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준비했는데 왜 저한테 졌는지 아세요?”경주의 눈동자에는 감정이 없었다. 얇은 입술은 아름답고 차갑게 치켜올렸다.“제가 속임수를 써서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하는 건, 아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예요. 하지만 윤유성 씨의 생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오늘 밤 사모님의 몸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잖아요. 그럼에도 억지로 연회에 데려왔어요. 그 순간 이미 저에게 졌어요.”말을 마치자 경주는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윤유성은 숨이 턱 막혔다. 눈빛은 무자비하고 사나워졌다....연회장은 활기차고 즐거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경주는 첫 승리를 거두었다. 기쁨 속에 담배를 피우며 자신에게 보상을 주었다. 연회장을 막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뒤에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부드러운 외침이 들려왔다.“신경주!”경주는 마른 침을 삼키며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아람이 섹시하고 날카로운 힐을 신고 바람처럼 경주를 향해 걸어왔다. 아람의 맑고 투명한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부드럽고 윤기나는 머리카락은 가볍게 흔들렸고, 붉은 입술은 장미처럼 부풀어 올라 마음을 뒤흔들었다. 순간 경주는 충동을 느꼈다. 두 팔을 벌려 아람을 단단히 감싸 안고 키스를 하고 싶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아람은 이미 경주의 눈앞에 다가왔다. 두 사람은 한동안 눈을 마주쳤다. 공기의 온도가 서서히 상승하면서 서로 흐트러진 숨소리를 듣고 있었다.여운도, 사랑의 말도 없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애매했다.“켁, 오늘 밤 연서 이모에게 이런 깜짝 선물을 준비할 줄은 몰랐어.”아람은 가볍게 기침을 했다. 아름다운 눈동자는 반짝였다.“생일 선물 중 네가 준 왕관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 내가 준 선물보다 더 좋아하네.”“어?”경주는 깜짝 놀라 당황하며 서둘러 설명했다.“미안해, 사모님이 이 선물을 좋아할 것 같았어.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못했어. 아람아, 미안해. 잘난체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 넌 사모님께 소중히 여기는 가족이야. 네가 준 선물을 가장 좋
경주는 아람의 손을 잡고 텅 빈 화려한 복도로 걸어갔다.그 모습은 마치 귀족 가문의 소년과 소녀 같았다. 세상의 족쇄에서 벗어나 공서양속을 뚫고 사랑의 도피를 하는 것 같았다.아람은 경주의 넓고 듬직한 등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에 땀이 났다.이 순간 확실히 경주에게 설레었다. 동시에 아람은 자신이 미웠다. 13년 전 경주를 좋아하는 자신이 미웠고, 3년 전 경주를 좋아하는 자신이 미웠다. 지금은 단순하게 손을 잡은 것에 마음이 흔들렸다.‘짜증 나! 너무 쉽게 넘어갔어!’기분이 좋은 경주는 아람을 데리고 질주했다. 그러자 고급스러운 스위트룸 입구에서 멈췄다. 아람은 당황한 나머지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경주의 손을 힘껏 뿌리치며 화를 냈다.“신경주! 이게 무슨 뜻이야? 지금 내 곳에서 날 업신여겨? 내가 지금 오빠들을 불러서 널 죽일 수도 있어!”경주는 멍해졌다. 아람이 오해한 것을 보자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너에게 줄 선물이 여기에 있을 뿐이야.”아람은 눈을 깜빡거렸다. 장미처럼 빨간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얼굴을 붉혔다.“형님들이 같이 날 때려도 상대할 수 있어. 하지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 그래서 얌전히 있을 거야.”갑자기 경주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아람 쪽으로 몸을 기울더니 눈시울을 붉혔다.“내가 얌전히 있기 싫어도, 집에까지만 데리고 갈게.”“죽는 한이 있어도 네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이미 충분해!”아람은 들을수록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리고 더 이상 경주를 쳐다보지 않았다.“관해 정원은 단 한 번도 내 집이 아니었어. 아람아, 난 집이 없어.”경주의 목소리는 약간 쉬었다. 눈빛도 순간 어두워졌다.그 말을 듣자 아람은 가슴이 아팠다.“앞으로 너와 함께 있어야 내 집이 있을 거야. 그렇지 못하면 평생 유랑할 거야.”경주는 울컥했다. 수천 가지 쓰라린 감정이 가슴을 막았다. 아람은 천천히 경주의 진심 어린 눈빛으로 빛나는 눈을 바라보았다. 마치 오랫동안
