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진 구아람은 옆에 있는 남자를 오빠인 구진으로 착각하고 주저앉아 흐느꼈다 .“신경주는 왜 날 싫어하지……대체 왜…….”그녀의 입에서 자신이 이름이 나오자 신경주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였으나 입을 꽉 깨문채 아무말도 하지않고 그녀의 하소연을 들어주었다.“난 정말 노력했어…… 난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노력했어……. 근데 내가 노력을 하면 할수록 그는 더욱 나를 매몰차게 대해…… 대체 왜 그러는거지…… 제발 말해줘!”흐느끼며 울고 있던 구아람은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남자의 품에 확 안겼다.그리고 그의 품안에서 눈물 코물 다 흘리며 훌쩍이고 있었다.그의 깔끔한 티셔츠가 구아람의 눈물과 화장으로 인해 얼룩져 버렸다.갑작스러운 포옹에 신경주는 그대로 자리에 굳어버렸다.그에게 안긴 구아람이 눈물 흘릴때마다 그 역시 그 눈물이 심장에라도 박힌듯 마음이 아파왔다.한참을 그렇게 있은 후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구아람에게 물었다.“너 정말 신경주를 좋아해?”구아람은 울어서 발그스레 해진 얼굴을 들어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그녀의 앵두같이 빨갛고 도톰한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그 매혹적인 모습에 신경주는 침을 꿀꺽 삼키며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 가까스로 자신을 절제시켰다.심지어 그는 이 질문을 한걸 굉장히 후회했다.그녀가 그를 좋아하던 좋아하지 않던 이혼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였고 그의 평생의 동반자는 앞으로 김은주가 될것이다.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화장실문이 활짝 열렸다.“신경주!이 파렴치한 놈,김은주로도 모자라 또다시 얘를 꼬시려고?!”구진은 두눈을 부릅뜨고 달려와 구아람을 도로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평소 성품이 온화하고 너그러운 구회장이 이렇게 화난 얼굴로 자신을 나무라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전처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각별한지 느낄수 있었다.알수없는 답답함에 신경주는 숨이 가빠져오기 시작했다.“구회장님,그녀가 주량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바람에 여기로 데려오게 되었습니다,만약 당신이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신다면
이튿날 눈을 뜨자마자 구아람은 또다시 화장실로 직행했다.“아람아, 예전엔 주량이 꽤 세지 않았니? 왜 이렇게 술이 약해진 거야?”구진은 얼른 생수를 건네고 또 그녀를 위해 숙취해소제를 준비해 두었다.“3년 동안 술을 입에도 갖다 대지 않았는데…… 갑자기 많이 먹으니 힘들 수 밖에!”구아람은 신경주가 술을 많이 마시는 여자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그의 마음에 들려고 아예 술을 끊어버렸다.“술 아니었다면, 임신한줄 알겠네.”구진은 장난스럽게 아람을 향해 농담을 던졌다.“허…… 내가 정말 신경주의 아이를 가졌다면 오빠들 어떻게 할 거야?”구아람은 슬픈 눈동자를 한 채 이렇게 물었다.“뭘 어떡해? 넌 우리가 애지중지 키운 막내 여동생이야, 그 애 몸에 누구 피가 흐르던 그 애 잘못은 아니잖아, 우린 다 감당할 수 있어.”구진은 신경주를 뼈에 사무칠 정도로 싫어했지만, 법조인답게 훌륭한 직업소양을 갖추고 있었다.“그럴 일 없으니까 안심해, 신경주는 나랑 2세를 보고 싶어 하지도 않아.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젠 내가 사양하겠어.”구아람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머리도 식힐 겸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아, 맞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안나?”구진이 물었다.“내 기억으로는 내가 김인후한테 시비를 걸었고, 그때 신경주가 오긴 한 거 같은데…… 그후로는 기억이 안나.”“정말 기억이 안 나?”“음…… 되게 잘생긴 남자를 본 것 같기도 해, 그 잘생긴 남자가 아마 날 도와주었지? 에잇, 술 취하지만 않았다면 그 남자 연락처 한번 물어보는 건데.”“그 남자는 이유희라고 하는 남자야, 어제 우리가 갔던 곳은 걔가 새로 오픈한 클럽이고.”그 남자의 이름을 들은 구아람은 순식간에 흥미가 사라졌다.“그럼 됐어. 그 녀석은 개도 쳐다보지 않을 만큼 답이 없는 녀석이야.”“너 신경주랑 같이 남자화장실로 들어간 건 생각 안나?”구아람은 예상치 못한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전까진 둘이 뭔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들어갔을
