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이유희는 너무 놀라 가슴이 바늘에 찔린 듯이 아파났고 주먹을 움켜쥐었다.‘그래서 신효정의 언행이 특이했구나, 스물두 살이면 웬만한 것을 다 알 건데, 여전히 풋풋하고 유치한 아이처럼 보였어.’이것이 바로 진주가 신효정을 일 년 내내 가택 연금하고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한 이유이다.“네가 효정이의 의견을 물어봤어? 하고 싶은지 물어는 봤어? 넌 단 한 번도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넌 그런 머리가 없으니까.”신경주는 마음이 아파 나서 숨을 들이쉬었다.“효정이는 그저 평온한 삶을 살고 싶어 해, 그러니 더 이상 방해하지 마. 네가 이러는 것은 그녀를 해치는 거야.”잠시 멍해 있던 이유희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 그럼 병을 치료할 수 있어?”신경주는 어이없는 듯 고개를 저었다.“치료할 수 있다면 지금도 그렇겠어?”이 말을 듣자 멍하니 어젯밤 놀라서 하얗게 질린 얼굴을 떠올리니 심장이 아파나며 말문이 막혔다.이때, 신경주의 핸드폰이 울리더니 신광구가 전화 왔다.그는 눈썹을 찌푸리고 망설이다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아버지.”“지금 당장 신씨 그룹으로 와, 사무실에서 기다릴게.”말을 마치자 전화는 바로 끊였다.신경주는 어두운 스크린을 바라보며 냉소를 하였다.‘정말 부자 사이가 맞아?’가끔 그는 이런 겉만 번지르르한 관계가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하곤 했다. 그러면 신광구라는 사람을 이토록 미워하지 않을 것이다.……신씨 그룹, 회장실.비서가 문을 열고 신경주를 공손히 안내해 주었다.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넓은 책상 뒤에 반듯하게 앉아 있는 신광구 말고 신효린도 있었다.그러자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안색이 어두워졌다.“오빠.”신효린은 순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그를 불렀다.모르는 사람이 이 모습을 보면 아마 사이좋은 남매로 오해할 것이다.신경주는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셋째 여동생에게 그는 늘 차갑게 대하였다.“경주야, 어젯밤 호텔에서 일어난 일,
비서는 서둘러 텔레비전을 켜고 뉴스 채널로 바꾸었다.또 3시 뉴스였다.이것을 보자 신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지난번 백흥 타운 프로젝트를 뺏긴 후, 이 뉴스 프로그램을 보면 기분이 나빠졌다.“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시 뉴스입니다. 우선 오늘의 톱뉴스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국제 영화배우 안나 조는 어젯밤 성주에 도착하여 수많은 팬들과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번 안나 조는 아픈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어머니의 고향인 성주에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합니다. 그동안 유명 호텔인 신씨 호텔과 KS WORLD이 안나 조의 결혼식 주최권을 따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양측의 며칠간 경쟁 끝에 안나 조는 마침내 이상적인 호텔을 선택했습니다.”신경주는 마른침을 삼키며 스크린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바로 KS WORLD입니다. 원하신 대로 안나 조의 결혼식 주최권을 따내신 것을 축하드립니다!”그 순간 신경주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이명이 들려오더니 머리가 뚫린 것처럼 심하게 아파났다.그러나 신효린의 얼굴에는 희색이 돌았다.‘상황이 무너질수록 신경주는 더 쓸모없어 보이면 내가 권력을 잡을 기회가 더 커지잖아!’곧이어 화면에서는 ‘3시 뉴스’의 인터뷰를 받고 있는 안나 조가 KS WORLD를 선택한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는 모습이 나타났다.“신씨 호텔도 훌륭한 호텔이지만, 개인적으로 KS WORLD의 웨딩 기획안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호텔 실력과 상관없이 제 개인적인 선호의 문제입니다…….”신광구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어 리모컨을 들고 티비를 끄더니 힘껏 내동댕이쳤다.“허, 이젠 순간적인 득실에 신경 쓸 것도 없이 여지없이 져버렸네! 안나 조의 결혼식을 따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어젯밤의 일이 남 좋은 일로 되었으니, 이걸 어떻게 해결할 거야?”얼굴이 하얗게 질린 신경주는 말을 하려는 순간 신효린이 먼저 위로를 하며 말했다.“에이, 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몸조심 해야죠.”진주가 몸소 보여 준 언행으로 신경주의 편을 들어주었다
