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길에 구아람은 졸린 듯 구윤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사실 그녀는 원래 백진이 신경주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묻고 싶었다.그러나 생각을 해보니 별 좋은 말은 아닐 것 같았다. 백진은 다정해 보여도 욕할 때는 아람보다 더 무자비했다.아람은 백진이 경주를 어떻게 꾸짖는지 듣고 싶지 않았다. 마음이 아픈 것이 아니라 한때 목숨을 걸고 사랑했던 사람이 가장 친한 사람에게 쓰레기 취급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았다.“아람아, 자?”구윤은 다정하게 물었다.“아니, 할 말 있어, 오빠?”아람은 정신을 차렸다.“아람아, 먼가 알아챘어?”아람은 의아한 표정으로 구윤을 바라보았다.“수해와 아린 사이의 분위기가 조금 미묘한 거 알아?”구윤은 담담하게 웃었다.“내가 잘못 봤을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애미한 것 같아.”‘음, 애매하다. 애매하다고?’아람은 초롱초롱한 눈을 부릅뜨며 놀라서 턱이 빠질 뻔했다.“오빠? 취했어? 나랑 농담하는 거지?”“남녀 문제로 농담 안 해. 네가 신이 나서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어. 수해가 아린이를 부축해 줄 때, 두 사람의 표정이 이상하고 얼굴까지 빨개졌어. 특히 아린이, 수해를 바라보는 눈빛이…… 어떻게 말해야 할지. 예전에 네가 신경주를 바라보던 모습과 똑같았어.”아람은 어이없는 듯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오빠도 참…… 아린의 얘기를 하면서 왜 나를 끌어들여?”입으로 원망하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임수해와 구아린의 관계를 생각하고 있었다.‘언제? 내가 왜 몰랐지?’“수해가 어리지 않아. 곧 30대 될 건데. 대학을 졸업한 후 내 곁에서 비서로 부지런히 일을 했어. 지금 네 곁에서 도와주는 것도 불만이 없어. 수해는 해마다 교대 근무를 하며 제대로 쉬지 못했어.”구윤은 아람의 어깨를 감싸 안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수해가 연애를 하고 싶고 다른 삶은 살고 싶다면, 아람이가 응원해 주었으면 좋겠어.”“맙소사, 등잔 밑이 어둠 다는 거야? 작은 강아지처럼 생기더니 취향도 똑같네.”
아람은 마치 끓는 물을 가슴에 부은 것처럼 괴로워서 주먹을 움켜쥐었다.‘왜 그럴까? 신경주는 구아람에게는 그렇게 잘해주면서, 백소아에게는 유독 잔인하게 구는 걸까.’“오빠, 나를 잘 알잖아. 나는 나쁜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좋고 싫음이 분명한 사람이야. 오빠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 감정이란 원래 복잡한 거야. 하지만 난 아니야.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아.”아람은 창밖을 바라보며 울컥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신경주에 대한 감정이 복잡해졌지만, 더 이상 사랑이라는 감정은 없어. 목숨을 걸고 청춘을 바쳐 한 사람을 사랑했어. 상처를 받고 아무런 보상도 얻지 못하는 일은, 내 인생에서 한 번만 하면 충분해.”……임수해는 구아린을 학교로 데려다주었다. 두 사람은 각자 생각에 잠겨 가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밤은 깊고 조용하여 포르쉐 스포츠카는 학교 뒷문에 조용히 멈췄다.그들은 놀랍게도 차에 나란히 앉아 내리려 하지 않았다.하늘의 달이 은은한 빛을 발사하여 차 안의 조용한 분위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로맨스가 느껴졌다.“수해 오빠, 데려다줘서 고마워요…….”구아린은 수줍게 속삭이며 정적을 깼다.“아홉째 아가씨. 너무 예의 차리지 마세요. 임수해나 임 비서라고 부르시면 돼요.”임수해는 구아린에 대한 죄책감이 컸다. 하지만 신분이 다르기 때문에 그의 말에는 예전보다 더 소외감이 느껴졌다.“아가씨와 아홉쨰 아가씨는 어렸을 때부터 봐 온 사람이에요. 하지만 저는 아가씨의 비서이자 구씨 가문을 위해 일하는 부하 직원입니다. 구 사장님이야말로 아가씨의 오빠예요. 저는…… 그럴 자격이 없어요.”마음이 세심하고 예민한 구아린은 임수해가 그녀와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을 눈치챘다. 순간 마음이 아파났고 눈앞이 아침 이슬처럼 촉촉해졌다.“수해 오빠. 앞으로 다시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그러니 저를 미워하지 마세요.”“아가씨, 과한 말씀이에요. 아가씨는 저를 귀찮게 한 적이 없어요. 제가 아가씨의 삶에 영향을 찌치고 싶지 않은 겁니다
