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아, 난…….”경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부님! 죄송해요, 많이 늦었네요.”아람은 급히 뒤돌아보았다. 제자인 문별을 보자 기분이 좋아져 활짝 웃었다.“별아! 늦지 않았어. 네가 파리 전시회 때문에 바빠서 못 올까 봐 걱정했어!”문별은 아람에게 달려가 꼭 껴안았다.“어떻게 안 올 수 있겠어요. 사부님이 연회에 초대하셨는데, 당연히 와야죠!”이때 문별은 아람 옆에 앉아 있는 존재감이 매우 강한 경주를 보았다.순간 그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사부님, 신경주와 같은 테이블에서 밥 먹을 거예요? 밥맛이 떨어지지 않을까요?”아람은 담담하게 경주를 쳐다보았다.“그러네.”경주는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여전히 뻔뻔하게 말했다.“아람아, 날 보기 싫으면 안 봐도 돼.”‘자리를 절대 바꾸지 않을 거야.’문별은 그를 째려보았다.‘이 나쁜 자식이, 정말 뻔뻔하네!’“이렇게 큰 사람이 앉아 있는데, 내가 눈이 멀었어? 어떻게 안 보여?”아람은 그의 말에 화가 나서 웃음이 터졌다.“그럼 눈을 가려.”경주는 아람이 삐지고 화를 내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농담을 했다.“그럼 어떻게 먹어?”똑똑하던 아람은 뜻밖에도 그의 말에 넘어갔다.“내가 먹여줄게.”경주는 아람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더니 매력적인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자극했다.아람은 온몸의 신경이 순식간에 찌릿찌릿했다. 당황한 나머지 의자를 옆으로 옮기고 그에게서 멀어지려고 했다.경주는 그녀의 속셈을 정확하게 뚫어보았다. 그의 큰 손은 아람의 뒤로 가더니 몰래 가는 허리를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너!”아람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고 경주의 다정한 눈을 쳐다보았다.“아람아, 그냥 같이 식사만 하는 거야. 제발, 가지 마.”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의 눈에는 그녀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신경주.”아람은 다른 한 손을 등 뒤로 돌려 남자의 손목을 잡았다. 저항하는 듯, 복수하는 듯 손에 끊임없이 힘을 주었다.그
“세상에! 다쳤어? 왜 전화 안 했어? 내가 병원에 데려다줄게!”아람은 긴장한 듯 문별의 어깨를 잡았다.“목이 약간 아픈 것 외에는 별일 없어요.”아람이가 걱정하는 것을 보자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래도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해. 어떤 부상은 내상이야. 당장은 큰 문제가 없어도 나중에는 큰일 나.”이때 경주는 갑자기 담담하게 말했다.“생일 연회가 끝나면 제가 연락해 드릴게요. 몇 시든 전문적인 외과 의사를 찾을 수 있어요.”경주의 열성적인 모습을 보자 문별은 깜짝 놀랐다.“그럴 필요는 없어.”아람은 황급히 문별을 감싸 안았다. 그녀는 삐진 듯 말했다.“나도 외과 의사야. 내 제자는 내가 책임져. 신 사장님은 신경 꺼.”경주는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세심한 배려가 또다시 악의로 되었다.“그 미친놈이 내 핑크 차를 망가뜨렸어요. 사과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태도도 아주 나빴어요! 은행 카드를 던져주더니 그 돈으로 새 차를 사라고 했어요!”문별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사부님, 저 사람이 저를 모욕하는 거죠? 내가 돈이 없는 줄 알아? 무슨 잘난 척을 하는 거야!”“음…… 그러고는?”아람은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다. 이 일이 기묘하게 느껴졌다.“그래서 저도 은행 카드를 꺼내서 그 사람 얼굴에 던졌어요. 누나가 돈이 많아서 키워줄 수 있다고 했죠!”경주는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는 흥미롭다고 생각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풉!”아람은 참지 못하고 웃었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꽤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기본 논리가 거의 비슷하네. 일 처리를 할 때 이성적이고 인간미가 없어.”문별은 구진의 훤칠한 몸매, 준수한 얼굴, 맑고 날카로운 눈, 모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섬세한 피부, 그리고 모든 행동에 소년감이 들어있는 분위기를 떠올렸다.그러자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흥, 누가 저런 사람과 어울리고 싶대요?”문별은 중얼거렸다.‘멀리서 보면 잘생겼지만, 가까이 보니 완전 허세가 가득한 사람이네!’
