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서둘러요. 연회가 곧 시작되니까요.”펑-문이 굳게 닫혔다.10분 후, 윤성우와 그의 비서가 밖으로 나왔다.그의 눈빛은 사나웠다. 오른손 관절에 차고 있던 파텍 필립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방 안에서는 여자의 고통스러운 신음과 애원 소리가 간간이 들려오고 있었다.“남아서 마무리해.”“네, 사장님!”“구아람…… 재밌네.”윤성우는 손가락을 꽉 쥐고 마디를 꺾으며 음울한 분위기를 풍겼다.“대놓고 도발하는 사람은 오랜만이네. 그것도 여자라니. 허, 놀고 싶다면 재밌게 놀아줘야지.”……아람은 구아린을 위해 화풀이를 시원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구아린의 마음은 불편했다.아람은 눈치 있게 먼저 자리를 떠나 임수해와 단둘이 있게 했다.두 사람은 발코니로 나가 바람을 쐬며 흐트러진 마음을 진정시켰다.구아린이 어깨를 움츠리는 것을 본 임수해는 바쁘게 옷을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아가씨, 날씨가 쌀쌀해요. 입고 있어요.”“그날 밤, 맹진아가 저에게 시비 건 일을…… 언니에게 알려줬어요?”구아린은 천천히 돌아서서 복잡한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임수해는 잠시 멍해지더니 부드럽게 대답했다.“네. 제가 아가씨에게 알려드렸어요.”“왜 그랬어요? 맹진아와 저의 일이에요. 왜 언니까지 끌어들여요?”구아린은 급한 마음에 눈썹을 찌푸렸다.“언니는 평소에도 매우 바빠서 많이 피곤해요. 왜 이런 사소한 문제로 걱정시켜요? 게다가 윤성우에 관련된 일이잖아요. 언니가 윤성우와 싸울뻔했어요. 윤성우가 언니에게 원한을 품지 않을 거 같아요? 그냥 넘어갈 것 같았어요?”“아가씨…….”“수해 오빠, 오빠는 언니의 비서예요. 마음속에도 언니가 있잖아요. 이럴 때 왜 언니를 생각해 주지 않아요?”구아린은 조급한 마음에 말투가 엄숙했다.“윤성우가 화가 나서 사업에서 언니를 귀찮게 하면 어떡해요?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그녀의 질문에 임수해는 가슴이 아파났다.그는 순간 당황한 나머지 아람의 가녀린 어깨를 덥석 잡고 눈시울을
아람은 혼자 연회장을 향해 걸어가면서 노래를 흥얼거렸다.그녀는 맹진아가 끝장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우후! 기분 좋네!’윤성우뿐만 아니라 대부분 남자들은 체면을 중요시하는 천박한 존재이다. 체면을 잃게 만들었으니, 그는 결코 맹진아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꼴좋네, 감히 내 동생을 때려? 때리기만 한 것도 봐준 거야!’“아람아.”낮고 매력적이며 깊은 사랑으로 가득 찬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아람은 심장이 심하게 떨렸고 손을 꽉 움켜쥐었다.그 남자 외에는 세상에 그 어떤 목소리도 그녀를 두근거리게 할 수 없다. 한때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리고 그녀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 신경주 말이다.아람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차갑게 뒤를 돌아보았다.몇 걸음 떨어진 곳에 경주가 홀로 서 있었다. 손에 정교하게 포장된 상자를 들고 위풍당당하게 성큼성큼 걸어왔다. “나 왔어.”그의 목소리와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아람의 얼굴은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응.”경주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미안함을 표현했다.“미안해, 뭐라도 도와주려고 일찍 오고 싶었는데…… 조금 늦은 것 같네.”원래 높은 산등성이의 꽃 같은 남자는 아람의 앞에서 부하처럼 비천해졌다.“구씨 가문의 연회야. 왜 외부인인 네 도움이 필요하겠어?”아람은 피식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할아버지는? 같이 안 오셨어?”“오셨어. 지금 휴게실에서 구 회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경주는 부드럽게 말했다.“아, 알았어. 할아버지를 뵈러 갈게. 편하게 있어.”말을 마치자 아람은 미련 없이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아람아!”마음이 급한 경주는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왜 잡아! 사람들이 보면 오해하잖아. 해명하기도 귀찮아, 놔!”아람은 힘겹게 몸부림을 치자 귀 끝이 살짝 붉어졌다.“아무도 없어. 우리 둘뿐이야.”경주는 숨을 내쉬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눈앞의 여자를 품으로 끌어당겼다.“절대적인 기회주의자들은 사소한 기회를 놓치지 않아. 기회가 없어도 기
