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주는 구아람을 등지고 있었는데 심장의 두근거림과 함께 입꼬리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경주는 아람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윤유성은 두 입술을 오므렸는데 눈에는 사나운 기운이 흘렀다. 지금 아람과 경주는 비록 이혼하고 불쾌하게 헤어졌지만 윤유성은 여전히 그들 사이에 아직 끝나지 않은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신경주, 여기까지 왔는데 말은 똑바로 하고 가.” 아람은 냉랭한 얼굴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남자의 어깨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둑고양이처럼 뭐 하는 거야. 저녁에 악몽이라고 꿀 까봐 두려워.” 경주는 머뭇거리더니 돌아서 아람을 마주 보고 말했다. “별 거 아니야. 그냥 단지 요 며칠 잠을 이루지 못해서 그래.” 아람은 미간을 찌푸렸는데 경주가 해문에 자신을 찾아온 것이 불면증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설마 저 자식이 잠을 못 이루는 게 아람과 연관이 있다는 건가?’ ‘어이없군! 어떻게 아무거나 아람에게 덮어씌우는 거지? 아람이 뭘 어쨌다고!’ ‘불면증이면 수면제를 먹던지. 이곳에 온다고 문제가 해결돼?’ “이미 해결됐어.” 경주는 정신을 가다듬고 아람을 응시했다. “오늘 밤 돌아가면 잠을 잘 제대로 수 있을 것 같아.” 말이 끝나자 경주는 다시 몸을 돌려 떠났다. 아람은 눈이 휘둥그레져 약간 쓸쓸해 보이는 경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난 후에야 한마디 내뱉었다. “미쳤어!” 차로 돌아온 경주는 갑자기 엄청난 피로가 온몸을 엄습해오는 것을 느꼈다. 정신은 이미 혼미해졌고 눈시울은 아까보다 더 붉어졌다. 경주는 두 팔을 핸들에 겹쳐 잡고 팔의 단단한 근육으로 팽팽하게 핸들을 조였다. 아람과 윤유성은 다시 해장문의 대문을 열고 들어갔고 대문이 겹겹이 닫히는 것을 바라보며 경주의 마음도 크게 아파왔다. 경주는 손끝을 떨며 핸드폰을 들고 한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 사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알아봐.” “네? 뭘요?” 한무는 어리
구만복의 말투는 마치 심문이라도 하는 것처럼 엄숙했다. “어릴 때부터 아람은 너희들 아니면 내가 까준 새우만 먹었지, 언제 다른 남자의 그런 호의를 받아준 적이 있더냐! 오늘 밤, 윤 씨 가문 넷째는 선을 넘었어, 여차하면 아람에 입에 먹여줬겠어. 그런데 아람이는 또 거절도 하지 않았어.” “말해 봐, 그들은 지금 대체 무슨 관계야? 설마 아람이 정말 유성 그 녀석에게 마음이라도 있는 거야?” “아버지, 아버지는 윤 씨 가문 넷째가 썩 마음에 들지 않으신 가 봅니다.” 구윤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구만복은 입을 삐죽거리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윤 씨 가문 넷째와 아람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으니 커서 다시 만나 기쁜가 보죠. 아람 곁에 모처럼 그가 밀어내지 않는 이성이 생겼는데 그 사람은 또 우리 집안과 인연이 깊은 집안의 사람이니 그럴 수 있죠.” “만일 윤 씨 가문 넷째가 우리 아람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윤은 침착한 표정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오늘 밤, 너희 윤 씨 아저씨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모임에 참석했는지는 너희들도 잘 알고 있을 테지. 그는 분명 우리 집안과 혼사를 맺으려고 온 거야. 그렇지 않으면 왜 하필 아직 미혼인 아들 둘을 데리고 왔겠어? 확실히 아람을 노리고 온 거야!” 구만복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난 결코 이 혼사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야.” 이 말이 나오자 구 씨 형제의 표정은 약간 변했다. 그들은 아버지가 윤 씨 집안에 이렇게 거부감을 느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버지, 혹시 윤 씨 아저씨랑 사이 틀어지신 건가요? 설마 이미 서로 번호 차단한 건 아니죠?”구진은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역시, 대단하셔요. 사이가 틀어졌는데도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다니, 저였으면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도 않았을 걸요!” 구만복은 짜증스럽게 구진을 한 번 힐끗 보더니 호통을 쳤다.“아람은 내가 가장 아끼는