“제가 구아람과 이혼했고 더 이상 제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그녀를 건드릴 생각은 하지 마세요.”안색이 어두운 신경주는 차가운 눈빛을 하며 한 걸음 다가섰다.신광구는 순간 어깨가 부르를 떨었고 부자는 눈을 마주치며 대치했다.신효린도 그 매서운 눈빛에 겁을 먹었다.하지만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환심을 사기 위해 돌아서 신광구 곁으로 다가가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아버지, 구아람 때문에 오빠랑 얼굴 붉히며 싸우지 마세요. 지금은 우세를 차지했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잖아요.”“효린아, 그 뜻은…… 무슨 방법이라도 있다는 거야?”신광구도 그 말의 뜻을 눈치채고 다급하게 물었다.“아버지, 저에게 안나 조의 일을 전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반드시 그녀를 다시 되찾을 방법이 있을 거예요.”신효린은 굳게 맹세를 하며 말했다.“KS WORLD에서 결혼한다는 소식을 발표했다고 해도, 이런 일은 계획에 따라갈 수 없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신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그는 이복동생을 꽤 잘 아는 편이다. 야심만만하여 신씨 그룹에서 늘 일정한 권력을 얻으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욕망을 따라 줄 능력이 없다.하지만 이번에 감히 당당히 경쟁하고 모든 일을 도맡으려는 모습은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분명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어.’“좋아! 역시 믿음직한 우리 딸, 패기가 있네!”만족스러운 듯 웃는 신광구는 신효린의 손을 꼭 잡았다.“그럼 안나 조의 결혼식은 모두 너에게 맡길게, 이따가 오빠랑 인수인계를 해! 경주야, 넌 잠시 빠져있어, 또 구아람이랑 엮이지 말고, 효린이에게 맡겨!”굳어진 신경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공을 세우면 신광구는 그를 칭찬해 주지 않지만 잘못을 저지르면 늘 먼저 그를 처벌하고 제압했다.왜냐하면 사생아인 그를 업신여기고 있고 또한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까 봐 두려워 조심하고 있는 것이다.“기회를 줘서 고마워요, 아빠!”신이 난 신효린은 신광구를 끌어안았다.“일이 성사된다면 내가 반드시 보상을 줄게.
회장실에서 나온 신경주는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사장님, 어떠셨어요? 회장님께서…… 난처하게 하진 않았어요?”한무는 미리 커피를 준비하고 걱정스럽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신경주는 소파에 걸터앉아 커피잔을 들고 우울하게 한 모금 마셨다.“그러진 않았어.”한무는 마음이 놓여 숨을 내쉬었다.“그게 가능할 거 같아?”그러자 한무는 또다시 눈을 부릅뜨고 걱정하기 시작했다.“그럴 줄 알았어요! 정말 친아버지 같지 않네요!”“허, 가끔은 진짜 친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좋겠어.”향긋한 커피도 그저 약처럼 씁쓸하게 느껴졌다.“아쉽게도 내 몸엔 그의 피가 흐르고 있어”“어휴.”마음이 답답한 한무는 한숨을 내쉬며 말문이 막혔다.“신광구는 이미 안나 조 결혼식 프로젝트를 신효린에게 맡겼어.”“네?”깜짝 놀란 한무는 화를 내며 울부짖었다.“안나 조의 결혼식을 이용해 신씨 호텔의 명성을 되살린다는 아이디어는 사장님의 생각이라는 건 둘째치고, 팀을 이끌고 끊임없이 회의를 하고 결혼식 계획을 논의하며 밤낮으로 고생했잖아요. 그 누구도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을 원지 않아요. 왜 노력한 건 보지도 않고 그렇게 쉽게 성과를 남에게 넘겨줄 수 있어요? 분명 진주가 뒤에서 부추겼을 거예요!”“그뿐만 아니라 신효린이 이 일을 성사시키면 신씨 호텔의 경영권도 그녀의 손에 넘어갈 거야.”신경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말했다.이 말을 듣자 한무는 숨을 들이쉬며 모덜미를 잡았다.‘그 어르신이 평소 그룹을 경영할 때는 정확한 통찰력이 없어 보였는데 아들을 괴롭히는 데 일가견이 있네!’“그, 그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뺏기는 것을 보고만 있었어요?”“부녀가 맞장구를 치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어, 신광구가 처음부터 나의 권력을 빼앗고 싶어 했어.”신경주는 화내지도 않고 늘 침착했다.“마침 신효린이 그에게 이유를 만들어주었지.”이런 일로 화를 크게 낸다면 지금껏 살아오지 못하고 주유처럼 화병으로 죽었을 것이다.“그럼 우린 가만히 앉아서 죽기만 기다려요?”달갑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토록 좌절을 느끼게 한 여자는 없었다. 김은주에게 이용하고 배신을 당해도 신경주는 그저 화가 날 뿐이었다.신씨 호텔보다 일사불란하게 잘 꾸며진 호텔 로비를 보는 신경주는 쓴웃음을 지었다.그와 결혼한 구아람은 세상 물정을 모르고 늘 당하고 사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시골 사람’ 신분을 얕잡아 보진 않았지만 자신의 세계와 너무 멀리 떨어져 절대 어울리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그녀의 세계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그가 끈질기게 쫓아가도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인 것 같았다.