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아파요, 괜찮아졌어요.”아람은 예쁜 새엄마에게 바싹 다가갔다.“그…… 먼저 얘기 나누고 있어, 내가 가서 간식 좀 만들어 올게.”말을 마치자 초연서는 두 손을 머리 위로 향해 뿔을 그으며 구회장님이 화가 났다는 신호를 보냈다.아람은 OK라는 손짓을 하며 그녀를 향해 윙크했다.초연서가 떠난 후, 지 비서도 눈치 있게 자리를 피했다.“아버지, 방금 연서 이모랑 하신 말씀을 밖에서 다 들었어.”아람은 아버지 곁에 붙어 앉아 형제처럼 구만복의 어깨를 감싸고 머리를 맞대었다.“날 너무 무시하네. 내가 나대는 건 그럴 자본이 있고 실력이 있다는 거야. 집에서 기르는 카나리아들이 어떻게 나와 같은 훌륭한 사람을 이기겠어.”“넌 확실히 훌륭해. 하지만 그 멍청한 녀석들이 계속 널 건드리는데, 힘들지도 않아?”구만복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왜 그 사람들을 건드리고 소란스럽게 구는 거야, 늙은 나까지 조마조마하게 만드네.”“멍청한 녀석? 풉…… 신씨 가문을 말하는 거야?”아람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소리는 꾀꼬리처럼 맑았다.“구회장이 나보다 더 독하게 말하네, 방금 내 말이 너무 심했어, 인정할게!”“계집애, 네가 손해 볼까 봐 걱정하는 거야, 네가 행복한 건 바라지도 않아!”구만복은 사랑스럽게 딸의 허리를 감싸더니 문득 무슨 생각이 난 듯 다시 눈썹을 찌푸렸다.“신씨 가문의 사람을 건드렸는데, 신경주 그 자식이 사장님으로서 널 난처하게 한 건 아니지?”아람은 가슴이 떨리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 이번 일은 신경주도 옆에서 부채질했어.”구만복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응? 무슨 말이야?”“신효린을 지목하러 나선 여기자가 정말 심한 혼수상태에 빠진 줄 알았는데, 신경주가 몰래 그 사람을 살리고 자선 행사장으로 데려온 거야.”아람의 눈빛이 반짝였다.“허, 겉과 속이 참 다르네, 네 자리를 빌려 자신의 문제를 수습하네. 그놈이 꾀가 많아, 어쩐지 요 몇 년 동안 꾸준히 사장 자리에 앉아 있네.”구만복은 냉소하더니 참
하룻밤 사이에 신효린은 다시 실검에 올랐고 매번 일을 일으킬 때마다 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뿐만 아니라, 다시 한번 자신의 힘으로 신씨 그룹 주식을 하루 만에 수백억 증발시켰다. 참으로 우수한 전적이다.사건 당일 밤, 안나 조는 기자들에게 신씨 호텔과 계약 해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사건 다음날, 여전히 실검에 있었고 신씨 그룹 주식이 폭락했으며 신효린에 대한 토론이 멈추지 않았다.[어떤 귀족 가문 아가씨는 봉황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동물보다도 못해. 구씨 가문 아가씨는 예쁘고 마음씨도 착하고 재능도 많을 뿐만 아니라 호텔 경영에 주얼리 디자인까지 할 줄 아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간통하고 교활하여 신술 궂은 수단만 쓸 줄 알지. 안나가 처음으로 성주에 왔는데 참 창피하네.][신효린을 우리 귀여운 구 알렉스 아가씨와 비교하지 말지? 그럴 자격이 없거든!][신효린이 그런 짓을 한 건 전혀 놀랍지 않아, 윗물이 맑아야 아래 물이 맑지, 알 사람들은 다 알잖아.][참, 신씨 그룹에 좋은 사람이 있긴 해? 이게 무슨 사악한 집안이야, 관련 부서에서 조사해 볼 수 없나?]사건 발생 사흘째, 신경주는 신광구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사장 권한으로 긴급 고위층 회의를 소집했다.신효린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요 며칠 동안 계속 몸이 안 좋다고 했지만 아마 볼 낯 없어서 안 나오는 것 같았다.“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경주는 우아한 몸매를 앞으로 숙이더니 깍지 낀 손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고 눈빛은 위압적이었다.“지난번 KS 호텔의 바자회에서 일어난 일은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가 신씨 그룹을 대표해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안색이 어두운 경주가 손짓을 하니 한무는 즉시 문건을 꺼내 큰소리로 읽었다.“신씨 그룹 이사인 신효린 씨가 그룹에 끼친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처벌 결과를 공시합니다. 이날부터 신효린 씨는 이사직을 해임하고 호텔 프로젝트 기획권을 회수하며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명령했습
