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주가 차를 몰고 부랴부랴 고깃집으로 왔을 때, 구아람과 그 제비라는 사람은 이미 떠났다.달갑지 않은 그는 입술을 오므리고 사진 속의 구아람과 그 남자의 다정한 모습을 떠올리더니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아무리 생각해도 연기 속에 서 있는 자신이 너무 천박한 것 같았다.하지만 은근히 걱정되었다.‘한밤중에, 딱 봐도 수상한 남자와 이런 혼잡한 곳에서 밥을 먹다니…… 구아람, 넌 정말 겁도 없구나!’핸드폰이 갑자기 진동을 하면서 낯선 번호가 찍혀있었다.신경주는 한숨을 쉬며 받았다.“누구세요.”“신경주 씨 맞습니까?”기계적인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맞습니다.”“여긴 성주시 경찰서 동성 지서입니다. 한무와 어떤 사이시죠?”신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제 비서인데, 무슨 일입니까?”“일단 서에 오시죠, 와서 얘기합시다.”……오늘 밤에 일어난 일은 정말 판타지로 표현할 수 있었다.람보르기니가 도로를 질주하고 신경주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닭도 죽이지 못하는 한무가 왜 경찰서에 잡혀들어간 건지 알 수가 없었다.성큼성큼 경찰서에 들어서자마자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은 잘생기고 훤칠한 남자와 마주쳤다. 이 사람이 바로 사진 속 구아람과 관계가 애매한 남자였다.구도현도 매의 눈으로 신경주를 차갑게 흘겨보더니 웃으며 물었다.“당신이 바로 신경주입니까? 한무를 데리러 오신 분?”신경주는 눈을 내리깔았고 눈빛에는 적개심으로 가득 찼다.“당신과 무슨 상관이에요?”“허, 말이 참 재미있네요.”구도현은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렸다.“저 때문에 들어왔는데 왜 상관없겠어요.”신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분위기가 순간 긴장해졌다.“복수하려고 이러는 겁니까?”“복수?”“구아람과의 관계가 제 비서에게 들키니 이런 방식으로 복수하는 거잖아요.”분노에 둘러싸인 신경주는 눈앞의 젊고 비겁한 남자가 노련한 형사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단지 이 남자가 구아람을 위해 나서는 거라고 생각했다.이 말을 듣자 구도현은 피식 웃었다.
신경주가 천천히 돌아서자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서서 그를 차갑게 바라보고 있는 구아람이 보였다.“아람아, 귀찮게 왜 왔어?” 구도현은 더 이상 신경주를 상관하지 않고 급히 마중 나갔다.“내가 처리할 테니 편하게 자라고 했잖아.”“아니, 이건 내가 직접 처리해야겠어.”그러자 구아람은 신경주를 쳐다보았다. 차갑고 낯선 모습이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이혼 후, 그녀는 늘 냉정했다. 전에는 원한이 많았었지만 지금은 두려움이 더 많아졌다.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을 낯선 사람으로 취급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원망하고 때리고 물어뜯겨도 이런 푸대접을 당하기 싫었다.“구아람…….”그는 나지막하게 불렀다.“신경주, 나가서 얘기해.”구아람은 차갑게 그를 힐끗 보더니 먼저 돌아섰다.신경주의 시선은 그녀의 아름다운 뒷모습에 고정되었고 급히 따라나가려 했지만 구도현에게 잡혔다.“어이, 바보 사장, 경고하는데, 예의 바르게 해. 여긴 경찰서야. 우리 동생에게 무슨 짓을 한다면 확 감옥에 넣어버릴 거니까.”“구씨 가문의 도련님이면 저와 구아람이 어떤 사이였는지 알고 있겠네요.”신경주는 숨을 들이쉬며 마음속의 분노를 억눌렀다.“제 아내였을 때도 서로 예의를 지켰었으니 지금은 더더욱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허허, 그건 모르는 일이죠.”구도현은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냉소적으로 말했다.“이혼했는데도 전처를 몰래 찍는 남자인데, 제가 맡은 형사사건에는 모두 사이코패스나 살인마들입니다. 정상적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거든요!”……구아람과 신경주는 경찰서 뒤편의 빈터로 갔다, 비교적 외진 곳이라 얘기하기 편했다.신분 있는 사람들이 경찰서와 같은 민감한 곳에서 사진을 찍히고 소문이 퍼지는 것은 좋지 않았다.흐릿한 불빛은 마주 선 두 사람의 우월한 그림자를 늘렸다.“신경주…….”“술 마셨어?”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를 향해 가까이 다가가더니 큰 몸매는 그녀를 비추고 있는 불빛을 막았다.구아람은 깜짝 놀랐다. 신경주는 고개를 돌려
