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준비했는데 왜 저한테 졌는지 아세요?”경주의 눈동자에는 감정이 없었다. 얇은 입술은 아름답고 차갑게 치켜올렸다.“제가 속임수를 써서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하는 건, 아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예요. 하지만 윤유성 씨의 생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오늘 밤 사모님의 몸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잖아요. 그럼에도 억지로 연회에 데려왔어요. 그 순간 이미 저에게 졌어요.”말을 마치자 경주는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윤유성은 숨이 턱 막혔다. 눈빛은 무자비하고 사나워졌다....연회장은 활기차고 즐거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경주는 첫 승리를 거두었다. 기쁨 속에 담배를 피우며 자신에게 보상을 주었다. 연회장을 막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뒤에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부드러운 외침이 들려왔다.“신경주!”경주는 마른 침을 삼키며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아람이 섹시하고 날카로운 힐을 신고 바람처럼 경주를 향해 걸어왔다. 아람의 맑고 투명한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부드럽고 윤기나는 머리카락은 가볍게 흔들렸고, 붉은 입술은 장미처럼 부풀어 올라 마음을 뒤흔들었다. 순간 경주는 충동을 느꼈다. 두 팔을 벌려 아람을 단단히 감싸 안고 키스를 하고 싶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아람은 이미 경주의 눈앞에 다가왔다. 두 사람은 한동안 눈을 마주쳤다. 공기의 온도가 서서히 상승하면서 서로 흐트러진 숨소리를 듣고 있었다.여운도, 사랑의 말도 없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애매했다.“켁, 오늘 밤 연서 이모에게 이런 깜짝 선물을 준비할 줄은 몰랐어.”아람은 가볍게 기침을 했다. 아름다운 눈동자는 반짝였다.“생일 선물 중 네가 준 왕관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 내가 준 선물보다 더 좋아하네.”“어?”경주는 깜짝 놀라 당황하며 서둘러 설명했다.“미안해, 사모님이 이 선물을 좋아할 것 같았어.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못했어. 아람아, 미안해. 잘난체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 넌 사모님께 소중히 여기는 가족이야. 네가 준 선물을 가장 좋
경주는 아람의 손을 잡고 텅 빈 화려한 복도로 걸어갔다.그 모습은 마치 귀족 가문의 소년과 소녀 같았다. 세상의 족쇄에서 벗어나 공서양속을 뚫고 사랑의 도피를 하는 것 같았다.아람은 경주의 넓고 듬직한 등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에 땀이 났다.이 순간 확실히 경주에게 설레었다. 동시에 아람은 자신이 미웠다. 13년 전 경주를 좋아하는 자신이 미웠고, 3년 전 경주를 좋아하는 자신이 미웠다. 지금은 단순하게 손을 잡은 것에 마음이 흔들렸다.‘짜증 나! 너무 쉽게 넘어갔어!’기분이 좋은 경주는 아람을 데리고 질주했다. 그러자 고급스러운 스위트룸 입구에서 멈췄다. 아람은 당황한 나머지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경주의 손을 힘껏 뿌리치며 화를 냈다.“신경주! 이게 무슨 뜻이야? 지금 내 곳에서 날 업신여겨? 내가 지금 오빠들을 불러서 널 죽일 수도 있어!”경주는 멍해졌다. 아람이 오해한 것을 보자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너에게 줄 선물이 여기에 있을 뿐이야.”아람은 눈을 깜빡거렸다. 장미처럼 빨간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얼굴을 붉혔다.“형님들이 같이 날 때려도 상대할 수 있어. 하지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 그래서 얌전히 있을 거야.”갑자기 경주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아람 쪽으로 몸을 기울더니 눈시울을 붉혔다.“내가 얌전히 있기 싫어도, 집에까지만 데리고 갈게.”“죽는 한이 있어도 네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이미 충분해!”아람은 들을수록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리고 더 이상 경주를 쳐다보지 않았다.“관해 정원은 단 한 번도 내 집이 아니었어. 아람아, 난 집이 없어.”경주의 목소리는 약간 쉬었다. 눈빛도 순간 어두워졌다.그 말을 듣자 아람은 가슴이 아팠다.“앞으로 너와 함께 있어야 내 집이 있을 거야. 그렇지 못하면 평생 유랑할 거야.”경주는 울컥했다. 수천 가지 쓰라린 감정이 가슴을 막았다. 아람은 천천히 경주의 진심 어린 눈빛으로 빛나는 눈을 바라보았다. 마치 오랫동안
