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해는 숨을 헐떡이며 구아람에게로 달려왔다. 아람은 결과를 묻기보다는 서둘러 탁자 옆으로 가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 임수해에게 건네주었다. “일단 숨부터 좀 고르고, 뜨거운 물 좀 마셔. 밖에 많이 춥지?”임수해는 물컵을 받았다. 이때 차가운 손끝이 무심코 아람의 손과 부딪혔고 순식간에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타고 흐르는 것 같았다. “좀 쉬어.” 아람은 몸을 돌려 먼저 소파에 앉아 가느다란 다리를 꼬았다. 임수해는 뺨이 약가 붉어졌다. 그리고 양손에 물컵을 들고 숨을 가다듬었다.“아가씨,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가씨의 말이 맞았어요. 그 양준호는 과연 고선정과 아는 사이었는데 꽤 깊은 사이처럼 보였어요!” 아람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아무리 대단해도 곁에 너 같은 조수가 있어야 대의를 이룰 수 있는 거 아니겠어?”임수해는 수줍게 웃으며 핸드폰을 아람에게 건넸다. 아람은 긴 속눈썹을 늘어뜨리고 핸드폰 안의 사진을 훑어보았는데 그다지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핸드폰 안의 사진은 양준호와 고선정이 카페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었다. 양준호는 고선정의 뺨을 어루만지고 고선정은 양준호의 손을 감쌌는데 서로를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가씨, 이제 증거도 확실하니 양준호를 찾아가 따지자고요!” 임수해는 이미 충분히 증거를 찾아낸 것 같아 매우 흥분되었다. “이것만으론 아직 부족해.” 아람은 무표정한 얼굴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부족하다고요?” 임수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 이미 사람을 통해 양준호와 고선정이 근 두 달간 호텔에 드나든 기록을 찾아보게 했습니다. 그들은 근 두 달 동안 매주 2번 이상은 함께 호텔에 갔는데 심지어 그전엔 전혀 아무런 왕래가 없었습니다.” “이게 설마 양준호가 스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겁니까?” “확실히 양준호가 스파이인 건 맞아. 그러나 증거가 부족해. 너도 법을 배우 적 있어 알겠지만 지금 이것들은 전부 간접적인 증거일 뿐이니 양준호의 죄를 규정짓기엔 아직 부족
깊은 밤, 서재. 신경주는 서재 창문 앞에 앉아 와인 한 잔을 따랐다.지금 와인을 마시기 위해 꺼낸 술잔은 구아람이 전에 경주에게 줬던 선물 꾸러미에서 꺼낸 것이었다. 바로크 스타일의 이 와인잔은 부딪히는 맑은 소리만 들어도 최고의 공예와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람이 경주에게 이 잔을 선물할 때는 아마 그와 평생 함께 할 미래를 꿈꿨을 것이다. 이 생각이 든 경주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고 와인은 농약보다 더 쓰게 느껴졌다.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한무가 자료를 들고 황급히 들어왔다. “신경주 사장님, 찾아보라고 하셨던 고선정에 대한 자료들입니다. 이번엔 고씨 가문 조상의 묘를 어디로 옮겼는지까지도 모조리 조사해 왔으니 걱정 마세요! 절대 누락된 정보는 없을 겁니다!” 지난번 한무는 자신의 실수로 경주가 아람 앞에서 못 볼 꼴을 보이게 했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자료를 확실히 찾아 지난번의 잘못을 만회하려고 했다. “그래, 구씨 가문에도 이 자료를 보내.” 경주는 손에 든 아름다운 와인잔을 빙빙 돌리며 흥미진진하게 와인을 음미하고 있었다. 한무는 어리둥절해졌다. “구진 씨께 보낼까요?” 그러자 경주는 싸늘한 눈빛으로 한무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아, 구아람, 작은 사모님이요.” “메일로 보내.” 경주는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한 마디 덧붙였다. “익명 메일로 보내.” “네? 왜죠?” 한무가 얼른 물었다. 경주는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 “아람이 내가 보낸 메일임을 알면 아마 보지도 않고 지워버릴 거야.” ‘어쩜 이렇게 비굴하게 변했지!’ 한무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이때, 테이블 위로 올려둔 핸드폰이 울렸다. 경주가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뜻밖에도 이유희에게서 걸려온 영상통화였다. 경주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또 무슨 일인데?” 핸드폰의 스크린 화면에는 얼굴이 창백한 이유희가 새하얀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이 비쳤다. 배경이 파란색과 흰색이 섞인 벽인 것으로 봐서 아마 병원인 듯했다.