그동안 신씨 호텔과 KS WORLD가 각자 분수를 지키며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은근슬쩍 경쟁하고 있었다.월드 스타인 안나 조는 연예계에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무슨 일을 하든 늘 떠벌리곤 했다. 결혼식에 최고 브랜드의 협찬을 받지 못하면 그녀는 결코 눈길도 주지 않을 것이다.주지하듯이 그녀는 S 급 주얼리 컬렉터이고 개인적으로 소규모의 주얼리 전람회를 열어 가치가 1억에 달하는 자신의 소장품들을 전시한 적이 있다. 그래서 신씨 그룹과 KS에게도 가혹한 조건을 제기하였다. 바로 그녀가 결혼식에서 착용할 주얼리는 반드시 거장이 직접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최고급 주얼리여야 한다는 것이다.“안나 님께서 유일무이한 주얼리 야만이 톱스타의 신분과 어울린다고 하셨습니다.”한무는 매니저의 말을 그대로 신경주와 자리에 있는 고위층들에게 전달했다.“주얼리의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대해 그 어떤 요구와 제한도 하지 않을 것이니 신씨 그룹과 KS가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협찬을 받아 온 그룹에게 결혼식을 맡기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눈썹을 찌푸리며 듣던 신경주는 손에 든 사인펜으로 종종 책상을 두드리더니,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고위층들도 혀를 내두르며 왈가왈부했다.“이것도 좋은 걸 요구하고, 저것도 좋은 걸 요구하고, 이건 분명 남의 등을 쳐 먹으려는 것입니다! 우리 신씨 그룹을 보물 상자로 생각하는 건가!”“월드 스타는 무슨, 백 년 전이었다면 그냥 재미로 보는 딴따라일 뿐이야, 진짜 자신이 대단한 줄 아나 봐.”“문제까지 제기해? 차라리 수능 문제를 내러 가지, 왜 연예인을 하는 거야!”갑자기 눈을 부릅 뜬 신경주는 위압감이 넘쳐났다.“여긴 휴게실이 아니라 회의실입니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말하고 없으면 조용히 있으세요.”사장님이 화를 내자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고, 아이디어를 생각하느라 머리를 쥐어뜯었다.제품 디자인팀의 팀장은 국내외 유명한 주얼리 디자이너를 줄줄이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PPT까지
신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구아람은 절대 대충 하지 않을 거예요. 아예 시작을 하지 않거나, 하면 무조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고, 라이벌이 반격도 못하게 홈통에 넣어버릴 겁니다. 그러니 반드시 먼저 알렉스를 데려와야 합니다.”‘신씨 그룹도 못 하는 것을 구씨 가문 아가씨가 해낼 수 있다고?’사람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했다.“오늘 내로 알렉스에 대한 자료를 정리해서 보내주세요. 작품이 아니라 알렉스라는 사람에 관한 것들을 보내줘요.”신경주는 명령을 내린 후 회의를 끝내려고 일어섰다.그러자 디자인팀 팀장은 체면을 무릅쓰고 억지로 말했다.“사장님, 알렉스의 작품에 관한 자료는 얼마든지 보내드릴 수 있지만 그녀에 대해선 이 말 밖에 해드릴 수 없습니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돌아섰다.“뭔데요?”“그녀가…… 여자라는 겁니다.”……다음 날.구아람은 팀원들과 미팅을 마치고 사장실로 돌아갔다.“수해야, 너무 배고파, 치킨이랑 맥주 먹고 싶어, 빨리 배달 시켜줘.”그녀는 컴퓨터 게임을 로그인하며 다급히 말했다.“멘탈이 엄청 강하시네요.”임수해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으며 바라보았다.“전 마음이 급해서 쩔쩔매는데 아가씨는 치킨 드실 기분도 있네요. 안나 조 팀에서 최고의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주얼리를 요구하셔서 신씨 그룹은 벌써 바삐 움직이고 있는데, 아가씨는 왜 이렇게 침착하세요? 팀원들의 방안을 거절하고 다짜고짜 알렉스를 데려오겠다고 했잖아요. 그 정체불명한 사람을 모셔오겠다는 건 하느님을 모셔오겠다는 것과 같아요! 시간도 촉박한데 어떻게 알렉스를 모셔올 수 있어요?”“우리가 못 데려오면 신씨 그룹에서도 못 데려올 거야, 전혀 급할 필요가 없어.”구아람은 대수롭지 않는 듯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하지만…….”이때, 영상통화가 걸려왔다.임수해가 자리를 피하려는 것을 보자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불렀다.“친구한테서 온 거야, 옆에 있어도 괜찮아. 네가 남도 아닌데.”그러고는 영상통화를 받았다.화면에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이국적인 미인