“솔직히 하게 말하면, 네가 날 때려도 너무 좋아.”경주의 눈빛은 진지하고 맑았다.‘변태 짓을 하는 최고 레벨이 진지하게 변태 짓을 하는 건가?’“닥쳐! 그만해!”아람의 작은 얼굴은 복숭아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가까이 오지 마. 평생 성 능력을 잃게 할 테니 조심해!”“괜찮아.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가문에 물려받을 자리도 없어.”경주는 넑을 잃고 아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난 너에게만 관심 있어. 아람아,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거야.”“그럼 죽어! 당장 죽어.”아람의 뺨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증오에 찬 표정으로 돌아서서 발을 구르며 화를 냈다.방금 전 일이 의외의 사고라는 것을 알고 있어 경주의 탓을 할 수 없었다.‘그 틈을 타서 내 몸매를 평가하다니…… 변태 아니야? 이유희와 절친이더니, 역시 끼리끼리였어.’이 시각 신효정을 안고 있는 이유희는 재채기를 했다.‘누가 날 욕하는 거야!’경주는 아람의 예쁘고 가느다란 뒷모습만 봐도 그녀의 분노에 찬 표정이 상상되었다.그러자 사랑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아람아…….”갑자기 뒤에서 미세한 떨림과 그리움으로 가득 찬 맑고 힘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람은 깜짝 놀라더니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그녀의 맑은 눈에는 눈물로 가득 찼다. 아람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바람처럼 경주를 지나쳐 자신을 부른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여섯째 언니!”“아람아!”이번에는 방금 보다 더 간절하게 외쳤다. 심지어 울컥했다.경주는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돌렸다.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아람은 단정하고 아름다운 청색 OL 정장을 입고 있는 우아하고 온화한 여자와 꼭 끌어안았다. 그녀의 눈썹은 길고 가늘었다. 정교하고 하얀 얼굴에 적절한 메이크업을 했다. 밝고 단단한 눈빛에는 자부심이 숨겨있었다.그 모습은 놀랍게도 구씨 가문 둘째 부인인 유민지와 많이 닮았다.‘여섯째 언
“누님.”이때 경주가 뻔뻔하게 다가왔다. 잘생긴 얼굴로 덤덤하게 다가와 구지아와 친한 척을 했다.구지아는 깜짝 놀랐다. 눈앞에 있는 훤칠한 남자를 슬쩍 훑어보며 눈을 부릅떴다.“신씨 그룹, 신 사장님?”“남처럼 대하지 마세요. 그냥 경주라고 불러주세요.”경주는 유난히 공손하게 오른손을 내밀며 예쁘고 따뜻한 눈웃음을 지었다.그 모습은 관대하고 정직해 보였다.‘소문처럼 잔인하고 무섭진 않네.’구지아는 예의상 손을 내밀고 악수를 하려 했다. 그러자 아람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고 경주를 매섭게 쳐다보았다.“우리 언니와 친한 척하지 마. 좋은 인상을 남길 생각은 더더욱 하지 마. 신경주, 네 꿍꿍이가 다 보여.”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어색하게 내민 손을 황급히 거두었다.“아람아, 너와 신 사장님이…….”구지아는 아람이 경주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는 것이 조금 의아했다.결국 그녀는 자신의 동생이 경주와 결혼 생활을 3년 동안 보냈다는 사실을 몰랐다.아람은 약간 민망하여 입을 오물거렸다.“언니, 나는…….”“누님, 저는 아람의 남자입니다.”아람과 구지아는 깜짝 놀랐다.“제가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겁니다. 저는 구아람 씨의 남자입니다.”경주는 아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듯한 뜨거운 눈빛으로 아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아람은 제가 아니어도 되지만, 저는 아람이 아니면 안 됩니다.”‘젠장!’어리둥절해진 구지아는 숨을 들이쉬었다.이 말을 듣자 아람은 얼굴이 붉어지며 이를 악물고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뻔뻔한 자식! 염치가 없네! 철면피네! 퉤!’“그 뜻은…… 신 사장님께서 우리 아람에게 구애를 하고 있는 거예요?”구지아는 조심스럽게 물었다.경주의 눈빛이 불타올랐다.“네, 제가 아람에게 구애를 하고 있어요.”‘미친 듯이, 맹렬하게 구애를 하고 있지.’“언니! 신경 쓰지 마, 신경주가 미쳤어. 가자, 아빠와 민지 이모한테 가자!”아람은 구지아를 끌고 성큼성큼 떠났다.경주는 제자리에 서서 좋아하는 사람
구지아가 갑작스럽게 돌아오자 구씨 가문에게 큰 서프라이즈를 주었다.구지아의 친 어머니인 유민지은 세 사모님 중 정서가 가장 안정적이고 가장 의젓한 사람이다. 수십 년 동안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딸을 보자 놀라고 기쁘지만 눈시울만 붉혔다.하지만 새엄마인 초연서와 강소연은 참지 못했다. 그녀들은 구지아를 끌어안고 통곡을 했다. 모르는 사람들은 유민지가 새엄마라고 착각할 것 같았다.“됐어! 언제까지 안고 있을 거야?”그녀들 옆에 서 있는 구만복의 잘생긴 얼굴에는 분노가 담겼다.“내 차례야!”사람들은 어이가 없었다.초연서와 강소연은 마지못해 손을 놓았다.그러자 구만복은 재빠르게 움지여 구지아를 덥석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했다.“흑…… 우리 딸, 너무 보고 싶었어! 네가 양심이 없는 줄 알았어…… 시집을 가더니 아빠를 잊어버린 줄 알았어. 집에 자주 오지도 않았잖아. 널 헛되이 키웠어!”아람은 구만복이 뻔뻔스럽게 딸을 안고 투정을 부리는 모습을 보자 입꼬리가 떨리더니 그 자리에서 굳어져 버렸다.다행히 휴게실에는 가족들밖에 없었다.‘됐어. 구회장이 망신을 당하지 않았으니 명성은 지켰네.’