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아, 난…….”경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부님! 죄송해요, 많이 늦었네요.”아람은 급히 뒤돌아보았다. 제자인 문별을 보자 기분이 좋아져 활짝 웃었다.“별아! 늦지 않았어. 네가 파리 전시회 때문에 바빠서 못 올까 봐 걱정했어!”문별은 아람에게 달려가 꼭 껴안았다.“어떻게 안 올 수 있겠어요. 사부님이 연회에 초대하셨는데, 당연히 와야죠!”이때 문별은 아람 옆에 앉아 있는 존재감이 매우 강한 경주를 보았다.순간 그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사부님, 신경주와 같은 테이블에서 밥 먹을 거예요? 밥맛이 떨어지지 않을까요?”아람은 담담하게 경주를 쳐다보았다.“그러네.”경주는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여전히 뻔뻔하게 말했다.“아람아, 날 보기 싫으면 안 봐도 돼.”‘자리를 절대 바꾸지 않을 거야.’문별은 그를 째려보았다.‘이 나쁜 자식이, 정말 뻔뻔하네!’“이렇게 큰 사람이 앉아 있는데, 내가 눈이 멀었어? 어떻게 안 보여?”아람은 그의 말에 화가 나서 웃음이 터졌다.“그럼 눈을 가려.”경주는 아람이 삐지고 화를 내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농담을 했다.“그럼 어떻게 먹어?”똑똑하던 아람은 뜻밖에도 그의 말에 넘어갔다.“내가 먹여줄게.”경주는 아람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더니 매력적인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자극했다.아람은 온몸의 신경이 순식간에 찌릿찌릿했다. 당황한 나머지 의자를 옆으로 옮기고 그에게서 멀어지려고 했다.경주는 그녀의 속셈을 정확하게 뚫어보았다. 그의 큰 손은 아람의 뒤로 가더니 몰래 가는 허리를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너!”아람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고 경주의 다정한 눈을 쳐다보았다.“아람아, 그냥 같이 식사만 하는 거야. 제발, 가지 마.”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의 눈에는 그녀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신경주.”아람은 다른 한 손을 등 뒤로 돌려 남자의 손목을 잡았다. 저항하는 듯, 복수하는 듯 손에 끊임없이 힘을 주었다.그
“세상에! 다쳤어? 왜 전화 안 했어? 내가 병원에 데려다줄게!”아람은 긴장한 듯 문별의 어깨를 잡았다.“목이 약간 아픈 것 외에는 별일 없어요.”아람이가 걱정하는 것을 보자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래도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해. 어떤 부상은 내상이야. 당장은 큰 문제가 없어도 나중에는 큰일 나.”이때 경주는 갑자기 담담하게 말했다.“생일 연회가 끝나면 제가 연락해 드릴게요. 몇 시든 전문적인 외과 의사를 찾을 수 있어요.”경주의 열성적인 모습을 보자 문별은 깜짝 놀랐다.“그럴 필요는 없어.”아람은 황급히 문별을 감싸 안았다. 그녀는 삐진 듯 말했다.“나도 외과 의사야. 내 제자는 내가 책임져. 신 사장님은 신경 꺼.”경주는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세심한 배려가 또다시 악의로 되었다.“그 미친놈이 내 핑크 차를 망가뜨렸어요. 사과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태도도 아주 나빴어요! 은행 카드를 던져주더니 그 돈으로 새 차를 사라고 했어요!”문별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사부님, 저 사람이 저를 모욕하는 거죠? 내가 돈이 없는 줄 알아? 무슨 잘난 척을 하는 거야!”“음…… 그러고는?”아람은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다. 이 일이 기묘하게 느껴졌다.“그래서 저도 은행 카드를 꺼내서 그 사람 얼굴에 던졌어요. 누나가 돈이 많아서 키워줄 수 있다고 했죠!”경주는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는 흥미롭다고 생각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풉!”아람은 참지 못하고 웃었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꽤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기본 논리가 거의 비슷하네. 일 처리를 할 때 이성적이고 인간미가 없어.”문별은 구진의 훤칠한 몸매, 준수한 얼굴, 맑고 날카로운 눈, 모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섬세한 피부, 그리고 모든 행동에 소년감이 들어있는 분위기를 떠올렸다.그러자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흥, 누가 저런 사람과 어울리고 싶대요?”문별은 중얼거렸다.‘멀리서 보면 잘생겼지만, 가까이 보니 완전 허세가 가득한 사람이네!’