아람이 방에 들어가자마자 찻상 위로 시선을 돌렸다. 그 위에는 최고급 흑단으로 만든 골동품 컬렉션 급 상자가 있었다. 아람은 주얼리를 보는 눈이 있다. 상자만 봐도 그 안에 있는 것이 평범한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상자가 너무 예뻐.”아람은 상자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감탄을 했다.“상자만 보지 말고 안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해 봐.”경주는 부드러운 발걸음으로 아람의 곁으로 걸어왔다. 경주의 모든 관심은 마음을 홀리는 아람의 아름다운 얼굴에 집중되어 있다.아람은 의아함과 기대감을 품고 젖은 손으로 치마를 닦았다. 이 귀여운 행동을 본 경주는 좋아서 마음이 간지러웠다. 온몸의 피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아람은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핑크색과 하늘색이 섞여 있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옅은 색의 청백자에 빨간색 고족배가 아람의 눈앞에 나타났다. 마치 꿈꾸는 것처럼 비현실적이었다.“와!”아람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바로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구만복의 개인 박물관에는 국내외의 수많은 보석과 골동품이 있다. 하지만 원나라 골동품만 없었다. 고족백의 등장은 이 아쉬움을 보완한다고 할 수 있다. 아람도 가슴이 설레고 흥분했다.“이것은 3개월 전 우연히 Y 국 컬렉터에게서 본 거야. 네가 좋아할 것 같았어. 여러 번의 협상 끝에 수단까지 동원해 기꺼이 팔아주겠다고 했어.”경주는 담담하게 웃었다. 그동안의 고생과 힘든 느낌은 아람이 미소를 짓는 순간 사라졌다.‘헛고생을 하지 않았네.’“예뻐, 너무 예뻐.”아람은 중얼거렸다. 눈에는 기쁨으로 반짝거렸다. 장갑을 끼지 않았다. 그래서 아람의 두 손은 컵 주위를 빙빙 돌기만 할 뿐 만질 엄두를 내지 못했다.“이젠 네 거야. 마음대로 만져.”경주의 가늘게 뜬 눈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 천천히 아람의 뒤로 가더니 조심스럽게 단단한 두 팔을 들어 올렸다. 아람이 골동품을 보호하듯, 경주의 팔도 불타오르는 가슴 사이에서 아람을 부드럽게 보호했다.경주는 숨을 죽인 채 뒤에서 아람의 손을 잡
“저, 저는 춤을 출 줄 몰라요. 안 출래요.”신효정은 원래 소파 구석에서 편안히 앉아 주스를 마시며 케이크를 먹으려 했다. 하지만 이유희가 억지로 끌어당겨 춤을 추게 할 줄은 몰랐다.신효정은 부모님과 신효린이 춤추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것을 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기회는 평생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괜찮아. 내가 천천히 가르쳐 줄게.”이유희는 몸을 숙여 두 손을 신효정의 어깨에 올려놓고 설득했다.“안 할래요, 유희 오빠.”신효정은 고개를 숙였다. 입가에는 여전히 크림 범벅이었다. 억울한 표정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사람들이 춤을 너무 잘 춰요. 전 못해요. 오빠를 창피하게 할 거예요. 그리고, 그리고 사람들이 많은 곳이 싫어요. 사람이 많으면 불만해요.”이유희는 깜짝 놀랐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뒷말이야말로 그녀의 속마음이었다. 분명 신효정을 신경 쓰고 있지만, 흥분하면 신이 나서 신효정이 자폐증 환자라는 것을 잊기도 한다.‘정말 답답하네, 이유희!’“유희 오빠, 혹시 화났어요?”신효정은 이유희가 침묵하자 당황해서 메리 제인 가죽 신발을 신은 작은 발을 오므렸다.이유희는 신효정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마음을 홀리는 잘생긴 얼굴은 치켜들고 신효정의 입가에 묻은 크림을 닦았다. 그러고는 크림이 묻은 손을 입에 넣고 빨았다.“음, 달달하네.”펑-신효정의 뺨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오르며 수줍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왜 먹어요? 얼마나 더러워요.”“왜 더러워? 효정의 몸은 달콤하고 향기로운데.”이유희 눈에는 진지한 빛이 반짝이며 약간 차가워진 신효정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신효정의 가슴은 두근거렸다.“진짜요?”“진짜야, 오빠가 언제 거짓말을 한 적이 있어?”이유희는 신효정의 맑은 눈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나쁜 미소를 지었다.“밤새도록 앉아만 있으면 심심하잖아. 오빠가 춤 좀 가르쳐 줄까?”“저, 저 정말 몸치예요.”신효정은 자신감이 없었다.“괜찮아, 내가 천천히 가르쳐 줄게.”이유희는 신효정의