“아빠, 잊지 않았어. 내가 아빠를 보러 왔잖아.”구지아는 아이를 달래듯 구만복의 등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위로해 주었다.“너무 바빴어. 지금 은성에게 중요한 시기야. 투표 유세를 돕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 이번에 올 때도 비행기를 타고나서야 은성에게 메시지를 보냈어. 아빠, 딸이 배은망덕한 게 아니야. 매일매일 보고 싶었어. 화내지 마, 내가 S 국의 특산품인 백자를 선물로 가져왔어. 분명 마음에 들 거야.”사람들은 구지아를 바라보며 가슴이 아팠다.당시 그녀는 구만복의 반대를 무릅쓰고 열 살 연상인 S 국 의원인 홍은성에게 시집을 갔다. 사랑을 위해 먼 이국 타향으로 갔기에 가족들과 자주 만나지 못했다.그러나 이 구씨 가문의 딸이 다른 나라에서 인격적인 매력을 뽐내며 뛰어나게 빛을 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녀는 S 국의 황
한편, KS WORLD에서 불과 몇 백 미터 떨어진 사거리.문별은 핑크색 페라리 슈퍼카를 운전하며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파리 패션 위크 쇼케이스 디자인을 최대한 빨리 보내줘. 저쪽 책임자가 또다시 문제를 일으키면, 그들과의 협력을 영원히 취소할 거야! 나중에 성주에 와서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해도 매정하게 그들을 방해했다고 탓하지 마!”신호등이 바뀌자 문별은 화가 난 마음에 액셀을 힘껏 밟았다.페라리는 순간 분홍색 번개처럼 날렵하게 나갔다.바로 이때, 벤츠 E 클래스가 반대 방향에서 질주해 오고 있었다. 한 사람은 좌회전하고 다른 한 사람은 우회전을 하고 있으며 속도가 너무 빨랐다.“아!”전화를 치느라 한눈을 판 문별은 검은 차를 보지 못했다. 곧 부딪치려 하자 그녀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타이어는 아스팔트와 마찰되어 불꽃이 튀었다.벤츠도 위험을 깨닫고 브레이크를 밟자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가 났다.쾅-“악!”문별의 몸이 차 안에서 심하게 흔들려 에어백이 그녀의 얼굴을 향해 튀어나왔다.다행히도 앞 유리가 깨지기만 하고 터지진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얼굴을 다쳤을 것이다.“젠장! 운세를 봤어야 했어…… 재수 없네!”문별은 차 문을 열고 화가 난 얼굴로 목을 잡으며 내렸다.그녀의 글로벌 한정판 핑크 차의 앞부분이 엉망진창으로 되었다.“세상에! 우리 핑크! 젠장!”정성스럽게 스타일링한 헤어까지 망가졌다. 하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핑크색 차만 눈에 들어왔다.그녀와 충돌한 벤츠도 앞쪽 보닛이 위로 치켜 올라가고 엔진에서 짙은 흰 연기가 나오며 비참한 상태로 되었다.“컥컥컥…….”구진은 차에서 내려왔다. 연기를 맡자 곧바로 기침을 했다.“이봐! 운전할 줄 몰라? 차를 보자마자 들이 박아?”문별은 생일 연회에 늦을 것 같고 차도 폐차가 된 것을 보더니 화를 내기 직전이었다.하지만 구진의 잘 생긴 얼굴과 검은 슈트를 아래 길고 곧은 몸매를 보자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
“하지만 운전 중에는 통화를 할 수 없고 하이힐을 신으면 안 된다는 법은 있어요.”문별은 말이 꿀리자 하이힐 안의 작은 발가락을 꿈틀거렸다. “하, 하지만 방향을 틀 때 선을 밟았어요, 모두 당신 책임이에요!”“제 책임인지 아닌지 경찰을 찾아서 결정해야 해요. 하지만 지금은 경찰을 찾을 시간이 없어요. 당신이 찾으세요. 제가 시간이 없어요.”말을 마치자 구진은 주머니의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그녀에게 주었다.“여기에 제 전화번호와 주소가 있어요. 처리 후 결과를 알려주세요. 규칙대로 하면 되죠.”“지금 무슨 태도예요! 이렇게 큰 난장판을 만들어 놓고 가려고요? 저도 바쁘다고요!”문별은 그의 고압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에 불만을 품었다. 그녀는 명함을 힘껏 내던졌다.“이 명함으로 누구를 속이려고 해요? 옷만 단정하게 입고 있는 사기꾼일 수도 있잖아요!”“사기꾼? 하하…….”구진은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 이 헤어스타일이 이상한 여자가 귀찮고 어이가 없었다.“사기꾼? 제가 사기꾼이라면 이 세상에 좋은 사람이 없을 거예요. 먼저 갈게요.”문별은 화가 나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두 손으로 구진의 팔을 잡았다.“몰라요! 이번 달에 새로 산 차를 이렇게 망가뜨렸는데, 수습이라도 해야죠!”“아, 그 뜻이에요? 진작에 말하지.”구진은 연회에 가기가 급했다. 그녀와 얽히고 싶지 않아 지갑에서 은행 카드를 꺼내서 손끝으로 집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가져가서 차를 수리해요. 비밀번호는 없어요.”은행 카드를 보자 문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이 큰 수치를 당한 것 같았다.“저기요, 이 차는 글로벌 한정판 페라리예요. 지금 당신 때문에 고철로 되었어요. 가서 수리해라고요? 생각을 해보긴 했어요?”“아, 그럼 그 돈으로 다시 사세요. 돈이 충분해요.”구진은 시간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이다. 그 어떤 것도 그의 일정을 늦출 수 없다. 특히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 그렇다.그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문별의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그녀가 방심하는 틈을
