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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아람은 뒤에서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경주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싸늘했고 언짢은 듯했다.

“넌 오글거리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너무 역겨워.”

“난 그냥…… 너와 서먹서먹해지기 싫어서 그랬어.”

아람이가 왜 짜증을 내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경주는 가슴이 떨렸다.

경주는 환심을 사는 방법을 몰랐다. 그는 장사할 때 박력있고 결단력이 있으며, 국제 비즈니스 서밋에서 당당하게 연설하는 사장이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여자를 마주하는 순간 갑자기 갈팡질팡하고 말재주가 없어진다.

“아람아…… 은주야……. 허, 그렇게 부르지 마, 신 사장. 여우짓하는 여자와 동급이 되는 것 같아서 인격이 모욕당하는 것 같아.”

아람의 눈빛은 날카롭고 차가웠다.

경주는 입이 바싹 마르고 목이 송곳에 찔린 듯 아팠다.

문득 자신이 아람에게 준 상처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갓 이혼했을 때처럼 상처들은 그녀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실마리가 있을 때마다 그녀는 그것을 붙잡고 놓지 않고 무한히 확대했다.

아람은 경주를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서로에게 난감한 과거를 잊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늘 생각하고 잊지 않으면 그들의 관계는 새로운 걸음을 내딛일 수 없다.

“아람아. 내가 널 그렇게 부르는 건 아무와도 상관없어. 난 그냥…….”

경주는 입이 마르게 설명했다.

“그만해.”

아람은 문을 열고 맹정하고 그의 말을 끊었다.

“착각하지 마. 네 성격을 잘 알아서 오라고 한 거야. 오늘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하면 너는 이곳을 떠나지 않았겠지. 난 그저 별이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을 뿐이야.”

경주는 몰인정한 아람의 뒷모습을 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경주를 스튜디오로 데려온 이유는 다름이 아닌 초연서의 생일이 곧 다가오기 때문이다. 낯에는 호텔의 일로 바빠서 저녁이 되어야 문별의 스튜디오에서 옷을 디자인할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분초를 다퉈가며 일을 해야 했다.

아람은 탁자 위에 놓인 질 좋은 백옥잠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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