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은 뒤에서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경주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싸늘했고 언짢은 듯했다.“넌 오글거리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너무 역겨워.”“난 그냥…… 너와 서먹서먹해지기 싫어서 그랬어.”아람이가 왜 짜증을 내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경주는 가슴이 떨렸다.경주는 환심을 사는 방법을 몰랐다. 그는 장사할 때 박력있고 결단력이 있으며, 국제 비즈니스 서밋에서 당당하게 연설하는 사장이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여자를 마주하는 순간 갑자기 갈팡질팡하고 말재주가 없어진다.“아람아…… 은주야……. 허, 그렇게 부르지 마, 신 사장. 여우짓하는 여자와 동급이 되는 것 같아서 인격이 모욕당하는 것 같아.”아람의 눈빛은 날카롭고 차가웠다.경주는 입이 바싹 마르고 목이 송곳에 찔린 듯 아팠다.문득 자신이 아람에게 준 상처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갓 이혼했을 때처럼 상처들은 그녀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실마리가 있을 때마다 그녀는 그것을 붙잡고 놓지 않고 무한히 확대했다.아람은 경주를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서로에게 난감한 과거를 잊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늘 생각하고 잊지 않으면 그들의 관계는 새로운 걸음을 내딛일 수 없다.“아람아. 내가 널 그렇게 부르는 건 아무와도 상관없어. 난 그냥…….”경주는 입이 마르게 설명했다.“그만해.”아람은 문을 열고 맹정하고 그의 말을 끊었다.“착각하지 마. 네 성격을 잘 알아서 오라고 한 거야. 오늘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하면 너는 이곳을 떠나지 않았겠지. 난 그저 별이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을 뿐이야.”경주는 몰인정한 아람의 뒷모습을 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경주를 스튜디오로 데려온 이유는 다름이 아닌 초연서의 생일이 곧 다가오기 때문이다. 낯에는 호텔의 일로 바빠서 저녁이 되어야 문별의 스튜디오에서 옷을 디자인할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분초를 다퉈가며 일을 해야 했다.아람은 탁자 위에 놓인 질 좋은 백옥잠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아는 분께서 곧 생일이야. 드레스 디자인을 부탁해서 그분에게 선물해 주고 싶어.”경주는 무엇을 감추는 듯했다.그는 초연서를 위해 드레스를 디자인한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때가 되면 아람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었다.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결코 같지 않았다.아람은 놀리는 듯이 웃었다.“아, 잊을 뻔했네. 이번 주말이 신 회장님의 고귀한 부인의 생일이네. 이 기회에 신 회장님에게 잘 보이려고 계모에게 선물해 주는 거야? 정성이 가득하네.”“구아람.”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살짝 화난 것 같았다.그녀의 조롱을 참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오해를 받는 느낌이 싫었다.“샤론에게 연락할 때 진주의 생일 선물이라고 말하지 마. 아니면 너에게 욕설을 퍼부을지도 몰라.”아람은 답답한 마음에 등을 돌려 경주를 쳐다보지 않았다.“끝났지? 빨리 가. 일해야 돼. 네가 방해하고 있잖아. 아!”한눈을 판 아람은 바늘 끝이 손가락을 찔러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왜? 다쳤어?”경주는 불안한 마음에 성큼성큼 다가가 아람의 부드러운 손을 꽉 움켜쥐었다.옥같이 희고 아름다운 손이 바늘에 찔려 빨간 피 한 방울이 났다.이 바늘은 마치 자기 심장을 찌른 것 같아 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아프지?”“놔.”아람은 경주의 손을 떼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진한 장미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핏방울이 퍼져나가자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경주는 갑자기 용기를 내어 아람의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너…….”아람은 깜짝 놀라 동공이 흔들렸고 가슴이 두근거렸다.말로 표현할 수 없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온기가 그녀의 검지를 부드럽게 빨아들였다.순간 찌릿한 전율이 온몸에 퍼졌다.아람의 숨결은 점차 흐트러졌다. 두 뺨도 빨갛게 달아올랐고 손가락은 경주의 뜨거운 입안에서 부들부들 떨렸다.경주는 떨림이 느껴졌다. 그는 눈을 살짝 감고 얇은 입술로 그녀의 손가락을 문질렀다.순간 눈이 마주쳤다. 아람은 몸이 나른해지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그의 애정이 들어 있는 눈빛은 생사
