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한무가 커피를 들고 다가와 탁자 위에 놓았다.“사장님, 알렉스의 스튜디오 담당자인 Sliva 씨에게 연락했더니 만나주시겠다고 합니다.”“진짜?”그제야 신경주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네, 하지만 만나자고만 했을 뿐, 태도가 엄청 내정하고 떨떠름했어요.”한무는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쉬었다.“일을 그르칠까 봐 너무 걱정되네요.”“걱정하지 마, 만나준다고 했으니 그 어떤 희망도 포기해서는 안 돼.”……Y 국에 도착한 후, 사흘 동안 애타게 기다린 끝에 알렉스 스튜디오 근처의 카페에서 담당자인 Sliva를 만났다, 하지만 스튜디오에 들어가지는 못했다.“신 사장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Sliva는 팔짱을 끼고 오만한 표정으로 신경주를 바라보았다.“알렉스는 지금까지 대통령 부인, 황실 멤버와 국가, 사회, 공익에 탁월한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만 주얼리를 디자인해 주었습니다. 비록 안나 조는 월드 스타이지만, 알렉스를 모시기엔 여전히 자격이 부족합니다.”한무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사람을 너무 차별하네, 주얼리가 무슨 공훈장도 아닌데!’“자랑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머니의 이름으로 자선 재단을 설립했고, 그동안 양로원, 빈곤 학생, 보육원 고아들을 지원하며 공익사업에 전념했어요. 알렉스께서 단순히 유명인을 위한 주얼리를 만든다고 생각하지 말고 더 크게 봐주길 바랍니다. 협력만 해주신다면 사례금은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안나 조가 저희 호텔에서 결혼식을 하여 생긴 모든 추가 수익금은 자선 재단에 기부하여 자선사업에 사용할 것입니다.”신경주는 옷매무시를 바로 하고 단정하게 앉아 또박또박 말했다.“사장님의 뜻은, 우리 알렉스 여사님이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다는 말씀입니까?”Sliva는 냉소를 하며 말하자 신경주는 숨이 막혔다.“그런 뜻은 아닙니다.”“자선을 핑계로 디자인을 부탁하는 심보가 고약한 자본가들이 너무 많아요, 신 시장님도 그중 한 명일 수도 있고, 자선 재단을 이용해 돈 세탁을 할 수도 있
Y 국에서 성주로 돌아온 후, 한무는 줄곧 구아람을 지켜보고 있었다.하지만 그동안 동태를 살핀 결과 아무것도 없었다.늘 호텔의 크고 작은 일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성주를 떠난 적도 없다. 신경주는 사무실에 앉아서 창문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눈썹을 찌푸렸다.‘안나 조의 결혼 날짜가 점점 다가오는데, 왜 조금도 서두르지 않지? 아니면 이미 알렉스를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고 있나?’지난번 장미 정원의 일과 진주가 잡히고 백흥 타운 프로젝트를 가로챈 것 때문에 기개가 호탕한 사내 대장부인 신경주는 구아람을 은근히 두려워했다.이혼하고 나서야 비로소 아내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이때, 인터폰이 울리자 신경주는 핸즈프리를 눌렀다.“신 사장님, 이 도련님께서 오셨습니다.”비서는 공손하게 말했다.“들어오라고 해.”이유희가 사무실에 들어가서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 모습은 마치 집에 온 것처럼 자연스러웠다.“내가 몇 번 말했어, 제멋대로 찾아오지 말라고, 내가 너처럼 한가한 것 같아?”신경주는 고개를 숙인 채 서류에 사인을 하였고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참, 제멋대로 찾아오지 말라고, 네가 무슨 황제인 줄 알아? 근데, 우리 엄마가 얼마 전에 사극을 봤는데, 네가 그 황제랑 확실히 닮은 것 같았어, 둘 다 양심이 없거든.”이유희는 다리를 꼬며 비아냥거렸다. “할 말 있으면 하고, 없으면 꺼져.”신경주는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사인펜을 닫았다.“소희가 왔잖아, 그래서 엄마가 널 우리 집으로 초대하고 싶대.”“요즘 많이 바빠, 안나 조의 일을 해결하지 못해서 회식할 기분이 없어.”“말해봐, 우리 엄마를 못 본 지 얼마나 됐어? 외국에서 요양하고 오자마자 밥해 주겠다는데, 체면을 세워주지도 않네!”이유희는 입을 삐죽거렸다.“엄마가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시고 재료까지 준비해 놨는데, 네가 안 오면 얼마나 실망하실까.”신경주는 입을 오므리더니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 갈게.”“그렇지! 네가 온 다는 것