문별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머릿속이 하얘졌다.그녀는 어쩔 바를 몰랐고 당황하고 할 말을 잃었다.‘그래서, 내가 방금 사부님에게 욕 한 미친놈이…… 사부님의 친오빠인 거야? 내가 미쳤어!’경주는 그 자리에 앉아 좌우를 살피며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웃음을 참았다.그는 문별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아람의 형제자매가 너무 많아서 길을 걷다가 만나도 너무 당연한 일이다. 처음에 그는 구씨 가문을 잘 알지 못해 손해를 봤었다. 아람의 여러 형제들에게 차례로 괴롭힘을 당했다.구진은 문별의 청순한 얼굴이 점차 붉어진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은 잘 익은 체리와 같았다.그는 문별이 내뱉은 말에 화가 났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귀여운 모습을 보자 화를 낼 수 없었다.“사, 사부님…….”문별은 불쌍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아람을 바라보았다.“이 일 때문에 저를 쫓아내지는 않겠죠?”“음…….”아람은 가느다란 손을 턱에 대고 눈썹을 찌푸리며 생각하는 척했다.“사부님…….”문별을 입을 삐죽 내밀더니 울음을 터뜨릴 직전이었다.아람은 정색하며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지었다.“바보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런 사소한 일에 그렇게 집착해? 널 쫓아내면 난 후계자를 잃은 거잖아.”문별은 마음이 놓였지만 여전히 부끄러웠다.“우리 별이가 얼마나 착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어. 네가 둘째 오빠를 욕 한 건, 오빠가 잘못이 있다는 거야.”아람은 구진을 꾸짖으며 문별을 부드럽게 위로했다.구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비록 억울하지만 감히 화를 낼 수는 없었다.‘내 차를 치고 날 조롱하던 여자가, 아람과 이렇게 친할 줄이야! 그냥 재수 없었다고 치자.’이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와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활기차게 되었다.유민지, 강소연, 구윤, 구아린, 업무로 바쁘지만 유민지가 억지로 잡아온 구도현, 그리고 마침내 연회에 온 새로운 커플인 이유희와 신효정까지 왔다.사람들은 모두 아람을 안아주거나
“효정아? 넌 왜 여기 있어!”구아람은 신효정의 하얗고 부드러운 작은 얼굴을 꼬집었다. 너무 기뻐서 눈가에 미소가 넘쳐흘렀다.신효정은 수줍은 듯 입술을 오물거렸다. 그녀가 곰돌이 인형을 꼭 껴안은 모습이 안쓰러웠다.“새언니, 보고 싶어요…… 그리고 둘째 오빠, 보고 싶어서 왔어요.”신경주는 그 말을 듣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우리 동생 착하네. 새언니란 말이 너무 듣기 좋잖아.’아람은 신효정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새언니라고 부르니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런 자리에서 자신이 선물해 준 곰돌이 인형을 품에 안고 있는 것을 보자 감동하여 신효정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효정아, 나도 보고 싶었어.”아람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유희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효정을 데려온 거야? 진주의 생일 파티에서?”“응, 나야.”이유희는 눈웃음을 지으며 당당하게 인정했다.“지금 웃음이 나와?”아람의 눈에는 원망과 분노로 치솟았다. 그녀는 이유희의 앞으로 다가가 날카로운 손끝으로 그의 어깨를 세게 찔렀다.“넌 오직 효정과 함께 있겠다는 것만 생각했지? 자신의 즐거움과 행복에만 관심 있어. 효정을 생각해 본 적 있어? 이렇게 효정을 데려가면, 돌아갈 때 어떻게 될까? 신 회장님과 진주가 효정을 꾸짖을 거야!”“돌아가? 그런 집에 엄마는 엄마 같지 않고, 미친 언니까지 있는데, 효정이가 왜 돌아가?”이유희는 눈썹을 치켜들고 눈빛이 불타올랐다.“효정은 요 며칠 나와 함께 살았어.”아람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부릅떴다.“뭐라고?”“이미 환산에 있는 집을 효정의 이름으로 등기해 놓았어. 이제부터는 효정이 집이야. 신씨 가문이 불편하고, 이상한 모녀들을 보기 싫다면 환산 별장에 와서 살면 돼.”이유희는 시선을 신효정에게 돌리더니 눈빛이 한없이 다정해졌다.아람은 화가 나서 목덜미를 잡았다.“언제부터?”경주 역시 가만있지 못했다. 이유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는 그의 눈빛은 분노가 가득했다.“이유희,