문별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머릿속이 하얘졌다.그녀는 어쩔 바를 몰랐고 당황하고 할 말을 잃었다.‘그래서, 내가 방금 사부님에게 욕 한 미친놈이…… 사부님의 친오빠인 거야? 내가 미쳤어!’경주는 그 자리에 앉아 좌우를 살피며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웃음을 참았다.그는 문별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아람의 형제자매가 너무 많아서 길을 걷다가 만나도 너무 당연한 일이다. 처음에 그는 구씨 가문을 잘 알지 못해 손해를 봤었다. 아람의 여러 형제들에게 차례로 괴롭힘을 당했다.구진은 문별의 청순한 얼굴이 점차 붉어진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은 잘 익은 체리와 같았다.그는 문별이 내뱉은 말에 화가 났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귀여운 모습을 보자 화를 낼 수 없었다.“사, 사부님…….”문별은 불쌍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아람을 바라보았다.“이 일 때문에 저를 쫓아내지는 않겠죠?”“음…….”아람은 가느다란 손을 턱에 대고 눈썹을 찌푸리며 생각하는 척했다.“사부님…….”문별을 입을 삐죽 내밀더니 울음을 터뜨릴 직전이었다.아람은 정색하며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지었다.“바보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런 사소한 일에 그렇게 집착해? 널 쫓아내면 난 후계자를 잃은 거잖아.”문별은 마음이 놓였지만 여전히 부끄러웠다.“우리 별이가 얼마나 착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어. 네가 둘째 오빠를 욕 한 건, 오빠가 잘못이 있다는 거야.”아람은 구진을 꾸짖으며 문별을 부드럽게 위로했다.구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비록 억울하지만 감히 화를 낼 수는 없었다.‘내 차를 치고 날 조롱하던 여자가, 아람과 이렇게 친할 줄이야! 그냥 재수 없었다고 치자.’이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와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활기차게 되었다.유민지, 강소연, 구윤, 구아린, 업무로 바쁘지만 유민지가 억지로 잡아온 구도현, 그리고 마침내 연회에 온 새로운 커플인 이유희와 신효정까지 왔다.사람들은 모두 아람을 안아주거나
“효정아? 넌 왜 여기 있어!”구아람은 신효정의 하얗고 부드러운 작은 얼굴을 꼬집었다. 너무 기뻐서 눈가에 미소가 넘쳐흘렀다.신효정은 수줍은 듯 입술을 오물거렸다. 그녀가 곰돌이 인형을 꼭 껴안은 모습이 안쓰러웠다.“새언니, 보고 싶어요…… 그리고 둘째 오빠, 보고 싶어서 왔어요.”신경주는 그 말을 듣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우리 동생 착하네. 새언니란 말이 너무 듣기 좋잖아.’아람은 신효정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새언니라고 부르니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런 자리에서 자신이 선물해 준 곰돌이 인형을 품에 안고 있는 것을 보자 감동하여 신효정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효정아, 나도 보고 싶었어.”아람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유희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효정을 데려온 거야? 진주의 생일 파티에서?”“응, 나야.”이유희는 눈웃음을 지으며 당당하게 인정했다.“지금 웃음이 나와?”아람의 눈에는 원망과 분노로 치솟았다. 그녀는 이유희의 앞으로 다가가 날카로운 손끝으로 그의 어깨를 세게 찔렀다.“넌 오직 효정과 함께 있겠다는 것만 생각했지? 자신의 즐거움과 행복에만 관심 있어. 효정을 생각해 본 적 있어? 이렇게 효정을 데려가면, 돌아갈 때 어떻게 될까? 신 회장님과 진주가 효정을 꾸짖을 거야!”“돌아가? 그런 집에 엄마는 엄마 같지 않고, 미친 언니까지 있는데, 효정이가 왜 돌아가?”이유희는 눈썹을 치켜들고 눈빛이 불타올랐다.“효정은 요 며칠 나와 함께 살았어.”아람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부릅떴다.“뭐라고?”“이미 환산에 있는 집을 효정의 이름으로 등기해 놓았어. 이제부터는 효정이 집이야. 신씨 가문이 불편하고, 이상한 모녀들을 보기 싫다면 환산 별장에 와서 살면 돼.”이유희는 시선을 신효정에게 돌리더니 눈빛이 한없이 다정해졌다.아람은 화가 나서 목덜미를 잡았다.“언제부터?”경주 역시 가만있지 못했다. 이유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는 그의 눈빛은 분노가 가득했다.“이유희,
