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녀는 윤씨 사모님 앞에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환하게 웃었다.“유성에게 저 같은 친구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윤유성은 양복을 벗었다. 흰 셔츠와 회색 조끼를 입은 훤칠한 그는 부엌으로 다가갔다.아람은 손님이긴 하지만 윤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이 그녀를 위해 요리를 해준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그녀도 그를 따라 부엌으로 갔다.“제가 도와줄게요. 집에 요리사도 없는데 언제 그렇게 많은 요리를 해요.”아람은 고급 식재료가 가득한 식탁을 바라보자 요리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 소매를 걷어 올렸다.“괜찮아요, 다 준비됐어요. 해산물은 요리하기 쉬워서 빨라요.”말을 하면서 윤유성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아람 씨가 연기 알레르기가 있잖아요. 부엌에 기름 연기가 많아요. 거실에 가서 어머니와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제가 연기 알레르기가 있다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아람은 온몸에 신경이 곤두서고 맑은 눈동자가 놀란 듯 번쩍였다.“기억나요? 어릴 때 아저씨와 함께 우리 집에 왔었잖아요. 형이 바비큐가 먹고 싶어서 가정부들을 시켜 뒷마당에서 고기를 구워주었잖아요. 그때 연기가 피어오르자 아저씨는 긴장하면서 아람 씨를 데리고 나갔어요. 그때 연기 알레르기가 있다고 했어요.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아저씨가 공격 직전에 있는 것처럼 불안해하고 화를 냈어요. 심지어 아버지를 꾸짖기도 했어요.”윤유성은 가볍게 웃었다.“아람 씨는 정말 아저씨의 가장 소중한 딸이네요.”아람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씁쓸한 감정이 솟구쳐 올라 울컥했다. 꾹 참고 있었지만 눈시울은 여전히 붉어졌고 수정처럼 반짝이는 눈물을 흘렸다.3년 동안 경주의 곁에서 요리를 해왔지만, 그 남자는 그녀가 연기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하지만 10년 전의 사소한 일 때문에 윤유성은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괜찮아요, 제가 도와줄게요.”아람은 싱크대 앞에서 그와 나란히 서 있
저녁식사는 웃음소리가 가득한 행복한 시간이었다.윤유성은 컬렉션 급 와인 한 병을 준비했다. 그러나 윤씨 사모님은 아람에게 과일 주스만 마시게 했다. 아람은 식사 내내 오렌지 주스, 포도 주스, 파인애플 주스를 마셨다. 그녀의 위장에서 과수원을 열 수 있을 정도였다.식사 후 주 씨 아줌마는 사모님과 함께 놀러 갔다. 도련님과 그가 좋아하는 사람이 단둘이 있을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윤유성은 아람을 데리고 자신의 별장을 구경했다. 명나라의 그림, 송나라의 그림, 청나라 왕실의 꽃병 등 골동품과 서예품을 보여주기도 했다.‘이 보물들을 바자회에 내놓으면 엄청나게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겠네!’테이블 앞에 서서 돋보기를 들고 고대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아람의 눈은 반짝거렸고 기쁜 마음이 넘쳐흘렀다.“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들면 제가 포장해 줄 테니 가져가세요.”윤유성은 침대에 긴 팔을 걸고 고개를 기울여 미소 지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아람은 그림을 감상하고 윤유성은 아람을 감상했다.“포장이요? 여기 있는 것들은 모두 수십억의 가치가 있어요. 모두 진품이에요. 옛날 황제들도 남에게 하사할 엄두도 못 냈을 텐데, 그걸 다 포장해서 가져가라고요?”아람은 몸을 세우며 장난스럽게 돋보기를 통해 대범한 윤유성을 보며 눈을 깜빡거렸다.“골동품 컬렉터예요, 아니면 골동품을 갖고 노는 거예요. 정말 애호가라면 우리 구회장처럼 남 주기는커녕, 건드리기만 해도 화를 내거든요.”윤유성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부드럽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오직 두 사람에게만 대범하게 대해요. 하나는 아람 씨고 하나는 아저씨예요.”아람은 움찔하여 입술을 다물었다.윤유성과 신경주는 완전히 극과 극인 것 같았다. 한 사람은 오글거리는 말을 끊임없이 내뱉고, 다른 한 사람은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어도 좋은 말을 듣기 어려운 사람이다.“구회장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고, 이렇게 대범한 것을 본다면, 끝까지 욕심을 부릴 거예요.”“아저씨가 좋아하시면 가져가면