지난번 회의 후, 구아람의 직원들은 다시 희망을 갖게 되었고 의욕이 넘쳤다. 아람은 직원들의 정신적 지주였다. 아람을 따르는 직원들은 모두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에 매료되어 아람의 팬이 되곤 했다. 오늘, 회의에 참석한 아람은 웃음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회의에서 아람이 말했다. “오늘 밤, 안나 조와 만나기로 약속 잡았습니다. 계약을 다시 할 수 있던 없던 안나 조가 저희를 다시 만나주기로 한 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지요.” 직원들은 환호를 질렀다. 맨 끝자리에 앉은 양준호도 함께 웃는 듯했지만 사실 눈가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비록 우리 쪽에서 먼저 계약을 위반했지만 전 안나 조가 그렇게 융통성 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 이번에 새로 완성한 기획안으로 반드시 신씨 호텔을 이기고 다시 안나 씨를 데려올 자신이 있습니다.” 아람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구아람 사장님! 저희도 그 새로운 기획안 보여주세요!” “저도 당연히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지만 지난번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고 하니 조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을 믿지 않는 게 아니라 밖에서 저희를 지켜보는 눈들도 많으니 더욱 신중하려는 겁니다.” “전 KS WORLD 호텔의 사장으로서 다시는 지난번과 같은 일을 두 번 일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이해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모두 아람의 고충을 이해했기에 모두들 아람의 결정에 의의는 없었다. ……저녁 무렵, 아람은 KS WORLD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고 임수해는 아람의 사무실에서 그녀의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정리가 끝난 뒤, 임수해는 전화를 하면서 사무실을 떠났다. 임수해가 떠나자마자 양준호가 쏜살같이 아람의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오늘 밤, 경비는 그렇게 삼엄한 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양준호는 오직 아람만의 공간인 그녀의 사무실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양준호는 이곳 도처에 CCTV가 있기에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혀 숨길 수 없다는 것
순간 양준호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뒤로 한 걸음 비틀거리며 똑바로 서지 못했다.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증거도 확실한데 또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임수해는 구아람이 이 자식 때문에 몇 날 며칠을 고생한 것을 떠올리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이미 양준호를 처벌할 여러 가지 방안들을 구상하고 있었다.“할 말은 없습니다.” 양준호는 비록 마음속으로는 아람이 매우 두려웠지만 고선정에 대한 사랑으로 그 두려움을 이겨낸 듯 머리를 쳐들고 가슴을 편 채 당당하게 말했다. “기획안도 제가 훔친 거고 언론에 판 것도 접니다. 모든 것은 제가 저지른 일이니 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벌을 달게 받겠다고는 하나 양준호의 태도로 보아 분명 불복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임수해는 화가 치밀어 이를 악물었고 당장이라도 양준호를 패고 싶었다. “임수해 비서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모두 밖에서 대기해 주세요.” 시종 침묵하던 아람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는데 위압감이 넘쳤다. 경호원들은 명령을 듣고 모두 신속하게 문밖으로 물러났다. “양준호,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해줄게.” 아람은 유유히 소파로 가 앉았다. 그리고 테이블 위의 초콜릿을 들어 입에 집어넣었다. “사실, 처음부터 새로운 기획안은 없었어. 안나 조와 만나기로 약속한 적도 없고.” “뭐, 뭐라고?” 양준호는 깜짝 놀랐다. 아람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못 믿겠으면 네 손에 든 그 기획안 펼쳐보던가.” 양준호는 부들부들 떨며 손에 든 기획안을 펼쳐보았는데 삽시간에 땀이 비 오듯 흘렀다.기획안 첫 페이지에만 글자가 있을 뿐, 그 뒤부터는 전부 백지였다. 방금 양준호는 스스로 자신의 죄를 인정했고 이 내용은 이미 임수해의 녹음펜에 녹음되었으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증인이었다. 양준호가 아람의 계략에 완전히 당한 것이었다. “구아람, 스파이가 나인 줄 어떻게 알았지?!”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양준호도 단도직입적으로 따져 물었다. “우리 KS WOR