구아람이 모든 자존심과 존엄성을 버리고 곁에 있어주던 그 3년이 그녀와 제일 가까웠던 순간이었다.높은 자리에 있어 우러러 봐야 하는 사람은 여태껏 신경주가 아니었다.마침 호텔의 직원 두 명에게 일을 맡기고 있는 임수해는 우연히 뒤를 돌아보자 로비에 서 있는 신경주가 눈에 들어왔다.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렇게 하고, 마저 일 보세요.”“네, 임 비서님.”직원들이 떠난 후, 임수해는 싸늘하게 신경주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신 사장님, 레스토랑은 왼쪽에 있고 라운지는 오른쪽에 있습니다. 카페는 3층에 있고 방 잡으려면 카운터로 가세요.” “구 사장님을 만나고 싶습니다.”무뚝뚝한 신경주는 직설적으로 말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우리 구 사장님을 아무나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차갑게 피식 웃는 임수해는 눈에 원망이 가득 찼다.호텔에서 손님을 대하는 예의를 지킬 필요가 없었더라면 이미 신경주를 쫓아냈을 것이다.“마음대로 생각하세요. 하지만 오늘은 꼭 구 사장님을 만나야겠어요.”신경주는 자신이 점점 뻔뻔스러워졌다는 것을 느꼈다. 예전이라면 굴욕을 당하면 바로 떠났을 텐데, 이번에는 남으려고 못 들은 척하고 있있다.‘욕먹는 게 무슨 대수겠어, 구아람을 만나지 못하면 잠을 설칠 것 같네.’“아가씨는 당신을 만나 주지 않을 거예요. 당신을 보면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빠지거든요.
구아람은 비록 나타나지 않았지만 호텔에서 일어난 일들을 전부 꿰뚫고 있었다. “아가씨, 신경주 사장님과 윤씨 가문 넷째 도련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임수해는 손끝으로 블루투스 이어폰을 누르고 등을 돌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경주와 윤유성은 등을 꼿꼿이 펴고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날 만나? 허, 날 무슨 일로 만나는데?” “아가씨, 아마 신경주 사장님과 윤유성 씨는 오늘 아가씨를 뵙지 않으면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경비원들을 불러 저들을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임수해는 경주와 윤유성의 확고한 태도에 난처하단 듯이 말했다. “그들에게 무슨 일로 날 찾냐고 물어라.” 아람은 냉랭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아가씨께서 당신들이 무슨 일로 찾아오신 거냐고 물으십니다.” 임수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전 감사의 의미로 구아람 씨께 간단한 식사를 대접하려고 합니다.” 윤유성은 미소를 지으며 안경을 슬쩍 올렸다. “지난번 사인받은 앨범은 이미 저의 어머니께 전해드렸습니다. 아주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감사의 의미로 구아람 씨께 밥 한 끼를 대접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서요.” 말하면서 윤유성은 싸늘한 눈빛으로 경주를 슬쩍 흘겼다. 윤유성은 아람이 마음이 따뜻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런 이유라면 아람이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게다가 윤유성은 아람이 결코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전에 그녀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 경주보다 못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임수해는 윤유성의 말을 듣고 경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경주는 담담하게 말했다.“공적인 일입니다.” 윤유성은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아람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임수해에게 분부했다. “신경주 사장님을 모셔오거라.” 순간 윤유성과 임수해는 모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경주는 조각한 듯이 우아한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띄었다. 경주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샘솟았