“같이 춤을 추실래요?”문별은 우아하게 일어나 가녀린 손을 구진의 손바닥에 얹었다.“그럼요.”불빛을 마주하자 구진은 갑자기 눈썹을 찌푸렸다. 문별의 눈 밑에 있는 눈물을 발견했다. 그러자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었다. 문별은 깜짝 놀라 손을 떼어내고 싶었다.“왜요? 후회해요?”구진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아니요. 근데 왜 내 손을 꼬집는 거예요?”문별의 맑고 투명한 눈동자에는 분노가 있었다.“손을 꼬집지 않으면 발을 꼬집어야 해요?”구진은 문별의 질문이 바보 같아서 농담을 했다.“저, 아!”문별은 반박하고 싶었다. 그러나 구진이 갑자기 문별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고 자세를 바꾸었다. 순간 눈앞이 흔들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음악에 맞춰 구진과 춤을 추고 있었다.“방금, 울었어요?”구진의 큰 손이 문별의 허리를 꽉 움켜쥐고 충혈된 눈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울었대요? 졸려서 하품을 두 번 했어요.”문별은 찔려서 핑계를 댔다.“아, 제가 잘못 본 셈 치죠.”“잘못 본 게 맞거든요!”문별은 화를 내며 이를 악물었다.“눈이 멀긴 했네요. 아니면 내 차를 들이받지 않았을 텐데.”“아, 말씀드리는 걸 깜빡했어요.”구진은 멍한 척했다.“뭔데요?”구진이 뒤를 돌자 문별도 같이 돌았다.“떠난 후 경찰에 신고했었어요. 이미 당신 책임이라고 판결 났어요. 문별 씨.”화가 난 문별은 눈을 부릅뜨고 부끄러운 마음에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내일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올 거예요. 저를 키워줄 필요는 없어요. 제 차만 고쳐주세요.”말을 하면서 구진은 눈웃음을 지으며 문별의 얼굴로 다가갔다.“돈을 아껴줄게요.”‘아! 아아아! 왜 이렇게 얍삽한 남자가 있어?’문별은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발을 들어 올려 하이힐 뒤꿈치로 구진의 발을 밟고 싶었다....무도회가 시작될 때부터 윤유성은 고상아 곁에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눈은 연회장 곳곳에서 아람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아람이가 없어
“이놈이, 내가 네 아버지야. 아버지에게 그런 식으로 말해?”윤정용은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 주변의 손님들만 없었다면 이미 뺨을 때렸을 것이다.구만복을 제외한 그 세대 사람들은 자식을 교육할 땐 매가 최고라는 원칙을 지켜왔다. 말 안 듣는 자식을 다룰 대는 채찍질해야 했다.“어머니를 존중한다면, 우리 부자의 애정을 간신히 유지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다면 더 터무니없는 말들을 들으실 거예요.”윤유성은 갑자기 피식 웃었다. 입꼬리를 치켜올렸지만 눈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헛웃음을 짓는 사악한 표정은 윤유성도 겁을 먹었다....복도 끝에 있는 유럽식 테라스에서 윤씨 부자가 서로 마주 보며 서 있었다. 밖에 온도는 그들의 분위기보다 낮을 수 없었다.“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윤정용은 싸늘한 얼굴로 질문을 했다.“저는 아버지가 사모님께 준 선물의 가치를 모르고 있었어요. 제가 준 선물이 아버지가 준 선물보다 가치가 높아서 체면을 깎았다고 생각하면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세요.”윤유성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결국 모르는 사람은 죄가 없지 않겠어요?”“내가 말하는 건 이 문제가 아니야!”윤정용은 충혈된 눈으로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왜 이런 자리에 어머니를 데리고 와? 일부러 나를 역겹게 하려고?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하려고?”“하... 하하하하!”“윤유성은 머리를 들고 크게 웃더니 눈물을 흘렸다.“뭔가 했는데, 이 일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윤유성!”윤정용은 주먹을 꽉 주고 눈시울을 붉혔다.“제 친어머니는요. 아버지가 가난하든 부유하든 함께 늙어가며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던 여자예요. 그런데 지금 아버지 눈에는 혐오감밖에 없어요?”윤유성의 눈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빨갛게 됐다.“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미움을 받아 15년 동안 관심도 받지 못한 채 S 국에 버려졌어요. 이제 제가 어머니를 데려와서 잘 보살피고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은데, 아버지는 어머니가 역겹다고 하네요. 아버지를 역겨워하지 않는 것은 제가 아들로서 최선을
