따랐다.“아이고, 우리 조카들!”남매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보았다.세련되고 정교한 옷 차람에 미소를 머금은 중년 남자가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뒤에는 비서와 부하 몇 명이 있었다.“아, 둘째 삼촌.”아람은 덤덤하게 웃으며 인사했다.친절한 미소와 고상한 태도로 두 사람을 맞이한 중년 남자는 다름 아닌 구만복의 유일한 친동생이자 현재 KS 그룹 부회장인 구해진이다.구해진은 구만복처럼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인물은 좋았다. 사람들 앞
“네 아버지에게서 들었어. 아람이 그룹에 입사한다고 했어. 어느 부서에서 해? 오늘 마침 바쁘지 않아, 내가 아람이 데리고 다니면서 환경도 익힐까?”구해진의 열정에 구윤과 아람은 서로 바라보았다. 구윤은 담담하게 말했다.“아버지의 소식을 기다려야 해요, 아람에게 적합하고 재능을 보여줄 직책을 마련해 줄 거라고 믿어요. 소식 있으면 당연히 제일 먼저 알려드릴 겁니다.”“아, 좋아! 그럼 우리 조카의 좋은 소식을 기다릴게!”구해진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나서 아람을 보며 웃었다.“참, 네가 출근한다고 해서 하영이 특별히 선물을 준비했어. 이미 사무실로 보냈을 거야. 가서 봐봐!”구하영은 구해진의 외동딸이자 아람의 사촌 동생이다. 비록 몇 년 동안 보지 못했지만 사이는 좋지 않았다.“그래요? 하영이가 신경을 많이 썼네요.”아람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듯 마는 듯했다. 일행은 사무실을 향해 걸어갔다.“아가씨, 봐요, 저게 뭐예요?”임수해는 눈을 부릅 뜨고 출입구 쪽을 가리켰다. 아람은 눈썹을 찌푸렸다.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꽃송이 두 개가 눈길을 끌었다. 간혹 지나가던 그룹 직원 몇 명이 꽃을 가리키며 킥킥 웃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남매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아람의 사무실 입구에 놓여 있던 것은 화환 두 개였다.“둘째 삼촌, 이게 바로 따님이 아람에게 준비한 선물이에요?”안색이 어두워진 구윤은 구해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구해진은 부인하고 싶었지만, 화환에 딸의 이름이 적혀 있어 변명하지 못하고 그저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하하하, 하영이는 참 어지간하네. 하영이 H 국에서 유학하며 디자인을 배웠잖아. H 국의 관습은 우리나라와 반대야, 좋은 일이 있어도 화환을 보내. 그래서...”“하지만 지금은 국내에 있어요. 어떤 습관들은 바로 고치지 않으면 사람들이 상식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구윤은 구해진의 변명을 무시하고 말투가 더욱 차가워졌다.“윤아, 그건 아니야. 우리 하영이도 좋은 마음으로 준비한 거야.”“맞아, 오빠. 좋
윤민주의 표정이 점점 끔찍해지며 유성의 정교하고 악독한 얼굴을 노려보았다.“도와줘, 하하, 저들도 짐승인데, 윤유성 넌 다를 것 같아? 그래, 넌 달라. 넌 악독한 뱀이야. 아빠와 오빠들보다 더 독해!”유성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대신 미소를 지었다.“난 신사로 간주될 수는 없어. 하지만 짐승도 정이 있어. 가족한테는 잔인하게 손을 댈 수 없어. 그래서 누나를 도와주고 싶어.”“게다가 지금 나 말고 누가 누나를 생각해 주고 있어? 빛도 보지 못하는 캄캄한 감옥에 갔는데, 아직도 누나가 윤씨 가문 사람인 것 같아?”윤민주가 유성의 도움에 저항하는 것을 보자 유성은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누나, 잘 생각해 봐. 누나와 매형이 비참한 상황에 처하게 된 건 누구 탓일까?”윤민주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구씨 가문이야. 구씨 가문이 날 복수하고 있어. 구아람 그 계집애 탓이야!”유성의 창백한 입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네가 건드린 건 구만복의 친딸이야. 어르신께서 널 죽이지 않은 것도 두 가문의 몇십 년의 정을 봐서 그런 거야.