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희는 이소희와 함께 호텔의 스위트룸을 들어왔다. 그리고 여비서에게 가장 빠른 속도로 비교적 점잖은 드레스를 사 와 신효정에게 입히게 했다. 이때 신효정은 다른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이유희는 혼자 가죽소파에 앉아 긴 다리를 늘어뜨리고 있었는데 무릎에 놓인 오른손 손끝으로 무릎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만약 이유희가 오늘 검은 수트를 입었더라면 이건 완전 신부가 웨딩드레스 입어보는 걸 기다리는 신랑 같았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여비서는 빙그레 웃으며 쭈뼛거리는 신효정을 방에서 끌고 나왔다. “이유희 도련님, 신효정 씨께서 옷을 다 갈아입으셨습니다.” 이유희는 얼른 고개를 돌렸고 와인색의 레이스가 달린 드레스를 입은 신효정이 앞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신효정의 이 모습은 초롱초롱한 그녀의 눈망울과 어우러져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순간 이유희는 약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지금껏 이유희는 형형색색의 여자들을 많이 봐왔지만 종래로 이렇게 맑고 청초한 눈빛을 가진 여자는 본 적 없었다. 심지어 이유희는 자신이 신효정을 한 번 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순수한 눈빛이 더럽혀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쯧, 드레스 색갈이 이게 뭐야? 신효정이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좀 화사한 거로 고를 순 없었어?” 이유희는 신효정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며 비서를 나무랐다. “나랑 얼마나 오래 같이 일했는데, 어떻게 아직도 보는 눈이 그렇게 없어?” 여비서는 평소 호탕해 보이는 이유희는 사실 알고 보면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트집을 잡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여비서는 얼굴을 붉히며 얼른 사과를 하려고 했다. 이때 신효정이 입을 열었다. “유희 오빠, 전 이 드레스 색상 너무 마음에 들어요. 그렇지만 오빠는 그 와인색 정말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뭔가 얼굴이 칙칙해 보인다고 할까?” 뒤에 있던 여비서는 하마터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할 뻔했다. 그리고 이유희는 순간 안색이 확 어두워졌
“뭐야? 깜짝이야!” “그러니까, 이씨 가문 딸이란 사람이 행동이 왜 이렇게 거칠어? 예의도 없고.” 해외 교포들 사이에서 미친 듯이 우쭐대고, 집에서도 제멋대로 행동하던 이소희는 생각하면 할수록 신경주의 말에 화가 났고 지금 당장 화풀이를 할 곳이 필요했다. 그러나 현재, 이소희는 귀국한 상태이고 이번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부 상류층의 사람들이었다. 그러기에 이소희는 확실히 이씨 가문 딸로서의 이미지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었다. 이소희는 마른기침을 하더니 순간 베토벤 교향곡 제5번 c단조를 연주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변화시켰다. 이소희는 Y국 국왕음학대학의 학생다운 매력으로 열 손가락을 날리며 유창하고 아름다운 피아노곡을 연주했는데 방금전의 실례는 감쪽같이 잊게 만들었다. 신효린은 무거우면서도 우아한 치맛자락을 끌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연회장의 진주 곁으로 돌아왔다. “엄마! 효정이 왔어요!” 진주는 깜짝 놀랐다.“뭐? 어디 있는데?” “방금 이유희랑 있는 걸 봤는데 이유희가 그 계집애 머리도 만져주고 옷도 벗어 줬다고요!” 신효린은 울분을 토했다.“엄마, 신효정이 정말 바보로 보이세요? 그건 다 순진무구한 척하며 우리를 속인 거예요. 사실 신효정은 이미 이유희 도련님을 노리고 저한테서 뺏으려고 한 거라고요! 이 계집애, 절말 왜 이렇게 얄미운 거야!” “걸핏하면 바보니, 계집애니, 너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예의는 모두 밥 말아먹었어?!” 진주는 눈살을 찌푸리며 조용히 신효린을 꾸짖었다. “효정은 네 친동생이야! 너희들은 모두 내가 낳은 딸들이고, 네 동생도 그렇게 모자라지 않으니 앞으로는 그런 말 입에 올리지 마!” 신효린은 화가 나 부들부들 떨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신효린은 진주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결코 신효정을 감싸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이 바보를 낳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 뿐이라고 느꼈다! “엄마, 그럼 나 어떡해!” 신효린은 진주의 팔을 잡고 초조하게 물었다. “어렵게 구아람과 이유희 도련