윤유성은 거의 이성을 잃었다. 어깨를 심하게 떨며 고통스러운 감정으로 가득 찬 쉰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몇 번 말했어요. 아버지가 제일 믿고 사랑했던 윤성우, 윤진우, 윤민혁이 어머니를 해친 거라고요. 진실을 밝히지도 않고, 해명도 듣지 않고 어머니를 지옥으로 보냈어요. 아버지와 결혼한 건 어머니 인생에서 가장 큰 재앙이었어요!”“네 어머니를 보내면서도 윤씨 그룹 회장님의 부인이라는 명분을 남겨줬어. 그것만으로 충분히 체면을 지켜줬어. 그때 내 눈으로 직접 봤어. 내가 직접 잡았다고. 무슨 할 말이 더 있겠어?”윤정용은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때 그 추악한 사건을 생각하면 고상아의 목을 조르고 싶었다. 그리고 눈앞의 윤유성도 마찬가지이다.“멍청하네요.”윤유성은 비웃으며 다시 뒤돌아섰다. 사실 윤유성은 이 문제를 꺼내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고상아의 흑역사이다. 말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윤정용이 정신을 차리고 세 아들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될 거라는 기대는 이미 오래전에 접었다. 윤유성은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차례로 지옥에 갈 것이기 때문이다....화려하고 조용한 방 안에는 설레는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부드러운 빛으로 방 안을 가득 채우며 두 사람의 그림자를 만들었다.아람은 경주에게 껴안겨 숨을 거의 쉴 수가 없었다. 잠시 숨을 헐떡이며 경주의 품에서 몸을 비틀거리자 두 뺨은 붉게 달아올랐다.“안 놓으면 진짜로 때릴 거야.”이 상황에서 화내는 목소리는 애교를 부리는 것과 같았다. 목소리가 너무나도 부드러웠다.“아람아, 정말 날 때릴 수 있어?”경주는 턱으로 아람의 어깨를 부드럽게 문질렀다. 가늘게 뜬 눈은 충혈되었고 욕망이 가득 찼다.“왜 못 때리겠어, 네가 뭔데.”아람은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찌릿찌릿한 느낌이 발바닥부터 전해져 신경이 따끔거렸다. 경주의 눈은 한없이 다정했다.“난 네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야.”아람은 눈을 부릅떴다. 심장이 너무 뜨거워 숨을 쉴 수 없을 정도
아람이 행복할 수만 있다면 밤새도록 짖을 수 있었다.“신경주, 너, 너 미쳤어?”아람은 부끄러워서 더 이상 듣지 못했다.“짖으라고 했더니 정말 짖어? 죽어 라면 죽을 거야?”“죽고 싶지 않아, 죽으면 널 볼 수 없어.”말을 마치자 경주는 천천히 아람의 몸을 비틀어 자신을 향하게 했다.눈이 마주쳤다. 아람은 경주의 눈에서 뜨거운 감정들이 보였다. 마치 자신이 볼 수 없을까 봐 두려워 티를 내는 것 같았다. 경주의 눈은 말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들이 담겨있었다.“신경주.”아람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경주는 넥타이를 꺼내 아람에게 주었다.“아람아, 날 끌고 가.”아람은 멍하게 넥타이를 쳐다보더니 점점 혼란스러웠다.‘약을 더 먹여야 정신을 차리겠네.’경주는 마른침을 삼켰다. 시선을 아람의 촉촉하고 붉은 입술에 고정하고 몸을 숙였다. 시야는 흐릿하고 심장 박동이 점점 이상했다.이 타이밍에 핸드폰이 울렸다. 아람은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경주를 밀어내고 뒤돌아 전화를 받았다.“수해야? 무슨 일이야?”“아가씨, 어디 있어요?”임수해의 목소리는 당황하고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일이 있어서 호텔에 있어. 무슨 일 있어?”아람은 불안했다.“셋, 셋째 사모님이 큰일 났어요”“빨리 말해! 연서 이모가 왜!”아람은 마음이 급했다. 뒤에 있던 경주도 움찔하더니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10분 전, SNS에 셋째 사모님이 수년 전 연예계에 있을 때의 흑역사가 올라왔어요. 뉴스, 사진, 영상이 다 있어요!”아람은 가슴이 덜컹했다.“여론 상황은 어때?”“지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어요. 사진과 영상이 다 퍼졌어요.”“연서 이모는? 이 일을 알아?”“당연히 알죠! 뿐만 아니라 성주의 기자들도 알게 되었어요. 지금 아마 KS WORLD로 오고 있을 거예요!”임수해는 마음이 급해서 목에 불이 나올 것 같았다.“지금 셋째 사모님은 더 이상 여기에 머물 수 없어요. 구 회장님이 사모님과 아홉째 아가씨를 집으로 보내려고 해요
“윤정용이 지금 갑자기 병원에 입원한 건 진짜 아픈 게 아닐 수도 있어. 그냥 위험을 잠시 피하러 갔을 수도 있어.”경주는 깊은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검찰이 수사 절차를 시작하면 윤정용을 반드시 소환할 거야. 그럼 아프다는 핑계로 수사를 거부할 수 있어.”“젠장, 이 늙은이가 참 교활하네!”유희는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유희 오빠, 성매매가 뭐야?”효정은 순진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물었다. 정말 포인트를 잘 잡는 것 같았다. 순간 경주, 아람, 유희 모두 그 질문에 침묵이 흘렀다. 유희는 어색하여 가볍게 기침을 하며 효정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켁, 이제 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으면 내가 천천히 말해줄게.”뉴스가 끝났다. 짧지 않은 시간을 차지했던 윤씨 가문의 문제는 화려하게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그들의 마음을 만족해 주었다.