‘너무 비겁하잖아.’이 말은 구아람이 이를 악물며 내뱉은 것이다.구씨 가문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구만복과 세 사모님에 의해 잘 보호되어 꿈을 좇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많았다.구아람도 사랑을 위해 자유롭게 행동한 적이 있다, 신경주를 위해 고향을 떠나고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심지어 우스꽝스럽고 황당한 사랑을 얻기 위해 신경주에게 고귀한 자존심까지 짓밟혔다.이제 모든 것을 깨달은 그녀는 구씨 가문에 돌아와 후계자라는 타이틀을 짊어졌다. 단지 속죄하려는 것이 아니라 형제들이 거리낌 없이 자신만의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가족의 평온한 생활이 방해되는 것은 원치 않았다.하지만 신경주는 지금 그녀의 선을 넘으려고 파렴치하게 끊임없이 떠보고 있다.이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비겁?”신경주는 이 지독한 말에 찔려 가슴이 답답했고 눈시울은 더욱 붉어졌다.갑자기 두 팔을 쭉 뻗고 벽치기를 하여 두 사람은 뜨거운 호흡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구아람, 내가 비겁하다고 생각하면 나를 상대해, 복수하려고 한무를 잡아넣으면 마음이 후련해져?”‘복수?’화가 난 구아람도 눈시울이 붉어졌다.“참 어처구니없네! 한무가 몰래 촬영을 하여 오빠에게 잡혔고 확실한 증거까지 있는데, 사과는커녕 나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거야? 정말 염치가 없네.”“네가 지시하지 않았다면 경찰인 일곱째 오빠가 왜 이유 없이 한무를 체포하겠어?”가슴이 꽉 막힌 신경주는 원한을 품고 있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구아람, 내가 너를 이기는 게 그렇게 싫어? 오빠들과 함께 나와 신씨 그룹을 상대해?”“왜, 질투나? 오빠들이 날 예뻐해서 대신 나서는 건데 내가 무슨 방법이 있겠어?”구아람은 입꼬리를 올리며 약 올리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구아람!”신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너에게도 착한 여동생들이 많은데, 내가 착한 오빠들이 있으면 안 되는 거야? 못마땅하면 너도 복수해, 여동생들을 불러서 날 때리라고 해.”구아람은 평소엔 이런 말을 하지
구도현의 얼굴이 곧 신경주의 주먹에 맞자 구아람은 놀라서 소리쳤다.“우리 오빠를 때리지 마!”신경주는 심장이 심하게 뛰더니 주먹은 순간 허공에 멈추었다.그가 한눈을 파는 틈을 타 구도현은 주먹으로 힘껏 그의 얼굴을 내리쳤다.“악-”통증이 느껴지고 입안에 피비린내로 가득 찼지만 그저 뒤로 살짝 물러났다.구아람은 주먹을 꼭 쥐고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그가 이렇게 말을 잘 들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때리지 않고 그저 구도현에게 맞기만 했다.구도현은 황급히 다가가 구아람의 어깨를 껴안고 호시탐탐 입가에 피난 신경주를 째려보았다.“이 자식이, 또다시 우리 동생을 건드린다면 내가 경찰복을 벗더라도 널 죽도록 때릴 거야!”그러나 구아람은 은근히 두려워했다.신경주가 봐주지 않았더라면 죽도록 맞을 사람이 누군지 장담할 수 없다.……결국 구아람은 몰카에 대해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3년 동안 신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지내서 한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한무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강아지처럼 신경주와 함께 차에 탔다. 고개를 푹 숙인 그에게선 마치 축 처진 꼬리가 보이는 것 같았다.“죄송합니다, 사장님…… 경찰을 변태로 착각해서 폐를 끼쳤습니다.”“됐어.”입이 아픈 신경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사장님, 다쳤어요?”한무는 그제야 입술의 핏자국을 발견했고 마음이 아파 울음을 터뜨릴 지경이었다.“그 나쁜 경찰이 때린 거예요? 경찰로서 감히 평민에게 손찌검을 하다니! 무조건 고소할 거예요!”‘평민?’구아람을 막던 것을 생각해 보니 아무리 봐도 평민이 할 짓은 아닌 것 같았다.“이번 일은 그냥 넘겨,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하지만…….”“네가 말하는 그 나쁜 경찰은 구아람의 일곱째 오빠야, 구회장님의 아들이고.”구만복을 닮은 얼굴을 떠올리자 신경주는 자신이 너무 무뎌졌다고 생각했다.“헐, 일곱째 오빠?”한무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사모님의 오빠들은 조롱박 형제처럼 많네요. 하나같이 사장님을 공격하고, 도대체 언
3일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안나 조도 마침내 예정대로 성주에 도착하여 국내외의 관심을 끌었다.신효린은 화려한 보라색 드레스와 고불고불한 웨이브 헤어를 선보이며 아름다움을 뽐냈다.진주도 화려하게 꾸미고 참석했다. 머리를 높게 얹고 물기가 넘치는 에메랄드 귀걸이와 풍유정만한 크기의 에메랄드 펜던트를 차고 있었다, 가격이 어마 무시해 마치 수십억 별장을 걸고 있는 것과 같다.“엄마, 이 풍유정보다 더 좋은 에메랄드가 있었잖아, 왜 그걸 안 꼈어?”신효린은 궁금해서 물었다.“말도 마,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네!”진주는 이를 악물고 에메랄드를 꽉 쥐었다.“김은주 그년의 빚을 갚아 주었어, 김씨 가문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수십억의 빚을 졌더라고! 당장 쓸만한 현금도 없고 빠듯하게 조사되고 있는 바람에 부티크에 벌써 두 달째 손님이 없어, 그래서 그 에메랄드를 팔 수밖에 없었어!”“세상에! 참 독하시네, 나라면 한바탕 통곡했을 거야, 그것은 아빠가 주신 생일 선물이잖아!”신효린도 마음이 아파났지만 이해되지 않은 듯 물었다.“근데 도대체 왜 김씨 가문을 도와주는 거야? 썩은 구더기 같은 친척들을 그냥 내버려 두면 되잖아!”