밝은 유리창 너머로 석양의 황금빛이 들어왔다. 그들의 겹쳐진 그림자에 부드럽게 비친 석양은 은은하고 사람을 깊이 도취하게 했다.그 빛은 마치 이 깊은 키스처럼 부드러웠다.키스로 인해 아람의 두 뺨은 장미처럼 붉어졌다. 어지럽고 짜릿한 느낌이 순식간에 온몸에 퍼졌다.처음에 그녀는 여전히 경주의 가슴과 넓은 어깨를 세게 때릴 힘이 있었다. 하지만 점차 힘이 빠지고 그의 강한 호르몬에 휩싸여 호흡이 흐트러지자 다라가 나른해져 뒤로 물러섰다.와그르르-아람의 부드러운 몸은 경주에 의해 테이블에 눌려졌고 위에 있던 물건들은 바닥에 떨어졌다.“음…….”그녀는 저항하는 듯, 자비를 구걸하듯 낑낑거렸다. 경주의 눈도 빨갛게 물들었고 귀 끝도 피가 떨어질 것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처음으로 느끼는 뜨거움이 온몸에 퍼져 마치 아람이라는 불덩어리가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경주는 평생 이렇게 키스한 여자는 아람이 단 한 명뿐이라고 맹세했다.그리고 이번 생에 다른 여자는 절대 없을 거라고 다짐했다.“사부님!”스튜디오의 문이 힘차게 열렸다. 그러자 눈치 없는 문별이 화들짝 놀라 달려들었다.아람과 경주가 키스하는 것을 보자 그녀는 움찔하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그리고 지붕이 무너질 것 같은 비명을 질렀다.“신경주! 이 변태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사부님을 놔줘!”아람은 지그시 감은 눈을 번적 뜨더니 꿈에서 깨어난 듯 경주를 밀쳐냈다.그러고는 자연스럽게 경주의 뺨을 때렸다.짝-뺨을 맞은 소리가 너무 컸다. 경주의 왼쪽 얼굴은 부어올랐고 문별도 어안이 벙벙했다.얼굴이 불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기괴한 표정을 지었다.‘아…… 잘생기지 않았다면 정말 변태인 줄 알겠어!’“신경주…… 여기서 나가, 당장 꺼져! 꼴도 보기 싫어!”아람의 얼굴은 붉어지고 눈이 촉촉해졌다. 그녀의 입가가 부끄럽게 붉어진 것을 보자 경주는 미소를 지었다.‘방금 키스한 흔적이 남아 있는데 꺼져라네. 말은 그렇게 해도 몸은 성실하구나.’“꺼져!”아람은
“잊었어.”아람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그녀는 문별을 껴안으며 약간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이혼했어. 아직도 신경주를 잊지 못했으면 난 사람도 아니야. 13년 동안 신경주를 위해 단 하루도 편하게 지내지 못했어. 이혼 후 난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을 거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야 해.”눈가가 촉촉해진 문별은 한숨을 내쉬었다.경주가 아람에게 남긴 상처는 그녀의 마음속 가장 부드러운 곳에 여전히 남아 있고 아물기 어려운 것 같았다.“맞아요!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현명한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지 않아요!”문별은 아람의 등을 토닥거리며 환하게 웃으며 장난쳤다.“사부님, 오늘 저녁에 같이 술 한잔할까요? 사부님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내 사랑 이야기는 엉망진창이야. 말하기도 부끄러워.”아람은 슬픈 표정을 바꾸고 사악한 예쁜 미소를 지으며 문별의 턱을 부드럽게 올렸다.“넌? 잘 생긴 남자를 보면 넋이 나가더니. 연애를 안 해? 사부님과 공유해 봐.”“제가 무슨 연애를 해요…… 옷을 만들기도 바빠요. 저는 평생 옷과 지낼 거예요!”문별은 도도하게 콧방귀를 꼈다.“잘 생긴 남자들은 원기를 보강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 외에 아무 소용도 없어요. 남자들은 머리가 텅 비었거든요. 제가 전에 좋아했던 모델, 아이돌들도 이상해요! 며칠 동안 잘해주더니 바로 본심을 드러내더라고요. 저한테 명품 시계나 명품 차를 요구했어요! 제가 잘생긴 남자를 좋아할 뿐이지 바보는 아니잖아요.”“풋!”아람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우리가 많이 닮았네. 나쁜 남자를 끌어드리는 체질이야. 걱정 마, 별아. 사부님이 겪은 고통을 네가 겪지 못하게 할 거야. 남자 친구를 사귀고 싶으면 내가 몇 명 소개해 줄게.”“몇 명? 사부님. 평소에 그렇게 바쁘신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인맥을 가지고 계세요?”“난 태어날 때부터 인맥이 있어.”아람은 자랑스럽게 가슴을 두드렸다.“큰오빠, 둘째 오빠, 셋째 오빠, 넷째
