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진 구아람은 옆에 있는 남자를 오빠인 구진으로 착각하고 주저앉아 흐느꼈다 .“신경주는 왜 날 싫어하지……대체 왜…….”그녀의 입에서 자신이 이름이 나오자 신경주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였으나 입을 꽉 깨문채 아무말도 하지않고 그녀의 하소연을 들어주었다.“난 정말 노력했어…… 난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노력했어……. 근데 내가 노력을 하면 할수록 그는 더욱 나를 매몰차게 대해…… 대체 왜 그러는거지…… 제발 말해줘!”흐느끼며 울고 있던 구아람은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남자의 품에 확 안겼다.그리고 그의 품안에서 눈물 코물 다 흘리며 훌쩍이고 있었다.그의 깔끔한 티셔츠가 구아람의 눈물과 화장으로 인해 얼룩져 버렸다.갑작스러운 포옹에 신경주는 그대로 자리에 굳어버렸다.그에게 안긴 구아람이 눈물 흘릴때마다 그 역시 그 눈물이 심장에라도 박힌듯 마음이 아파왔다.한참을 그렇게 있은 후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구아람에게 물었다.“너 정말 신경주를 좋아해?”구아람은 울어서 발그스레 해진 얼굴을 들어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그녀의 앵두같이 빨갛고 도톰한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그 매혹적인 모습에 신경주는 침을 꿀꺽 삼키며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 가까스로 자신을 절제시켰다.심지어 그는 이 질문을 한걸 굉장히 후회했다.그녀가 그를 좋아하던 좋아하지 않던 이혼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였고 그의 평생의 동반자는 앞으로 김은주가 될것이다.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화장실문이 활짝 열렸다.“신경주!이 파렴치한 놈,김은주로도 모자라 또다시 얘를 꼬시려고?!”구진은 두눈을 부릅뜨고 달려와 구아람을 도로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평소 성품이 온화하고 너그러운 구회장이 이렇게 화난 얼굴로 자신을 나무라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전처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각별한지 느낄수 있었다.알수없는 답답함에 신경주는 숨이 가빠져오기 시작했다.“구회장님,그녀가 주량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바람에 여기로 데려오게 되었습니다,만약 당신이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신다면
이튿날 눈을 뜨자마자 구아람은 또다시 화장실로 직행했다.“아람아, 예전엔 주량이 꽤 세지 않았니? 왜 이렇게 술이 약해진 거야?”구진은 얼른 생수를 건네고 또 그녀를 위해 숙취해소제를 준비해 두었다.“3년 동안 술을 입에도 갖다 대지 않았는데…… 갑자기 많이 먹으니 힘들 수 밖에!”구아람은 신경주가 술을 많이 마시는 여자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그의 마음에 들려고 아예 술을 끊어버렸다.“술 아니었다면, 임신한줄 알겠네.”구진은 장난스럽게 아람을 향해 농담을 던졌다.“허…… 내가 정말 신경주의 아이를 가졌다면 오빠들 어떻게 할 거야?”구아람은 슬픈 눈동자를 한 채 이렇게 물었다.“뭘 어떡해? 넌 우리가 애지중지 키운 막내 여동생이야, 그 애 몸에 누구 피가 흐르던 그 애 잘못은 아니잖아, 우린 다 감당할 수 있어.”구진은 신경주를 뼈에 사무칠 정도로 싫어했지만, 법조인답게 훌륭한 직업소양을 갖추고 있었다.“그럴 일 없으니까 안심해, 신경주는 나랑 2세를 보고 싶어 하지도 않아.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젠 내가 사양하겠어.”구아람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머리도 식힐 겸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아, 맞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안나?”구진이 물었다.“내 기억으로는 내가 김인후한테 시비를 걸었고, 그때 신경주가 오긴 한 거 같은데…… 그후로는 기억이 안나.”“정말 기억이 안 나?”“음…… 되게 잘생긴 남자를 본 것 같기도 해, 그 잘생긴 남자가 아마 날 도와주었지? 에잇, 술 취하지만 않았다면 그 남자 연락처 한번 물어보는 건데.”“그 남자는 이유희라고 하는 남자야, 어제 우리가 갔던 곳은 걔가 새로 오픈한 클럽이고.”그 남자의 이름을 들은 구아람은 순식간에 흥미가 사라졌다.“그럼 됐어. 그 녀석은 개도 쳐다보지 않을 만큼 답이 없는 녀석이야.”“너 신경주랑 같이 남자화장실로 들어간 건 생각 안나?”구아람은 예상치 못한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전까진 둘이 뭔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들어갔을