“네가 우물쭈물할 사이에 구아람과 윤유성의 아이까지 태어났겠어!”신경주는 가슴이 덜덜 떨리면서도 애써 냉정한 척했다.“내가 언제 구아람을 되찾겠다고 했어? 그녀가 프로젝트를 뺏어가고 윤유성과 협력해서 조사해 본 거야. 신씨 그룹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거든.”“허허, 그래, 그런 걸로 치자, 넌 입만 살았네.”이유희는 비웃으며 그에게 귤껍질을 던졌다.화난 신경주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귤껍질을 꽉 잡았다.옆에 있는 한무도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애써 표정 관리를 했다.“사장님, 사모님과 윤유성은 특별한 관계는 아닌 것 같아요, 지난 3년 동안 사모님도 사장님만 바라보았잖아요. 10년 전부터 찾아봐도 아무 관계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말을 듣자 표정이 살짝 밝아졌다.‘보아하니 구아람은 아직 윤유성에게 넘어가지 않았네, 그 녀석이 일방적인 추구인가.’“하지만 며칠 전에 윤 회장님께서 미혼인 두 아들 윤지수, 윤유성과 함께 해문으로 가서 구회장님을 뵈러 갔었습니다. 구씨 가문과 윤씨 가문은 대대로 교문이 있는 집안인데…… 설마 윤 회장님께서 구씨 가문과 혼인 관계를 맺으려는 건 아니겠죠?”‘혼인?’신경주와 이유희는 대경실색했다.‘나이, 집안 형편도 비슷한 죽마고우가 혼인을 맺는 것은 아무리 봐도 천생연분인 것 같네.’순식간에 덮쳐온 천지개벽의 위기를 막을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것 같았다.“참, 망했네.”이유희는 눈시울이 붉어진 신경주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더니 경망스럽게 웃었다.“아무리 윤유성이 일방적으로 우리 여신님을 추구한다 해도, 백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이 있잖아. 윤 회장님께서 몸을 낮추고 직접 찾아가서 혼담을 꺼내는데, 부자가 짜 맞추고 구회장님께서 압력까지 가하면 구아람이 허락할 수도 있잖아.”순간 신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하하하, 곧 전처의 결혼식을 참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결혼했던 사이인데 축의금도 많이 내야지.”이유희는 귤을 까먹으면서 비아냥거렸다.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신경주는 목소리까지
젊고 예쁜 미모의 소유자이자 수줍음을 많이 타는 이소희는 민망한 듯 얼굴이 빨개졌다.“경주야, 소희의 젓가락으로 집어줬다고 싫어하는 거야? 먹지도 않고 너에게 먼저 집어 준 거야.”이유희는 눈썹을 찌푸리며 동생의 편을 들어주었다.“미안해, 경주 오빠, 공용 젓가락을 썼어야 했는데, 내가 생각이 짧았어.”이소희는 급히 젓가락을 바꾸고 다시 쏘가리를 집어 신경주의 그릇에 놓아주려고 했지만 또다시 제지당했다.“내가 할게.”이소희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흥, 내가 오랜만에 귀국해서 나랑 서먹서먹해진 거야? 어렸을 땐 우리 아이스크림도 같이 먹었잖아!”“그때는 그때이고, 지금은 어린아이가 아니잖아.”말을 마치자 그는 눈을 내리깔고 게살 완자를 집어 입에 놓고 오물오물 먹었다.가슴이 조인 이소희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고 답답한 듯 생선을 마구 씹었다.테이블 위의 진수성찬을 보던 신경주는 문득 구아람이 요리를 해주던 모습이 떠올랐다.음식을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오후 내내 주방에서 바삐 준비하며 연기에 그을려 얼굴이 기름기가 돌아도 가벼운 기침만 하며 꾹 참고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단 한 번도 구아람을 칭찬한 적이 없었다.설령 요리 실력이 세계적인 셰프와 막상막하이고, 매번 밥 한 그릇을 더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어도 그녀의 실력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칭찬을 기대하며 반짝이던 눈빛이 결국 실망하여 씁쓸한 눈빛으로 변한 것을 생각할 때마다 신경주의 가슴이 아파났다.하지만 잠시 서운했던 구아람은 바로 기운을 내어 아름다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다음엔, 다음에는 더 잘 할게!”‘다음…… 다음이 또 있으려나?’그 순간을 떠올리자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모래알을 씹는 기분이 들어 삼키기도 힘들었다.“오빠, 요즘 안나 조의 결혼식 때문에 KS WORLD 호텔이랑 경쟁하고 있다고 효린 언니한테서 들었어.”공적인 일을 얘기하면 신경주가 흥미를 느낄 것 같아 턱을 괴고 포도만 한 눈을 껌벅이며 천진난
