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만복의 말투는 마치 심문이라도 하는 것처럼 엄숙했다. “어릴 때부터 아람은 너희들 아니면 내가 까준 새우만 먹었지, 언제 다른 남자의 그런 호의를 받아준 적이 있더냐! 오늘 밤, 윤 씨 가문 넷째는 선을 넘었어, 여차하면 아람에 입에 먹여줬겠어. 그런데 아람이는 또 거절도 하지 않았어.” “말해 봐, 그들은 지금 대체 무슨 관계야? 설마 아람이 정말 유성 그 녀석에게 마음이라도 있는 거야?” “아버지, 아버지는 윤 씨 가문 넷째가 썩 마음에 들지 않으신 가 봅니다.” 구윤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구만복은 입을 삐죽거리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윤 씨 가문 넷째와 아람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으니 커서 다시 만나 기쁜가 보죠. 아람 곁에 모처럼 그가 밀어내지 않는 이성이 생겼는데 그 사람은 또 우리 집안과 인연이 깊은 집안의 사람이니 그럴 수 있죠.” “만일 윤 씨 가문 넷째가 우리 아람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윤은 침착한 표정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오늘 밤, 너희 윤 씨 아저씨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모임에 참석했는지는 너희들도 잘 알고 있을 테지. 그는 분명 우리 집안과 혼사를 맺으려고 온 거야. 그렇지 않으면 왜 하필 아직 미혼인 아들 둘을 데리고 왔겠어? 확실히 아람을 노리고 온 거야!” 구만복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난 결코 이 혼사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야.” 이 말이 나오자 구 씨 형제의 표정은 약간 변했다. 그들은 아버지가 윤 씨 집안에 이렇게 거부감을 느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버지, 혹시 윤 씨 아저씨랑 사이 틀어지신 건가요? 설마 이미 서로 번호 차단한 건 아니죠?”구진은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역시, 대단하셔요. 사이가 틀어졌는데도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다니, 저였으면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도 않았을 걸요!” 구만복은 짜증스럽게 구진을 한 번 힐끗 보더니 호통을 쳤다.“아람은 내가 가장 아끼는
그동안 신씨 호텔과 KS WORLD가 각자 분수를 지키며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은근슬쩍 경쟁하고 있었다.월드 스타인 안나 조는 연예계에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무슨 일을 하든 늘 떠벌리곤 했다. 결혼식에 최고 브랜드의 협찬을 받지 못하면 그녀는 결코 눈길도 주지 않을 것이다.주지하듯이 그녀는 S 급 주얼리 컬렉터이고 개인적으로 소규모의 주얼리 전람회를 열어 가치가 1억에 달하는 자신의 소장품들을 전시한 적이 있다. 그래서 신씨 그룹과 KS에게도 가혹한 조건을 제기하였다. 바로 그녀가 결혼식에서 착용할 주얼리는 반드시 거장이 직접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최고급 주얼리여야 한다는 것이다.“안나 님께서 유일무이한 주얼리 야만이 톱스타의 신분과 어울린다고 하셨습니다.”한무는 매니저의 말을 그대로 신경주와 자리에 있는 고위층들에게 전달했다.“주얼리의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대해 그 어떤 요구와 제한도 하지 않을 것이니 신씨 그룹과 KS가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협찬을 받아 온 그룹에게 결혼식을 맡기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눈썹을 찌푸리며 듣던 신경주는 손에 든 사인펜으로 종종 책상을 두드리더니,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고위층들도 혀를 내두르며 왈가왈부했다.“이것도 좋은 걸 요구하고, 저것도 좋은 걸 요구하고, 이건 분명 남의 등을 쳐 먹으려는 것입니다! 우리 신씨 그룹을 보물 상자로 생각하는 건가!”“월드 스타는 무슨, 백 년 전이었다면 그냥 재미로 보는 딴따라일 뿐이야, 진짜 자신이 대단한 줄 아나 봐.”“문제까지 제기해? 차라리 수능 문제를 내러 가지, 왜 연예인을 하는 거야!”갑자기 눈을 부릅 뜬 신경주는 위압감이 넘쳐났다.“여긴 휴게실이 아니라 회의실입니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말하고 없으면 조용히 있으세요.”사장님이 화를 내자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고, 아이디어를 생각하느라 머리를 쥐어뜯었다.제품 디자인팀의 팀장은 국내외 유명한 주얼리 디자이너를 줄줄이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PPT까지