‘나 구아람은 같은 함정에 두 번이나 빠지지 않아!’비밀조직에서 연락이 왔다.[구윤: 아람아, 어제 오후에 너에 관한 뉴스들, 전부 삭제했어. 널 괴롭히던 스토커 같던 번호들도 전부 처리했고.][구윤: 이 모든 게 전부 신경주가 꾸민 짓이야.][구아람: 응 알고 있어. 그래서 그 집 조상 귀신들 한 테 아주 고마워 죽을 지경이야.][넷째 오빠: 근데, 그게 지운다고 전부 해결될 것 같아? 정말 순진하긴.][셋째 오빠: 오늘 아침에 주식 개장 후 주가를 봤는데, 안타깝지만 신씨 그룹 주가가 그렇게 크게 변동하진 않았어.][구진: 아람아. 지금 당장 신씨네 그룹을 무너트릴 수 없을지는 몰라도 그 김씨 집안은 당장 손 좀 봐줘야지.][구아람: 당연하지.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 단 말 알지?]“수해야, 들어와.” 구아람은 전화에 대고 호출했다.임수해가 호출을 받고 바로 들어왔다. “아가씨. 찾으셨습니까?”“내가 말한 자료와 증거는 준비됐어?” 여사장 은 두 손을 의자 손잡이에 걸치고 앉아 가죽 의자를 유유히 돌리고 있었다.“다 준비되었습니다. 관련 부서에 언제든 제출할 수 있습니다.”“아니,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어.”구아람은 다리를 꼰 채로 백옥 같은 피부를 뽐내며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우선 구씨 그룹과 친한 언론사들을 좀 수소문해봐. 예를 들면 ‘해문뉴스’, 정말 진짜뉴스처럼 내보내서 사람들의 이목을 좀 끌어봐. 다음 얘기는 뒤에 하지.”“언론을 끌어들이면 일이 복잡하게 꼬일 까봐 염려됩니다. 차라리 직접 김씨 그룹을 직접 치는 게 더 쉽고 빠르지 않을까요?” 임수해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나는 명분이 중요한 사람이야. 난 일단 사냥감을 잡으면 단칼에 죽이지 않아, 천천히 괴롭힐 수 있는 만큼 괴롭히다가 고통스럽게 죽이는 걸 좋아해.” 구아람은 할아버지가 선물해준 옥 팔찌를 매만지며 차갑고 독한 기운이 서린 눈빛으로 말했다.중요한 건 이번 일이 밝혀지면 김씨 집안은 물론 김씨 집안 정도의 레벨
“구아람…… 이 이름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거 같은데.”신경주는 미간을 찌푸리고 작은 소리로 혼잣말을 했다.“제가 아가씨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더 조사를 해봤습니다.”평소 월급 값도 못한다고 구박받던 비서가 왠 일로 이번엔 쓸만하게 행동했다고 신경주는 속으로 생각하며 눈빛으로 칭찬을했다.“결과만 말해.”“결과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한준희의 어깨는 미안하다는 듯이 축 처졌다.“한준희, 내일 인사부에 가서 연봉을 다시 계산해야 될 것 같아.”신경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신 사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찾기 싫어서 안 찾는 것이 아니라 구 사장님의 자료가 완전히 기밀문서처럼 감춰져 있어서 아무리 열심히 찾아도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한준희는 놀라 낯빛이 잿빛이 되도록 땀을 훔쳤다.“사장님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제가 이 아가씨를 조사해 본 결과 그분은 구 사장님의 조강지처가 낳은 유일한 딸이고 구씨 가문의 귀족과 같은 자식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아무런 자료도 찾지 못했습니다. 정말이지 찾을 수 있는 모든 앱에서 다 찾아봤는데도 찾을 수 없는 것을 보면 다른 무언가 있지 않을 까요?”“혹시 그 사람 사진 있으면, 좀 보여줘 봐.”“아, 여기 있습니다! 엄청 힘들게 찾은 것입니다.”한준희는 핸드폰을 꺼내서 사진을 신경주에게 보여주었다.신경주가 사진을 보더니 화를 내며 말했다.“한준희! 너 죽을래?”핸드폰속의 사진은 낡고 희미하여 잘 알아볼 수 없는 데다가 네다섯 살 된 여자아이가 구만복의 품속에 있는 사진이었다.이렇게 낡고 희미한 사진으로 얼굴이나 알아볼 수 있을까!“신 사장님 죄송합니다. 진짜 인터넷을 다 뒤져서 유일하게 찾은 구아람 아가씨의 사진입니다. 20년전에 구 사모님의 장례식에서 찍은 사진이랍니다.20년전의 구아람은 지금 아마 한 스물 네 다섯 살 정도 되었을 것이다.백소아와 나이가 비슷할 것 같았다.사진을 볼수록 그의 미간은 점점 더 찌푸러졌다.왜 인지 모르게 사진속의 여자애는 백소아와