구아린이 이 여자를 보는 순간 눈을 부릅뜨더니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임수해의 품에서 세게 떨었다.그녀의 이름은 맹진아이다. 구아린과 같은 학교 같은 과에 있는 학생이다. 그녀는 항상 구아린에게 시비를 걸고 괴롭히고 굴욕을 주었다.임수해는 문득 구아람의 말이 떠올랐다. 아홉째 아가씨가 길을 건너는 것을 두려워하고 과속하는 차를 두려워했다.초연서가 구만복과 결혼을 했을 때, 집안에는 자녀가 많았지만 모두 어렸다. 구씨 가문의 세력을 질투하는 일부 라이벌 가문은 구만복을 건드리지 못하자 그의 아이들에게 손찌검을 했다.당시 그 가문은 초연서가 가장 미움받는 사모님이라고 생각해 그녀의 자식도 미움을 받고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사람을 시켜 7살에 불과했던 구아린을 죽이려고 했다. 그들은 사업을 강탈한 구회장이 자식을 하늘로 먼저 보낸 고통으로 죽게 만들겠다고 했었다.결국 구아린은 목숨을 건졌고 가벼운 부상만 당했다. 구만복도 그 가문을 망하게 했지만 어린 구아린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그 생각을 하자 임수해는 숨이 막히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가씨, 괜찮아요?”“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구아린은 억지로 웃으며 덤덤한 척했다.하지만 창백한 얼굴에 흐르는 식은땀은 여전히 그녀의 두려움을 드러냈다.이때 맹진아라는 섹시한 여자가 그들을 흘깃 쳐다보았다.구아린이 잘생긴 남자의 품에 있는 것을 보자 맹진아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미움과 질투를 들어냈다.그러다 이 잘생긴 남자가 단지 1억짜리 포르쉐 스포츠카를 몰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표정이 점점 더 풍부해지면서 경멸하는 듯했다.“허, 불쌍한 년.”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우연히도 임수해와 구아린이 모두 들었다.화가 난 임수해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아가씨, 잠깐만 기다려요. 곧 갈게요.”“수, 수해 오빠!”당황한 구아린은 그를 말리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임수해는 차가운 표정으로 여인에게 다가갔다.“방금 누구를 말하는 거예요?”“제가 말했나요? 잘못 들은 것 같은데?”맹진아
팍-차 안에서 지폐 뭉치를 쓰레기를 버리는 것처럼 굴욕적으로 임수해의 몸에 던졌다.“너!”임수해는 차 안에 있는 사람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페라리는 순식간에 시동을 걸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임수해가 모욕을 당하자 구아린은 눈썹을 찌푸리고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오빠, 받아요. 이건 윤 사장님께서 준 포상이에요.”윤 사장님이 떠난 것을 보자, 방금 전까지 가식적인 태도를 보였던 맹진아는 모습을 드러냈다.심지어 구아린 앞에서 풍만한 가슴을 임수해에게 밀착시키고 손을 들어 그의 옷깃을 만졌다.“오빠, 잘 생기고 품격이 있어 보이는데, 왜 소문이 나쁜 비천한 여자와 같이 있는 거야? 오빠의 수준을 끌어내리고 있잖아. 아니면…… 아!”안색이 어두운 임수해가 격렬하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맹진아의 몸이 임수해에게 쏠리자 그녀는 비참하게 발을 헛디뎠다.하이힐을 신고 있던 그녀가 균형을 잃더니 곧바로 쿵 소리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그녀는 임수해와 구아린에게 큰 절을 했다.구아린은 웃음이 터져 나올 뻔하여 몰래 입을 막았다.“아파…… 젠장!”맹진아는 추운 날 허벅지가 드러나는 미니스커트를 입었다. 무릎을 꿇을 때 슬개골이 부서질 것만 같았고 너무 아파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임수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오빠…… 너무 아파서 일어설 수가 없어. 부축해 주면 안 돼?”“일어설 수 없다고? 허, 우리 동생에게 사과하고 싶어서 무릎을 꿇은 줄 알았어.”임수해는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놀리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상관없어. 우리 동생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받아들일게.”맹진아는 화가 나서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으며 주먹으로 땅을 치고 싶었다.‘내가 윤씨 그룹 사장의 여자인데, 감히 날 모욕해? 넌 죽었어. 구아린도 감히 날 비웃어? 가만두지 않을 거야!’“가시죠.”임수해는 구아린의 곁으로 돌아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학교로 향했다. 떠나기 전 임수해는 비아냥거렸다.“지금 이 세상은 위험하고 사람들의 마