양준호는 미친 듯이 구아람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마치 아람이 양준호의 어머니를 죽이고 아내를 괴롭히기라도 한 듯이 말이다. 임수해는 양준호의 말에 화가 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아람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오히려 붉은 입술을 치켜올리고 싱긋 웃더니 말했다. “풉, 좀 재밌네.” “뭐라고?” 양준호는 살짝 당황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고선정이란 여자도 참 대단하다고.” 아람은 또 테이블의 초콜릿을 만지작거렸다.그리고 임수해는 아람이 단 것을 찾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귀엽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고선정은 고작 두 달 만에 널 이렇게 자신의 인생 망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게 만들었으니 말이야.” “쯧쯧, 그러니 참 대단하지.” “구아람! 넌 선정이를 뭐라 할 자격 없어! 이 권력만 믿고 나대는 악독한 여자야! 너만 아니었다면 선정이는 아마 고씨 가문의 아가씨로 잘 살았을 거야. 그런데 네가 그녀의 인생을 모두 망쳐버린 거야!” 양준호는 점점 감정을 걷잡을 수 없었고 소리를 질렀다. “X같은 재벌! 넌 사회의 악이야!” 옆에 있던 임수해는 아람이 왜 양준호를 바로 경찰서로 보내지 않고 기어코 여기서 미치광이의 쓸데없는 말을 듣고만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마음대로 욕해. 필경 네 입은 내가 통제할 수는 없을 테니까. 우리 아빠도 이런 비난 속에서 지금까지 살아왔고.” 아람은 아름다운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하지만 네가 내 사업에 피해를 끼친다면 말은 다르지. 이제부터 내가 무례하다고 탓하지 마.” “이게 바로 내 성격이니까. 내 일을 망친 사람에게 결코 좋은 결말은 없어.” 양준호는 순간 흠칫 놀랐다.아람이 내뿜는 압박감은 정말 엄청났다.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네가 몰랐던 사실 하나 알려주지. 처음부터 끝까지 고선정은 널 사랑한 적 없어. 그녀가 너와 함께 한 이유는 단 한 가지, 네가 KS WORLD호텔의 사람이었기 때문이지. 널 이용하려고!” “헛소리! 헛소리야! 우리 사이
구아람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고선정이 어떻게 갑자기 널 찾아 이렇게 정확하게 계약 위반이라는 급소를 타격할 수 있었겠어? 고선정 배후에는 누군가 있는 게 확실해.” 이 말을 들은 양준호는 통곡하며 후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양준호는 자신의 인생이 망가진 걸 후회하는 게 아니었다. 단지 고선정 같은 창녀를 자신이 보물처럼 여겼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구아람 사장님,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말씀드리지요!” ……양준호는 그동안 고선정이 어떻게 자신이 기획안을 훔치도록 사주했는지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털어놓았다.임수해는 옆에서 녹음하고 있었다. 양준호는 비밀리에 경찰서로 압송되었다. 그리고 임수해는 아람의 비서 겸 KS WORLD호텔의 법률 대리인으로서 정식으로 양준호를 고소할 계획이었다. 내부의 스파이를 잡았으니 이제 그를 조종한 사람을 잡을 차례였다. 아람은 잘 정돈된 책상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이고, 도둑질하러 와서 이리저리 뒤져놓고 다시 원상복구해놓으려니 참 힘들었겠네.” 임수해가 말했다. “아가씨, 아까 자료 누가 준건지 아직 말씀 안 하셨어요.” “신경주가 준 자료야.” 임수해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신경주가 줬다고요?! 신씨 호텔과 우리 호텔은 경쟁 관계 아닙니까? 그런데 그가 왜 이러는 걸 까요?!” “아마 자기가 책임졌던 프로젝트가 진주 모녀의 손에 넘어가는 게 달갑지 않았던 모양이야. 그래서 내 손을 빌어 신효린을 치워버리려는 속셈인 것 같아.” 아람은 갑자기 그날 밤, 자신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던 신경주를 떠올리며 순간 가슴이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난 차라리 세상에 귀신이 있다는 걸 믿지, 경주가 온전히 날 도우려 했다는 걸 믿진 못하겠어.” “자신의 신분을 들키지 않으려고 익명으로 메일을 보냈던데, 쳇, 감히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아람의 해킹 공주라는 별명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아가씨, 이제 저희 호