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윤진수 때문에 일어난 거잖아?”“윤진수.”윤민주의 머릿속이 윙윙거렸다. 그동안 구씨 가문만 생각하느라 윤진수를 잊을 뻔했다.“모두 윤진수의 사주를 받아서 구씨 가문에게 보복을 당한 거잖아. 처음부터 쓰레기 짓을 하지 않고, 제멋대로 나서지 않았더라면 누나와 매형은 고귀한 생활을 누리고 있었을 거야.”“이제 윤진수가 모든 것을 망쳤어. 기자회견부터 누나가 감옥에 들어갈 때까지 윤진수가 누나 대신 나선 적이 있어? 그저 범죄를 누나한테 뒤집어씌워 책임을 떠넘겼잖아.”“윤진수는 윤씨 가문의 보호를 받아 무사하게 도련님 생활을 누리고 있어. 이 억울함을 참을 수 있어? 나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아, 누나.”유성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흔들렸다. 윤민주는 조용해졌다. 이미 생각에 잠긴 것 같았지만 원망스러울수록 눈시울이 붉어졌다.“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고 싶어?”
아람은 경주의 튼튼한 팔에 팔짱을 끼고 자신 있게 말했다.“우리가 움직이지 않고 자취를 감추면 윤유성은 분명 참지 못하고 온갖 방법을 생각해서 윤진수를 상대할 거야.”...다음 날 주식 시장이 개장했다. 윤씨 그룹 주가는 폭락했다. 마치 성주 사람들에게 큰 빛을 주던 주식이 초롱초롱하게 빛이 났다. 보는 사람마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윤민주와 주성택의 일이 점점 커져 윤씨 그룹의 명성도 떨어지며 그룹 전체가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셋째 날에도 윤정용은 여전히 아파서 입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장님인 윤성우도 검찰에 소환되었다. 넷째 날, 구만복이 회의에 참석했을 때 기자의 취재에 막혔다. 윤씨 그룹에 대한 견해를 발표하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구 선생, 윤 사장님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번 윤씨 가문에 일어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구만복의 안색이 차가워지면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저와 윤 회장님은 그저 비즈니스 파트너일 뿐이에요. 다른 기자들의 말에 오도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제 생각을 물으면 실수는 인정하고 바로 서기 위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네요. 윤씨 그룹이 이번 교훈을 통해 다시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라요.”병원에 입원 중이던 윤정용이 구만복의 인터뷰를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의자를 들어 TV를 부숴버렸다....하루하루가 지나고 경주와 아람은 더 이상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역시 아람의 예상과 같았다. 담담하던 유성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원래 이 기회에 남을 이용하여 사람을 해치려 했다. 하지만 폭풍이 곧 지나갈 것 같았고, 더 이상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오늘 밤 우 비서와 함께 구치소에 와서 윤민주를 만났다. 한때 고귀하고 편안한 삶을 누리던 명문가 집안 아가씨가 감옥에 들어간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미 엉망진창으로 되어 귀신 같았다.그뿐만 아니라 얼굴도 멍이 들었다. 여성 죄수들도 성매매를 강요하는 악행을 참을