신효정은 천천히 눈을 들었다. 수정처럼 맑은 눈빛은 아람의 눈과 마주쳤다.그녀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아람은 눈빛에서 그녀의 속마음을 읽었다.“효정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드문 일이야. 이렇게 누군가의 편을 들어주는 것도 드문 일이야. 아람아, 효정이 좀 쉬게 해준다고 생각해. 유희와 있으면 행복하고 편안하다면, 둘이 같이 있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경주는 얼굴을 기울여 아람의 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 말투에서 겸손하게 부탁하는 느낌이 들었다.“나도 알아. 효정이 이유희를 좋아하는 거. 일부러 갈라놓으려는 건 아니야. 난 그냥…….”아람은 눈을 돌려 그의 이글거리는 눈빛과 마주했다.“알아, 이해해.”경주는 아람을 이해해 주며 미소를 지었다. 항상 얼음장처럼 차갑던 얼굴이 그녀에게만 활짝 웃고 있다.“하지만 잊지 마. 효정 뒤에는 너만 있는 것이 아니야. 나도 있어.”간결한 말 한마디가 아람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다. 그녀는 급히 시선을 돌렸다.이것이 바로 경주가 말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모든 말은 정성이 있고 효과적이다.구만복과 오늘 밤의 주인공 초연서를 제외한 가족이 아람과 한 테이블에 앉았다.경주는 고집스럽게 아람 옆에 앉았다. 주위 사람들의 경멸과 원망, 그리고 분노로 그를 훑어보아도 흔들리지 않고 앉아있었다.그는 끝까지 뻔뻔함을 유지했다.“신 사장님, 잘못 앉으셨어요.”구도현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커다란 테이블 사이에 두고 경주의 차분한 얼굴을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용의자를 보는 것 같았다.“이 테이블은 우리 가족이나 구씨 가문의 친구들이 앉아 있어요. 여기에 앉아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순간 조용해지더니 사람들은 경주를 쳐다보았다.조롱에 맞서 경주는 입술을 치켜올리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옆에 있는 아람을 깊이 바라보았다.“잘못 앉지 않았어요. 아람의 곁에 앉아 있을 거예요.”아람은 하마터면 물을 뿜을 뻔했다
연회장 밖.오늘 밤 윤유성은 윤씨 가문의 다른 도련님들처럼 꾸미지는 않았다. 그저 간단하지만 정교한 짙은 회색 정장을 입었다. 깔끔하고 산뜻한 헤어스타일에 금테 안경을 끼니 지성미가 넘쳤다.“아들…… 우, 우리 집에 갈까? 무서워…….”고상아는 겁을 먹은 듯한 표정으로 윤유성의 옷을 살며시 잡아당겼다.오늘 밤 그녀는 아들이 차려준 값비싼 자홍색 치파오를 입은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수억 원의 에메랄드 머리핀으로 머리를 단정하게 묶었다.그녀는 간단한 진주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만 차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세트는 왕실에서 특별히 공급한 주문 제작 모델로 다이아몬드보다 더 비싸다.윤유성의 마음속에는 어머니밖에 없다. 그는 고상아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윤유성은 어머니를 향해 다정하게 미소를 지었다.“엄마, 무서워하지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하지만…….”“엄마, 오늘 밤 엄마를 여기 데려온 건 아람을 만나게 해드리고 싶어서예요. 어제 엄마가 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오늘 밤에 볼 수 있어요.”“그러네…… 아람이, 아람을 만나야 해.”고상아의 눈이 갑자기 밝아지더니 소리를 질렀다.“아람, 아람이야!”윤유성은 급히 몸을 돌렸다.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아람을 보자 마음이 뭉클했고 입꼬리가 치켜 올랐다.“아람아.”“사모님!”아람은 봄바람처럼 환하게 웃으며 고상아를 맞이했다.“오실 줄은 몰랐어요. 정말 반가워요!”“나도 반가워, 아람아!”고상아는 아람을 진심으로 좋아했다. 그녀는 아람을 와락 앉았다. 그리고 작은 핸드백에서 초콜릿 알사탕을 꺼내어 아람에게 주었다.“사탕 먹어! 지난번에 보니 네가 초콜릿을 좋아하는 것 같았어. 아줌마가 너 주려고 가져왔어!”“사모님, 제 생각을 해줘서 고마워요.”아람은 사탕을 들고 가슴이 뭉클했다.그녀는 바로 이런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많은 것을 겪었고, 전쟁터에서 피비린내 나는 폭풍우를 경험했다.장렬하고 심금을 울리는 장면은 그녀를 감동시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대신 그녀를 가장 쉽게
