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김인후는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신 회장의 숨겨진 전처가 바로 이 여자라니!솔직히 말하면, 그녀는 여동생인 김은주조차 감히 비비지도 못할 만큼 뛰어난 미모를 소유하고 있었다.어릴 때부터 신경주와 돈독한 사이가 아니었다면, 김은주는 이 여자의 상대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신 회장님의 전처라 하더라도, 제가 먼저 사과할 이유는 없는데요!”김인후는 체면을 지킬지 언정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만약 저 여자가 먼저 제게 사과를 한다면, 저 또한 없었던 일로 해드리죠!”“내가 한 걸음라도 늦게 왔다면 너희 쪽 사람들이 이 여자한테 무슨 짓을 했을지도 몰라.”신경주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하여 네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야. 그러니 어서 사과해.”김인후는 속으론 두려움에 벌벌 떨었으나, 그 놈의 자존심이 무엇인지 여전히 사과하지 않고 버티고 서 있었다.서서히 취기가 올라온 듯 구아람의 작고 하얀 얼굴엔 붉게 홍조가 물들었다.전처가 어떻고 또 사과가 어떻다는 거야…… 혹시 나보고 머리 숙이고 저년한테 사과하라는 거야?저년의 목을 비틀어버려도 시원찮을 판에!이유희는 잘생긴 얼굴에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부하들을 이끌고 걸어왔다.“나를 왜 때려? 이 나라엔 법도 없는 거야?”이유희의 모습을 본 김인후는 두려움에 목소리까지 덜덜 떨려왔다.이유희가 손가락을 까딱하자, 아까 김인후와 같이 술을 마시던 여자가 주춤주춤 다가오더니 이유희 뒤에 몸을 숨겼다.“첫번째, 내 가게에서 여자들은 술을 마시고 춤을 출순 있으나 접대행위는 할 수 없다. 너희들이 돌아가며 이 여자한테 술을 먹인 건 이미 여기 룰을 깨뜨린 거야.”“두번째, 여기선 일체 마약을 금지하고 있어. 내가 평생 제일 혐오하는 것이 내 가게에서 범죄가 발생하는 거야. 누가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고, 감히 이런 일을 저지른다면 난 필시 담궈버릴 테니까.”“넌 여기 있는 아가씨한테 고마워해야 할 거다. 이 아가씨가 아니었다면 넌 이미 죽사발이 되어서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진 구아람은 옆에 있는 남자를 오빠인 구진으로 착각하고 주저앉아 흐느꼈다 .“신경주는 왜 날 싫어하지……대체 왜…….”그녀의 입에서 자신이 이름이 나오자 신경주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였으나 입을 꽉 깨문채 아무말도 하지않고 그녀의 하소연을 들어주었다.“난 정말 노력했어…… 난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노력했어……. 근데 내가 노력을 하면 할수록 그는 더욱 나를 매몰차게 대해…… 대체 왜 그러는거지…… 제발 말해줘!”흐느끼며 울고 있던 구아람은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남자의 품에 확 안겼다.그리고 그의 품안에서 눈물 코물 다 흘리며 훌쩍이고 있었다.그의 깔끔한 티셔츠가 구아람의 눈물과 화장으로 인해 얼룩져 버렸다.갑작스러운 포옹에 신경주는 그대로 자리에 굳어버렸다.그에게 안긴 구아람이 눈물 흘릴때마다 그 역시 그 눈물이 심장에라도 박힌듯 마음이 아파왔다.한참을 그렇게 있은 후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구아람에게 물었다.“너 정말 신경주를 좋아해?”구아람은 울어서 발그스레 해진 얼굴을 들어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그녀의 앵두같이 빨갛고 도톰한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그 매혹적인 모습에 신경주는 침을 꿀꺽 삼키며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 가까스로 자신을 절제시켰다.심지어 그는 이 질문을 한걸 굉장히 후회했다.그녀가 그를 좋아하던 좋아하지 않던 이혼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였고 그의 평생의 동반자는 앞으로 김은주가 될것이다.