‘이건 분명 날 모욕하는 거야!’역시, 진주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점점 변해갔고 경멸이 느껴졌다.“아무리 네가 사장이라고 해도 그룹의 이사를 함부로 처리하면 안 돼! 이 일은 회장이 결정해야 돼! 어떻게 먼저 선수를 쳐?”진주는 어쩔 수 없이 신광구를 내세워 제압하려 했다.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무거운 질문을 가볍게 내던졌다.“그 말씀은, 회장님께서 신효린의 행위를 용서할 거란 말입니까? 설령 상업 절도, 사기를 저지르고 신씨 그룹의 주식을 하룻밤 사이에 백억 대를 증발했다 해도 회장님은 신효린의 이사 자리를 지켜주고 계속 높은 자리에 앉히겠다는 거예요? 고작 회장님의 딸이라서?”이 말들은 칼처럼 사람의 마음을 찔렀다.고위층들이 진주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화가 난 그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마치 옷을 벌거벗은 듯한 수치스러움에 두피가 저려났다.“직장에 절대적인 공평이 없다는 것을 알아요. 우리가 볼 수 있는 공평은 화려한 두루마기 같아요, 까보면 형편없거든요.”경주는 눈을 반짝이며 언성을 높였다.“하지만 제가 사장 자리에 있는 한, 절대 그런 일이 나타나게 하지 않을 겁니다.”진주를 단 한 마디도 욕하지 않았다.그러나 진주는 심한 욕설을 들은 것 같았다.말이 끝나자 갑자기 조용해졌다.곧 모든 고위층들의 눈이 밝아지더니 신 사장님의 당당한 발언에 감동하고 박수를 보냈다.……회의가 끝난 후, 진주가 고위층 회의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소식이 그룹을 휩쓸었고, 모두가 모여서 회장 부인의 어릿광대를 조롱했다.‘회의실에 들이닥치다니, 참 소질도 없네!’신효린의 면직 소식도 이메일로 모두에게 전달되었다.“드디어 신효린을 파면했네, 역시 하느님이 보고 있으셨어!”“하느님은 무슨, 신 사장님이 대단한 거지! 돌아가서 신 사장님의 사진에 대고 빌어보겠어, 이게 바로 정의의 힘이야!”“이게 친척을 모른 체하는 건가?”“퉤! 이건 대의멸친이라고 해! 더구나 친하지도 않잖아! 같은 배속에서 나온 것도 아닌데.”“하하하, 몰라. 아무튼
경주는 뻣뻣하게 입꼬리를 올렸고 눈빛은 슬퍼 보였다.“구아람 곁에 윤유성이 있잖아, 오빠들도 있고, 내가 갈 필요도 없는데 왜 가겠어. 내가 미쳤어?”경주는 가만히 있는데 오히려 한무가 엄청 급해났다.“사장님! 지금 사모님의 마음속에서 호감이 아예 없어요! 미친 짓을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사모님을 되찾지 못할 거예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경주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무를 째려보았다.겁에 질린 그는 침에 사레가 들어 기침을 했다.“이미 이혼했어, 한번 헤어진 부부는 다시 맺어지기 어려워. 구아람을 다시 되찾을 생각도 없어.”경주는 가슴이 답답해났고 목소리는 무겁고 쉬어서 세상 모든 고생을 다 한 느낌이었다.“인연이었다면 날 떠나지 않았을 거고, 인연이 아니었다면 쫓아다녀도 소용없어. 구아람을 놓아준 걸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 단 한 번도.”……진주는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고 관해 정원으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눈물을 터뜨리더니 서재로 가서 신광구를 끌어안고 울며불며 말했다.“오빠! 경주가 양심이 없어! 효린이가 친동생인데! 도와주기는커녕 면직해버려? 앞으로 효린이가 회사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니겠어? 제 고집만 피우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듣지도 않아…… 그저 권력을 잡고 싶어 하잖아, 사장으로 된 후 점점 더 당신을 안중에 두지 않고 있어!”“해직 명력은 내가 내린 거야.”신광구는 짜증이 나서 그녀를 천천히 밀어냈다.“내가 경주를 시켜 효린이를 파면하라고 한 거야.”예전에는 진주의 눈물을 보면 마음이 약해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 그녀가 우는 것을 보면 온몸이 불편하고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졌다.그때마다 신광구는 저도 모르게 경주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 뼛속까지 차갑고 고집 센 여자 말이다.그녀는 신광구를 위해 단 한 번도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고, 진주처럼 애정이 가득하고 애교를 부린 적도 없었다.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아쉬운 건 진정한 의미에서 경주의 어머니를 정복
