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조가 처음으로 성주를 방문하자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고, 게다가 신씨 그룹의 홍보로 지난 3일 동안의 실시간 검색어에는 온통 톱스타와 그녀가 머무는 호텔에 관한 소식들이었다.그동안 신씨 그룹의 부정적인 이슈는 끊임없이 국민의 인식을 바꾸었다.부정적인 소식으로 핫해지는 것도 좋지만 신씨 호텔의 상황이 특별하여 부정적인 평가를 견딜 수 없었다.신씨 호텔은 수십 년 동안 명성을 누려 왔으며 성주는 물론 전국 최고의 호텔 브랜드로서 이곳에 묵었던 귀빈들은 모두 각국의 정치 외교, 경제, 문화, 스포츠 분야의 저명한 사람들이다. 전임 D 국 대통령도 성주에 올 때마다 늘 신씨 호텔에 머물렀다.그러나 지난 반년 동안 여러 사건들로 인해 신씨 호텔의 평판은 곤두박질쳤고, 현재 네티즌들이 신씨 그룹 하면 신경주가 바람맞은 것과 김은주의 알몸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이미지라는 것을 잘 만들려면 나날이 쌓여야 했고, 무너지는 건 정말 순식간이다.그래서 이번에 신경주는 엄청난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여 안나 조를 데려오는 것도 신씨 호텔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서였다.이번에 그는 구아람보다 휠씬 더 이기고 싶었다.저녁 6시 정각.호텔 문밖에는 이미 안나 조를 보기 위해 언론사 기자와 팬들로 가득 찼다.고급스러운 질감의 레드 카펫이 깔려 엄청 화려하게 장식되었다.“와, 저는 안나 조의 S급 팬이에요! 그녀의 ‘죽음의 행진곡’ 7편을 모두 봤어요! 어느덧 10년이 흘렀고 드디어 여신 님의 실물을 볼 수 있겠네요!”“성주를 놓고 보면 호텔은 그래도 신씨 호텔이지! KS WORLD의 평판, 인프라 등 조건들은 신씨 그룹보다 훨씬 뒤떨어졌어!”“하지만 최근 신씨 그룹의 행위들은 참 이상했어…….”“그래도 호텔업계에서 앞서는 데 지장을 주지 않았어! 안나 조가 여기에 묵는 것이 바로 신씨 그룹의 실력을 인정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야!”경호원은 럭셔리 링컨의 차 문을 열었다.오늘 밤 주인공인 안나 조는 팬들의 환호 속에서 내렸다.안나는 D 국, 프랑스, 이탈리아
“저는 신씨 그룹 회장 신광구의 부인 진주입니다.” 진주는 턱을 약간 쳐들고 자신을 소개하며 오만함을 드러냈다. “신 사장님, 전 저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번역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전 저 사람의 신분에 관심이 전혀 없으니까요.” 안나는 진주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영어로만 신경주와 대화를 이어갔다. 진주는 허접한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안나의 말을 3분의 1 정도밖에 알아듣지 못했다. 그리고 진주가 영어로 자신을 다시 소개하려고 할 때, 경주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굳이 중요치 않은 사람을 당신에게 소개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진주는 흠칫 놀랐다. 순간, 주위에서는 비웃는 웃음소리가 이따금 울려 퍼졌다. 그리고 사람들이 진주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소리는 그녀의 귀에 유난히 똑똑히 들려왔다! “와, 안나가 감히 신 회장의 부인을 이렇게 정면으로 깍아내리다니, 정말 대단한걸!” “쳇, 정말 웃겨. 안나 조는 M국 사람이야, 그녀는 국내 시장을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 어찌 신 회장 부인 따위를 신경이나 쓰겠어!” “그러니까, 부잣집 사모님 진주도 안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 이따금 비아냥 거리는 소리에 진주는 얼굴이 붉어졌고 눈가의 주름은 순간 더욱 깊어진 것 같았다. 그러나 체면을 매우 중요시하는 진주는 이런 치욕을 참을 수 없었기에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안나 씨, 전에 우리 호텔과 KS WORLD호텔이 줄곧 라이벌 관계였다는 것은 잘 알고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오늘 밤, 안나 씨께서 저희의 연회에 참석해 주신 것은 바로 우리 신씨 호텔에 대한 인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신씨 그룹의 여주인으로서 전 아주 영광스러울 따름입니다.” 경주의 표정이 싸해졌다. ‘신씨 그룹의 여주인? 잘도 가져다 붙이네.’ 순간 연회장의 분위는 갑자기 어색해졌다. 한무는 얼른 방금 진주가 한 말을 안나에게 통역해 주었다. “아니,