“대단하십니다, 신 사장님!”한무는 저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사모님은 확실치 않으면 손을 대지 않고 입도 매서운 사람인데, 진짜 안나 조를 가로챈 것 아닐까요? 아님 우리…….”“뭐?”한무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이번에는 사모님께 양보해 줄까요, 최종 결정이 아닌 환영회잖아요. 사내대장부는 여자와 다투지 않는데, 하물며 하룻밤을 자도 만리성을 쌓는다는데…….”“안돼!”신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참견할 틈도 주지 않았다.“알렉스도 데려오지 못했는데, 반드시 안나 조에게 손을 대야 해. 구아람이 우리와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은 처지가 우리와 같다는 거야. 이럴 땐, 그 어떤 작은 진전이라도 상황을 순식간에 뒤집을 수 있어, 절대 양보해서는 안 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나 조를 우리 환영회에 참석하게 해야 돼.”말을 마치자, 신경주는 고급차에 올라탔고 한무만 멍하니 서서 표정이 점점 우울해졌다.‘맙소사, 우리 사장님의 마음은 콘크리트로 만든 것인가,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모르는데, 어떻게 사모님을 되찾을 수 있겠어!’이때, 차에 앉은 신경주는 몸을 뒤로 젖히더니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한무의 말대로 구아람을 봐줘야 하나?’이혼 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녀를 이긴 적이 없었다.늘 앞서고 있고 높은 지위에 있었고 압도적인 자태로 그를 짓눌러 만신창이로 되게 했다.순간 구아람은 더 이상 말수가 적고 온화하고 순박한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똑똑하고 고귀하고 훌륭하고 기세등등하여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그래서 한 번 이기고 싶었다, 그러면 그들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 것만 같았다.……늦은 밤, 이유희는 회식이 있어 ACE 클럽으로 갔고 집에는 모녀만 남았다.이소희는 어머니의 방으로 가서 침대에 올라가더니 그녀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방금 회식을 떠올리자 이씨 사모님은 참지 못해 말했다.“오늘 밤 경주를 대한 태도가 왜 그렇게 공손한 거야, 경주도 어색해하잖아.”이씨 사모
3일 후, 안나 조와 그녀의 팀이 성주에 도착할 예정이다.하지만 임수해는 안나의 매니저를 통해 그녀가 신씨 가문의 환영회를 참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KS WORLD 호텔 오락실.임수해는 노발대발하며 구아람에게 소식을 알려주려고 할 때, 그녀는 느긋하게 일곱째 도련님인 구도현과 당구를 치고 있었다.두 사람은 큐대를 들고 수준급 실력을 뽐내며 홀인원을 했다.“아가씨, 큰일 났어요!”임수해는 황급히 소리를 질렀다.“쉿, 매치 포인트야!”구아람은 조용해라는 듯 가녀린 손가락을 입술 사이에 세웠다.‘이 샷에 오늘 저녁 식사가 걸려있으니, 건성해서는 안 돼.’감히 재촉도 못하는 임수해는 급해 죽을 지경이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아가씨의 게임에 지장을 줄 수 없었다.탁-탁-마지막 두 골은 구아람의 재빠른 샷에 의해 마무리되자 기세가 등등했다.“예스!”신이 난 구아람은 승리의 손짓을 했다.구도현은 당구대 옆에 앉아 동생을 향해 웃으며 승부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실력이 점점 늘고 있네.”가녀린 몸을 큐대에 기대고 있는 구아람은 귀엽게 메롱을 했다.“오빠가 잘 가르쳐 준 덕분이지.”붉은색 멜빵 롱 원피스를 입고 당구를 치자 붉은 어깨 끈이 소리 없이 미끄러져 내려왔고, 노출된 하얀 어깨는 너무 빛나고 매혹적이었다.그것을 본 임수해는 가슴이 두근거리더니 마른침을 삼켰다.수상한 눈빛을 예리하게 알아챈 구도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는 무심코 구아람 곁으로 가서 어깨 끈을 올려주고 가볍게 기침을 했다.“밖에서 놀 땐 조심해, 오빠 앞에서는 괜찮지만 다른 남자들 앞에서 이러면 안 되지.”말을 마치자, 임수해를 힐끗 쳐다보았다.형사의 눈빛은 참으로 날카로웠다.임수해는 매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식은땀이 났고, 속마음이 들킬 것 같았다.그러자 급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알았어, 오빠, 수해가 남도 아니고, 게다가 아예 노출된 것도 아니잖아, 너무 소심하네.”구아람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이 달콤한 목소리에 더 이상 말을 하
