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저 멍청한 년이 내 새언니가 되는 건 절대 안 돼! 신효정이 죽거나 내가 죽거나 둘 중 하나야!”이소희는 화를 내며 차 문을 열었다. 윤범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의아한 듯 물었다.“같이 안 갈 거야?”“죄송합니다, 아가씨. 저…… 저는 도련님의 사람이라 나서기가 불편합니다.”윤범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됐어, 알았어. 네가 도와준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게. 너도 앞으로 오빠의 행동들을 지켜봐 줘.”이소희의 눈빛에는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우울함이 묻어났다.“네가 잘해준다면, 절대 널 푸대접하지 않을 게.”윤범은 급히 고개를 흔들며 충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전 진심으로 아가씨를 위해 일하는 겁니다.”이소희는 차에서 내려 문을 세게 닫고 속으로 욕했다.“쯧, 자기 분수를 모르네. 네가 아직 어느 정도 쓸모가 있어. 아니면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역겨워.”이소희는 경호원 몇 명과 여비서와 함께 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별장의 문을 거칠게 두드렸다.방희숙은 즉시 달려 나왔다. 이소희를 보자 표정이 굳어졌고 당황한 기색이었다.“아, 아가씨.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이유희가 안에 있어?”이소희는 집에 있던 방희숙도 신효정을 모시러 온 것을 보자 화가 치밀었다.“도, 도련님이 안 계세요…….”방희숙은 당황했다.“신효정 그년은 안에 있겠지?”“아가씨, 도련님께서 명령을 내렸어요. 허락 없이 아무도 별장에 들어올 수 없어요.”방희숙은 당황했지만 여전히 충성심이 강해 죽기 살기로 문을 지켰다.“아줌마, 우리 이씨 가문에 들어온 지 10년이 넘었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체면을 봐주지 않을 거야.”이소희는 협박했다.“죄송합니다. 전 도련님의 명령만 따릅니다. 아가씨, 돌아가세요.”“아!”이소희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문을 발로 찼다.“문을 부숴버려!”……결국 경호원들이 문을 강제로 열었다. 방희숙도 그들에게 통제를 당했다.이소희는 여비서와 함께 살벌하게 거실로 갔다.“신효정! 이 나쁜
“아! 놔! 놔!”여비서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신효정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깜짝 놀란 이소희도 멍해져 뒤로 물러섰다.여비서는 밀리언을 연이어 발로 찼다. 하지만 밀리언은 여전히 여비서를 물고 있었다.“밀리언을 때리지 마…… 하지 마!”신효정은 부드러운 몸으로 도베르만을 껴안으며 지켜주었다.이소희는 혈안이 되어 혼란스러운 틈을 타 다시 그녀를 발로 찼다.“이소희!”매서운 목소리가 이소희의 가슴을 찔렀다. 발을 빼기도 전에 그녀의 악행이 발각되었다.그녀는 뻣뻣해진 목을 뒤로 돌렸다. 순간 심장이 쿵쾅거려 숨이 막혔다.“오, 오빠…….”이유희은 날카로운 칼처럼 서 있었다. 그의 몸은 지옥처럼 싸늘한 분노를 발산하였다. 잘 생기고 창백한 얼굴이 붉어지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이유희의 가슴이 내려앉았다. 주홍빛으로 물든 눈빛은 격렬한 분노의 물결로 치솟았다.신효정은 그가 온 줄도 모르고 여전히 밀리언을 꽉 껴안고 있었다. 두 눈을 꼭 감으며 불쌍하게 몸을 웅크렸다.여비서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팔의 통증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포에 질려 몸을 떨었다.이미 집을 떠난 이유희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이소희, 네가 효정을 때렸어?”신효정의 뺨이 빨갛게 부어오른 것을 본 이유희는 눈을 부릅뜨고 그녀에게 다가갔다.이소희는 오싹해졌다. 이유희의 이런 공포스러운 눈빛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해명할 수가 없었다.‘난 이유희의 동생이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이유희가 애지중지하던 동생이야! 아무리 신효정이 좋다고 해도, 날 어떻게 하겠어? 오빠의 마음속에는 항상 가족이 제일 중요하잖아!’“맞아! 내가 때린 거야! 이유희, 너무해! 나를 너무 실망시켰어, 내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어!”이소희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날 Y 국으로 보내고 오랫동안 신경 쓰지 않았잖아! 전화 한 통도 없었어! 여기서 이년과 함께 있었던 거였어? 