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희는 이소희를 가장 예뻐하고 사랑하는 오빠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오빠를 무서워할 수밖에 없었다.“몰라? 괜찮아, 내가 알면 돼.”말을 마치자 경호원 두 명이 밖에서 이미 반쯤 죽어가는 윤범을 끌고 들어왔다.이소희는 놀라서 입을 가렸다.윤범이 끌려들어 오자, 거실에는 비린내가 나는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범아, 넌 나와 10년 동안 같이 있었어. 내가 평소에 잘해주었잖아. 내가 아니었다면 길거리에서 맞아 죽었을 거야.”이유희는 정연이 옮겨 놓은 의자에 천천히 앉았다.“이렇게 보답하는 거야? 내 앞에서는 충성하면서 내 동생 앞에서는 아부를 하네. 스파이 노릇을 참 잘해.”“아, 아가씨…… 살려주세요.”윤범은 상황이 위급해지자 어쩔 수 없이 이소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이소희는 그의 구타당한 얼굴을 보고 역겨워 얼굴을 돌리기 바빴다.“연아, 늘 하던 대로 해.”이유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천천히 담배를 빨았다.“네, 도련님.”정연은 평소처럼 윤범에게 다가가 몸을 숙여 왼손으로 턱을 받치고 오른손으로 그의 입을 쑤셨다.“음…… 음!”피와 살이 뒤섞이는 소리와 함께 고통스러운 소리는 두피까지 저리게 했다.윤범의 혀는 그렇게 날것 그대로 잘려나갔다.“아!”이소희는 머리를 움켜쥐고 충격에 비명을 지르다가 두려움에 기절했다.……그날 밤 이후 신경주는 조용했다.사흘 밤 연속 구아람은 악몽을 꾸었다. 그 꿈은 모두 경주와 관련된 것이었다.‘꿈은 반대라고 하지만…… 너무 현실적이네.’윤유성의 집 앞에 핏덩어리가 있었다. 그녀가 돌아가서 생각해 보니 뭔가 잘못된 것 같았고, 무섭기도 했다.“아람아, 이건 두 번째 치료 주기의 약이야.”유민지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와 약을 앞에 놓아주었다.성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며 짐을 정리하던 아람은 그만하고 약병을 기쁘게 집어 들었다.“고마워, 이모.”“고맙긴, 우리 아람이 원하는 것이라면 최대한 만족시켜 줄게.”유민지는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갑자기 물었다.“참,
짐을 챙긴 아람과 임수해는 유민지가 준 약을 들고 성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아람아, 많이 급해? 밥 안 먹어? 밥이 거의 다 됐어.”초연서가 앞치마를 두르고 서둘러 다가왔다.“아니요, 이모. 서둘러서 돌아가야 해요.”아람은 초연서를 맞이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초연서의 기름진 얼굴을 들고 이리저리 보았다.“이모, 곧 생일이에요. 이틀 동안 푹 쉬어요. 이런 일은 하지 마세요. 스파하고 미용하는 게 더 중요해요. 일요일에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생일 주인공으로 되어야죠!”“생일은 무슨, 사실 생일 파티를 하기 싫어. 일요일에 많은 사람들을 접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피곤해.”초연서는 한숨을 쉬었다.“네 아빠가 행복해지도록 달래는 것뿐이야.”“아빠를 달래는 게 아니라 아빠가 이모를 달래는 거예요. 아니, 우리 모두가 이모 생일을 축하해 주고 싶어 하는 거예요.”아람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분노의 기운이 있었다.“내 말 들어요. 너무 피곤하면 안 돼요. 집안에 눈이 꽤 많아요. 이모가 내 말을 안 들으면 나한테 보고 들어올 건데, 흥흥. 그럼 화낼 거예요. 생일 파티에 가서 먹고 마시기만 할 거예요. 생일 선물도 안 줄 거예요, 흥.”임수해는 옆어서 미소를 지었다.아람이가 화난 척하는 표정, 오뚝한 코, 삐죽거리는 새빨간 입술이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다.초연서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그녀는 아람의 뺨을 살며시 꼬집었다.“이 세상에 가족이 있는 것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 있겠어?”초연서는 고아로 태어나 고아원에서 자랐다. 극단에서 노래를 부르던 중 탤런트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우연히 연예계를 진출하여 배우로 되었다.그녀는 비참한 삶에서 태어나 굴곡을 겪었다. 구만복의 부인 중 한 명으로서 유민지와 같은 고귀한 출신도 아니고, 강소연처럼 파벌의 아가씨가 아니기에 뒤를 봐줄 대단한 아버지도 없다.그래서 항상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구만복에 어울리지 않고 이 가족에게는 더 어울리지 않