“경주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냈어?”신광구는 아내를 달래면서 물었다.“네. KS그룹의 새로 취임한 구아람 사장이 폭로한 것입니다.아버지가 새엄마를 위로하는 모습이 신경주는 보기 거북했다.이런 따뜻한 정은 경주의 기억속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그와 그의 어머니에게 온정을 베풀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미 경주의 친 어머니의 모습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KS…… 해문 구가네?!”진주는 입을 막고 놀란 듯이 말했다.“그 그룹, 해문에서 제일가는 부잣집 아닌가? 우리 동생네 집에서 설마 그 집안의 심기라도 건드렸나?”“구가네와 우리 신가네는 원래부터 악연이어서 본디 왕래를 하지 않는데…… 이전에 구가네 증조할머니가 이제부터는 절대로 신가네 집안과 결혼을 할 수 없고 만약 결혼을 하는 자는 구가네 집안에서 쫒겨 날거라고 말씀을 하셨어.”신경주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와 결혼할 상대는 구가네와 상관없는 김은주였다.그러나 이 말을 들은 그는 마음 한편 이 불편해지면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아이고! 이건, 무조건 구씨네가 우리 집과 김씨네가 사돈을 맺은 것을 보고 암암리에 우리 신가네를 구렁텅이에 빠뜨리려고 그러는 거예요.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야!”진주는 분해서 손수건을 꽉 쥐였다.“경주야, 내일에 그 구씨네 아가씨를 한번 만나봐. 방법을 생각해서 그 여사장 보고 김씨네를 공격하지 말라고 해. 이건 김씨네만 피해 입고 끝나는 게 아니야 우리 집안에도 타격이 있어!”신광구는 엄격한 말투로 말했다.“오빠, 너무 부담주지 말아요. 경주는 항상 부모 말 잘 듣는 착한 애잖아요. 조금만 말하면 다 알아서 잘해요.”“제가 김씨네 집안일에 나서는 건 은주를 위해서 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상관없어요. 아줌마.”신경주는 차갑게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진주는 화가 나 안색이 하얗게 되였다.그녀는 분명 신 회장의 부인인데 이 자식은 아직도 자기를 아줌마라고 부르다니…… 정말 그녀를 전혀 가족으로써 존중하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신경주는 슈트를 차려 입고, 들뜬 맘으로 KS WORLD 호텔로 향했다.로비에 들어가자마자 그는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꼈다.신경주는 작년에 이 호텔을 처음 방문했었다. 그때의 호텔엔 미흡한 부분이 많아 그는 투덜거렸었다 엄밀히 말해 불만족스러웠다.--- “지난날 했던 말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졌다.”지금의 호텔은 예전과 달리 아주 고급스러운 수준에 이르렀다.호텔의 상태를 보자 오너 아가씨의 관리능력이 아주 훌륭하다 생각했다. 역시 쉽지 않은 상대라 생각했다.“이분은 우리 신가 그룹의 사장님 이십니다. 신 사장님께서 구 사장님을 뵙고 싶어하신다고 구 사장님께 전달해 주십시요.”한준희가 여러차례 알아봤지만 구아람의 수행비서가 들고 온 대답은 이랬다.“죄송합니다만 구 사장님께 미리 선약을 하지 않으시면 그 누구도 사장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비서는 그나마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신가네 그룹의 신 사장님이신데 선약을 해야 합니까?”한준희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당연하죠.”“너!”한준희는 화가 나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는 수행비서를 한방 먹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그럼 오늘 예약하면 언제 구 사장님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신경주는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구 사장님께서 요즘 바쁘셔서 언제 만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아니면 내일 또 와보시겠어요.”“너!”한준희는 자기가 성격이 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수행비서의 말에 더는 화를 참을 수 없음을 느꼈다.“그만 해라, 한준희야. 먼저 예약해.”신경주는 한준희에게 예약은 하라고 했지만 속에는 천불이 일었다.아무리 화를 낸다 해도 해결될 일이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실망을 하고 차로 돌아간 한준희는 화가 나서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그리고는 힘껏 창문을 내리쳤다.“사람을 너무 얕잡아 보는 거 아닙니까! 여기가 구씨네 해문도 아니고 성주인데 구아람이 이렇게 사장님을 왔다 갔다 하게 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저러는지?!”“내일 또 오자.”