신효정은 천천히 눈을 들었다. 수정처럼 맑은 눈빛은 아람의 눈과 마주쳤다.그녀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아람은 눈빛에서 그녀의 속마음을 읽었다.“효정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드문 일이야. 이렇게 누군가의 편을 들어주는 것도 드문 일이야. 아람아, 효정이 좀 쉬게 해준다고 생각해. 유희와 있으면 행복하고 편안하다면, 둘이 같이 있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경주는 얼굴을 기울여 아람의 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 말투에서 겸손하게 부탁하는 느낌이 들었다.“나도 알아. 효정이 이유희를 좋아하는 거. 일부러 갈라놓으려는 건 아니야. 난 그냥…….”아람은 눈을 돌려 그의 이글거리는 눈빛과 마주했다.“알아, 이해해.”경주는 아람을 이해해 주며 미소를 지었다. 항상 얼음장처럼 차갑던 얼굴이 그녀에게만 활짝 웃고 있다.“하지만 잊지 마. 효정 뒤에는 너만 있는 것이 아니야. 나도 있어.”간결한 말 한마디가 아람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다. 그녀는 급히 시선을 돌렸다.이것이 바로 경주가 말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모든 말은 정성이 있고 효과적이다.구만복과 오늘 밤의 주인공 초연서를 제외한 가족이 아람과 한 테이블에 앉았다.경주는 고집스럽게 아람 옆에 앉았다. 주위 사람들의 경멸과 원망, 그리고 분노로 그를 훑어보아도 흔들리지 않고 앉아있었다.그는 끝까지 뻔뻔함을 유지했다.“신 사장님, 잘못 앉으셨어요.”구도현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커다란 테이블 사이에 두고 경주의 차분한 얼굴을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용의자를 보는 것 같았다.“이 테이블은 우리 가족이나 구씨 가문의 친구들이 앉아 있어요. 여기에 앉아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순간 조용해지더니 사람들은 경주를 쳐다보았다.조롱에 맞서 경주는 입술을 치켜올리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옆에 있는 아람을 깊이 바라보았다.“잘못 앉지 않았어요. 아람의 곁에 앉아 있을 거예요.”아람은 하마터면 물을 뿜을 뻔했다
연회장 밖.오늘 밤 윤유성은 윤씨 가문의 다른 도련님들처럼 꾸미지는 않았다. 그저 간단하지만 정교한 짙은 회색 정장을 입었다. 깔끔하고 산뜻한 헤어스타일에 금테 안경을 끼니 지성미가 넘쳤다.“아들…… 우, 우리 집에 갈까? 무서워…….”고상아는 겁을 먹은 듯한 표정으로 윤유성의 옷을 살며시 잡아당겼다.오늘 밤 그녀는 아들이 차려준 값비싼 자홍색 치파오를 입은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수억 원의 에메랄드 머리핀으로 머리를 단정하게 묶었다.그녀는 간단한 진주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만 차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세트는 왕실에서 특별히 공급한 주문 제작 모델로 다이아몬드보다 더 비싸다.윤유성의 마음속에는 어머니밖에 없다. 그는 고상아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윤유성은 어머니를 향해 다정하게 미소를 지었다.“엄마, 무서워하지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하지만…….”“엄마, 오늘 밤 엄마를 여기 데려온 건 아람을 만나게 해드리고 싶어서예요. 어제 엄마가 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오늘 밤에 볼 수 있어요.”“그러네…… 아람이, 아람을 만나야 해.”고상아의 눈이 갑자기 밝아지더니 소리를 질렀다.“아람, 아람이야!”윤유성은 급히 몸을 돌렸다.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아람을 보자 마음이 뭉클했고 입꼬리가 치켜 올랐다.“아람아.”“사모님!”아람은 봄바람처럼 환하게 웃으며 고상아를 맞이했다.“오실 줄은 몰랐어요. 정말 반가워요!”“나도 반가워, 아람아!”고상아는 아람을 진심으로 좋아했다. 그녀는 아람을 와락 앉았다. 그리고 작은 핸드백에서 초콜릿 알사탕을 꺼내어 아람에게 주었다.“사탕 먹어! 지난번에 보니 네가 초콜릿을 좋아하는 것 같았어. 아줌마가 너 주려고 가져왔어!”“사모님, 제 생각을 해줘서 고마워요.”아람은 사탕을 들고 가슴이 뭉클했다.그녀는 바로 이런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많은 것을 겪었고, 전쟁터에서 피비린내 나는 폭풍우를 경험했다.장렬하고 심금을 울리는 장면은 그녀를 감동시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대신 그녀를 가장 쉽게
