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국에서 성주로 돌아온 후, 한무는 줄곧 구아람을 지켜보고 있었다.하지만 그동안 동태를 살핀 결과 아무것도 없었다.늘 호텔의 크고 작은 일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성주를 떠난 적도 없다. 신경주는 사무실에 앉아서 창문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눈썹을 찌푸렸다.‘안나 조의 결혼 날짜가 점점 다가오는데, 왜 조금도 서두르지 않지? 아니면 이미 알렉스를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고 있나?’지난번 장미 정원의 일과 진주가 잡히고 백흥 타운 프로젝트를 가로챈 것 때문에 기개가 호탕한 사내 대장부인 신경주는 구아람을 은근히 두려워했다.이혼하고 나서야 비로소 아내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이때, 인터폰이 울리자 신경주는 핸즈프리를 눌렀다.“신 사장님, 이 도련님께서 오셨습니다.”비서는 공손하게 말했다.“들어오라고 해.”이유희가 사무실에 들어가서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 모습은 마치 집에 온 것처럼 자연스러웠다.“내가 몇 번 말했어, 제멋대로 찾아오지 말라고, 내가 너처럼 한가한 것 같아?”신경주는 고개를 숙인 채 서류에 사인을 하였고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참, 제멋대로 찾아오지 말라고, 네가 무슨 황제인 줄 알아? 근데, 우리 엄마가 얼마 전에 사극을 봤는데, 네가 그 황제랑 확실히 닮은 것 같았어, 둘 다 양심이 없거든.”이유희는 다리를 꼬며 비아냥거렸다. “할 말 있으면 하고, 없으면 꺼져.”신경주는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사인펜을 닫았다.“소희가 왔잖아, 그래서 엄마가 널 우리 집으로 초대하고 싶대.”“요즘 많이 바빠, 안나 조의 일을 해결하지 못해서 회식할 기분이 없어.”“말해봐, 우리 엄마를 못 본 지 얼마나 됐어? 외국에서 요양하고 오자마자 밥해 주겠다는데, 체면을 세워주지도 않네!”이유희는 입을 삐죽거렸다.“엄마가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시고 재료까지 준비해 놨는데, 네가 안 오면 얼마나 실망하실까.”신경주는 입을 오므리더니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 갈게.”“그렇지! 네가 온 다는 것
“네가 우물쭈물할 사이에 구아람과 윤유성의 아이까지 태어났겠어!”신경주는 가슴이 덜덜 떨리면서도 애써 냉정한 척했다.“내가 언제 구아람을 되찾겠다고 했어? 그녀가 프로젝트를 뺏어가고 윤유성과 협력해서 조사해 본 거야. 신씨 그룹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거든.”“허허, 그래, 그런 걸로 치자, 넌 입만 살았네.”이유희는 비웃으며 그에게 귤껍질을 던졌다.화난 신경주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귤껍질을 꽉 잡았다.옆에 있는 한무도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애써 표정 관리를 했다.“사장님, 사모님과 윤유성은 특별한 관계는 아닌 것 같아요, 지난 3년 동안 사모님도 사장님만 바라보았잖아요. 10년 전부터 찾아봐도 아무 관계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말을 듣자 표정이 살짝 밝아졌다.‘보아하니 구아람은 아직 윤유성에게 넘어가지 않았네, 그 녀석이 일방적인 추구인가.’“하지만 며칠 전에 윤 회장님께서 미혼인 두 아들 윤지수, 윤유성과 함께 해문으로 가서 구회장님을 뵈러 갔었습니다. 구씨 가문과 윤씨 가문은 대대로 교문이 있는 집안인데…… 설마 윤 회장님께서 구씨 가문과 혼인 관계를 맺으려는 건 아니겠죠?”‘혼인?’신경주와 이유희는 대경실색했다.‘나이, 집안 형편도 비슷한 죽마고우가 혼인을 맺는 것은 아무리 봐도 천생연분인 것 같네.’순식간에 덮쳐온 천지개벽의 위기를 막을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것 같았다.“참, 망했네.”이유희는 눈시울이 붉어진 신경주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더니 경망스럽게 웃었다.“아무리 윤유성이 일방적으로 우리 여신님을 추구한다 해도, 백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이 있잖아. 윤 회장님께서 몸을 낮추고 직접 찾아가서 혼담을 꺼내는데, 부자가 짜 맞추고 구회장님께서 압력까지 가하면 구아람이 허락할 수도 있잖아.”순간 신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하하하, 곧 전처의 결혼식을 참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결혼했던 사이인데 축의금도 많이 내야지.”이유희는 귤을 까먹으면서 비아냥거렸다.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신경주는 목소리까지