신씨 가문은 난장판이었다.그러나 구아람은 신나게 해장원 뒤 정원에서 그네 의자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이 그네는 평소 그녀 말고는 아무도 타지 않았다.이건 구만복이 아람의 어머니를 위해 직접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한가하면 그 위에 앉아 순진무구한 소녀처럼 맨발로 어슬렁거리거나 아예 엎질러진 채 나른하게 햇볕을 쬐며 잠을 잤었다.구만복은 매번 와서 어머니에게 직접 그네를 밀어주었었다. 햇빛에 비친 예쁜 두 그림자가 겹쳐지고 갈라지다 또 겹쳐진다.혹은 아내의 곁에 앉아 말없이 서로에게 기댄 채 풍경을 감상하기도 했다.그 후 어머니는 돌아가셨다.하지만 구만복은 매일 집사에게 그네를 깨끗이 닦으라고 명령한다.마치 아람의 어머니가 그냥 놀러 나간 것처럼, 지치면 집으로 돌아올 것 같았다.“아가씨, 안나 조 씨가 이미 저희 쪽으로 이적했어요, 연회에 초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고 하네요.”임수해는 아람에게 그네를 부드럽게 밀어주었다.“아가씨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저에게 연락했어요. 요 며칠 제 핸드폰이 터지는 줄 알았어요.”“아, 영어 말하기 연습도 할 겸 좋은 기회네.”아람은 사과를 아삭아삭 깨물었다.“또 저를 놀리시네요.”수해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꿈틀거리는 붉은 입술을 바라보았다.통통하고 윤기 있고 부드러운 입술은 아람의 손에 있는 사과보다 더 유혹이 컸다.수해는 침을 마구 삼켰다.“예전의 구 사장은 호텔이 더 잘 되기 위해 진심을 굽히고 초대를 받았겠지.”아람은 사과를 씹으며 발끝으로 땅을 툭툭 쳤다.“하지만 난 지금 안나의 롤 모델이야, 난 알렉스잖아. 그 초대를 쉽게 받을 수 없어. 정체를 한 번만 들어내도 충분해. 아니면 신분이 가치가 없게 되잖아.”“그러네요. 전에 안나 조가 아가씨를 무례하게 대하셨는데, 이번에 한 수를 가르쳐 주셔야죠. 미움을 샀으면 대가를 치러야 해요.”“딱히 그런 건 아니야, 그냥 요즘 너무 피곤해서 가기 귀찮아.”아람은 하품을 하였다.“전에 ‘민트’
기락산 국가 삼림공원은 13년 전 구아람과 신경주가 처음 만났던 곳이다.바로 그곳에서 경주가 생명이 위태한 아람을 살려주었다.“오! 범 선생님의 제자예요? 선생님은 팀장을 안 하세요?”아람은 옛 친구의 얘기를 듣자 눈이 반짝거렸다.“네, 선생님께서 다음 달에 은퇴하시거든요. 이번 달에 마지막 순찰을 하고 저랑 업무를 인계하면 고향으로 돌아가실 겁니다.”하 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선생님의 주소록에서 백소아 씨의 이름을 봐서 선생님에게 엄청 중요한 사람인 것 같았어요. 선생님께서는 담담하게 떠나고 싶어 해요. 하지만 이번 달에 시간을 내서 선생님을 뵙고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이 췌장암을 걸려서, 이번에 헤어지면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네? 선생님이…….”아람은 벌떡 일어서더니 심장이 쪼여났다.“검사를 할 때 이미 말기였어요. 아시다시피 췌장암은 빠르게 퍼져요.”하 팀장은 울컥했다.“알겠어요.”안색이 어두워진 아람은 나지막하게 말했다.“시간을 내서 선생님을 뵈러 갈게요.”“백소아 씨, 제가 얘기했다고 하지 마세요. 워낙 자존심이 강해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해요. 동정을 받기도 싫어하시고. 그러니…….”“알겠어요. 제가 선생님과 만난 지 13년이 지났어요. 성격을 잘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통화가 끝나자 아람은 멍하니 그네에 앉아있었다. 한참 지나니 붉어진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아가씨, 범 선생님은 누구예요? 왜…… 왜 그러시는데요?”수해는 급히 한쪽 무릎을 꿇고 품에서 하얀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눈물을 가볍게 닦아주었다.“옛 친구야.”아람은 입술을 부들부들 떨더니 마음도 아파났다.“수해야, 성주와 해문에서 권위 있는 소화기내과 의사가 있는지 알아봐 줘, 최선을 다해서 친구를 도와주고 싶어.”“네, 오늘 바로 알아볼게요.”수해는 정색하며 대답했다. 아가씨가 주동적으로 말하지 않는 한 그녀의 사생활을 존중하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전화가 끊긴 지 얼마 안 되어 또 전화 한