“엄마! 내가 그들이 단순한 사이가 아니라고 했지! 신효정은 일을 망치려는 거야!”이유희가 신효정에게 비싼 드레스로 바꿔 준 것을 본 신효린은 화가 치밀어 올라 볼 터치를 하지 않아도 얼굴이 빨갛게 부풀어 올랐다.더 얄미운 건 드레스의 색깔을 이유희와 같은 와인색으로 맞추어 커플룩처럼 보인다는 것이다.눈부신 불빛 속에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한 쌍의 신혼부부와 같아 순식간에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주인공으로 되었다.신효린은 그저 자신이 입고 있는 보라색 드레스가 엄청난 아이러니로 된 것만 같았다.‘보라색과 빨간색은 참 어울리지 않네!’“효정은 내가 낳은 자식이야,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잘 알아!”진주는 신효린처럼 피상적이 아닌 더 깊게 생각했다.“효정은 지금 스물두 살이지만, 언행은 열한 두 살짜리 아이와 마찬가지야, 연애는커녕, 아직 머리도 굴리지 못하고 담도 없는데 어떻게 남자를 뺏을 생각을 하겠어?”이 말을 듣자 신효린의 화는 조금 가라앉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답답해났다.“내가 보기에는 이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문제야. 전에 이유희는 단지 태도만 냉정했었잖아, 하지만 신남준의 생일 파티 이후 네가 나쁜 짓을 도모하고 있는 것 같아 이미 네가 싫어졌을 수도 있어. 효정이가 너의 동생이라는 것을 알고 일부러 접근해서 널 체념하게 하려고 화를 돋우는 것 같아.”“뭐, 뭐라고…….”신효린은 이 말을 듣자 눈앞이 캄캄해졌다.“그, 그럼 어떡해? 엄마…… 이 도련님에게 시집가는 건 더 이상 희망이 없어?”“이럴 때일수록 조급해서는 안 돼. 이소희와 협력해서 이유희에게 다가갈 기회를 만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너도 태도를 바꾸고 침착해져야 해. 이유희가 효정이에게 잘해주는 것보다 더 잘해 봐, 그에게 귀엽고 착한 모습을 보여주면 아마 인상이 바뀔 거야, 알겠어?”진주는 진지하게 딸에게 계획을 세워주었다.“알겠어…….”답답한 신효린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좋아하는 연예인이 이곳에 있다는 생각에 신효정은 사슴 같은
삐-다급한 경적소리가 들려왔다.멀지 않는 곳에서 눈 부신 등불이 신효정을 비추었다.고개를 홱 돌리니 불빛에 비춰진 얼굴은 더욱 창백해 보였다.그러나 하필 이때, 몸이 굳어져 움직일 수가 없어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질풍같이 달려오는 트럭은 브레이크를 밟아도 이미 늦은 상황이기에 놀란 신효정은 곰돌이 인형을 껴안고 두 눈을 꼭 감았다.“효정아! 조심해!”위기일발의 순간에 그녀를 따라온 이유희는 이를 악물고 달려들어 위험에 처해있는 여자아이의 가냘픈 몸을 품에 꼭 껴안았다.하늘을 향해 몸을 던져 곰돌이 인형을 감싸는 것처럼 그녀를 감싸고 굴러갔고, 자신의 몸을 매트로 삶아 바닥으로 심하게 넘어졌다.이유희의 어깨가 마침 도로 연석에 부딪혀 너무 아픈 그는 끙끙거렸고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트럭은 사람을 치지 않으려고 일부러 방향을 틀자 길가의 화단에 부딪혔지만 다행히 운전자에 지장이 없었다.몸이 너무 아파 그는 신효정을 잠시 놓아주었다.하지만 그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저 양심도 없는 게, 일어나자마자 도망치다니!’“야…… 야! 프리지아, 일로 와봐, 날 부축해 줘야지!”온몸이 아픈 이유희는 일어서지도 못했고 마음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홍보가 잘 된 오늘 밤 연회의 시작은 화려했으나 결국 허술하게 마무리를 지었다.동생과 엄마가 걱정할까 봐 이유희는 비서에게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것을 비밀로 해라고 했다.그래서 구아람을 원망하고 있는 이소희는 연회가 끝난 후 떠나지 않고 재수 없는 거짓 친구 신효린과 함께 신씨 호텔의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너무 싫어! 둘째 오빠 마음속엔 역시 구아람 그 나쁜 년이 있었어!”술을 퍼마시는 이소희는 눈시울을 붉혔다.“그렇게 좋아하고 미련이 있으면서, 왜 이혼한 거야?”“그건 나도 이해가 안 돼.”신효린은 턱을 괴고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이혼하기 전에 구아람은 우리 집 가정부 같았어, 오빠의 모든 것을 돌봐주었지만 그 호의가 무시당했었어, 그리고 우리 집에서 비굴하게 3년
