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정이 눈사람에게 달려가자 밀리언은 눈사람의 머리를 굴러왔다.그녀는 큰 눈덩이를 집어 들고 까치발을 들어 눈사람의 머리를 다시 설치했다. 밀리언은 꼬리를 흔들리며 이 아름다운 소녀 주위에서 맴돌며 발밑에서 뒹굴었다.“하하…… 밀러언, 안 추워? 언니가 스웨터를 만들어 줄까?”“월윌!”밀리언은 알아들은 듯 꼬리를 흔들며 신나게 신효정의 품에 안겼다. 강아지는 혀로 그녀의 부드러운 뺨을 핥았다.“하하하…… 간지러워! 밀리언, 그만해!”신효정과 강아지는 신나게 눈밭에서 굴렀다.이유희는 보기 드물게 따뜻하고 유쾌한 장면을 바라보았다. 그가 신효정을 바라보는 눈빛은 다정하고 부드러웠다.이렇게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신효정이 그에게 그런 삶을 선사할 줄은 몰랐다. 다른 남자들이 가진 것을 이유희도 가지게 되었다.“도련님, 정말 생각도 못 했네요. 어릴 때부터 사람만 보면 물어뜯고, 도련님의 말만 듣던 밀리언이 아가씨와 이렇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네요.”정연이 다가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밀리언이 변태라서 그래!”정연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그 주인에 그 강아지구나…….’이유희는 신효정에게 달려드는 밀리언을 보자 마음이 씁쓸하며 질투가 났다.‘젠장, 내가 지금 강아지 때문에 질투하는 거야?’“밀리언! 저리 가!”이유희는 포효하며 큰 손으로 온몸에 눈이 붙어있는 신효정을 부축했다.“땅이 차가워, 여자아이들은 몸이 차가우면 안 돼.”그는 허리를 굽혀 신효정의 몸에 있는 눈을 털어주었다.“고마워요. 유희 오빠.”“고맙다는 말 하지 마.”이유희는 설레게 하는 그녀의 눈동자를 보았다. 뜨거운 숨결은 붉어진 그녀의 작은 얼굴에 쏟아졌다.“효정아, 넌 나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야. 너와 함께해서 정말 행복해. 고맙다고 해야 할 사람은 나야.”“하지만…… 전 아무것도 안 했어요.”신효정은 멍해졌다.“많이 했어.”이유희는 얼어붙은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잡았다. 따뜻한 손바닥은 계속 그녀의 손을 비비고 감싸주며
신효정의 머리는 달랑이 북처럼 흔들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알, 알겠어요. 앞으로 오빠에게만 그럴게요. 유희 오빠가 화내면 안 돼요, 알았죠?”지난 며칠 동안 이유희는 그녀에게 너무 잘해 주었다. 그녀에게 예쁜 옷도 많이 사주었다. 평소 신효린이 입는 것만 보았고, 그녀는 단 한 벌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이곳의 음식도 맛있었다. 비록 구아람의 손맛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훌륭했다.게다가 이유희는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고, 밥을 먹여주고, 심지어 같은 침대에서 함께 잠을 잤다. 이유희는 그렇게 총애하고 사랑해 주었다. 그래서 신효정은 무정하게 그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예뻐.”그녀의 초롱초롱한 눈은 별처럼 밝았다. 그 모습을 보자 이유희는 저도 모르게 키스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갑자기 무엇을 깨닫고 자신의 뺨을 때리고 싶을 정도로 후회했다.‘나 설마, 지금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어?’이유희는 신효정이 오랫동안 그의 곁에 머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그녀는 나중에 결혼하고 다른 남자에게 안기고 키스하고, 다른 남자에게 아이를 낳을 것이다. 이런 생각만 하면 이유희는 날카로운 칼에 찔린 듯 아파났다.“도련님, 잠시만요!”정연은 전화를 받고 바쁘게 그를 불렀다.“알겠어.”이유희는 정연에게 다가갔다.“무슨 일이야?”정연은 신효정을 흘겨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신 사장님의 비서인 한무가 전화 오셨어요. 신 사장님의 부상이 악화되었다네요.”“뭐라고?”이유희는 가슴이 내려앉아 목소리를 조적하지 못했다.신효정은 의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그 외에는 한 비서님이 자세히 말하지 않았어요. 그저 신 사장님께서 현재 개인 별장에서 요양 중이라 했어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네요. 한 비서님이 정말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몰래 저에게 연락했어요…… 가서 한번 봐달라고요.”“알겠어. 연아, 차 준비해. 지금 출발하자.”이유희는 신효정이 걱정할까 봐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외출할 일이 있어서 오늘 밤에 돌아오지 못할 수