“흥! 그러고 싶지만…….”진주는 측은하게 중얼거렸다.필승의 마인드로 김은주를 키워서 신경주를 꼬시려는 작전을 시작한 것이다. 한 번의 실수로 전반을 그르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신경주를 통제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키운 사람까지 궁지로 몰아넣었다.지금 김은주는 이모를 협박하는 재미를 봐서, 그저께 M 국에서 전화를 걸어와 돈을 요구하자 그녀를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하지만 그녀를 죽이는 것은 최하의 방법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절대 손을 쓰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그는 ‘폐물 재활용’이라는 방법을 생각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회를 봐서 성주에 돌아올 수 있다고 약속을 하여 비로소 그 계집애를 안정시켰다.“엄마, 스타일이 어때?”신효린은 빙그레 웃으면 빙글빙글 돌았다, 그날 이유희가
“하지만, 엄마, 내가 이씨 그룹과 혼인을 맺어도 엄마를 도와줄 수 있잖아!”신효린은 진주의 과격한 반응에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진주는 진홍색 립스틱을 바른 입술을 오므리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이소희와 신경주의 관계는 어디까지 갔어?”“뭐가 있겠어, 소희의 얘기를 들어보니 신경주가 아직도 구아람에게 미련이 있는 것 같아, 아예 기회가 없어.”신효린은 입을 삐죽거리며 답답해났다.“허, 그럼 다행이네.”“엄마, 그게 무슨 뜻이야?”“넌 정말 바보 아니야? 이건 신경주와 이유희의 사이를 이간질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진주는 안타까운 마음에 신효린의 이미에 딱밤을 때렸다.“이유희는 외아들이야, 비록 지금 이씨 그룹은 이씨 어르신이 유지하고 있지만 이유희의 손에 아버지가 물려준 막대한 주식이 있기에 앞으로 이씨 그룹은 그의 것으로 될 거야. 만약 이소희를 이용해 이유희와 신경주를 이간시킨다면, 어린 소녀가 시집가는 것보다 더 의미가 있잖아, 난 신경주를 잘 알아,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줘도 소용이 없어. 그래서 이소희가 시집가든 안 가든 두 사람 사이를 가로지르는 날카로운 가시로 될 거고, 그들 사이도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될 거야!”문득 깨달은 신효린은 진주를 숭배하는 듯 올려다보았다.이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진주는 음흉한 눈빛을 거두고 여유를 부렸다.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곰돌이 인형을 안고 있는 신효정이 밖에서 쭈뼛쭈뼛 문을 비집고 들어왔다.동생을 보자마자 신효린은 슬리퍼가 생각나, 신효정의 손에 있는 재수 없는 인형을 찢어버리고 싶었다.“효정아, 여긴 왜 왔어?”진주가 덤덤하게 물었다.“엄, 엄마…….”신효정은 고개를 숙인 채 품에 있는 곰돌이 인형을 꼭 껴안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저, 저도 회식에 참석하면 안 될까요?”이 말을 들은 진주와 신효린은 어안이 벙벙했다. 존재감이 없는 그녀가 먼저 요구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참, 우리 동생, 순정한 소녀의 이미지가 곧 무너질 것
안나 조가 처음으로 성주를 방문하자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고, 게다가 신씨 그룹의 홍보로 지난 3일 동안의 실시간 검색어에는 온통 톱스타와 그녀가 머무는 호텔에 관한 소식들이었다.그동안 신씨 그룹의 부정적인 이슈는 끊임없이 국민의 인식을 바꾸었다.부정적인 소식으로 핫해지는 것도 좋지만 신씨 호텔의 상황이 특별하여 부정적인 평가를 견딜 수 없었다.신씨 호텔은 수십 년 동안 명성을 누려 왔으며 성주는 물론 전국 최고의 호텔 브랜드로서 이곳에 묵었던 귀빈들은 모두 각국의 정치 외교, 경제, 문화, 스포츠 분야의 저명한 사람들이다. 전임 D 국 대통령도 성주에 올 때마다 늘 신씨 호텔에 머물렀다.그러나 지난 반년 동안 여러 사건들로 인해 신씨 호텔의 평판은 곤두박질쳤고, 현재 네티즌들이 신씨 그룹 하면 신경주가 바람맞은 것과 김은주의 알몸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이미지라는 것을 잘 만들려면 나날이 쌓여야 했고, 무너지는 건 정말 순식간이다.그래서 이번에 신경주는 엄청난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여 안나 조를 데려오는 것도 신씨 호텔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서였다.이번에 그는 구아람보다 휠씬 더 이기고 싶었다.저녁 6시 정각.호텔 문밖에는 이미 안나 조를 보기 위해 언론사 기자와 팬들로 가득 찼다.고급스러운 질감의 레드 카펫이 깔려 엄청 화려하게 장식되었다.“와, 저는 안나 조의 S급 팬이에요! 그녀의 ‘죽음의 행진곡’ 7편을 모두 봤어요! 어느덧 10년이 흘렀고 드디어 여신 님의 실물을 볼 수 있겠네요!”“성주를 놓고 보면 호텔은 그래도 신씨 호텔이지! KS WORLD의 평판, 인프라 등 조건들은 신씨 그룹보다 훨씬 뒤떨어졌어!”“하지만 최근 신씨 그룹의 행위들은 참 이상했어…….”“그래도 호텔업계에서 앞서는 데 지장을 주지 않았어! 안나 조가 여기에 묵는 것이 바로 신씨 그룹의 실력을 인정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야!”경호원은 럭셔리 링컨의 차 문을 열었다.오늘 밤 주인공인 안나 조는 팬들의 환호 속에서 내렸다.안나는 D 국, 프랑스, 이탈리아