“윤정용이 지금 갑자기 병원에 입원한 건 진짜 아픈 게 아닐 수도 있어. 그냥 위험을 잠시 피하러 갔을 수도 있어.”경주는 깊은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검찰이 수사 절차를 시작하면 윤정용을 반드시 소환할 거야. 그럼 아프다는 핑계로 수사를 거부할 수 있어.”“젠장, 이 늙은이가 참 교활하네!”유희는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유희 오빠, 성매매가 뭐야?”효정은 순진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물었다. 정말 포인트를 잘 잡는 것 같았다. 순간 경주, 아람, 유희 모두 그 질문에 침묵이 흘렀다. 유희는 어색하여 가볍게 기침을 하며 효정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켁, 이제 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으면 내가 천천히 말해줄게.”뉴스가 끝났다. 짧지 않은 시간을 차지했던 윤씨 가문의 문제는 화려하게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그들의 마음을 만족해 주었다.“정말 나쁜 사람들이야. 어떻게 감히 여자들에게 그런 짓을 강요할 수 있어!”뉴스를 다 본 효정은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경찰 아저씨들은 무조건 저 사람들을 다 체포해야 해.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되찾아야 해!”“이미 잡혔어. 자기야, 걱정 마.”유희는 숨을 내쉬며 효정의 허리를 꼭 안았다. 거실이 갑자기 고요해졌다. 비록 윤민주가 잡혔지만 아린을 괴롭히고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윤진수는 여전히 당당하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독뱀 같은 유성도 마음 끝에 날카로운 가시처럼 박혀 있었다.그래서 현재 윤씨 가문에게 복수를 하는 일은 그저 3분의 1밖에 지나지 않았다. 경주는 아람의 심각한 표정을 알아채고 아람의 긴장된 어깨를 감싸안았다. 큰 손으로 둥근 어깨를 문지르며 다정하게 위로했다.“아람아, 넌 충분히 잘했어. 윤씨 그룹은 4대 가문 중 하나야. 세력이 엄청 커. 하룻밤 사이에 뿌리를 뽑아버리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야. 윤진수의 일은 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해 줄게.”“아니, 누구도 움직일 필요가 없어.”아람의 눈에는 차가운 눈빛이 반짝이며 교활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누군
그날 밤, 별장에서 아람과 경주는 거실에 앉아 뉴스 채널에 고정된 TV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몇 분 후 뉴스가 시작되었다. 오늘의 헤드라인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던 대형 뉴스였다. 바로 윤민주의 체포 소식이다. 뉴스에서 윤민주가 경찰에 의해 체포되는 코믹한 장면을 다시 반복했다. 그 장면을 보면 여전히 웃음이 터졌다.“응? 이 잘생긴 경찰 오빠가 너무 낯익어요. 어디서 본 것 같아요.”효정은 작은 손으로 턱을 괴고 보더니 순간 눈빛이 반짝였다.“아, 생각났어요! 구씨 가문 셋째 사모님의 생일 연회 때 제 옆에 앉았었어요. 오빠가 저랑 얘기도 나누었어요. 음!”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참지 못하고 효정의 턱을 잡고 카리스마 넘치게 키스를 했다. 유희는 화나고 질투한 것 같았다. 아람과 경주가 뉴스를 집중해서 보고 있었는데, 부끄러운 소리가 들려오자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순간, 경주는 훤칠한 몸을 기울이며 키스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막았다. 그러며 고개를 숙이고 아람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왜, 미성년자 관람 불가야? 왜 못 보게 해?”아람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든 다 목격한 여자야. 그저 키스잖아.”“아니, 네가 어색할까 봐 그랬어.”경주는 아람의 코를 가볍게 잡으며 씁쓸하게 웃었다.“흥, 내가 어색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어색해할 거야.”유희는 눈시울을 붉게 물들이며 효정의 입술을 떠났다. 키스에 효정의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호흡마저 흐트러졌다.