“아가씨께서 들어오시랍니다.” 임수해는 마치 신경주와 가까이 있으면 무슨 전염병이라도 옮는 것처럼 멀찌감치 서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저에게 감사할 필요 없습니다. 저의 아가씨께서 너무 착하신 것뿐이니까요. 만일 저였다면 당신을 야구 방망이로 때려 쫓아냈을 겁니다.” 말이 끝나자 임수해는 몸을 돌려 떠났다. 경주는 한숨을 내쉬며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KS WORLD 호텔의 주방은 너무 스테인리스 스틸 실버와 순백 두 가지 색상으로만 구성되어 있었는데 마치 무균 식품 생산업장처럼 너무 깨끗했다.뿐만 아니라 공간은 매우 조용했는데 경주가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의 숨소리뿐이었다. 주방의 한 모퉁이를 돌자 경주는 스테인리스 스틸 조작대 옆에 가늘고 아름다운 구아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넓고 큰 조작대는 그 가냘픈 실루엣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오늘 아람은 또 한번 경주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아람은 순백의 조리복을 입고 머리칼은 전부 위생모자로 가렸으며 입과 코에는 투명한 플라스틱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왼손에는 핑크빛이 감도는 반죽이 들려 있었는데 오른손으로 가위를 잡고 온 정신을 집중하여 반죽을 조각하고 있었다. 아람은 너무 집중한 나머지 경주가 들어온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때 경주는 문득 오씨 아줌마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도련님, 도련님께서 드신 그 쿠키들은 밖에서 산 것도 아니고 셰프가 만든 것도 아닙니다. 전부 작은 사모님께서 직접 만든 것입니다! 셰프님도 그러는데 작은 사모님의 솜씨는 보통이 아니랍니다.” “도련님께서 맛있게 드신 그 쿠키 하나에도 작은 사모님이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으셨는지 압니까? 하루 종일 주방에만 틀어박혀 지내시고 허리가 뻐근해도 파스만 붙이며 고통을 참으셨습니다.” 순간 경주는 눈이 파르르 떨려왔고 가슴에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었다. 이건 경주가 처음으로 아람이 요리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지난 3년, 천여 일의 시간 동안 아람은 줄곧 이렇게 지내
구아람은 아름다운 눈동자가 갑자기 움츠러들더니, 순간 신경주의 단단한 가슴을 힘껏 밀면서 얼른 일어났다. 그리고 재빨리 뒷걸음질 치더니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뒤에 있던 냉장고의 문에 부딪혔다. 아람은 숨이 가빠졌고 당황하여 심란한 가운데, 얼굴은 살짝 붉은빛을 띄었고 옥처럼 맑은 이마에는 영롱한 땀방울이 맺혔다. 투명한 마스크를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아람은 여전히 경주의 입술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젠장! 왜 이렇게 된 거야.’ 아람은 얼굴이 붉어졌고 숨을 헐떡이며 화가 난 듯 얼른 마스크를 벗어 땅에 내팽개쳤다. ‘못 쓰겠어. 더러워!’ 경주는 늘씬하고 단단한 몸을 느릿느릿 털고 일어나 조리대의 가장자리에 기대고 있었다. 경주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눈썹을 약간 찡그렸고 방금 배불리 식사를 마친 짐승처럼 입을 오므리고 있었다. 경주는 겉으로는 비록 아주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사실 지금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안 아파, 등?” 경주는 눈빛이 흐리멍덩했는데 분명 방금의 갑작스러운 키스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경주는 그런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 썰렁한 말투로 물었다. “너랑 무슨 상관이야!” 아람은 방금 쿠키를 먹어버린 경주에게 화가 나 이를 악물고 말했다. “신경주, 누가 너더러 먹으래?! 내가 오후 내내 만든 건데, 널 먹이려던 게 아니란 말이야!” “난 네가 만든 쿠키를 못 먹은 지 너무 오래되어 그냥 먹어보고 싶었을 뿐이야. 전에 네가 자주 만들어 줬었잖아.” 경주는 식탐이 그리 많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평소 바쁠 때면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그러나 아람이 이렇게 열심히 만든 쿠키를 보니, 경주는 마음이 근질근질하여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듯 홀랑 집어먹었다. 뿐만 아니라 경주는 만약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아람의 쿠키를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허, 옛날은 옛날일 뿐이고 지금은 지금이잖아!” 아람의 눈빛에는 화가 난 기색이 역력했