윤유성은 기뻐하며 눈웃음을 지었다.“고마워요. 아람 씨.”……아람은 윤유성과 고상아를 연회장으로 안내했다.“형! 빨, 빨리 봐봐! 저 여자!”윤진수는 깜짝 놀라며 출입구를 가리켰다.윤성우는 잔을 흔들며 차갑게 눈을 들었다.윤유성과 아람이 함께 걸어가면서 웃는 모습을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윤유성이 구아람과 친해 보이네.”“흥, 그러네. 윤유성이 매달리니 구아람도 넘어갔나 보지.”윤진수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윤유성을 노려보면서 와인을 벌컥 마셨다.“윤유성은 타고난 천박한 놈이야, 그보다 천박한 놈은 이 세상에 없어. 아직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 벌써 구아람 씨를 모시고 다니네. 나중에 정말 사귀게 되면 화장실까지 데려다주겠지?”오유라는 역겨운 표정으로 윤진수를 쳐다보았다. 시동생의 저속한 말과 행동이 귀족 가문의 도련님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전에 아버지께서 너와 구아람을 엮어주겠다고 하지 않으셨어?”윤성우는 비아냥거리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이러다가 미래의 아내가 제수로 되겠네.”“난 천박한 놈이 아니야! 윤유성처럼 비천하게 매달리지는 않아!”윤진수는 경멸하는 듯 말했다.“비천하게 매달리면 귀족 가문 사위가 될 수 있어. 그러면 몸값이 올라가고 더 큰 권력을 가질 수 있어. 그래도 싫어?”윤성우는 냉정하게 물었다.이 말을 듣자 윤진수는 깜짝 놀라 입을 꽉 다물었다.“진수야, 네가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 형제들의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될 거야.”윤성우는 몸을 윤진수 쪽으로 기울여 그의 귀에 대고 음흉하게 말했다.“윤유성이 구씨 가문과 결혼한다면, 그것도 구 회장님이 제일 사랑하는 딸과 한다면, 그 녀석은 곧장 판을 뒤집을 거야. 우리의 강력한 라이벌로 되겠지. 어렸을 때부터 윤유성은 네 눈의 가시잖아. 권력을 가지고 날뛰는 모습이 널 죽이는 것보다 더 괴롭겠지?”이 말을 듣자 윤성우를 바라보는 윤진수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아람은 윤유성과 고상아와 함께 가족들 앞에 데려갔다.“아! 사모임, S 국에서
고상아는 윤유성의 팔을 감싸 안으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엄마는 너랑 같이 앉을 거야. 여기 혼자 앉아있기 싫어.”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언니, 윤씨 가문 사모님이…… 이상해 보여.”강소연은 유민지의 팔을 툭 치더니 소곤거렸다.“전에 만복이한테 들었어. 사모님께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대. 상태를 보니 많이 심각한 것 같아. 우리조차 못 알아보네.”유민지는 나지막하게 대답했다.“어? 세상에……. 이렇게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를 걸렸어? 너무 불쌍해…….”고상아를 보는 강소연의 눈빛은 동정심이 가득했다.윤유성은 손을 놓지 않는 고상아를 보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아람을 바라보았다.“신 사장님.”아람은 잠시 망설이더니 눈을 내리깔고 경주의 어깨를 툭툭 쳤다.“자리를 좀 내줘도 괜찮지?”경주는 천천히 눈을 들더니 깜짝 놀란 표정으로 아람의 원한이 가득한 눈을 바라보았다.“내가 왜 자리를 내줘야 해? 내가 먼저 왔어.”이유희는 웃음을 참느라 입을 꾹 다물었다.‘웃겨!’“이건 선착순의 문제가 아니야. 너도 봤잖아. 사모님께서 아들과 함께 앉고 싶다고 했어. 난 그분들이 이 테이블에 앉았으면 좋겠어. 신 사장이 자리를 바꿔 줘.”아람은 그의 곁에 앉기 싫었는데 마침 핑계가 생겼다.“아무리 생각해 봐도 너보다 적합한 사람이 없어. 그러니 자리를 바꿔. 부탁할게.”윤유성은 어머니인 고상아를 껴안았다. 금테 안경을 치켜올리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싫어.”눈썹을 찌푸린 경주는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그래, 안 가겠다는 거지? 내가 할아버지 테이블로 갈게!”화가 난 아람은 경주를 때리고 싶었다.“아람아.”이때 구윤이 제때에 일어나 담담하게 웃었다.“신 사장님도 손님이야, 곤란하게 하지 마. 내가 아버지 테이블로 갈게. 이 일로 불쾌하게 하지 마.”말을 마친 후 구윤은 서서히 떠나 자리를 비워주었다.윤유성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구윤의 뜻을 눈치챈 그는 마음이 불쾌했다.경주는 일이 해결되자 마음이 놓였다.