생일 연회가 곧 시작된다.아람은 손님으로 가득 차 있는 연회장, 그리고 맨 앞자리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는 구만복과 신남준을 보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세상에! 내가 잘못 본 건 아니지? 신씨 가문의 어르신이잖아!”“헐! 그러네! 어르신이 정말 젊으시네. 기력이 왕성하셔!”“어르신과 구 회장님은 정말 친하네. 요즘 이런 우정은 드물어.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구 회장님이 어르신의 아들인 줄 알겠어, 하하!”“오늘 밤 신광구의 아내도 신씨 호텔에서 생일 연회를 열었어. 어르신께서 가족 연회를 참석하지 않고 구 회장님의 셋째 부인의 생일 연회에 오셨네…… 쯧, 너무 흥미로워.”하객들의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뻔하잖아. 어르신은 지금까지 진주를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은 거야! 지난 반년 동안 뇌물을 받고 경매에서 주얼리 위조 한 혐의를 받았어. 진주의 재수 없는 조카가 신 사장님을 두고 바람까지 피웠어. 어르신이 어떻게 진주를 인정해 주겠어?”“신 사장님과 구 회장님의 딸, 구씨 가문의 아가씨와 꽤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저번 바자회 뉴스를 봤어. 신 사장님이 아가씨를 지켜주던데, 가능성 있을 거 같아?”아람은 그 말을 듣자 눈썹을 찌푸렸다.“음…… 가능성이 없을 거 같아.”“왜?”“신 사장님은 전에 김은주와 추한 싸움을 해서 웃음거리로 됐잖아. 아가씨와 같은 고귀하고 도도한 사람이 왜 그런 남자를 좋아하겠어?”아람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전 애인의 일을 모르면 괜찮아. 제일 두려운 건 흑역사가 폭로되는 거야. 식당 주방의 바퀴벌레가 식탁으로 간 것과 같아. 아무리 신경 쓰지 않아도 마음은 여전히 역겨워. 신 사장님은 매우 훌륭한 사람이야. 하지만 구아람 씨가 왜 그런 전과 있는 남자를 만나겠어?”아람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이네!’“어때? 엿듣는 게 재밌어?”아람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들었다.경주가 언제 왔는지도 몰랐다. 그는 아람의 옆에 서서 웃으며 반짝이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누, 누가
“소연 씨, 오늘 밤 신 사장님과 함께 데리러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예요.”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맹새했다.[들키는 게 두렵지 않아요. 그제 그 시간에만 나갈 수 있어요.]만소연은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데리러 가는 건 소연 씨 안전을 생각해서예요.”경주는 엄숙한 말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지금 윤씨 가문이 소연 씨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있을 수 있어요. 만약 갑자기 나가서 윤씨 가문 사람에게 들키면 위험해질 수 있어요.”만소연은 깜짝 놀랐다.[구, 구아람 씨, 이 분은.]“소연 씨, 두려워하지 마세요. 신 사장님이에요. 제 곁에 있어요.”아람은 눈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들고 경주의 얼굴을 살짝 쳤다. 경주는 바로 몸을 기울리고 여왕을 모시는 우아한 집사처럼 잘생긴 얼굴을 아람에게 들이대며 코끝을 맞댔다. 아람은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경주는 이때 아람에게 키스를 했다. 혀는 천천히 움직이며 아람을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이때 경주는 아람의 입술을 떠났다.‘음, 이 나쁜 남자, 정말 나빠. 점점 나쁘네!’[신, 신 사장님? 정말 신 사장님이에요?]만소연의 눈빛이 순간 밝아지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신, 신 사장님. 존경합니다. 제 롤모델이에요!]경주는 누썹을 찌푸렸다.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그냥,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연예인보다도 잘생겼어요. 저 신 사장님을 엄청 좋아해요!]“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구아람 씨예요.”경주는 스님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하며 아람의 어깨를 끌어안았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만소연은 황급히 해명했다.[저는 그저 신 사장님의 능력과 외모를 존경하는 거예요. 다른 뜻은 없어요. 그리고 저는 구아람 씨와 신 사장님의 팬이예요. 정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쯧, 신 사장님은 전에 인터넷에서 평판이 엄청 안 좋았는데, 얼굴 빼고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팬이 있네? 역시 지금 시