“저는 신씨 그룹 회장 신광구의 부인 진주입니다.” 진주는 턱을 약간 쳐들고 자신을 소개하며 오만함을 드러냈다. “신 사장님, 전 저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번역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전 저 사람의 신분에 관심이 전혀 없으니까요.” 안나는 진주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영어로만 신경주와 대화를 이어갔다. 진주는 허접한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안나의 말을 3분의 1 정도밖에 알아듣지 못했다. 그리고 진주가 영어로 자신을 다시 소개하려고 할 때, 경주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굳이 중요치 않은 사람을 당신에게 소개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진주는 흠칫 놀랐다. 순간, 주위에서는 비웃는 웃음소리가 이따금 울려 퍼졌다. 그리고 사람들이 진주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소리는 그녀의 귀에 유난히 똑똑히 들려왔다! “와, 안나가 감히 신 회장의 부인을 이렇게 정면으로 깍아내리다니, 정말 대단한걸!” “쳇, 정말 웃겨. 안나 조는 M국 사람이야, 그녀는 국내 시장을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 어찌 신 회장 부인 따위를 신경이나 쓰겠어!” “그러니까, 부잣집 사모님 진주도 안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 이따금 비아냥 거리는 소리에 진주는 얼굴이 붉어졌고 눈가의 주름은 순간 더욱 깊어진 것 같았다. 그러나 체면을 매우 중요시하는 진주는 이런 치욕을 참을 수 없었기에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안나 씨, 전에 우리 호텔과 KS WORLD호텔이 줄곧 라이벌 관계였다는 것은 잘 알고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오늘 밤, 안나 씨께서 저희의 연회에 참석해 주신 것은 바로 우리 신씨 호텔에 대한 인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신씨 그룹의 여주인으로서 전 아주 영광스러울 따름입니다.” 경주의 표정이 싸해졌다. ‘신씨 그룹의 여주인? 잘도 가져다 붙이네.’ 순간 연회장의 분위는 갑자기 어색해졌다. 한무는 얼른 방금 진주가 한 말을 안나에게 통역해 주었다. “아니,
“소연 씨, 오늘 밤 신 사장님과 함께 데리러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예요.”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맹새했다.[들키는 게 두렵지 않아요. 그제 그 시간에만 나갈 수 있어요.]만소연은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데리러 가는 건 소연 씨 안전을 생각해서예요.”경주는 엄숙한 말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지금 윤씨 가문이 소연 씨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있을 수 있어요. 만약 갑자기 나가서 윤씨 가문 사람에게 들키면 위험해질 수 있어요.”만소연은 깜짝 놀랐다.[구, 구아람 씨, 이 분은.]“소연 씨, 두려워하지 마세요. 신 사장님이에요. 제 곁에 있어요.”아람은 눈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들고 경주의 얼굴을 살짝 쳤다. 경주는 바로 몸을 기울리고 여왕을 모시는 우아한 집사처럼 잘생긴 얼굴을 아람에게 들이대며 코끝을 맞댔다. 아람은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경주는 이때 아람에게 키스를 했다. 혀는 천천히 움직이며 아람을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이때 경주는 아람의 입술을 떠났다.‘음, 이 나쁜 남자, 정말 나빠. 점점 나쁘네!’[신, 신 사장님? 정말 신 사장님이에요?]만소연의 눈빛이 순간 밝아지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신, 신 사장님. 존경합니다. 제 롤모델이에요!]경주는 누썹을 찌푸렸다.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그냥,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연예인보다도 잘생겼어요. 저 신 사장님을 엄청 좋아해요!]“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구아람 씨예요.”경주는 스님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하며 아람의 어깨를 끌어안았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만소연은 황급히 해명했다.[저는 그저 신 사장님의 능력과 외모를 존경하는 거예요. 다른 뜻은 없어요. 그리고 저는 구아람 씨와 신 사장님의 팬이예요. 정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쯧, 신 사장님은 전에 인터넷에서 평판이 엄청 안 좋았는데, 얼굴 빼고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팬이 있네? 역시 지금 시