젊고 예쁜 미모의 소유자이자 수줍음을 많이 타는 이소희는 민망한 듯 얼굴이 빨개졌다.“경주야, 소희의 젓가락으로 집어줬다고 싫어하는 거야? 먹지도 않고 너에게 먼저 집어 준 거야.”이유희는 눈썹을 찌푸리며 동생의 편을 들어주었다.“미안해, 경주 오빠, 공용 젓가락을 썼어야 했는데, 내가 생각이 짧았어.”이소희는 급히 젓가락을 바꾸고 다시 쏘가리를 집어 신경주의 그릇에 놓아주려고 했지만 또다시 제지당했다.“내가 할게.”이소희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흥, 내가 오랜만에 귀국해서 나랑 서먹서먹해진 거야? 어렸을 땐 우리 아이스크림도 같이 먹었잖아!”“그때는 그때이고, 지금은 어린아이가 아니잖아.”말을 마치자 그는 눈을 내리깔고 게살 완자를 집어 입에 놓고 오물오물 먹었다.가슴이 조인 이소희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고 답답한 듯 생선을 마구 씹었다.테이블 위의 진수성찬을 보던 신경주는 문득 구아람이 요리를 해주던 모습이 떠올랐다.음식을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오후 내내 주방에서 바삐 준비하며 연기에 그을려 얼굴이 기름기가 돌아도 가벼운 기침만 하며 꾹 참고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단 한 번도 구아람을 칭찬한 적이 없었다.설령 요리 실력이 세계적인 셰프와 막상막하이고, 매번 밥 한 그릇을 더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어도 그녀의 실력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칭찬을 기대하며 반짝이던 눈빛이 결국 실망하여 씁쓸한 눈빛으로 변한 것을 생각할 때마다 신경주의 가슴이 아파났다.하지만 잠시 서운했던 구아람은 바로 기운을 내어 아름다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다음엔, 다음에는 더 잘 할게!”‘다음…… 다음이 또 있으려나?’그 순간을 떠올리자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모래알을 씹는 기분이 들어 삼키기도 힘들었다.“오빠, 요즘 안나 조의 결혼식 때문에 KS WORLD 호텔이랑 경쟁하고 있다고 효린 언니한테서 들었어.”공적인 일을 얘기하면 신경주가 흥미를 느낄 것 같아 턱을 괴고 포도만 한 눈을 껌벅이며 천진난
“대단하십니다, 신 사장님!”한무는 저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사모님은 확실치 않으면 손을 대지 않고 입도 매서운 사람인데, 진짜 안나 조를 가로챈 것 아닐까요? 아님 우리…….”“뭐?”한무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이번에는 사모님께 양보해 줄까요, 최종 결정이 아닌 환영회잖아요. 사내대장부는 여자와 다투지 않는데, 하물며 하룻밤을 자도 만리성을 쌓는다는데…….”“안돼!”신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참견할 틈도 주지 않았다.“알렉스도 데려오지 못했는데, 반드시 안나 조에게 손을 대야 해. 구아람이 우리와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은 처지가 우리와 같다는 거야. 이럴 땐, 그 어떤 작은 진전이라도 상황을 순식간에 뒤집을 수 있어, 절대 양보해서는 안 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나 조를 우리 환영회에 참석하게 해야 돼.”말을 마치자, 신경주는 고급차에 올라탔고 한무만 멍하니 서서 표정이 점점 우울해졌다.‘맙소사, 우리 사장님의 마음은 콘크리트로 만든 것인가,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모르는데, 어떻게 사모님을 되찾을 수 있겠어!’이때, 차에 앉은 신경주는 몸을 뒤로 젖히더니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한무의 말대로 구아람을 봐줘야 하나?’이혼 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녀를 이긴 적이 없었다.늘 앞서고 있고 높은 지위에 있었고 압도적인 자태로 그를 짓눌러 만신창이로 되게 했다.순간 구아람은 더 이상 말수가 적고 온화하고 순박한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똑똑하고 고귀하고 훌륭하고 기세등등하여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그래서 한 번 이기고 싶었다, 그러면 그들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 것만 같았다.……늦은 밤, 이유희는 회식이 있어 ACE 클럽으로 갔고 집에는 모녀만 남았다.이소희는 어머니의 방으로 가서 침대에 올라가더니 그녀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방금 회식을 떠올리자 이씨 사모님은 참지 못해 말했다.“오늘 밤 경주를 대한 태도가 왜 그렇게 공손한 거야, 경주도 어색해하잖아.”이씨 사모