아람의 머리를 빗어주던 경주의 손도 순간 멈칫하며 핸드폰을 바라보았다.“아람아, 아는 번호야?”“몰라.”“받을 거야?”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아람은 낯선 번호를 받지 않는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도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듯 막연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전화를 마치지 않으면 많은 것을 놓칠 것 같았다.“여보세요.”아람은 다정하게 전화를 받았다.[여, 여보세요.]전화 반대편에서 소심하고 낮고 부드러운 여자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들으면 아린과 비슷하게 들렸다. 아람과 경주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즉시 스피커폰을 켰다.“죄송하지만, 누구세요?”[구, 구아람 씨 맞아요?]소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네, 구아람이에요.”[저, 저는 만소연이에요.]경주와 아람은 순간 긴장했다. 특히 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에 식은땀이 났다. 경주는 숨을 죽이고 아람을 바라보았다. 아람의 손을 잡고 가슴에 대며 안전감을 주었다.“소연 씨, 드디어 전화가 오셨네요.”아람의 목소리는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친근하게 말하기 위해 성을 떼고 불렀다.“매일 소연 씨의 전화를 기다렸어요. 드디어 전화 오셨네요.”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만소연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건, 만소연을 만나고 얘기를 했다는 건데, 아니면 왜 그렇게 말하겠어. 하지만 언제 만났지? 난 왜 몰랐지?’[매일, 기다렸어요?]만소연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구아람 씨, 만약 제가 연락하지 않았다면.]“그래도 기다렸을 거예요. 연락하든 안 하든 선택권은 소연 씨에게 있어요. 기다리든 말든 제 선택이에요.”아람은 이글거리는 눈빛에 굳은 의지가 가득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아람은 상대방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경주는 아람의 친착함을 존경했다. 목표을 이루기 위해 억울해하며 참았고 굴욕도 견딜 수 있었다. 고귀한 출생으로 인해 우월감을 느끼지 않았고
윤씨 가문은 라이브 사건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싶었지만, 윤진수의 평판이 너무 않 좋았다. 사람들은 그저 웃음거리를 보고 싶었다. 게다가 윤진수를 지목하는 구씨 가문 아가씨 아린이 나타나 더욱 드라마틱해져 점점 뜨거웠다.열기가 갈아앉지 않으면 윤진수는 경찰의 목표로 될 것이다. 윤정용은 심지어 뻔번하게 경찰 총장에게 가서 사정했지만, 마침 최고의 재벌 구만복이 오랜만에 실검에 올랐다. 사무실의 TV에서 뉴스가 방송되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리본 커팅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와 인터뷰하는 구만복의 모습이 보였다. 기자는 바로 물었다.“구만복 씨, 이틀 전 라이브에서 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성.”“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자?”구만복의 안색이 순간 차가워지며 반박했다.“어느 언론사 출신이에요? 이렇게 정보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데 기자를 해요?”사람들은 구만복의 압박감에 숨도 쉬지 못했다.“제 친딸이에요. 우리 구씨 가문의 막내 공주님. 제 셋째 부인 초연서의 딸이에요.”구만복의 표정은 유난히 차가웠지만, 아린을 언급하자 날카로운 눈빛에 보기 드물게 온기가 돌았다.“제 눈에 아람이든, 아린이든 모두 소중한 딸이에요. 아린을 공개하지 않은 건, 나이도 어리고 확교를 다니고 있고, 모녀가 겸손해서예요. 아이의 학교생활을 방해할까 봐 공개적인 자리에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요.”“결국 모두 막내딸을 지키려고 한 거예요. 하지만 내 딸을 보호하는데, 윤진수 그 짐승에게 기회를 주었어요!”‘젠장, 구 회장님의 말이 정말 날카롭네. 구만복과 윤정용이 친하다는 것을 모른느 사람이 없잖아. 하지만 막내딸을 위해 윤씨 가문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네!’“우리 딸은 큰 굴욕을 당했어요. 윤씨 그룹이 사적으로 가고 싶은데, 그럴 일은 없어요. 반드시 끝까지 조사할 거예요!”구만복의 눈시울이 붉히며 하마터면 카메라 앞에서 실례를 할 뻔했다. 겨우 화를 억누르며 카메라를 향해 이를 악물었다.“윤정용, 너 이 자식, 양심이 있으면 네 아들이 대가를 치르고 우리 딸에게
