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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마치 피비린내 나는 아수라장에서 본 것 같은, 인간과 악마를 구분할 수 없는 눈빛이다.

신광구는 숨이 막혀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때 정서연이 위층에서 뛰어내렸을 때, 어린 경주는 어머니의 피투성이 된 시신을 붙잡고 뒤늦게 온 아버지를 바라보았는데, 바로 그 눈빛이었다.

혐오하고 미워했지만 두려움이 훨씬 더 컸다.

지금 단지 아람 때문에 친 아버지와 감정이 틀어지려 한다.

진주와 신효린은 경주를 비웃으러 온 것이지만, 웃음거리 대신 놀라움을 느꼈다.

겁에 질린 그녀들은 숨을 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경주는 눈을 감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 뒤돌아서서 자리를 떠나려 했다.

“신경주!”

목이 쉰 신광구는 벌벌 떨면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렇게 구씨 가문의 딸을 지켜주는 것은…… 구씨 가문의 편을 들고 친아버지를 거역하려는 거야? 네가 누구 집 자식인지 잊지 마. 내가 널 지지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어떻게 권력을 가졌겠어!”

자주 듣는 말이라 새롭지도 않았다.

경주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말을 들었고, 심지어 역겨웠다.

“남의 힘을 빌려 이룬 성공은 쉽게 무너져! 감히 날 거역한다면…… 사장 자리에서 쫓아낼 거야! 힘이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어!”

신광구는 그야말로 히스테리를 부렸다.

아내인 진주조차 이 정도로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마음대로 하세요. 정말 그럴 용기가 있으시다면.”

경주는 세상과 단절된 듯한 눈빛으로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구아람을 위해서라면, 신씨 가문 전체와 맞서도 상관없어요.”

……

서재에서 나온 경주의 넓은 어깨가 처지며 영혼이 탈탈 털린 것 같았다.

“경주야.”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눈을 부릅뜨고 보니 신남준이 눈앞에 있었다.

방금 전까지 복잡한 감정에 빠져서 복도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

신남준은 잠옷을 갈아입지 않고 여전히 입고 온 긴 셔츠를 입고 있었다. 관해 정원에서 잘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신광구와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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