“어쨌든…… 저 멍청한 년이 내 새언니가 되는 건 절대 안 돼! 신효정이 죽거나 내가 죽거나 둘 중 하나야!”이소희는 화를 내며 차 문을 열었다. 윤범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의아한 듯 물었다.“같이 안 갈 거야?”“죄송합니다, 아가씨. 저…… 저는 도련님의 사람이라 나서기가 불편합니다.”윤범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됐어, 알았어. 네가 도와준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게. 너도 앞으로 오빠의 행동들을 지켜봐 줘.”이소희의 눈빛에는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우울함이 묻어났다.“네가 잘해준다면, 절대 널 푸대접하지 않을 게.”윤범은 급히 고개를 흔들며 충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전 진심으로 아가씨를 위해 일하는 겁니다.”이소희는 차에서 내려 문을 세게 닫고 속으로 욕했다.“쯧, 자기 분수를 모르네. 네가 아직 어느 정도 쓸모가 있어. 아니면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역겨워.”이소희는 경호원 몇 명과 여비서와 함께 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별장의 문을 거칠게 두드렸다.방희숙은 즉시 달려 나왔다. 이소희를 보자 표정이 굳어졌고 당황한 기색이었다.“아, 아가씨.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이유희가 안에 있어?”이소희는 집에 있던 방희숙도 신효정을 모시러 온 것을 보자 화가 치밀었다.“도, 도련님이 안 계세요…….”방희숙은 당황했다.“신효정 그년은 안에 있겠지?”“아가씨, 도련님께서 명령을 내렸어요. 허락 없이 아무도 별장에 들어올 수 없어요.”방희숙은 당황했지만 여전히 충성심이 강해 죽기 살기로 문을 지켰다.“아줌마, 우리 이씨 가문에 들어온 지 10년이 넘었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체면을 봐주지 않을 거야.”이소희는 협박했다.“죄송합니다. 전 도련님의 명령만 따릅니다. 아가씨, 돌아가세요.”“아!”이소희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문을 발로 찼다.“문을 부숴버려!”……결국 경호원들이 문을 강제로 열었다. 방희숙도 그들에게 통제를 당했다.이소희는 여비서와 함께 살벌하게 거실로 갔다.“신효정! 이 나쁜
“아! 놔! 놔!”여비서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신효정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깜짝 놀란 이소희도 멍해져 뒤로 물러섰다.여비서는 밀리언을 연이어 발로 찼다. 하지만 밀리언은 여전히 여비서를 물고 있었다.“밀리언을 때리지 마…… 하지 마!”신효정은 부드러운 몸으로 도베르만을 껴안으며 지켜주었다.이소희는 혈안이 되어 혼란스러운 틈을 타 다시 그녀를 발로 찼다.“이소희!”매서운 목소리가 이소희의 가슴을 찔렀다. 발을 빼기도 전에 그녀의 악행이 발각되었다.그녀는 뻣뻣해진 목을 뒤로 돌렸다. 순간 심장이 쿵쾅거려 숨이 막혔다.“오, 오빠…….”이유희은 날카로운 칼처럼 서 있었다. 그의 몸은 지옥처럼 싸늘한 분노를 발산하였다. 잘 생기고 창백한 얼굴이 붉어지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이유희의 가슴이 내려앉았다. 주홍빛으로 물든 눈빛은 격렬한 분노의 물결로 치솟았다.신효정은 그가 온 줄도 모르고 여전히 밀리언을 꽉 껴안고 있었다. 두 눈을 꼭 감으며 불쌍하게 몸을 웅크렸다.여비서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팔의 통증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포에 질려 몸을 떨었다.이미 집을 떠난 이유희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이소희, 네가 효정을 때렸어?”신효정의 뺨이 빨갛게 부어오른 것을 본 이유희는 눈을 부릅뜨고 그녀에게 다가갔다.이소희는 오싹해졌다. 이유희의 이런 공포스러운 눈빛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해명할 수가 없었다.‘난 이유희의 동생이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이유희가 애지중지하던 동생이야! 아무리 신효정이 좋다고 해도, 날 어떻게 하겠어? 오빠의 마음속에는 항상 가족이 제일 중요하잖아!’“맞아! 내가 때린 거야! 이유희, 너무해! 나를 너무 실망시켰어, 내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어!”이소희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날 Y 국으로 보내고 오랫동안 신경 쓰지 않았잖아! 전화 한 통도 없었어! 여기서 이년과 함께 있었던 거였어? 신효정을 위해 친동생을 버려? 이유희! 넌…….”짝-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소희는 멍해졌다. 창백한 얼굴은 벼락을 맞은 듯 점점 어두워졌다.“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동생을 버리겠다는 거야? 오빠…….”이유희는 그녀를 무시한 채 품에 안긴 신효정에게만 집중했다. 