전화통화가 끝나자마자 임수해는 짜증 섞인 얼굴로 다짜고짜 들어왔다.“아가씨! 경주가 또또또또 찾아왔습니다. 보험이나 다단계를 하지 않으면 아까울 정도로 낯짝이 두꺼운 사람이네.”“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떻게 든 해보려 하는 거니, 그 끈기는 칭찬해줄만 하군.”아람이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저 서류에 사인하기 바빴다.하지만 임수해는 그녀의 미적지근한 말에서 조금이나마 쓰라린 감정을 눈치챌 수 있었고 그 또한 착각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아가씨, 이번엔 제가 직접 내려가서 반드시 쫓아내겠습니다.“아니야, 이제 데려와.” 아람이는 만년필 뚜껑을 닫고 눈짓을 하였다.“네?” 수해는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래졌다.“나를 만나려고 이렇게 애쓰시는데 나도 조금이나마 체면은 세워줘야 할 것 아니야.”아람은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더니 귀엽고 새하얀 발을 앞으로 뻗었다.임수해는 급히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하이힐을 신겨주었다.“지금 양식 레스토랑과 카페 쪽 구역에 가서 예쁘고 말주변이 좋은 아가씨 한 명만 데려와 주세요, 해줄 일이 있어서.”시간이 좀 지나고 임수해는 조건에 맞는 한 여직원을 데려왔다.“구, 구사장님 안녕하십니까.”직원은 어색하고도 진지하게 사장에게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했고 너무 놀라 숨도 꾹 참았다.“긴장하지 마세요, 당신에게 작은 일을 하나 맡길 겁니다. 만약 잘 해내신다면 보수도 넉넉히 챙겨 줄 생각이에요."아람이는 빙그레 웃었다.“사장님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직원의 볼이 빨갛게 변해갔다.“저는 사장님을 정말 좋아해요! 저는, 사장님의 팬입니다!”딱 좋았다, 팬이라고도 하니!아람이는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훑어보더니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몸매도 나랑 비슷하고. 임 비서, 가서 내 옷 한 벌과 신발을 챙겨줘.”“네? 네……”임수해도 어리둥절해 하며 떠났다.“사장님,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되나요?”직원이 친근하게 물었다.아람은 붉은 입술로 씨익 웃었다.“이
“하…… 하…… 사, 사장님……더 이상은 무리입니다.”호텔 계단이 원래 높게 설계된 데다 계단 개수도 많으니 8층까지 올랐을 때 한준희는 이미 숨이 턱까지 차올랐고 다리는 사시나무 떨듯이 후들거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남자가 좀 힘들다고 포기하면 쓰나, 두 층 정도 남았으니 힘내자.”신사장은 재촉하면서도 얼굴색 변화 하나 없이 위로 걸어 올라갔다.그는 올해 서른살이다. 한준희보다도 두 살 더 많은 그는 전에 위해부대에서 군인생활을 했고 제대후에도 헬스, 복싱 등으로 자기관리를 꾸준히 한 덕에 일반인들보다 근력이 월등히 좋았다.20층을 더 올라간다 하더라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었다. 그 당시 부대에서 야간마라톤을 최소 30바퀴는 뛰었으니.드디어 40층에 도착하였다. 한준희는 계단에 앉아 헐떡거렸고 경주는 그를 곁눈질해 가며 냉랭히 고개를 저었다.“신사장님, 반갑습니다.”경주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몸을 휙 돌렸는데 얼굴에 자본주의 미소를 띈 남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잘생긴 얼굴에 노루 같은 눈망울을 지녔고 여자들이 흔히 말하는 그런 댕댕이 같은 남자였는데 나이가 몇 살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저는 구사장님의 비서 임수해라고 합니다. 구사장님은 사장님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뭐라는 거야? 지금 늦게 올라왔다고 나무라는 건가?’경주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마음에 억누르느라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제 다리로는 도무지 엘리베이터를 이길수가 없으니 구사장님이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임수해는 별말없이 그저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기만 했다.“씁…… 이게 무슨 손님 대하는 태도 입니까?”참다 못한 한준희가 화를 내며 달려들었지만 경주가 이를 막아 섰다.“여기서 잠시만 기다려.”……경주는 임수해와 함께 사장실 앞에 도착했다.그는 깊은 숨을 푹 쉬었다.어찌 된 일인지, 큰일이 있어도 늘 익숙히 처리하던 그도 궁금했던 구사장을 이제 곧 만날 것을 생각하자 긴장하기 시작했다.노크소리와 함께 한 여성의 목소리가