구윤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그리고, 윤유성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깊은 속셈을 가졌어. 바다 위 빙하처럼, 네가 볼 수 있는 건 바다 위에 떠다니는 팔분의 일 밖에 안 돼. 고향을 떠난 지 15년이나 되었어. 갑자기 S 국에서 돌아오더니 너와 친해졌어. 아람아, 너는 구씨 가문의 아가씨야. 앞으로 KS 그룹을 너에게 맡길 거야. 넌 공주들을 뛰어넘는 우아함과 여왕들을 뛰어넘는 위엄을 지니고 있어. 그저 겸손하게 살고 있을 뿐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분명 전국의 남자들의 이상형으로 되었을 거야. 윤유성이 너에게 정말 진심이라고 믿지 않아. 반드시 무슨 목적이 있을 거야.”그렇게 말하며 구윤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솔직히 말하면, 윤유성이 신경주보다도 못한 것 같아.”“오빠!”아람은 가슴이 쿵쾅거려 잔을 꽉 쥐었다.“적어도, 신경주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정성을 다하고 있어. 전혀 나쁜 꿍꿍이가 없는 것 같아.”“허, 그렇네. 김은주에게 마음을 쏟아부었지.”아람은 찻잔을 힘껏 내리치며 눈시울을 붉혔다.“김은주에게 차여서 군대에 입대해 전쟁에 목숨을 걸었잖아.”“하지만 한때는 너를 위해 목숨을 걸었잖아. 아니야? 심지어 부상까지 입었어. 지금까지도 낫지 않았고, 앞으로도 후유증이 남을지도 몰라.”아람의 가슴은 점점 두근거렸고, 얼굴에는 어둠이 깔렸다.“그건 달라.”“아람아, 넌 신경주를 깊이 사랑했었어. 네가 잘못된 사람을 사랑한 게 아니야, 눈이 멀었던 거도 아니야. 신경주의 모든 단점, 그리고 널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까지도, 처음부터 네 앞에 드러나 있었어. 잔인하긴 해도, 솔직하지.”구윤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몸을 앞으로 숙이고 차가운 아람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적어도 신경주는 널 속인 적이 없어. 너를 좋아하는 사람은 결점이 많을 수 있어도, 너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안 돼.”……가족과 작별 인사를 하고, 아람과 임수해는 성주로 돌아갔다.고속도로를 지나자 아람은 가볍게 입을 열었다.“관해 정원으로 가자.”임수해
한편, 경주는 혼자 근교의 개인 별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오늘은 내과 약을 복용했다. 그것은 첫 번째 치료 과정의 마지막 약이다. 오늘 밤 아람이 약을 보낼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는 그녀가 아직 미련이 남은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은 것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원래 낮에 경주는 가슴이 아픈 것을 제외하고는 꽤 괜찮았다. 그러나 밤이 되어서는 열이 나기 시작했다.“한, 한무야.”경주의 목이 쉬고 건조했다. 몸은 차가워지고 뜨거워져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피곤했다.몇 번을 외친 후에야 그는 한무을 그룹에서 중요한 문서를 가져오라고 보냈다는 것이 생각났다. 아마 한무는 가는 길에 있을 것이다.경주는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일어나자마자 침대 시트와 이불이 모두 땀에 젖어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마에 검은 앞머리가 붙어 있으며 온몸이 바다에서 나온 것처럼 젖어 있었다.그는 잠옷을 갈아입고 마실 물을 찾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이때, 초인종이 울렸다.경주는 당황한 표정으로 천천히 문으로 다가가 영상을 켰다.아람의 아름다운 얼굴이 그의 눈에 들어오는 순간, 어두웠던 안색이 밝아지며 가슴이 두근거렸다.“신경주, 안에 있는 거 알아, 문 열어.”무덤덤한 아람은 차갑게 카메라를 바라보았다.경주는 입술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았다.“진짜 죽은 거야, 아니면 죽은 척하는 거야? 문 열어.”아람의 눈에는 분노가 차 있었다. 그녀는 허리를 잡고 말했다.“유언이 있으면 빨리 유언장을 작성해. 없으면 내가 시체를 수습해 줄게!”“켁…….”그녀의 말에 경주는 참지 못하고 기침을 했다.“너만 그런 수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나도 할 수 있어.”아람은 마음이 급해났다. 화가 치밀어올라 문을 세게 두드렸다.“나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뜻밖에도 말이 끝나기 전에 문이 열렸다.짙은 파란색 잠옷을 입고 얼굴이 창백한 경주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 미소를 짓고 있는 그는 허약하지만 여전히 잘생겼다.“아람 씨, 밖에 추