경주의 이름은 지금까지도 아람에게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윤유성은 라이벌이 온 전화를 보자 눈에는 차가운 기운이 맴돌았다. 그는 나지막하게 불렀다.“아람 씨.”아람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여전히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순간 윤유성의 눈은 실망으로 가득 찼다. 그의 마음은 경주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찼다.이 순간 경주는 밝은 창문을 보았다. 그는 그 뒤에 아람이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를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경주의 쉰 목소리는 매력적이었다.“아람아, 눈이 왔어. 성주의 첫눈이야.”“응.”아람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그래서 왜 전화 왔어?”경주는 말문이 막혔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용기를 내어 진지하게 물었다.“오늘 밤 함께 눈 구경을 할까?”“신 사장님은 물고기야? 기억력이 7초밖에 안 돼?”아람은 의아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아니야.”“내가 너랑 무슨 사이인데, 같이 눈 구경을 하는 게 어울린다고 생각해?”“윤유성보다는 어울려.”경주는 질투를 했다.이 말을 듣자 아람은 화가 나면서도 웃겼다.“허, 난 그렇게 생각 안 해.”“구아람, 오늘 밤에 널 보지 못하면 난 떠나지 않을 거야.”그는 고집을 부렸다.“네가 안 가면 오늘 밤 여기서 떠나지 않을 거야.”아람은 그보다 더 고집이 셌다.“구아람…… 날 화나게 하려는 거야?”경주는 붉은 눈을 부릅떴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어려운 것 같아 왼손으로 움켜쥐었다. 목에는 피 냄새가 느껴졌다.“윤유서의 집에서 자겠다고?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알기나 해?”아람의 가슴에 화가 치솟았다.그녀는 윤유성을 등지고 구석으로 갔더니 한숨을 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신 사장님, 지난번에 목숨을 구해준 건 고마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원하지 않은 일을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야.”“난 그냥 너랑 첫눈을 보고 싶을 뿐이야!”“나는 싫어! 신경주, 나는 정말 너랑 보기 싫어.”아람의 통제 불능의 포효는 경주를 놀라게 했다.윤유성은 재빨
아람이가 쓰러지는 순간, 윤유성은 그녀를 깊숙이 품에 안았다.어두워진 안색, 그리고 분노가 만연해 점차 미쳐갔다.……경주는 머리와 어깨에 하얀 눈으로 덮인 채 추운 곳에 서 있었다.그는 이미 밤새도록 이곳에 머물 준비를 하고 집요하게 기다렸다.갑자기 별장의 문이 열렸다.경주는 죽을 무렵에 잠깐 정신이 맑아진 듯 깜짝 놀랐다. 그러나 바로 실망을 했다.창백하고 우울한 얼굴로 그를 향해 걸어오는 사람이 윤유성이었다.“아람은?”경주는 주먹을 꽉 쥐고 맹렬하게 눈을 마주쳤다.윤유성은 안경을 밀고 입가에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눈에는 승자의 오만함으로 가득했다.“오늘 밤은 우리 집에서 지낼 거예요. 집으로 안 가요. 신 사장님과 함께 눈을 구경할 일은 더더욱 없어요. 아람은 이미 쉬고 있어요. 어엿하고 자존심이 있다면 당장 떠나세요. 전 돌아가서 아람 곁에 있을 거예요.”경주는 벼락 맞은 듯 목소리가 음침해졌다.“윤유성…… 자랑스러워? 속임수와 꿍꿍이로 가득 찬 네 마음만으로는 아람의 곁에 있을 수없어!”“네, 그래서요?”윤유성은 늑대 같은 잔인한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 그 모습은 아람 앞에서 있는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저는 제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어요. 양심에 물어도 한 점 부끄러울 게 없어요. 어떤 사람과는 달리, 나쁜 놈이면서 패방을 세우진 않아요. 분명 쓰레기인데 아람의 앞에서 순정남인척하네요.”“윤유성!”경주가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자 목구멍에서 피 맛이 점점 느껴졌다.“제가 알기로는 아람과 결혼한 3년 동안, 함께 명절을 보낸 적도 없죠? 첫해의 발렌타인데이, 두 번째 해의 크리스마스. 하지만 김은주 씨의 생일은 같이 보내주셨죠?”윤유성은 웃으며 비아냥거렸다.“오늘처럼 로맨틱한 날에도 김은주 씨에게 가야죠. 아람에게 모욕을 주려고 온 거예요?”경주의 얼굴은 창백했고 가슴은 거대한 수레바퀴에 짓눌린 듯 아팠다.“신경주 씨, 연적이자 라이벌로서 조사한 건, 아람이가 안타가워서 그
다음날 이른 아침, 아람의 머릿속은 여전히 멍하고 의식이 약간 혼미했다.그러다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녀는 검은색, 흰색, 회색의 배색인 방에 있었다. 공기 속에 정신을 안정시키는 향기로 가득 차서 그녀를 편안하게 했다.“남자의 방…… 윤유성?”아람의 머리에는 몽둥이에 맞은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어젯밤 경주와 다투었던 기억밖에 없었다. 그 이후에는 취해서 필름이 깨진 것처럼 머릿속이 하얘졌다.가슴이 쿵쾅거리는 아람은 일어나 재빨리 방을 나갔다.깨끗한 흰 셔츠를 입은 윤유성은 아래층 부엌에 있었다. 그는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후 아람을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이른 아침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이 그의 몸을 비추었다. 그의 유난히 잘생긴 얼굴에 더 부드러운 느낌을 더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그는 요리를 많이 하지만 앞치마를 입지 않는다. 같은 양복도 두 번 입지 않았다.“윤 도련님.”아람의 목소리를 들은 윤유성은 고개를 들고 부드럽게 바라보았다.“아람 씨, 깨어났어요? 몸은 좀 어때요?”“윤 도련님, 어젯밤에…….”“아람 씨, 말했었잖아요. 앞으로는 유성이라고 불러요.”윤유성은 꾸짖는 말투로 말했다. 그는 마치 어여쁜 며느리처럼 일하느라 바빴다.“어젯밤 몸이 좋지 않아서 우리 집에서 쓰러졌어요. 저혈당과 감정의 기복이 너무 심해서 그랬을 거예요. 걱정 마세요. 제 방에서 잤지만 전 아람 씨를 건드리지 않았어요.”“알아요.”아람은 피곤한 듯 이마를 잡았다. 그녀는 순수한 소녀가 아니기에 웬만한 것은 알고 있었다.저혈당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하지만 어젯밤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견딜 수 없는 과거는 여전히 그녀에게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였다. 살짝만 건드려도 너무 아팠다.그저 그 고통으로 기절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신경주 나쁜 자식이 독하네.’“아침 식사가 다 됐어요. 아람 씨, 와서 먹어요.”윤유성은 그릇을 정돈하게 놓으며 부드럽게 재촉했다.그 모습은 마치