윤유성은 기뻐하며 눈웃음을 지었다.“고마워요. 아람 씨.”……아람은 윤유성과 고상아를 연회장으로 안내했다.“형! 빨, 빨리 봐봐! 저 여자!”윤진수는 깜짝 놀라며 출입구를 가리켰다.윤성우는 잔을 흔들며 차갑게 눈을 들었다.윤유성과 아람이 함께 걸어가면서 웃는 모습을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윤유성이 구아람과 친해 보이네.”“흥, 그러네. 윤유성이 매달리니 구아람도 넘어갔나 보지.”윤진수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윤유성을 노려보면서 와인을 벌컥 마셨다.“윤유성은 타고난 천박한 놈이야, 그보다 천박한 놈은 이 세상에 없어. 아직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 벌써 구아람 씨를 모시고 다니네. 나중에 정말 사귀게 되면 화장실까지 데려다주겠지?”오유라는 역겨운 표정으로 윤진수를 쳐다보았다. 시동생의 저속한 말과 행동이 귀족 가문의 도련님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전에 아버지께서 너와 구아람을 엮어주겠다고 하지 않으셨어?”윤성우는 비아냥거리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이러다가 미래의 아내가 제수로 되겠네.”“난 천박한 놈이 아니야! 윤유성처럼 비천하게 매달리지는 않아!”윤진수는 경멸하는 듯 말했다.“비천하게 매달리면 귀족 가문 사위가 될 수 있어. 그러면 몸값이 올라가고 더 큰 권력을 가질 수 있어. 그래도 싫어?”윤성우는 냉정하게 물었다.이 말을 듣자 윤진수는 깜짝 놀라 입을 꽉 다물었다.“진수야, 네가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 형제들의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될 거야.”윤성우는 몸을 윤진수 쪽으로 기울여 그의 귀에 대고 음흉하게 말했다.“윤유성이 구씨 가문과 결혼한다면, 그것도 구 회장님이 제일 사랑하는 딸과 한다면, 그 녀석은 곧장 판을 뒤집을 거야. 우리의 강력한 라이벌로 되겠지. 어렸을 때부터 윤유성은 네 눈의 가시잖아. 권력을 가지고 날뛰는 모습이 널 죽이는 것보다 더 괴롭겠지?”이 말을 듣자 윤성우를 바라보는 윤진수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아람은 윤유성과 고상아와 함께 가족들 앞에 데려갔다.“아! 사모임, S 국에서
고상아는 윤유성의 팔을 감싸 안으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엄마는 너랑 같이 앉을 거야. 여기 혼자 앉아있기 싫어.”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언니, 윤씨 가문 사모님이…… 이상해 보여.”강소연은 유민지의 팔을 툭 치더니 소곤거렸다.“전에 만복이한테 들었어. 사모님께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대. 상태를 보니 많이 심각한 것 같아. 우리조차 못 알아보네.”유민지는 나지막하게 대답했다.“어? 세상에……. 이렇게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를 걸렸어? 너무 불쌍해…….”고상아를 보는 강소연의 눈빛은 동정심이 가득했다.윤유성은 손을 놓지 않는 고상아를 보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아람을 바라보았다.“신 사장님.”아람은 잠시 망설이더니 눈을 내리깔고 경주의 어깨를 툭툭 쳤다.“자리를 좀 내줘도 괜찮지?”경주는 천천히 눈을 들더니 깜짝 놀란 표정으로 아람의 원한이 가득한 눈을 바라보았다.“내가 왜 자리를 내줘야 해? 내가 먼저 왔어.”이유희는 웃음을 참느라 입을 꾹 다물었다.‘웃겨!’“이건 선착순의 문제가 아니야. 너도 봤잖아. 사모님께서 아들과 함께 앉고 싶다고 했어. 난 그분들이 이 테이블에 앉았으면 좋겠어. 신 사장이 자리를 바꿔 줘.”아람은 그의 곁에 앉기 싫었는데 마침 핑계가 생겼다.“아무리 생각해 봐도 너보다 적합한 사람이 없어. 그러니 자리를 바꿔. 부탁할게.”윤유성은 어머니인 고상아를 껴안았다. 금테 안경을 치켜올리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싫어.”눈썹을 찌푸린 경주는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그래, 안 가겠다는 거지? 내가 할아버지 테이블로 갈게!”화가 난 아람은 경주를 때리고 싶었다.“아람아.”이때 구윤이 제때에 일어나 담담하게 웃었다.“신 사장님도 손님이야, 곤란하게 하지 마. 내가 아버지 테이블로 갈게. 이 일로 불쾌하게 하지 마.”말을 마친 후 구윤은 서서히 떠나 자리를 비워주었다.윤유성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구윤의 뜻을 눈치챈 그는 마음이 불쾌했다.경주는 일이 해결되자 마음이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