“윤정용이 지금 갑자기 병원에 입원한 건 진짜 아픈 게 아닐 수도 있어. 그냥 위험을 잠시 피하러 갔을 수도 있어.”경주는 깊은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검찰이 수사 절차를 시작하면 윤정용을 반드시 소환할 거야. 그럼 아프다는 핑계로 수사를 거부할 수 있어.”“젠장, 이 늙은이가 참 교활하네!”유희는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유희 오빠, 성매매가 뭐야?”효정은 순진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물었다. 정말 포인트를 잘 잡는 것 같았다. 순간 경주, 아람, 유희 모두 그 질문에 침묵이 흘렀다. 유희는 어색하여 가볍게 기침을 하며 효정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켁, 이제 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으면 내가 천천히 말해줄게.”뉴스가 끝났다. 짧지 않은 시간을 차지했던 윤씨 가문의 문제는 화려하게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그들의 마음을 만족해 주었다.“정말 나쁜 사람들이야. 어떻게 감히 여자들에게 그런 짓을 강요할 수 있어!”뉴스를 다 본 효정은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경찰 아저씨들은 무조건 저 사람들을 다 체포해야 해.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되찾아야 해!”“이미 잡혔어. 자기야, 걱정 마.”유희는 숨을 내쉬며 효정의 허리를 꼭 안았다. 거실이 갑자기 고요해졌다. 비록 윤민주가 잡혔지만 아린을 괴롭히고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윤진수는 여전히 당당하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독뱀 같은 유성도 마음 끝에 날카로운 가시처럼 박혀 있었다.그래서 현재 윤씨 가문에게 복수를 하는 일은 그저 3분의 1밖에 지나지 않았다. 경주는 아람의 심각한 표정을 알아채고 아람의 긴장된 어깨를 감싸안았다. 큰 손으로 둥근 어깨를 문지르며 다정하게 위로했다.“아람아, 넌 충분히 잘했어. 윤씨 그룹은 4대 가문 중 하나야. 세력이 엄청 커. 하룻밤 사이에 뿌리를 뽑아버리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야. 윤진수의 일은 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해 줄게.”“아니, 누구도 움직일 필요가 없어.”아람의 눈에는 차가운 눈빛이 반짝이며 교활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누군
그날 밤, 별장에서 아람과 경주는 거실에 앉아 뉴스 채널에 고정된 TV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몇 분 후 뉴스가 시작되었다. 오늘의 헤드라인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던 대형 뉴스였다. 바로 윤민주의 체포 소식이다. 뉴스에서 윤민주가 경찰에 의해 체포되는 코믹한 장면을 다시 반복했다. 그 장면을 보면 여전히 웃음이 터졌다.“응? 이 잘생긴 경찰 오빠가 너무 낯익어요. 어디서 본 것 같아요.”효정은 작은 손으로 턱을 괴고 보더니 순간 눈빛이 반짝였다.“아, 생각났어요! 구씨 가문 셋째 사모님의 생일 연회 때 제 옆에 앉았었어요. 오빠가 저랑 얘기도 나누었어요. 음!”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참지 못하고 효정의 턱을 잡고 카리스마 넘치게 키스를 했다. 유희는 화나고 질투한 것 같았다. 아람과 경주가 뉴스를 집중해서 보고 있었는데, 부끄러운 소리가 들려오자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순간, 경주는 훤칠한 몸을 기울이며 키스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막았다. 그러며 고개를 숙이고 아람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왜, 미성년자 관람 불가야? 왜 못 보게 해?”아람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든 다 목격한 여자야. 그저 키스잖아.”“아니, 네가 어색할까 봐 그랬어.”경주는 아람의 코를 가볍게 잡으며 씁쓸하게 웃었다.“흥, 내가 어색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어색해할 거야.”유희는 눈시울을 붉게 물들이며 효정의 입술을 떠났다. 키스에 효정의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호흡마저 흐트러졌다.“여보, 내 앞에서 다른 남자 얘기하는 건 일부러 화나게 하려는 거야?”유희는 손끝으로 효정의 입술을 반복해서 만지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잘생긴 오빠? 네 남편인 나보다도 잘생겼어? 응?”“음, 다, 다 멋있어.”효정의 얼굴은 복숭아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응? 누가 멋있어??”유희는 효정을 간지럽혔다.“하하하, 유희 오빠가 멋있어, 유희 오빠가 제일 멋있어!”효정은 너무 간지러워 어깨를 움치리고 유희의 품에서 깔깔 웃었다. 아