“아람아, 지금 나와 네 둘째 오빠, 일곱째 오빠, 그리고 수해까지 모두 윤유성의 별장 밖에 있어.”구윤의 목소리는 하늘에 울리는 천둥 같았다.쓸모없는 말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안전감과 억압감은 고스란히 전해졌다.“오빠, 나 괜찮아. 너무 많은 사람들을 동원했네.......”아람은 아픈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했다.“너무 많은 사람들을 동원했다고? 아람아, 네가 남자의 집에서 밤을 보냈어! 온밤 들어오지 않았다고! 오빠들의 마음이 얼마 급한지 알아?”구진은 목이 찢어질 듯 소리 질렀다.“아람아, 윤씨 가문 그 녀석이 널 건드렸어? 네가 자발적으로 간 거야? 아니면 억지로 끌려간 거야? 오빠는 이미 수갑을 준비해놨어!”구도현 역시 열혈 경찰이었기에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윤유성을 체포할 것 같았다.“진정해, 모두 진정해!”아람은 서둘러 하이힐을 신고 문을 밀고 나갔다.문밖에는 수많은 고급차가 윤유성의 별장을 완전히 둘러싸고 있었다.“아가씨!”가장 먼저 달려온 임수해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괜찮아요? 윤유성이 아무 짓도 안 했죠?”“누가 감히 나한테 그런 짓을 해? 구씨 가문이 그들을 없애버릴 수도 있는데.”아람은 그들이 너무 오버한다고 생각했다.“아람아!”세 오빠들도 모두 모였다. 아람의 안색이 괜찮고 옷차림이 정돈된 것을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형님들 좋은 아침입니다.”윤유성은 봄날 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구도현을 바라보았다.“도현아, 너도 왔구나. 경찰 업무가 그렇게 바쁘지 않나 봐.”구도현은 이를 악물었다.‘확 수갑을 채워버리고 싶네!’구진은 화가 났다.“형이라고 부르지 마, 우리가 그 정도로 친하지 않잖아. 도련님이라고 불러. 아니면 구 검사님이라고 부르던지!”“그러네요. 제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아서 감정도 사라졌겠네요.”윤유성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아람을 다정하게 바라보았다.“저를 어떻게
구윤은 눈을 내리깔고 손목을 들어 시계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윤 도련님, 전 아람을 잘 알아요. 어릴 때부터 단 한 번도 남자 집에서 밤을 보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어젯밤에는 도련님 집에 묵었네요. 설명 좀 해줘야겠어요.”“아람 씨가 외박하는 건 동의 안 하시는데, 결혼 사실을 숨기는 건 동의했네요? 3년 동안 아저씨를 속이면서 쓰레기 같은 놈과 유명무실한 결혼을 했어요. 시댁에서 3년 내내 고통을 받게 내버려 두었어요?”윤유성은 여전히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구윤의 맞은편에 여유롭게 앉았다.구윤은 숨이 막혀 입꼬리를 살짝 내렸다.“그게 같아요? 슬쩍 바꿔치기하네요? 아람은 한때 신경주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결혼한 거예요. 아람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거고 원해서 그런 거예요. 오빠로서 동의하지 않지만 아람의 의견을 존중해요. 하지만 도련님은 달라요.”윤유성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평온했던 그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전 잘 알고 있어요. 아람은 도련님을 좋아하지 않아요. 아람의 마음속에는 도련님이 없어요. 계속 강요하면 아람은 싫어할 거예요. 그리고 저도 도련님을 다시 볼 것 같아요.”구윤의 눈빛은 엄숙하고 차가운 기색이 맴돌아 매우 위협적이었다.윤유성은 금색 안경을 올리더니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마른침을 삼키며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어젯밤, 저와 어머니가 아람 씨가 보고 싶어서 저희 집으로 초대했어요. 저녁에 함께 식사하고 수다를 떨며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그 후 신경주가 전화 왔어요. 통화할 때 신경주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람 씨가 엄청 화를 냈어요. 그리고 아람이 쓰러졌고요.”윤유성은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자 눈시울을 붉혔다.이 말을 들은 구윤은 눈썹을 찌푸렸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모든 것을 믿을 수는 없었다.“그런데도 우리한테 말도 없이 아람을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했네요. 이 일은 아무리 설명해도 말이 안 돼요. 오빠는 아버지의 존재와 같아요. 아람은 아버지의 가장 소중한 딸이에요.