그는 큰 손으로 떨고 있는 그녀의 등을 토닥거렸다.“괜찮아…… 오빠 왔어. 아무도 감히 널 괴롭힐 수 없어. 아무도…….”하지만 이번에는 신효정이 예전처럼 얌전하지 않았다. 심지어 온몸에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빠른 호흡조차도 이유희에게 저항했다.“아니에요…… 내 오빠가 아니에요. 오빠는 이소희의 오빠예요…….”그녀의 부드럽고 힘없는 작은 손은 그의 단단한 가슴을 밀쳤다. 그때마다 송곳으로 가슴을 세게 찌르는 것처럼 아파났다.“놔요…… 집에 갈래요. 할아버지에게 갈래요, 집 가고 싶어요!”“효정아, 예뻐…….”이유희는 눈시울이 붉은 채로 여전히 고집스럽게 그녀를 달랬다.“놔, 놔요!”하지만 신효정이 아무리 울고 소리쳐도 이유희는 단 한순간도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더 꼭 껴안았다.이유희의 크고 거친 단단한 손이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움켜주었다. 하얀 드레스 사이로 그녀의 부드럽고 하얀 살을 꼬집어 빨갛게 되었다. 그는 눈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귀에 대고 쉰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네 말이 맞아. 난 너의 오빠가 아니야. 난 네 남자야, 신효정.”이소희는 충격을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괴롭혔고 평생 괴롭힐 수 있다고 생각했던 여자가 친오빠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그녀는 심장이 찢어지고 영혼마저 찢어질 것만 같았다. 이런 고통은 신경주가 구아람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보다 백배는 더 고통스러웠다.이유희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여동생인 그녀는 항상 그의 보호 아래서 평생 제멋대로 방종하며 무법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수호자를 잃을 것 같았다. 그 전부를 신효정에게 줘야 했다.“내…… 내 남자?”신효정은 고개를 들었다. 초롱초롱한 눈동자에는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응
“도련님, 진정하세요.”정연은 급히 뒤로 물러서서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하지만 화가 가득 찬 이유희는 일어서서 문을 박차고 나갔다.아래층.땀을 뻘뻘 흘리는 이소희는 소파에 불안하게 앉아 있었다. 네 명의 경호원에게 둘러싸여 가지도 못했다.“아, 아가씨…… 도련님이 화가 났어요. 어떡해요?”곁에 무릎을 꿇고 있는 여비서는 두려움에 그녀의 다리를 껴안았다.“내가 어떻게 알아!”차갑고 무거운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유희가 정연을 뒤따라 걸어오자 지옥 같은 냉기가 순식간에 거실 전체를 휩쓸었다.“오빠…….”이소희는 약하게 외쳤다.이제 화를 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녀는 결백하고 불쌍한 척할 수밖에 없었다.“효정을 때리고 발로 찼네. CCTV에서 똑똑히 봤어.”이유희는 심호흡을 하며 분노를 억지로 억눌렀다.만약 자신의 친동생이 아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도 할 수 없다.“오빠…… 저도 한순간 화가 나서 그랬어. 어렸을 때부터 나랑 함께 있었잖아. 내가 손으로 누군가를 때린 적이 있었어? 애벌레 보는 것도 무서운데…… 그런 적이 없어!”이소희는 붉어진 얼굴로 해명했다.하지만 이유희는 무표정한 얼굴로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저, 저 여자야! 저 여자가 날 선동했어!”이소희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여비서를 차버렸다.“이 여자 때문이야! 비행기에서 내릴 때부터 계속 부추겼어, 내가 신효정을 접근하도록 했어! 내가 신효정을 싫어해서…… 참을 수 없었어. 다 이 사람 탓이야!”“아, 아니에요…… 그러지 않았어요.”여비서는 너무 겁이 나서 무릎을 꿇은 채 벌벌 떨었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감히 반박할 수 없었다.“왜 신효정이 싫어? 효정이가 뭘 잘못했어?”이유희가 우울한 눈빛으로 물었다.“그, 그건…….”울컥한 이소희는 대충 말했다.“신효정이 바보잖아, 심지어 오빠를 꼬셨어! 그런 여자를 어떻게 내 미래의 새언니가 되게 할 수 있겠어?”“왜 새언니가 될 수 없어? 내가 여자를 선택할 때 네 눈치까지 봐야