“아람아, 너, 너 왜 들어왔어, 언제 들어왔어.”경주는 여전히 멍했다. 습관적으로 아람의 허리를 잡고 위아래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아람은 가슴을 가리고 투덜거렸다.“깜짝이야. 방금 네 눈빛이 엄청 무서웠어. 날 잡아먹을 것 같았어.”“미안해, 아람아. 입대했을 때 생긴 고질병인 것 같아. 불치병 같은 반응이야.”그 말을 듣자 아람은 가슴이 아파 경주의 얼굴을 만졌다. 경주는 죄책감을 느꼈다. 아람의 손을 잡고 손등을 키스했다.“왜 몰래 들어왔어. 들키면 어떡해.”“몰래? 여긴 내 집이야. 왜 몰래 들어와. 난 당당하게 들어온 거야.”아람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경주의 코끝을 가리켰다.“왜? 신 사장님이 좀 당황한 것 같지?”“정식으로 네 집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야. 아람아, 네 가족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주고 싶어.”경주는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풋, 그거 때문이었어?”아람은 웃음을 떠뜨렸다.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경주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우리 가족은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챙기기 힘들고 잘해주기도 어려운 사람이야. 아니면 윤유성 그 독뱀이 벌써 우리 집에 들어왔겠지. 안 그래?”“아람아.”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가족은 널 천천히 받아드리고 있어. 그러니 걱정 마. 너 답게 행동해.”아람은 다정하게 말을 하며 경주의 셔츠 단추를 모두 풀었다.“또 나 몰래 밤새 일했어? 이렇게 앉아서 자면 허리디스크 터져. 잠옷을 갈아입고 편하게 누워.”“응, 알았어.”경주는 얌전히 말을 들었다. 잠옷을 갈아입을 때 기지개를 펴니 허리가 아팠다. ‘설마, 정말 나이가 들어서 그래?’“아람아, 빨리 방으로 가.”경주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람은 귀여운 토끼처럼 재빨리 이불속으로 들어갔다.“너랑 같이 잘 거야.”“아람아, 말 들어. 이제 성주로 돌아가면.”“싫어. 지금 같이 잘 거야.”아람은 경주의 옷깃을 잠고 놓지 않았다. 경주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는 아람의 매혹적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욕망이 솟
구만복이 말하자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람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입을 크게 벌리며 믿기지 않는 듯 구만복을 바라보았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경주는 가슴이 떨리며 눈을 부릅뜨고 구만복의 잘생기고 위엄 있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지금 출발하면 새벽에 도착하잖아. 내일 아침 별일 없으면 오늘 여기서 자고 가.”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리며 기침을 두 번했다.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다. 경주도 들었고, 아람도 들었고, 모든 사람이 들었다. 서프라이즈가 경주에게 다가오자 경주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맑은 눈에 감동적인 감정으로 가득 찼고 울컥하며 구만복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고마워요, 구 회장님. 받아주셔서 고마워요.”받아준다는 말은 대단한 거물이자 성주 제1 재단의 도련님을 비참하게 했다. 아람은 가슴이 아팠다. 경주가 억울한 모습을 보지 못해 급히 다가가 경주를 부축했다.“뭐 하는 거야. 그냥 하룻밤인데, 이럴 필요는 없잖아.”“필요 있어. 아람아.”경주는 누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가슴 속 설렘이 휘몰아쳤다.“너무 기뻐. 지금까지 이룬 업적들을 모두 모아도 이 순간만큼 행복하지 않았을 거야.”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단순한 하룻밤일 것이다. 그러나 경주에게는 희망이었다. 구만복은 경주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먼저 별장으로 들어갔다.“수해 오빠, 아빠가 형부를 용서한 거야? 형부를 받아준 거야?”아린은 수해의 팔짱을 끼고 까치발을 들어 수해의 귀에 속삭였다.“받아주는 거였으면 좋겠어.”아린을 바라보는 수해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 손을 들어 아린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어제보다 오늘 조금만 더 발전하면 다 좋은 거야.”아람은 감동하여 경주의 얼굴을 잡고 아무도 없는 듯이 키스했다. 처음에 경주는 부끄러워 온몸이 굳어졌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아람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키스했다. 구씨 가문의 어른들은 보기 부끄러워 모두 황급히 돌아서서 떠났