“여보, 내 앞에서 다른 남자 얘기하는 건 일부러 화나게 하려는 거야?”유희는 손끝으로 효정의 입술을 반복해서 만지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잘생긴 오빠? 네 남편인 나보다도 잘생겼어? 응?”“음, 다, 다 멋있어.”효정의 얼굴은 복숭아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응? 누가 멋있어??”유희는 효정을 간지럽혔다.“하하하, 유희 오빠가 멋있어, 유희 오빠가 제일 멋있어!”효정은 너무 간지러워 어깨를 움치리고 유희의 품에서 깔깔 웃었다. 아
“사장님, 저한테 뭘 보상해 주실 거예요?”[보상? 비서로서 네가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니야?]경주의 목소리는 배부른 사자처럼 나른하게 들렸다. 한무가 생각하자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그, 그럼 사모님도 보상해 주셨는데, 부창부수라는 말을 모르세요? 사모님이 사장님을 쪼잔하다고 할 수 있잖아요!”[너 지금 누구를 협박하는 거야?]“아니요, 아니요! 제가 감히 그러겠어요!”한무는 즉시 허리를 곧추세우고 이마에 땀을 흘렸다.[오랫동안 쉬지 못했잖아. 연차를 열흘 더 줄게. 가고 싶은데 가서 재밌게 놀다 와.]“사장님, 모태 솔로에게 연차를 줘요? 출산 휴가를 줘도 제가 할 일이 없어요!”한무는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보너스를 조금 주시는 건 어때요? 이제 연차도 쓰지 않고 24시간 내내 사장님을 위해 목숨을 걸고, 사장님과 사모님의 노예가 될게요!”한무는 돈을 탐냈다. [수백만의 연봉도 만족하지 못해? 그룹 전체를 보면 주주 외에 너보다 연봉이 높은 사람이 몇 명이나 돼?]경주는 피식 웃었다.[네가 무슨 노예야, 참 뻔뻔하네.]“사장님, 비록 지금 아내가 없더라도, 장가갈 돈은 많이 모아두어야 하잖아요. 제가 매일 사장님을 위해 뛰어다니고, 수사하는 일까지 했어요.”“바빠서 지금 연애할 시간도 없어요. 제 청춘을 신씨 그룹에 바쳤어요. 사장님께서 넓은 마음으로 이 늙은 총각에게 친절과 배려를 베풀어주셔야죠!”한무는 경주가 지금 아람과 화해를 하여 행복한 사랑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금의 경주는 자상한 아버지와 같았다. 이때가 바로 월급 얘기를 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경주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아람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숨소리까지 자세하게 들려 두 사람은 가까이 붙어 있는 것 같았다.[신 사장님, 너무 쪼잔하게 굴지 마. 한 비서가 어렵게 말을 꺼내는데 그냥 들어줘.]‘세상에, 사모님이 지금 사장님께 애교를 부리는 거야?’아람의 말투를 듣자 온몸이 찌릿찌릿하며 애교에 녹을 것 같았다. 역시 경주의 호
윤씨 가문은 정말 구더기 떼를 키우는 가문 같았다.“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윤민주는 순식간에 목 밑까지 붉어졌다. 마치 온몸의 피가 얼굴에 쏘인 듯 히스테리하게 외쳤다.“이 녹음은 가짜예요. 모두 가짜예요! 전 무당을 몰라요. 안에 말하는 건 제가 아니에요. 모두 가짜예요. 누군가가 저를 해치려는 거예요!”“해쳐요? 윤민주 씨 이거 보세요. 이건 또 어떻게 해명하실 건가요?”기자는 핸드폰을 높이 들었다.바로 이때, 자리에 있던 모든 기자들의 핸드폰이 울리고 진동했다. 모두 고개를 숙여 화면을 보았다. SNS에서 푸시한 뉴스이다. 이건 바로 윤민주가 사적으로 무당과 만나 돈을 주는 장면이었다. 비록 몰래 찍은 것이지만 윤민주의 악행이 완전히 폭로되었다.“아가씨!”이때 경호원이 달려와 온몸이 뻣뻣해진 윤민주를 무대 아래로 끌어당겼다.“저는 윤 사장님께서 보낸 경호원이에요. 상황이 안 좋아요. 빨리 가요!”말을 마치자 연회장의 문이 열렸다. 도현은 사복 경찰 몇 명을 이끌고 당당하게 들어왔다. 표정이 엄숙하며 카리스마가 넘쳐 사람들은 소리도 내지 못했다.“경찰이에요!”도현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사람들 앞에서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었다.