3일 후, 안나 조와 그녀의 팀이 성주에 도착할 예정이다.하지만 임수해는 안나의 매니저를 통해 그녀가 신씨 가문의 환영회를 참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KS WORLD 호텔 오락실.임수해는 노발대발하며 구아람에게 소식을 알려주려고 할 때, 그녀는 느긋하게 일곱째 도련님인 구도현과 당구를 치고 있었다.두 사람은 큐대를 들고 수준급 실력을 뽐내며 홀인원을 했다.“아가씨, 큰일 났어요!”임수해는 황급히 소리를 질렀다.“쉿, 매치 포인트야!”구아람은 조용해라는 듯 가녀린 손가락을 입술 사이에 세웠다.‘이 샷에 오늘 저녁 식사가 걸려있으니, 건성해서는 안 돼.’감히 재촉도 못하는 임수해는 급해 죽을 지경이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아가씨의 게임에 지장을 줄 수 없었다.탁-탁-마지막 두 골은 구아람의 재빠른 샷에 의해 마무리되자 기세가 등등했다.“예스!”신이 난 구아람은 승리의 손짓을 했다.구도현은 당구대 옆에 앉아 동생을 향해 웃으며 승부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실력이 점점 늘고 있네.”가녀린 몸을 큐대에 기대고 있는 구아람은 귀엽게 메롱을 했다.“오빠가 잘 가르쳐 준 덕분이지.”붉은색 멜빵 롱 원피스를 입고 당구를 치자 붉은 어깨 끈이 소리 없이 미끄러져 내려왔고, 노출된 하얀 어깨는 너무 빛나고 매혹적이었다.그것을 본 임수해는 가슴이 두근거리더니 마른침을 삼켰다.수상한 눈빛을 예리하게 알아챈 구도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는 무심코 구아람 곁으로 가서 어깨 끈을 올려주고 가볍게 기침을 했다.“밖에서 놀 땐 조심해, 오빠 앞에서는 괜찮지만 다른 남자들 앞에서 이러면 안 되지.”말을 마치자, 임수해를 힐끗 쳐다보았다.형사의 눈빛은 참으로 날카로웠다.임수해는 매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식은땀이 났고, 속마음이 들킬 것 같았다.그러자 급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알았어, 오빠, 수해가 남도 아니고, 게다가 아예 노출된 것도 아니잖아, 너무 소심하네.”구아람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이 달콤한 목소리에 더 이상 말을 하
신씨 그룹.신경주는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를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화면의 사진이 바뀌었다.사진 속 주인공은 바로 아름다운 보조개와 눈부시게 빛나는 눈매를 가진 구아람이었다.이 사진들은 한무가 미행할 때 찍은 것들이다, KS의 정보를 알아내려고 했지만 소식이 엄밀히 봉쇄되어 일상 사진들만 찍었다.안색이 어두워진 그는 사진들을 여러 번 훑어보았다.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어 사진이 뚫어질 지경이었다.이때, 책상 위의 핸드폰이 계속 진동을 하였다.그제야 정신 차린 신경주는 핸드폰을 들고 자세히 보더니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외투를 들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고깃집.오랜만에 만난 구씨 남매는 할 말이 끝이 없었고 술도 끝이 없었다.술을 먹은 지 좀 되었고 웬만큼 마시자 구아람은 약간 취한 듯 갑자기 물었다.“오빠, 말해 봐, 언제 경찰 형수를 데려올 거야?”“아…… 엄마도 재촉하고 너도 재촉하네, 게다가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데 왜 같은 직종인 사람을 찾겠어, 둘 중 한 명은 살아있어야지.”구아람이 남긴 술을 묵묵히 버리고 생수로 바꾸었다.“우리 구씨 가문의 남자들은 왜 이러는 거야, 하나같이 가정을 꾸리지 않아서 형수님의 예쁨도 못 받고 같이 놀 수 있는 조카도 없잖아, 짜증 나!”구아람은 답답한 듯 입을 삐죽거렸다.“널 예뻐해 주는 오빠들이 이렇게 많은데도 부족해? 형수가 생기면 오빠들이 더 이상 널 챙겨줄 겨를이 없을까 봐 두렵지 않아?”“제발 그렇게 해줘! 오빠들 때문에 난 대학 졸업할 때까지 모태솔로였어! 학교 다닐 때, 내가 초콜릿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매일 학교 슈퍼마켓의 모든 초콜릿을 사고 학교 앞에서 기다려서 남학생들이 오빠를 내 남자친구라고 착각했어! 오빠들 때문에 난 제대로 된 첫사랑도 없어!”얼굴이 붉어진 구아람은 과거의 일을 다시 꺼내기 시작했다. 이것은 구씨 가문 사람들의 술주정 행위 중 하나였다.“너에게 초콜릿을 사주는 바람에 엄마는 내가 이른 나이에 연애하는 줄