“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너에게 너무 밀어붙였어. 앞으로는 널 불편하게 하는 일을 절대 하지 않을게.”핏기가 없고 창백한 경주의 얼굴은 너무 아름다워 아람을 넋을 잃게 했다.그녀는 가볍게 기침을 했다. 손에 든 약병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두 번째 치료 약이야. 제시간에 먹어. 갈게.”“필요 없어, 가져가.”그는 고개를 흔들었다.“신경주, 그게 무슨 뜻이야. 죽고 싶어?”아람은 눈썹을 찌푸렸다.“몇 천억에 가까운 몸값을 지닌 사업계의 거물인데, 죽기 안 아쉬워?”“아니, 그저 네가 나에게 빚진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래. 내가 너를 구했더라도, 내가 너에게 갚는 것이고, 속죄하고 있는 거야.”경주는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내가 어떻게 되든, 넌 책임질 필요가 없어. 게다가 지금은 몸이 훨씬 좋아졌어. 더 이상 약을 먹을 필요가 없어.”‘좋아져? 무슨 거짓말을 해?’아람은 화가 나서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이게 무슨 새로운 수단이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후퇴하는 건가? 다른 사람에게 먹혀도 나한테는 안 돼.”“알아.”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수단이 아니야. 내 말에는 그저 감정이 있을 뿐이야. 정말 필요 없어.”이 말을 들은 아람은 만감이 교차하여 차갑게 말했다.“그렇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면 내가 굳이 강요할 필요는 없잖아. 내가 그 정도로 비천하지는 않거든. 이 치료 과정이 끝나면 더 이상 약 먹을 필요가 없어. 약에도 독이 있다는데, 많이 먹어도 좋지 않아. 알아서 해.”말을 마치자 아람은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경주가 손을 내밀어 잡았다.“어쩌다 날 찾아왔잖아. 밖에 추워. 따뜻한 차 한 잔 마시고 가. 금방 만들어 올게.”아람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놀랍게도 그를 거절하지 않았다.그녀는 다시 소파에 앉아 부엌으로 걸어가는 경주의 훤칠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갑자기 구윤의 말이 떠올랐다.사람을 진심으로 대한다는 점에서 그녀는 경주와 같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아람은 경주가 숨을 내쉴 때마다 뜨거운 불이 하얀 피부에 붙은 것 같았다.그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신경주! 미쳤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신경주!”뜨겁고 축축한 땀이 그의 얇은 잠옷을 젖혔다. 동시에 아람의 옷까지 젖혀 버렸다.경주는 열이 나서 머리가 멍해졌다. 온몸이 뼈가 떨어져 나갈 듯이 아팠다.그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비천하게 고집을 부리며 안고 싶었다. 그는 정말 손을 놓기 싫었다.“아람아…… 날 떠나지 마. 날 미워하지 마…….”그는 젖은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묻혀 있었다. 울컥하는 목소리는 마음을 아프게 했다.아람은 어깨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그것이 땀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었다.순간, 한없는 괴로움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온몸에 천천히 퍼져나가 그녀의 마음을 잡았다.‘신경주, 네가 언제 내 앞에서 이렇게 비천했던 적이 있어?’아람이 눈물을 흘리며 모든 자존심을 걸고 이혼하지 말자고 빌었었다. 떠나지 말라고 부탁했을 때, 경주는 매정하게 이혼 합의서를 내던졌다. 아람에게 관계를 끝내자고 강요했을 때, 경주는 마치 감정이 없고 욕망이 없는 신처럼 고상했다.아람은 그의 비참한 모습을 보더니 아랫입술을 깨물었지만 눈시울은 붉어졌다.“신경주, 열이 나서 머리가 돌았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헛소리가 아니라, 내 진심이야.”경주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의 잘 생긴 뺨에는 끊임없이 물방울이 흐르고 있었다.“아람아…… 사랑해.”아람은 눈을 부릅뜨고 온몸이 뻣뻣해졌다. 보기에는 덤덤하지만 귀 끝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경주는 마지막 힘을 다해 고개를 들어 그토록 그리워하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손을 뻗었다.그의 눈에는 깊은 그리움의 물빛이 흐릿하고 애틋함으로 가득했다.“구아람……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아. 사랑한다고, 너만 사랑한다고.”곧 경주는 의식을 잃고 눈이 흐려지며 그녀 몸에 무겁게 쓰러졌다.“음…… 나쁜 놈! 왜 여기서…… 무거워!”아람은