‘평생의 흑역사네!’이때, 인터폰이 울려 신경주는 핸즈프리 버튼을 눌렀다.“무슨 일입니까?”“신 사장님, KS WORLD 호텔 구 사장님의 비서가 왔습니다. 예약을 하지 않았는데 돌려보낼까요?”임수해가 왔다는 소식을 듣자 한무는 고양이를 만난 강아지처럼 눈을 흘겼다.“들어오라고 하세요.”경주는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하였다.신씨 그룹의 사장님을 만나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하지만 수해는 구아람의 사람이기에 그린라이트를 켜줄 수 있었다.몇 분 후, 표정이 냉정한 수해가 사무실로 들어왔다.“신 사장님, 아가씨의 명을 받고 물건을 전달하러 왔습니다.”말을 하는 동안 수해는 손에 들고 있던 새하얀 박스를 책상 위에 놓았다.“뭡니까?”경주는 오로지 박스만 보면서 물었다.“폭탄이요.”수해는 냉정하게 대답했다.말문이 막힌 경주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저기요, 지금 자신이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해요?”한무는 아람이의 졸개를 보기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정말 폭탄이라면 신씨 그룹 입구의 보안 검사를 통과할 수 있었겠어요?”수해는 비아냥거렸다.“그니까 왜 물어보는 겁니까? 아무튼 위험한 물건은 아니에요. 아가씨가 드린 것이니 받기만 하면 됩니다.”한무는 이를 악물고 속으로 비아냥거렸다.‘개가 사람 흉내 내는 게, 말을 참 더럽게 하네!’경주는 입을 오므리더니 의심을 품고 박스를 열었다.안에는 확실히 위험한 물건이 아닌 못생겼지만 귀여운 강아지 머리 모양의 크림 케이크가 들어있었다.이것을 보니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아가씨가 직접 만든 거예요?”경주의 침착한 눈빛에는 기쁨이 감돌았다.“허, 신 사장님은 어떻게 그런 공상을 할 수 있습니까? 이건 아가씨의 부탁으로 제가 사온 것입니다.”수해는 냉소하였다.“아가씨가 직접 요리한 것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경주는 목이 메고 숨이 막혀 이를 악물었다.“말이 참 지나치네요. 구 아람씨가 우리 신 사장님께 요리를 해준 적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진짜
다음날 저녁, 어느 호텔 디럭스 스위트룸.땀을 뻘뻘 흘리게 하는 현실적 춘화가 뜨겁게 상연했다.“오빠…… 대단해…… 왜 이렇게 잘하는 거야!”고선정은 장민준의 몸 위에서 굼실댔다.“자기가 그렇게 불러주는 게 너무 좋아, 오빠라고 더 불러봐…….”장민준의 저속한 말이 끊이지 않았고 고선정도 열심히 호응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뉴스부 대표로 되기 위해 그녀는 매번 몸을 바칠 수밖에 없었다.한창 격정에 이르렀을 때, 문이 쾅 하고 열렸다.“아!”고선정은 비명을 지르며 서둘러 남자의 몸 위에서 내려오더니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눈꼴사나운 몸을 벌거벗고 있는 장민준은 황급히 침대에서 내려와 팬티를 입더니 깜짝 놀라서 소름이 돋았다.“여…… 여보!”“장민준, 이게 바로 네가 밖에서 키우는 음란한 계집애야?”장씨 사모님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고선정을 바라보았다. 175CM의 키를 가진 그녀는 보통 여자에 비해 덩치가 우람했다.외투를 벗자 드러난 기린팔은 고선정의 몸을 부들부들 떨게 했다.“흥, 난 무슨 꽃처럼 예쁜 여인인 줄 알았는데, 이런 시들어진 배추 같은 여자와도 바람피울 수 있었어? 여우라고 부르는 것도 아까워, 요강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어!”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씨 사모님은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고선정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이불 속에서 끌어내더니 팔을 휘둘러 입가에 피가 흘릴 정도로 뺨을 세게 때렸다.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한 정도였다.“아아아! 사장님! 살…… 살려주세요!”머리가 깨질 정도로 아파난 고선정이 울면서 소리쳤다.그러나 장민준은 감히 끼어들지 못해 얌전하게 벌벌 떨고 있었다.이때, 장씨 사모님의 비서가 키 큰 경호원 두 명을 데리고 들어왔다.“자! 다들 빨리 내연녀를 보러 오세요! 뻔뻔스럽게 우리 맏언니의 남편을 꼬셨어요! 개 같은 연놈들이 즉석에서 간통을 잡혔어요! 절대 놓치지 마세요!”비서가 휴대전화를 들고 찍은 그들의 모습이 라이브로 방송되었다.장민준과 고선정은 모두 멍해 있었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