‘나 구아람은 같은 함정에 두 번이나 빠지지 않아!’비밀조직에서 연락이 왔다.[구윤: 아람아, 어제 오후에 너에 관한 뉴스들, 전부 삭제했어. 널 괴롭히던 스토커 같던 번호들도 전부 처리했고.][구윤: 이 모든 게 전부 신경주가 꾸민 짓이야.][구아람: 응 알고 있어. 그래서 그 집 조상 귀신들 한 테 아주 고마워 죽을 지경이야.][넷째 오빠: 근데, 그게 지운다고 전부 해결될 것 같아? 정말 순진하긴.][셋째 오빠: 오늘 아침에 주식 개장 후 주가를 봤는데, 안타깝지만 신씨 그룹 주가가 그렇게 크게 변동하진 않았어.][구진: 아람아. 지금 당장 신씨네 그룹을 무너트릴 수 없을지는 몰라도 그 김씨 집안은 당장 손 좀 봐줘야지.][구아람: 당연하지.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 단 말 알지?]“수해야, 들어와.” 구아람은 전화에 대고 호출했다.임수해가 호출을 받고 바로 들어왔다. “아가씨. 찾으셨습니까?”“내가 말한 자료와 증거는 준비됐어?” 여사장 은 두 손을 의자 손잡이에 걸치고 앉아 가죽 의자를 유유히 돌리고 있었다.“다 준비되었습니다. 관련 부서에 언제든 제출할 수 있습니다.”“아니,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어.”구아람은 다리를 꼰 채로 백옥 같은 피부를 뽐내며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우선 구씨 그룹과 친한 언론사들을 좀 수소문해봐. 예를 들면 ‘해문뉴스’, 정말 진짜뉴스처럼 내보내서 사람들의 이목을 좀 끌어봐. 다음 얘기는 뒤에 하지.”“언론을 끌어들이면 일이 복잡하게 꼬일 까봐 염려됩니다. 차라리 직접 김씨 그룹을 직접 치는 게 더 쉽고 빠르지 않을까요?” 임수해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나는 명분이 중요한 사람이야. 난 일단 사냥감을 잡으면 단칼에 죽이지 않아, 천천히 괴롭힐 수 있는 만큼 괴롭히다가 고통스럽게 죽이는 걸 좋아해.” 구아람은 할아버지가 선물해준 옥 팔찌를 매만지며 차갑고 독한 기운이 서린 눈빛으로 말했다.중요한 건 이번 일이 밝혀지면 김씨 집안은 물론 김씨 집안 정도의 레벨
“구아람…… 이 이름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거 같은데.”신경주는 미간을 찌푸리고 작은 소리로 혼잣말을 했다.“제가 아가씨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더 조사를 해봤습니다.”평소 월급 값도 못한다고 구박받던 비서가 왠 일로 이번엔 쓸만하게 행동했다고 신경주는 속으로 생각하며 눈빛으로 칭찬을했다.“결과만 말해.”“결과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한준희의 어깨는 미안하다는 듯이 축 처졌다.“한준희, 내일 인사부에 가서 연봉을 다시 계산해야 될 것 같아.”신경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신 사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찾기 싫어서 안 찾는 것이 아니라 구 사장님의 자료가 완전히 기밀문서처럼 감춰져 있어서 아무리 열심히 찾아도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한준희는 놀라 낯빛이 잿빛이 되도록 땀을 훔쳤다.“사장님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제가 이 아가씨를 조사해 본 결과 그분은 구 사장님의 조강지처가 낳은 유일한 딸이고 구씨 가문의 귀족과 같은 자식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아무런 자료도 찾지 못했습니다. 정말이지 찾을 수 있는 모든 앱에서 다 찾아봤는데도 찾을 수 없는 것을 보면 다른 무언가 있지 않을 까요?”“혹시 그 사람 사진 있으면, 좀 보여줘 봐.”“아, 여기 있습니다! 엄청 힘들게 찾은 것입니다.”한준희는 핸드폰을 꺼내서 사진을 신경주에게 보여주었다.신경주가 사진을 보더니 화를 내며 말했다.“한준희! 너 죽을래?”핸드폰속의 사진은 낡고 희미하여 잘 알아볼 수 없는 데다가 네다섯 살 된 여자아이가 구만복의 품속에 있는 사진이었다.이렇게 낡고 희미한 사진으로 얼굴이나 알아볼 수 있을까!“신 사장님 죄송합니다. 진짜 인터넷을 다 뒤져서 유일하게 찾은 구아람 아가씨의 사진입니다. 20년전에 구 사모님의 장례식에서 찍은 사진이랍니다.20년전의 구아람은 지금 아마 한 스물 네 다섯 살 정도 되었을 것이다.백소아와 나이가 비슷할 것 같았다.사진을 볼수록 그의 미간은 점점 더 찌푸러졌다.왜 인지 모르게 사진속의 여자애는 백소아와