임수해는 너무 놀라 턱이 빠질 지경이었다.그러나 구아람은 엄청 침착할 뿐만 아니라 하품까지 하고 있었다.“왜 갑자기 내 신분을 밝히는 거야, 봐봐, 우리 애가 놀랐잖아.”“알렉스, 성주로 돌아가더니 왜 아무런 소식도 없었어요? 스튜디오의 사람들은 당신이 돌아오기를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는데!”말하는 순간 Sliva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미안해, 자기야. 앞으로 한동안은 집안일을 도와야 해서 도저히 몸을 뺄 수가 없어, Y 국의 스튜디오는 네가 잠시 맡아줘야겠어.”이 얘기를 하자 구아람은 미안한 듯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스튜디오가 망할까 봐 걱정하지 마, 내가 전에 디자인한 주얼리들의 가치가 엄청 높아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자금으로는 충분할 거야. 그리고 나 때문에 자신의 앞길을 그르치지 말라고 그들에게 꼭 전해줘. 스튜디오를 떠나고 싶어도 아무런 불평 없이 행운을 빌어줄 거야, 너도 마찬가지야, 떠나고 싶으면 꼭 나한테 얘기해, 억지로 버티지 말고.” Sliva는 두 손으로 눈을 비볐다.“알렉스는 나의 은인인데, 난 절대 떠나지 않을 거예요.”“날 그렇게 많이 도와주었는데, 은혜는 이미 다 갚았어. 너를 속박하고 싶지 않아, 잘 따라주는 건 나의 영광이지만, 너도 너의 인생을 선택할 권리가 있어.”구아람은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너희들이 곁에 있어줘서 알렉스가 신화로 될 수 있었던 거야.”아가씨의 말을 듣자 임수해는 눈물을 금치 못했다. 그제야 자신이 너무 독선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아가씨를 깊이 이해한 적이 없었다, 그냥 단지 완벽한 사람인 줄 알았지만, 사실 그녀는 훨씬 더 뛰어난 사람이었다. ‘내가 견식이 부족했네.’“알렉스, 신씨 그룹에서 또 연락 오면 명확하게 거절하고, KS 그룹과 협력할 거라고 말할 게요, 그들을 궁지에 빠지게 할 거예요!”구아람은 입꼬리를 가볍게 치켜올렸다.“노골적으로 거절하지 마, 희망이 없으면 실망도 없겠지.”Sliva가 놀라서 눈을 부릅 뜨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늘 혼자 비행기표를 사고 M 국으로 가는 신경주를 뻔히 보고만 있었어, 매사 귀찮아하던 사람이 김은주에게 유일 무의한 선물을 해주기 위해 직접 프랑스의 거장까지 찾아갔어. 아무리 편애를 해도 내가 그의 와이프였는데, 감정이 없더라도 최소한의 존중은 있어야지.”구아람은 임수해를 등지고 말했고 말투에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마치 이야기꾼이 청취자에게 한 쌍의 빼어난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얘기해 주는 것 같았다.마음이 답답한 임수해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애완견이 주인을 보는 것처럼 애틋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신경주가 그 추악한 년 때문에 아가씨에게 모질게 상처를 주다니, 수만 번을 죽여도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네요.”구아람은 웃으며 손짓을 했다.“예전 같으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달갑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 심지어 너무 웃겨. 김은주가 쓰레기라면 신경주는 쓰레기통이잖아, 김은주는 재활용에서 회수 불가인 쓰레기로 되었는데 그는 시종일관 쓰레기통이야. 내가 사랑을 깊게 하지만 감정을 마구 쓰지는 않아, 쓰레기통을 마음에 둘 필요는 없어. 하지만 그가 알렉스를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은 흥미진진할 것 같아, 날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허사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어.”‘신경주, 넌 늘 야박한 사람이었어, 지금의 나도 너와 마찬가지야.’……신경주는 알렉스를 만나기 위해 특별히 전용기를 타고 Y 국으로 향했다.불현듯 구아람과 결혼 첫해, 김은주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바쁜 와중에 프랑스로 가서 필사적으로 황실에게 디자인을 해줬던 디자이너를 불러들였던 기억이 떠올랐다.단 한 번도 그렇게 몸을 굽히며 부탁한 적은 없었다.그 후, 디자이너가 성의에 감동을 받아 마지못해 목걸이를 디자인해 주었다.그러나 지금은 목걸이를 영원히 상자 안에 갇혀버렸고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목걸이에 담긴 건 애틋한 사랑이 아니라 후회와 치욕이다.안색이 어두운 신경주는 빽빽한 구름을 바라보더니, 순간 가물가물한 구름 위에 화사한 봄
이때, 한무가 커피를 들고 다가와 탁자 위에 놓았다.“사장님, 알렉스의 스튜디오 담당자인 Sliva 씨에게 연락했더니 만나주시겠다고 합니다.”“진짜?”그제야 신경주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네, 하지만 만나자고만 했을 뿐, 태도가 엄청 내정하고 떨떠름했어요.”한무는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쉬었다.“일을 그르칠까 봐 너무 걱정되네요.”“걱정하지 마, 만나준다고 했으니 그 어떤 희망도 포기해서는 안 돼.”……Y 국에 도착한 후, 사흘 동안 애타게 기다린 끝에 알렉스 스튜디오 근처의 카페에서 담당자인 Sliva를 만났다, 하지만 스튜디오에 들어가지는 못했다.“신 사장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Sliva는 팔짱을 끼고 오만한 표정으로 신경주를 바라보았다.