“정말 나쁜 사람들이야. 어떻게 감히 여자들에게 그런 짓을 강요할 수 있어!”뉴스를 다 본 효정은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경찰 아저씨들은 무조건 저 사람들을 다 체포해야 해.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되찾아야 해!”“이미 잡혔어. 자기야, 걱정 마.”유희는 숨을 내쉬며 효정의 허리를 꼭 안았다. 거실이 갑자기 고요해졌다. 비록 윤민주가 잡혔지만 아린을 괴롭히고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윤진수는 여전히 당당하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독뱀 같은 유성도 마음 끝에 날카로운 가시처럼 박혀 있었다.그래서 현재 윤씨 가문에게 복수를 하는 일은 그저 3분의 1밖에 지나지 않았다. 경주는 아람의 심각한 표정을 알아채고 아람의 긴장된 어깨를 감싸안았다. 큰 손으로 둥근 어깨를 문지르며 다정하게 위로했다.“아람아, 넌 충분히 잘했어. 윤씨 그룹은 4대 가문 중 하나야. 세력이 엄청 커. 하룻밤 사이에 뿌리를 뽑아버리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야. 윤진수의 일은 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해 줄게.”“아니, 누구도 움직일 필요가 없어.”아람의 눈에는 차가운 눈빛이 반짝이며 교활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누군
그날 밤, 별장에서 아람과 경주는 거실에 앉아 뉴스 채널에 고정된 TV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몇 분 후 뉴스가 시작되었다. 오늘의 헤드라인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던 대형 뉴스였다. 바로 윤민주의 체포 소식이다. 뉴스에서 윤민주가 경찰에 의해 체포되는 코믹한 장면을 다시 반복했다. 그 장면을 보면 여전히 웃음이 터졌다.“응? 이 잘생긴 경찰 오빠가 너무 낯익어요. 어디서 본 것 같아요.”효정은 작은 손으로 턱을 괴고 보더니 순간 눈빛이 반짝였다.“아, 생각났어요! 구씨 가문 셋째 사모님의 생일 연회 때 제 옆에 앉았었어요. 오빠가 저랑 얘기도 나누었어요. 음!”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참지 못하고 효정의 턱을 잡고 카리스마 넘치게 키스를 했다. 유희는 화나고 질투한 것 같았다. 아람과 경주가 뉴스를 집중해서 보고 있었는데, 부끄러운 소리가 들려오자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순간, 경주는 훤칠한 몸을 기울이며 키스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막았다. 그러며 고개를 숙이고 아람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왜, 미성년자 관람 불가야? 왜 못 보게 해?”아람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든 다 목격한 여자야. 그저 키스잖아.”“아니, 네가 어색할까 봐 그랬어.”경주는 아람의 코를 가볍게 잡으며 씁쓸하게 웃었다.“흥, 내가 어색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어색해할 거야.”유희는 눈시울을 붉게 물들이며 효정의 입술을 떠났다. 키스에 효정의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호흡마저 흐트러졌다.“여보, 내 앞에서 다른 남자 얘기하는 건 일부러 화나게 하려는 거야?”유희는 손끝으로 효정의 입술을 반복해서 만지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잘생긴 오빠? 네 남편인 나보다도 잘생겼어? 응?”“음, 다, 다 멋있어.”효정의 얼굴은 복숭아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응? 누가 멋있어??”유희는 효정을 간지럽혔다.“하하하, 유희 오빠가 멋있어, 유희 오빠가 제일 멋있어!”효정은 너무 간지러워 어깨를 움치리고 유희의 품에서 깔깔 웃었다. 아
“사장님, 저한테 뭘 보상해 주실 거예요?”[보상? 비서로서 네가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니야?]경주의 목소리는 배부른 사자처럼 나른하게 들렸다. 한무가 생각하자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그, 그럼 사모님도 보상해 주셨는데, 부창부수라는 말을 모르세요? 사모님이 사장님을 쪼잔하다고 할 수 있잖아요!”[너 지금 누구를 협박하는 거야?]“아니요, 아니요! 제가 감히 그러겠어요!”한무는 즉시 허리를 곧추세우고 이마에 땀을 흘렸다.[오랫동안 쉬지 못했잖아. 연차를 열흘 더 줄게. 가고 싶은데 가서 재밌게 놀다 와.]“사장님, 모태 솔로에게 연차를 줘요? 출산 휴가를 줘도 제가 할 일이 없어요!”한무는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보너스를 조금 주시는 건 어때요? 이제 연차도 쓰지 않고 24시간 내내 사장님을 위해 목숨을 걸고, 사장님과 사모님의 노예가 될게요!”한무는 돈을 탐냈다. [수백만의 연봉도 만족하지 못해? 그룹 전체를 보면 주주 외에 너보다 연봉이 높은 사람이 몇 명이나 돼?]경주는 피식 웃었다.