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안나 조도 마침내 예정대로 성주에 도착하여 국내외의 관심을 끌었다.신효린은 화려한 보라색 드레스와 고불고불한 웨이브 헤어를 선보이며 아름다움을 뽐냈다.진주도 화려하게 꾸미고 참석했다. 머리를 높게 얹고 물기가 넘치는 에메랄드 귀걸이와 풍유정만한 크기의 에메랄드 펜던트를 차고 있었다, 가격이 어마 무시해 마치 수십억 별장을 걸고 있는 것과 같다.“엄마, 이 풍유정보다 더 좋은 에메랄드가 있었잖아, 왜 그걸 안 꼈어?”신효린은 궁금해서 물었다.“말도 마,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네!”진주는 이를 악물고 에메랄드를 꽉 쥐었다.“김은주 그년의 빚을 갚아 주었어, 김씨 가문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수십억의 빚을 졌더라고! 당장 쓸만한 현금도 없고 빠듯하게 조사되고 있는 바람에 부티크에 벌써 두 달째 손님이 없어, 그래서 그 에메랄드를 팔 수밖에 없었어!”“세상에! 참 독하시네, 나라면 한바탕 통곡했을 거야, 그것은 아빠가 주신 생일 선물이잖아!”신효린도 마음이 아파났지만 이해되지 않은 듯 물었다.“근데 도대체 왜 김씨 가문을 도와주는 거야? 썩은 구더기 같은 친척들을 그냥 내버려 두면 되잖아!”“흥! 그러고 싶지만…….”진주는 측은하게 중얼거렸다.필승의 마인드로 김은주를 키워서 신경주를 꼬시려는 작전을 시작한 것이다. 한 번의 실수로 전반을 그르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신경주를 통제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키운 사람까지 궁지로 몰아넣었다.지금 김은주는 이모를 협박하는 재미를 봐서, 그저께 M 국에서 전화를 걸어와 돈을 요구하자 그녀를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하지만 그녀를 죽이는 것은 최하의 방법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절대 손을 쓰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그는 ‘폐물 재활용’이라는 방법을 생각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회를 봐서 성주에 돌아올 수 있다고 약속을 하여 비로소 그 계집애를 안정시켰다.“엄마, 스타일이 어때?”신효린은 빙그레 웃으면 빙글빙글 돌았다, 그날 이유희가
“하지만, 엄마, 내가 이씨 그룹과 혼인을 맺어도 엄마를 도와줄 수 있잖아!”신효린은 진주의 과격한 반응에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진주는 진홍색 립스틱을 바른 입술을 오므리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이소희와 신경주의 관계는 어디까지 갔어?”“뭐가 있겠어, 소희의 얘기를 들어보니 신경주가 아직도 구아람에게 미련이 있는 것 같아, 아예 기회가 없어.”신효린은 입을 삐죽거리며 답답해났다.“허, 그럼 다행이네.”“엄마, 그게 무슨 뜻이야?”“넌 정말 바보 아니야? 이건 신경주와 이유희의 사이를 이간질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진주는 안타까운 마음에 신효린의 이미에 딱밤을 때렸다.“이유희는 외아들이야, 비록 지금 이씨 그룹은 이씨 어르신이 유지하고 있지만 이유희의 손에 아버지가 물려준 막대한 주식이 있기에 앞으로 이씨 그룹은 그의 것으로 될 거야. 만약 이소희를 이용해 이유희와 신경주를 이간시킨다면, 어린 소녀가 시집가는 것보다 더 의미가 있잖아, 난 신경주를 잘 알아,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줘도 소용이 없어. 그래서 이소희가 시집가든 안 가든 두 사람 사이를 가로지르는 날카로운 가시로 될 거고, 그들 사이도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될 거야!”문득 깨달은 신효린은 진주를 숭배하는 듯 올려다보았다.이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진주는 음흉한 눈빛을 거두고 여유를 부렸다.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곰돌이 인형을 안고 있는 신효정이 밖에서 쭈뼛쭈뼛 문을 비집고 들어왔다.동생을 보자마자 신효린은 슬리퍼가 생각나, 신효정의 손에 있는 재수 없는 인형을 찢어버리고 싶었다.“효정아, 여긴 왜 왔어?”진주가 덤덤하게 물었다.“엄, 엄마…….”신효정은 고개를 숙인 채 품에 있는 곰돌이 인형을 꼭 껴안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저, 저도 회식에 참석하면 안 될까요?”이 말을 들은 진주와 신효린은 어안이 벙벙했다. 존재감이 없는 그녀가 먼저 요구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참, 우리 동생, 순정한 소녀의 이미지가 곧 무너질 것