성주 영화예술대학교에서 연기를 배운 4년 동안, 맹진아 무리는 구아린을 수없이 괴롭혔다. 성격이 부드럽고 순조롭게 졸업하기 위해 항상 참고 있었다.하지만 임수해가 윤 사장님에게 모욕을 당하고, 맹진아가 그에 나쁜 마음을 품은 것을 떠올리자 모든 두려움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그저 가슴에서 터져 나올 것 같은 분노만 남았다.아린은 맹진아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차갑게 앞만 보고 걸어갔다.“나쁜 년! 구아린, 거기 서!”맹진아는 그녀가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을 보고 이름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구아린은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맹진아는 숨을 헐떡이여 빨갛게 부어 피투성이가 된 무릎을 절뚝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구아린은 너무 웃겨서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누구를 나쁜 년이라고 부르는 거야?”“왜 물어? 당연히 너지!”맹진아는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찾아 화풀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아, 자기소개하는 줄 알았어.”구아린은 차갑게 반박하였다.갑자기 말대꾸를 하는 것을 보자 위세를 부리고 있던 맹진아가 깜짝 놀랐다.“남을 욕할 때 먼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는 게 좋을 거야.”구아린은 끝까지 그녀의 고통을 직시하며 날카로운 말을 내뱉었다.“네가 같이 있어준 사람이 윤씨 그룹 윤 사장님이지? 성주에서 윤 사장님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 사모님이 엄청 예쁜 부잣집 아가씨야. 네 배경, 외모, 성격은 어떻게 윤씨 사모님과 비할 수 있겠어? 윤 사장님과 같은 귀족 도련님이 도대체 널 왜 좋아하는 거야? 참 품위가 없네.”맹진아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네가 뭘 알아! 내가 예쁘고 젊고 매력이 넘치니, 윤 사장님이 나한테 반한 건 당연한 거야!”“그러네, 산해진미가 질리면 가끔 정크푸드를 먹어보고 싶긴 하지. 욕구도 해소되고 가장 싼값으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네.”구아린은 비웃었다.“지금…… 날 쓰레기라고 하는 거야?”맹진아는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다.“왜 물어? 당연
신경주는 간신히 퇴원했다. 입원 기간 동안 쌓인 업무로 사흘을 밤새우면서 바쁘게 보냈다.요즘 그의 몸 상태는 그다지 안정적이지 않아 보약과 구아람이 준 약으로 버티고 있었다. 한무의 도움을 받아 매일 외용약도 꾸준히 바르고 있었다. 경주는 상태가 점점 더 나아지고 전처럼 회복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했다.그렇게 아픈 몸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았다.“신 사장님, 약 드실 시간입니다.”한무는 약과 물을 담아 경주에게 건넸다.그는 서류를 검토하며 대충 대답했다.“지금 시간이 없어. 일 끝마치고 먹을게.”“음, 약을 제때에 드시지 않으면, 말을 안 듣는다고 사모님께 말씀드리겠어요.”한무는 정색하며 말했다.“사모님께서 연락 왔어요. 사장님이 제때에 약을 드시고 바르는지 지켜보라고 했어요. 무슨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보고하래요. 사모님이 아시면 분명히 화를 내실 겁니다!”이 말을 듣자 경주는 펜을 내려놓고 재빨리 약을 먹었다.한무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경주의 모습이 웃기면서도 답답했다.‘어휴, 3년 전에도 이렇게 말을 잘 들으셨으면, 자식들이 벌써 학교를 다녔겠네. 왜 지금 이 고생을 하시는지. 전처에게 구애하려면, 신 사장님이 참 힘들겠네.’“사모님 쪽을 지켜봐달라고 부탁했었잖아. 했어?”경주가 약을 삼키자 혀 바닥에 강한 쓴맛을 느껴 눈썹을 찌푸렸다.그는 바로 서랍을 열고 초콜릿 한 조각을 꺼내 종이를 벗겨 입에 넣었다.이 초콜릿은 아람이가 집에서 먹다 남은 간식이다. 그가 사금을 일는 것처럼 찾아서 사무실의 서랍에 소중히 간직했다.기분이 좋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이 초콜릿을 먹곤 한다. 그렇게 하면 차가워진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참 불쌍해!’“네, 지켜봤어요. 구 회장님의 셋째 부인 초연서가 곧 생일이에요. 사모님이 호텔에서 셋째 사모님의 생일을 준비하느라 바쁘세요.”“셋째 사모님이면, 그 여배우였던 분?”경주는 무심하게 물었다.“네, 맞아요! 우리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였어요