밤이 되자 이유희의 개인 비행기가 성주 공항에 착륙했다.이소희는 아름다운 갈색 곱슬머리에 화려한 고가의 모피를 두르고 천천히 사다리를 내려와 고급 승용차에 올라탔다.지난번 신효린의 조작 사건 이후, 이유희는 그녀가 나쁜 짓을 배울까 봐 불량한 친구들과 왕래를 끊으려 했다. 그래서 외출을 금지하고 휴대폰까지 압수했다. 그러자 그녀는 울고불고 난동을 부렸고, 결국 단식 투쟁도 벌였다.이씨 사모님은 그런 딸이 너무 마음이 아파 이유희를 설득했다. 그래서 그는 외출 금지를 풀었고 제대로 반성하라고 Y 국으로 보냈다. 겨울이 돼서야 이유희는 마지못해 그녀를 돌려보냈다.‘Y 국에 너무 오래 있어서 곰팡이 끼겠어. 오빠는 한 번도 날 보러 오지 않았네. 너무해!’“오빠는 어디 있어? 왜 날 데리러 오지 않는 거야?”이소희는 이유희의 경호원인 윤범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그녀는 두 발로 조수석을 찼다.윤범도 이소희를 어릴 때부터 봐왔다. 그는 이유희가 마음 놓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오래전부터 이소희의 곁을 지켜주었다. 이 순간 그는 다소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말투는 모호했다.“도련님께서…… 요즘 많이 바쁘십니다.”“오빠가 변했어! 더 이상 나에게 잘 해주지 않아!”이소희는 눈물을 흘리며 계속 손으로 좌석을 두드렸다.“오빠는 예전에는 아무리 바빠도 나를 데리러 왔어! 이렇게 오랫동안 전화 한 통도 없었어! 더 이상 나를 동생으로 생각하지도 않아!”그녀는 울고불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자 윤범은 마음이 아팠다.마침내 그는 용기를 내어 나지막하게 말했다.“아가씨, 드릴 말씀이 있어요…… 절대 화내지 마세요.”“뭔데?”이소희는 경호원이 건네 준 휴지를 받아 눈물을 닦았다.“그동안 도련님이 연락 안 한 건, 신씨 가문의 넷째 아가씨와 얽혔기 때문입니다.”“뭐, 뭐라고?”이소희는 깜짝 놀랐다.“그 뿐만 아니라…….”윤범은 그녀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모든 일을 말했다.“지난 며칠 동안 도련님은 넷째 아가씨
“사장님, 저한테 뭘 보상해 주실 거예요?”[보상? 비서로서 네가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니야?]경주의 목소리는 배부른 사자처럼 나른하게 들렸다. 한무가 생각하자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그, 그럼 사모님도 보상해 주셨는데, 부창부수라는 말을 모르세요? 사모님이 사장님을 쪼잔하다고 할 수 있잖아요!”[너 지금 누구를 협박하는 거야?]“아니요, 아니요! 제가 감히 그러겠어요!”한무는 즉시 허리를 곧추세우고 이마에 땀을 흘렸다.[오랫동안 쉬지 못했잖아. 연차를 열흘 더 줄게. 가고 싶은데 가서 재밌게 놀다 와.]“사장님, 모태 솔로에게 연차를 줘요? 출산 휴가를 줘도 제가 할 일이 없어요!”한무는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보너스를 조금 주시는 건 어때요? 이제 연차도 쓰지 않고 24시간 내내 사장님을 위해 목숨을 걸고, 사장님과 사모님의 노예가 될게요!”한무는 돈을 탐냈다. [수백만의 연봉도 만족하지 못해? 그룹 전체를 보면 주주 외에 너보다 연봉이 높은 사람이 몇 명이나 돼?]경주는 피식 웃었다.[네가 무슨 노예야, 참 뻔뻔하네.]“사장님, 비록 지금 아내가 없더라도, 장가갈 돈은 많이 모아두어야 하잖아요. 제가 매일 사장님을 위해 뛰어다니고, 수사하는 일까지 했어요.”“바빠서 지금 연애할 시간도 없어요. 제 청춘을 신씨 그룹에 바쳤어요. 사장님께서 넓은 마음으로 이 늙은 총각에게 친절과 배려를 베풀어주셔야죠!”한무는 경주가 지금 아람과 화해를 하여 행복한 사랑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금의 경주는 자상한 아버지와 같았다. 이때가 바로 월급 얘기를 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경주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아람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숨소리까지 자세하게 들려 두 사람은 가까이 붙어 있는 것 같았다.[신 사장님, 너무 쪼잔하게 굴지 마. 한 비서가 어렵게 말을 꺼내는데 그냥 들어줘.]‘세상에, 사모님이 지금 사장님께 애교를 부리는 거야?’아람의 말투를 듣자 온몸이 찌릿찌릿하며 애교에 녹을 것 같았다. 역시 경주의 호