[네가 무슨 노예야, 참 뻔뻔하네.]“사장님, 비록 지금 아내가 없더라도, 장가갈 돈은 많이 모아두어야 하잖아요. 제가 매일 사장님을 위해 뛰어다니고, 수사하는 일까지 했어요.”“바빠서 지금 연애할 시간도 없어요. 제 청춘을 신씨 그룹에 바쳤어요. 사장님께서 넓은 마음으로 이 늙은 총각에게 친절과 배려를 베풀어주셔야죠!”한무는 경주가 지금 아람과 화해를 하여 행복한 사랑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금의 경주는 자상한 아버지와 같았다. 이때가 바로 월급 얘기를 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경주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아람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숨소리까지 자세하게 들려 두 사람은 가까이 붙어 있는 것 같았다.[신 사장님, 너무 쪼잔하게 굴지 마. 한 비서가 어렵게 말을 꺼내는데 그냥 들어줘.]‘세상에, 사모님이 지금 사장님께 애교를 부리는 거야?’아람의 말투를 듣자 온몸이 찌릿찌릿하며 애교에 녹을 것 같았다. 역시 경주의 호
윤씨 가문은 정말 구더기 떼를 키우는 가문 같았다.“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윤민주는 순식간에 목 밑까지 붉어졌다. 마치 온몸의 피가 얼굴에 쏘인 듯 히스테리하게 외쳤다.“이 녹음은 가짜예요. 모두 가짜예요! 전 무당을 몰라요. 안에 말하는 건 제가 아니에요. 모두 가짜예요. 누군가가 저를 해치려는 거예요!”“해쳐요? 윤민주 씨 이거 보세요. 이건 또 어떻게 해명하실 건가요?”기자는 핸드폰을 높이 들었다.바로 이때, 자리에 있던 모든 기자들의 핸드폰이 울리고 진동했다. 모두 고개를 숙여 화면을 보았다. SNS에서 푸시한 뉴스이다. 이건 바로 윤민주가 사적으로 무당과 만나 돈을 주는 장면이었다. 비록 몰래 찍은 것이지만 윤민주의 악행이 완전히 폭로되었다.“아가씨!”이때 경호원이 달려와 온몸이 뻣뻣해진 윤민주를 무대 아래로 끌어당겼다.“저는 윤 사장님께서 보낸 경호원이에요. 상황이 안 좋아요. 빨리 가요!”말을 마치자 연회장의 문이 열렸다. 도현은 사복 경찰 몇 명을 이끌고 당당하게 들어왔다. 표정이 엄숙하며 카리스마가 넘쳐 사람들은 소리도 내지 못했다.“경찰이에요!”도현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사람들 앞에서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었다.“윤민주, 당신은 뇌물 수수, 성매매, 불법 구금으로 공식적으로 체포되었어요.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지만, 당신이 말하는 모든 말은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것이에요. 데려가!”뒤에 있던 경찰 두 명이 다가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윤민주에게 차가운 수갑을 채웠다. 두 경찰은 양쪽 팔을 잡고 겁에 질려 멍해진 윤민주를 끌어나갔다.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모두 라이브를 켰다. 이 순간 라이브는 천만 명을 돌파하며 반응이 뜨거웠다.[세상에! 명문가 집안에서 살기 이렇게 힘들어? 명문가 집안 아가씨가 인간 관계를 끌어모으며 돈을 벌어야 해? 참 신기하네!][윤씨 가문이 명문가 가문이 아니지? 구씨 가문과 친한 척하더니, 참 잘난 척을 해!][하하하, 꼴 좋네. 보복이야. 윤민주의 물개 같은
눈 깜짝할 사이에 기자회견 당일이 되었다. 5시부터 호텔 연회장 모인 여러 기자들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각도를 조정했다. 그리고 노트북을 꺼내 들고 윤민주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근데 저는 윤정용이나 윤성우가 나설 줄 알았어요. 윤민주일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이 여자 참 대단하네요. 남편이 잡혀갔는데 잠이 오나요? 기자회견 할 힘도 있나 보네요.”“허, 윤씨 가문 남자들이 얼마나 똑똑해요. 이건 윤민주를 이용하여 내세우는 거예요!”“쯧, 명문가 집안은 참 인정이 없네요. 윤민주도 참 비참하게 사네요.”“비참하다고? 주 의원님이 사적으로 받은 뇌물만 수천억이에요. 평생 감옥에 있을 수 있는 금액이에요. 이런 더러운 돈이 윤민주의 손에 안 들어갔다고 하면 누가 믿어요? 그저 문제가 생기니 부부가 갈라서는 문제일 뿐이에요!”곧 시간이 7시가 되었다. 윤민주는 쌩얼로 나타났다. 검은 정장을 입고 고개를 숙인 채 비참한 표정을 지으며 가시덤불 같은 모습으로 마이크 앞 무대로 걸어들어왔다. 눈부신 플래시가 윤민주의 초췌한 얼굴을 뒤덮었고, 눈시울을 붉히며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기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윤민주 씨. 주성택 씨의 갑작스러운 체포는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어요. 결국 주성택 씨는 이번 성주 시장 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였는데요. 주성택 씨가 한 모든 일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몰랐어요.”