아람이 방에 들어가자마자 찻상 위로 시선을 돌렸다. 그 위에는 최고급 흑단으로 만든 골동품 컬렉션 급 상자가 있었다. 아람은 주얼리를 보는 눈이 있다. 상자만 봐도 그 안에 있는 것이 평범한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상자가 너무 예뻐.”아람은 상자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감탄을 했다.“상자만 보지 말고 안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해 봐.”경주는 부드러운 발걸음으로 아람의 곁으로 걸어왔다. 경주의 모든 관심은 마음을 홀리는 아람의 아름다운 얼굴에 집중되어 있다.아람은 의아함과 기대감을 품고 젖은 손으로 치마를 닦았다. 이 귀여운 행동을 본 경주는 좋아서 마음이 간지러웠다. 온몸의 피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아람은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핑크색과 하늘색이 섞여 있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옅은 색의 청백자에 빨간색 고족배가 아람의 눈앞에 나타났다. 마치 꿈꾸는 것처럼 비현실적이었다.“와!”아람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바로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구만복의 개인 박물관에는 국내외의 수많은 보석과 골동품이 있다. 하지만 원나라 골동품만 없었다. 고족백의 등장은 이 아쉬움을 보완한다고 할 수 있다. 아람도 가슴이 설레고 흥분했다.“이것은 3개월 전 우연히 Y 국 컬렉터에게서 본 거야. 네가 좋아할 것 같았어. 여러 번의 협상 끝에 수단까지 동원해 기꺼이 팔아주겠다고 했어.”경주는 담담하게 웃었다. 그동안의 고생과 힘든 느낌은 아람이 미소를 짓는 순간 사라졌다.‘헛고생을 하지 않았네.’“예뻐, 너무 예뻐.”아람은 중얼거렸다. 눈에는 기쁨으로 반짝거렸다. 장갑을 끼지 않았다. 그래서 아람의 두 손은 컵 주위를 빙빙 돌기만 할 뿐 만질 엄두를 내지 못했다.“이젠 네 거야. 마음대로 만져.”경주의 가늘게 뜬 눈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 천천히 아람의 뒤로 가더니 조심스럽게 단단한 두 팔을 들어 올렸다. 아람이 골동품을 보호하듯, 경주의 팔도 불타오르는 가슴 사이에서 아람을 부드럽게 보호했다.경주는 숨을 죽인 채 뒤에서 아람의 손을 잡
“저, 저는 춤을 출 줄 몰라요. 안 출래요.”신효정은 원래 소파 구석에서 편안히 앉아 주스를 마시며 케이크를 먹으려 했다. 하지만 이유희가 억지로 끌어당겨 춤을 추게 할 줄은 몰랐다.신효정은 부모님과 신효린이 춤추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것을 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기회는 평생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괜찮아. 내가 천천히 가르쳐 줄게.”이유희는 몸을 숙여 두 손을 신효정의 어깨에 올려놓고 설득했다.“안 할래요, 유희 오빠.”신효정은 고개를 숙였다. 입가에는 여전히 크림 범벅이었다. 억울한 표정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사람들이 춤을 너무 잘 춰요. 전 못해요. 오빠를 창피하게 할 거예요. 그리고, 그리고 사람들이 많은 곳이 싫어요. 사람이 많으면 불만해요.”이유희는 깜짝 놀랐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뒷말이야말로 그녀의 속마음이었다. 분명 신효정을 신경 쓰고 있지만, 흥분하면 신이 나서 신효정이 자폐증 환자라는 것을 잊기도 한다.‘정말 답답하네, 이유희!’“유희 오빠, 혹시 화났어요?”신효정은 이유희가 침묵하자 당황해서 메리 제인 가죽 신발을 신은 작은 발을 오므렸다.이유희는 신효정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마음을 홀리는 잘생긴 얼굴은 치켜들고 신효정의 입가에 묻은 크림을 닦았다. 그러고는 크림이 묻은 손을 입에 넣고 빨았다.“음, 달달하네.”펑-신효정의 뺨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오르며 수줍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왜 먹어요? 얼마나 더러워요.”“왜 더러워? 효정의 몸은 달콤하고 향기로운데.”이유희 눈에는 진지한 빛이 반짝이며 약간 차가워진 신효정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신효정의 가슴은 두근거렸다.“진짜요?”“진짜야, 오빠가 언제 거짓말을 한 적이 있어?”이유희는 신효정의 맑은 눈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나쁜 미소를 지었다.“밤새도록 앉아만 있으면 심심하잖아. 오빠가 춤 좀 가르쳐 줄까?”“저, 저 정말 몸치예요.”신효정은 자신감이 없었다.“괜찮아, 내가 천천히 가르쳐 줄게.”이유희는 신효정의