윤씨 가문은 정말 구더기 떼를 키우는 가문 같았다.“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윤민주는 순식간에 목 밑까지 붉어졌다. 마치 온몸의 피가 얼굴에 쏘인 듯 히스테리하게 외쳤다.“이 녹음은 가짜예요. 모두 가짜예요! 전 무당을 몰라요. 안에 말하는 건 제가 아니에요. 모두 가짜예요. 누군가가 저를 해치려는 거예요!”“해쳐요? 윤민주 씨 이거 보세요. 이건 또 어떻게 해명하실 건가요?”기자는 핸드폰을 높이 들었다.바로 이때, 자리에 있던 모든 기자들의 핸드폰이 울리고 진동했다. 모두 고개를 숙여 화면을 보았다. SNS에서 푸시한 뉴스이다. 이건 바로 윤민주가 사적으로 무당과 만나 돈을 주는 장면이었다. 비록 몰래 찍은 것이지만 윤민주의 악행이 완전히 폭로되었다.“아가씨!”이때 경호원이 달려와 온몸이 뻣뻣해진 윤민주를 무대 아래로 끌어당겼다.“저는 윤 사장님께서 보낸 경호원이에요. 상황이 안 좋아요. 빨리 가요!”말을 마치자 연회장의 문이 열렸다. 도현은 사복 경찰 몇 명을 이끌고 당당하게 들어왔다. 표정이 엄숙하며 카리스마가 넘쳐 사람들은 소리도 내지 못했다.“경찰이에요!”도현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사람들 앞에서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었다.“윤민주, 당신은 뇌물 수수, 성매매, 불법 구금으로 공식적으로 체포되었어요.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지만, 당신이 말하는 모든 말은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것이에요. 데려가!”뒤에 있던 경찰 두 명이 다가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윤민주에게 차가운 수갑을 채웠다. 두 경찰은 양쪽 팔을 잡고 겁에 질려 멍해진 윤민주를 끌어나갔다.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모두 라이브를 켰다. 이 순간 라이브는 천만 명을 돌파하며 반응이 뜨거웠다.[세상에! 명문가 집안에서 살기 이렇게 힘들어? 명문가 집안 아가씨가 인간 관계를 끌어모으며 돈을 벌어야 해? 참 신기하네!][윤씨 가문이 명문가 가문이 아니지? 구씨 가문과 친한 척하더니, 참 잘난 척을 해!][하하하, 꼴 좋네. 보복이야. 윤민주의 물개 같은
눈 깜짝할 사이에 기자회견 당일이 되었다. 5시부터 호텔 연회장 모인 여러 기자들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각도를 조정했다. 그리고 노트북을 꺼내 들고 윤민주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근데 저는 윤정용이나 윤성우가 나설 줄 알았어요. 윤민주일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이 여자 참 대단하네요. 남편이 잡혀갔는데 잠이 오나요? 기자회견 할 힘도 있나 보네요.”“허, 윤씨 가문 남자들이 얼마나 똑똑해요. 이건 윤민주를 이용하여 내세우는 거예요!”“쯧, 명문가 집안은 참 인정이 없네요. 윤민주도 참 비참하게 사네요.”“비참하다고? 주 의원님이 사적으로 받은 뇌물만 수천억이에요. 평생 감옥에 있을 수 있는 금액이에요. 이런 더러운 돈이 윤민주의 손에 안 들어갔다고 하면 누가 믿어요? 그저 문제가 생기니 부부가 갈라서는 문제일 뿐이에요!”곧 시간이 7시가 되었다. 윤민주는 쌩얼로 나타났다. 검은 정장을 입고 고개를 숙인 채 비참한 표정을 지으며 가시덤불 같은 모습으로 마이크 앞 무대로 걸어들어왔다. 눈부신 플래시가 윤민주의 초췌한 얼굴을 뒤덮었고, 눈시울을 붉히며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기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윤민주 씨. 주성택 씨의 갑작스러운 체포는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어요. 결국 주성택 씨는 이번 성주 시장 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였는데요. 주성택 씨가 한 모든 일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몰랐어요.”윤민주는 눈물을 흘리며 억울한 척했다. 무고하고 순진한 여성의 이미지를 최대한으로 연기했다.“전 그저 무지한 여성이에요. 집에서 매일 아이들을 키우는 것만 해요. 일에 대해 많이 묻지 않아요. 사적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서 횡령하는 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전 윤씨 그룹 출신이에요. 4대 가문 중 하나라고요. 제 혼수는 아주 값져요. 그런 사소한 돈 때문에 명예를 잃을 수 없잖아요!”“정말 주 의원님이 한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세요?”갑자기 한 남자 기자가 나타나 큰 목소리로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이 바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