“지금의 아람은, 내 눈에는 고귀하고 거룩하고 범접할 수 없는 여신 같은 존재야. 최선을 다해도 다가갈 수 없어. 그런 닿을 수 없는 고통은 넌 평생 이해할 수 없어.”유성은 눈을 감았다. 심장이 심하게 욱신거렸다. 마치 뚫을 수 없는 철창에 갇힌 짐승이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쳐도 못 나가는 것 같았다.“전에 아람이 행복하길 바랐어. 하지만 이제 아람을 해쳐도 상관없는 것 같아. 아람이 순진한 요정이라면 난 아람을 끌어내려서 내 곁에 두고 싶어.”‘구아람, 난 악독한 인간이야. 배은망덕할 수 있는 놈이야. 이게 내 잔인한 본성이야. 하지만 난 절대 널 죽이지 않아. 나만의 방식으로 널 사랑해 줄 거야.’...곧 경주는 두 소녀의 주소를 알아냈다. 다음 날 오후, 한무는 차를 몰고 아람과 경주와 함께 소녀들을 만나러 갔다. 소녀들이 증언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싶었다. 소녀들의 가족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평범하고 수수한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아람과 경주는 심플한 정장을 입었는데, 꽤 괜찮았다.경주의 고귀한 분위기와 훤칠한 몸매는 무엇을 입어도 모델 같았다. 하지만 아람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화장하지 않은 예쁜 얼굴은 침착해 보였고, 그 모습은 마치 공무원 같았다.하지만 옷이 화려하지 않더라도 아람의 타고난 아름다움과 자신감은 아람을 반짝이게 했고, 남자들의 뜨거운 시선을 끌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욕망이 느껴졌다. 저속하지만 너무 어울리는 말이다.“야, 그런 눈빛으로 계속 날 보지 마.”경주는 차 안에서 10분 동안이나 아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람은 소름이 돋았고 저도 모르게 옆으로 피했다.“음란하고 변태 같아.”경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갑자기 아람의 허리를 감싸자 몸이 비틀거리며 경주의 품에 안겨졌다.“아람아, 날 꼬시는 거야?”“나, 나 아무것도 안 했어.”아람은 의아하며 부드러운 손으로 경주의 가슴을 밀었다.“이 옷차림이 날 미치게 하고 있어.”경주의 눈빛
말을 하며 윤성우는 자상한 웃음을 지으며 유성의 어깨를 두드리며 진지하게 말했다.“아버지도 나이가 드셨어. 최근 들어 귀찮게 하는 일들이 많아져서 많이 힘들어. 아버지도 이제 쉬어야지. 앞으로 일과 관련해서는 나에게 직접 보고하면 돼. 더 이상 아버지를 귀찮게 하지 마.”“그래, 유성아. 형은 사장님이잖아. 앞으로 많이 배우고 소통해야 해.”윤정용도 장남 윤성우에 대한 존경심을 되찾아 같이 말했다. 유성은 총구 속 블랙홀처럼 살의가 숨어있는 눈빛으로 윤성우를 노려보더니 이내 겸손하게 미소를 지었다.“형님은 정말 실력이 뛰어나요. 아직 형한테 배워야 할 것이 많아요. 프로젝트가 좋게 마무리를 지었으면 좋겠어요.”...서재에서 나온 유성은 침울하고 적대적인 표정으로 긴 복도를 힘차게 걸었다.“유성아, 왜 그렇게 서둘러? 아버지가 가족끼리 밥 먹자고 했잖아.”윤성우가 유성을 부르며 자신감 넘치게 다가왔다.“나랑 같이 밥 먹고 싶어?”유성을 돌아서서 차갑게 윤성우를 노려보았다.“난 같이 먹고 싶지, 왜 싫겠어?”윤성우는 웃음을 터뜨리며 승리한 것에 대한 뿌듯함을 숨기지 않았다.“네가 다시 한번 내게 짓밟혀 화를 내며 이를 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 네가 그렇게도 모함하려 했던 사람이 무사히 네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너무 보고 싶어. 네 계획이 무산된 후 실망한 표정이 얼마나 재밌겠어.”“이번엔 아마 네가 실망할 거야. 난 쓰레기에 내 소중한 감정을 낭비하지 않아.”유성은 입꼬리를 올리며 가느다란 손을 들어 안경을 들어 올렸다.“쯧.”윤정용한테 다시 사랑을 받은 윤성우는 기분이 좋아 유성과 다투기 싫었다.“윤 사장님!”이때, 우 비서가 급히 달려왔다. 말하려는 순간 윤성우가 있는 것을 보자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네 부하들이 널 윤 사장님이라고 불러?”윤성우는 비아냥거렸다.“허, 아쉽네. 윤씨 그룹에는 윤 사장님이 한 명밖에 없어. 그게 바로 네 형인 나야. 하지만 난 마음이 넓은 사람이야. 네가 하고 싶으면 이 기회를 줄
