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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깊은 밤, 서재.

신경주는 서재 창문 앞에 앉아 와인 한 잔을 따랐다.

지금 와인을 마시기 위해 꺼낸 술잔은 구아람이 전에 경주에게 줬던 선물 꾸러미에서 꺼낸 것이었다. 바로크 스타일의 이 와인잔은 부딪히는 맑은 소리만 들어도 최고의 공예와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람이 경주에게 이 잔을 선물할 때는 아마 그와 평생 함께 할 미래를 꿈꿨을 것이다.

이 생각이 든 경주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고 와인은 농약보다 더 쓰게 느껴졌다.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한무가 자료를 들고 황급히 들어왔다.

“신경주 사장님, 찾아보라고 하셨던 고선정에 대한 자료들입니다. 이번엔 고씨 가문 조상의 묘를 어디로 옮겼는지까지도 모조리 조사해 왔으니 걱정 마세요! 절대 누락된 정보는 없을 겁니다!”

지난번 한무는 자신의 실수로 경주가 아람 앞에서 못 볼 꼴을 보이게 했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자료를 확실히 찾아 지난번의 잘못을 만회하려고 했다.

“그래, 구씨 가문에도 이 자료를 보내.”

경주는 손에 든 아름다운 와인잔을 빙빙 돌리며 흥미진진하게 와인을 음미하고 있었다.

한무는 어리둥절해졌다.

“구진 씨께 보낼까요?”

그러자 경주는 싸늘한 눈빛으로 한무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아, 구아람, 작은 사모님이요.”

“메일로 보내.”

경주는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한 마디 덧붙였다.

“익명 메일로 보내.”

“네? 왜죠?”

한무가 얼른 물었다.

경주는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

“아람이 내가 보낸 메일임을 알면 아마 보지도 않고 지워버릴 거야.”

‘어쩜 이렇게 비굴하게 변했지!’

한무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이때, 테이블 위로 올려둔 핸드폰이 울렸다.

경주가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뜻밖에도 이유희에게서 걸려온 영상통화였다.

경주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또 무슨 일인데?”

핸드폰의 스크린 화면에는 얼굴이 창백한 이유희가 새하얀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이 비쳤다. 배경이 파란색과 흰색이 섞인 벽인 것으로 봐서 아마 병원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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