“그리고 이런 시원하지 않고 고통스럽게 괴롭히는 행위가 신경주답지 않아. 아람 그 계집에의 방법 같은데.”유민지는 눈을 깜빡이며 구만복의 팔짱을 꼈다.“만복아, 너무 늦었어. 이제 자러가야지.”...요즘 아람은 구만복이 성주의 집에 찾아올까 봐 걱정했다. 호텔에서 머무는 것도 불편하여 경주와 함께 유희와 효정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이 순간 효정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없다. 효정은 아람을 많이 좋아한다. 하지만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많았었다. 이번에 기회를 잡아 효정은 아람의 곁에 딱 붙으며 가까이 있었다. 그래서 경주는 저녁 잘 때만 아람과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경주는 매일 침대에 누워 아람을 괴롭혔다. 아람이 지쳐 자비를 구걸할 때까지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마치 낮에 잃어버린 스킨십 기회를 만회하려는 것 같았다. 아람은 어이가 없었다. 인색한 사람은 봤어도 이런 일을 따지는 사람은 처음 본다.지난번 효정이 케이크를 만들고 싶었을 때 갑자기 방문한 신우 때문에 하지 못했다. 오늘 밤 모두가 모인 드물 날이라 효정은 핑크색 앞치마를 두르고 손을 비볐다. 실력을 발휘하여 아람과 경주에게 케이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아람은 일찍이 침대에 누워 드라마를 보며 케이크를 기다렸다. 하지만 밤이 되었고 배가 슬슬 고파도 효정은 소식이 없었다. 그러자 아람은 참지 못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살펴보았다.부엌에 들어가지 않고 거실에 도착하자 아람은 깜짝 놀랐다. 유희가 효정의 작은 몸을 식탁에 눌렀다. 한 손으로 아람의 머리를 감싸고 격렬하게 효정의 붉은 촉촉한 입술에 키스했다. 효정은 유희의 행동을 따르며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나른한 신음을 냈다. 이때 점점 사랑에 빠진 유희는 효정의 얇은 왼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아아아! 이 변태. 순진한 소녀를 괴롭혀?’아람은 입술을 벌리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쩔 줄 몰라 할 사이에 뜨거운 포옹이 느껴졌다. 순간 경주의 강한 호르몬 향기가 아람을 감쌌다.“놀라지 마, 아람아. 여기선 이런
윤민주는 원래 술에 취해 다리에 힘이 없었다. 그러자 바로 넘어져 치마가 들렸다. 그 모습은 너무 비참하고 추악했다. 집사는 눈을 더럽힐까 봐 바로 고개를 돌렸다. 바로 이때, 더러운 물이 하늘에서 쏟아졌다. 윤민주는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었다. 곧바로 시큼하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 팔을 들어 냄새를 맡자 저녁밥까지 토할 뻔했다. 악취가 나는 냄새가 지독해서 너무 역겨웠다.“누구야, 누가 감히 나한테 물을 뿌려, 누구야!”윤민주는 마치 성난 개처럼 하늘을 향해 맹렬히 짖어댔다.“허, 누가 여기서 소리를 지르며 휴식을 방해하라고 했어?”강소연은 턱을 치켜들고 성큼성큼 집에서 나섰다.“봐, 하느님도 네가 짜증이 나서 물을 뿌려 술을 깨워주잖아. 더러운 입을 다물고 빨리 꺼져!”“너, 네가 나한테 물을 뿌렸어?”윤민주는 눈을 부릅떴다. 차가운 바람이 불자 추워서 입을 부들부들 떨었다.“허, 왜 내가 했다고 그래? 하늘에서 비도 오는 데 더러운 물이 쏟아질 수도 있지. 어떤 사람들은 죄를 짓고 살 수 없어. 어느 날 길을 걷다가 하늘에서 친 천둥번개 때문에 죽을 수도 있어.”강소연은 현지 사람이 아니다. 비록 해문에 시집을 왔지만 입맛은 변하지 않았다. 평소 지하실에서 김치를 담그기 좋아한다. 작년에 발효된 김치 물을 다룰 시간이 없었는데, 마침이 소용이 있었다. 원래 하수구 물을 뿌리려고 했다. 하지만 자기 집 정원이고, 윤민주 때문에 더럽힐 수 없어 참았다.“하, 하수구 물? 우웩.”윤민주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가슴을 움켜주고 구역질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네가 잘 알잖아. 우린 따지지 않았어. 그럼 찾아와서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니라 조용히 숨어서 살아야지. 우리 구 선생은 네 아버지도 만나기 싫어하는데, 네가 뭔데 찾아와? 빨리 꺼져, 멍청한 짓을 하지말고.”강소연은 코를 막고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윤민주는 소름이 돋았다. 오늘 밤에 구만복도 만나지 못하고 굴욕을 당하여 화가 나서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 하지