“알렉스는 지금까지 대통령 부인, 황실 멤버와 국가, 사회, 공익에 탁월한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만 주얼리를 디자인해 주었습니다. 비록 안나 조는 월드 스타이지만, 알렉스를 모시기엔 여전히 자격이 부족합니다.”한무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사람을 너무 차별하네, 주얼리가 무슨 공훈장도 아닌데!’“자랑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머니의 이름으로 자선 재단을 설립했고, 그동안 양로원, 빈곤 학생, 보육원 고아들을 지원하며 공익사업에 전념했어요. 알렉스께서 단순히 유명인을 위한 주얼리를 만든다고 생각하지 말고 더 크게 봐주길 바랍니다. 협력만 해주신다면 사례금은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안나 조가 저희 호텔에서 결혼식을 하여 생긴 모든 추가 수익금은 자선 재단에 기부하여 자선사업에 사용할 것입니다.”신경주는 옷매무시를 바로 하고 단정하게 앉아 또박또박 말했다.“사장님의 뜻은, 우리 알렉스 여사님이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다는 말씀입니까?”Sliva는 냉소를 하며 말하자 신경주는 숨이 막혔다.“그런 뜻은 아닙니다.”“자선을 핑계로 디자인을 부탁하는 심보가 고약한 자본가들이 너무 많아요, 신 시장님도 그중 한 명일 수도 있고, 자선 재단을 이용해 돈 세탁을 할 수도 있
Y 국에서 성주로 돌아온 후, 한무는 줄곧 구아람을 지켜보고 있었다.하지만 그동안 동태를 살핀 결과 아무것도 없었다.늘 호텔의 크고 작은 일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성주를 떠난 적도 없다. 신경주는 사무실에 앉아서 창문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눈썹을 찌푸렸다.‘안나 조의 결혼 날짜가 점점 다가오는데, 왜 조금도 서두르지 않지? 아니면 이미 알렉스를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고 있나?’지난번 장미 정원의 일과 진주가 잡히고 백흥 타운 프로젝트를 가로챈 것 때문에 기개가 호탕한 사내 대장부인 신경주는 구아람을 은근히 두려워했다.이혼하고 나서야 비로소 아내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이때, 인터폰이 울리자 신경주는 핸즈프리를 눌렀다.“신 사장님, 이 도련님께서 오셨습니다.”비서는 공손하게 말했다.“들어오라고 해.”이유희가 사무실에 들어가서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 모습은 마치 집에 온 것처럼 자연스러웠다.“내가 몇 번 말했어, 제멋대로 찾아오지 말라고, 내가 너처럼 한가한 것 같아?”신경주는 고개를 숙인 채 서류에 사인을 하였고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참, 제멋대로 찾아오지 말라고, 네가 무슨 황제인 줄 알아? 근데, 우리 엄마가 얼마 전에 사극을 봤는데, 네가 그 황제랑 확실히 닮은 것 같았어, 둘 다 양심이 없거든.”이유희는 다리를 꼬며 비아냥거렸다. “할 말 있으면 하고, 없으면 꺼져.”신경주는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사인펜을 닫았다.“소희가 왔잖아, 그래서 엄마가 널 우리 집으로 초대하고 싶대.”“요즘 많이 바빠, 안나 조의 일을 해결하지 못해서 회식할 기분이 없어.”“말해봐, 우리 엄마를 못 본 지 얼마나 됐어? 외국에서 요양하고 오자마자 밥해 주겠다는데, 체면을 세워주지도 않네!”이유희는 입을 삐죽거렸다.“엄마가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시고 재료까지 준비해 놨는데, 네가 안 오면 얼마나 실망하실까.”신경주는 입을 오므리더니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 갈게.”“그렇지! 네가 온 다는 것
주성택은 검찰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고 큰 곤경에 처했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그러자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모든 소셜 플랫폼, 뉴스 헤드라인은 동시에 주성택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으로 바뀌었다. 반응이 빠른 기자들은 윤정용을 향해 달려갔다.“윤 회장님, 사위가 체포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주 의원님이 사적으로 한 모든 일을 알고 있어요?”“주 의원님이 재임 동안 당신과 상호 이익을 얻었어요? 지위를 이용해 윤씨 그룹에 몰래 혜택을 준 건가요?”윤정용은 원망스러워 이를 악물며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윤성우가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이 하이에나 같은 경찰들이 들이닥치잖아. 심지어 앞장서는 사람이 구씨 가문 둘째 아들 구진이야!’같은 위풍당당한 재벌인데, 구만복의 아들 구진은 당당하게 체포하러 왔고, 체포당한 사람은 자신의 사위 주성택이다. 그러자 윤정용은 체면이 떨어졌다고 느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여기에 있지 말았어야 했어. 