“사장님, 저한테 뭘 보상해 주실 거예요?”[보상? 비서로서 네가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니야?]경주의 목소리는 배부른 사자처럼 나른하게 들렸다. 한무가 생각하자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그, 그럼 사모님도 보상해 주셨는데, 부창부수라는 말을 모르세요? 사모님이 사장님을 쪼잔하다고 할 수 있잖아요!”[너 지금 누구를 협박하는 거야?]“아니요, 아니요! 제가 감히 그러겠어요!”한무는 즉시 허리를 곧추세우고 이마에 땀을 흘렸다.[오랫동안 쉬지 못했잖아. 연차를 열흘 더 줄게. 가고 싶은데 가서 재밌게 놀다 와.]“사장님, 모태 솔로에게 연차를 줘요? 출산 휴가를 줘도 제가 할 일이 없어요!”한무는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보너스를 조금 주시는 건 어때요? 이제 연차도 쓰지 않고 24시간 내내 사장님을 위해 목숨을 걸고, 사장님과 사모님의 노예가 될게요!”한무는 돈을 탐냈다. [수백만의 연봉도 만족하지 못해? 그룹 전체를 보면 주주 외에 너보다 연봉이 높은 사람이 몇 명이나 돼?]경주는 피식 웃었다.[네가 무슨 노예야, 참 뻔뻔하네.]“사장님, 비록 지금 아내가 없더라도, 장가갈 돈은 많이 모아두어야 하잖아요. 제가 매일 사장님을 위해 뛰어다니고, 수사하는 일까지 했어요.”“바빠서 지금 연애할 시간도 없어요. 제 청춘을 신씨 그룹에 바쳤어요. 사장님께서 넓은 마음으로 이 늙은 총각에게 친절과 배려를 베풀어주셔야죠!”한무는 경주가 지금 아람과 화해를 하여 행복한 사랑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금의 경주는 자상한 아버지와 같았다. 이때가 바로 월급 얘기를 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경주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아람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숨소리까지 자세하게 들려 두 사람은 가까이 붙어 있는 것 같았다.[신 사장님, 너무 쪼잔하게 굴지 마. 한 비서가 어렵게 말을 꺼내는데 그냥 들어줘.]‘세상에, 사모님이 지금 사장님께 애교를 부리는 거야?’아람의 말투를 듣자 온몸이 찌릿찌릿하며 애교에 녹을 것 같았다. 역시 경주의 호
윤씨 가문은 정말 구더기 떼를 키우는 가문 같았다.“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윤민주는 순식간에 목 밑까지 붉어졌다. 마치 온몸의 피가 얼굴에 쏘인 듯 히스테리하게 외쳤다.“이 녹음은 가짜예요. 모두 가짜예요! 전 무당을 몰라요. 안에 말하는 건 제가 아니에요. 모두 가짜예요. 누군가가 저를 해치려는 거예요!”“해쳐요? 윤민주 씨 이거 보세요. 이건 또 어떻게 해명하실 건가요?”기자는 핸드폰을 높이 들었다.바로 이때, 자리에 있던 모든 기자들의 핸드폰이 울리고 진동했다. 모두 고개를 숙여 화면을 보았다. SNS에서 푸시한 뉴스이다. 이건 바로 윤민주가 사적으로 무당과 만나 돈을 주는 장면이었다. 비록 몰래 찍은 것이지만 윤민주의 악행이 완전히 폭로되었다.“아가씨!”이때 경호원이 달려와 온몸이 뻣뻣해진 윤민주를 무대 아래로 끌어당겼다.“저는 윤 사장님께서 보낸 경호원이에요. 상황이 안 좋아요. 빨리 가요!”말을 마치자 연회장의 문이 열렸다. 도현은 사복 경찰 몇 명을 이끌고 당당하게 들어왔다. 표정이 엄숙하며 카리스마가 넘쳐 사람들은 소리도 내지 못했다.“경찰이에요!”도현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사람들 앞에서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었다.“윤민주, 당신은 뇌물 수수, 성매매, 불법 구금으로 공식적으로 체포되었어요.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지만, 당신이 말하는 모든 말은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것이에요. 데려가!”뒤에 있던 경찰 두 명이 다가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윤민주에게 차가운 수갑을 채웠다. 두 경찰은 양쪽 팔을 잡고 겁에 질려 멍해진 윤민주를 끌어나갔다.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모두 라이브를 켰다. 이 순간 라이브는 천만 명을 돌파하며 반응이 뜨거웠다.[세상에! 명문가 집안에서 살기 이렇게 힘들어? 명문가 집안 아가씨가 인간 관계를 끌어모으며 돈을 벌어야 해? 참 신기하네!][윤씨 가문이 명문가 가문이 아니지? 구씨 가문과 친한 척하더니, 참 잘난 척을 해!][하하하, 꼴 좋네. 보복이야. 윤민주의 물개 같은
눈 깜짝할 사이에 기자회견 당일이 되었다. 5시부터 호텔 연회장 모인 여러 기자들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각도를 조정했다. 그리고 노트북을 꺼내 들고 윤민주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근데 저는 윤정용이나 윤성우가 나설 줄 알았어요. 윤민주일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이 여자 참 대단하네요. 남편이 잡혀갔는데 잠이 오나요? 기자회견 할 힘도 있나 보네요.”“허, 윤씨 가문 남자들이 얼마나 똑똑해요. 이건 윤민주를 이용하여 내세우는 거예요!”“쯧, 명문가 집안은 참 인정이 없네요. 윤민주도 참 비참하게 사네요.”“비참하다고? 주 의원님이 사적으로 받은 뇌물만 수천억이에요. 평생 감옥에 있을 수 있는 금액이에요. 이런 더러운 돈이 윤민주의 손에 안 들어갔다고 하면 누가 믿어요? 그저 문제가 생기니 부부가 갈라서는 문제일 뿐이에요!”곧 시간이 7시가 되었다. 윤민주는 쌩얼로 나타났다. 검은 정장을 입고 고개를 숙인 채 비참한 표정을 지으며 가시덤불 같은 모습으로 마이크 앞 무대로 걸어들어왔다. 