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화장실문이 활짝 열렸다.“신경주!이 파렴치한 놈,김은주로도 모자라 또다시 얘를 꼬시려고?!”구진은 두눈을 부릅뜨고 달려와 구아람을 도로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평소 성품이 온화하고 너그러운 구회장이 이렇게 화난 얼굴로 자신을 나무라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전처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각별한지 느낄수 있었다.알수없는 답답함에 신경주는 숨이 가빠져오기 시작했다.“구회장님,그녀가 주량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바람에 여기로 데려오게 되었습니다,만약 당신이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신다면
이튿날 눈을 뜨자마자 구아람은 또다시 화장실로 직행했다.“아람아, 예전엔 주량이 꽤 세지 않았니? 왜 이렇게 술이 약해진 거야?”구진은 얼른 생수를 건네고 또 그녀를 위해 숙취해소제를 준비해 두었다.“3년 동안 술을 입에도 갖다 대지 않았는데…… 갑자기 많이 먹으니 힘들 수 밖에!”구아람은 신경주가 술을 많이 마시는 여자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그의 마음에 들려고 아예 술을 끊어버렸다.“술 아니었다면, 임신한줄 알겠네.”구진은 장난스럽게 아람을 향해 농담을 던졌다.“허…… 내가 정말 신경주의 아이를 가졌다면 오빠들 어떻게 할 거야?”구아람은 슬픈 눈동자를 한 채 이렇게 물었다.“뭘 어떡해? 넌 우리가 애지중지 키운 막내 여동생이야, 그 애 몸에 누구 피가 흐르던 그 애 잘못은 아니잖아, 우린 다 감당할 수 있어.”구진은 신경주를 뼈에 사무칠 정도로 싫어했지만, 법조인답게 훌륭한 직업소양을 갖추고 있었다.“그럴 일 없으니까 안심해, 신경주는 나랑 2세를 보고 싶어 하지도 않아.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젠 내가 사양하겠어.”구아람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머리도 식힐 겸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아, 맞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안나?”구진이 물었다.“내 기억으로는 내가 김인후한테 시비를 걸었고, 그때 신경주가 오긴 한 거 같은데…… 그후로는 기억이 안나.”“정말 기억이 안 나?”“음…… 되게 잘생긴 남자를 본 것 같기도 해, 그 잘생긴 남자가 아마 날 도와주었지? 에잇, 술 취하지만 않았다면 그 남자 연락처 한번 물어보는 건데.”“그 남자는 이유희라고 하는 남자야, 어제 우리가 갔던 곳은 걔가 새로 오픈한 클럽이고.”그 남자의 이름을 들은 구아람은 순식간에 흥미가 사라졌다.“그럼 됐어. 그 녀석은 개도 쳐다보지 않을 만큼 답이 없는 녀석이야.”“너 신경주랑 같이 남자화장실로 들어간 건 생각 안나?”구아람은 예상치 못한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전까진 둘이 뭔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들어갔을
‘나 구아람은 같은 함정에 두 번이나 빠지지 않아!’비밀조직에서 연락이 왔다.[구윤: 아람아, 어제 오후에 너에 관한 뉴스들, 전부 삭제했어. 널 괴롭히던 스토커 같던 번호들도 전부 처리했고.][구윤: 이 모든 게 전부 신경주가 꾸민 짓이야.][구아람: 응 알고 있어. 그래서 그 집 조상 귀신들 한 테 아주 고마워 죽을 지경이야.][넷째 오빠: 근데, 그게 지운다고 전부 해결될 것 같아? 정말 순진하긴.][셋째 오빠: 오늘 아침에 주식 개장 후 주가를 봤는데, 안타깝지만 신씨 그룹 주가가 그렇게 크게 변동하진 않았어.][구진: 아람아. 지금 당장 신씨네 그룹을 무너트릴 수 없을지는 몰라도 그 김씨 집안은 당장 손 좀 봐줘야지.][구아람: 당연하지.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 단 말 알지?]“수해야, 들어와.” 구아람은 전화에 대고 호출했다.임수해가 호출을 받고 바로 들어왔다. “아가씨. 찾으셨습니까?”“내가 말한 자료와 증거는 준비됐어?” 여사장 은 두 손을 의자 손잡이에 걸치고 앉아 가죽 의자를 유유히 돌리고 있었다.“다 준비되었습니다. 관련 부서에 언제든 제출할 수 있습니다.”