임수해는 일곱째 도련님이 자신에게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동생에게 친절한 남자들은 모두 나쁜 사람으로 여겼다. “오빠가 너무 예민하네, 수해가 남도 아닌데.”구아람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남은 아니지만 남자잖아.”구도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임수해를 차갑게 쳐다보았다.“다음엔 여자 비서를 찾아, 남자 비서는 너무 눈에 거슬리네.”“걱정 마, 직업병이 또 시작됐네, 누굴 봐도 나쁜 사람 같지?”구아람은 눈을 가늘게 뜨고 대수롭지 않게 손을 내저었다.“경각심을 갖고 정신을 차리는 건 나쁠 게 없지.”구도현이 직접 그녀를 차에 태우고 문을 닫자 임수해는 인사를 하고 떠나려 했다.“잠깐.”구도현이 그를 불렀다.“무슨 일 있으세요, 도련님.”임수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아람이의 비서로서 늘 곁에 있잖아, 도와주는 동시에 본분을 지켜야 해.”구도윤의 눈빛은 약간 섬뜩했다.“네 것이 아닌 것, 그리고 네가 절대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은 넘보지 말고, 그 선을 넘지 마. 난 큰 형과 둘째 형처럼 널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난 천성적으로 마음씨가 추잡해서 많은 죄악을 본 적이 있기에 사람을 좋게 생각하지 않아.”임수해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주먹을 쥐었다.“그러니 헛된 욕심을 부리지 마. 선을 넘으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도련님, 저도 법을 아는 사람입니다, 법은 사람의 행동을 구속할 수 있지만 마음을 구속할 수는 없습니다.”임수해는 마음속의 억울함을 억누르며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오랫동안 가슴에 쌓인 감정을 털어놓았다.“전 절대 아가씨에게 허튼짓을 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진심으로 좋아하기에 그녀를 존경합니다. 하지만 아가씨에 대한 마음을 없애버릴 수는 없을 겁니다. 사랑은 법을 어기지 않습니다.”구도현의 찌푸리던 눈썹은 살짝 풀렸다.‘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참 솔직한 녀석이네.’“오늘 한 말을 잘 기억해.”“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안 가? 너무 졸려!”구아람은 차창을 내리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
신경주가 차를 몰고 부랴부랴 고깃집으로 왔을 때, 구아람과 그 제비라는 사람은 이미 떠났다.달갑지 않은 그는 입술을 오므리고 사진 속의 구아람과 그 남자의 다정한 모습을 떠올리더니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아무리 생각해도 연기 속에 서 있는 자신이 너무 천박한 것 같았다.하지만 은근히 걱정되었다.‘한밤중에, 딱 봐도 수상한 남자와 이런 혼잡한 곳에서 밥을 먹다니…… 구아람, 넌 정말 겁도 없구나!’핸드폰이 갑자기 진동을 하면서 낯선 번호가 찍혀있었다.신경주는 한숨을 쉬며 받았다.“누구세요.”“신경주 씨 맞습니까?”기계적인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맞습니다.”“여긴 성주시 경찰서 동성 지서입니다. 한무와 어떤 사이시죠?”신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제 비서인데, 무슨 일입니까?”“일단 서에 오시죠, 와서 얘기합시다.”……오늘 밤에 일어난 일은 정말 판타지로 표현할 수 있었다.람보르기니가 도로를 질주하고 신경주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닭도 죽이지 못하는 한무가 왜 경찰서에 잡혀들어간 건지 알 수가 없었다.성큼성큼 경찰서에 들어서자마자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은 잘생기고 훤칠한 남자와 마주쳤다. 이 사람이 바로 사진 속 구아람과 관계가 애매한 남자였다.구도현도 매의 눈으로 신경주를 차갑게 흘겨보더니 웃으며 물었다.“당신이 바로 신경주입니까? 한무를 데리러 오신 분?”신경주는 눈을 내리깔았고 눈빛에는 적개심으로 가득 찼다.“당신과 무슨 상관이에요?”“허, 말이 참 재미있네요.”구도현은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렸다.“저 때문에 들어왔는데 왜 상관없겠어요.”신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분위기가 순간 긴장해졌다.“복수하려고 이러는 겁니까?”“복수?”“구아람과의 관계가 제 비서에게 들키니 이런 방식으로 복수하는 거잖아요.”분노에 둘러싸인 신경주는 눈앞의 젊고 비겁한 남자가 노련한 형사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단지 이 남자가 구아람을 위해 나서는 거라고 생각했다.이 말을 듣자 구도현은 피식 웃었다.