이유희는 이소희를 가장 예뻐하고 사랑하는 오빠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오빠를 무서워할 수밖에 없었다.“몰라? 괜찮아, 내가 알면 돼.”말을 마치자 경호원 두 명이 밖에서 이미 반쯤 죽어가는 윤범을 끌고 들어왔다.이소희는 놀라서 입을 가렸다.윤범이 끌려들어 오자, 거실에는 비린내가 나는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범아, 넌 나와 10년 동안 같이 있었어. 내가 평소에 잘해주었잖아. 내가 아니었다면 길거리에서 맞아 죽었을 거야.”이유희는 정연이 옮겨 놓은 의자에 천천히 앉았다.“이렇게 보답하는 거야? 내 앞에서는 충성하면서 내 동생 앞에서는 아부를 하네. 스파이 노릇을 참 잘해.”“아, 아가씨…… 살려주세요.”윤범은 상황이 위급해지자 어쩔 수 없이 이소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이소희는 그의 구타당한 얼굴을 보고 역겨워 얼굴을 돌리기 바빴다.“연아, 늘 하던 대로 해.”이유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천천히 담배를 빨았다.“네, 도련님.”정연은 평소처럼 윤범에게 다가가 몸을 숙여 왼손으로 턱을 받치고 오른손으로 그의 입을 쑤셨다.“음…… 음!”피와 살이 뒤섞이는 소리와 함께 고통스러운 소리는 두피까지 저리게 했다.윤범의 혀는 그렇게 날것 그대로 잘려나갔다.“아!”이소희는 머리를 움켜쥐고 충격에 비명을 지르다가 두려움에 기절했다.……그날 밤 이후 신경주는 조용했다.사흘 밤 연속 구아람은 악몽을 꾸었다. 그 꿈은 모두 경주와 관련된 것이었다.‘꿈은 반대라고 하지만…… 너무 현실적이네.’윤유성의 집 앞에 핏덩어리가 있었다. 그녀가 돌아가서 생각해 보니 뭔가 잘못된 것 같았고, 무섭기도 했다.“아람아, 이건 두 번째 치료 주기의 약이야.”유민지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와 약을 앞에 놓아주었다.성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며 짐을 정리하던 아람은 그만하고 약병을 기쁘게 집어 들었다.“고마워, 이모.”“고맙긴, 우리 아람이 원하는 것이라면 최대한 만족시켜 줄게.”유민지는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갑자기 물었다.“참,
짐을 챙긴 아람과 임수해는 유민지가 준 약을 들고 성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아람아, 많이 급해? 밥 안 먹어? 밥이 거의 다 됐어.”초연서가 앞치마를 두르고 서둘러 다가왔다.“아니요, 이모. 서둘러서 돌아가야 해요.”아람은 초연서를 맞이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초연서의 기름진 얼굴을 들고 이리저리 보았다.“이모, 곧 생일이에요. 이틀 동안 푹 쉬어요. 이런 일은 하지 마세요. 스파하고 미용하는 게 더 중요해요. 일요일에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생일 주인공으로 되어야죠!”“생일은 무슨, 사실 생일 파티를 하기 싫어. 일요일에 많은 사람들을 접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피곤해.”초연서는 한숨을 쉬었다.“네 아빠가 행복해지도록 달래는 것뿐이야.”“아빠를 달래는 게 아니라 아빠가 이모를 달래는 거예요. 아니, 우리 모두가 이모 생일을 축하해 주고 싶어 하는 거예요.”아람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분노의 기운이 있었다.“내 말 들어요. 너무 피곤하면 안 돼요. 집안에 눈이 꽤 많아요. 이모가 내 말을 안 들으면 나한테 보고 들어올 건데, 흥흥. 그럼 화낼 거예요. 생일 파티에 가서 먹고 마시기만 할 거예요. 생일 선물도 안 줄 거예요, 흥.”임수해는 옆어서 미소를 지었다.아람이가 화난 척하는 표정, 오뚝한 코, 삐죽거리는 새빨간 입술이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다.초연서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그녀는 아람의 뺨을 살며시 꼬집었다.“이 세상에 가족이 있는 것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 있겠어?”초연서는 고아로 태어나 고아원에서 자랐다. 극단에서 노래를 부르던 중 탤런트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우연히 연예계를 진출하여 배우로 되었다.그녀는 비참한 삶에서 태어나 굴곡을 겪었다. 구만복의 부인 중 한 명으로서 유민지와 같은 고귀한 출신도 아니고, 강소연처럼 파벌의 아가씨가 아니기에 뒤를 봐줄 대단한 아버지도 없다.그래서 항상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구만복에 어울리지 않고 이 가족에게는 더 어울리지 않
“사장님, 저한테 뭘 보상해 주실 거예요?”[보상? 비서로서 네가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니야?]경주의 목소리는 배부른 사자처럼 나른하게 들렸다. 한무가 생각하자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그, 그럼 사모님도 보상해 주셨는데, 부창부수라는 말을 모르세요? 사모님이 사장님을 쪼잔하다고 할 수 있잖아요!”[너 지금 누구를 협박하는 거야?]“아니요, 아니요! 제가 감히 그러겠어요!”한무는 즉시 허리를 곧추세우고 이마에 땀을 흘렸다.[오랫동안 쉬지 못했잖아. 연차를 열흘 더 줄게. 가고 싶은데 가서 재밌게 놀다 와.]“사장님, 모태 솔로에게 연차를 줘요? 출산 휴가를 줘도 제가 할 일이 없어요!”한무는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보너스를 조금 주시는 건 어때요? 이제 연차도 쓰지 않고 24시간 내내 사장님을 위해 목숨을 걸고, 사장님과 사모님의 노예가 될게요!”