“아니,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어.”구아람은 다리를 꼰 채로 백옥 같은 피부를 뽐내며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우선 구씨 그룹과 친한 언론사들을 좀 수소문해봐. 예를 들면 ‘해문뉴스’, 정말 진짜뉴스처럼 내보내서 사람들의 이목을 좀 끌어봐. 다음 얘기는 뒤에 하지.”“언론을 끌어들이면 일이 복잡하게 꼬일 까봐 염려됩니다. 차라리 직접 김씨 그룹을 직접 치는 게 더 쉽고 빠르지 않을까요?” 임수해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나는 명분이 중요한 사람이야. 난 일단 사냥감을 잡으면 단칼에 죽이지 않아, 천천히 괴롭힐 수 있는 만큼 괴롭히다가 고통스럽게 죽이는 걸 좋아해.” 구아람은 할아버지가 선물해준 옥 팔찌를 매만지며 차갑고 독한 기운이 서린 눈빛으로 말했다.중요한 건 이번 일이 밝혀지면 김씨 집안은 물론 김씨 집안 정도의 레벨
“구아람…… 이 이름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거 같은데.”신경주는 미간을 찌푸리고 작은 소리로 혼잣말을 했다.“제가 아가씨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더 조사를 해봤습니다.”평소 월급 값도 못한다고 구박받던 비서가 왠 일로 이번엔 쓸만하게 행동했다고 신경주는 속으로 생각하며 눈빛으로 칭찬을했다.“결과만 말해.”“결과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한준희의 어깨는 미안하다는 듯이 축 처졌다.“한준희, 내일 인사부에 가서 연봉을 다시 계산해야 될 것 같아.”신경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신 사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찾기 싫어서 안 찾는 것이 아니라 구 사장님의 자료가 완전히 기밀문서처럼 감춰져 있어서 아무리 열심히 찾아도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한준희는 놀라 낯빛이 잿빛이 되도록 땀을 훔쳤다.“사장님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제가 이 아가씨를 조사해 본 결과 그분은 구 사장님의 조강지처가 낳은 유일한 딸이고 구씨 가문의 귀족과 같은 자식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아무런 자료도 찾지 못했습니다. 정말이지 찾을 수 있는 모든 앱에서 다 찾아봤는데도 찾을 수 없는 것을 보면 다른 무언가 있지 않을 까요?”“혹시 그 사람 사진 있으면, 좀 보여줘 봐.”“아, 여기 있습니다! 엄청 힘들게 찾은 것입니다.”한준희는 핸드폰을 꺼내서 사진을 신경주에게 보여주었다.신경주가 사진을 보더니 화를 내며 말했다.“한준희! 너 죽을래?”핸드폰속의 사진은 낡고 희미하여 잘 알아볼 수 없는 데다가 네다섯 살 된 여자아이가 구만복의 품속에 있는 사진이었다.이렇게 낡고 희미한 사진으로 얼굴이나 알아볼 수 있을까!“신 사장님 죄송합니다. 진짜 인터넷을 다 뒤져서 유일하게 찾은 구아람 아가씨의 사진입니다. 20년전에 구 사모님의 장례식에서 찍은 사진이랍니다.20년전의 구아람은 지금 아마 한 스물 네 다섯 살 정도 되었을 것이다.백소아와 나이가 비슷할 것 같았다.사진을 볼수록 그의 미간은 점점 더 찌푸러졌다.왜 인지 모르게 사진속의 여자애는 백소아와
“경주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냈어?”신광구는 아내를 달래면서 물었다.“네. KS그룹의 새로 취임한 구아람 사장이 폭로한 것입니다.아버지가 새엄마를 위로하는 모습이 신경주는 보기 거북했다.이런 따뜻한 정은 경주의 기억속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그와 그의 어머니에게 온정을 베풀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미 경주의 친 어머니의 모습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KS…… 해문 구가네?!”진주는 입을 막고 놀란 듯이 말했다.“그 그룹, 해문에서 제일가는 부잣집 아닌가? 우리 동생네 집에서 설마 그 집안의 심기라도 건드렸나?”“구가네와 우리 신가네는 원래부터 악연이어서 본디 왕래를 하지 않는데…… 이전에 구가네 증조할머니가 이제부터는 절대로 신가네 집안과 결혼을 할 수 없고 만약 결혼을 하는 자는 구가네 집안에서 쫒겨 날거라고 말씀을 하셨어.”