아람의 머리를 빗어주던 경주의 손도 순간 멈칫하며 핸드폰을 바라보았다.“아람아, 아는 번호야?”“몰라.”“받을 거야?”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아람은 낯선 번호를 받지 않는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도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듯 막연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전화를 마치지 않으면 많은 것을 놓칠 것 같았다.“여보세요.”아람은 다정하게 전화를 받았다.[여, 여보세요.]전화 반대편에서 소심하고 낮고 부드러운 여자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들으면 아린과 비슷하게 들렸다. 아람과 경주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즉시 스피커폰을 켰다.“죄송하지만, 누구세요?”[구, 구아람 씨 맞아요?]소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네, 구아람이에요.”[저, 저는 만소연이에요.]경주와 아람은 순간 긴장했다. 특히 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에 식은땀이 났다. 경주는 숨을 죽이고 아람을 바라보았다. 아람의 손을 잡고 가슴에 대며 안전감을 주었다.“소연 씨, 드디어 전화가 오셨네요.”아람의 목소리는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친근하게 말하기 위해 성을 떼고 불렀다.“매일 소연 씨의 전화를 기다렸어요. 드디어 전화 오셨네요.”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만소연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건, 만소연을 만나고 얘기를 했다는 건데, 아니면 왜 그렇게 말하겠어. 하지만 언제 만났지? 난 왜 몰랐지?’[매일, 기다렸어요?]만소연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구아람 씨, 만약 제가 연락하지 않았다면.]“그래도 기다렸을 거예요. 연락하든 안 하든 선택권은 소연 씨에게 있어요. 기다리든 말든 제 선택이에요.”아람은 이글거리는 눈빛에 굳은 의지가 가득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아람은 상대방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경주는 아람의 친착함을 존경했다. 목표을 이루기 위해 억울해하며 참았고 굴욕도 견딜 수 있었다. 고귀한 출생으로 인해 우월감을 느끼지 않았고
윤씨 가문은 라이브 사건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싶었지만, 윤진수의 평판이 너무 않 좋았다. 사람들은 그저 웃음거리를 보고 싶었다. 게다가 윤진수를 지목하는 구씨 가문 아가씨 아린이 나타나 더욱 드라마틱해져 점점 뜨거웠다.열기가 갈아앉지 않으면 윤진수는 경찰의 목표로 될 것이다. 윤정용은 심지어 뻔번하게 경찰 총장에게 가서 사정했지만, 마침 최고의 재벌 구만복이 오랜만에 실검에 올랐다. 사무실의 TV에서 뉴스가 방송되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리본 커팅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와 인터뷰하는 구만복의 모습이 보였다. 기자는 바로 물었다.“구만복 씨, 이틀 전 라이브에서 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성.”“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자?”구만복의 안색이 순간 차가워지며 반박했다.“어느 언론사 출신이에요? 이렇게 정보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데 기자를 해요?”사람들은 구만복의 압박감에 숨도 쉬지 못했다.“제 친딸이에요. 우리 구씨 가문의 막내 공주님. 제 셋째 부인 초연서의 딸이에요.”구만복의 표정은 유난히 차가웠지만, 아린을 언급하자 날카로운 눈빛에 보기 드물게 온기가 돌았다.“제 눈에 아람이든, 아린이든 모두 소중한 딸이에요. 아린을 공개하지 않은 건, 나이도 어리고 확교를 다니고 있고, 모녀가 겸손해서예요. 아이의 학교생활을 방해할까 봐 공개적인 자리에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요.”“결국 모두 막내딸을 지키려고 한 거예요. 하지만 내 딸을 보호하는데, 윤진수 그 짐승에게 기회를 주었어요!”‘젠장, 구 회장님의 말이 정말 날카롭네. 구만복과 윤정용이 친하다는 것을 모른느 사람이 없잖아. 하지만 막내딸을 위해 윤씨 가문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네!’“우리 딸은 큰 굴욕을 당했어요. 윤씨 그룹이 사적으로 가고 싶은데, 그럴 일은 없어요. 반드시 끝까지 조사할 거예요!”구만복의 눈시울이 붉히며 하마터면 카메라 앞에서 실례를 할 뻔했다. 겨우 화를 억누르며 카메라를 향해 이를 악물었다.“윤정용, 너 이 자식, 양심이 있으면 네 아들이 대가를 치르고 우리 딸에게