“경주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냈어?”신광구는 아내를 달래면서 물었다.“네. KS그룹의 새로 취임한 구아람 사장이 폭로한 것입니다.아버지가 새엄마를 위로하는 모습이 신경주는 보기 거북했다.이런 따뜻한 정은 경주의 기억속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그와 그의 어머니에게 온정을 베풀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미 경주의 친 어머니의 모습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KS…… 해문 구가네?!”진주는 입을 막고 놀란 듯이 말했다.“그 그룹, 해문에서 제일가는 부잣집 아닌가? 우리 동생네 집에서 설마 그 집안의 심기라도 건드렸나?”“구가네와 우리 신가네는 원래부터 악연이어서 본디 왕래를 하지 않는데…… 이전에 구가네 증조할머니가 이제부터는 절대로 신가네 집안과 결혼을 할 수 없고 만약 결혼을 하는 자는 구가네 집안에서 쫒겨 날거라고 말씀을 하셨어.”신경주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와 결혼할 상대는 구가네와 상관없는 김은주였다.그러나 이 말을 들은 그는 마음 한편 이 불편해지면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아이고! 이건, 무조건 구씨네가 우리 집과 김씨네가 사돈을 맺은 것을 보고 암암리에 우리 신가네를 구렁텅이에 빠뜨리려고 그러는 거예요.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야!”진주는 분해서 손수건을 꽉 쥐였다.“경주야, 내일에 그 구씨네 아가씨를 한번 만나봐. 방법을 생각해서 그 여사장 보고 김씨네를 공격하지 말라고 해. 이건 김씨네만 피해 입고 끝나는 게 아니야 우리 집안에도 타격이 있어!”신광구는 엄격한 말투로 말했다.“오빠, 너무 부담주지 말아요. 경주는 항상 부모 말 잘 듣는 착한 애잖아요. 조금만 말하면 다 알아서 잘해요.”“제가 김씨네 집안일에 나서는 건 은주를 위해서 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상관없어요. 아줌마.”신경주는 차갑게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진주는 화가 나 안색이 하얗게 되였다.그녀는 분명 신 회장의 부인인데 이 자식은 아직도 자기를 아줌마라고 부르다니…… 정말 그녀를 전혀 가족으로써 존중하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신경주는 슈트를 차려 입고, 들뜬 맘으로 KS WORLD 호텔로 향했다.로비에 들어가자마자 그는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꼈다.신경주는 작년에 이 호텔을 처음 방문했었다. 그때의 호텔엔 미흡한 부분이 많아 그는 투덜거렸었다 엄밀히 말해 불만족스러웠다.--- “지난날 했던 말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졌다.”지금의 호텔은 예전과 달리 아주 고급스러운 수준에 이르렀다.호텔의 상태를 보자 오너 아가씨의 관리능력이 아주 훌륭하다 생각했다. 역시 쉽지 않은 상대라 생각했다.“이분은 우리 신가 그룹의 사장님 이십니다. 신 사장님께서 구 사장님을 뵙고 싶어하신다고 구 사장님께 전달해 주십시요.”한준희가 여러차례 알아봤지만 구아람의 수행비서가 들고 온 대답은 이랬다.“죄송합니다만 구 사장님께 미리 선약을 하지 않으시면 그 누구도 사장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비서는 그나마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신가네 그룹의 신 사장님이신데 선약을 해야 합니까?”한준희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당연하죠.”“너!”한준희는 화가 나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는 수행비서를 한방 먹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그럼 오늘 예약하면 언제 구 사장님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신경주는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구 사장님께서 요즘 바쁘셔서 언제 만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아니면 내일 또 와보시겠어요.”“너!”한준희는 자기가 성격이 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수행비서의 말에 더는 화를 참을 수 없음을 느꼈다.“그만 해라, 한준희야. 먼저 예약해.”신경주는 한준희에게 예약은 하라고 했지만 속에는 천불이 일었다.아무리 화를 낸다 해도 해결될 일이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실망을 하고 차로 돌아간 한준희는 화가 나서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그리고는 힘껏 창문을 내리쳤다.“사람을 너무 얕잡아 보는 거 아닙니까! 여기가 구씨네 해문도 아니고 성주인데 구아람이 이렇게 사장님을 왔다 갔다 하게 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저러는지?!”“내일 또 오자.”