눈부신 플래시가 윤민주의 초췌한 얼굴을 뒤덮었고, 눈시울을 붉히며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기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윤민주 씨. 주성택 씨의 갑작스러운 체포는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어요. 결국 주성택 씨는 이번 성주 시장 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였는데요. 주성택 씨가 한 모든 일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몰랐어요.”윤민주는 눈물을 흘리며 억울한 척했다. 무고하고 순진한 여성의 이미지를 최대한으로 연기했다.“전 그저 무지한 여성이에요. 집에서 매일 아이들을 키우는 것만 해요. 일에 대해 많이 묻지 않아요. 사적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서 횡령하는 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전 윤씨 그룹 출신이에요. 4대 가문 중 하나라고요. 제 혼수는 아주 값져요. 그런 사소한 돈 때문에 명예를 잃을 수 없잖아요!”“정말 주 의원님이 한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세요?”갑자기 한 남자 기자가 나타나 큰 목소리로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이 바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
“그리고 이런 시원하지 않고 고통스럽게 괴롭히는 행위가 신경주답지 않아. 아람 그 계집에의 방법 같은데.”유민지는 눈을 깜빡이며 구만복의 팔짱을 꼈다.“만복아, 너무 늦었어. 이제 자러가야지.”...요즘 아람은 구만복이 성주의 집에 찾아올까 봐 걱정했다. 호텔에서 머무는 것도 불편하여 경주와 함께 유희와 효정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이 순간 효정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없다. 효정은 아람을 많이 좋아한다. 하지만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많았었다. 이번에 기회를 잡아 효정은 아람의 곁에 딱 붙으며 가까이 있었다. 그래서 경주는 저녁 잘 때만 아람과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경주는 매일 침대에 누워 아람을 괴롭혔다. 아람이 지쳐 자비를 구걸할 때까지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마치 낮에 잃어버린 스킨십 기회를 만회하려는 것 같았다. 아람은 어이가 없었다. 인색한 사람은 봤어도 이런 일을 따지는 사람은 처음 본다.지난번 효정이 케이크를 만들고 싶었을 때 갑자기 방문한 신우 때문에 하지 못했다. 오늘 밤 모두가 모인 드물 날이라 효정은 핑크색 앞치마를 두르고 손을 비볐다. 실력을 발휘하여 아람과 경주에게 케이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아람은 일찍이 침대에 누워 드라마를 보며 케이크를 기다렸다. 하지만 밤이 되었고 배가 슬슬 고파도 효정은 소식이 없었다. 그러자 아람은 참지 못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살펴보았다.부엌에 들어가지 않고 거실에 도착하자 아람은 깜짝 놀랐다. 유희가 효정의 작은 몸을 식탁에 눌렀다. 한 손으로 아람의 머리를 감싸고 격렬하게 효정의 붉은 촉촉한 입술에 키스했다. 효정은 유희의 행동을 따르며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나른한 신음을 냈다. 이때 점점 사랑에 빠진 유희는 효정의 얇은 왼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아아아! 이 변태. 순진한 소녀를 괴롭혀?’아람은 입술을 벌리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쩔 줄 몰라 할 사이에 뜨거운 포옹이 느껴졌다. 순간 경주의 강한 호르몬 향기가 아람을 감쌌다.“놀라지 마, 아람아. 여기선 이런
윤민주는 원래 술에 취해 다리에 힘이 없었다. 그러자 바로 넘어져 치마가 들렸다. 그 모습은 너무 비참하고 추악했다. 집사는 눈을 더럽힐까 봐 바로 고개를 돌렸다. 바로 이때, 더러운 물이 하늘에서 쏟아졌다. 윤민주는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었다. 곧바로 시큼하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 팔을 들어 냄새를 맡자 저녁밥까지 토할 뻔했다. 악취가 나는 냄새가 지독해서 너무 역겨웠다.“누구야, 누가 감히 나한테 물을 뿌려, 누구야!”윤민주는 마치 성난 개처럼 하늘을 향해 맹렬히 짖어댔다.“허, 누가 여기서 소리를 지르며 휴식을 방해하라고 했어?”강소연은 턱을 치켜들고 성큼성큼 집에서 나섰다.“봐, 하느님도 네가 짜증이 나서 물을 뿌려 술을 깨워주잖아. 더러운 입을 다물고 빨리 꺼져!”“너, 네가 나한테 물을 뿌렸어?”윤민주는 눈을 부릅떴다. 차가운 바람이 불자 추워서 입을 부들부들 떨었다.“허, 왜 내가 했다고 그래? 하늘에서 비도 오는 데 더러운 물이 쏟아질 수도 있지. 어떤 사람들은 죄를 짓고 살 수 없어. 어느 날 길을 걷다가 하늘에서 친 천둥번개 때문에 죽을 수도 있어.”강소연은 현지 사람이 아니다. 비록 해문에 시집을 왔지만 입맛은 변하지 않았다. 평소 지하실에서 김치를 담그기 좋아한다. 작년에 발효된 김치 물을 다룰 시간이 없었는데, 마침이 소용이 있었다. 원래 하수구 물을 뿌리려고 했다. 하지만 자기 집 정원이고, 윤민주 때문에 더럽힐 수 없어 참았다.“하, 하수구 물? 우웩.”윤민주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가슴을 움켜주고 구역질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네가 잘 알잖아. 우린 따지지 않았어. 그럼 찾아와서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니라 조용히 숨어서 살아야지. 우리 구 선생은 네 아버지도 만나기 싫어하는데, 네가 뭔데 찾아와? 빨리 꺼져, 멍청한 짓을 하지말고.”강소연은 코를 막고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윤민주는 소름이 돋았다. 오늘 밤에 구만복도 만나지 못하고 굴욕을 당하여 화가 나서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 하지