“아람아, 너, 너 왜 들어왔어, 언제 들어왔어.”경주는 여전히 멍했다. 습관적으로 아람의 허리를 잡고 위아래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아람은 가슴을 가리고 투덜거렸다.“깜짝이야. 방금 네 눈빛이 엄청 무서웠어. 날 잡아먹을 것 같았어.”“미안해, 아람아. 입대했을 때 생긴 고질병인 것 같아. 불치병 같은 반응이야.”그 말을 듣자 아람은 가슴이 아파 경주의 얼굴을 만졌다. 경주는 죄책감을 느꼈다. 아람의 손을 잡고 손등을 키스했다.“왜 몰래 들어왔어. 들키면 어떡해.”“몰래? 여긴 내 집이야. 왜 몰래 들어와. 난 당당하게 들어온 거야.”아람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경주의 코끝을 가리켰다.“왜? 신 사장님이 좀 당황한 것 같지?”“정식으로 네 집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야. 아람아, 네 가족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주고 싶어.”경주는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풋, 그거 때문이었어?”아람은 웃음을 떠뜨렸다.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경주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우리 가족은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챙기기 힘들고 잘해주기도 어려운 사람이야. 아니면 윤유성 그 독뱀이 벌써 우리 집에 들어왔겠지. 안 그래?”“아람아.”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가족은 널 천천히 받아드리고 있어. 그러니 걱정 마. 너 답게 행동해.”아람은 다정하게 말을 하며 경주의 셔츠 단추를 모두 풀었다.“또 나 몰래 밤새 일했어? 이렇게 앉아서 자면 허리디스크 터져. 잠옷을 갈아입고 편하게 누워.”“응, 알았어.”경주는 얌전히 말을 들었다. 잠옷을 갈아입을 때 기지개를 펴니 허리가 아팠다. ‘설마, 정말 나이가 들어서 그래?’“아람아, 빨리 방으로 가.”경주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람은 귀여운 토끼처럼 재빨리 이불속으로 들어갔다.“너랑 같이 잘 거야.”“아람아, 말 들어. 이제 성주로 돌아가면.”“싫어. 지금 같이 잘 거야.”아람은 경주의 옷깃을 잠고 놓지 않았다. 경주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는 아람의 매혹적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욕망이 솟
구만복이 말하자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람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입을 크게 벌리며 믿기지 않는 듯 구만복을 바라보았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경주는 가슴이 떨리며 눈을 부릅뜨고 구만복의 잘생기고 위엄 있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지금 출발하면 새벽에 도착하잖아. 내일 아침 별일 없으면 오늘 여기서 자고 가.”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리며 기침을 두 번했다.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다. 경주도 들었고, 아람도 들었고, 모든 사람이 들었다. 서프라이즈가 경주에게 다가오자 경주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맑은 눈에 감동적인 감정으로 가득 찼고 울컥하며 구만복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고마워요, 구 회장님. 받아주셔서 고마워요.”받아준다는 말은 대단한 거물이자 성주 제1 재단의 도련님을 비참하게 했다. 아람은 가슴이 아팠다. 경주가 억울한 모습을 보지 못해 급히 다가가 경주를 부축했다.“뭐 하는 거야. 그냥 하룻밤인데, 이럴 필요는 없잖아.”“필요 있어. 아람아.”경주는 누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가슴 속 설렘이 휘몰아쳤다.“너무 기뻐. 지금까지 이룬 업적들을 모두 모아도 이 순간만큼 행복하지 않았을 거야.”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단순한 하룻밤일 것이다. 그러나 경주에게는 희망이었다. 구만복은 경주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먼저 별장으로 들어갔다.“수해 오빠, 아빠가 형부를 용서한 거야? 형부를 받아준 거야?”아린은 수해의 팔짱을 끼고 까치발을 들어 수해의 귀에 속삭였다.“받아주는 거였으면 좋겠어.”아린을 바라보는 수해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 손을 들어 아린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어제보다 오늘 조금만 더 발전하면 다 좋은 거야.”아람은 감동하여 경주의 얼굴을 잡고 아무도 없는 듯이 키스했다. 처음에 경주는 부끄러워 온몸이 굳어졌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아람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키스했다. 구씨 가문의 어른들은 보기 부끄러워 모두 황급히 돌아서서 떠났