혼란 속에서 빠져나가야 했어. 정말 큰 실수야!’“아버지, 빨리 가요.”윤성우가 서둘러 다가오며 윤정용을 부축하고 밖으로 나갔다. 기자들은 끈질기게 따라갔다. 윤정용은 윤성우의 경호 아래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 결과 윤정용의 신발이 벗겨지고 말았다.“아, 내 신발!”윤정용은 어색하게 왼발을 들어 올렸다.“아버지, 이럴 때 무슨 신발을 찾아요! 빨리 가요!”윤성우는 이마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급해하며 윤정용을 밖으로 끌어냈다. 그러자 윤정용은 맨발로 비참하게 연회장을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봐, 왜 신발이 바닥에 떨어져 있어?”“이게 윤정용의 신발이야? 너무 당황하며 도망쳐서 신발까지 잃어버렸어? 하하하!”기자들은 신발 사진을 찍으며 박장대소를 했다....주성택은 검찰에에 의해 연회장 밖으로 끌려 나올 때 겁에 질려서 두 다리가 소아마비에 걸린 사람처럼 질질 끌렸다. 길 건너편에서는 아람과
“앞으로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신 사장님!”주 비서는 경주야말로 자신의 주인인 것처럼 극도로 공손했다. 차 안의 온도는 서서히 높아졌다. 입술이 부딪치며 서로 얽혔다. 경주는 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입술을 떠나기를 아쉬워했다. 촉촉한 입술은 입꼬리를 올리며 만족감을 느꼈다.이 만족감이 주 비서에게 주는 대답인지 아람의 열정적인 반응에 대답하는지 모른다. 통화가 끝났을 때 아람의 이마에는 이미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왜 이렇게 인맥이 넓어? 어디든지 끼어들 수 있네. 송 시장님 곁에도 네 사람이 있어?”아람은 경주의 품에서 가볍게 숨을 헐떡였다. 눈빛이 부드럽고 애교가 들어있었다.“관직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여우야. 야망이 크고 욕심도 커. 특히 비서관 같은 직책에 있는 사람들은 고위 임원들 곁에 있는 제일 알기 어려운 사람이야. 네가 어떻게 매수했어?”경주는 아람의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매수하는 건 네 남자 내가 돈이 많고 능력이 좋아서 그런 거야.”“칫, 뻔뻔하네.”아람은 손끝으로 경주의 뺨을 찔렀다.“주 비서는 송 시장님을 오랫동안 모셔 왔어. 하지만 내가 알기로 송 시장님은 성질이 사납고 부하들에게 매우 못되게 굴어. 송 시장님 밑에서 일하는 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해야 해.”“게다가 수년 동안 주 비서는 수많은 일을 처리해 주었어. 분명 좋은 승진 기회가 많았는데, 송 시장님은 일부러 주 비서를 억압했어. 만약에 너라면 이런 여전히 이런 상사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어?”아람은 순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관직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비즈니스로 전직하고 싶었던 거네. 그리고 네가 혜택을 준다는 것을 약속했지. 예를 들어 일을 도와주면 넌 신씨 그룹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거야? 맞아?”경주의 눈빛에서는 사랑이 가득 담겼고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아람아, 넌 정말 너무 예리하고 똑똑해.”“이 주 비서를 잘 키워 봐. 머리가 좋아. 양
구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저희는 명령을 받고 왔어요. 검찰이 주성택 의원님을 체포하여 조사하도록 허가했어요. 업무를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저희 측에서는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어요. 그저 관계자 외 진입 금지라는 것만 알아요. 절대 들어올 수 없어요!”경호원의 태도는 점점 강력했다. 구진은 비아냥거리며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바라보았다.“당신들 이미 법을 어긴 것을 알고 있어요?”경호원이 든든한 백이 있어 구진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허, 옷차림을 보니 연회장의 정식 경호원은 아닌 것 같네. 우리가 들어가서 사람을 체포하는 게 그렇게 두렵다면, 한가지 가능성만 있어요. 윤씨 그룹 사람이죠?”구진은 차갑게 웃었다. 경호원들은 깜짝 놀라며 당황한다. 그들을 막으러 오기 전에 윤성우는 경호원에게 명령했다. 상대방이 아무리 협박해도 윤씨 그룹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말라고 했다. 그저 시간만 끌어 윤씨 가문에게 움직일 시간을 벌어주면 되었다. 만약 주성택이 검찰에 잡혀가면 절대 판을 뒤집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경호원들은 고집을 부리며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아니요, 우린 윤씨 그룹의 사람이 아니에요. 