신경주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와 결혼할 상대는 구가네와 상관없는 김은주였다.그러나 이 말을 들은 그는 마음 한편 이 불편해지면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아이고! 이건, 무조건 구씨네가 우리 집과 김씨네가 사돈을 맺은 것을 보고 암암리에 우리 신가네를 구렁텅이에 빠뜨리려고 그러는 거예요.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야!”진주는 분해서 손수건을 꽉 쥐였다.“경주야, 내일에 그 구씨네 아가씨를 한번 만나봐. 방법을 생각해서 그 여사장 보고 김씨네를 공격하지 말라고 해. 이건 김씨네만 피해 입고 끝나는 게 아니야 우리 집안에도 타격이 있어!”신광구는 엄격한 말투로 말했다.“오빠, 너무 부담주지 말아요. 경주는 항상 부모 말 잘 듣는 착한 애잖아요. 조금만 말하면 다 알아서 잘해요.”“제가 김씨네 집안일에 나서는 건 은주를 위해서 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상관없어요. 아줌마.”신경주는 차갑게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진주는 화가 나 안색이 하얗게 되였다.그녀는 분명 신 회장의 부인인데 이 자식은 아직도 자기를 아줌마라고 부르다니…… 정말 그녀를 전혀 가족으로써 존중하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신경주는 슈트를 차려 입고, 들뜬 맘으로 KS WORLD 호텔로 향했다.로비에 들어가자마자 그는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꼈다.신경주는 작년에 이 호텔을 처음 방문했었다. 그때의 호텔엔 미흡한 부분이 많아 그는 투덜거렸었다 엄밀히 말해 불만족스러웠다.--- “지난날 했던 말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졌다.”지금의 호텔은 예전과 달리 아주 고급스러운 수준에 이르렀다.호텔의 상태를 보자 오너 아가씨의 관리능력이 아주 훌륭하다 생각했다. 역시 쉽지 않은 상대라 생각했다.“이분은 우리 신가 그룹의 사장님 이십니다. 신 사장님께서 구 사장님을 뵙고 싶어하신다고 구 사장님께 전달해 주십시요.”한준희가 여러차례 알아봤지만 구아람의 수행비서가 들고 온 대답은 이랬다.“죄송합니다만 구 사장님께 미리 선약을 하지 않으시면 그 누구도 사장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비서는 그나마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신가네 그룹의 신 사장님이신데 선약을 해야 합니까?”한준희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당연하죠.”“너!”한준희는 화가 나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는 수행비서를 한방 먹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그럼 오늘 예약하면 언제 구 사장님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신경주는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구 사장님께서 요즘 바쁘셔서 언제 만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아니면 내일 또 와보시겠어요.”“너!”한준희는 자기가 성격이 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수행비서의 말에 더는 화를 참을 수 없음을 느꼈다.“그만 해라, 한준희야. 먼저 예약해.”신경주는 한준희에게 예약은 하라고 했지만 속에는 천불이 일었다.아무리 화를 낸다 해도 해결될 일이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실망을 하고 차로 돌아간 한준희는 화가 나서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그리고는 힘껏 창문을 내리쳤다.“사람을 너무 얕잡아 보는 거 아닙니까! 여기가 구씨네 해문도 아니고 성주인데 구아람이 이렇게 사장님을 왔다 갔다 하게 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저러는지?!”“내일 또 오자.”