강소연은 누군가가 아린을 비난하자마자 즉시 키보드를 잡고 네티즌과 맞섰다. 뿐만 아니라 강지구에게도 연락해 라이브 방송 댓글창에 글을 남기도록 지시했다. 순식간에 백여 명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며 논쟁이 격화되었고, 결국 모두 금언 조치가 내려졌다.밖에서 아무리 큰 폭풍이 몰아쳐도 해정원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람은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하고 화목한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엄마가 돌아간 후, 아람은 해장원을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방황의 날이 쓰라리고 힘들어도 그저 탈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점점 집 느낌이 있었다. 아람에게 안식처가 되는 곳은 단 두 곳이다. 해장원과 경주의 따뜻한 품이다.라이브 풍파가 지난 후, 구만복과 초연서는 수해에 대한 태도도 미세산 변화가 있었다. 그날 아린과 수해가 헤어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자 구만복은 수해를 집에 있게 했다. 그저 각방을 썼을 뿐이다.절대 모두가 잠든 동안 소중한 딸 아린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이상한 짓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시련과 곤난을 겪어온 수해와 아린에게 이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아린은 엄청 기뻐했다. 수해도 눈물을 흘릴 뻔할 정도로 흥분했지만 그저 묵묵히 구만복에게 인사를 했다.최선을 다해 아린을 챙겨주고 평생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맹세했다. 이 기회에 수해는 다시 구만복의 인정을 받았다. 옆에서 화기애애한 가족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경주는 여전히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아람은 아린과 수해의 행복한 분위기에 감염되어 옆에 있는 안색이 어두워진 경주를 신경 쓰지 못했다. 경주는 가슴이 아파나며 씁쓸해졌다. 한참 후, 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체념을 하듯 씁쓸하게 웃었다.경주의 마음은 여전히 안 좋았지만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구만복이 평생 경주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아람의 곁에 있고 지켜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죄인은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 이 곳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은혜를
당황한 나머지 윤진수는 부축을 받아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윤성우는 도현을 악의적으로 노려보았다. 입을 열려고 할 때, 계속 침묵하고 있던 유성이 적절한 타이밍에 말을 했다.“진수 형, 그냥 구 팀장님과 함께 가세요. 형은 당당하잖아요. 그냥 수사에 협조하는 거예요. 당황하지 마세요. 금방 끝날 거예요. 끝나면 우리가 데리러 갈게요.”윤성우는 유성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젠장, 또 잘난 척할 기회를 줬네!’유성은 돌아서서 윤정용의 귀에 속삭였다.“아버지, 구도현의 말이 맞아요. 진수 형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 발이 찔리는 것 같아보여요. 구도현은 더 악랄한 수단으로 형을 상대할 거예요. 그때는 정말 곤란할 거예요.”윤정용은 마음이 흔들려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진수야, 가.”“아버지!”윤진수의 표정은 마치 절망에 빠진 듯했다. 윤정용은 손을 흔들었다. 원망함과 분노가 뒤섞여 말문이 막혔다. 결국 윤씨 가문 사람들은 두 경찰이 윤진수를 데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도현이 떠나기 전 차갑게 윤유성을 노려보았다. 유성은 날카로운 시선에 움찔했다. 마치 범인을 심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유성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마음이 불편했다.“구도현, 거기 서!”윤성우가 얼굴을 붉히며 다가갔다. 지금의 윤진수를 도와주기 보다 도현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도현은 발길을 멈추고 무심하게 바라보았다.“흥, 인정해. 네가 우리를 어떻게든 곤경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이잖아. 전혀 정의감에 비롯된 것이 아니야. 그저 개인적인 복수를 하려는 거지. 구아람과 구아린 대신 화풀이하고 싶은 거지?”도현은 날카로운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움직였다.‘그게 왜?’소리없이 입모양만 보여주었지만 윤정용과 윤성우는 화가 나서 머리가 터질 듯했다. 달려가 도현을 때리고 싶었다. 도현이 떠난 직후 윤정용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윤성우와 유성의 부축에 소파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진정했다.“성우