이소희의 바로 뒤가 연회장의 대문이었다. 그래서 이소희는 신경주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줄 알았다! “오빠!” 이소희는 감격에 겨워 두 뺨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경주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순간, 이소희는 갑자기 어디선가 풍겨오는 아주 매혹적인 장미 향기를 맡았다.또각또각- 날카로운 하이힐 소리는 순간 이소희의 곁을 스쳐 지났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조여왔는데 이 강한 카리스마와 존재감은 이소희를 숨도 제대로 쉴 수 없게 짓눌러버렸다! 많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경주는 더욱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 그리고 멍한 눈동자는 구아람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람의 그림 같은 눈썹과 보조개, 그리고 붉은 입술에 경주의 마음은 제멋대로 두근거렸다. 아람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아주 절제되어 보였다. 그리고 아람의 아름답고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은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그녀를 아주 돋보이게 했다.예상치 못한 아람의 출현에 여러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주와 신효린은 이 불청객의 등장에 가슴이 철렁했다. 이때 갑자기 누군가 참지 못하고 낮은 소리로 외쳤다. “나 저 사람 누군지 알겠어! 얼마 전 몇몇 유명 잡지사와 웹사이트에서 저 사람 인터뷰한 적 있는데 바로 KS그룹의 회장 구만복의 딸이라고 했어! 지금은 KS WORLD호텔의 총지배인이고!” “맞아, 맞아! 생각났어! 이름이 뭐였지? 구, 구아람!” “저 여인이 지금껏 신 사장과 라이벌 관계였던 거야? 너무 아름다운데? 하지만 딱 봐도 쉬운 여자는 아니야.” “내가 관상 좀 볼 줄 아는데, 저 여인은 딱 봐도 여장부의 관상인 것이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야!” “네가 말한 그런 현학들은 잘 모르겠는데 난 단지 저 여인이랑 신경주 시장이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원수 사이 말고 그냥 연인이었으면 좋겠는걸?” 그런 쓸데없는 말들을 듣고 있던 경주는 마음속으로 약간 짜증이 솟구쳐오르고 있었다.그러나 마지막 한마디를 듣자 점점 더 조여오던
[너희 전부 미쳤어?! 구아람씨는 해문의 갑부 구만복의 딸이자 신경주 사장님께서 아주 신경 쓰시는 분이야! 너희들이 감히 그분을 함부로 건드렸다간 신경주 사장께서 너희들을 모조리 해고시켜 버릴 거야!] [지금 주변 상황 살피고 문제 있으면 즉시 보고하도록 해!] “오! 세상에!” 안나 조가 갑자기 입을 가리고 외치며 눈빛을 반짝였다. “구아람 사장님, 지금 하고 계신 그 브로치는 알렉스의 작품 ‘신들의 황혼’이 아닙니까?!” “네, 안나 씨. 이 브로치는 바로 ‘신들의 황혼’입니다.” 아람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사람들은 모두 아람의 미모에 심취되어 그녀 가슴에 달린 노란 다이아몬드로 만든 브로치는 알아차리 못했는데 이건 세계 주얼리 디자인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 ‘신들의 황혼’이라는 브로치었다. “알렉스가 디자인한 주얼리라고?! 미쳤어! 가서 만져보고 싶어!” “전에 뉴스 안 봤어? 저 브로치는 몇 백억 할걸! 위에 박힌 10 캐럿의 노란 다이아만 해도 10억 정도 하고. 그러니 수많은 주얼리 수집가들이 손에 넣고 싶어 하는 그건 물건이지!” “역시 해문 갑부의 딸답네!” “진주의 목에 있는 주얼리도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알렉스가 디자인한 주얼리와 비기면 역시 좀 별로네!” 진주는 화가 났고 답답한 듯 끙끙 기침을 해댔다. ‘별로라고?!” ‘이 에메랄드 주얼리는 신광구가 경매에서 낙찰받은 내 모든 주얼리 중에서 가장 화려한 것인데 감히 별로라고?!’ 진주는 만약 김씨 가문 때문이 아니었다면 오늘 이런 모욕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김은주와 그의 모든 조상들을 한바탕 욕했다! “구아람 사장님, 전 2년 전 전시관에서 이‘신들의 황혼’이라는 작품을 본 뒤 잊히지 않아 줄곧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당신의 손에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요!” 안나는 한숨을 쉬며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이소희는 화가 치밀어올라 구아람을 노려보았는데 당장이라도 그 날카로운 눈빛에 아람이 뚫려버릴 듯했다! 이소희