전화통화가 끝나자마자 임수해는 짜증 섞인 얼굴로 다짜고짜 들어왔다.“아가씨! 경주가 또또또또 찾아왔습니다. 보험이나 다단계를 하지 않으면 아까울 정도로 낯짝이 두꺼운 사람이네.”“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떻게 든 해보려 하는 거니, 그 끈기는 칭찬해줄만 하군.”아람이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저 서류에 사인하기 바빴다.하지만 임수해는 그녀의 미적지근한 말에서 조금이나마 쓰라린 감정을 눈치챌 수 있었고 그 또한 착각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아가씨, 이번엔 제가 직접 내려가서 반드시 쫓아내겠습니다.“아니야, 이제 데려와.” 아람이는 만년필 뚜껑을 닫고 눈짓을 하였다.“네?” 수해는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래졌다.“나를 만나려고 이렇게 애쓰시는데 나도 조금이나마 체면은 세워줘야 할 것 아니야.”아람은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더니 귀엽고 새하얀 발을 앞으로 뻗었다.임수해는 급히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하이힐을 신겨주었다.“지금 양식 레스토랑과 카페 쪽 구역에 가서 예쁘고 말주변이 좋은 아가씨 한 명만 데려와 주세요, 해줄 일이 있어서.”시간이 좀 지나고 임수해는 조건에 맞는 한 여직원을 데려왔다.“구, 구사장님 안녕하십니까.”직원은 어색하고도 진지하게 사장에게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했고 너무 놀라 숨도 꾹 참았다.“긴장하지 마세요, 당신에게 작은 일을 하나 맡길 겁니다. 만약 잘 해내신다면 보수도 넉넉히 챙겨 줄 생각이에요."아람이는 빙그레 웃었다.“사장님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직원의 볼이 빨갛게 변해갔다.“저는 사장님을 정말 좋아해요! 저는, 사장님의 팬입니다!”딱 좋았다, 팬이라고도 하니!아람이는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훑어보더니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몸매도 나랑 비슷하고. 임 비서, 가서 내 옷 한 벌과 신발을 챙겨줘.”“네? 네……”임수해도 어리둥절해 하며 떠났다.“사장님,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되나요?”직원이 친근하게 물었다.아람은 붉은 입술로 씨익 웃었다.“이
“하…… 하…… 사, 사장님……더 이상은 무리입니다.”호텔 계단이 원래 높게 설계된 데다 계단 개수도 많으니 8층까지 올랐을 때 한준희는 이미 숨이 턱까지 차올랐고 다리는 사시나무 떨듯이 후들거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남자가 좀 힘들다고 포기하면 쓰나, 두 층 정도 남았으니 힘내자.”신사장은 재촉하면서도 얼굴색 변화 하나 없이 위로 걸어 올라갔다.그는 올해 서른살이다. 한준희보다도 두 살 더 많은 그는 전에 위해부대에서 군인생활을 했고 제대후에도 헬스, 복싱 등으로 자기관리를 꾸준히 한 덕에 일반인들보다 근력이 월등히 좋았다.20층을 더 올라간다 하더라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었다. 그 당시 부대에서 야간마라톤을 최소 30바퀴는 뛰었으니.드디어 40층에 도착하였다. 한준희는 계단에 앉아 헐떡거렸고 경주는 그를 곁눈질해 가며 냉랭히 고개를 저었다.“신사장님, 반갑습니다.”경주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몸을 휙 돌렸는데 얼굴에 자본주의 미소를 띈 남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잘생긴 얼굴에 노루 같은 눈망울을 지녔고 여자들이 흔히 말하는 그런 댕댕이 같은 남자였는데 나이가 몇 살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저는 구사장님의 비서 임수해라고 합니다. 구사장님은 사장님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뭐라는 거야? 지금 늦게 올라왔다고 나무라는 건가?’경주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마음에 억누르느라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제 다리로는 도무지 엘리베이터를 이길수가 없으니 구사장님이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임수해는 별말없이 그저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기만 했다.“씁…… 이게 무슨 손님 대하는 태도 입니까?”참다 못한 한준희가 화를 내며 달려들었지만 경주가 이를 막아 섰다.“여기서 잠시만 기다려.”……경주는 임수해와 함께 사장실 앞에 도착했다.그는 깊은 숨을 푹 쉬었다.어찌 된 일인지, 큰일이 있어도 늘 익숙히 처리하던 그도 궁금했던 구사장을 이제 곧 만날 것을 생각하자 긴장하기 시작했다.노크소리와 함께 한 여성의 목소리가