윤진수는 순수함과 친절함을 완벽하게 연기하는 유성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분노에 머리가 터질 듯했다. 분노를 참을 수 없을 무렵, 윤성우는 윤진수에게 눈치를 줬다. 차가운 눈빛을 보자 윤진수는 순간 정신 차렸다.차에 타고 있을 때부터 윤성우는 윤진수를 건드린 사람이 아람이 아닐 수 있다고 얘기해 주었다.“구아람이 널 괴롭히고 싶었다면, 네가 구아린을 괴롭힐 때 이미 손을 썼을 거야. 왜 지금까지 기다렸겠어? 그리고 네 일을 많이 알고 자세히 아는 사람이 나 말고는 한 명뿐이야.”“누구야! 감히 날 건드려? 죽여버릴 거야!”“윤민주.”“맞, 맞아! 그 계집애가, 더러운 년이! 자기 형량을 줄이기 위해 날 건드렸을 거야. 내가 나가면 윤민주를 죽여버릴 거야!”“윤민주가 네 일을 알고 있다고 해도, 널 건드렸다고 해도, 감옥에서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어? 경찰은 그렇게 명확한 증거를 수집하지 못했을 거야. 분명 누군가가 윤민주를 도와 복수를 했어.”“누, 누구야!”윤진수는 누구라는 물음 말고는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것 같았고 능력이 없어 화만 내고 있었다.“윤유성. 윤유성 말고 아무도 없어. 그리고 윤민주의 면회 기록을 확인해 봤는데, 그동안 윤유성만 면회했어. 하지만 윤유성이 지금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있어서 건드리면 좋은 점이 없어. 먼저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고 기회를 찾아 윤유성을 해결해야 해!”“좋아. 하느님이 우리 윤씨 가문을 지켜주고 있어. 우리 세 아들이 모두 내 곁에 있어!”윤정용은 왼팔로 윤진수를 안고 오른팔로 유성을 안고 재회의 기쁨에 잠겨 눈물을 글썽거렸다.“앞으로 우리 가족은 단결하고 화목하게 살아야 해. 윤씨 그룹을 위해 한마음이 되어야 해.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마! 성우야, 고생했어. 하지만 유성에게도 많은 공로가 있어. 주식이 안정적이고 S 국의 프로젝트도 순조롭게 시작했어. 그래서.”“아버지, 오늘 겹경사가 났네요. 제가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어요.”윤성우는 오만한 표정으
[구아람이 윤진수를 수술했다고? 최선을 다해 짐승을 살려? 설마 둘이 사랑하는 사이야?][내가 말했잖아. 재벌은 한통속의 나쁜 놈이야. 서로 이익을 취하고 있어. 고상하고 정직한 구아람 씨도 예외가 아닐 수 있어. 불쌍한 건 그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뿐이야.][구아람, 넌 정말 실망이야. 나도 오늘부터 안티가 될 거야. 정말 최악이야!]“하하하하, 형, 빨리 댓글 봐봐, 정말 웃겨!”윤진수는 흥분하여 다리를 미친 듯이 떨었다.“나랑 구아람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 하하하, 신경주가 보면 질투 폭발할 것 같은데. 밤새 달려와 나를 죽일 수도 있지 않을까?”“젠장, 내가 정말 구아람과 사랑하는 사이었으면 좋겠어. 몸매가 너무 섹시해. 느낌이 엄청 좋을 거야!”윤진수의 더러운 말은 불쾌했다. 윤성우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말을 끊었다.“느낌이 좋다고? 허, 지금의 네가 아직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형, 왜 사람 아픈 곳을 찌르는 거야!”윤진수를 화를 냈다.“구아람이 널 치료하는 건 정말 나쁜 자식을 치료한 거야. 네가 생각만 하지, 행동에 옮길 용기는 있어? 구아람에게 당해서 죽을까 봐 두렵지도 않아?”“칫, 생각도 하지 못해?”윤진수는 음란하게 입술을 핥았다. 윤성우는 역겨워서 고개를 저었다.‘저 자식이 내 동생만 아니었다면, 말 걸지도 않았을 거야!’윤진수는 여전히 악플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참 마음도 크네.”윤성우는 와인잔을 흔들며 피식 웃었다.“인터넷 전체가 널 저주하고 있는데, 웃음이 나와?”“내가 왜 웃지도 못해? 내가 짐승이라는 걸 말할 필요가 있어? 나도 인정해!”윤진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턱을 쓰다듬었다.“하지만 아람은 나한테 끌어내렸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착한 여자를 망치는 거잖아. 혼자 도도한 척, 착한 사람인 척 모든 수단을 써서 우리 윤씨 가문과 관계를 끊으려고 했어.”“결국 우리와 점점 엮이게 되잖아. 지금 답답해서 이불 속에 숨어 울고 있을 거야
“됐어, 남의 입을 통제하기가 제일 어려워. 그냥 말하라고 해. 윤성우는 이런 식으로 나를 공격하면 나한테 큰 상처 되고 의기소침해지는 줄 알아. 너무 사람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아람은 턱을 치켜들고 담담하게 웃었다.“우린 아무것도 안 해도 돼.”“아람아.”경주는 걱정스러운 듯 아람의 손을 꽉 잡고 숨을 몰아쉬었다.“원래 유명해지면 귀찮아지는 법이야. 악플러들이 없다면 나 구아람이 유명인이라는 것을 누가 알겠어?”아람은 시원하게 손을 흔들었다.“기억해. 자증하는 건 제일 멍청한 짓이야. 누군가가 네 마음이 더럽다고 하면, 네가 파서 보여줄 거야? 일단 윤성우를 신경 쓰지 마. 썩은 과일은 알아서 떨어지는 법이야.”말을 하며 아람은 다시 심각해졌다.“지금 제일 걱정되는 건 그 여자아이들이야. 갑자기 말을 바꾼 건, 분명 윤씨 그룹의 협박을 받은 거야.”“그 여자아이들은 모두 평범한 출신이야. 어떻게 윤씨 그룹과 싸울 수 있겠어.”경주는 눈을 내리깔고 침착하게 분석했다.“그리고 미성년자 두 명도 있어. 만약 문제가 커지면 윤씨 그룹에게 협박을 받는 것도 그렇지만, 그 두 아이도 공개될 것이고, 언론에 휩싸일 거야.”