신씨 그룹.신경주는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를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화면의 사진이 바뀌었다.사진 속 주인공은 바로 아름다운 보조개와 눈부시게 빛나는 눈매를 가진 구아람이었다.이 사진들은 한무가 미행할 때 찍은 것들이다, KS의 정보를 알아내려고 했지만 소식이 엄밀히 봉쇄되어 일상 사진들만 찍었다.안색이 어두워진 그는 사진들을 여러 번 훑어보았다.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어 사진이 뚫어질 지경이었다.이때, 책상 위의 핸드폰이 계속 진동을 하였다.그제야 정신 차린 신경주는 핸드폰을 들고 자세히 보더니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외투를 들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고깃집.오랜만에 만난 구씨 남매는 할 말이 끝이 없었고 술도 끝이 없었다.술을 먹은 지 좀 되었고 웬만큼 마시자 구아람은 약간 취한 듯 갑자기 물었다.“오빠, 말해 봐, 언제 경찰 형수를 데려올 거야?”“아…… 엄마도 재촉하고 너도 재촉하네, 게다가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데 왜 같은 직종인 사람을 찾겠어, 둘 중 한 명은 살아있어야지.”구아람이 남긴 술을 묵묵히 버리고 생수로 바꾸었다.“우리 구씨 가문의 남자들은 왜 이러는 거야, 하나같이 가정을 꾸리지 않아서 형수님의 예쁨도 못 받고 같이 놀 수 있는 조카도 없잖아, 짜증 나!”구아람은 답답한 듯 입을 삐죽거렸다.“널 예뻐해 주는 오빠들이 이렇게 많은데도 부족해? 형수가 생기면 오빠들이 더 이상 널 챙겨줄 겨를이 없을까 봐 두렵지 않아?”“제발 그렇게 해줘! 오빠들 때문에 난 대학 졸업할 때까지 모태솔로였어! 학교 다닐 때, 내가 초콜릿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매일 학교 슈퍼마켓의 모든 초콜릿을 사고 학교 앞에서 기다려서 남학생들이 오빠를 내 남자친구라고 착각했어! 오빠들 때문에 난 제대로 된 첫사랑도 없어!”얼굴이 붉어진 구아람은 과거의 일을 다시 꺼내기 시작했다. 이것은 구씨 가문 사람들의 술주정 행위 중 하나였다.“너에게 초콜릿을 사주는 바람에 엄마는 내가 이른 나이에 연애하는 줄
임수해는 일곱째 도련님이 자신에게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동생에게 친절한 남자들은 모두 나쁜 사람으로 여겼다. “오빠가 너무 예민하네, 수해가 남도 아닌데.”구아람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남은 아니지만 남자잖아.”구도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임수해를 차갑게 쳐다보았다.“다음엔 여자 비서를 찾아, 남자 비서는 너무 눈에 거슬리네.”“걱정 마, 직업병이 또 시작됐네, 누굴 봐도 나쁜 사람 같지?”구아람은 눈을 가늘게 뜨고 대수롭지 않게 손을 내저었다.“경각심을 갖고 정신을 차리는 건 나쁠 게 없지.”구도현이 직접 그녀를 차에 태우고 문을 닫자 임수해는 인사를 하고 떠나려 했다.“잠깐.”구도현이 그를 불렀다.“무슨 일 있으세요, 도련님.”임수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아람이의 비서로서 늘 곁에 있잖아, 도와주는 동시에 본분을 지켜야 해.”구도윤의 눈빛은 약간 섬뜩했다.“네 것이 아닌 것, 그리고 네가 절대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은 넘보지 말고, 그 선을 넘지 마. 난 큰 형과 둘째 형처럼 널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난 천성적으로 마음씨가 추잡해서 많은 죄악을 본 적이 있기에 사람을 좋게 생각하지 않아.”임수해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주먹을 쥐었다.“그러니 헛된 욕심을 부리지 마. 선을 넘으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도련님, 저도 법을 아는 사람입니다, 법은 사람의 행동을 구속할 수 있지만 마음을 구속할 수는 없습니다.”임수해는 마음속의 억울함을 억누르며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오랫동안 가슴에 쌓인 감정을 털어놓았다.“전 절대 아가씨에게 허튼짓을 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진심으로 좋아하기에 그녀를 존경합니다. 하지만 아가씨에 대한 마음을 없애버릴 수는 없을 겁니다. 사랑은 법을 어기지 않습니다.”구도현의 찌푸리던 눈썹은 살짝 풀렸다.‘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참 솔직한 녀석이네.’“오늘 한 말을 잘 기억해.”“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안 가? 너무 졸려!”구아람은 차창을 내리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