이른 아침, 빨간 슈퍼카 한 대가 화려하게 주차하며 라운지 앞에 섰다. 서현은 예쁜 다리로 스포츠카를 내렸다. 오늘 밤 검은색 타이트한 롱 드레스를 입고 섹시한 몸매를 과시했다. 크리스탈 하이힐은 어둠 속에서 반짝이며 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서현 씨, 아직 안에 있어요. 제가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요.”한 부하가 곧바로 나왔다. 서현의 눈은 달처럼 차가웠다. 가느다란 왼손을 들어 긴 머리카락을 날리며 오른손으로 루비가 박힌 은색 머리핀을 무심하게 끼웠다. 아름다운 모습은 옆에 있는 부하들도 어안이 벙벙했다.“밖에서 수습할 준비해.”...라운지의 불빛은 희미했다. 서현은 이를 악물고 즐거움에 빠진 사람들을 지나 바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신우를 향해 다가갔다.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두근거렸고, 마치 환상 속에 있는 것처럼 조용했다. 서현은 손을 들고 느슨하고 매력적인 머리카락을 잡았다. 오늘 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머리핀으로 신우를 보내려 했다.한참 지난 후, 서현은 신우의 뒤에 갔다. 부드럽고 가느다란 손이 신우의 어깨에 닿으려는 순간, 손목에 통증을 느꼈고 곧바로 하늘이 빙글빙글 돌았다. “아!”순간 서현은 테이블에 세게 부딪혔고 아파서 숨을 들이마셨다.‘인간이 이런 반응이 있어? 이건 악마잖아!’신우의 거친 오른손은 서현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았다. 왼손으로 서현의 목을 조르며 힘을 주었다. 특전사로 해외 임무를 수행하던 신우는 때때로 적군이 암살할 때가 있다. 수년간 모든 우험을 겪은 신우의 몸에는 경보기가 설치된 것처럼 낙엽이 떨어져도 신우의 인식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이 순간, 서현은 신우의 몸 아래에 갇혔고, 극심한 질식으로 얼굴이 붉어지고 눈물이 머금었다.“당, 당신?”신우는 깜짝 놀라 손의 힘을 풀었다. 서현은 거칠게 숨을 쉬면서 눈물을 흘렸다. 주위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자 부부가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고 감히 다가와서 간섭하지 않았다. “젠장, 이 자식이 생긴 건 멀정한데, 정말 나쁜 남자네! 사람들 앞에서 가정
“허, 윤 사장님. 아직 많이 어리네요. 제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지는 아버지한테서 들어요.”구만복은 날카롭게 바라보았다.“나 구만복과 적이 된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 한번 알아봐요!”윤성우는 겁을 먹었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제가 이 자리에서 구씨 가문 일곱째 도련님의 신분이 아닌 경찰로서 얘기할게요.”도현은 체포 영장을 번쩍 들었다.“우리 경찰은 윤진수를 강간죄로 정식으로 체포했어요. 그리고 인증, 물증 모두 있어요. 이제 윤진수 도련님의 재판을 준비하면 돼요”갑자기 도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웃었다.“아, 아니. 용의자 윤진수라고 해야겠네요.”윤정용은 눈앞이 캄캄했다. 이것은 경찰이 발부한 영장이기에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윤성우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따지려고 하자 윤정용이 말렸다.“이렇게 된 이상 무슨 할 말이 있어? 먼저 진수를 구해야 해!”윤정용과 윤성우가 현관문을 나서려는 찰나, 구만복은 눈시울을 붉히며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리 질렀다.“두 가문의 결혼은 끝났어. 다시는 언급하지 마! 윤진수가 우리 딸을 괴롭히는 건 끝까지 따질 거야!”윤정용은 이를 악물며 유성을 향해 소리 질렀다.“유성아, 가자!”유성은 가기 싫었다. 하지만 구씨 가문의 차가운 눈빛을 보자 버티고 가지 않으면 미움만 받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람을 깊이 바라보더니 물러섰다. 그 눈빛에 아람은 역겨웠고 토할 뻔했다. 그러나 안심이 되었다. 결과는 괜찮았다....돌아가는 길에 윤씨 가문 사람들은 리무진에 앉아 분위기가 안 좋았다. 윤성우는 윤정용에게 진정제를 먹이고 위로했지만 여전히 진정하지 못했다.“진수도 참, 멍청해! 첩의 딸이 뭐가 좋다고 그래? 굳이 구아린을 찾아야 해? 왜 그런 여자를 골라?”“결혼 할 사람도 아닌데, 왜 쓸데없는 짓을 해요?”유성은 화가 나며 눈빛이 사악했다.“태감까지 되었는데, 여자를 놀 생각해? 허, 강간범이 큰 손해를 보았네.”“닥쳐! 어떻게 형을 그렇게 얘기할 수 있어? 그리고, 오늘