송 시장님께서 현장 질서를 유지하라고 명령을 내렸어요.”“그래요? 송 시장님 사람이에요? 왜 난 한 명도 본 적이 없죠?”발소리와 함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사람들은 뒤돌아보았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송 시장 옆에 있는 비서실장이다. 뒤를 따른 사람도 모두 송씨 가문의 사람이다. 윤씨 그룹의 경호원들은 어쩔 줄 몰라 제 자리에서 안절부절못했다.“이 사람들이 정말 겁도 없네. 송 시장님의 코 앞에서 송씨 가문의 사람인 척해? 감히 우리 송 시장님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해?”비서관은 엄숙하게 말했지만 구진에게는 웃으며 공손하게 말했다.“구 검사님, 체포 영장을 더 발부받아야 할 것 같네요. 누구의 명령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모두 체포해서 자세히 심문하면 좋겠네요. 우리 송 사장님의 누명을 벗어야 할 것 같네요.”구진은
연회장은 혼란스러웠다.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경호원들이 배치되었다. 하지만 오늘 행사는 너무나도 성대했다. 수많은 언론 기자들이 초대되었고, 모든 기자들이 주성택을 향해 몰려들어 가운데에 고정시켜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기자들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기자들에게 스캔들이란 마치 피 냄새를 맡는 상어와 같다. 게다가 이것은 너무 충격적인 스캔들이다. 윤정용의 사위인 주성택은 현재 선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사적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고 여색을 좋아하는 쓰레기였다. 이런 헤드라인에 오를 수 있는 기사를 놓치고 싶어 하는 기자는 없다. 사람들은 주성택의 밑바닥까지 파고들고 싶었다.“송 시장님. 본부에 연락해서 사람을 더 보내달라고 할까요? 현장이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요!”비서실장은 서둘러 송 시장에게 지시를 바랐다. 송 시장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서서 넓은 무대를 라이벌에게 맡긴 채 미소를 지으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우린 그냥 조용히 구경이나 하면 돼. 왜 일을 귀찮게 만들어? 하지만 나와 사모님을 잘 지켜. 이따가 더 큰 소동이 벌어지면 우리한테까지 튀게 하지 마.”...상황이 계속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윤씨 가문은 연회장의 앞문과 뒷문에 인력을 추가했다. 이때 검은색 리무진 세 대가 기세등등하게 문 앞에 차를 세웠다. 차 문이 열리자 슈트를 입고 경찰 증명서를 가슴에 찬 검사들이 신속히 내렸다.제일 앞에서 팀을 이끄는 구진의 눈은 반짝였다. 엄숙한 표정은 평소 가족들 앞에서 장난기 가득한 구진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카리스마가 너무 강해 사람들이 숨이 막혔고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검사가 위풍당당하게 다가오자 문 앞에 서 있던 경호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겁에 질렸다.“잠시 비켜주세요. 저희 업무를 방해하지 마세요.”구진은 차갑고 침착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경호원들은 구진을 막을 용기가 없어 길을 비켜주었다. 홀에 들어서자마자 구진은 왼쪽 귀에 걸고 있던 블루투스 이어폰을 누르고 아람에게 연락했
“세상에,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야. 정말 대단해!”“이렇게 많은 증거를 모아두고 이런 중요한 날을 선택하여 공개하는 건 주성택을 망치려는 거잖아!”“송 시장님인가? 어쨌든 두 사람은 이번 선거에서 라이벌이잖아!”“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송씨 가문은 이런 능력이 없을 거야. 배후에 더 힘 있는 사람이 있을 거야!”압도적인 플래시가 무대 위에서 멍해지고 부들부들 떠는 추악한 모습을 카메라에 완전히 담았다. 일부 기자들은 사진 찍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아 무대로 달려가 대포 카메라로 주성태를 가리켰다.“주 의원님, 화면에 나오는 게 사실이에요?”“뇌물을 받으셨어요? 사적인 거래를 했어요?”주성택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두 다리에 힘이 빠져 뒤로 물러섰다.“저 아니에요. 모두 합성한 거예요. 누가 저를 해치려는 거예요!”“그럼 장부는요?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조작이에요. 다 조작이에요! 저는 돈을 받지 않았어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주성택은 땀을 뻘뻘 흘리며 당황하여 소리를 질렀다.“경호원은? 빨리 와서 질서를 유지해!”