주성택은 검찰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고 큰 곤경에 처했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그러자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모든 소셜 플랫폼, 뉴스 헤드라인은 동시에 주성택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으로 바뀌었다. 반응이 빠른 기자들은 윤정용을 향해 달려갔다.“윤 회장님, 사위가 체포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주 의원님이 사적으로 한 모든 일을 알고 있어요?”“주 의원님이 재임 동안 당신과 상호 이익을 얻었어요? 지위를 이용해 윤씨 그룹에 몰래 혜택을 준 건가요?”윤정용은 원망스러워 이를 악물며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윤성우가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이 하이에나 같은 경찰들이 들이닥치잖아. 심지어 앞장서는 사람이 구씨 가문 둘째 아들 구진이야!’같은 위풍당당한 재벌인데, 구만복의 아들 구진은 당당하게 체포하러 왔고, 체포당한 사람은 자신의 사위 주성택이다. 그러자 윤정용은 체면이 떨어졌다고 느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여기에 있지 말았어야 했어. 혼란 속에서 빠져나가야 했어. 정말 큰 실수야!’“아버지, 빨리 가요.”윤성우가 서둘러 다가오며 윤정용을 부축하고 밖으로 나갔다. 기자들은 끈질기게 따라갔다. 윤정용은 윤성우의 경호 아래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 결과 윤정용의 신발이 벗겨지고 말았다.“아, 내 신발!”윤정용은 어색하게 왼발을 들어 올렸다.“아버지, 이럴 때 무슨 신발을 찾아요! 빨리 가요!”윤성우는 이마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급해하며 윤정용을 밖으로 끌어냈다. 그러자 윤정용은 맨발로 비참하게 연회장을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봐, 왜 신발이 바닥에 떨어져 있어?”“이게 윤정용의 신발이야? 너무 당황하며 도망쳐서 신발까지 잃어버렸어? 하하하!”기자들은 신발 사진을 찍으며 박장대소를 했다....주성택은 검찰에에 의해 연회장 밖으로 끌려 나올 때 겁에 질려서 두 다리가 소아마비에 걸린 사람처럼 질질 끌렸다. 길 건너편에서는 아람과
“앞으로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신 사장님!”주 비서는 경주야말로 자신의 주인인 것처럼 극도로 공손했다. 차 안의 온도는 서서히 높아졌다. 입술이 부딪치며 서로 얽혔다. 경주는 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입술을 떠나기를 아쉬워했다. 촉촉한 입술은 입꼬리를 올리며 만족감을 느꼈다.이 만족감이 주 비서에게 주는 대답인지 아람의 열정적인 반응에 대답하는지 모른다. 통화가 끝났을 때 아람의 이마에는 이미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왜 이렇게 인맥이 넓어? 어디든지 끼어들 수 있네. 송 시장님 곁에도 네 사람이 있어?”아람은 경주의 품에서 가볍게 숨을 헐떡였다. 눈빛이 부드럽고 애교가 들어있었다.“관직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여우야. 야망이 크고 욕심도 커. 특히 비서관 같은 직책에 있는 사람들은 고위 임원들 곁에 있는 제일 알기 어려운 사람이야. 네가 어떻게 매수했어?”경주는 아람의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매수하는 건 네 남자 내가 돈이 많고 능력이 좋아서 그런 거야.”“칫, 뻔뻔하네.”아람은 손끝으로 경주의 뺨을 찔렀다.“주 비서는 송 시장님을 오랫동안 모셔 왔어. 하지만 내가 알기로 송 시장님은 성질이 사납고 부하들에게 매우 못되게 굴어. 송 시장님 밑에서 일하는 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해야 해.”“게다가 수년 동안 주 비서는 수많은 일을 처리해 주었어. 분명 좋은 승진 기회가 많았는데, 송 시장님은 일부러 주 비서를 억압했어. 만약에 너라면 이런 여전히 이런 상사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어?”아람은 순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관직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비즈니스로 전직하고 싶었던 거네. 그리고 네가 혜택을 준다는 것을 약속했지. 예를 들어 일을 도와주면 넌 신씨 그룹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거야? 맞아?”경주의 눈빛에서는 사랑이 가득 담겼고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아람아, 넌 정말 너무 예리하고 똑똑해.”“이 주 비서를 잘 키워 봐. 머리가 좋아. 양
구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저희는 명령을 받고 왔어요. 검찰이 주성택 의원님을 체포하여 조사하도록 허가했어요. 업무를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저희 측에서는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어요. 그저 관계자 외 진입 금지라는 것만 알아요. 절대 들어올 수 없어요!”경호원의 태도는 점점 강력했다. 구진은 비아냥거리며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바라보았다.“당신들 이미 법을 어긴 것을 알고 있어요?”경호원이 든든한 백이 있어 구진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허, 옷차림을 보니 연회장의 정식 경호원은 아닌 것 같네. 우리가 들어가서 사람을 체포하는 게 그렇게 두렵다면, 한가지 가능성만 있어요. 윤씨 그룹 사람이죠?”구진은 차갑게 웃었다. 경호원들은 깜짝 놀라며 당황한다. 그들을 막으러 오기 전에 윤성우는 경호원에게 명령했다. 