강소연은 누군가가 아린을 비난하자마자 즉시 키보드를 잡고 네티즌과 맞섰다. 뿐만 아니라 강지구에게도 연락해 라이브 방송 댓글창에 글을 남기도록 지시했다. 순식간에 백여 명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며 논쟁이 격화되었고, 결국 모두 금언 조치가 내려졌다.밖에서 아무리 큰 폭풍이 몰아쳐도 해정원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람은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하고 화목한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엄마가 돌아간 후, 아람은 해장원을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방황의 날이 쓰라리고 힘들어도 그저 탈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점점 집 느낌이 있었다. 아람에게 안식처가 되는 곳은 단 두 곳이다. 해장원과 경주의 따뜻한 품이다.라이브 풍파가 지난 후, 구만복과 초연서는 수해에 대한 태도도 미세산 변화가 있었다. 그날 아린과 수해가 헤어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자 구만복은 수해를 집에 있게 했다. 그저 각방을 썼을 뿐이다.절대 모두가 잠든 동안 소중한 딸 아린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이상한 짓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시련과 곤난을 겪어온 수해와 아린에게 이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아린은 엄청 기뻐했다. 수해도 눈물을 흘릴 뻔할 정도로 흥분했지만 그저 묵묵히 구만복에게 인사를 했다.최선을 다해 아린을 챙겨주고 평생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맹세했다. 이 기회에 수해는 다시 구만복의 인정을 받았다. 옆에서 화기애애한 가족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경주는 여전히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아람은 아린과 수해의 행복한 분위기에 감염되어 옆에 있는 안색이 어두워진 경주를 신경 쓰지 못했다. 경주는 가슴이 아파나며 씁쓸해졌다. 한참 후, 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체념을 하듯 씁쓸하게 웃었다.경주의 마음은 여전히 안 좋았지만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구만복이 평생 경주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아람의 곁에 있고 지켜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죄인은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 이 곳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은혜를
당황한 나머지 윤진수는 부축을 받아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윤성우는 도현을 악의적으로 노려보았다. 입을 열려고 할 때, 계속 침묵하고 있던 유성이 적절한 타이밍에 말을 했다.“진수 형, 그냥 구 팀장님과 함께 가세요. 형은 당당하잖아요. 그냥 수사에 협조하는 거예요. 당황하지 마세요. 금방 끝날 거예요. 끝나면 우리가 데리러 갈게요.”윤성우는 유성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젠장, 또 잘난 척할 기회를 줬네!’유성은 돌아서서 윤정용의 귀에 속삭였다.“아버지, 구도현의 말이 맞아요. 진수 형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 발이 찔리는 것 같아보여요. 구도현은 더 악랄한 수단으로 형을 상대할 거예요. 그때는 정말 곤란할 거예요.”윤정용은 마음이 흔들려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진수야, 가.”“아버지!”윤진수의 표정은 마치 절망에 빠진 듯했다. 윤정용은 손을 흔들었다. 원망함과 분노가 뒤섞여 말문이 막혔다. 결국 윤씨 가문 사람들은 두 경찰이 윤진수를 데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도현이 떠나기 전 차갑게 윤유성을 노려보았다. 유성은 날카로운 시선에 움찔했다. 마치 범인을 심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유성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마음이 불편했다.“구도현, 거기 서!”윤성우가 얼굴을 붉히며 다가갔다. 지금의 윤진수를 도와주기 보다 도현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도현은 발길을 멈추고 무심하게 바라보았다.“흥, 인정해. 네가 우리를 어떻게든 곤경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이잖아. 전혀 정의감에 비롯된 것이 아니야. 그저 개인적인 복수를 하려는 거지. 구아람과 구아린 대신 화풀이하고 싶은 거지?”도현은 날카로운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움직였다.‘그게 왜?’소리없이 입모양만 보여주었지만 윤정용과 윤성우는 화가 나서 머리가 터질 듯했다. 달려가 도현을 때리고 싶었다. 도현이 떠난 직후 윤정용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윤성우와 유성의 부축에 소파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진정했다.“성우