이런 상황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친구도 아니다.……189센티미터의 키를 가진 경주가 쓰러졌다. 그를 방으로 옮기는 건 산을 옮기는 것과 비슷하다.다행히도 이 별장에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아람은 시체처럼 경주의 몸을 방으로 끌었다. 침대에 도착한 순간 두 사람의 땀이 섞여 치마가 흠뻑 젖었다.“너무 무거워! 정말 토막 내고 싶어!”아람은 피곤해서 헐떡거렸다. 그러나 쉬지 않고 서둘러 화장실로 달려가 수건을 찬물에 적셨다. 그리고 경주에게 가져다주며 체온을 물리적으로 식혀주었다.바쁘게 일을 마친 아람은 침대에 앉았다. 너무 피곤해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어이없네, 열이 나면서 왜 돌아다니는 거야. 귀찮아 죽겠어.”아람은 열이 나서 의식을 잃은 경주를 바라보았다. 말은 차갑게 하고 있지만 마음속으로 불편했다. 이 상황은 자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았다.“아람아…….”경주는 눈을 꼭 감고 속눈썹을 떨었다. 꿈속에서까지 그녀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그만해, 귀신을 부르는 것 같아. 여기 있잖아.”아람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불쾌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이렇게 귀찮을 줄 알았다면, 수해를 불렀었어. 너랑 엮기 긴 싫어. 가만히 쉬고 있어.”말을 마친 후 아람은 집에 해열제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경주가 갑자기 벌겋게 된 눈을 뜨더니 그녀를 덥석 잡았다.아람은 깜짝 놀랐다.“언, 언제 깼어? 아니면…… 기절하지 않은 거야? 나한테 거짓말한 거지?”“너에게 단 한 번도 거짓말 한 적 없어…….”경주는 숨쉬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손목을 움쳐 쥔 손은 도망칠까 봐 두려운 듯 마지막 힘을 다했다.“꿈속에서…… 네가 떠나는 것 같아서 억지로 깨어났어. 가지 마…… 잠시만 나랑 있어줘. 잠깐이면 돼.”항상 서리가 내린 것처럼 차가웠던 경주의 눈은 그녀를 보는 눈빛에만 깊고 애정 어린 따뜻함이 들어 있었다.아람의 마음은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부표처럼 부드럽게 꿈틀거렸다. 그러나 여전히 차갑게 말하며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
경주는 손으로 아람의 턱을 잡고 몸을 약간 숙여 키스를 했다. 그는 카리스마 넘치게 뜨겁게 키스를 나누었다.……이유희와 한무는 아래층에서 기다리기만 했다. 한무는 걱정스러워서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때때로 위층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유희는 침울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눈을 아래로 깔고 핸드폰에 있는 CCTV 영상을 반복해서 보고 있었다.신효정이 이소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변태적으로 반복해 보면서 화를 냈다.“도련님, 뭘 그렇게 진지하게 보는 겁니까?”한무는 호기심에 다가왔다. 그가 다가오자 이유희는 차갑게 눈을 들었다.“비켜, 집안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은 밖으로 드러내서는 안 돼.”한무는 매서운 눈빛에 겁을 먹어 뒤로 물러섰다.이유희는 다시 영상을 보았다.이소희가 신효정에게 다가오자 그녀는 겁을 먹어 몸을 웅크린 채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었다. 이 능숙한 동작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잠깐!’이유희는 눈썹을 찌푸리고 신효정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다.‘왜, PTSD가 있는 것 같지? 설마…… 집에서 자주 맞았나? 신효린이 계속 때려서, 이소희가 다가갔을 때 그런 반응을 보인 건가? 정말 그래?’“너희 둘은 언제 왔어? 왜 말도 하지 않았어.”아람은 계단을 내려와 거실에서 조용히 있는 두 남자를 보자 깜짝 놀랐다.그녀는 몰래 흐트러진 호흡을 조절했다.이유희는 급히 핸드폰을 치우고 아람을 향해 사악하게 웃었다.“싫어할까 봐 그랬지. 두 사람이 견우와 직녀처럼 한 번 만나기 얼마나 어려워, 시간 있을 때 다정하게 지내야지. 우리가 자리를 비켜줄게.”“다정하기는 무슨!”아람은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 하이힐로 이유희의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때리고 싶었다.이유희는 다리를 꼬고 허리를 비틀더니 옆으로 다가와 턱을 괴고 그녀를 훑어보았다.아람의 촉촉한 앵두 같은 입술과 빨개진 얼굴을 보자, 경험이 많은 이유희는 신이 나서 눈썹을 치켜올렸다.‘친구야, 성공한 거지? 겉은 근엄한데 마음은 반대네. 대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