아니면 경주에 대한 증오를 불러일으킬 것이고, 윤씨 가문도 경주를 찾을 것이다. “하느님, 하느님!”구만복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중얼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점점 두려움에 휩싸였다.“성적 무력? 우리 아들이 어떻게 발기 불능이겠어!”윤정용은 머리가 아파 났다. 구만복의 말을 듣자 화가 났다.“구만복, 방금 무슨 뜻이야? 우리 아들을 저주하는 거야?”“저주?”구만복은 화가 나서 웃음이 터졌다. “윤진수가 우리 딸에게 짐승 같은 짓을 했어. 죽어도 싸! 너 윤정용의 아들이 아니었더라면, 이미 죽였어! 때리고 감옥에 보낸 것도 이미 의리를 지켰어, 봐준 거라고!”윤정용과 윤성우는 깜짝 놀랐다. 먼 길을 와서 잘못을 따지려 했지만, 오히려 웃음거리가 될지는 생각도 못 했다. 유성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창백한 입술을 물었다.‘이러다가 윤진수 때문에 두 가문의 사이도 망칠 것 같아. 그럼 나와 구아람을 방해하잖아!’“왜, 왜!”초연서의 감정이 마침내 무너졌다. 구만복의 품에서 울며 몸부림치며 윤정용을 향해 소리를 쳤다.“아린이 나 초연서의 딸이라서, 못났고 연약한 여자의 딸이라서 괴롭힘을 당해야 해?”“연서야, 함부로 자신을 낮추지 마!”유민지는 눈물을 흘리며 초연서를 안았다.“아린은 우리의 공주야. 아린은 아람, 그리고 지아와 똑같아. 그런 생각을 하지 마!”초연서의 가슴이 찢어질 때 연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울지 마. 엄마.”소리가 나는 곳으로 바라보니 아린이 계단 쪽에 있었다.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있었고 맨발로 나왔고, 얇은 담요를 덮고 부들부들 떨었다.“아린아!”초연서는 흐느끼며 아린을 향해 달려가며 꼭 안아주었다.“아린아, 엄마 탓이야. 엄마가 못나서 그래. 널 지켜주지 못했어.”“엄마, 괜찮아. 괜찮아.”아린은 초연서의 귀에 속삭였다. 분명 상처를 받은 것은 자신이지만 오히려 초연서를 위로해 주었다. 아람은 그 모습을 모자 가슴이 너무 아팠다. 철든 아이들이 더욱 힘들게 인생을 보내는 것 같았다. ‘만약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윤정용과 윤성우도 멍해져 똑같이 입을 벌렸다. “아람아, 너.”구윤은 불안한 표정으로 아람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팠다. 큰형으로서 모든 것을 견디고 동생들을 지켜야 했다. 구윤은 혼자 맞서서 모든 것을 바로 잡고 싶었지만, 아람이 나서서 윤씨 가문의 사람을 자극할 줄은 몰랐다.“뭐? 구아람, 무슨 뜻이야?”윤성우의 고귀한 신분이 무너질 듯했다. 아람을 원망하며 노려보았다.“그리고 뭐? 진수를 때려? 감히 윤씨 가문의 사람을 때려? 감히!”“왜 때리면 안 돼요?”아람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웃었다.“감히 아린을 괴롭히는데, 죽여버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바로 죽이면 너무 시원하잖아요. 윤진수와 같은 짐승은 감옥에 들어가서 쓰레기들과 같이 고통을 받아야 해요!”“허, 불구자가 감옥에 가면 괴롭힘만 당하고 죽는 것보다 더 괴롭게 할 거예요. 그게 제가 원하는 거예요!”구씨 가문 사람들은 긴장했다. 초연서는 눈앞이 캄캄했고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아린아, 아린아!”초연서는 땀범벅이 된 이마를 잡고, 다른 손으로 옷깃을 잡으며 숨을 쉬지 못했다.“연서 이모!”“연서야!”구만복은 바로 초연서를 안았다. 놀라서 가슴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괜찮아, 괜찮아, 내가 있어!”“만복아, 아린이 괜찮겠지?”초연서는 참을 수 없어 눈물을 흘렸다.“아람아, 너, 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사실을 모르는 윤정용은 화를 내며 윤진수를 위해 변명했다.“진수는 좋은 남자야. 나와 네 아빠는 절친이야. 진수가 왜 아린 아가씨에게 그런 짓을 하겠어!”“좋은 남자? 윤 회장님, 장난하세요?”아람은 비아냥거리며 입꼬리를 올리고 윤씨 가문 남자를 훑어보더니 차갑게 유성을 바라보았다.“회장님의 자식들은 좋은 놈이 없어요. 남자들은 비겁하고, 여자들은 악독하고 멍청해요. 우리 아빠와 오랜 친구이신데, 사업에 큰 진전이 없는데, 어떻게 자식을 교육하는 것도 실패해요? 참 아쉽네요.”윤정용과 윤성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너!”
‘미친년!’윤성우는 화가 나서 속으로 욕했다. 하지만 체면이 떨어질까 봐 강소연과 상대하지 못했다. 윤정용도 화가 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었다. 연회가 끝나자 윤진수는 경찰서에 잡혀갔고 용의자까지 되었다.‘너무하네!’초연서도 불안하여 식은땀을 흘렸다.‘성추행? 윤진수가 누구를? 설마.’아린이 돌아온 후 방에만 박혀있고, 몸이 불편하다며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로서 초연서는 예민했고 마음이 불안했다.“윤 회장님, 윤 사장님. 아들이 걱정되는 마음은 이해해요.”유민지는 화를 내며 강소연을 곁으로 끌었다. “진수 도련님을 윤이가 경찰서로 보낸다고 해도, 무조건 잘못한 것이 있을 거예요. 우리한테 따지는 것보다 진수 도련님께 좋은 변호사를 찾아주세요.”“민지 이모 말이 맞아요!”구진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아냥거렸다.“임 도련님 임윤호를 모셔도 돼요. 그분이 악독하고 이익만 몰라서 진수 도련님의 사건을 맡기에 가장 적합할 거예요. 하지만 임윤호는 지금 신 사모님의 사건을 처리하느라 바빠요.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네요.”윤씨 부자는 화가 났다. 