신효정을 위해 친동생을 버려? 이유희! 넌…….”짝-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소희는 멍해졌다. 창백한 얼굴은 벼락을 맞은 듯 점점 어두워졌다.“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동생을 버리겠다는 거야? 오빠…….”이유희는 그녀를 무시한 채 품에 안긴 신효정에게만 집중했다. 그는 큰 손으로 떨고 있는 그녀의 등을 토닥거렸다.“괜찮아…… 오빠 왔어. 아무도 감히 널 괴롭힐 수 없어. 아무도…….”하지만 이번에는 신효정이 예전처럼 얌전하지 않았다. 심지어 온몸에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빠른 호흡조차도 이유희에게 저항했다.“아니에요…… 내 오빠가 아니에요. 오빠는 이소희의 오빠예요…….”그녀의 부드럽고 힘없는 작은 손은 그의 단단한 가슴을 밀쳤다. 그때마다 송곳으로 가슴을 세게 찌르는 것처럼 아파났다.“놔요…… 집에 갈래요. 할아버지에게 갈래요, 집 가고 싶어요!”“효정아, 예뻐…….”이유희는 눈시울이 붉은 채로 여전히 고집스럽게 그녀를 달랬다.“놔, 놔요!”하지만 신효정이 아무리 울고 소리쳐도 이유희는 단 한순간도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더 꼭 껴안았다.이유희의 크고 거친 단단한 손이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움켜주었다. 하얀 드레스 사이로 그녀의 부드럽고 하얀 살을 꼬집어 빨갛게 되었다. 그는 눈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귀에 대고 쉰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네 말이 맞아. 난 너의 오빠가 아니야. 난 네 남자야, 신효정.”이소희는 충격을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괴롭혔고 평생 괴롭힐 수 있다고 생각했던 여자가 친오빠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그녀는 심장이 찢어지고 영혼마저 찢어질 것만 같았다. 이런 고통은 신경주가 구아람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보다 백배는 더 고통스러웠다.이유희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여동생인 그녀는 항상 그의 보호 아래서 평생 제멋대로 방종하며 무법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수호자를 잃을 것 같았다. 그 전부를 신효정에게 줘야 했다.“내…… 내 남자?”신효정은 고개를 들었다. 초롱초롱한 눈동자에는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응
“도련님, 진정하세요.”정연은 급히 뒤로 물러서서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하지만 화가 가득 찬 이유희는 일어서서 문을 박차고 나갔다.아래층.땀을 뻘뻘 흘리는 이소희는 소파에 불안하게 앉아 있었다. 네 명의 경호원에게 둘러싸여 가지도 못했다.“아, 아가씨…… 도련님이 화가 났어요. 어떡해요?”곁에 무릎을 꿇고 있는 여비서는 두려움에 그녀의 다리를 껴안았다.“내가 어떻게 알아!”차갑고 무거운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유희가 정연을 뒤따라 걸어오자 지옥 같은 냉기가 순식간에 거실 전체를 휩쓸었다.“오빠…….”이소희는 약하게 외쳤다.이제 화를 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녀는 결백하고 불쌍한 척할 수밖에 없었다.“효정을 때리고 발로 찼네. CCTV에서 똑똑히 봤어.”이유희는 심호흡을 하며 분노를 억지로 억눌렀다.만약 자신의 친동생이 아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도 할 수 없다.“오빠…… 저도 한순간 화가 나서 그랬어. 어렸을 때부터 나랑 함께 있었잖아. 내가 손으로 누군가를 때린 적이 있었어? 애벌레 보는 것도 무서운데…… 그런 적이 없어!”이소희는 붉어진 얼굴로 해명했다.하지만 이유희는 무표정한 얼굴로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저, 저 여자야! 저 여자가 날 선동했어!”이소희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여비서를 차버렸다.“이 여자 때문이야! 비행기에서 내릴 때부터 계속 부추겼어, 내가 신효정을 접근하도록 했어! 내가 신효정을 싫어해서…… 참을 수 없었어. 다 이 사람 탓이야!”“아, 아니에요…… 그러지 않았어요.”여비서는 너무 겁이 나서 무릎을 꿇은 채 벌벌 떨었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감히 반박할 수 없었다.“왜 신효정이 싫어? 효정이가 뭘 잘못했어?”이유희가 우울한 눈빛으로 물었다.“그, 그건…….”울컥한 이소희는 대충 말했다.“신효정이 바보잖아, 심지어 오빠를 꼬셨어! 그런 여자를 어떻게 내 미래의 새언니가 되게 할 수 있겠어?”“왜 새언니가 될 수 없어? 내가 여자를 선택할 때 네 눈치까지 봐야