상대방이 아무리 협박해도 윤씨 그룹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말라고 했다. 그저 시간만 끌어 윤씨 가문에게 움직일 시간을 벌어주면 되었다. 만약 주성택이 검찰에 잡혀가면 절대 판을 뒤집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경호원들은 고집을 부리며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아니요, 우린 윤씨 그룹의 사람이 아니에요. 송 시장님께서 현장 질서를 유지하라고 명령을 내렸어요.”“그래요? 송 시장님 사람이에요? 왜 난 한 명도 본 적이 없죠?”발소리와 함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사람들은 뒤돌아보았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송 시장 옆에 있는 비서실장이다. 뒤를 따른 사람도 모두 송씨 가문의 사람이다. 윤씨 그룹의 경호원들은 어쩔 줄 몰라 제 자리에서 안절부절못했다.“이 사람들이 정말 겁도 없네. 송 시장님의 코 앞에서 송씨 가문의 사람인 척해? 감히 우리 송 시장님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해?”비서관은 엄숙하게 말했지만 구진에게는 웃으며 공손하게 말했다.“구 검사님, 체포 영장을 더 발부받아야 할 것 같네요. 누구의 명령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모두 체포해서 자세히 심문하면 좋겠네요. 우리 송 사장님의 누명을 벗어야 할 것 같네요.”구진은
연회장은 혼란스러웠다.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경호원들이 배치되었다. 하지만 오늘 행사는 너무나도 성대했다. 수많은 언론 기자들이 초대되었고, 모든 기자들이 주성택을 향해 몰려들어 가운데에 고정시켜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기자들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기자들에게 스캔들이란 마치 피 냄새를 맡는 상어와 같다. 게다가 이것은 너무 충격적인 스캔들이다. 윤정용의 사위인 주성택은 현재 선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사적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고 여색을 좋아하는 쓰레기였다. 이런 헤드라인에 오를 수 있는 기사를 놓치고 싶어 하는 기자는 없다. 사람들은 주성택의 밑바닥까지 파고들고 싶었다.“송 시장님. 본부에 연락해서 사람을 더 보내달라고 할까요? 현장이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요!”비서실장은 서둘러 송 시장에게 지시를 바랐다. 송 시장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서서 넓은 무대를 라이벌에게 맡긴 채 미소를 지으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우린 그냥 조용히 구경이나 하면 돼. 왜 일을 귀찮게 만들어? 하지만 나와 사모님을 잘 지켜. 이따가 더 큰 소동이 벌어지면 우리한테까지 튀게 하지 마.”...상황이 계속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윤씨 가문은 연회장의 앞문과 뒷문에 인력을 추가했다. 이때 검은색 리무진 세 대가 기세등등하게 문 앞에 차를 세웠다. 차 문이 열리자 슈트를 입고 경찰 증명서를 가슴에 찬 검사들이 신속히 내렸다.제일 앞에서 팀을 이끄는 구진의 눈은 반짝였다. 엄숙한 표정은 평소 가족들 앞에서 장난기 가득한 구진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카리스마가 너무 강해 사람들이 숨이 막혔고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검사가 위풍당당하게 다가오자 문 앞에 서 있던 경호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겁에 질렸다.“잠시 비켜주세요. 저희 업무를 방해하지 마세요.”구진은 차갑고 침착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경호원들은 구진을 막을 용기가 없어 길을 비켜주었다. 홀에 들어서자마자 구진은 왼쪽 귀에 걸고 있던 블루투스 이어폰을 누르고 아람에게 연락했
“세상에,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야. 정말 대단해!”“이렇게 많은 증거를 모아두고 이런 중요한 날을 선택하여 공개하는 건 주성택을 망치려는 거잖아!”“송 시장님인가? 어쨌든 두 사람은 이번 선거에서 라이벌이잖아!”“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송씨 가문은 이런 능력이 없을 거야. 배후에 더 힘 있는 사람이 있을 거야!”압도적인 플래시가 무대 위에서 멍해지고 부들부들 떠는 추악한 모습을 카메라에 완전히 담았다. 일부 기자들은 사진 찍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아 무대로 달려가 대포 카메라로 주성태를 가리켰다.“주 의원님, 화면에 나오는 게 사실이에요?”“뇌물을 받으셨어요? 사적인 거래를 했어요?”주성택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두 다리에 힘이 빠져 뒤로 물러섰다.“저 아니에요. 모두 합성한 거예요. 누가 저를 해치려는 거예요!”“그럼 장부는요?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조작이에요. 