“설령 두 아이가 피해자라고, 사람들의 화젯거리와 웃음거리가 될 거야. 심지어 일부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들에게 불량소녀로 낙인찍힐 거야. 그리고 주동적으로 행동하라고 협박을 받을 수 있어.”“주동적으로 행동하라고 협박을 받아?”아람의 뒤통수는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심장은 결렬한 힘으로 경련을 일으킨 것 같았다. 경주의 잔인하고 현실적인 발언이 아람을 소름 돋게 했고, 날카롭고 비열한 조롱이 끊임없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너희들이 협조했으니 일어난 일이겠지.][가만히 있는 사람을 건드리겠어?][누가 그렇게 짧은 치마를 입어라고 했어?][왜 다른 사람이 아니고 하필 너야?]분면히 그 소녀들은 희생자이지만, 반대로 세상의 모든 악의적인 사람들의 비방을 받고 모욕을 들어야 했다. 이미 상처투성인 몸에 더 피해
“구아람 씨의 품성을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여러분도 오랫동안 보셨잖아요. 만약 제 동생이 정말 짐승 같은 쓰레기였다면, 구아람 씨가 제 동생을 위해 수술했을까요? 그건 나쁜 사람을 도와주는 거잖아요.”유성의 말은 의뭉스러웠다. 순간 큰 풍파를 일으켰다. 사람은 가까이하는 사람에 따라 영향을 받아서 반드시 변한다는 듯이 윤진수도 처음부터 파멸을 넘어 무너져 내린 폐허였다. 윤진수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사살이고, 윤성우도 윤진수의 이미지를 세탁해 줄 생각이 없었다. 그저 최선을 다해 죄명을 벗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윤진수의 이미지가 어떻든 윤성우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람은 다르다. 윤성우가 민감한 시기에 수술을 공개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아람은 사적으로 윤씨 가문을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을 선언한 것이다. 아람이 위대해 보여도 중요한 시기에는 여전히 윤씨 가문의 편이고, 윤씨 가문을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여러분, 제 동생의 문제가 너무 많은 공적 자원을 차지했어요. 여기에서 제가 제 동생을 대신하여, 윤씨 그룹을 대신하여 사과드릴게요.”윤성우는 허리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앞으로는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모범을 보일게요. 여러분, 잘 지켜봐 주세요.”뉴스는 갑작스럽게 끝났다. 아람의 얼굴은 추운 겨울의 설산처럼 차가워졌다. “젠장, 윤성우 이 자식이. 지금 사모님을 끌어내리려 하고 있어요!”한무는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지며 목소리까지 떨렸다. 반면 귀찮은 일에 연루된 아람은 화가 났지만, 방금 전에 비해 감정이 상당히 진정되었다. 다만, 경주가 침착하지 못했다. 아람이 잡은 강하고 힘찬 손은 녹을 수 없는 얼음이 되었다. 심지어 경주의 근육이 점점 팽팽해지고 위협적인 살기가 느껴졌다. 아람과 경주의 성격은 비슷했다. 자기 일은 상관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곤란한 건 전혀 참을 수 없다.아람이 속눈썹을 들어 올리자 안색이 어두운 경주를 보았다. 금방이라도 피비린내 나
“뭐, 뭐라고? 그 짐승들이 풀려났어?”아람은 경주의 품에서 벌떡 일어났다. 큰 소리로 외치자 주방에서 디저트를 만들고 있는 오정숙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람과 가까이 붙어 있던 도현의 말이 또박또박 들렸다.“그럴 일 없는데, 윤유성은 항상 단호하고 악독하게 일 처리했어. 절대 다시 돌아서게 하지 않을 거야. 윤진수가 왜 보석받았지? 설마 증거에 문제가 있어?”아람의 뜨거웠던 몸이 순식간에 차가워지며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경주는 묵묵히 일어섰다. 따뜻한 손으로 아람의 허리를 안고 행동으로 묵묵히 응원해 주었다.[원래 증거가 확실했어. 증거가 부족하다면 윤진수에게 영장을 내리지 않았을 거야.]도현의 허스키한 목소리에 분노가 느껴졌다.[전에 윤진수 사건에서 증인으로 나서려고 했던 여자아이들이 사적으로 매수를 당한 것 같아. 모두 말을 바꿨어! 윤진수에게 성추행 당하지 않았다고, 모두 주동적으로 그 자식과 하룻밤을 보냈다고 해. 그 미성년자 두 명도 똑같이 말하고 있어!]“주동적? 그럴 수가 있어?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왜 처음부터 주동적이라고 말하지 않아?”아람은 마음이 조급해졌다.“오빠, 분명 문제가 있어. 꼭 끝까지 조사해!”[당연히 문제가 있어. 우리도 다 알고 있어. 심지어 경험이 많은 여경을 보내서 소통했어. 하지만 소용없었어. 여자아이들은 고소를 안 하기로 했어.]도현은 어이가 없어 한숨을 내쉬었다.“신 사장님, 사모님. 뉴스가 나왔어요!”한무는 급히 핸드폰을 흔들었다. “열어.”경주는 엄숙하게 명령을 내렸다. 영상을 보자 경찰서 문 앞의 현장 생중계였다.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사람은 윤성우였다.“젠장, 참 바쁘게도 사네!”한무는 윤성우의 가식적인 모습을 보자 이를 악물었다.“사장님인 윤성우는 그저 도주네. 윤씨 그룹의 뒷수습만 해줘!”아람과 경주는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손을 꼭 잡았다. 기자를 마주한 윤성우는 화를 내며 말했다.“여러분도 보시다시피, 제 동생이 정말 성추행 범이라면