한무는 돈을 탐냈다. [수백만의 연봉도 만족하지 못해? 그룹 전체를 보면 주주 외에 너보다 연봉이 높은 사람이 몇 명이나 돼?]경주는 피식 웃었다.[네가 무슨 노예야, 참 뻔뻔하네.]“사장님, 비록 지금 아내가 없더라도, 장가갈 돈은 많이 모아두어야 하잖아요. 제가 매일 사장님을 위해 뛰어다니고, 수사하는 일까지 했어요.”“바빠서 지금 연애할 시간도 없어요. 제 청춘을 신씨 그룹에 바쳤어요. 사장님께서 넓은 마음으로 이 늙은 총각에게 친절과 배려를 베풀어주셔야죠!”한무는 경주가 지금 아람과 화해를 하여 행복한 사랑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금의 경주는 자상한 아버지와 같았다. 이때가 바로 월급 얘기를 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경주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아람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숨소리까지 자세하게 들려 두 사람은 가까이 붙어 있는 것 같았다.[신 사장님, 너무 쪼잔하게 굴지 마. 한 비서가 어렵게 말을 꺼내는데 그냥 들어줘.]‘세상에, 사모님이 지금 사장님께 애교를 부리는 거야?’아람의 말투를 듣자 온몸이 찌릿찌릿하며 애교에 녹을 것 같았다. 역시 경주의 호
윤씨 가문은 정말 구더기 떼를 키우는 가문 같았다.“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윤민주는 순식간에 목 밑까지 붉어졌다. 마치 온몸의 피가 얼굴에 쏘인 듯 히스테리하게 외쳤다.“이 녹음은 가짜예요. 모두 가짜예요! 전 무당을 몰라요. 안에 말하는 건 제가 아니에요. 모두 가짜예요. 누군가가 저를 해치려는 거예요!”“해쳐요? 윤민주 씨 이거 보세요. 이건 또 어떻게 해명하실 건가요?”기자는 핸드폰을 높이 들었다.바로 이때, 자리에 있던 모든 기자들의 핸드폰이 울리고 진동했다. 모두 고개를 숙여 화면을 보았다. SNS에서 푸시한 뉴스이다. 이건 바로 윤민주가 사적으로 무당과 만나 돈을 주는 장면이었다. 비록 몰래 찍은 것이지만 윤민주의 악행이 완전히 폭로되었다.“아가씨!”이때 경호원이 달려와 온몸이 뻣뻣해진 윤민주를 무대 아래로 끌어당겼다.“저는 윤 사장님께서 보낸 경호원이에요. 상황이 안 좋아요. 빨리 가요!”말을 마치자 연회장의 문이 열렸다. 도현은 사복 경찰 몇 명을 이끌고 당당하게 들어왔다. 표정이 엄숙하며 카리스마가 넘쳐 사람들은 소리도 내지 못했다.“경찰이에요!”도현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사람들 앞에서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었다.“윤민주, 당신은 뇌물 수수, 성매매, 불법 구금으로 공식적으로 체포되었어요.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지만, 당신이 말하는 모든 말은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것이에요. 데려가!”뒤에 있던 경찰 두 명이 다가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윤민주에게 차가운 수갑을 채웠다. 두 경찰은 양쪽 팔을 잡고 겁에 질려 멍해진 윤민주를 끌어나갔다.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모두 라이브를 켰다. 이 순간 라이브는 천만 명을 돌파하며 반응이 뜨거웠다.[세상에! 명문가 집안에서 살기 이렇게 힘들어? 명문가 집안 아가씨가 인간 관계를 끌어모으며 돈을 벌어야 해? 참 신기하네!][윤씨 가문이 명문가 가문이 아니지? 구씨 가문과 친한 척하더니, 참 잘난 척을 해!][하하하, 꼴 좋네. 보복이야. 윤민주의 물개 같은
눈 깜짝할 사이에 기자회견 당일이 되었다. 5시부터 호텔 연회장 모인 여러 기자들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각도를 조정했다. 그리고 노트북을 꺼내 들고 윤민주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근데 저는 윤정용이나 윤성우가 나설 줄 알았어요. 윤민주일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이 여자 참 대단하네요. 남편이 잡혀갔는데 잠이 오나요? 기자회견 할 힘도 있나 보네요.”“허, 윤씨 가문 남자들이 얼마나 똑똑해요. 이건 윤민주를 이용하여 내세우는 거예요!”“쯧, 명문가 집안은 참 인정이 없네요. 윤민주도 참 비참하게 사네요.”“비참하다고? 주 의원님이 사적으로 받은 뇌물만 수천억이에요. 평생 감옥에 있을 수 있는 금액이에요. 이런 더러운 돈이 윤민주의 손에 안 들어갔다고 하면 누가 믿어요? 그저 문제가 생기니 부부가 갈라서는 문제일 뿐이에요!”곧 시간이 7시가 되었다. 윤민주는 쌩얼로 나타났다. 검은 정장을 입고 고개를 숙인 채 비참한 표정을 지으며 가시덤불 같은 모습으로 마이크 앞 무대로 걸어들어왔다. 눈부신 플래시가 윤민주의 초췌한 얼굴을 뒤덮었고, 눈시울을 붉히며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기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윤민주 씨. 주성택 씨의 갑작스러운 체포는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어요. 