다 조작이에요! 저는 돈을 받지 않았어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주성택은 땀을 뻘뻘 흘리며 당황하여 소리를 질렀다.“경호원은? 빨리 와서 질서를 유지해!”현장이 혼란스러워지고 사위가 기자에게 포위당하며 스캔들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윤정용은 화가 나서 안색이 어두워졌다.“빨리 조사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윤정용은 눈시울을 붉히며 숨이 막혔다.“분명 누군가가 우리 사위를 해치고 있어. 분명 우리 윤씨 가문을 겨냥하고 있는 거야! 누가 겁도 없이 이런 짓을 해? 감히 우리 윤씨 가문을 건드려?”“네, 아버지.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윤성우는 현장 상황이 통제 불능이라는 것을 깨닫고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혼란한 틈을 타서 바로 아버지를 모셔가라고 할게요. 주성택은 아버지의 사위예요. 무슨 일이 생기면 아버지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안 돼!”윤정용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이 상황에 우리가 떠나면 스캔들이 사실임을 인정하는 거잖아. 사람들은 우리 윤씨 가문이 감당할 수 없어서 도망친 거라고 생각할 거
중앙 홀의 가장 큰 회의장의 분위기는 너무 엄숙했다. 무대 아래에서는 성주는 물론 전국에서 온 고위 임원과 비즈니스 엘리트 대표들로 가득 찼다. 송 시장이 무대에 올라 교류회에 대해 연설하고 있었다.국회의원, 기업 대표 및 기타 주요 인사들이 앞자리에 앉았고, 윤민지와 같은 가족들은 뒷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윤씨 가문의 외동딸인 윤민주는 명문가 집안 아가씨들 중에서 꽤 명성이 높았다. 그러나 결국 공식 석상은 여전히 남성의 전쟁터이자 또 다른 세상이다. 윤민주는 그저 주성택의 아내일 뿐이다. 윤민주가 말할 자격은 없었다. 눈에 띄기 좋아하는 성격을 가진 윤민주는 자연스럽게 화가 났다.주성택이 오늘 이 자리까지 온 건 모두 윤민주가 한 걸음 한 걸음 도와준 것이다. 윤씨 그룹의 배경이 없고, 윤정용의 보살핌이 없고, 윤민주가 이미지를 만들어주지 않았더라면 눈에 띄지도 않는 주씨 가문 주성택은 순조롭게 높은 자리로 갈 수 없었을 것이다. 윤민주는 생각할수록 득의양양했다. 여러 내연녀 때문에 더러워졌던 기분도 좋아졌다. ‘언젠간 송 시장의 부인처럼 제일 앞에 앉을 거야!’이런 생각을 하자 윤민주는 거만하고 우쭐하게 앉아 콧구멍으로 사람들을 바라볼 기세였다. 주변 사람들이 윤민주를 보자 속삭였다.“저 위압적인 모습 좀 봐, 모르는 사람들은 저 여자 머리에 눈이 있다고 생각할 거야!”“맞아, 선거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남편이 꼭 선거될 것처럼 행동하잖아. 무슨 자신감이야?”“윤민주는 자기가 아직도 윤씨 가문 아가씨인 줄 알아. 결혼한 여자는 가문에서 버려진 것과 같다는 거 몰라? 이 바닥에서 진작에 소문이 났어. 주 의원 선거를 도와주려고 쥐처럼 윤씨 가문에서 돈을 훔쳐 주씨 가문에 주었어. 윤씨 가문에서는 이미 윤민주를 싫어해. 하지만 윤민주는 자신만만해하네!”“나는 주 의원이 별로야. 딱 봐도 부패할 것 같아. 저 부부가 권력을 잡으면 성주 사람들은 큰 곤경에 처할 거야!”날카로운 유언비어들이 윤민주의 귀에 들어왔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이런 말들은 아람이 경주의 입에서 듣고 싶어도 꿈속에서만 들을 수 있었다. 이제 경주가 밤낮으로 붙어 다니고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귀에 대고 중얼거려 점점 지치기도 하고 짜증이 났다.하지만 경주가 매번 다가오고 만지고 키스를 할 때, 마음속에서 불꽃놀이처럼 빛나고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 그저 경주의 괴롭힘을 당하며 유혹에 넘어간다. 그래서 사랑하든 아니든 아람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그저 아람의 반응을 보면 된다. 얼굴이 붉어지는지, 가슴이 설레는지, 몸이 이성을 잃고 행동하는지만 보면 된다.아람은 경주의 키스에 엉망이 된 숨을 가라앉히고 삐죽이면서 경주의 넥타이를 잡는다.“신경주, 너 예전에 꽤 괜찮았잖아. 지금 왜 이렇게 사랑에 굶은.”이런 비유가 좋은 것 같지 않아 아람은 급히 입을 다물었다. ‘정말 사람에 굶은 사람이라도 말로 하는 건 아닌 것 같네. 체면은 지켜주자.’예기치 않게 경주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진다. 눈빛 아래는 짙은 사랑의 욕망이 숨겨져 있었다. 경주는 아람의 뒷목을 문지르며 이마를 대었다.“아람아, 난 네 노예야.”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름다운 얼굴이 붉어지며 손가락으로 경주의 튼튼한 가슴을 찔렀다.“그만해. 널 욕하면 나까지 욕하는 거 같잖아.”경주는 마른침을 삼키며 아람의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오늘 벤을 타서 자리가 넓어. 충분히 커. 우리가 놀기에 충분해.”“우린 복수하러 온 거지, 야한 짓을 하러 온 건 아니야!”아람은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 경주의 이마를 힘껏 때리며 급히 화제를 돌렸다.“참, 오늘 왜 이씨 가문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이유희가 이제 사장님인데, 이런 장소에 끼지도 않아? 윤씨 가문이 잘난 척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있어?”“이씨 가문은 이소희가 남긴 구멍을 메우고 있어. 계속 여론의 끝에 있어서 지금 나오면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어.”“허, 자각이 대단하네.”경주는 머리를 기울이고 가까이 다가가 코끝으로 아람의 뺨을 문지르며 간지럽혔다.“유희가 말했어. 이