전화통화가 끝나자마자 임수해는 짜증 섞인 얼굴로 다짜고짜 들어왔다.“아가씨! 경주가 또또또또 찾아왔습니다. 보험이나 다단계를 하지 않으면 아까울 정도로 낯짝이 두꺼운 사람이네.”“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떻게 든 해보려 하는 거니, 그 끈기는 칭찬해줄만 하군.”아람이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저 서류에 사인하기 바빴다.하지만 임수해는 그녀의 미적지근한 말에서 조금이나마 쓰라린 감정을 눈치챌 수 있었고 그 또한 착각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아가씨, 이번엔 제가 직접 내려가서 반드시 쫓아내겠습니다.“아니야, 이제 데려와.” 아람이는 만년필 뚜껑을 닫고 눈짓을 하였다.“네?” 수해는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래졌다.“나를 만나려고 이렇게 애쓰시는데 나도 조금이나마 체면은 세워줘야 할 것 아니야.”아람은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더니 귀엽고 새하얀 발을 앞으로 뻗었다.임수해는 급히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하이힐을 신겨주었다.“지금 양식 레스토랑과 카페 쪽 구역에 가서 예쁘고 말주변이 좋은 아가씨 한 명만 데려와 주세요, 해줄 일이 있어서.”시간이 좀 지나고 임수해는 조건에 맞는 한 여직원을 데려왔다.“구, 구사장님 안녕하십니까.”직원은 어색하고도 진지하게 사장에게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했고 너무 놀라 숨도 꾹 참았다.“긴장하지 마세요, 당신에게 작은 일을 하나 맡길 겁니다. 만약 잘 해내신다면 보수도 넉넉히 챙겨 줄 생각이에요."아람이는 빙그레 웃었다.“사장님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직원의 볼이 빨갛게 변해갔다.“저는 사장님을 정말 좋아해요! 저는, 사장님의 팬입니다!”딱 좋았다, 팬이라고도 하니!아람이는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훑어보더니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몸매도 나랑 비슷하고. 임 비서, 가서 내 옷 한 벌과 신발을 챙겨줘.”“네? 네……”임수해도 어리둥절해 하며 떠났다.“사장님,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되나요?”직원이 친근하게 물었다.아람은 붉은 입술로 씨익 웃었다.“이
구만복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여유가 넘치며 위풍당당하게 안드레와 악수를 했다. 행동 하나하나가 카리스마가 넘쳤다.“지난번 경매 대회 때 안드레 씨를 놀라게 했어요. 제 딸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소녀라, 혹시라도 잘못된 행동이 있다면 양해 부탁드려요.”구만복은 웃으며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와우! 내가 잘못 봤어?”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M 국의 귀족, 황실의 후계자이자 최고 재벌 권력자가 먼저 구만복에게 손을 내밀었다. 비록 구씨 가문도 부유하고 강력한 세력이었지만 해문 쪽에서만 군림했다. 신씨 그룹과 윤씨 가문이야말로 성주의 최고 재벌이다. 안드레에게 홀시를 받는 것을 보자 구만복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때, 신광구, 이상철과 윤정용도 다가와 곁에 있었다. 이 모습 본 세 거물은 다른 표정을 지으며 속셈을 꾸몄다.다른 사람은 괜찮았지만 신광구의 안색이 좋지 않았고, 이를 악물어 턱선이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J 그룹이 제일 먼저 신씨 그룹과 협력했다는 건 성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두 그룹이 애매한 사이일 때 신광구에 대한 안드레의 태도는 담담했고 구만복과 더 친해 보였다. 신광구는 체면이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억압 같았다.“하하, 구 회장님 너무 겸손하시네요.”안드레는 여전히 아람을 칭찬했다.“따님은 보기 드문 보석이에요. 자세가 놀라울 정도로 아람다울 뿐만 아니라 승마 능력도 프로 경주마 기수보다 뒤지지 않아요. 실력은 우리나라 여성 기수들 사이에서도 일류로 인정받아요. 이번 경마 대회가 끝난 후 프레드는 돌아가서 구아람 씨를 엄청 칭찬했어요. 구아람 씨를 다시 만나고 싶어 해요. 모두 말을 좋아하고 잘 아는 사람이라 말이 통할 거예요.”안드레가 손을 흔들자 프레드는 넥타이를 정리하고 다가왔다. 갑자기 경주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경주는 주먹을 쥐고 화가 났다.“젠장, 경주야, 저 자식이 널 도발하는 거야?”그 모습을 본 유희도 주먹을 꽉 쥐었다.“여긴 M 국이 아니라 성주야. 무슨 잘난