“소연 씨, 오늘 밤 신 사장님과 함께 데리러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예요.”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맹새했다.[들키는 게 두렵지 않아요. 그제 그 시간에만 나갈 수 있어요.]만소연은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데리러 가는 건 소연 씨 안전을 생각해서예요.”경주는 엄숙한 말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지금 윤씨 가문이 소연 씨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있을 수 있어요. 만약 갑자기 나가서 윤씨 가문 사람에게 들키면 위험해질 수 있어요.”만소연은 깜짝 놀랐다.[구, 구아람 씨, 이 분은.]“소연 씨, 두려워하지 마세요. 신 사장님이에요. 제 곁에 있어요.”아람은 눈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들고 경주의 얼굴을 살짝 쳤다. 경주는 바로 몸을 기울리고 여왕을 모시는 우아한 집사처럼 잘생긴 얼굴을 아람에게 들이대며 코끝을 맞댔다. 아람은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경주는 이때 아람에게 키스를 했다. 혀는 천천히 움직이며 아람을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이때 경주는 아람의 입술을 떠났다.‘음, 이 나쁜 남자, 정말 나빠. 점점 나쁘네!’[신, 신 사장님? 정말 신 사장님이에요?]만소연의 눈빛이 순간 밝아지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신, 신 사장님. 존경합니다. 제 롤모델이에요!]경주는 누썹을 찌푸렸다.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그냥,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연예인보다도 잘생겼어요. 저 신 사장님을 엄청 좋아해요!]“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구아람 씨예요.”경주는 스님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하며 아람의 어깨를 끌어안았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만소연은 황급히 해명했다.[저는 그저 신 사장님의 능력과 외모를 존경하는 거예요. 다른 뜻은 없어요. 그리고 저는 구아람 씨와 신 사장님의 팬이예요. 정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쯧, 신 사장님은 전에 인터넷에서 평판이 엄청 안 좋았는데, 얼굴 빼고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팬이 있네? 역시 지금 시
아람의 머리를 빗어주던 경주의 손도 순간 멈칫하며 핸드폰을 바라보았다.“아람아, 아는 번호야?”“몰라.”“받을 거야?”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아람은 낯선 번호를 받지 않는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도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듯 막연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전화를 마치지 않으면 많은 것을 놓칠 것 같았다.“여보세요.”아람은 다정하게 전화를 받았다.[여, 여보세요.]전화 반대편에서 소심하고 낮고 부드러운 여자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들으면 아린과 비슷하게 들렸다. 아람과 경주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즉시 스피커폰을 켰다.“죄송하지만, 누구세요?”[구, 구아람 씨 맞아요?]소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네, 구아람이에요.”[저, 저는 만소연이에요.]경주와 아람은 순간 긴장했다. 특히 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에 식은땀이 났다. 경주는 숨을 죽이고 아람을 바라보았다. 아람의 손을 잡고 가슴에 대며 안전감을 주었다.“소연 씨, 드디어 전화가 오셨네요.”아람의 목소리는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친근하게 말하기 위해 성을 떼고 불렀다.“매일 소연 씨의 전화를 기다렸어요. 드디어 전화 오셨네요.”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만소연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건, 만소연을 만나고 얘기를 했다는 건데, 아니면 왜 그렇게 말하겠어. 하지만 언제 만났지? 난 왜 몰랐지?’[매일, 기다렸어요?]만소연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구아람 씨, 만약 제가 연락하지 않았다면.]“그래도 기다렸을 거예요. 연락하든 안 하든 선택권은 소연 씨에게 있어요. 기다리든 말든 제 선택이에요.”아람은 이글거리는 눈빛에 굳은 의지가 가득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아람은 상대방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경주는 아람의 친착함을 존경했다. 목표을 이루기 위해 억울해하며 참았고 굴욕도 견딜 수 있었다. 고귀한 출생으로 인해 우월감을 느끼지 않았고