“내가 네 와이프야, 왜 보면 안 돼?”윤민주는 의원 아내의 이미지를 신경 쓰지도 않고 주성택의 멱살을 잡고 미친 듯이 흔들며 히스테리로 소리를 질렀다.“내가 너한테 이렇게 잘하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양심 없는 놈아!”말을 하며 주성택의 뺨을 때리려고 했지만, 주성택은 윤민주의 손목을 붙잡고 격렬하게 뒤로 밀쳐냈다.“아!”윤민주의 몸이 흔들리더니 문 패널에 부딪혔다. 아픈 윤민주는 숨을 들이쉬며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너 감히 나를 때려? 난 윤씨 그룹 아가씨야. 어떻게 나한테 손댈 수 있어? 내가 아빠랑 오빠한데 말할 수도 있어. 네가 날 괴롭힌다고!”“말해, 마음대로 해! 이제 나도 너 같은 년이 지쳤어!”주성택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윤민주의 멍한 얼굴을 가리켰다.“곧 선거가 다가오잖아. 망치고 싶으면 망쳐. 수년간의 비즈니스를 망치고 싶으면 그렇게 해. 알려주는데, 이제 우리는 한 사람이 부귀해지면 모두 부귀해지고, 한 사람이 망하면 같이 망하는 거야. 내가 망하면 너도 끝장이야!”윤민주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멍해졌다. 윤민주는 힘들게 키운 남자가 자신을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무기가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다.“그동안 네가 아가씨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나를 억압하고 모욕했어. 하지만 난 다 참았어. 사람들 앞에서 다정하고 사랑하는 척해달라고 해서 나도 모두 만족해 주었어. 앞으로 내 일을 상관하지 마. 의원의 아내가 해야 할 일이나 잘해. 그래야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우린 헤어지는 거야!”그 말은 주성택이 이제 대단한 사람이니 신경 쓰지 말고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다. 주성택은 윤민주에게 잡혀 엉망이 된 옷깃을 정리했다. 더 이상 윤민주를 보기 싫어 문을 쾅 닫고 나갔다. 윤민주는 바닥에 멍하니 앉아 비참하게 눈물을 흘렸다. 한참 후, 윤민주는 일어나서 악의적으로 눈물을 닦고 거울에 기괴할 정도로 뻣뻣한 미소를 억지로 드러냈다.“그래, 그래! 그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난
윤진수가 구치소에서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이 앞니를 치료하며, 윤씨 그룹의 보호에서 자유롭게 지냈다. 타박상과 부은 얼굴이어도 윤씨 가문 저택에서 여전히 파티를 했다. 예쁜 모델들을 찾아 술을 마시며 즐거움을 추구했다. 하지만 보기만 하고 행동하지 못했다. 저번에 아린에게 성추행할 때 발기가 되지 않아 자신이 없었다. 그러자 윤진수는 정력제를 10캡슐이나 먹었다. 결국 약물 중독으로 눈의 흰자위를 까뒤집으며 흰 거품을 물고 경련을 일으켰다. 밤새 위 세척을 하느라 병원에 있었다.이 일을 알고 윤정용은 화가 나며 불안해하지만 윤진수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 사적으로 아들에게 치료하는 방법을 계속 찾았다. 구씨 가문이 소송을 취하한 것에 대해 윤정용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이 시점에서 윤정용이 복수를 하고 싶어도 먼저 시간을 두고 당분간 여론을 피해 다녀야 했다. 하지만 임윤호는 더 나쁜 상황에 처했다. 그날 밤, 죽도록 맞았고, 강지구는 하면 한다는 사람이다. 정말 부하들에게 임윤호의 입에 똥을 싸라고 명령했다. 그 결과 임윤호는 며칠 동안 밥을 한 입도 먹지 못했고, 먹는 모든 음식이 똥 맛이 났다. 또한 계속 구역질을 하며 담즙을 거의 다 토해냈다. 심지어 답답해서 고열까지 났다.‘이런 굴욕을 당할 바에는 차라리 날 죽여!’임윤호는 아무리 생각해도 몰랐다. 도대체 누가 이런 비겁한 짓을 하며 똥을 먹였는지 몰랐다. 마침내 어느 날 밤, 자고 있던 임윤호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순간 생각이 났다. 당시 맞고 있을 때 깡패 중 한 명의 옷깃에 브로치가 꽂혀 있었던 것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무슨 빨간 새였던 거 같은데? 주, 주학? 성주 제 1 파벌, 남성?’“아!”임윤호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순간 겁에 질려 머리를 움켜쥐고 입술을 벌벌 떨며 식은땀을 흘렸다....오늘 다섯 개 1선 도시 대표단과 최고 지도자들이 성주에 모여 시장과 시의원들을 만나기로 했다. 한마디로 중요한 자리였다. 시의원의 아내인 윤민주는 일주일 전부터 드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