“그쵸, 사모님! T 국의 토지 거래 시장이 얼마나 이상해요!”한무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서둘러 경주를 칭찬한다.“다행히 신 사장님께서 현명하고 똑똑해서 이 조사에 대해 즉시 구 사장님께 말씀드렸어요. 다행히 되돌릴 수 있었어요. 아니면 착공을 기다렸다가 훨씬 더 큰 손실을 입을 거예요!”“한 비서의 말은, 우리 오빠가 현명하지 않고 멍청하다는 거야?”아람은 팔짤을 끼며 위협적인 눈빛으로 한무를 바라보았다. 한무는 겁에 질려 몸이 굳어졌다.“사, 사모님, 절대 그런 생각 하지 마세요. 그런 뜻이 아니에요!”“한무, 입 다물어!”경주의 눈빛은 마치 다트처럼 날카로웠다.“말이 많으면 보너스를 잃을 거야.”이 말은 더 위협적이었다. 사업가도 사람이다. 일을 하며 실수할 수도 있다. 사실 경주의 현명함은 타고난 것이 아니다. 수년 동안 그룹을 관리하면서 많은 실수 중에 얻은 교훈이다. 그저 구윤보다 T 국에 대해 잘 알 뿐이다. 이것이 마침 중요한 역할을 했다.“원래 내가 문제를 얘기한 건 형님이 그 땅을 빨리 재판매할 방법을 찾길 바랐기 때문이야. 하지만 형님은 적절한 구매자를 찾지 못했어.”경주는 담담하게 말했다. 자신이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적절한 구매자? 그저 바보를 못 찾은 거네.’하지만 수해에게 문제가 생기자 의외로 바보 같은 사람이 생겼다.“그래서 어제 수해가 문제 생겼을 때 그 프로젝트로 합의할 생각을 했어? 그래서 형님에게 알려서 계약서를 들고 오라고 했어?”아람은 초롱초롱한 눈을 가늘게 떴다. 경주는 품에 안긴 아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너한테 숨길 수 없네.”“신 사장님이 사업을 하지 않으면 사기를 쳐서 업계 선두 주자가 될 수 있을 거야.”경주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윤성우를 속이지 않았어. 그저 내가 놓은 덫에 초대했을 뿐이야. 함정에 뛰어 들어갈지 말지는 윤성우의 선택이야. 우린 처음부터 강요한 적이 없어. 완전히 소중한 동생을 위해 구 사장님의 합의를 거절할 수 있어.
경주는 아람 곁에 앉아 과일 접시를 놓았다.“한무야, 밖에 더워. 먼저 물 좀 마시고 과일부터 먹어.”아람은 과일 접시를 한무 앞으로 밀었다.“고마워요, 사모님. 정말 저를 아껴주네요!”한무는 감동하여 눈이 초롱초롱했다.‘허, 참나.’경주는 차갑게 한무를 보았다.“빨리 먹어. 먹고 얘기해.”한무는 오렌지 한 조각을 집어먹고, 손수건을 꺼내 입을 닦으며 똑바로 앉았다.“어제 지시하신 대로 임 비서가 구금된 일을 부장님께 보고했어요. 상세한 보고서도 준비했어요. 오늘 아침, 그 나쁜 경찰서장이 권력 남용 혐의로 정직 처분을 받고 공직자 수사과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고 있어요.”“흥, 나쁜 짓을 너무 많이 해서 경찰 옷 벗는 건 확정이에요. 윤씨 그룹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적어졌네요.”“응.”경주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명문가 집안의 해결사는 사람을 잘 잡는다. 수사를 시작하면 아예 피할 수 없다. 아람은 눈을 부릅뜨며 경주를 바라보았다.“네가 한 거야? 언제?”이런 신기한 수단은 경주가 처음이 아니었다. 매번 아람 몰래 공격을 하여 상대방을 기습적으로 죽일 수 있다.“새벽에, 네가 잠들고.”아람은 눈을 깜빡이며 경주의 팔짱을 꼈다. 순간 마음이 따뜻했다.“이런 일은 자고 일어나서 해도 되잖아.”“윤성우가 경찰서장과 힘을 합해 수해를 괴롭혀 널 힘들게 했어. 내가 처리하지 않으면 너무 화가 나서 잠을 잘 수 없었어.”경주는 아람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눈 밑에 어두운 그림자 같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진 경주를 보자 아람은 가슴이 아파 났다.“네가 두통 있다는 것을 잊었어? 충분히 자야 부상에 도움이 돼. 꼭 네 자신을 괴롭혀서 날 걱정하게 만들어야겠어?”“너와 네 주변 사람의 일에 항상 최선을 다하고 싶어. 한순간도 지체하고 싶지 않아.”아람이 화를 내자 경주는 부드럽게 용서를 빌었다.“잘못했어. 다음에는 네 말을 들을게.”한무는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윤씨 그룹은 이미 T 국과 연락이 되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