‘웃기시네! 안나 조 같은 S 급 주얼리 컬렉터도 얻지 못하는 것인데, 이소희가 얻을 수 있다고?’신효린은 마음속으로 비아냥거렸지만 비위를 맞춰 주었다.“와, 넌 너무 대단해! 네가 알렉스의 주얼리를 얻을 수 있다면 안나는 분명 다시 우리를 선택할 거야! 그럼 구아람에게 복수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오빠를 도와줘서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거야. 그땐 우리 신씨 가문의 일등 공신으로 되어 오빠와의 사이도 더 가까워질 수 있어!”이소희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그래서 우린 반드시 구아람 손에서 뺏어 와야 해!”신효린은 비록 맞장구를 치고 있지만 속으로는 다른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친오빠도 아닌데, 내가 왜 신경주를 도와줘야 하는데, 하지만 좋은 기회이긴 하네, 이 틈을 타서 기획 책임자 역할을 맡게 된다면, 아빠 앞에서 공을 세울 수 있고 엄마의 이미지까지 되돌릴 수 있잖아, 이소희를 날 도와주는 호구로 쓰면 돼.’이렇게 생각하자 신효린은 몰래 기뻐했다. 그녀의 눈에는 욕망이 가득 차 있었고 얼굴이 불그레 졌다.“오늘 밤은 정말 엉망진창이네! 둘째 오빠도 중간에 갔고, 오빠도 온다면서 안 오고…… 뭐 하자는 거야! 집에 가면 오빠를 무시할 거야!”이소희는 짜증 난 듯 입을 삐죽거리며 성질을 부리기 시작했다.“소희야, 오늘 밤 오빠가 왔다 갔었어.”신효린은 갑자기 냉정하게 말했다.“언제?”“네가 피아노 연주할 때, 내 동생 신효정까지 데리고 왔더라. 허, 이 도련님 덕분에 우리 동생 오늘 밤 정점을 찍었어, 엄청 대박이었는데.”신효린은 비아냥거렸다.“누구? 동생? 그 바보?”놀란 이소희는 순간 움찔했다, 오빠와 신효정 그 바보가 함께 있는 모습이 상상도 되지 않았다.신효정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중학교 때, 그들은 같은 성주 귀족 여자중학교를 다녔고 같은 반 동창이었다.“소희야, 난 지금 이씨 가문에 한 발짝도 들여놓지 못한 채 내외적으로 걱정하고 있어.”신효린은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지만 눈빛은 싸늘했다.“네 오빠가
안나 조는 미식 황막이라고 불리는 M 국 출신으로 이런 유명한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어 식욕이 왕성해 아주 맛있게 먹었다.구아람과 임수해도 옆에서 배석하였고, 유창한 영어로 안나와 담소를 나누었다. 식사 중에서 결혼식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신씨 그룹을 깎아내리지도 않았다, 단지 오랜 친구처럼 촬영, 영화, 주얼리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번 식사 자리는 주인이든 손님이든 모두 즐거웠다.식사가 끝난 후 구아람과 임수해는 안나를 지하 주차장으로 데려다주었다.“구 사장님, 오늘 저녁 대접해 준 요리가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아기 사자 모양의 디저트가 있었는데 진짜 대박이에요! 호텔의 셰프가 너무 대단하네요!”“디저트의 이름은 라이언헤드 파이라고 해요, 마음에 드시면 성주를 떠나기 전 두 상자 만들어 보낼게요, 하나는 안나 씨가 드시고 하나는 어머니께 드리세요.”구아람은 가볍게 웃었다.“안나 씨, 오늘 밤에 드신 음식들은 모두 우리 구 사장님께서 직접 만드신 겁니다. 물론 라이언헤드 파이도 마찬가지고요.”임수해는 마침내 기회를 잡아 자랑스럽게 아가씨의 솜씨를 소개했다.“네? 그렇게 어려운 디저트를 구 사장님께서 직접 만드셨다고요?”안나는 놀라 눈을 부릅뜨고 가슴이 뭉클해졌다.귀족 가문의 아가씨이자 상업계의 슈퍼우먼이 요리 실력도 뛰어나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너무 다재다능한 사람이네, 날 위해 이렇게 어려운 디저트까지 직접 만들다니, 참 정성스럽네.’“네, 하지만 잘 하진 못해서 부끄럽네요.”민망한 구아람은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안나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구 사장님, 계약서는 가지고 오셨나요?”구아람과 임수해는 놀라서 눈을 마주쳐다보더니 물었다.“안나 씨, 그 뜻은…….”“저의 결혼식을 KS WORLD에 맡기고 싶어요. 괜찮으시다면 지금 바로 계약할 수 있습니다.”구아람은 놀라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그녀는 늘 생각을 얼굴에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기에 침착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가슴은 감격에 겨워 두