현장이 혼란스러워지고 사위가 기자에게 포위당하며 스캔들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윤정용은 화가 나서 안색이 어두워졌다.“빨리 조사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윤정용은 눈시울을 붉히며 숨이 막혔다.“분명 누군가가 우리 사위를 해치고 있어. 분명 우리 윤씨 가문을 겨냥하고 있는 거야! 누가 겁도 없이 이런 짓을 해? 감히 우리 윤씨 가문을 건드려?”“네, 아버지.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윤성우는 현장 상황이 통제 불능이라는 것을 깨닫고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혼란한 틈을 타서 바로 아버지를 모셔가라고 할게요. 주성택은 아버지의 사위예요. 무슨 일이 생기면 아버지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안 돼!”윤정용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이 상황에 우리가 떠나면 스캔들이 사실임을 인정하는 거잖아. 사람들은 우리 윤씨 가문이 감당할 수 없어서 도망친 거라고 생각할 거
중앙 홀의 가장 큰 회의장의 분위기는 너무 엄숙했다. 무대 아래에서는 성주는 물론 전국에서 온 고위 임원과 비즈니스 엘리트 대표들로 가득 찼다. 송 시장이 무대에 올라 교류회에 대해 연설하고 있었다.국회의원, 기업 대표 및 기타 주요 인사들이 앞자리에 앉았고, 윤민지와 같은 가족들은 뒷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윤씨 가문의 외동딸인 윤민주는 명문가 집안 아가씨들 중에서 꽤 명성이 높았다. 그러나 결국 공식 석상은 여전히 남성의 전쟁터이자 또 다른 세상이다. 윤민주는 그저 주성택의 아내일 뿐이다. 윤민주가 말할 자격은 없었다. 눈에 띄기 좋아하는 성격을 가진 윤민주는 자연스럽게 화가 났다.주성택이 오늘 이 자리까지 온 건 모두 윤민주가 한 걸음 한 걸음 도와준 것이다. 윤씨 그룹의 배경이 없고, 윤정용의 보살핌이 없고, 윤민주가 이미지를 만들어주지 않았더라면 눈에 띄지도 않는 주씨 가문 주성택은 순조롭게 높은 자리로 갈 수 없었을 것이다. 윤민주는 생각할수록 득의양양했다. 여러 내연녀 때문에 더러워졌던 기분도 좋아졌다. ‘언젠간 송 시장의 부인처럼 제일 앞에 앉을 거야!’이런 생각을 하자 윤민주는 거만하고 우쭐하게 앉아 콧구멍으로 사람들을 바라볼 기세였다. 주변 사람들이 윤민주를 보자 속삭였다.“저 위압적인 모습 좀 봐, 모르는 사람들은 저 여자 머리에 눈이 있다고 생각할 거야!”“맞아, 선거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남편이 꼭 선거될 것처럼 행동하잖아. 무슨 자신감이야?”“윤민주는 자기가 아직도 윤씨 가문 아가씨인 줄 알아. 결혼한 여자는 가문에서 버려진 것과 같다는 거 몰라? 이 바닥에서 진작에 소문이 났어. 주 의원 선거를 도와주려고 쥐처럼 윤씨 가문에서 돈을 훔쳐 주씨 가문에 주었어. 윤씨 가문에서는 이미 윤민주를 싫어해. 하지만 윤민주는 자신만만해하네!”“나는 주 의원이 별로야. 딱 봐도 부패할 것 같아. 저 부부가 권력을 잡으면 성주 사람들은 큰 곤경에 처할 거야!”날카로운 유언비어들이 윤민주의 귀에 들어왔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이런 말들은 아람이 경주의 입에서 듣고 싶어도 꿈속에서만 들을 수 있었다. 이제 경주가 밤낮으로 붙어 다니고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귀에 대고 중얼거려 점점 지치기도 하고 짜증이 났다.하지만 경주가 매번 다가오고 만지고 키스를 할 때, 마음속에서 불꽃놀이처럼 빛나고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 그저 경주의 괴롭힘을 당하며 유혹에 넘어간다. 그래서 사랑하든 아니든 아람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그저 아람의 반응을 보면 된다. 얼굴이 붉어지는지, 가슴이 설레는지, 몸이 이성을 잃고 행동하는지만 보면 된다.아람은 경주의 키스에 엉망이 된 숨을 가라앉히고 삐죽이면서 경주의 넥타이를 잡는다.“신경주, 너 예전에 꽤 괜찮았잖아. 지금 왜 이렇게 사랑에 굶은.”이런 비유가 좋은 것 같지 않아 아람은 급히 입을 다물었다. ‘정말 사람에 굶은 사람이라도 말로 하는 건 아닌 것 같네. 체면은 지켜주자.’예기치 않게 경주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진다. 눈빛 아래는 짙은 사랑의 욕망이 숨겨져 있었다. 경주는 아람의 뒷목을 문지르며 이마를 대었다.“아람아, 난 네 노예야.”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름다운 얼굴이 붉어지며 손가락으로 경주의 튼튼한 가슴을 찔렀다.“그만해. 널 욕하면 나까지 욕하는 거 같잖아.”경주는 마른침을 삼키며 아람의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오늘 벤을 타서 자리가 넓어. 충분히 커. 우리가 놀기에 충분해.”“우린 복수하러 온 거지, 야한 짓을 하러 온 건 아니야!”아람은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 경주의 이마를 힘껏 때리며 급히 화제를 돌렸다.“참, 오늘 왜 이씨 가문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이유희가 이제 사장님인데, 이런 장소에 끼지도 않아? 윤씨 가문이 잘난 척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있어?”“이씨 가문은 이소희가 남긴 구멍을 메우고 있어. 계속 여론의 끝에 있어서 지금 나오면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어.”“허, 자각이 대단하네.”경주는 머리를 기울이고 가까이 다가가 코끝으로 아람의 뺨을 문지르며 간지럽혔다.“유희가 말했어. 이