샤론은 절대 진주에게 드레스를 디자인해 주지 않겠다고 했다.“샤론의 스튜디오 직원이 말했어. 아무리 큰돈을 주고 파격적인 제안을 해도 드레스를 디자인하지 않을 거라고…….”신효린은 진주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자신이 들은 소식을 전했다.진주는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왜!”“엄마, 구체적인 원인은 물어보지 마…….”신효린은 말을 잇지 못했다.“우물쭈물하지 말고 말해!”신효린은 겁에 질려 소름이 돋았다. 그래서 할 수없이 말했다.“샤론 측에서…… 평판이 나쁜 사람에게는 디자인해 주지 않을 거라고 했어. 하면 간판만 망칠 거라고…….”그녀는 일부러 말을 돌려서 했다. 샤론의 본래 말은 더욱 귀에 거슬렸다.신 회장님의 부인인 진주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젠장! 말도 안 돼!”진주는 버럭 화를 내며 화장대 위의 값비싼 화장품을 모두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그녀는 분노로 눈과 얼굴이 빨개졌다.“옷 파는 사람이 대단해? 샤론이 디자인한 드레스가 없어도 초연서 그년을 짓밟을 수 있어!”말을 마치자 방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아, 아빠…….”신효린은 신광구가 얼음조각처럼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자 가슴이 두근거렸다.진주도 벌떡 일어섰다. 안색이 어두운 남편을 보더니 급히 가식적으로 말했다.“오빠! 출, 출장에서 돌아왔어? 언제 돌아왔어? 왜 말하지도…….”“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뭘 짓밟겠다는 건데?”신광구는 어질러진 집안을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최고의 디자이너인 샤론에게 내 생일 연회에 입을 드레스를 맞춰 달라고 부탁했어. 그런데 샤론이가 해 주지도 않으면서 날 모욕하잖아! 내가 화가 안 나겠어?”진주는 눈물을 흘리며 달려가 신광구를 덥석 안았다. 엄마의 소녀와 같은 모습을 보자 신효린은 부끄러웠다.“오빠! 나는 당신의 아내야. 난 신씨 그룹과 오빠를 대표하는 사람이야. 샤론 그 여자가 날 모욕하는 것은 오빠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 것과 같아. 우리 신씨 그룹을 안중에도 두지 않아! 샤론을 혼내줘. 금지시켜! 오빠의 여자를
신광구의 동공이 흔들리더니 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그게 무슨 헛소리야! 내가 구만복의 여자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야?”“당신이 나를 알기 전에 TS 방송국의 주주였어. 그때는 공교롭게도 초연서가 점점 핫해지는 시기였어! 그리고 당신이 초연서의 스폰서라는 사실이 TS에서 소문이 났어. 사적으로 초연서를 만나는 모습도 기자에게 찍혔잖아. 정말 아무런 사이도 아니야?”진주는 초연서를 생각하면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눈은 분노로 가득 찼다.당시 그녀가 신광구를 선택한 이유는 그가 신씨 그룹의 도련님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이 신광구가 초연서를 돌봐주는 남자라는 소문이 있었다.진주는 초연서가 가진 것을 모두 뺏고 싶었다.설사 뺏지 못한다 해도 직접 파괴할 생각이었다.눈썹을 찌푸린 신광구는 점점 짜증이 났다.“나와 초연서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진주는 그의 어두운 눈빛에 마음이 찔려 겁을 먹었다.“만약 정말 무언가가 있다면 내가 초연서를 놓아주고 당신과 결혼했을 것 같아? 나는 숨어서 여자를 만나고 데려오지 못하는 겁쟁이가 아니야.”진주는 목을 조르는 듯한 느낌에 숨쉬기가 힘들었다.언뜻 듣기에는 이 말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그러나 진주가 듣기에는 너무 가혹했다.마치 자신이 초연서의 대용품인 것 같았다. 신광구가 그녀와 결혼한 것은 차선책을 택한 것 같았다.“그래서…… 그때 초연서를 좋아했었네. 아직도 초연서를 잊지 못했지?”진주는 신광구의 팔을 세게 흔들며 눈시울을 붉혔다.“오빠! 그 여자는 나쁜 년이야! 그땐 많은 연예계 고위층들과 관계가 있었어. 심지어 약에 취해 명성을 망쳤어! 저런 여자랑 엮이는 남자들은 다 망할 거야! 초연서는 구만복의 첩으로 될 수밖에 없어!”그 말을 들은 신광구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다.당시 그는 진주를 알기 전에 이미 초연서를 알고 있었다.명성, 미모, 연기력이든 진주는 초연서보다 뒤떨어졌다.그의 기억에 초연서는 진주가 말한 것처럼 엉망진창인 사람이 아니다. 나중에 금지