윤민주는 눈물을 흘리며 억울한 척했다. 무고하고 순진한 여성의 이미지를 최대한으로 연기했다.“전 그저 무지한 여성이에요. 집에서 매일 아이들을 키우는 것만 해요. 일에 대해 많이 묻지 않아요. 사적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서 횡령하는 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전 윤씨 그룹 출신이에요. 4대 가문 중 하나라고요. 제 혼수는 아주 값져요. 그런 사소한 돈 때문에 명예를 잃을 수 없잖아요!”“정말 주 의원님이 한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세요?”갑자기 한 남자 기자가 나타나 큰 목소리로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이 바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
“그리고 이런 시원하지 않고 고통스럽게 괴롭히는 행위가 신경주답지 않아. 아람 그 계집에의 방법 같은데.”유민지는 눈을 깜빡이며 구만복의 팔짱을 꼈다.“만복아, 너무 늦었어. 이제 자러가야지.”...요즘 아람은 구만복이 성주의 집에 찾아올까 봐 걱정했다. 호텔에서 머무는 것도 불편하여 경주와 함께 유희와 효정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이 순간 효정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없다. 효정은 아람을 많이 좋아한다. 하지만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많았었다. 이번에 기회를 잡아 효정은 아람의 곁에 딱 붙으며 가까이 있었다. 그래서 경주는 저녁 잘 때만 아람과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경주는 매일 침대에 누워 아람을 괴롭혔다. 아람이 지쳐 자비를 구걸할 때까지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마치 낮에 잃어버린 스킨십 기회를 만회하려는 것 같았다. 아람은 어이가 없었다. 인색한 사람은 봤어도 이런 일을 따지는 사람은 처음 본다.지난번 효정이 케이크를 만들고 싶었을 때 갑자기 방문한 신우 때문에 하지 못했다. 오늘 밤 모두가 모인 드물 날이라 효정은 핑크색 앞치마를 두르고 손을 비볐다. 실력을 발휘하여 아람과 경주에게 케이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아람은 일찍이 침대에 누워 드라마를 보며 케이크를 기다렸다. 하지만 밤이 되었고 배가 슬슬 고파도 효정은 소식이 없었다. 그러자 아람은 참지 못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살펴보았다.부엌에 들어가지 않고 거실에 도착하자 아람은 깜짝 놀랐다. 유희가 효정의 작은 몸을 식탁에 눌렀다. 한 손으로 아람의 머리를 감싸고 격렬하게 효정의 붉은 촉촉한 입술에 키스했다. 효정은 유희의 행동을 따르며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나른한 신음을 냈다. 이때 점점 사랑에 빠진 유희는 효정의 얇은 왼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아아아! 이 변태. 순진한 소녀를 괴롭혀?’아람은 입술을 벌리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쩔 줄 몰라 할 사이에 뜨거운 포옹이 느껴졌다. 순간 경주의 강한 호르몬 향기가 아람을 감쌌다.“놀라지 마, 아람아. 여기선 이런
윤민주는 원래 술에 취해 다리에 힘이 없었다. 그러자 바로 넘어져 치마가 들렸다. 그 모습은 너무 비참하고 추악했다. 집사는 눈을 더럽힐까 봐 바로 고개를 돌렸다. 바로 이때, 더러운 물이 하늘에서 쏟아졌다. 윤민주는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었다. 곧바로 시큼하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 팔을 들어 냄새를 맡자 저녁밥까지 토할 뻔했다. 악취가 나는 냄새가 지독해서 너무 역겨웠다.“누구야, 누가 감히 나한테 물을 뿌려, 누구야!”윤민주는 마치 성난 개처럼 하늘을 향해 맹렬히 짖어댔다.“허, 누가 여기서 소리를 지르며 휴식을 방해하라고 했어?”강소연은 턱을 치켜들고 성큼성큼 집에서 나섰다.“봐, 하느님도 네가 짜증이 나서 물을 뿌려 술을 깨워주잖아. 더러운 입을 다물고 빨리 꺼져!”“너, 네가 나한테 물을 뿌렸어?”윤민주는 눈을 부릅떴다. 차가운 바람이 불자 추워서 입을 부들부들 떨었다.“허, 왜 내가 했다고 그래? 하늘에서 비도 오는 데 더러운 물이 쏟아질 수도 있지. 어떤 사람들은 죄를 짓고 살 수 없어. 어느 날 길을 걷다가 하늘에서 친 천둥번개 때문에 죽을 수도 있어.”강소연은 현지 사람이 아니다. 비록 해문에 시집을 왔지만 입맛은 변하지 않았다. 평소 지하실에서 김치를 담그기 좋아한다. 작년에 발효된 김치 물을 다룰 시간이 없었는데, 마침이 소용이 있었다. 원래 하수구 물을 뿌리려고 했다. 하지만 자기 집 정원이고, 윤민주 때문에 더럽힐 수 없어 참았다.“하, 하수구 물? 우웩.”윤민주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가슴을 움켜주고 구역질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네가 잘 알잖아. 우린 따지지 않았어. 그럼 찾아와서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니라 조용히 숨어서 살아야지. 우리 구 선생은 네 아버지도 만나기 싫어하는데, 네가 뭔데 찾아와? 빨리 꺼져, 멍청한 짓을 하지말고.”강소연은 코를 막고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윤민주는 소름이 돋았다. 오늘 밤에 구만복도 만나지 못하고 굴욕을 당하여 화가 나서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 하지