“같이 춤을 추실래요?”문별은 우아하게 일어나 가녀린 손을 구진의 손바닥에 얹었다.“그럼요.”불빛을 마주하자 구진은 갑자기 눈썹을 찌푸렸다. 문별의 눈 밑에 있는 눈물을 발견했다. 그러자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었다. 문별은 깜짝 놀라 손을 떼어내고 싶었다.“왜요? 후회해요?”구진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아니요. 근데 왜 내 손을 꼬집는 거예요?”문별의 맑고 투명한 눈동자에는 분노가 있었다.“손을 꼬집지 않으면 발을 꼬집어야 해요?”구진은 문별의 질문이 바보 같아서 농담을 했다.“저, 아!”문별은 반박하고 싶었다. 그러나 구진이 갑자기 문별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고 자세를 바꾸었다. 순간 눈앞이 흔들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음악에 맞춰 구진과 춤을 추고 있었다.“방금, 울었어요?”구진의 큰 손이 문별의 허리를 꽉 움켜쥐고 충혈된 눈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울었대요? 졸려서 하품을 두 번 했어요.”문별은 찔려서 핑계를 댔다.“아, 제가 잘못 본 셈 치죠.”“잘못 본 게 맞거든요!”문별은 화를 내며 이를 악물었다.“눈이 멀긴 했네요. 아니면 내 차를 들이받지 않았을 텐데.”“아, 말씀드리는 걸 깜빡했어요.”구진은 멍한 척했다.“뭔데요?”구진이 뒤를 돌자 문별도 같이 돌았다.“떠난 후 경찰에 신고했었어요. 이미 당신 책임이라고 판결 났어요. 문별 씨.”화가 난 문별은 눈을 부릅뜨고 부끄러운 마음에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내일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올 거예요. 저를 키워줄 필요는 없어요. 제 차만 고쳐주세요.”말을 하면서 구진은 눈웃음을 지으며 문별의 얼굴로 다가갔다.“돈을 아껴줄게요.”‘아! 아아아! 왜 이렇게 얍삽한 남자가 있어?’문별은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발을 들어 올려 하이힐 뒤꿈치로 구진의 발을 밟고 싶었다....무도회가 시작될 때부터 윤유성은 고상아 곁에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눈은 연회장 곳곳에서 아람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아람이가 없어
“이놈이, 내가 네 아버지야. 아버지에게 그런 식으로 말해?”윤정용은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 주변의 손님들만 없었다면 이미 뺨을 때렸을 것이다.구만복을 제외한 그 세대 사람들은 자식을 교육할 땐 매가 최고라는 원칙을 지켜왔다. 말 안 듣는 자식을 다룰 대는 채찍질해야 했다.“어머니를 존중한다면, 우리 부자의 애정을 간신히 유지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다면 더 터무니없는 말들을 들으실 거예요.”윤유성은 갑자기 피식 웃었다. 입꼬리를 치켜올렸지만 눈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헛웃음을 짓는 사악한 표정은 윤유성도 겁을 먹었다....복도 끝에 있는 유럽식 테라스에서 윤씨 부자가 서로 마주 보며 서 있었다. 밖에 온도는 그들의 분위기보다 낮을 수 없었다.“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윤정용은 싸늘한 얼굴로 질문을 했다.“저는 아버지가 사모님께 준 선물의 가치를 모르고 있었어요. 제가 준 선물이 아버지가 준 선물보다 가치가 높아서 체면을 깎았다고 생각하면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세요.”윤유성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결국 모르는 사람은 죄가 없지 않겠어요?”“내가 말하는 건 이 문제가 아니야!”윤정용은 충혈된 눈으로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왜 이런 자리에 어머니를 데리고 와? 일부러 나를 역겹게 하려고?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하려고?”“하... 하하하하!”“윤유성은 머리를 들고 크게 웃더니 눈물을 흘렸다.“뭔가 했는데, 이 일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윤유성!”윤정용은 주먹을 꽉 주고 눈시울을 붉혔다.“제 친어머니는요. 아버지가 가난하든 부유하든 함께 늙어가며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던 여자예요. 그런데 지금 아버지 눈에는 혐오감밖에 없어요?”윤유성의 눈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빨갛게 됐다.“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미움을 받아 15년 동안 관심도 받지 못한 채 S 국에 버려졌어요. 이제 제가 어머니를 데려와서 잘 보살피고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은데, 아버지는 어머니가 역겹다고 하네요. 아버지를 역겨워하지 않는 것은 제가 아들로서 최선을