윤씨 가문은 라이브 사건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싶었지만, 윤진수의 평판이 너무 않 좋았다. 사람들은 그저 웃음거리를 보고 싶었다. 게다가 윤진수를 지목하는 구씨 가문 아가씨 아린이 나타나 더욱 드라마틱해져 점점 뜨거웠다.열기가 갈아앉지 않으면 윤진수는 경찰의 목표로 될 것이다. 윤정용은 심지어 뻔번하게 경찰 총장에게 가서 사정했지만, 마침 최고의 재벌 구만복이 오랜만에 실검에 올랐다. 사무실의 TV에서 뉴스가 방송되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리본 커팅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와 인터뷰하는 구만복의 모습이 보였다. 기자는 바로 물었다.“구만복 씨, 이틀 전 라이브에서 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성.”“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자?”구만복의 안색이 순간 차가워지며 반박했다.“어느 언론사 출신이에요? 이렇게 정보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데 기자를 해요?”사람들은 구만복의 압박감에 숨도 쉬지 못했다.“제 친딸이에요. 우리 구씨 가문의 막내 공주님. 제 셋째 부인 초연서의 딸이에요.”구만복의 표정은 유난히 차가웠지만, 아린을 언급하자 날카로운 눈빛에 보기 드물게 온기가 돌았다.“제 눈에 아람이든, 아린이든 모두 소중한 딸이에요. 아린을 공개하지 않은 건, 나이도 어리고 확교를 다니고 있고, 모녀가 겸손해서예요. 아이의 학교생활을 방해할까 봐 공개적인 자리에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요.”“결국 모두 막내딸을 지키려고 한 거예요. 하지만 내 딸을 보호하는데, 윤진수 그 짐승에게 기회를 주었어요!”‘젠장, 구 회장님의 말이 정말 날카롭네. 구만복과 윤정용이 친하다는 것을 모른느 사람이 없잖아. 하지만 막내딸을 위해 윤씨 가문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네!’“우리 딸은 큰 굴욕을 당했어요. 윤씨 그룹이 사적으로 가고 싶은데, 그럴 일은 없어요. 반드시 끝까지 조사할 거예요!”구만복의 눈시울이 붉히며 하마터면 카메라 앞에서 실례를 할 뻔했다. 겨우 화를 억누르며 카메라를 향해 이를 악물었다.“윤정용, 너 이 자식, 양심이 있으면 네 아들이 대가를 치르고 우리 딸에게
“아람아, 너, 너 왜 들어왔어, 언제 들어왔어.”경주는 여전히 멍했다. 습관적으로 아람의 허리를 잡고 위아래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아람은 가슴을 가리고 투덜거렸다.“깜짝이야. 방금 네 눈빛이 엄청 무서웠어. 날 잡아먹을 것 같았어.”“미안해, 아람아. 입대했을 때 생긴 고질병인 것 같아. 불치병 같은 반응이야.”그 말을 듣자 아람은 가슴이 아파 경주의 얼굴을 만졌다. 경주는 죄책감을 느꼈다. 아람의 손을 잡고 손등을 키스했다.“왜 몰래 들어왔어. 들키면 어떡해.”“몰래? 여긴 내 집이야. 왜 몰래 들어와. 난 당당하게 들어온 거야.”아람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경주의 코끝을 가리켰다.“왜? 신 사장님이 좀 당황한 것 같지?”“정식으로 네 집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야. 아람아, 네 가족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주고 싶어.”경주는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풋, 그거 때문이었어?”아람은 웃음을 떠뜨렸다.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경주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우리 가족은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챙기기 힘들고 잘해주기도 어려운 사람이야. 아니면 윤유성 그 독뱀이 벌써 우리 집에 들어왔겠지. 안 그래?”“아람아.”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가족은 널 천천히 받아드리고 있어. 그러니 걱정 마. 너 답게 행동해.”아람은 다정하게 말을 하며 경주의 셔츠 단추를 모두 풀었다.“또 나 몰래 밤새 일했어? 이렇게 앉아서 자면 허리디스크 터져. 잠옷을 갈아입고 편하게 누워.”“응, 알았어.”경주는 얌전히 말을 들었다. 잠옷을 갈아입을 때 기지개를 펴니 허리가 아팠다. ‘설마, 정말 나이가 들어서 그래?’“아람아, 빨리 방으로 가.”경주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람은 귀여운 토끼처럼 재빨리 이불속으로 들어갔다.“너랑 같이 잘 거야.”“아람아, 말 들어. 이제 성주로 돌아가면.”“싫어. 지금 같이 잘 거야.”아람은 경주의 옷깃을 잠고 놓지 않았다. 경주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는 아람의 매혹적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욕망이 솟
구만복이 말하자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람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입을 크게 벌리며 믿기지 않는 듯 구만복을 바라보았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경주는 가슴이 떨리며 눈을 부릅뜨고 구만복의 잘생기고 위엄 있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지금 출발하면 새벽에 도착하잖아. 내일 아침 별일 없으면 오늘 여기서 자고 가.”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리며 기침을 두 번했다.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다. 경주도 들었고, 아람도 들었고, 모든 사람이 들었다. 서프라이즈가 경주에게 다가오자 경주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맑은 눈에 감동적인 감정으로 가득 찼고 울컥하며 구만복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고마워요, 구 회장님. 받아주셔서 고마워요.”받아준다는 말은 대단한 거물이자 성주 제1 재단의 도련님을 비참하게 했다. 아람은 가슴이 아팠다. 경주가 억울한 모습을 보지 못해 급히 다가가 경주를 부축했다.“뭐 하는 거야. 그냥 하룻밤인데, 이럴 필요는 없잖아.”“필요 있어. 아람아.”경주는 누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가슴 속 설렘이 휘몰아쳤다.“너무 기뻐. 지금까지 이룬 업적들을 모두 모아도 이 순간만큼 행복하지 않았을 거야.”