“내 인생에서 단 한 순간도 나를 위해 살지 않았어. 우리 아이들이, 특히 아람이가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어. 날 닮지 말고, 자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자신만의 행복. 도연아, 우리 딸의 선택한 것이 정말 자신만의 행복일까? 나 이제 어떡해? 만약 듣고 있다면 꿈에서 알려줘, 응?’이때, 서재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구만복이 대답하기 전에 강소연이 문을 밀고 들어와 큰 소리로 말했다.“만복아, 언니. 윤씨 가문 그 미친 여자가 찾아와서 만복과 연서 언니를 만나려고 해! 내가 들여보내지 않아서 정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 술 냄새가 나는데 많이 취하고 주정을 부리는 것 같아!”“윤 회장님 딸 윤민주를 말하는 거야? 왜 왔어?”구만복은 화를 내며 말했다.“윤씨 가문은 도대체 자식 교육을 어떻게 한 거야? 여자아이가 감히 미리 인사도 안 하고 밤에 찾아와? 구씨 가문이 무슨 시장이야? 교양도 없어?”강소연은 화가 나서 팔짱을 끼며 말했다.“왜 찾아왔는지 물었는데, 너무 취해서 똑바로 말하지 못해. 그 일이 자기와 상관없다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허, 상관없다고? 참 뻔뻔하기도 하네.”유민지는 아름다운 눈을 가늘게 뜨며 벌떡 일어서더니 싸늘한 기운을 뿜어냈다.“연서를 만나려고 하는 건 연서가 마음이 약하기 때문이야. 변명하면 없었던 일인 것처럼 할 수 있다고 생각해?”구만복은 깜짝 놀랐다.“민지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그날 연회에서 아린이 윤진수에게 당해서 큰일 날 뻔했어. 여기서 윤민주 아가씨가 많은 힘을 했거든.”유민지는 화가 나서 눈이 충혈되었다.“그 당시 수해가 들어가서 아린을 찾으려고 했어. 윤민주가 사람을 데리고 수해를 막고 때려서 중상을 입힌 것도 윤민주야. 왼쪽 어깨 상처가 악화되었고, 왼쪽 눈도 거의 실명할 뻔했어!”“실, 실명?”구만복과 강소연은 믿을 수 없어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지난 며칠 동안 수해가 왼쪽 눈을 거즈로 덮여 있는 것을 보았지만 그렇게
윤민주는 유성의 말에 자극을 받았다. 역시 술 취한 상태로 밤새 해문으로 달려갔다. 오늘 밤 구만복이 집에 있었다. 기 비서는 구만복에게 약을 먹이고 유민지는 곁에서 혈압을 재주었다. 구만복은 지난 며칠 동안 아람에게 너무 화가 나서 혈압이 올랐다. 하지만 당당한 KS 재단 회장님이고 비즈니스 거물이 아람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이제 며칠이 지났다. 구만복은 화가 났던 기분이 점차 가라앉아 그저 아람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구만복은 항상 구윤에게 아람의 소식을 캐물었지만, 형제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구윤과 신우는 잘 알고 있다. 구만복이 무어니 해도 모두 아람을 너무 사랑하여 그런 것이다. 지나치게 격렬한 반응과 행동은 아람이 너무 걱정되어 그러는 것이다. 그래서 구만복이 아람을 생각하고 걱정하게 하면 경주에 대한 원망은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만복아, 장난이 아니라, 정말 이제 몸을 잘 관리해야 해.”유민지는 혈압계를 치우면서 눈썹을 찌푸렸다.“죽는다는 얘기를 매일 입에 달고 살아도 난 너를 잘 알아. 넌 누구보다 오래 살기를 바라고 있어. 누구보다도 자식들이 행복하길 바라고 있어.”“자식들이 결혼하여 가족이 생기며 4대가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해.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건강을 챙기지 않는다면 그런 말을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구만복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삐딱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른에게 혼나는 남자 아이 같았다. 기 비서는 곁에서 씁쓸하게 웃었다. 집에 있는 여자들 중 구만복은 유독 유민지의 말만 들을 수 있다. 그건 아마 카리스마에 제압당하여 그럴 것이다.“몸은 날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어. 이게 다 아람이 그 계집애 덕분이야! 내가 화가 나서 죽으면 아람은 속 시원해하겠지! 신경주 그 자식과 맨날 붙어있고 아이를 막 낳겠어.”화가 나서 막말했다. 구만복은 순간 가슴이 내려앉으며 말문이 막혔다. 조용한 서재는 슬픔으로 가득 찼다.“만복아, 이런 말은 절대 아람이 앞에서 하지 마