“결국 넌 적을 얕잡아 보고 김은주에게 당했잖아! 내가 빨리 대응해 주었기 망정이지. 아니면 지난번 영감 생일 때 네가 한 짓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미움을 사기엔 충분했어!”“난 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딸인데, 왜 날 미워하겠어?”신효린은 말이 듣기 불편해 목을 빼고 말대꾸를 했다.팍-진주는 화가 치밀어 손을 들어 뺨을 날렸다.“내가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가르쳤어? 말대꾸를 하지 말라고 했지!”맞아서 멍해진 신효린은 얼굴을 감싸고 웅크리고 있었고 눈에는 원망이 가득 찼다.“지금 소희와 같이 놀더니, 또 그 순진한 척하는 계집애에게 쩔쩔매고 있네! 네가 뭘 더 할 수 있겠어? 남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네, 아니면 큰 가업을 네 손으로 망쳤겠어!”진주는 신씨 부자에게 당한 울화통을 신효린에게 화풀이하고 있었다.“이소희처럼 똑똑하지 않으면 네 동생처럼 얌전하게 있어야지! 다시는 구아람을 추켜 세우지 마! 네 동생이 아프지만 않았다면 자질이 너보다 훨씬 높았을 거야! 선택할 여지가 없어서 그러지, 아니면 내가 너에게 희망을 주었겠어? 쓸모없는 놈!”‘이 말은, 내가 신효정 그 바보만도 못하다는 거야?’신효린은 원망스러워서 이를 악물었지만 감히 반박할 수 없어 치욕적인 눈물을 줄줄 흘렀다.……진주는 울고 있는 신효린을 끌고 살벌하게 이씨 가문의 별장으로 들어갔다.오가는 집사들이 혀를 내두르며 실검에서 이름을 알린 신씨 가문 셋째 아가씨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신씨 가문 셋째 아가씨가 도대체 왜 우는 걸까요? 설마 우리 도련님이…… 괴롭혔나요?”“설마…… 임신하게 했나?”“그럴 리가 없어요! 도련님은 바람둥이지만 여자들이 집에까지 찾아와서 사모님과 아가씨의 생황을 방해하지 못하게 할 거예요!”“더군다나, 도련님은 눈이 높아서……. 셋째 아가씨를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밖에서 평판도 안 좋던데.”신효린은 의론하는 소리가 은은히 들려오자 화가 나 콧구멍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 지경이었다.하지만 하필 이씨 가문의 집사들이어서 욕 한 마디도 할 수
이씨 가문의 가정부들은 숨을 들이쉬더니 놀라서 입을 막았다.‘진주가 신 회장님의 사랑을 믿고 이씨 가문에서 난리 치려는 건가?’동시에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란 이소희와 눈을 부릅 뜬 이씨 사모님을 바라보았다.“딸…… 신 사모님 말씀이 사실이야?”이소희는 급히 억울한 척하며 얼굴을 찌푸리며 변명했다.“엄마, 난 그런 적이 없어! 처음부터 안나 조에게 가짜 주얼리를 선물하여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아이디어는 효린 언니가 생각한 거야!”이 계집애가 대놓고 사실을 왜곡하는 것을 보자 신효린은 화가 치밀어 올라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째려보았다.“이소희! 함부로 말하지 마! 네가 안나 조를 끌어들여 구아람을 완전히 망쳐버리겠다고 했잖아, 그래서 알렉스 주얼리를 모조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어!”“구…… 아람? 구씨 가문의 아가씨? 그 사람과 무슨 관련이 있어?”이씨 사모님은 의아한 듯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전…….”말문이 막힌 이소희는 이미에 땀이 맺혔다.‘이 생각이 없는 신효린이 구아람까지 말해? 싸우려고 마음먹었네!’“신 사모님, 여기가 어디라고 소리를 지르는 겁니까?”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신효린은 가슴이 칼에 찔린 듯 움찔했다.안색이 어두운 이유희가 입꼬리를 올리고 냉소하며 문밖에서 성큼성큼 걸어들어오고 있었다.“창피한 줄 모르는 건 상관없는데, 우리 이씨 가문의 품격까지 깎아내리지 마시죠.”“도련님!”집사와 가정부들은 일제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오빠!”이소희는 구세주를 만난 듯 눈물을 글썽이며 불쌍한 척했다.‘오빠가 예전부터 신효린을 싫어했고 어렸을 때부터 날 예뻐했으니 무작정 날 지켜줄 거야!’“이 도련님! 경주와 친형제처럼 정이 두텁고 두 가문도 친분이 있는데, 어떻게 어른인 저에게 이렇게 무례할 수 있어요?”진주는 화가 나서 혀를 내둘렀다.“저와 경주가 사이좋은 건 저희들 일인데, 사모님과 무슨 관계가 있나요? 경주를 낳고 키운 사람도 아닌데.”유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었다.“평소엔 경주에게 잘해주지도 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