신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구아람은 절대 대충 하지 않을 거예요. 아예 시작을 하지 않거나, 하면 무조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고, 라이벌이 반격도 못하게 홈통에 넣어버릴 겁니다. 그러니 반드시 먼저 알렉스를 데려와야 합니다.”‘신씨 그룹도 못 하는 것을 구씨 가문 아가씨가 해낼 수 있다고?’사람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했다.“오늘 내로 알렉스에 대한 자료를 정리해서 보내주세요. 작품이 아니라 알렉스라는 사람에 관한 것들을 보내줘요.”신경주는 명령을 내린 후 회의를 끝내려고 일어섰다.그러자 디자인팀 팀장은 체면을 무릅쓰고 억지로 말했다.“사장님, 알렉스의 작품에 관한 자료는 얼마든지 보내드릴 수 있지만 그녀에 대해선 이 말 밖에 해드릴 수 없습니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돌아섰다.“뭔데요?”“그녀가…… 여자라는 겁니다.”……다음 날.구아람은 팀원들과 미팅을 마치고 사장실로 돌아갔다.“수해야, 너무 배고파, 치킨이랑 맥주 먹고 싶어, 빨리 배달 시켜줘.”그녀는 컴퓨터 게임을 로그인하며 다급히 말했다.“멘탈이 엄청 강하시네요.”임수해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으며 바라보았다.“전 마음이 급해서 쩔쩔매는데 아가씨는 치킨 드실 기분도 있네요. 안나 조 팀에서 최고의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주얼리를 요구하셔서 신씨 그룹은 벌써 바삐 움직이고 있는데, 아가씨는 왜 이렇게 침착하세요? 팀원들의 방안을 거절하고 다짜고짜 알렉스를 데려오겠다고 했잖아요. 그 정체불명한 사람을 모셔오겠다는 건 하느님을 모셔오겠다는 것과 같아요! 시간도 촉박한데 어떻게 알렉스를 모셔올 수 있어요?”“우리가 못 데려오면 신씨 그룹에서도 못 데려올 거야, 전혀 급할 필요가 없어.”구아람은 대수롭지 않는 듯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하지만…….”이때, 영상통화가 걸려왔다.임수해가 자리를 피하려는 것을 보자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불렀다.“친구한테서 온 거야, 옆에 있어도 괜찮아. 네가 남도 아닌데.”그러고는 영상통화를 받았다.화면에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이국적인 미인
임수해는 너무 놀라 턱이 빠질 지경이었다.그러나 구아람은 엄청 침착할 뿐만 아니라 하품까지 하고 있었다.“왜 갑자기 내 신분을 밝히는 거야, 봐봐, 우리 애가 놀랐잖아.”“알렉스, 성주로 돌아가더니 왜 아무런 소식도 없었어요? 스튜디오의 사람들은 당신이 돌아오기를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는데!”말하는 순간 Sliva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미안해, 자기야. 앞으로 한동안은 집안일을 도와야 해서 도저히 몸을 뺄 수가 없어, Y 국의 스튜디오는 네가 잠시 맡아줘야겠어.”이 얘기를 하자 구아람은 미안한 듯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스튜디오가 망할까 봐 걱정하지 마, 내가 전에 디자인한 주얼리들의 가치가 엄청 높아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자금으로는 충분할 거야. 그리고 나 때문에 자신의 앞길을 그르치지 말라고 그들에게 꼭 전해줘. 스튜디오를 떠나고 싶어도 아무런 불평 없이 행운을 빌어줄 거야, 너도 마찬가지야, 떠나고 싶으면 꼭 나한테 얘기해, 억지로 버티지 말고.” Sliva는 두 손으로 눈을 비볐다.“알렉스는 나의 은인인데, 난 절대 떠나지 않을 거예요.”“날 그렇게 많이 도와주었는데, 은혜는 이미 다 갚았어. 너를 속박하고 싶지 않아, 잘 따라주는 건 나의 영광이지만, 너도 너의 인생을 선택할 권리가 있어.”구아람은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너희들이 곁에 있어줘서 알렉스가 신화로 될 수 있었던 거야.”아가씨의 말을 듣자 임수해는 눈물을 금치 못했다. 그제야 자신이 너무 독선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아가씨를 깊이 이해한 적이 없었다, 그냥 단지 완벽한 사람인 줄 알았지만, 사실 그녀는 훨씬 더 뛰어난 사람이었다. ‘내가 견식이 부족했네.’“알렉스, 신씨 그룹에서 또 연락 오면 명확하게 거절하고, KS 그룹과 협력할 거라고 말할 게요, 그들을 궁지에 빠지게 할 거예요!”구아람은 입꼬리를 가볍게 치켜올렸다.“노골적으로 거절하지 마, 희망이 없으면 실망도 없겠지.”Sliva가 놀라서 눈을 부릅 뜨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늘 혼자 비행기표를 사고 M 국으로 가는 신경주를 뻔히 보고만 있었어, 매사 귀찮아하던 사람이 김은주에게 유일 무의한 선물을 해주기 위해 직접 프랑스의 거장까지 찾아갔어. 