안나는 너무 놀랍고 흥분되어 이미 말을 잇지 못했다! 안나는 알렉스가 디자인한 주얼리를 구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거의 전부 수소문했지만 결국 지금까지 손에 넣지 못했다.그런데 지금 구아람이 이 브로치를 안나에게 선물로 주었으니 지금 안나의 기분은 감히 누구도 상상할 수도 없었다! “아니, 아닙니다. 구아람 사장님, 마음은 감사하지만 이 선물은 너무 귀중해서 받을 수 없습니다.” 안나는 마음속으로는 분명 매우 좋았지만 자신의 체면을 생각하여 조심스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 브로치는 오래전에 제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그 삶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앞으로도 다시 그 감정에 휩싸일 일은 없을 거고요.” 아람은 가볍게 웃었는데 눈빛은 비할 데 없이 확고했다. “그러니 이 선물은 안나 씨의 아름다운 미래를 기원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브로치가 한때 저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으니 앞으로는 이 물건을 안나 씨의 곁에 두고 당신의 모든 일이 순조롭길 바라는 제 마음입니다.” 신경주는 순간 가슴이 총에 맞은 것처럼 쓰라리고 저려왔다. 그리고 방금 살짝 흐뭇하던 기분도 아람에 의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오! 그, 그럼 이왕 이렇게 된 거 구아람 사장님의 선물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 마음에 들어요!” 안나는 아람에게서 건네받은 이 브로치를 손에 들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상에, 저 사람 아까 그 도도하던 스타 맞아? 완전 변했네!’ “뭔데?!” 화가 난 신효린은 진주에게 하소연했다. “엄마, 안나는 우리 신씨 가문이 거금을 들여 불러온 사람인데 왜 구아람 같은 천한게 여기 와서 까불게 놔두는데? 그깟 브로치, 우리 신씨 가문도 선물할 수 있잖아요!” “얼른 여기서 저 천한 계집애를 쫓아낼 방법 좀 생각해 봐요!” “방법을 생각해? 내가 왜?”진주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구아람 저 계집애는 분위기를 깨러 온 거야. 아까 경주 그 자식이 안나를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구아람은 안나 조와 마치 여러 해 동안 알고 지낸 오랜 친구처럼 연회장을 떠났다. 그리고 장내는 숨이 막힐 정도로 어색하고 조용해졌다. 신경주는 아람의 가냘픈 뒷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었고 순간 가슴속에서 분노가 미칠 듯이 솟아올랐다. 지난번에 아람은 경주의 프로젝트를 뺏더니 이번에는 사람을 뺏앗았다. ‘구아람, 네가 어딜 봐서 부잣집 딸이야, 그냥 날강도잖아!’ ‘그래, 좋아. 아주 좋아!’ 경주는 무의식적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는데 마음속이 텅 빈 것 같은 허전함을 느꼈다. 그리고 마치 아람 따라 경주의 정신도 함께 사라진 것 같았다. ……신씨 호텔의 대문 밖에는 여전히 많은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이치대로라면 안나는 오늘 밤 연회가 끝나면 바로 신씨 호텔의 스위트룸에 입주하여 휴식을 취해야 했기에 이곳의 기자들도 진작에 돌아갔어야 했다.그러나 지금 이곳의 기자들은 연회가 시작되기 전보다 결코 적지 않았다. 아마 분명 누가 정보를 흘린 것이 틀림없었다. 이 기자들은 모두 큰 이슈가 있을 것이라는 임수해의 말을 듣고 다시 이곳에 모인 것이었다! 이때, 기다리다 지친 일부 기자들이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이 추운 날씨에 여기서 뭘 기다리라는 거지? 무슨 큰 이슈가 있다고.” “아마 KS 그룹이 단념하지 못하고 끝까지 발악이라도 하고 싶은 거겠지.” “단념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 여기는 어디까지나 성주지, 해문이 아니잖아? 아무리 강한 용이라도 현지의 뱀을 이길 수 없다는 말도 있잖아.” “게다가 구아람 같은 여자가 어떻게 그 엄청난 신경주 사장을 능가할 수 있겠어?” “쯧, 그러니까! 신경주 사장은 비록 연애 쪽으로는 멍청하지만 사업적으로 대단한 건 알아줘야 해. KS 그룹은 단지 순간 반짝거리는 신생 그룹에 불과하니 분명 신경주 사장의 상대가 안 될 거야.” 갑자기 귀를 찌르는 듯한 차 소리가 들려왔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기자들은 불빛이 비쳐오는 방향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는데, 크리스털