“내 인생에서 단 한 순간도 나를 위해 살지 않았어. 우리 아이들이, 특히 아람이가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어. 날 닮지 말고, 자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자신만의 행복. 도연아, 우리 딸의 선택한 것이 정말 자신만의 행복일까? 나 이제 어떡해? 만약 듣고 있다면 꿈에서 알려줘, 응?’이때, 서재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구만복이 대답하기 전에 강소연이 문을 밀고 들어와 큰 소리로 말했다.“만복아, 언니. 윤씨 가문 그 미친 여자가 찾아와서 만복과 연서 언니를 만나려고 해! 내가 들여보내지 않아서 정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 술 냄새가 나는데 많이 취하고 주정을 부리는 것 같아!”“윤 회장님 딸 윤민주를 말하는 거야? 왜 왔어?”구만복은 화를 내며 말했다.“윤씨 가문은 도대체 자식 교육을 어떻게 한 거야? 여자아이가 감히 미리 인사도 안 하고 밤에 찾아와? 구씨 가문이 무슨 시장이야? 교양도 없어?”강소연은 화가 나서 팔짱을 끼며 말했다.“왜 찾아왔는지 물었는데, 너무 취해서 똑바로 말하지 못해. 그 일이 자기와 상관없다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허, 상관없다고? 참 뻔뻔하기도 하네.”유민지는 아름다운 눈을 가늘게 뜨며 벌떡 일어서더니 싸늘한 기운을 뿜어냈다.“연서를 만나려고 하는 건 연서가 마음이 약하기 때문이야. 변명하면 없었던 일인 것처럼 할 수 있다고 생각해?”구만복은 깜짝 놀랐다.“민지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그날 연회에서 아린이 윤진수에게 당해서 큰일 날 뻔했어. 여기서 윤민주 아가씨가 많은 힘을 했거든.”유민지는 화가 나서 눈이 충혈되었다.“그 당시 수해가 들어가서 아린을 찾으려고 했어. 윤민주가 사람을 데리고 수해를 막고 때려서 중상을 입힌 것도 윤민주야. 왼쪽 어깨 상처가 악화되었고, 왼쪽 눈도 거의 실명할 뻔했어!”“실, 실명?”구만복과 강소연은 믿을 수 없어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지난 며칠 동안 수해가 왼쪽 눈을 거즈로 덮여 있는 것을 보았지만 그렇게
윤민주는 유성의 말에 자극을 받았다. 역시 술 취한 상태로 밤새 해문으로 달려갔다. 오늘 밤 구만복이 집에 있었다. 기 비서는 구만복에게 약을 먹이고 유민지는 곁에서 혈압을 재주었다. 구만복은 지난 며칠 동안 아람에게 너무 화가 나서 혈압이 올랐다. 하지만 당당한 KS 재단 회장님이고 비즈니스 거물이 아람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이제 며칠이 지났다. 구만복은 화가 났던 기분이 점차 가라앉아 그저 아람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구만복은 항상 구윤에게 아람의 소식을 캐물었지만, 형제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구윤과 신우는 잘 알고 있다. 구만복이 무어니 해도 모두 아람을 너무 사랑하여 그런 것이다. 지나치게 격렬한 반응과 행동은 아람이 너무 걱정되어 그러는 것이다. 그래서 구만복이 아람을 생각하고 걱정하게 하면 경주에 대한 원망은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만복아, 장난이 아니라, 정말 이제 몸을 잘 관리해야 해.”유민지는 혈압계를 치우면서 눈썹을 찌푸렸다.“죽는다는 얘기를 매일 입에 달고 살아도 난 너를 잘 알아. 넌 누구보다 오래 살기를 바라고 있어. 누구보다도 자식들이 행복하길 바라고 있어.”“자식들이 결혼하여 가족이 생기며 4대가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해.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건강을 챙기지 않는다면 그런 말을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구만복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삐딱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른에게 혼나는 남자 아이 같았다. 기 비서는 곁에서 씁쓸하게 웃었다. 집에 있는 여자들 중 구만복은 유독 유민지의 말만 들을 수 있다. 그건 아마 카리스마에 제압당하여 그럴 것이다.“몸은 날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어. 이게 다 아람이 그 계집애 덕분이야! 내가 화가 나서 죽으면 아람은 속 시원해하겠지! 신경주 그 자식과 맨날 붙어있고 아이를 막 낳겠어.”화가 나서 막말했다. 구만복은 순간 가슴이 내려앉으며 말문이 막혔다. 조용한 서재는 슬픔으로 가득 찼다.“만복아, 이런 말은 절대 아람이 앞에서 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