아무리 편애를 해도 내가 그의 와이프였는데, 감정이 없더라도 최소한의 존중은 있어야지.”구아람은 임수해를 등지고 말했고 말투에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마치 이야기꾼이 청취자에게 한 쌍의 빼어난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얘기해 주는 것 같았다.마음이 답답한 임수해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애완견이 주인을 보는 것처럼 애틋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신경주가 그 추악한 년 때문에 아가씨에게 모질게 상처를 주다니, 수만 번을 죽여도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네요.”구아람은 웃으며 손짓을 했다.“예전 같으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달갑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 심지어 너무 웃겨. 김은주가 쓰레기라면 신경주는 쓰레기통이잖아, 김은주는 재활용에서 회수 불가인 쓰레기로 되었는데 그는 시종일관 쓰레기통이야. 내가 사랑을 깊게 하지만 감정을 마구 쓰지는 않아, 쓰레기통을 마음에 둘 필요는 없어. 하지만 그가 알렉스를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은 흥미진진할 것 같아, 날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허사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어.”‘신경주, 넌 늘 야박한 사람이었어, 지금의 나도 너와 마찬가지야.’……신경주는 알렉스를 만나기 위해 특별히 전용기를 타고 Y 국으로 향했다.불현듯 구아람과 결혼 첫해, 김은주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바쁜 와중에 프랑스로 가서 필사적으로 황실에게 디자인을 해줬던 디자이너를 불러들였던 기억이 떠올랐다.단 한 번도 그렇게 몸을 굽히며 부탁한 적은 없었다.그 후, 디자이너가 성의에 감동을 받아 마지못해 목걸이를 디자인해 주었다.그러나 지금은 목걸이를 영원히 상자 안에 갇혀버렸고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목걸이에 담긴 건 애틋한 사랑이 아니라 후회와 치욕이다.안색이 어두운 신경주는 빽빽한 구름을 바라보더니, 순간 가물가물한 구름 위에 화사한 봄
이때, 한무가 커피를 들고 다가와 탁자 위에 놓았다.“사장님, 알렉스의 스튜디오 담당자인 Sliva 씨에게 연락했더니 만나주시겠다고 합니다.”“진짜?”그제야 신경주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네, 하지만 만나자고만 했을 뿐, 태도가 엄청 내정하고 떨떠름했어요.”한무는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쉬었다.“일을 그르칠까 봐 너무 걱정되네요.”“걱정하지 마, 만나준다고 했으니 그 어떤 희망도 포기해서는 안 돼.”……Y 국에 도착한 후, 사흘 동안 애타게 기다린 끝에 알렉스 스튜디오 근처의 카페에서 담당자인 Sliva를 만났다, 하지만 스튜디오에 들어가지는 못했다.“신 사장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Sliva는 팔짱을 끼고 오만한 표정으로 신경주를 바라보았다.“알렉스는 지금까지 대통령 부인, 황실 멤버와 국가, 사회, 공익에 탁월한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만 주얼리를 디자인해 주었습니다. 비록 안나 조는 월드 스타이지만, 알렉스를 모시기엔 여전히 자격이 부족합니다.”한무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사람을 너무 차별하네, 주얼리가 무슨 공훈장도 아닌데!’“자랑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머니의 이름으로 자선 재단을 설립했고, 그동안 양로원, 빈곤 학생, 보육원 고아들을 지원하며 공익사업에 전념했어요. 알렉스께서 단순히 유명인을 위한 주얼리를 만든다고 생각하지 말고 더 크게 봐주길 바랍니다. 협력만 해주신다면 사례금은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안나 조가 저희 호텔에서 결혼식을 하여 생긴 모든 추가 수익금은 자선 재단에 기부하여 자선사업에 사용할 것입니다.”신경주는 옷매무시를 바로 하고 단정하게 앉아 또박또박 말했다.“사장님의 뜻은, 우리 알렉스 여사님이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다는 말씀입니까?”Sliva는 냉소를 하며 말하자 신경주는 숨이 막혔다.“그런 뜻은 아닙니다.”“자선을 핑계로 디자인을 부탁하는 심보가 고약한 자본가들이 너무 많아요, 신 시장님도 그중 한 명일 수도 있고, 자선 재단을 이용해 돈 세탁을 할 수도 있