신씨 그룹의 연회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그러나 안나 조가 구아람에게 끌려간 후로 사람들의 흥은 다소 깨진 듯했다. 원래 이소희가 화려하게 차려입은 이유는 세계적인 스타 앞에서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안나가 가버린 지금, 이소희의 모든 준비도 모두 헛수고가 되었다. ‘이게 모두 구아람 그 여자 때문이야!’ 연회장 밖에서, 신경주는 창문 앞에 우뚝 서있었는데 마치 온몸에서 한기를 내뿜고 있는 것 같았다. 경주는 크리스털의 여신 롤스로이스가 떠나는 방향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사장님,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이번에 구아람 씨에게 속은 것 같습니다.” 한무는 전전긍긍하며 말했다. “지금 실시간 검색어의 키워드도 전부 KS 그룹과 관련된 것이고 저희는 이미 실시간 검색어에서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오늘 밤 구아람 씨가 안나 씨를 데려간 것은 이 바닥에 완전히 소문나 버려 신광구 회장님께서도 알게 되셨습니다.” “그리고 외부에서는 우리 신씨 호텔의 전반적인 수준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무는 말을 이어가며 땀을 비 오듯 흘렸다. 하지만 아람이 안나를 데려갈 때부터 이건 이미 당연한 결과였다. 그 어떤 일이든 자신이 맡은 이상, 상대방에게 절대 숨 돌릴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 아람의 일처리 방식이었다. 경주는 무표정으로 롤스로이스가 사라져 가는 것을 그윽하게 바라보더니 목이 잠긴 채 물었다. “전에는 작은 사모님이라고 정성스럽게 부르지 않았어? 왜 갑자기 바뀐 거야?” 한무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우물쭈물 말했다. “사장님을 괴롭히지 않으면 작은 사모님이지만, 만약 사장님께 해가 된다면 구아람 씨입니다.” “하나의 호칭일 뿐이니,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거라.” 경주는 숨을 돌리고 말했다. “게다가 난 화가 나지도 않았어. 구아람은 항상 이런 식이었잖아.” 한무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항상 아람과 투닥거리던 경주가 아람이 그렇게 큰 소란을 피웠는데도 이렇게까지 담담하니 말이
“저와 구아람 사이의 일은 개인적인 일이니 누구도 참견할 권리는 없습니다. 그리고 구아람도 이미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으니 더 이상 과거에 그녀가 저와 얽힌 이야기는 꺼내지 마세요.” 신경주가 담담하게 말했다. 이소희는 가슴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그러니까 경주 오빠는 지금 구아람 편을 들면서 그녀의 사생활을 지켜주겠다는 거야?!’ “안나 조도 갔으니 오늘 밤 이소희 씨께서 더 이상 연주하고 싶지 않거든 언제든지 집에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경주는 이소희의 얼굴에서 눈을 떼더니 그녀가 잡고 있던 팔을 거두고 떠나버렸다. 그리고 한무는 두어 번 투덜거리며 이소희를 훑어보았다. ‘이 입 싼 사람이 정말 이유희 도련님의 친여동생이라고?’ ‘뭐랄까, 좀 밉상이네.’ “둘째 오빠! 오빠! 신경주!” 이소희가 두 번이나 불렀지만 경주는 전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소희가 경주의 이름을 불러서야 마침내 걸음을 멈췄다. “오빠가 구아람을 이렇게 지키는 게 설마 그녀를 사랑하기라도 해서 그러는 거예요? 마음속에 구아람을 품고 있냐고요?!” 이소희는 화가 나 소리쳤다. “아니, 사랑하지 않습니다.” 경주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마치 1초라도 늦었다간 경주 자신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던 마음 깊숙이 품고 있던 어떤 감정을 들키기라도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 왜 구아람 편을 드는데요? 그녀는 오빠를 사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롱하고 오빠가 초대한 사람도 빼앗아가 열심히 준비한 연회도 망쳤잖아요!” “구아람은 뼛속까지 나쁜 여자라고요. 지금 오빠를 망가뜨리려고 하는데 도대체 왜 그 사람 편을 드는 건데요!” 이소희가 울분에 차 말했다. 이소희는 김은주처럼 자신을 위장할 줄 몰랐다. 필경 이소희는 이씨 그룹의 귀한 딸로서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자랐다. 그러므로 여태껏 자신이 원하는 것 무엇이든지 쉽게 얻을 수 있었기에 이소희는 항상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 이소희는 처음으로 죄절감을 느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