“경찰서 커피가 맛이 없이 없도 건강에 해롭지 않아요. 윤씨 가문의 음식에 감히 입을 대지 못해요. 배가 썩을 수도 있잖아요. 건강을 다치고 마음을 다치면 너무 소해잖아요.”도현은 차갑게 비웃으며 윤성우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구도현 도련님, 내 아들의 사건은 이미 끝났어요. 당신이 직접 풀었줬잖아요. 지금 와서 왜 또 이러는 거예요!”윤정용은 싸울 기분이 없어 눈시울을 붉히며 화를 냈다.“증거도 없이 진수를 그냥 데려갈 수는 없어요. 마음대로 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우리 윤씨 가문은 구씨 가문의 손에 잡히는 멍청한 놈이 아니에요.”“두 가문이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고, 구만복의 아들인 것을 봐서 체면을 봐주는 거예요. 선을 넘지 마세요!”‘구만복의 아들? 구 팀장님이 해문 갑무의 아들이야? 구아람의 오빠?’이 충격적인 소식에 두 경찰은 입을 가리며 크게 놀랐다. 수년 동안 경찰로 일하면서 도현은 항상 겸손하고 일에만 집중했다. 자신의 사생활과 가족사에 대하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전에 도현이 형사 팀장이 되었을 때, 어린 나이에 중요한 임무를 맡아 경찰서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도현은 낙하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언비어는 순간 사라졌다. 단 3년 동안 도현은 큰 사건을 잇달아 해결하고 여러 차례 공로를 세우며 소문이 점차 사라졌다. 경찰들도 도현의 집안이 대단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도현은 윤정용이 동료들 앞에서 구만복을 언급하는 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웃음이 터졌다.“법은 무고한 사람을 잘못 선고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단 한 명의 짐승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윤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은 10년 넘게 타다 남은 솥바닥처럼 어두웠다. “구도현, 너, 너, 누구보고 짐승이라고 하는 거야!”윤진수는 도현의 잘생긴 얼굴을 가리키며 화를 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윤진수 씨, 당신이 강간 미수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니 우리와 함
“경, 결찰? 그 하찮은 놈들이 또 찾아왔어?”윤진수는 구치소에서 사람 같이 않은 삶은 보낸 날들을 생각하자 다시는 돌아가서 악취를 풍기던 그 쓰라린 삶을 살고 싶지 않아 겁에 질렸다.“아버지, 형, 꼭 막아주세요!”윤정용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마음이 급해 걸어다녔다.“진수야, 긴장하지 마.”윤유성이 다가가 진수의 떨고 있는 어깨를 토닥였다.“두 여자애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어. 아직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어. 그건 아직 증언할 의사가 없다는 거야. 경찰도 그냥 온 거야.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잖아. 일단 가 봐.”...윤씨 그룹 사람들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방문객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거실에 서 있는 도현과 두 경찰이 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훤칠한 키를 가진 도현은 마치 칼을 꽂은 것처럼 앞에 나타났다. 권위적이고 위압적이라 억압감이 느껴졌다.윤정용의 안색이 안좋았다. 심지어 마음속에서 질투까지 했다. 구만복의 자식들은 모두 예쁘고 잘생겼다. 능력도 좋고 그저 경찰인 첩의 막내아들 도현도 카리스마가 넘쳤다. 자기 자식이 제일 소중하다고 하지만, 윤민주와 윤진수가 한 짓을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도현의 앞에 나서기 창패했고 체면이 깎인다고 생각했다. 비교해 보면 그나마 막내아들인 유성이 괜찮았다. 외모, 기질, 능력도 뛰어나 구씨 가문과 경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정용은 제일 아이러니한 점을 잊었다. 유성은 한때 윤정용이 가장 싫어하고 경명했던 자식이었다. 심지어 유성 모자를 S국으로 보낸 후 윤씨 가문 전체 앞에서 죽은 사람 취급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린 유성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유성의 계좌로 매년 일정 생활비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외 가족 재산, 권력, 주식, 윤씨 가문의 모든 것은 유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이 모든 것은 고상아가 윤정용을 배신해서 시작한 것이다. 고상하는 비천한 경호원과 몰래 만났고, 그 모습을 윤정용이 직접 목격했다. 간통한 경호원은 가혹한 처벌을 받고 외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