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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늘 혼자 비행기표를 사고 M 국으로 가는 신경주를 뻔히 보고만 있었어, 매사 귀찮아하던 사람이 김은주에게 유일 무의한 선물을 해주기 위해 직접 프랑스의 거장까지 찾아갔어. 아무리 편애를 해도 내가 그의 와이프였는데, 감정이 없더라도 최소한의 존중은 있어야지.”

구아람은 임수해를 등지고 말했고 말투에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이야기꾼이 청취자에게 한 쌍의 빼어난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얘기해 주는 것 같았다.

마음이 답답한 임수해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애완견이 주인을 보는 것처럼 애틋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신경주가 그 추악한 년 때문에 아가씨에게 모질게 상처를 주다니, 수만 번을 죽여도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네요.”

구아람은 웃으며 손짓을 했다.

“예전 같으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달갑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 심지어 너무 웃겨. 김은주가 쓰레기라면 신경주는 쓰레기통이잖아, 김은주는 재활용에서 회수 불가인 쓰레기로 되었는데 그는 시종일관 쓰레기통이야. 내가 사랑을 깊게 하지만 감정을 마구 쓰지는 않아, 쓰레기통을 마음에 둘 필요는 없어. 하지만 그가 알렉스를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은 흥미진진할 것 같아, 날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허사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신경주, 넌 늘 야박한 사람이었어, 지금의 나도 너와 마찬가지야.’

……

신경주는 알렉스를 만나기 위해 특별히 전용기를 타고 Y 국으로 향했다.

불현듯 구아람과 결혼 첫해, 김은주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바쁜 와중에 프랑스로 가서 필사적으로 황실에게 디자인을 해줬던 디자이너를 불러들였던 기억이 떠올랐다.

단 한 번도 그렇게 몸을 굽히며 부탁한 적은 없었다.

그 후, 디자이너가 성의에 감동을 받아 마지못해 목걸이를 디자인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목걸이를 영원히 상자 안에 갇혀버렸고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목걸이에 담긴 건 애틋한 사랑이 아니라 후회와 치욕이다.

안색이 어두운 신경주는 빽빽한 구름을 바라보더니, 순간 가물가물한 구름 위에 화사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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