“내가 네 와이프야, 왜 보면 안 돼?”윤민주는 의원 아내의 이미지를 신경 쓰지도 않고 주성택의 멱살을 잡고 미친 듯이 흔들며 히스테리로 소리를 질렀다.“내가 너한테 이렇게 잘하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양심 없는 놈아!”말을 하며 주성택의 뺨을 때리려고 했지만, 주성택은 윤민주의 손목을 붙잡고 격렬하게 뒤로 밀쳐냈다.“아!”윤민주의 몸이 흔들리더니 문 패널에 부딪혔다. 아픈 윤민주는 숨을 들이쉬며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너 감히 나를 때려? 난 윤씨 그룹 아가씨야. 어떻게 나한테 손댈 수 있어? 내가 아빠랑 오빠한데 말할 수도 있어. 네가 날 괴롭힌다고!”“말해, 마음대로 해! 이제 나도 너 같은 년이 지쳤어!”주성택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윤민주의 멍한 얼굴을 가리켰다.“곧 선거가 다가오잖아. 망치고 싶으면 망쳐. 수년간의 비즈니스를 망치고 싶으면 그렇게 해. 알려주는데, 이제 우리는 한 사람이 부귀해지면 모두 부귀해지고, 한 사람이 망하면 같이 망하는 거야. 내가 망하면 너도 끝장이야!”윤민주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멍해졌다. 윤민주는 힘들게 키운 남자가 자신을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무기가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다.“그동안 네가 아가씨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나를 억압하고 모욕했어. 하지만 난 다 참았어. 사람들 앞에서 다정하고 사랑하는 척해달라고 해서 나도 모두 만족해 주었어. 앞으로 내 일을 상관하지 마. 의원의 아내가 해야 할 일이나 잘해. 그래야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우린 헤어지는 거야!”그 말은 주성택이 이제 대단한 사람이니 신경 쓰지 말고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다. 주성택은 윤민주에게 잡혀 엉망이 된 옷깃을 정리했다. 더 이상 윤민주를 보기 싫어 문을 쾅 닫고 나갔다. 윤민주는 바닥에 멍하니 앉아 비참하게 눈물을 흘렸다. 한참 후, 윤민주는 일어나서 악의적으로 눈물을 닦고 거울에 기괴할 정도로 뻣뻣한 미소를 억지로 드러냈다.“그래, 그래! 그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난
윤진수가 구치소에서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이 앞니를 치료하며, 윤씨 그룹의 보호에서 자유롭게 지냈다. 타박상과 부은 얼굴이어도 윤씨 가문 저택에서 여전히 파티를 했다. 예쁜 모델들을 찾아 술을 마시며 즐거움을 추구했다. 하지만 보기만 하고 행동하지 못했다. 저번에 아린에게 성추행할 때 발기가 되지 않아 자신이 없었다. 그러자 윤진수는 정력제를 10캡슐이나 먹었다. 결국 약물 중독으로 눈의 흰자위를 까뒤집으며 흰 거품을 물고 경련을 일으켰다. 밤새 위 세척을 하느라 병원에 있었다.이 일을 알고 윤정용은 화가 나며 불안해하지만 윤진수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 사적으로 아들에게 치료하는 방법을 계속 찾았다. 구씨 가문이 소송을 취하한 것에 대해 윤정용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이 시점에서 윤정용이 복수를 하고 싶어도 먼저 시간을 두고 당분간 여론을 피해 다녀야 했다. 하지만 임윤호는 더 나쁜 상황에 처했다. 그날 밤, 죽도록 맞았고, 강지구는 하면 한다는 사람이다. 정말 부하들에게 임윤호의 입에 똥을 싸라고 명령했다. 그 결과 임윤호는 며칠 동안 밥을 한 입도 먹지 못했고, 먹는 모든 음식이 똥 맛이 났다. 또한 계속 구역질을 하며 담즙을 거의 다 토해냈다. 심지어 답답해서 고열까지 났다.‘이런 굴욕을 당할 바에는 차라리 날 죽여!’임윤호는 아무리 생각해도 몰랐다. 도대체 누가 이런 비겁한 짓을 하며 똥을 먹였는지 몰랐다. 마침내 어느 날 밤, 자고 있던 임윤호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순간 생각이 났다. 당시 맞고 있을 때 깡패 중 한 명의 옷깃에 브로치가 꽂혀 있었던 것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무슨 빨간 새였던 거 같은데? 주, 주학? 성주 제 1 파벌, 남성?’“아!”임윤호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순간 겁에 질려 머리를 움켜쥐고 입술을 벌벌 떨며 식은땀을 흘렸다....오늘 다섯 개 1선 도시 대표단과 최고 지도자들이 성주에 모여 시장과 시의원들을 만나기로 했다. 한마디로 중요한 자리였다. 시의원의 아내인 윤민주는 일주일 전부터 드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