결국 주성택 씨는 이번 성주 시장 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였는데요. 주성택 씨가 한 모든 일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몰랐어요.”윤민주는 눈물을 흘리며 억울한 척했다. 무고하고 순진한 여성의 이미지를 최대한으로 연기했다.“전 그저 무지한 여성이에요. 집에서 매일 아이들을 키우는 것만 해요. 일에 대해 많이 묻지 않아요. 사적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서 횡령하는 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전 윤씨 그룹 출신이에요. 4대 가문 중 하나라고요. 제 혼수는 아주 값져요. 그런 사소한 돈 때문에 명예를 잃을 수 없잖아요!”“정말 주 의원님이 한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세요?”갑자기 한 남자 기자가 나타나 큰 목소리로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이 바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
“그리고 이런 시원하지 않고 고통스럽게 괴롭히는 행위가 신경주답지 않아. 아람 그 계집에의 방법 같은데.”유민지는 눈을 깜빡이며 구만복의 팔짱을 꼈다.“만복아, 너무 늦었어. 이제 자러가야지.”...요즘 아람은 구만복이 성주의 집에 찾아올까 봐 걱정했다. 호텔에서 머무는 것도 불편하여 경주와 함께 유희와 효정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이 순간 효정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없다. 효정은 아람을 많이 좋아한다. 하지만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많았었다. 이번에 기회를 잡아 효정은 아람의 곁에 딱 붙으며 가까이 있었다. 그래서 경주는 저녁 잘 때만 아람과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경주는 매일 침대에 누워 아람을 괴롭혔다. 아람이 지쳐 자비를 구걸할 때까지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마치 낮에 잃어버린 스킨십 기회를 만회하려는 것 같았다. 아람은 어이가 없었다. 인색한 사람은 봤어도 이런 일을 따지는 사람은 처음 본다.지난번 효정이 케이크를 만들고 싶었을 때 갑자기 방문한 신우 때문에 하지 못했다. 오늘 밤 모두가 모인 드물 날이라 효정은 핑크색 앞치마를 두르고 손을 비볐다. 실력을 발휘하여 아람과 경주에게 케이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아람은 일찍이 침대에 누워 드라마를 보며 케이크를 기다렸다. 하지만 밤이 되었고 배가 슬슬 고파도 효정은 소식이 없었다. 그러자 아람은 참지 못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살펴보았다.부엌에 들어가지 않고 거실에 도착하자 아람은 깜짝 놀랐다. 유희가 효정의 작은 몸을 식탁에 눌렀다. 한 손으로 아람의 머리를 감싸고 격렬하게 효정의 붉은 촉촉한 입술에 키스했다. 효정은 유희의 행동을 따르며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나른한 신음을 냈다. 이때 점점 사랑에 빠진 유희는 효정의 얇은 왼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아아아! 이 변태. 순진한 소녀를 괴롭혀?’아람은 입술을 벌리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쩔 줄 몰라 할 사이에 뜨거운 포옹이 느껴졌다. 순간 경주의 강한 호르몬 향기가 아람을 감쌌다.“놀라지 마, 아람아. 여기선 이런
윤민주는 원래 술에 취해 다리에 힘이 없었다. 그러자 바로 넘어져 치마가 들렸다. 그 모습은 너무 비참하고 추악했다. 집사는 눈을 더럽힐까 봐 바로 고개를 돌렸다. 바로 이때, 더러운 물이 하늘에서 쏟아졌다. 윤민주는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었다. 곧바로 시큼하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 팔을 들어 냄새를 맡자 저녁밥까지 토할 뻔했다. 악취가 나는 냄새가 지독해서 너무 역겨웠다.“누구야, 누가 감히 나한테 물을 뿌려, 누구야!”윤민주는 마치 성난 개처럼 하늘을 향해 맹렬히 짖어댔다.“허, 누가 여기서 소리를 지르며 휴식을 방해하라고 했어?”강소연은 턱을 치켜들고 성큼성큼 집에서 나섰다.“봐, 하느님도 네가 짜증이 나서 물을 뿌려 술을 깨워주잖아. 더러운 입을 다물고 빨리 꺼져!”“너, 네가 나한테 물을 뿌렸어?”윤민주는 눈을 부릅떴다. 차가운 바람이 불자 추워서 입을 부들부들 떨었다.“허, 왜 내가 했다고 그래? 하늘에서 비도 오는 데 더러운 물이 쏟아질 수도 있지. 어떤 사람들은 죄를 짓고 살 수 없어. 어느 날 길을 걷다가 하늘에서 친 천둥번개 때문에 죽을 수도 있어.”강소연은 현지 사람이 아니다. 비록 해문에 시집을 왔지만 입맛은 변하지 않았다. 평소 지하실에서 김치를 담그기 좋아한다. 작년에 발효된 김치 물을 다룰 시간이 없었는데, 마침이 소용이 있었다. 원래 하수구 물을 뿌리려고 했다. 하지만 자기 집 정원이고, 윤민주 때문에 더럽힐 수 없어 참았다.