한무는 겁에 질려 소름이 오싹 끼쳤다.“켁…… 그, 사장님. 저도 걱정돼서 그래요! 사모님과 사장님은 슬로 모션 버튼을 누른 것처럼 아무런 진전이 없잖아요. 제 생전에 두 사람이 재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지난번에 목숨을 걸고 사모님을 살려주셨는데, 사모님은 여전히 냉정하시네요. 요즘 사장님의 상황을 물어보기 위해 전화하는 것 외에, 사장님을 보러 오지도 않잖아요…… 제가 봐도 너무 마음이 아프고 답답하네요!”예전에 경주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아람은 일찍부터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았다. 그러고는 별장 밖에 서서 경주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그 당시 그녀는 온 마음을 다해 경주를 사랑했고 모든 마음을 그에게 쏟았다.하지만 지금 아람이 경주를 보는 눈빛이 너무 차가워 방관자인 한무도 숨이 막힐 정도였다.‘잃어버린 것을 다시 되돌리기 힘드네…….’“괜찮아.”한참 지나서야 경주는 주먹을 불끈 쥐며 한숨을 내쉬었다.“어떻게 하든, 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이때, 노크 소리와 함께 여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신 사장님, 이 도련님이 오셨습니다.”“들어오라고 해.”말을 마치자 이유희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웃으며 들어왔다. 그 표정은 너무나도 얄미웠다.오늘도 여전히 극도로 하얀 주문 제작 슈트를 입고 왔다. 이 추운 날에 슈트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단단한 가슴 근육을 드러냈다. 쇄골에도 화이트 골드 목걸이를 차고 있어 섹시하면서도 와일드한 느낌이 들었다.전 성주에서 그렇게 음탕하고 고귀하게 입는 사람은 아마 이유희뿐일 것이다.“우리 경주, 안색이 좋아 보이네. 형수님의 만병통치약이 효과가 있는 것 같아.”이유희는 건성건성 하게 소파에 앉았다. 경주의 안색이 좋아진 것을 보자 마음이 놓였다.지난번에 경주가 아람에게 대한 마음을 고백한 후, 이유희는 호칭을 형수님으로 바꾸었다.경주는 형수님이라는 말을 듣자 가슴이 두근거렸고 매우 기뻐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냉정하게 고개를 들어 불쾌한 표정으로 야하게 입은 이유희를 쳐다보
이유희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얄미운 표정을 지었다.그 모습을 보자 경주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마음속에는 왠지 모르게 화가 치 밀어오르며 씁쓸해났다.“대단한 일인가? 성주에서의 이씨 가문의 지위로서 초대받는 것은 당연하잖아.”“성주에서 신씨 가문의 지위도 높은데, 초대장을 받았어?”“이런 얘기 할 거면 꺼져!”항상 차분하던 경주는 구아람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짜증을 내면서 장난을 받아들이지 못했다.“쯧, 농담하는 거잖아.”이유희는 경주가 초대장을 받지 못해 화가 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농담을 그치고 뒷주머니에서 구겨진 초대장을 꺼냈다.“자, 네 계모가 내게 보낸 초대장이야. 참 우연이지? 구 회장님의 셋째 부인의 생일 연회와 같은 날이야. 게다가 모두 성주에서 해. 왜 일부러 맞서는 느낌이 드는 거지?”“뭐? 진주와 초연서가 같은 날에 생일을 보낸다고?”경주는 다소 놀란 듯 눈썹을 찌푸렸다.“사장님, 제 기억이 맞는다면, 진주의 생일은 이번 주 목요일이에요. 주말이 아니에요.”한무는 혼란스러워 머리를 긁적였다.“왜 생일을 주말로 옮기는 거지? 설마 정말 초연서과 맞서려는 거예요?”“진주와 초연서 사이에 개인전인 원한이 있어?”직감이 매우 예리한 경주는 곧바로 요점을 물었다.“음……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초창기에는 같은 방송국에 계약한 배우였어요. 초연서는 항상 주인공을 맡았어요. 진주는 초연서에게 억눌려서 악역 조연만 했었어요.”경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렇구나. 요즘 진주를 잘 지켜봐.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내게 알려줘.”……한편, 관해 정원.진주는 신효린과 함께 방에서 생일 연회에 입을 드레스를 고르고 있었다.이동식 옷걸이, 소파, 침대 위에는 럭셔리한 드레스들이 널려 있었다. 모두 값비싼 옷이었지만 가지각색의 누더기처럼 쌓여 있었다.“촌스러워, 너무 촌스러워! 이게 올해의 한정판이라고? 디자이너의 눈이 삐었나 보네. 공짜로 줘도 안 입겠어!”신효린은 옷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쓰레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