순간 경주는 마치 유희의 친구가 아니라 피가 물보다 진한 형처럼 진지하게 말했다. 유희는 순간 긴장하며 울컥했다.“젠장, 울컥하잖아.”사실 말을 하지 않아도 생각했었다. 기회를 잡고 효정에게 밝은 미래를 선사하고 싶었다.“KS 재단의 사람이 왔어요!”누가 큰 소리로 외쳤는지 모르겠지만, 경주는 온몸이 감전된 것처럼 긴장하며 허리를 곧게 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경주는 숨을 쉬며 넥타이를 정리하고 깊은 눈빛으로 연회장 문을 바라보았다.유희는 옆에서 몰래 웃었다.‘누가 보면 신부를 기다리는 신랑인 줄 알겠어.’잠시 후 구만복과 구윤이 먼저 연회장으로 들어섰다. 뒤를 이어 아름다운 아람과 아린이가 들어왔다. 하나는 사람을 홀리게 하는 아름다운 붉은 장미이고, 한 명은 청순하고 맑은 흰 장미 같았다.현장에 있는 모든 남성의 시선이 두 자매에게 끌렸다. 다른 여성들의 메이크업이 헛되게 보였다.“역시 오늘 밤 제일 아름다운 건 구씨 가문 아가씨야!”“곁에 있는 분이 구 회장님의 막내딸인가? 셋째 사모님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이?”“맞는 것 같아. 너무 예뻐. 구아람 곁에 서도 전혀 꿀리지 않아. 자신만의 아름다움이 있어!”“누가 이 자매와 결혼하면, 꿈에서도 웃겠네!”“한 명과 결혼해도 큰 행운인데, 두 명이나 생각해? 꿈 깨!”남자들은 구씨 자매를 보며 소곤거렸다. 경주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주먹을 쥐고 질투했다.“에이, 흥분하지 마, 친구야.”유희는 팔꿈치로 경주를 툭 치며 웃으며 위로했다.“무례하게 굴려는 건 아니야. 같은 남자인데 내가 모르겠어? 그냥 말하는 거야. 말이 거칠수록 형수가 예쁘다는 거야.”“마음이 참 넓네, 효정이라면 참을 수 있어?”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화를 냈다.“음.”유희는 어색했다. 경주는 호흡을 조절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향해 걸어갔다. 마음이 통한 듯 아람도 경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아람은 입꼬리를 올리며 예쁜 미소를 짓고 윙크를 날렸다. 경주는 감정을 억제하며 마른침
오늘 밤은 아람을 봐주기로 했다. 앞으로 소희는 좋은 기회를 찾아 아람의 존엄을 떨어뜨리고, 아람을 원하는 남자가 없게 만들 것이다....연회장에서 음악이 감미롭게 흘러나왔다. 눈부시게 빛이 났고 유명 인사와 귀족들이 모여있었다. 경주는 신씨 가문 사람과 같이 오지 않고 유희와 함께 나타났다. 두 사람이 등장하자 여자들의 눈빛이 반짝였다.경주 곁에 여자 파트너가 없지만 감히 탐내지 못했다. 경주가 이미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자신을 바보로 만들지 않으려 했다. 아람과 남자를 뺏을 용기도 없고 뺏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여자들이 유희를 바라보는 눈빛은 달랐다. 욕망이 차 있는 눈으로 호시탐탐했다. 유희와 효정의 사이는 경마 대회에서 공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외부인들은 거의 몰랐다. 그래서 유희는 여전히 성주 여자들의 로망이었다.하지만 유희 눈에는 여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화려한 여자가 곁에 있는 경주보다도 끌리지 않았다. “효정을 데리고 오지 않았어? 옛날 버릇이 나오는 거야?”경주는 차갑게 유희를 바라보았다.“효정 몰래 또 여자를 꼬시려는 거야?”“젠장, 내가 어떻게 해야 나에 대한 생각을 바꾸겠어?”유희는 화가 나서 경주를 째려보았다.“바람둥이가 진정 사랑을 하지도 못해?”경주는 시선을 거두었다.“지켜볼게.”