“윤민주, 당신은 뇌물 수수, 성매매, 불법 구금으로 공식적으로 체포되었어요.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지만, 당신이 말하는 모든 말은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것이에요. 데려가!”뒤에 있던 경찰 두 명이 다가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윤민주에게 차가운 수갑을 채웠다. 두 경찰은 양쪽 팔을 잡고 겁에 질려 멍해진 윤민주를 끌어나갔다.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모두 라이브를 켰다. 이 순간 라이브는 천만 명을 돌파하며 반응이 뜨거웠다.[세상에! 명문가 집안에서 살기 이렇게 힘들어? 명문가 집안 아가씨가 인간 관계를 끌어모으며 돈을 벌어야 해? 참 신기하네!][윤씨 가문이 명문가 가문이 아니지? 구씨 가문과 친한 척하더니, 참 잘난 척을 해!][하하하, 꼴 좋네. 보복이야. 윤민주의 물개 같은
눈 깜짝할 사이에 기자회견 당일이 되었다. 5시부터 호텔 연회장 모인 여러 기자들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각도를 조정했다. 그리고 노트북을 꺼내 들고 윤민주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근데 저는 윤정용이나 윤성우가 나설 줄 알았어요. 윤민주일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이 여자 참 대단하네요. 남편이 잡혀갔는데 잠이 오나요? 기자회견 할 힘도 있나 보네요.”“허, 윤씨 가문 남자들이 얼마나 똑똑해요. 이건 윤민주를 이용하여 내세우는 거예요!”“쯧, 명문가 집안은 참 인정이 없네요. 윤민주도 참 비참하게 사네요.”“비참하다고? 주 의원님이 사적으로 받은 뇌물만 수천억이에요. 평생 감옥에 있을 수 있는 금액이에요. 이런 더러운 돈이 윤민주의 손에 안 들어갔다고 하면 누가 믿어요? 그저 문제가 생기니 부부가 갈라서는 문제일 뿐이에요!”곧 시간이 7시가 되었다. 윤민주는 쌩얼로 나타났다. 검은 정장을 입고 고개를 숙인 채 비참한 표정을 지으며 가시덤불 같은 모습으로 마이크 앞 무대로 걸어들어왔다. 눈부신 플래시가 윤민주의 초췌한 얼굴을 뒤덮었고, 눈시울을 붉히며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기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윤민주 씨. 주성택 씨의 갑작스러운 체포는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어요. 결국 주성택 씨는 이번 성주 시장 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였는데요. 주성택 씨가 한 모든 일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몰랐어요.”윤민주는 눈물을 흘리며 억울한 척했다. 무고하고 순진한 여성의 이미지를 최대한으로 연기했다.“전 그저 무지한 여성이에요. 집에서 매일 아이들을 키우는 것만 해요. 일에 대해 많이 묻지 않아요. 사적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서 횡령하는 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전 윤씨 그룹 출신이에요. 4대 가문 중 하나라고요. 제 혼수는 아주 값져요. 그런 사소한 돈 때문에 명예를 잃을 수 없잖아요!”“정말 주 의원님이 한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세요?”갑자기 한 남자 기자가 나타나 큰 목소리로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이 바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