구씨 가문 사람들은 말을 악독하게 하고 단결하여 이길 수가 없다. 유성의 안색은 점점 차가워졌다. 만약 사태가 악화되면 계획이 틀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 이 중 누구의 편을 들어도 좋은 점이 없을 것이다.“아무튼, 진수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 거야. 분명 모함이야!”윤정용은 화를 내며 구윤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구만복을 향해 말했다.“구 회장님, 오늘 구 사장님이 직접 진수를 경찰서에서 데려 나오고, 고소를 취하해야 해요! 아니면 우리 윤씨 그룹은 구씨 가문과 끝까지 싸울 거예요!”“우리 오빠보고 그 자식을 데려오라고? 고소까지 취하하라고요? 쳇, 절때 그럴 일이 없어요!”사람들은 소리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고상하고 우아한 모습이 계단에서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아람이 앞장서고 백진이 마치 여왕을 지키는 기사처럼 뒤를 따랐다. 백진은 침착했지만 눈빛이 날카로웠고 사람을
“오늘 밤 윤유성이 이소희와 몰래 공모하여 가로채려 한 것일 수도 있어!”솔직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진 구진이 구윤만큼 침착하지 않아 바로 유성의 가식한 모습을 찢었다. 구만복과 초연서는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었다.“구진 도련님, 저를 싫어하는 걸 알아요. 제가 아람을 사랑하는 것도 알잖아요. 하지만 제가 아람을 사랑한다고 제 인격을 비방할 수 없어요.”유성은 가볍게 안경을 치켜올렸다.“저와 이소희는 친분이 없어요. 경매 대회에서 아람을 괴롭혀 제가 도와줬을 때 처음으로 만났어요. 그뿐이에요. 아람의 오빠라서 따지지 않을게요. 하지만 또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네요.”‘젠장!’구만복과 초연서가 없었더라면 구진은 이미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 ‘죄를 감추려고 이목을 다른 데로 돌리네. 젠장!’“진아, 근거 없이 함부로 말하지 마.”구만복은 복잡한 눈빛으로 말했다. 구진은 마음이 급하여 달려들려고하자 구윤에게 잡혔다. “윤 도련님, 아람과 결혼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둘째 형인 윤진수도 아린과 결혼할 생각도 하지 마세요!”구윤이 이 말을 하자 구만복과 초연서는 깜짝 놀랐다. 유성은 눈썹을 찌푸리며 의심했다.“구 회장님, 윤 회장님께서 오셨어요!”집사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정용이 왔어? 이 시간에?”구만복은 깜짝 놀라며 시계를 보았다. 윤정용은 홀로 오지 않고 윤성우까지 데려왔다.“구윤! 우리 아들이 널 건드렸어? 어떻게 진수에게 그럴 수 있어? 너무 하네!”윤정용은 화를 내며 거실로 다가와 이를 악물었다.“이렇게 하는 건 내 가슴에 칼을 찌르는 것과 같잖아!”구윤의 안색이 차가워졌다. 눈을 가늘게 뜨며 사나운 빛을 뿜어냈다. 윤씨 그룹이 찾아오는 건 이미 마음의 준비가 있었다. 구윤이 아람과 수해를 위해 뒤처리를 했고 윤진수를 경찰서에 보냈다.“윤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 윤 도련님을 어떻게 했어?”구만복은 오리무중 했다. 윤정용이 난리를 치자 유지민과 강소연도 왔다.“구 회장님, 구 사장님이 제 동생을 경찰서에 보내고,
어떤 사람은 넋을 잃었고, 어떤 사람은 득의양양했다. 유성은 소식을 들은 척하며 불안하게 거실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젠장, 신경주 그 자식을 보내니 윤유성이 또 왔네! 우리 아람은 무슨 죄를 지었어, 전생에 스파이였어?”구진과 구윤이 2층에 서서 내려보았다. 구진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 구윤은 차갑게 유성의 가식덕인 얼굴을 바라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윤씨 그룹 도련님이 연회에 참석하지도 않고, 아람이 일 터지니 갑자기 나오네. 흥, 수년간 검사 경험으로 볼 때 오늘 밤 일은 윤유성과 무조건 관련이 있어. 윤유성과 이소희가 같이 꾸며서 이용당한 것일 수도 있어!”“내 생각과 같아, 하지만 윤유성은 음흉하여 남을 잘 이용해.”구윤은 차갑게 유성을 바라보았다.“수작을 부리지 전에 이미 빠질 방법을 생각했을 거야. 아마 이미 깨끗하게 처리했을 거야. 아니면 오늘 밤 당당하게 오지도 않았어. 너무 자신만만하네.”“젠장, 정말 가식적인 사람이네!”구진은 화를 냈다.“우리 형제들이 합치면 능력이 엄청난데, 이 자식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이때 구만복과 초연서는 기 비서와 함께 유성을 만나러 갔다.“아저씨, 셋째 사모님.”유성은 급히 일어나 인사를 했다. 온화하고 예의 있는 모습은 어른들이 좋아할 모습이다.“윤 도련님. 우리 딸이 몸이 좋지 않아 손님을 만날 수 없어요.”구만복의 안색이 좋지 않자 초연서가 대신 말했다.“오늘 밤 연회에서 일어난 일은 이미 알고 있을 텐데요. 저희는 손님을 대접할 분위기가 아니라 이만 돌아가세요.”초연서가 추방 명령을 내리자 유성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몰래 주먹을 쥐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말했다.“아람의 몸이 안 좋다는 말을 듣고 너무 걱정되어서 밤새 달려와 만나러 왔어요. 아저씨, 걱정하지 마세요.”“S 국에 있을 때 유명한 의사를 몇 명 알고 있어요. 모두 업계에서 존경을 받는 분들이에요. 국내의 의사들이 방법이 없다면, 해문에 초대해서 아람에게 치료해 줄 수 있어요!”“유성아.”구만복은 갑자