이유희는 이소희를 가장 예뻐하고 사랑하는 오빠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오빠를 무서워할 수밖에 없었다.“몰라? 괜찮아, 내가 알면 돼.”말을 마치자 경호원 두 명이 밖에서 이미 반쯤 죽어가는 윤범을 끌고 들어왔다.이소희는 놀라서 입을 가렸다.윤범이 끌려들어 오자, 거실에는 비린내가 나는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범아, 넌 나와 10년 동안 같이 있었어. 내가 평소에 잘해주었잖아. 내가 아니었다면 길거리에서 맞아 죽었을 거야.”이유희는 정연이 옮겨 놓은 의자에 천천히 앉았다.“이렇게 보답하는 거야? 내 앞에서는 충성하면서 내 동생 앞에서는 아부를 하네. 스파이 노릇을 참 잘해.”“아, 아가씨…… 살려주세요.”윤범은 상황이 위급해지자 어쩔 수 없이 이소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이소희는 그의 구타당한 얼굴을 보고 역겨워 얼굴을 돌리기 바빴다.“연아, 늘 하던 대로 해.”이유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천천히 담배를 빨았다.“네, 도련님.”정연은 평소처럼 윤범에게 다가가 몸을 숙여 왼손으로 턱을 받치고 오른손으로 그의 입을 쑤셨다.“음…… 음!”피와 살이 뒤섞이는 소리와 함께 고통스러운 소리는 두피까지 저리게 했다.윤범의 혀는 그렇게 날것 그대로 잘려나갔다.“아!”이소희는 머리를 움켜쥐고 충격에 비명을 지르다가 두려움에 기절했다.……그날 밤 이후 신경주는 조용했다.사흘 밤 연속 구아람은 악몽을 꾸었다. 그 꿈은 모두 경주와 관련된 것이었다.‘꿈은 반대라고 하지만…… 너무 현실적이네.’윤유성의 집 앞에 핏덩어리가 있었다. 그녀가 돌아가서 생각해 보니 뭔가 잘못된 것 같았고, 무섭기도 했다.“아람아, 이건 두 번째 치료 주기의 약이야.”유민지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와 약을 앞에 놓아주었다.성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며 짐을 정리하던 아람은 그만하고 약병을 기쁘게 집어 들었다.“고마워, 이모.”“고맙긴, 우리 아람이 원하는 것이라면 최대한 만족시켜 줄게.”유민지는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갑자기 물었다.“참,
짐을 챙긴 아람과 임수해는 유민지가 준 약을 들고 성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아람아, 많이 급해? 밥 안 먹어? 밥이 거의 다 됐어.”초연서가 앞치마를 두르고 서둘러 다가왔다.“아니요, 이모. 서둘러서 돌아가야 해요.”아람은 초연서를 맞이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초연서의 기름진 얼굴을 들고 이리저리 보았다.“이모, 곧 생일이에요. 이틀 동안 푹 쉬어요. 이런 일은 하지 마세요. 스파하고 미용하는 게 더 중요해요. 일요일에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생일 주인공으로 되어야죠!”“생일은 무슨, 사실 생일 파티를 하기 싫어. 일요일에 많은 사람들을 접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피곤해.”초연서는 한숨을 쉬었다.“네 아빠가 행복해지도록 달래는 것뿐이야.”“아빠를 달래는 게 아니라 아빠가 이모를 달래는 거예요. 아니, 우리 모두가 이모 생일을 축하해 주고 싶어 하는 거예요.”아람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분노의 기운이 있었다.“내 말 들어요. 너무 피곤하면 안 돼요. 집안에 눈이 꽤 많아요. 이모가 내 말을 안 들으면 나한테 보고 들어올 건데, 흥흥. 그럼 화낼 거예요. 생일 파티에 가서 먹고 마시기만 할 거예요. 생일 선물도 안 줄 거예요, 흥.”임수해는 옆어서 미소를 지었다.아람이가 화난 척하는 표정, 오뚝한 코, 삐죽거리는 새빨간 입술이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다.초연서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그녀는 아람의 뺨을 살며시 꼬집었다.“이 세상에 가족이 있는 것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 있겠어?”초연서는 고아로 태어나 고아원에서 자랐다. 극단에서 노래를 부르던 중 탤런트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우연히 연예계를 진출하여 배우로 되었다.그녀는 비참한 삶에서 태어나 굴곡을 겪었다. 구만복의 부인 중 한 명으로서 유민지와 같은 고귀한 출신도 아니고, 강소연처럼 파벌의 아가씨가 아니기에 뒤를 봐줄 대단한 아버지도 없다.그래서 항상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구만복에 어울리지 않고 이 가족에게는 더 어울리지 않