“경찰서 커피가 맛이 없이 없도 건강에 해롭지 않아요. 윤씨 가문의 음식에 감히 입을 대지 못해요. 배가 썩을 수도 있잖아요. 건강을 다치고 마음을 다치면 너무 소해잖아요.”도현은 차갑게 비웃으며 윤성우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구도현 도련님, 내 아들의 사건은 이미 끝났어요. 당신이 직접 풀었줬잖아요. 지금 와서 왜 또 이러는 거예요!”윤정용은 싸울 기분이 없어 눈시울을 붉히며 화를 냈다.“증거도 없이 진수를 그냥 데려갈 수는 없어요. 마음대로 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우리 윤씨 가문은 구씨 가문의 손에 잡히는 멍청한 놈이 아니에요.”“두 가문이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고, 구만복의 아들인 것을 봐서 체면을 봐주는 거예요. 선을 넘지 마세요!”‘구만복의 아들? 구 팀장님이 해문 갑무의 아들이야? 구아람의 오빠?’이 충격적인 소식에 두 경찰은 입을 가리며 크게 놀랐다. 수년 동안 경찰로 일하면서 도현은 항상 겸손하고 일에만 집중했다. 자신의 사생활과 가족사에 대하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전에 도현이 형사 팀장이 되었을 때, 어린 나이에 중요한 임무를 맡아 경찰서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도현은 낙하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언비어는 순간 사라졌다. 단 3년 동안 도현은 큰 사건을 잇달아 해결하고 여러 차례 공로를 세우며 소문이 점차 사라졌다. 경찰들도 도현의 집안이 대단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도현은 윤정용이 동료들 앞에서 구만복을 언급하는 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웃음이 터졌다.“법은 무고한 사람을 잘못 선고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단 한 명의 짐승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윤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은 10년 넘게 타다 남은 솥바닥처럼 어두웠다. “구도현, 너, 너, 누구보고 짐승이라고 하는 거야!”윤진수는 도현의 잘생긴 얼굴을 가리키며 화를 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윤진수 씨, 당신이 강간 미수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니 우리와 함
“경, 결찰? 그 하찮은 놈들이 또 찾아왔어?”윤진수는 구치소에서 사람 같이 않은 삶은 보낸 날들을 생각하자 다시는 돌아가서 악취를 풍기던 그 쓰라린 삶을 살고 싶지 않아 겁에 질렸다.“아버지, 형, 꼭 막아주세요!”윤정용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마음이 급해 걸어다녔다.“진수야, 긴장하지 마.”윤유성이 다가가 진수의 떨고 있는 어깨를 토닥였다.“두 여자애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어. 아직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어. 그건 아직 증언할 의사가 없다는 거야. 경찰도 그냥 온 거야.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잖아. 일단 가 봐.”...윤씨 그룹 사람들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방문객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거실에 서 있는 도현과 두 경찰이 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훤칠한 키를 가진 도현은 마치 칼을 꽂은 것처럼 앞에 나타났다. 권위적이고 위압적이라 억압감이 느껴졌다.윤정용의 안색이 안좋았다. 심지어 마음속에서 질투까지 했다. 구만복의 자식들은 모두 예쁘고 잘생겼다. 능력도 좋고 그저 경찰인 첩의 막내아들 도현도 카리스마가 넘쳤다. 자기 자식이 제일 소중하다고 하지만, 윤민주와 윤진수가 한 짓을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도현의 앞에 나서기 창패했고 체면이 깎인다고 생각했다. 비교해 보면 그나마 막내아들인 유성이 괜찮았다. 외모, 기질, 능력도 뛰어나 구씨 가문과 경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정용은 제일 아이러니한 점을 잊었다. 유성은 한때 윤정용이 가장 싫어하고 경명했던 자식이었다. 심지어 유성 모자를 S국으로 보낸 후 윤씨 가문 전체 앞에서 죽은 사람 취급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린 유성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유성의 계좌로 매년 일정 생활비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외 가족 재산, 권력, 주식, 윤씨 가문의 모든 것은 유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이 모든 것은 고상아가 윤정용을 배신해서 시작한 것이다. 고상하는 비천한 경호원과 몰래 만났고, 그 모습을 윤정용이 직접 목격했다. 간통한 경호원은 가혹한 처벌을 받고 외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