“하, 하수구 물? 우웩.”윤민주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가슴을 움켜주고 구역질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네가 잘 알잖아. 우린 따지지 않았어. 그럼 찾아와서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니라 조용히 숨어서 살아야지. 우리 구 선생은 네 아버지도 만나기 싫어하는데, 네가 뭔데 찾아와? 빨리 꺼져, 멍청한 짓을 하지말고.”강소연은 코를 막고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윤민주는 소름이 돋았다. 오늘 밤에 구만복도 만나지 못하고 굴욕을 당하여 화가 나서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 하지
“내 인생에서 단 한 순간도 나를 위해 살지 않았어. 우리 아이들이, 특히 아람이가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어. 날 닮지 말고, 자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자신만의 행복. 도연아, 우리 딸의 선택한 것이 정말 자신만의 행복일까? 나 이제 어떡해? 만약 듣고 있다면 꿈에서 알려줘, 응?’이때, 서재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구만복이 대답하기 전에 강소연이 문을 밀고 들어와 큰 소리로 말했다.“만복아, 언니. 윤씨 가문 그 미친 여자가 찾아와서 만복과 연서 언니를 만나려고 해! 내가 들여보내지 않아서 정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 술 냄새가 나는데 많이 취하고 주정을 부리는 것 같아!”“윤 회장님 딸 윤민주를 말하는 거야? 왜 왔어?”구만복은 화를 내며 말했다.“윤씨 가문은 도대체 자식 교육을 어떻게 한 거야? 여자아이가 감히 미리 인사도 안 하고 밤에 찾아와? 구씨 가문이 무슨 시장이야? 교양도 없어?”강소연은 화가 나서 팔짱을 끼며 말했다.“왜 찾아왔는지 물었는데, 너무 취해서 똑바로 말하지 못해. 그 일이 자기와 상관없다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허, 상관없다고? 참 뻔뻔하기도 하네.”유민지는 아름다운 눈을 가늘게 뜨며 벌떡 일어서더니 싸늘한 기운을 뿜어냈다.“연서를 만나려고 하는 건 연서가 마음이 약하기 때문이야. 변명하면 없었던 일인 것처럼 할 수 있다고 생각해?”구만복은 깜짝 놀랐다.“민지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그날 연회에서 아린이 윤진수에게 당해서 큰일 날 뻔했어. 여기서 윤민주 아가씨가 많은 힘을 했거든.”유민지는 화가 나서 눈이 충혈되었다.“그 당시 수해가 들어가서 아린을 찾으려고 했어. 윤민주가 사람을 데리고 수해를 막고 때려서 중상을 입힌 것도 윤민주야. 왼쪽 어깨 상처가 악화되었고, 왼쪽 눈도 거의 실명할 뻔했어!”“실, 실명?”구만복과 강소연은 믿을 수 없어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지난 며칠 동안 수해가 왼쪽 눈을 거즈로 덮여 있는 것을 보았지만 그렇게
윤민주는 유성의 말에 자극을 받았다. 역시 술 취한 상태로 밤새 해문으로 달려갔다. 오늘 밤 구만복이 집에 있었다. 기 비서는 구만복에게 약을 먹이고 유민지는 곁에서 혈압을 재주었다. 구만복은 지난 며칠 동안 아람에게 너무 화가 나서 혈압이 올랐다. 하지만 당당한 KS 재단 회장님이고 비즈니스 거물이 아람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이제 며칠이 지났다. 구만복은 화가 났던 기분이 점차 가라앉아 그저 아람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구만복은 항상 구윤에게 아람의 소식을 캐물었지만, 형제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구윤과 신우는 잘 알고 있다. 구만복이 무어니 해도 모두 아람을 너무 사랑하여 그런 것이다. 지나치게 격렬한 반응과 행동은 아람이 너무 걱정되어 그러는 것이다. 그래서 구만복이 아람을 생각하고 걱정하게 하면 경주에 대한 원망은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만복아, 장난이 아니라, 정말 이제 몸을 잘 관리해야 해.”유민지는 혈압계를 치우면서 눈썹을 찌푸렸다.“죽는다는 얘기를 매일 입에 달고 살아도 난 너를 잘 알아. 넌 누구보다 오래 살기를 바라고 있어. 누구보다도 자식들이 행복하길 바라고 있어.”“자식들이 결혼하여 가족이 생기며 4대가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해.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건강을 챙기지 않는다면 그런 말을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구만복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삐딱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른에게 혼나는 남자 아이 같았다. 기 비서는 곁에서 씁쓸하게 웃었다. 집에 있는 여자들 중 구만복은 유독 유민지의 말만 들을 수 있다. 그건 아마 카리스마에 제압당하여 그럴 것이다.“몸은 날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어. 이게 다 아람이 그 계집애 덕분이야! 내가 화가 나서 죽으면 아람은 속 시원해하겠지! 신경주 그 자식과 맨날 붙어있고 아이를 막 낳겠어.”화가 나서 막말했다. 구만복은 순간 가슴이 내려앉으며 말문이 막혔다. 조용한 서재는 슬픔으로 가득 찼다.“만복아, 이런 말은 절대 아람이 앞에서 하지 마