구윤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그리고, 윤유성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깊은 속셈을 가졌어. 바다 위 빙하처럼, 네가 볼 수 있는 건 바다 위에 떠다니는 팔분의 일 밖에 안 돼. 고향을 떠난 지 15년이나 되었어. 갑자기 S 국에서 돌아오더니 너와 친해졌어. 아람아, 너는 구씨 가문의 아가씨야. 앞으로 KS 그룹을 너에게 맡길 거야. 넌 공주들을 뛰어넘는 우아함과 여왕들을 뛰어넘는 위엄을 지니고 있어. 그저 겸손하게 살고 있을 뿐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분명 전국의 남자들의 이상형으로 되었을 거야. 윤유성이 너에게 정말 진심이라고 믿지 않아. 반드시 무슨 목적이 있을 거야.”그렇게 말하며 구윤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솔직히 말하면, 윤유성이 신경주보다도 못한 것 같아.”“오빠!”아람은 가슴이 쿵쾅거려 잔을 꽉 쥐었다.“적어도, 신경주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정성을 다하고 있어. 전혀 나쁜 꿍꿍이가 없는 것 같아.”“허, 그렇네. 김은주에게 마음을 쏟아부었지.”아람은 찻잔을 힘껏 내리치며 눈시울을 붉혔다.“김은주에게 차여서 군대에 입대해 전쟁에 목숨을 걸었잖아.”“하지만 한때는 너를 위해 목숨을 걸었잖아. 아니야? 심지어 부상까지 입었어. 지금까지도 낫지 않았고, 앞으로도 후유증이 남을지도 몰라.”아람의 가슴은 점점 두근거렸고, 얼굴에는 어둠이 깔렸다.“그건 달라.”“아람아, 넌 신경주를 깊이 사랑했었어. 네가 잘못된 사람을 사랑한 게 아니야, 눈이 멀었던 거도 아니야. 신경주의 모든 단점, 그리고 널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까지도, 처음부터 네 앞에 드러나 있었어. 잔인하긴 해도, 솔직하지.”구윤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몸을 앞으로 숙이고 차가운 아람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적어도 신경주는 널 속인 적이 없어. 너를 좋아하는 사람은 결점이 많을 수 있어도, 너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안 돼.”……가족과 작별 인사를 하고, 아람과 임수해는 성주로 돌아갔다.고속도로를 지나자 아람은 가볍게 입을 열었다.“관해 정원으로 가자.”임수해
한편, 경주는 혼자 근교의 개인 별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오늘은 내과 약을 복용했다. 그것은 첫 번째 치료 과정의 마지막 약이다. 오늘 밤 아람이 약을 보낼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는 그녀가 아직 미련이 남은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은 것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원래 낮에 경주는 가슴이 아픈 것을 제외하고는 꽤 괜찮았다. 그러나 밤이 되어서는 열이 나기 시작했다.“한, 한무야.”경주의 목이 쉬고 건조했다. 몸은 차가워지고 뜨거워져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피곤했다.몇 번을 외친 후에야 그는 한무을 그룹에서 중요한 문서를 가져오라고 보냈다는 것이 생각났다. 아마 한무는 가는 길에 있을 것이다.경주는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일어나자마자 침대 시트와 이불이 모두 땀에 젖어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마에 검은 앞머리가 붙어 있으며 온몸이 바다에서 나온 것처럼 젖어 있었다.그는 잠옷을 갈아입고 마실 물을 찾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이때, 초인종이 울렸다.경주는 당황한 표정으로 천천히 문으로 다가가 영상을 켰다.아람의 아름다운 얼굴이 그의 눈에 들어오는 순간, 어두웠던 안색이 밝아지며 가슴이 두근거렸다.“신경주, 안에 있는 거 알아, 문 열어.”무덤덤한 아람은 차갑게 카메라를 바라보았다.경주는 입술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았다.“진짜 죽은 거야, 아니면 죽은 척하는 거야? 문 열어.”아람의 눈에는 분노가 차 있었다. 그녀는 허리를 잡고 말했다.“유언이 있으면 빨리 유언장을 작성해. 없으면 내가 시체를 수습해 줄게!”“켁…….”그녀의 말에 경주는 참지 못하고 기침을 했다.“너만 그런 수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나도 할 수 있어.”아람은 마음이 급해났다. 화가 치밀어올라 문을 세게 두드렸다.“나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뜻밖에도 말이 끝나기 전에 문이 열렸다.짙은 파란색 잠옷을 입고 얼굴이 창백한 경주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 미소를 짓고 있는 그는 허약하지만 여전히 잘생겼다.“아람 씨, 밖에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