유성은 멈칫거렸다. 근엄한 기운이 감돌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침묵은 그 자체로 대답이었다.“네가 아람의 상태를 이소희의 입을 통해 사람들에게 폭로했어? 우리를 헤어지게 하고 나한테 복수하려고? 복수하려고 아람의 상처를 꺼내 괴롭혀? 윤유성, 이게 네가 말하는 사랑이야?”경주는 차갑게 말했다. 경주의 얼굴에는 눈물과 빗물이 교차하였다.“네 사랑은 참 추하네.”“무슨 소리예요? 한마디도 못 알아듣겠네요.”유성은 음흉하게 웃겠다.“아람을 해친 사람은 당신이잖아요.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 비를 맞더니 머리에 물 들어갔어요? 신경주 씨, 세상에서 저만 당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만 당신을 원망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이런 재수 없는 사람은 아람에게 집착하지 말고 그냥 포기해요.”...달도 차가웠고 비가 갑자기 멈추었다. 신우는 펜트하우스 난간 옆에 서서 검은색 코드가 바람에 날리며 바스락거렸다. 담배 한 갑을 피웠지만 여전히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담배를 쥐고 있는 손은 가볍게 떨었다.“신우야, 해문에 도착했어?”백진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전화에서 들려왔다.“혼자 비행기를 몰고 왔는데, 아무 일 없었지?”“없었어, 형.”신우는 핸드폰을 꼭 잡고 호흡을 조절했다. 백진은 침묵하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신우야, 절대 멍청한 짓을 하지 마. 처리한다고 해도 내가 그 죄인을 할게.”“하하, 형. 내가 멍청한 짓을 하고 싶다면 형은 날 이길 수 없어.”신우는 담배를 물고 눈썹이 떨렸다.“아람을 잘 챙겨. 나중에 보러 갈게.”...신우는 성주에서 해문에 돌아가지 않는 건 아람의 몸 상태를 알고 마음이 무거웠고, 아람을 마주 볼 용기가 없었다. 그리고 연회가 끝나고 아람에게 문자를 받았다.[오빠, 무슨 수를 쓰던 나와 똑같게 생긴 여자를 찾아줘. 그 여자를 찾아야 배후를 밝힐 수 있어. 이건 나와 경주에게 엄청 중요해!]신우는 혼잡한 라운지에 홀로 앉아 핸드폰을 뚫어지게 보았다. 아람과의 사진을 보더니 순간 울컥했다. 바로 이때 위에
“아버지?”“아버지!”세 형제는 깜짝 놀랐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아버지가 아들 외 다른 사람을 때리는 모습을 보았다. 구만복은 독보적인 재벌이고 어렸을 때부터 존경받으며 자랐다. 누구를 처단하든 직접 움직일 필요도 없었고 황제보다 더 오만했다. 하지만 이번에 구만복은 정말 화가 났다. 경주를 한 대 때려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연이어 주먹으로 경주의 얼굴과 몸을 때렸다. 경주의 얼굴은 부어오르며 입가에 피가 났지만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고 마비되었다.“아버지, 건겅도 안 좋으신데, 화내시면 몸에 해로워요!”구윤과 구진은 화가 나서 똑바로 서지도 못하는 구만복을 부축했다. 그러나 구만복은 몸부림을 치며 달려들어 경주의 멱살을 잡았다.“신경주, 네가 계속 짓밟고 상처 준 여자는 나 구만복의 생명이야! 내가 제일 사랑하는 여자가 이 세상에 남겨준 마지막 그리움이고, 내 모든 것이야!”“구 회장님, 죄송해요.”경주는 정신을 잃은 듯 고통 속에 잠겼다.“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아람에게 갚고 싶어요.”“책임을 지지도 못하면서 왜 아람과 결혼했어? 결혼했으면 왜 상처를 줘?”구만복이 격렬하게 손을 빼자 강하고 터프한 경주가 허약하게 휘청거렸다.“성주로 꺼져, 악독한 집으로 꺼져! 지금부터 KS는 신씨 그룹의 최대 적이야. 신 사장님이 능력 있으면 네 곳을 잘 지켜봐. 아니면 내가 직접 무너뜨릴 거야! 꺼져!”구씨 남자들은 떠났고 문이 닫혔다. 경주는 영혼을 잃은 듯 빗속에 서 있었다. 마치 구씨 가문과 극복할 수 없는 간극이 있는 것 같았다. 얼마나 오래 서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마침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한쪽 무릎을 꿇고 흐느꼈다.이때 발걸음이 들려오며 경주의 곁에 서 있었다. 경주는 숨을 쉬며 천천히 눈을 들었다.“우산 필요하세요, 신 사장님?”단정하게 차려입은 유성이가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리며 비아냥거렸다. 경주는 숨을 거칠게 쉬었다. 빗물에 젖은 손가락을 부들부들 떨며 움켜쥐고 핏줄이 팽팽했다.“보아하니 필요 없네요.”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