구진의 손에는 상세하고 믿을 만한 증거가 있었다. 그래서 주성택이 검찰청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시 나올 수 없었다. 윤민주는 평소 싸가지없고 오만하여 지금 이 순간 도와주는 사람이 없고 모두 피했다. 윤민주는 윤정용과 윤성우의 말대로 전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죄하고, 윤씨 그룹에게 이용당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렇게 창피한 일을 왜 딸을 시키는 거야! 난 친딸인데, 남자들은 중요한 시기에 나를 내세우고 모두 내 뒤에 숨어 있어? 이게 인간이야?’기자회견은 내일모레이다. 요즘 윤민주는 하루가 일 년 같다고 느낀다. 거식증, 불면증이 오며 화도 많고 매 순간 고통스러웠다. 오후 내내 윤민주는 와인 창고에서 술을 마셨다. 수년간 힘들게 만든 성과들이 무너진다는 것을 생각하자 사람이 없는 와인 창고에서 대성통곡했다.“여기서 우는 대신 왜 일이 이렇게 됐는지 좀 더 생각해 보는 건 어때?”윤민주는 순간 울음을 멈추었다. 유성이 놀리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윤민주를 향해 다가왔다.“왜, 왜지?”“그래, 도대체 왜일까?”유성은 여유롭게 윤민지의 맞은편에 앉아 와인잔을 내려놓고 와인 한 잔을 들이켰다.“넌 항상 주 의원님을 잘 지켜주었어. 주 의원님은 그동안 은밀하고 횡령하고 수뢰하며 다른 사람이 보내준 미녀를 즐기면서 보내왔어. 하지만 한 번도 들킨 적이 없고 늘 무사히 살아왔어. 왜 갑자기 모든 것이 폭로되었을까? 왜 하필 지금일까?”“그래, 왜일까?”윤민주는 술에 취해서 머리가 어질어질하여 아무 생각도 없었다.“요즘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이 말이 윤민주를 깨닫게 했다. “구, 구씨 가문이야? 구씨 가문이 날 건드린 거야?”“아주 멍청한 건 아니네.”유성은 기분 좋게 술을 들이마셨다. “주 의원님이 사적으로 막 놀아도 구씨 가문은 주씨 가문과 아무런 원한도 없어. 왜 굳이 주 의원님을 건드리겠어? 분명히 그들은 처음부터 주 의원님이 목표가 아니었어.”“구씨 가문의 목표가 나였어?”윤민주는 얼굴에는 공포가
“잘했어.”아람은 경주의 볼에 뽀뽀를 크게 해주었다. 보상을 받은 경주는 만족스러운 듯 눈을 가늘게 떴다.“한 가지 더 있어. 윤씨 가문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어? 그래?”아람은 순간 정신을 차렸다. “지난 연회장에서 일어난 일을 해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어.”“해명? 풋, 그냥 관계를 끊으려는 거 아니야?”아람은 가볍게 웃으며 경주의 가슴에 하트를 그렸다. “주성택이 무너졌어. 윤씨 그룹이 애써 키운 도구가 망가졌을 뿐만 아니라, 고위 임원들이 그들을 괴롭힐까 봐 두려워하고 있어.”경주의 눈빛에는 약간의 냉기가 감돌았다.“성의를 표시하기 위해서라도 윤씨 가문은 반드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기자회견을 열어야 할 거야. 아마 요즘 진행할 것 같아.”“흥, 부패한 주성택을 용서할 수 없지만, 일이 터지니 바로 관계를 끊어버리는 윤씨 가문도 참 짜증이 나네.”“걱정 마, 아람아. 내가 말했잖아. 아린을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 너와 네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주면 천배 만배로 갚게 할 거야.”경주는 사납게 이를 악물더니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아람은 경주의 힘찬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행복한 미소를 들었다. 경주를 사랑하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강직하고 권력에 영합할 줄 모르며 겁이 없는 정의감이다. 그들의 세계관은 같았고 모두 정의감이 넘치고 동정심이 있는 사람이다. 경주는 아람의 부드러운 손을 만지자 마비된 새끼손가락이 만져졌다. 순간 가슴이 터질 듯한 통증으로 가득 채워졌고 살짝 울컥했다.“아람아, 새끼손가락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나한테 얘기해 줄 수 있어?”“괜찮아. 어렸을 때 나무에 올라갔다가 실수로 다쳤어. 별거 아니야.”아람은 입꼬리를 올리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웃으려고 노력했다.“새끼손가락일 뿐이야. 생활과 일에 지장이 없어. 나도 이미 어른이야. 내 곁에서 계속 이것저것 걱정하지 말고 긴장 풀어. 아직 시간이 많잖아. 네가 계속 이렇게 긴장하면 나야말로 심장병에 걸리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