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단순한 하룻밤일 것이다. 그러나 경주에게는 희망이었다. 구만복은 경주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먼저 별장으로 들어갔다.“수해 오빠, 아빠가 형부를 용서한 거야? 형부를 받아준 거야?”아린은 수해의 팔짱을 끼고 까치발을 들어 수해의 귀에 속삭였다.“받아주는 거였으면 좋겠어.”아린을 바라보는 수해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 손을 들어 아린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어제보다 오늘 조금만 더 발전하면 다 좋은 거야.”아람은 감동하여 경주의 얼굴을 잡고 아무도 없는 듯이 키스했다. 처음에 경주는 부끄러워 온몸이 굳어졌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아람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키스했다. 구씨 가문의 어른들은 보기 부끄러워 모두 황급히 돌아서서 떠났
강소연은 누군가가 아린을 비난하자마자 즉시 키보드를 잡고 네티즌과 맞섰다. 뿐만 아니라 강지구에게도 연락해 라이브 방송 댓글창에 글을 남기도록 지시했다. 순식간에 백여 명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며 논쟁이 격화되었고, 결국 모두 금언 조치가 내려졌다.밖에서 아무리 큰 폭풍이 몰아쳐도 해정원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람은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하고 화목한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엄마가 돌아간 후, 아람은 해장원을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방황의 날이 쓰라리고 힘들어도 그저 탈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점점 집 느낌이 있었다. 아람에게 안식처가 되는 곳은 단 두 곳이다. 해장원과 경주의 따뜻한 품이다.라이브 풍파가 지난 후, 구만복과 초연서는 수해에 대한 태도도 미세산 변화가 있었다. 그날 아린과 수해가 헤어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자 구만복은 수해를 집에 있게 했다. 그저 각방을 썼을 뿐이다.절대 모두가 잠든 동안 소중한 딸 아린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이상한 짓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시련과 곤난을 겪어온 수해와 아린에게 이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아린은 엄청 기뻐했다. 수해도 눈물을 흘릴 뻔할 정도로 흥분했지만 그저 묵묵히 구만복에게 인사를 했다.최선을 다해 아린을 챙겨주고 평생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맹세했다. 이 기회에 수해는 다시 구만복의 인정을 받았다. 옆에서 화기애애한 가족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경주는 여전히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아람은 아린과 수해의 행복한 분위기에 감염되어 옆에 있는 안색이 어두워진 경주를 신경 쓰지 못했다. 경주는 가슴이 아파나며 씁쓸해졌다. 한참 후, 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체념을 하듯 씁쓸하게 웃었다.경주의 마음은 여전히 안 좋았지만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구만복이 평생 경주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아람의 곁에 있고 지켜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죄인은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 이 곳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은혜를
당황한 나머지 윤진수는 부축을 받아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윤성우는 도현을 악의적으로 노려보았다. 입을 열려고 할 때, 계속 침묵하고 있던 유성이 적절한 타이밍에 말을 했다.“진수 형, 그냥 구 팀장님과 함께 가세요. 형은 당당하잖아요. 그냥 수사에 협조하는 거예요. 당황하지 마세요. 금방 끝날 거예요. 끝나면 우리가 데리러 갈게요.”윤성우는 유성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젠장, 또 잘난 척할 기회를 줬네!’유성은 돌아서서 윤정용의 귀에 속삭였다.“아버지, 구도현의 말이 맞아요. 진수 형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 발이 찔리는 것 같아보여요. 구도현은 더 악랄한 수단으로 형을 상대할 거예요. 그때는 정말 곤란할 거예요.”윤정용은 마음이 흔들려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진수야, 가.”“아버지!”윤진수의 표정은 마치 절망에 빠진 듯했다. 윤정용은 손을 흔들었다. 원망함과 분노가 뒤섞여 말문이 막혔다. 결국 윤씨 가문 사람들은 두 경찰이 윤진수를 데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도현이 떠나기 전 차갑게 윤유성을 노려보았다. 유성은 날카로운 시선에 움찔했다. 마치 범인을 심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유성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마음이 불편했다.“구도현, 거기 서!”윤성우가 얼굴을 붉히며 다가갔다. 지금의 윤진수를 도와주기 보다 도현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도현은 발길을 멈추고 무심하게 바라보았다.“흥, 인정해. 네가 우리를 어떻게든 곤경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이잖아. 전혀 정의감에 비롯된 것이 아니야. 그저 개인적인 복수를 하려는 거지. 구아람과 구아린 대신 화풀이하고 싶은 거지?”도현은 날카로운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움직였다.‘그게 왜?’소리없이 입모양만 보여주었지만 윤정용과 윤성우는 화가 나서 머리가 터질 듯했다. 달려가 도현을 때리고 싶었다. 도현이 떠난 직후 윤정용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윤성우와 유성의 부축에 소파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진정했다.“성우