날씨가 추워지면서 구아람은 더 이상 별장 뒤편에서 카약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기 관리가 철저한 그녀는 쉬지 않았다.아람은 타이트하고 섹시한 연분홍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러닝머신에서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작은 얼굴은 빨갛게 물들었고 땀을 뻘뻘 흘렸다.임수해는 왼손에 수건을 들고 오른손에는 물병을 들고 있었다. 그는 다정하게 아람에게 보고했다.“아가씨. 구 회장님 측과 신 회장님 측은 연회에 초대할 손님 리스트를 내려보냈어요. 제가 비교해 봤는데…… 절반이나 겹쳐요.”아람은 덤덤하게 말했다.“예상했어.”“이제 좀 걱정되네요.”수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려를 말했다.“셋째 사모님의 생일 연회는 KS WORLD에서 하고 진주의 생일 연회는 신씨 호텔에서 하네요. 두 쪽이 또다시 부딪히게 생겼네요.”“신씨 그룹의 할망구와 그 누구도 부딪히기 싫어할 거야. 진주가 뻔뻔하게 생일을 연서 이모와 같은 날로 옮겼어. 허, 목숨이 줄까 봐 두렵지 않나 보네.”아람은 매우 빨리 달렸지만 여전히 진주를 조롱할 힘이 있었다.“진주가 일부러 시비를 거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생일 연회는 해문이 아닌 성주에서 해서 걱정되네요.”“손님들이 신광구의 체면을 보고 우리 구회장을 무시할까 봐? 대단한 외지인이라도 토박이 세력을 억누르지 못할까 봐?”“아가씨, 대단하십니다.”수해는 진심으로 아부를 떨었다.“넌 정말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하네.”아람은 러닝머신에서 내려왔다. 임수해는 그녀의 이마가 땀으로 흠뻑 젖은 것을 보고 습관적으로 수건을 들어 땀을 닦아주려고 했다.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수건을 가져가며 다소 회피적으로 말했다.“내가 할게.”임수해는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아가씨가 왜 나랑 서먹서먹해진 것 같지? 내가 고백했어도 이미 잘 풀었잖아. 아무것도 바라지 않지만, 왜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지?’“이번 구회장이 초대한 사람 중에 윤씨 가문도 있어. 그리고 내가 이유희에게도 초대장을 보냈어. 이유희가 정말 기뻐하더라. 신씨 가문의 약속
신경주는 오는 길에 기침을 억지로 참았다. 그러나 집 문을 들어서자마자 더운 공기가 찬 공기와 만나서인지 갑자기 고통스럽게 기침을 했다.“도련님!”오 씨 아줌마가 서둘러 다가왔다. 경주의 창백한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기침을 하는 것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도련님, 왜, 왜 그러세요?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하네요. 감기 걸렸어요?”“괜찮아요, 아줌마. 뜨거운 물 좀 따라 줘요.”경주는 오 씨 아줌마에게 부상 입은 일을 말해주지 않았다. 그는 그저 담담하게 부탁했다.“그런데 안색이…… 괜찮아 보이지 않아요!”오 씨 아줌마는 계속 걱정했다.“개인 의사를 부를까요?”“정말 괜찮아요. 약만 먹으면 되요.”경주는 활짝 웃었다.“도련님, 신 선생이 서재로 가보라고 하십니다. 드릴 말씀이 있으시답니다.”집사가 전달했다.……서재에서.경주가 들어서자마자 눈썹을 찌푸렸다.소파에 앉은 신광구와 진주는 커플 벨벳 가운을 입고 있었다. 연한 메이크업을 한 진주는 머리를 약간 헝클어뜨린 채 나른하게 신광구의 품에 몸을 기대었다. 그녀는 가끔씩 남편의 뺨에 뽀뽀를 하기도 했다.이 장면을 보자 경주는 생리적으로 불편함을 느껴 떠나려고 했다.“됐어, 경주도 있잖아.”신광구는 체면을 중요시해서 진주를 꾸짖었다.“그럼 나중에 계속…….”진주는 잘 다듬어진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 주위를 만지며 유혹했다.‘나이가 들수록 더 집적거리네.’“아버지, 무슨 일이에요?”경주는 정말 볼 수가 없어서 침울한 표정으로 물었다.“이번 주말이 어머니의 생일 연회야, 준비는 했어?”신광구가 물었다.“어머니의 생일 연회?”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웃었다.“그동안 어머니 생신 때마다 저는 묘지에서 보냈어요. 아버지는 어머니를 위해 생일을 준비한 적도 없고 보러 간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물어보시는 거예요?”신광구는 숨이 막혀 표정이 굳어졌다.“진주 이모의 생일에 대해 묻는 거라면, 죄송하지만 저랑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