구진의 손에는 상세하고 믿을 만한 증거가 있었다. 그래서 주성택이 검찰청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시 나올 수 없었다. 윤민주는 평소 싸가지없고 오만하여 지금 이 순간 도와주는 사람이 없고 모두 피했다. 윤민주는 윤정용과 윤성우의 말대로 전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죄하고, 윤씨 그룹에게 이용당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렇게 창피한 일을 왜 딸을 시키는 거야! 난 친딸인데, 남자들은 중요한 시기에 나를 내세우고 모두 내 뒤에 숨어 있어? 이게 인간이야?’기자회견은 내일모레이다. 요즘 윤민주는 하루가 일 년 같다고 느낀다. 거식증, 불면증이 오며 화도 많고 매 순간 고통스러웠다. 오후 내내 윤민주는 와인 창고에서 술을 마셨다. 수년간 힘들게 만든 성과들이 무너진다는 것을 생각하자 사람이 없는 와인 창고에서 대성통곡했다.“여기서 우는 대신 왜 일이 이렇게 됐는지 좀 더 생각해 보는 건 어때?”윤민주는 순간 울음을 멈추었다. 유성이 놀리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윤민주를 향해 다가왔다.“왜, 왜지?”“그래, 도대체 왜일까?”유성은 여유롭게 윤민지의 맞은편에 앉아 와인잔을 내려놓고 와인 한 잔을 들이켰다.“넌 항상 주 의원님을 잘 지켜주었어. 주 의원님은 그동안 은밀하고 횡령하고 수뢰하며 다른 사람이 보내준 미녀를 즐기면서 보내왔어. 하지만 한 번도 들킨 적이 없고 늘 무사히 살아왔어. 왜 갑자기 모든 것이 폭로되었을까? 왜 하필 지금일까?”“그래, 왜일까?”윤민주는 술에 취해서 머리가 어질어질하여 아무 생각도 없었다.“요즘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이 말이 윤민주를 깨닫게 했다. “구, 구씨 가문이야? 구씨 가문이 날 건드린 거야?”“아주 멍청한 건 아니네.”유성은 기분 좋게 술을 들이마셨다. “주 의원님이 사적으로 막 놀아도 구씨 가문은 주씨 가문과 아무런 원한도 없어. 왜 굳이 주 의원님을 건드리겠어? 분명히 그들은 처음부터 주 의원님이 목표가 아니었어.”“구씨 가문의 목표가 나였어?”윤민주는 얼굴에는 공포가
“잘했어.”아람은 경주의 볼에 뽀뽀를 크게 해주었다. 보상을 받은 경주는 만족스러운 듯 눈을 가늘게 떴다.“한 가지 더 있어. 윤씨 가문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어? 그래?”아람은 순간 정신을 차렸다. “지난 연회장에서 일어난 일을 해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어.”“해명? 풋, 그냥 관계를 끊으려는 거 아니야?”아람은 가볍게 웃으며 경주의 가슴에 하트를 그렸다. “주성택이 무너졌어. 윤씨 그룹이 애써 키운 도구가 망가졌을 뿐만 아니라, 고위 임원들이 그들을 괴롭힐까 봐 두려워하고 있어.”경주의 눈빛에는 약간의 냉기가 감돌았다.“성의를 표시하기 위해서라도 윤씨 가문은 반드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기자회견을 열어야 할 거야. 아마 요즘 진행할 것 같아.”“흥, 부패한 주성택을 용서할 수 없지만, 일이 터지니 바로 관계를 끊어버리는 윤씨 가문도 참 짜증이 나네.”“걱정 마, 아람아. 내가 말했잖아. 아린을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 너와 네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주면 천배 만배로 갚게 할 거야.”경주는 사납게 이를 악물더니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아람은 경주의 힘찬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행복한 미소를 들었다. 경주를 사랑하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강직하고 권력에 영합할 줄 모르며 겁이 없는 정의감이다. 그들의 세계관은 같았고 모두 정의감이 넘치고 동정심이 있는 사람이다. 경주는 아람의 부드러운 손을 만지자 마비된 새끼손가락이 만져졌다. 순간 가슴이 터질 듯한 통증으로 가득 채워졌고 살짝 울컥했다.“아람아, 새끼손가락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나한테 얘기해 줄 수 있어?”“괜찮아. 어렸을 때 나무에 올라갔다가 실수로 다쳤어. 별거 아니야.”아람은 입꼬리를 올리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웃으려고 노력했다.“새끼손가락일 뿐이야. 생활과 일에 지장이 없어. 나도 이미 어른이야. 내 곁에서 계속 이것저것 걱정하지 말고 긴장 풀어. 아직 시간이 많잖아. 네가 계속 이렇게 긴장하면 나야말로 심장병에 걸리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