“경찰서 커피가 맛이 없이 없도 건강에 해롭지 않아요. 윤씨 가문의 음식에 감히 입을 대지 못해요. 배가 썩을 수도 있잖아요. 건강을 다치고 마음을 다치면 너무 소해잖아요.”도현은 차갑게 비웃으며 윤성우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구도현 도련님, 내 아들의 사건은 이미 끝났어요. 당신이 직접 풀었줬잖아요. 지금 와서 왜 또 이러는 거예요!”윤정용은 싸울 기분이 없어 눈시울을 붉히며 화를 냈다.“증거도 없이 진수를 그냥 데려갈 수는 없어요. 마음대로 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우리 윤씨 가문은 구씨 가문의 손에 잡히는 멍청한 놈이 아니에요.”“두 가문이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고, 구만복의 아들인 것을 봐서 체면을 봐주는 거예요. 선을 넘지 마세요!”‘구만복의 아들? 구 팀장님이 해문 갑무의 아들이야? 구아람의 오빠?’이 충격적인 소식에 두 경찰은 입을 가리며 크게 놀랐다. 수년 동안 경찰로 일하면서 도현은 항상 겸손하고 일에만 집중했다. 자신의 사생활과 가족사에 대하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전에 도현이 형사 팀장이 되었을 때, 어린 나이에 중요한 임무를 맡아 경찰서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도현은 낙하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언비어는 순간 사라졌다. 단 3년 동안 도현은 큰 사건을 잇달아 해결하고 여러 차례 공로를 세우며 소문이 점차 사라졌다. 경찰들도 도현의 집안이 대단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도현은 윤정용이 동료들 앞에서 구만복을 언급하는 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웃음이 터졌다.“법은 무고한 사람을 잘못 선고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단 한 명의 짐승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윤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은 10년 넘게 타다 남은 솥바닥처럼 어두웠다. “구도현, 너, 너, 누구보고 짐승이라고 하는 거야!”윤진수는 도현의 잘생긴 얼굴을 가리키며 화를 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윤진수 씨, 당신이 강간 미수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니 우리와 함
“경, 결찰? 그 하찮은 놈들이 또 찾아왔어?”윤진수는 구치소에서 사람 같이 않은 삶은 보낸 날들을 생각하자 다시는 돌아가서 악취를 풍기던 그 쓰라린 삶을 살고 싶지 않아 겁에 질렸다.“아버지, 형, 꼭 막아주세요!”윤정용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마음이 급해 걸어다녔다.“진수야, 긴장하지 마.”윤유성이 다가가 진수의 떨고 있는 어깨를 토닥였다.“두 여자애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어. 아직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어. 그건 아직 증언할 의사가 없다는 거야. 경찰도 그냥 온 거야.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잖아. 일단 가 봐.”...윤씨 그룹 사람들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방문객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거실에 서 있는 도현과 두 경찰이 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훤칠한 키를 가진 도현은 마치 칼을 꽂은 것처럼 앞에 나타났다. 권위적이고 위압적이라 억압감이 느껴졌다.윤정용의 안색이 안좋았다. 심지어 마음속에서 질투까지 했다. 구만복의 자식들은 모두 예쁘고 잘생겼다. 능력도 좋고 그저 경찰인 첩의 막내아들 도현도 카리스마가 넘쳤다. 자기 자식이 제일 소중하다고 하지만, 윤민주와 윤진수가 한 짓을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도현의 앞에 나서기 창패했고 체면이 깎인다고 생각했다. 비교해 보면 그나마 막내아들인 유성이 괜찮았다. 외모, 기질, 능력도 뛰어나 구씨 가문과 경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정용은 제일 아이러니한 점을 잊었다. 유성은 한때 윤정용이 가장 싫어하고 경명했던 자식이었다. 심지어 유성 모자를 S국으로 보낸 후 윤씨 가문 전체 앞에서 죽은 사람 취급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린 유성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유성의 계좌로 매년 일정 생활비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외 가족 재산, 권력, 주식, 윤씨 가문의 모든 것은 유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이 모든 것은 고상아가 윤정용을 배신해서 시작한 것이다. 고상하는 비천한 경호원과 몰래 만났고, 그 모습을 윤정용이 직접 목격했다. 간통한 경호원은 가혹한 처벌을 받고 외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