윤유성은 거의 이성을 잃었다. 어깨를 심하게 떨며 고통스러운 감정으로 가득 찬 쉰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몇 번 말했어요. 아버지가 제일 믿고 사랑했던 윤성우, 윤진우, 윤민혁이 어머니를 해친 거라고요. 진실을 밝히지도 않고, 해명도 듣지 않고 어머니를 지옥으로 보냈어요. 아버지와 결혼한 건 어머니 인생에서 가장 큰 재앙이었어요!”“네 어머니를 보내면서도 윤씨 그룹 회장님의 부인이라는 명분을 남겨줬어. 그것만으로 충분히 체면을 지켜줬어. 그때 내 눈으로 직접 봤어. 내가 직접 잡았다고. 무슨 할 말이 더 있겠어?”윤정용은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때 그 추악한 사건을 생각하면 고상아의 목을 조르고 싶었다. 그리고 눈앞의 윤유성도 마찬가지이다.“멍청하네요.”윤유성은 비웃으며 다시 뒤돌아섰다. 사실 윤유성은 이 문제를 꺼내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고상아의 흑역사이다. 말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윤정용이 정신을 차리고 세 아들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될 거라는 기대는 이미 오래전에 접었다. 윤유성은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차례로 지옥에 갈 것이기 때문이다....화려하고 조용한 방 안에는 설레는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부드러운 빛으로 방 안을 가득 채우며 두 사람의 그림자를 만들었다.아람은 경주에게 껴안겨 숨을 거의 쉴 수가 없었다. 잠시 숨을 헐떡이며 경주의 품에서 몸을 비틀거리자 두 뺨은 붉게 달아올랐다.“안 놓으면 진짜로 때릴 거야.”이 상황에서 화내는 목소리는 애교를 부리는 것과 같았다. 목소리가 너무나도 부드러웠다.“아람아, 정말 날 때릴 수 있어?”경주는 턱으로 아람의 어깨를 부드럽게 문질렀다. 가늘게 뜬 눈은 충혈되었고 욕망이 가득 찼다.“왜 못 때리겠어, 네가 뭔데.”아람은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찌릿찌릿한 느낌이 발바닥부터 전해져 신경이 따끔거렸다. 경주의 눈은 한없이 다정했다.“난 네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야.”아람은 눈을 부릅떴다. 심장이 너무 뜨거워 숨을 쉴 수 없을 정도
아람이 행복할 수만 있다면 밤새도록 짖을 수 있었다.“신경주, 너, 너 미쳤어?”아람은 부끄러워서 더 이상 듣지 못했다.“짖으라고 했더니 정말 짖어? 죽어 라면 죽을 거야?”“죽고 싶지 않아, 죽으면 널 볼 수 없어.”말을 마치자 경주는 천천히 아람의 몸을 비틀어 자신을 향하게 했다.눈이 마주쳤다. 아람은 경주의 눈에서 뜨거운 감정들이 보였다. 마치 자신이 볼 수 없을까 봐 두려워 티를 내는 것 같았다. 경주의 눈은 말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들이 담겨있었다.“신경주.”아람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경주는 넥타이를 꺼내 아람에게 주었다.“아람아, 날 끌고 가.”아람은 멍하게 넥타이를 쳐다보더니 점점 혼란스러웠다.‘약을 더 먹여야 정신을 차리겠네.’경주는 마른침을 삼켰다. 시선을 아람의 촉촉하고 붉은 입술에 고정하고 몸을 숙였다. 시야는 흐릿하고 심장 박동이 점점 이상했다.이 타이밍에 핸드폰이 울렸다. 아람은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경주를 밀어내고 뒤돌아 전화를 받았다.“수해야? 무슨 일이야?”“아가씨, 어디 있어요?”임수해의 목소리는 당황하고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일이 있어서 호텔에 있어. 무슨 일 있어?”아람은 불안했다.“셋, 셋째 사모님이 큰일 났어요”“빨리 말해! 연서 이모가 왜!”아람은 마음이 급했다. 뒤에 있던 경주도 움찔하더니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10분 전, SNS에 셋째 사모님이 수년 전 연예계에 있을 때의 흑역사가 올라왔어요. 뉴스, 사진, 영상이 다 있어요!”아람은 가슴이 덜컹했다.“여론 상황은 어때?”“지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어요. 사진과 영상이 다 퍼졌어요.”“연서 이모는? 이 일을 알아?”“당연히 알죠! 뿐만 아니라 성주의 기자들도 알게 되었어요. 지금 아마 KS WORLD로 오고 있을 거예요!”임수해는 마음이 급해서 목에 불이 나올 것 같았다.“지금 셋째 사모님은 더 이상 여기에 머물 수 없어요. 구 회장님이 사모님과 아홉째 아가씨를 집으로 보내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