안나 조가 처음으로 성주를 방문하자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고, 게다가 신씨 그룹의 홍보로 지난 3일 동안의 실시간 검색어에는 온통 톱스타와 그녀가 머무는 호텔에 관한 소식들이었다.그동안 신씨 그룹의 부정적인 이슈는 끊임없이 국민의 인식을 바꾸었다.부정적인 소식으로 핫해지는 것도 좋지만 신씨 호텔의 상황이 특별하여 부정적인 평가를 견딜 수 없었다.신씨 호텔은 수십 년 동안 명성을 누려 왔으며 성주는 물론 전국 최고의 호텔 브랜드로서 이곳에 묵었던 귀빈들은 모두 각국의 정치 외교, 경제, 문화, 스포츠 분야의 저명한 사람들이다. 전임 D 국 대통령도 성주에 올 때마다 늘 신씨 호텔에 머물렀다.그러나 지난 반년 동안 여러 사건들로 인해 신씨 호텔의 평판은 곤두박질쳤고, 현재 네티즌들이 신씨 그룹 하면 신경주가 바람맞은 것과 김은주의 알몸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이미지라는 것을 잘 만들려면 나날이 쌓여야 했고, 무너지는 건 정말 순식간이다.그래서 이번에 신경주는 엄청난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여 안나 조를 데려오는 것도 신씨 호텔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서였다.이번에 그는 구아람보다 휠씬 더 이기고 싶었다.저녁 6시 정각.호텔 문밖에는 이미 안나 조를 보기 위해 언론사 기자와 팬들로 가득 찼다.고급스러운 질감의 레드 카펫이 깔려 엄청 화려하게 장식되었다.“와, 저는 안나 조의 S급 팬이에요! 그녀의 ‘죽음의 행진곡’ 7편을 모두 봤어요! 어느덧 10년이 흘렀고 드디어 여신 님의 실물을 볼 수 있겠네요!”“성주를 놓고 보면 호텔은 그래도 신씨 호텔이지! KS WORLD의 평판, 인프라 등 조건들은 신씨 그룹보다 훨씬 뒤떨어졌어!”“하지만 최근 신씨 그룹의 행위들은 참 이상했어…….”“그래도 호텔업계에서 앞서는 데 지장을 주지 않았어! 안나 조가 여기에 묵는 것이 바로 신씨 그룹의 실력을 인정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야!”경호원은 럭셔리 링컨의 차 문을 열었다.오늘 밤 주인공인 안나 조는 팬들의 환호 속에서 내렸다.안나는 D 국, 프랑스, 이탈리아
“저는 신씨 그룹 회장 신광구의 부인 진주입니다.” 진주는 턱을 약간 쳐들고 자신을 소개하며 오만함을 드러냈다. “신 사장님, 전 저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번역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전 저 사람의 신분에 관심이 전혀 없으니까요.” 안나는 진주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영어로만 신경주와 대화를 이어갔다. 진주는 허접한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안나의 말을 3분의 1 정도밖에 알아듣지 못했다. 그리고 진주가 영어로 자신을 다시 소개하려고 할 때, 경주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굳이 중요치 않은 사람을 당신에게 소개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진주는 흠칫 놀랐다. 순간, 주위에서는 비웃는 웃음소리가 이따금 울려 퍼졌다. 그리고 사람들이 진주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소리는 그녀의 귀에 유난히 똑똑히 들려왔다! “와, 안나가 감히 신 회장의 부인을 이렇게 정면으로 깍아내리다니, 정말 대단한걸!” “쳇, 정말 웃겨. 안나 조는 M국 사람이야, 그녀는 국내 시장을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 어찌 신 회장 부인 따위를 신경이나 쓰겠어!” “그러니까, 부잣집 사모님 진주도 안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 이따금 비아냥 거리는 소리에 진주는 얼굴이 붉어졌고 눈가의 주름은 순간 더욱 깊어진 것 같았다. 그러나 체면을 매우 중요시하는 진주는 이런 치욕을 참을 수 없었기에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안나 씨, 전에 우리 호텔과 KS WORLD호텔이 줄곧 라이벌 관계였다는 것은 잘 알고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오늘 밤, 안나 씨께서 저희의 연회에 참석해 주신 것은 바로 우리 신씨 호텔에 대한 인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신씨 그룹의 여주인으로서 전 아주 영광스러울 따름입니다.” 경주의 표정이 싸해졌다. ‘신씨 그룹의 여주인? 잘도 가져다 붙이네.’ 순간 연회장의 분위는 갑자기 어색해졌다. 한무는 얼른 방금 진주가 한 말을 안나에게 통역해 주었다. “아니,