다음날.신경주는 이유희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되어 일을 마저 처리하지 못한 채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VIP 병동.병상에 꼿꼿이 누워있는 이유희는 허리와 목에 보호대를 한 채 입을 크게 벌리고 여비서가 준 사과를 받아먹으려 했다.그 모습은 마치 몸을 가누지 못하는 부잣집 바보 아들이 위세를 부리며 계집종을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았다.병실로 들어온 신경주는 미간을 찌푸렸다.“이씨 그룹이 기름밭도 새로 개발했어? 서른도 안 되었는데 왜 이렇게 느끼해진 거야.”여비서는 황급히 한쪽으로 물러서 그를 향해 인사를 하며 눈치 있게 자리를 피해주었다.“와, 넌 병문안을 온 거야, 아님 날 방해하러 온 거야? 내가 왜 느끼해? 움직일 수 있다면 이렇게까지 하겠어? 앗…….”몸을 숙이자 통증이 느껴져 식은땀을 흘리며 이를 악물었다.“움직이지 말고 치료나 잘해.”신경주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빠르게 병상으로 다가가 그를 부축해 주었다.“친구야, 내가 불구가 되면 휠체어 밀어줄 거야?”이유희는 울상을 지으며 애처롭게 물었다.“여자친구가 그렇게 많은데 내가 할 필요는 없잖아.”신경주는 담담하게 입꼬리를 올렸다.“걱정 마, 불구가 되어 입만 움직일 수 있어도 넌 여전히 이씨 가문의 도련님이야, 네가 문란한 짓을 하고 여자들이 몰려드는 것에 방해되지는 않을 거야.”“음, 맞는 말이네, 인격적 매력이 얼마나 큰데.”이유희는 공감했다.‘인격적 매력? 허, 아마 돈 매력이겠지.’“어떻게 된 거야?”신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그건 너의 프리지아 동생한테 물어봐.”밤중에 황급히 도망치던 작은 뒷모습을 떠오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반신불수가 된 건 다 그녀의 덕분이야! 평생 휠체어를 밀어줘야 하는 사람은 네 동생이네!”“이유희, 말 똑바로 해, 효정이랑 무슨 상관이 있어?”순간 신경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어젯밤 연회에 몰래 온 너의 동생을 못 들어가게 막고 있더라고, 내가 아니었으면 네 여동생이 그 눈먼 경호원들
“자폐증?”이유희는 너무 놀라 가슴이 바늘에 찔린 듯이 아파났고 주먹을 움켜쥐었다.‘그래서 신효정의 언행이 특이했구나, 스물두 살이면 웬만한 것을 다 알 건데, 여전히 풋풋하고 유치한 아이처럼 보였어.’이것이 바로 진주가 신효정을 일 년 내내 가택 연금하고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한 이유이다.“네가 효정이의 의견을 물어봤어? 하고 싶은지 물어는 봤어? 넌 단 한 번도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넌 그런 머리가 없으니까.”신경주는 마음이 아파 나서 숨을 들이쉬었다.“효정이는 그저 평온한 삶을 살고 싶어 해, 그러니 더 이상 방해하지 마. 네가 이러는 것은 그녀를 해치는 거야.”잠시 멍해 있던 이유희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 그럼 병을 치료할 수 있어?”신경주는 어이없는 듯 고개를 저었다.“치료할 수 있다면 지금도 그렇겠어?”이 말을 듣자 멍하니 어젯밤 놀라서 하얗게 질린 얼굴을 떠올리니 심장이 아파나며 말문이 막혔다.이때, 신경주의 핸드폰이 울리더니 신광구가 전화 왔다.그는 눈썹을 찌푸리고 망설이다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아버지.”“지금 당장 신씨 그룹으로 와, 사무실에서 기다릴게.”말을 마치자 전화는 바로 끊였다.신경주는 어두운 스크린을 바라보며 냉소를 하였다.‘정말 부자 사이가 맞아?’가끔 그는 이런 겉만 번지르르한 관계가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하곤 했다. 그러면 신광구라는 사람을 이토록 미워하지 않을 것이다.……신씨 그룹, 회장실.비서가 문을 열고 신경주를 공손히 안내해 주었다.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넓은 책상 뒤에 반듯하게 앉아 있는 신광구 말고 신효린도 있었다.그러자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안색이 어두워졌다.“오빠.”신효린은 순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그를 불렀다.모르는 사람이 이 모습을 보면 아마 사이좋은 남매로 오해할 것이다.신경주는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셋째 여동생에게 그는 늘 차갑게 대하였다.“경주야, 어젯밤 호텔에서 일어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