“그리고 이런 시원하지 않고 고통스럽게 괴롭히는 행위가 신경주답지 않아. 아람 그 계집에의 방법 같은데.”유민지는 눈을 깜빡이며 구만복의 팔짱을 꼈다.“만복아, 너무 늦었어. 이제 자러가야지.”...요즘 아람은 구만복이 성주의 집에 찾아올까 봐 걱정했다. 호텔에서 머무는 것도 불편하여 경주와 함께 유희와 효정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이 순간 효정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없다. 효정은 아람을 많이 좋아한다. 하지만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많았었다. 이번에 기회를 잡아 효정은 아람의 곁에 딱 붙으며 가까이 있었다. 그래서 경주는 저녁 잘 때만 아람과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경주는 매일 침대에 누워 아람을 괴롭혔다. 아람이 지쳐 자비를 구걸할 때까지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마치 낮에 잃어버린 스킨십 기회를 만회하려는 것 같았다. 아람은 어이가 없었다. 인색한 사람은 봤어도 이런 일을 따지는 사람은 처음 본다.지난번 효정이 케이크를 만들고 싶었을 때 갑자기 방문한 신우 때문에 하지 못했다. 오늘 밤 모두가 모인 드물 날이라 효정은 핑크색 앞치마를 두르고 손을 비볐다. 실력을 발휘하여 아람과 경주에게 케이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아람은 일찍이 침대에 누워 드라마를 보며 케이크를 기다렸다. 하지만 밤이 되었고 배가 슬슬 고파도 효정은 소식이 없었다. 그러자 아람은 참지 못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살펴보았다.부엌에 들어가지 않고 거실에 도착하자 아람은 깜짝 놀랐다. 유희가 효정의 작은 몸을 식탁에 눌렀다. 한 손으로 아람의 머리를 감싸고 격렬하게 효정의 붉은 촉촉한 입술에 키스했다. 효정은 유희의 행동을 따르며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나른한 신음을 냈다. 이때 점점 사랑에 빠진 유희는 효정의 얇은 왼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아아아! 이 변태. 순진한 소녀를 괴롭혀?’아람은 입술을 벌리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쩔 줄 몰라 할 사이에 뜨거운 포옹이 느껴졌다. 순간 경주의 강한 호르몬 향기가 아람을 감쌌다.“놀라지 마, 아람아. 여기선 이런
윤민주는 원래 술에 취해 다리에 힘이 없었다. 그러자 바로 넘어져 치마가 들렸다. 그 모습은 너무 비참하고 추악했다. 집사는 눈을 더럽힐까 봐 바로 고개를 돌렸다. 바로 이때, 더러운 물이 하늘에서 쏟아졌다. 윤민주는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었다. 곧바로 시큼하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 팔을 들어 냄새를 맡자 저녁밥까지 토할 뻔했다. 악취가 나는 냄새가 지독해서 너무 역겨웠다.“누구야, 누가 감히 나한테 물을 뿌려, 누구야!”윤민주는 마치 성난 개처럼 하늘을 향해 맹렬히 짖어댔다.“허, 누가 여기서 소리를 지르며 휴식을 방해하라고 했어?”강소연은 턱을 치켜들고 성큼성큼 집에서 나섰다.“봐, 하느님도 네가 짜증이 나서 물을 뿌려 술을 깨워주잖아. 더러운 입을 다물고 빨리 꺼져!”“너, 네가 나한테 물을 뿌렸어?”윤민주는 눈을 부릅떴다. 차가운 바람이 불자 추워서 입을 부들부들 떨었다.“허, 왜 내가 했다고 그래? 하늘에서 비도 오는 데 더러운 물이 쏟아질 수도 있지. 어떤 사람들은 죄를 짓고 살 수 없어. 어느 날 길을 걷다가 하늘에서 친 천둥번개 때문에 죽을 수도 있어.”강소연은 현지 사람이 아니다. 비록 해문에 시집을 왔지만 입맛은 변하지 않았다. 평소 지하실에서 김치를 담그기 좋아한다. 작년에 발효된 김치 물을 다룰 시간이 없었는데, 마침이 소용이 있었다. 원래 하수구 물을 뿌리려고 했다. 하지만 자기 집 정원이고, 윤민주 때문에 더럽힐 수 없어 참았다.“하, 하수구 물? 우웩.”윤민주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가슴을 움켜주고 구역질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네가 잘 알잖아. 우린 따지지 않았어. 그럼 찾아와서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니라 조용히 숨어서 살아야지. 우리 구 선생은 네 아버지도 만나기 싫어하는데, 네가 뭔데 찾아와? 빨리 꺼져, 멍청한 짓을 하지말고.”강소연은 코를 막고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윤민주는 소름이 돋았다. 오늘 밤에 구만복도 만나지 못하고 굴욕을 당하여 화가 나서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