이소희의 바로 뒤가 연회장의 대문이었다. 그래서 이소희는 신경주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줄 알았다! “오빠!” 이소희는 감격에 겨워 두 뺨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경주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순간, 이소희는 갑자기 어디선가 풍겨오는 아주 매혹적인 장미 향기를 맡았다.또각또각- 날카로운 하이힐 소리는 순간 이소희의 곁을 스쳐 지났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조여왔는데 이 강한 카리스마와 존재감은 이소희를 숨도 제대로 쉴 수 없게 짓눌러버렸다! 많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경주는 더욱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 그리고 멍한 눈동자는 구아람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람의 그림 같은 눈썹과 보조개, 그리고 붉은 입술에 경주의 마음은 제멋대로 두근거렸다. 아람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아주 절제되어 보였다. 그리고 아람의 아름답고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은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그녀를 아주 돋보이게 했다.예상치 못한 아람의 출현에 여러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주와 신효린은 이 불청객의 등장에 가슴이 철렁했다. 이때 갑자기 누군가 참지 못하고 낮은 소리로 외쳤다. “나 저 사람 누군지 알겠어! 얼마 전 몇몇 유명 잡지사와 웹사이트에서 저 사람 인터뷰한 적 있는데 바로 KS그룹의 회장 구만복의 딸이라고 했어! 지금은 KS WORLD호텔의 총지배인이고!” “맞아, 맞아! 생각났어! 이름이 뭐였지? 구, 구아람!” “저 여인이 지금껏 신 사장과 라이벌 관계였던 거야? 너무 아름다운데? 하지만 딱 봐도 쉬운 여자는 아니야.” “내가 관상 좀 볼 줄 아는데, 저 여인은 딱 봐도 여장부의 관상인 것이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야!” “네가 말한 그런 현학들은 잘 모르겠는데 난 단지 저 여인이랑 신경주 시장이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원수 사이 말고 그냥 연인이었으면 좋겠는걸?” 그런 쓸데없는 말들을 듣고 있던 경주는 마음속으로 약간 짜증이 솟구쳐오르고 있었다.그러나 마지막 한마디를 듣자 점점 더 조여오던
[너희 전부 미쳤어?! 구아람씨는 해문의 갑부 구만복의 딸이자 신경주 사장님께서 아주 신경 쓰시는 분이야! 너희들이 감히 그분을 함부로 건드렸다간 신경주 사장께서 너희들을 모조리 해고시켜 버릴 거야!] [지금 주변 상황 살피고 문제 있으면 즉시 보고하도록 해!] “오! 세상에!” 안나 조가 갑자기 입을 가리고 외치며 눈빛을 반짝였다. “구아람 사장님, 지금 하고 계신 그 브로치는 알렉스의 작품 ‘신들의 황혼’이 아닙니까?!” “네, 안나 씨. 이 브로치는 바로 ‘신들의 황혼’입니다.” 아람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사람들은 모두 아람의 미모에 심취되어 그녀 가슴에 달린 노란 다이아몬드로 만든 브로치는 알아차리 못했는데 이건 세계 주얼리 디자인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 ‘신들의 황혼’이라는 브로치었다. “알렉스가 디자인한 주얼리라고?! 미쳤어! 가서 만져보고 싶어!” “전에 뉴스 안 봤어? 저 브로치는 몇 백억 할걸! 위에 박힌 10 캐럿의 노란 다이아만 해도 10억 정도 하고. 그러니 수많은 주얼리 수집가들이 손에 넣고 싶어 하는 그건 물건이지!” “역시 해문 갑부의 딸답네!” “진주의 목에 있는 주얼리도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알렉스가 디자인한 주얼리와 비기면 역시 좀 별로네!” 진주는 화가 났고 답답한 듯 끙끙 기침을 해댔다. ‘별로라고?!” ‘이 에메랄드 주얼리는 신광구가 경매에서 낙찰받은 내 모든 주얼리 중에서 가장 화려한 것인데 감히 별로라고?!’ 진주는 만약 김씨 가문 때문이 아니었다면 오늘 이런 모욕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김은주와 그의 모든 조상들을 한바탕 욕했다! “구아람 사장님, 전 2년 전 전시관에서 이‘신들의 황혼’이라는 작품을 본 뒤 잊히지 않아 줄곧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당신의 손에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요!” 안나는 한숨을 쉬며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이소희는 화가 치밀어올라 구아람을 노려보았는데 당장이라도 그 날카로운 눈빛에 아람이 뚫려버릴 듯했다! 이소희