Y 국에서 성주로 돌아온 후, 한무는 줄곧 구아람을 지켜보고 있었다.하지만 그동안 동태를 살핀 결과 아무것도 없었다.늘 호텔의 크고 작은 일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성주를 떠난 적도 없다. 신경주는 사무실에 앉아서 창문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눈썹을 찌푸렸다.‘안나 조의 결혼 날짜가 점점 다가오는데, 왜 조금도 서두르지 않지? 아니면 이미 알렉스를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고 있나?’지난번 장미 정원의 일과 진주가 잡히고 백흥 타운 프로젝트를 가로챈 것 때문에 기개가 호탕한 사내 대장부인 신경주는 구아람을 은근히 두려워했다.이혼하고 나서야 비로소 아내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이때, 인터폰이 울리자 신경주는 핸즈프리를 눌렀다.“신 사장님, 이 도련님께서 오셨습니다.”비서는 공손하게 말했다.“들어오라고 해.”이유희가 사무실에 들어가서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 모습은 마치 집에 온 것처럼 자연스러웠다.“내가 몇 번 말했어, 제멋대로 찾아오지 말라고, 내가 너처럼 한가한 것 같아?”신경주는 고개를 숙인 채 서류에 사인을 하였고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참, 제멋대로 찾아오지 말라고, 네가 무슨 황제인 줄 알아? 근데, 우리 엄마가 얼마 전에 사극을 봤는데, 네가 그 황제랑 확실히 닮은 것 같았어, 둘 다 양심이 없거든.”이유희는 다리를 꼬며 비아냥거렸다. “할 말 있으면 하고, 없으면 꺼져.”신경주는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사인펜을 닫았다.“소희가 왔잖아, 그래서 엄마가 널 우리 집으로 초대하고 싶대.”“요즘 많이 바빠, 안나 조의 일을 해결하지 못해서 회식할 기분이 없어.”“말해봐, 우리 엄마를 못 본 지 얼마나 됐어? 외국에서 요양하고 오자마자 밥해 주겠다는데, 체면을 세워주지도 않네!”이유희는 입을 삐죽거렸다.“엄마가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시고 재료까지 준비해 놨는데, 네가 안 오면 얼마나 실망하실까.”신경주는 입을 오므리더니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 갈게.”“그렇지! 네가 온 다는 것
“네가 우물쭈물할 사이에 구아람과 윤유성의 아이까지 태어났겠어!”신경주는 가슴이 덜덜 떨리면서도 애써 냉정한 척했다.“내가 언제 구아람을 되찾겠다고 했어? 그녀가 프로젝트를 뺏어가고 윤유성과 협력해서 조사해 본 거야. 신씨 그룹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거든.”“허허, 그래, 그런 걸로 치자, 넌 입만 살았네.”이유희는 비웃으며 그에게 귤껍질을 던졌다.화난 신경주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귤껍질을 꽉 잡았다.옆에 있는 한무도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애써 표정 관리를 했다.“사장님, 사모님과 윤유성은 특별한 관계는 아닌 것 같아요, 지난 3년 동안 사모님도 사장님만 바라보았잖아요. 10년 전부터 찾아봐도 아무 관계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말을 듣자 표정이 살짝 밝아졌다.‘보아하니 구아람은 아직 윤유성에게 넘어가지 않았네, 그 녀석이 일방적인 추구인가.’“하지만 며칠 전에 윤 회장님께서 미혼인 두 아들 윤지수, 윤유성과 함께 해문으로 가서 구회장님을 뵈러 갔었습니다. 구씨 가문과 윤씨 가문은 대대로 교문이 있는 집안인데…… 설마 윤 회장님께서 구씨 가문과 혼인 관계를 맺으려는 건 아니겠죠?”‘혼인?’신경주와 이유희는 대경실색했다.‘나이, 집안 형편도 비슷한 죽마고우가 혼인을 맺는 것은 아무리 봐도 천생연분인 것 같네.’순식간에 덮쳐온 천지개벽의 위기를 막을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것 같았다.“참, 망했네.”이유희는 눈시울이 붉어진 신경주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더니 경망스럽게 웃었다.“아무리 윤유성이 일방적으로 우리 여신님을 추구한다 해도, 백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이 있잖아. 윤 회장님께서 몸을 낮추고 직접 찾아가서 혼담을 꺼내는데, 부자가 짜 맞추고 구회장님께서 압력까지 가하면 구아람이 허락할 수도 있잖아.”순간 신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하하하, 곧 전처의 결혼식을 참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결혼했던 사이인데 축의금도 많이 내야지.”이유희는 귤을 까먹으면서 비아냥거렸다.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신경주는 목소리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