“내 인생에서 단 한 순간도 나를 위해 살지 않았어. 우리 아이들이, 특히 아람이가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어. 날 닮지 말고, 자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자신만의 행복. 도연아, 우리 딸의 선택한 것이 정말 자신만의 행복일까? 나 이제 어떡해? 만약 듣고 있다면 꿈에서 알려줘, 응?’이때, 서재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구만복이 대답하기 전에 강소연이 문을 밀고 들어와 큰 소리로 말했다.“만복아, 언니. 윤씨 가문 그 미친 여자가 찾아와서 만복과 연서 언니를 만나려고 해! 내가 들여보내지 않아서 정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 술 냄새가 나는데 많이 취하고 주정을 부리는 것 같아!”“윤 회장님 딸 윤민주를 말하는 거야? 왜 왔어?”구만복은 화를 내며 말했다.“윤씨 가문은 도대체 자식 교육을 어떻게 한 거야? 여자아이가 감히 미리 인사도 안 하고 밤에 찾아와? 구씨 가문이 무슨 시장이야? 교양도 없어?”강소연은 화가 나서 팔짱을 끼며 말했다.“왜 찾아왔는지 물었는데, 너무 취해서 똑바로 말하지 못해. 그 일이 자기와 상관없다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허, 상관없다고? 참 뻔뻔하기도 하네.”유민지는 아름다운 눈을 가늘게 뜨며 벌떡 일어서더니 싸늘한 기운을 뿜어냈다.“연서를 만나려고 하는 건 연서가 마음이 약하기 때문이야. 변명하면 없었던 일인 것처럼 할 수 있다고 생각해?”구만복은 깜짝 놀랐다.“민지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그날 연회에서 아린이 윤진수에게 당해서 큰일 날 뻔했어. 여기서 윤민주 아가씨가 많은 힘을 했거든.”유민지는 화가 나서 눈이 충혈되었다.“그 당시 수해가 들어가서 아린을 찾으려고 했어. 윤민주가 사람을 데리고 수해를 막고 때려서 중상을 입힌 것도 윤민주야. 왼쪽 어깨 상처가 악화되었고, 왼쪽 눈도 거의 실명할 뻔했어!”“실, 실명?”구만복과 강소연은 믿을 수 없어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지난 며칠 동안 수해가 왼쪽 눈을 거즈로 덮여 있는 것을 보았지만 그렇게
윤민주는 유성의 말에 자극을 받았다. 역시 술 취한 상태로 밤새 해문으로 달려갔다. 오늘 밤 구만복이 집에 있었다. 기 비서는 구만복에게 약을 먹이고 유민지는 곁에서 혈압을 재주었다. 구만복은 지난 며칠 동안 아람에게 너무 화가 나서 혈압이 올랐다. 하지만 당당한 KS 재단 회장님이고 비즈니스 거물이 아람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이제 며칠이 지났다. 구만복은 화가 났던 기분이 점차 가라앉아 그저 아람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구만복은 항상 구윤에게 아람의 소식을 캐물었지만, 형제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구윤과 신우는 잘 알고 있다. 구만복이 무어니 해도 모두 아람을 너무 사랑하여 그런 것이다. 지나치게 격렬한 반응과 행동은 아람이 너무 걱정되어 그러는 것이다. 그래서 구만복이 아람을 생각하고 걱정하게 하면 경주에 대한 원망은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만복아, 장난이 아니라, 정말 이제 몸을 잘 관리해야 해.”유민지는 혈압계를 치우면서 눈썹을 찌푸렸다.“죽는다는 얘기를 매일 입에 달고 살아도 난 너를 잘 알아. 넌 누구보다 오래 살기를 바라고 있어. 누구보다도 자식들이 행복하길 바라고 있어.”“자식들이 결혼하여 가족이 생기며 4대가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해.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건강을 챙기지 않는다면 그런 말을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구만복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삐딱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른에게 혼나는 남자 아이 같았다. 기 비서는 곁에서 씁쓸하게 웃었다. 집에 있는 여자들 중 구만복은 유독 유민지의 말만 들을 수 있다. 그건 아마 카리스마에 제압당하여 그럴 것이다.“몸은 날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어. 이게 다 아람이 그 계집애 덕분이야! 내가 화가 나서 죽으면 아람은 속 시원해하겠지! 신경주 그 자식과 맨날 붙어있고 아이를 막 낳겠어.”화가 나서 막말했다. 구만복은 순간 가슴이 내려앉으며 말문이 막혔다. 조용한 서재는 슬픔으로 가득 찼다.“만복아, 이런 말은 절대 아람이 앞에서 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