안나는 너무 놀랍고 흥분되어 이미 말을 잇지 못했다! 안나는 알렉스가 디자인한 주얼리를 구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거의 전부 수소문했지만 결국 지금까지 손에 넣지 못했다.그런데 지금 구아람이 이 브로치를 안나에게 선물로 주었으니 지금 안나의 기분은 감히 누구도 상상할 수도 없었다! “아니, 아닙니다. 구아람 사장님, 마음은 감사하지만 이 선물은 너무 귀중해서 받을 수 없습니다.” 안나는 마음속으로는 분명 매우 좋았지만 자신의 체면을 생각하여 조심스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 브로치는 오래전에 제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그 삶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앞으로도 다시 그 감정에 휩싸일 일은 없을 거고요.” 아람은 가볍게 웃었는데 눈빛은 비할 데 없이 확고했다. “그러니 이 선물은 안나 씨의 아름다운 미래를 기원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브로치가 한때 저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으니 앞으로는 이 물건을 안나 씨의 곁에 두고 당신의 모든 일이 순조롭길 바라는 제 마음입니다.” 신경주는 순간 가슴이 총에 맞은 것처럼 쓰라리고 저려왔다. 그리고 방금 살짝 흐뭇하던 기분도 아람에 의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오! 그, 그럼 이왕 이렇게 된 거 구아람 사장님의 선물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 마음에 들어요!” 안나는 아람에게서 건네받은 이 브로치를 손에 들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상에, 저 사람 아까 그 도도하던 스타 맞아? 완전 변했네!’ “뭔데?!” 화가 난 신효린은 진주에게 하소연했다. “엄마, 안나는 우리 신씨 가문이 거금을 들여 불러온 사람인데 왜 구아람 같은 천한게 여기 와서 까불게 놔두는데? 그깟 브로치, 우리 신씨 가문도 선물할 수 있잖아요!” “얼른 여기서 저 천한 계집애를 쫓아낼 방법 좀 생각해 봐요!” “방법을 생각해? 내가 왜?”진주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구아람 저 계집애는 분위기를 깨러 온 거야. 아까 경주 그 자식이 안나를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구아람은 안나 조와 마치 여러 해 동안 알고 지낸 오랜 친구처럼 연회장을 떠났다. 그리고 장내는 숨이 막힐 정도로 어색하고 조용해졌다. 신경주는 아람의 가냘픈 뒷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었고 순간 가슴속에서 분노가 미칠 듯이 솟아올랐다. 지난번에 아람은 경주의 프로젝트를 뺏더니 이번에는 사람을 뺏앗았다. ‘구아람, 네가 어딜 봐서 부잣집 딸이야, 그냥 날강도잖아!’ ‘그래, 좋아. 아주 좋아!’ 경주는 무의식적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는데 마음속이 텅 빈 것 같은 허전함을 느꼈다. 그리고 마치 아람 따라 경주의 정신도 함께 사라진 것 같았다. ……신씨 호텔의 대문 밖에는 여전히 많은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이치대로라면 안나는 오늘 밤 연회가 끝나면 바로 신씨 호텔의 스위트룸에 입주하여 휴식을 취해야 했기에 이곳의 기자들도 진작에 돌아갔어야 했다.그러나 지금 이곳의 기자들은 연회가 시작되기 전보다 결코 적지 않았다. 아마 분명 누가 정보를 흘린 것이 틀림없었다. 이 기자들은 모두 큰 이슈가 있을 것이라는 임수해의 말을 듣고 다시 이곳에 모인 것이었다! 이때, 기다리다 지친 일부 기자들이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이 추운 날씨에 여기서 뭘 기다리라는 거지? 무슨 큰 이슈가 있다고.” “아마 KS 그룹이 단념하지 못하고 끝까지 발악이라도 하고 싶은 거겠지.” “단념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 여기는 어디까지나 성주지, 해문이 아니잖아? 아무리 강한 용이라도 현지의 뱀을 이길 수 없다는 말도 있잖아.” “게다가 구아람 같은 여자가 어떻게 그 엄청난 신경주 사장을 능가할 수 있겠어?” “쯧, 그러니까! 신경주 사장은 비록 연애 쪽으로는 멍청하지만 사업적으로 대단한 건 알아줘야 해. KS 그룹은 단지 순간 반짝거리는 신생 그룹에 불과하니 분명 신경주 사장의 상대가 안 될 거야.” 갑자기 귀를 찌르는 듯한 차 소리가 들려왔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기자들은 불빛이 비쳐오는 방향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는데, 크리스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