“젠장, 어제 파티에 갔는데, 눈빛 없는 여자들이 몰려들어서 내 파트너가 되겠다고 했어. 그 자리에서 화가 났어. 여자만 아니었다면 주먹을 날렸어!”유희는 답답한 듯 숨을 쉬며 집에 홀로 있는 효정이가 보고 싶었다.“효정은 이런 곳을 싫어해. 오면 많이 불편해할 거야. 나도 오고 싶지 않았는데 방법이 없었어. 지금 이준상 대신 할아버지를 도와 이씨 그룹 일을 봐줘야 해. 그래서 오늘 밤 와야 했어.”경주는 입꼬리를 올렸다.“좋은 소식이네.”“응?”“지위가 올라갔네. 미리 축하해, 이 회장님.”유희는 깜짝 놀라더니 가슴 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이 솟구쳤다. 전에 이씨 그룹이나 외부 사람들은 도련님
“내가 왜 화나겠어?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있잖아.”유성은 술잔을 들고 술을 쳐다보며 음흉하게 웃었다.“화도 나지 않고 형을 도와줄 거야. 이걸 형과 아홉째 아가씨의 결혼선물이라고 생각하면 돼.”...윤민주의 은밀한 수작 끝에 윤정용은 무당을 만났다. 무당도 윤민주의 지시에 따라 윤정용에게 말했다. 너무 정성스레 말하여 윤정용도 믿었다. 사실 윤정용도 윤진수가 구씨 가문에 시집가기를 원했다. 윤진수는 윤정용이 제일 좋아하는 아들이다, 좋은 점이 있으면 제일 먼저 윤진수를 생각한다. 유성이가 선의를 보이고 있더라도 결국 15년의 부자 사랑을 놓쳐 윤진수의 지위보다 못하다. ‘하지만, 구만복은 얼마나 자존감이 있는 남자야. 구아린이 사랑하는 여자의 딸이 아니더라도 예쁜 딸을 불구자 아들에게 시집을 보내겠어?’그래서 적절한 타이밍에 뻔뻔하게 구만복에게 빌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희망은 별로 없었다....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모두가 기다리던 주말이 다가왔다. J 그룹의 윌슨 부자가 처음으로 성주를 방문하고 최고급 비즈니스 연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은 여러 귀족 가문과 언론 사이에서 퍼져나갔다.오늘 밤 성주 외곽에 있는 유럽식 리조트를 통째로 빌렸다. 주변은 고급 차량으로 북적하였지만 내부는 몰려드는 기자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채 정돈된 상태였다. 보안 수준과 프라이버시가 엄청 높았다.4대 가문의 사람들이 차례로 도착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기자들을 피하고 임시로 열린 VIP 통로를 선택했다. 항상 오만하고 유명세를 떨던 이씨 가문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마 대회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눈에 띄기 싫었다.“할아버지, 오늘 밤 광구 아저씨가 연회에서 나와 경주 오빠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는 거예요?”리무진 안에서 소희는 고양이처럼 이상철의 품에서 애교를 부려 눈썹을 찌푸렸다.“아저씨가 경주 오빠를 설득할 수 있어요? 오빠가 너무 고집이 세서 걱정돼요.”“설득? 신경주가 동의하지 않을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 신씨 그
윤민지는 그 말을 듣고 이해했다. 무당은 성주 상류층에서 꽤 유명하다. 심지어 외지의 많은 부자들도 특별히 찾아와서 점을 보곤 한다. 하지만 그 무당은 뒤에서 나쁜 짓을 많이 했다. 돈만 있으면 고위층을 도와주곤 했다.“알았어. 아빠는 항상 미신에 빠져서 가끔 무당을 찾았어. 이틀 안에 자리를 마련할게. 무당을 아빠에게 추천해 주면 아빠는 무조건 만나러 갈 거야.”윤민지는 계획을 세웠다.“그때 내가 몰라 무당에게 돈을 줄게. 오빠 편을 들어주라고 할게. 오빠와 구씨 가문 계집애가 인연이고 윤씨 가문에 행운을 가져준다고 할게. 반대로 구씨 가문 계집애가 윤유성을 만나면 윤씨 가문에게 재난을 가져준다고 하면 돼. 아빠는 미신을 믿어서 절대 윤유성을 선택하지 않고 오빠를 추천해 줄 거야.”“정말 잘 됐어! 고마워, 민주야.”윤진수는 흥분하여 동생의 손을 잡았다.“오빠, 우린 같은 엄마 배에서 나왔어.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있었잖아. 엄마가 일찍 돌아가서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우리와 재산을 뺏는 짐승을 낳았어. 우린 무조건 한 편이야. 내가 당연히 오빠 편을 들어야지.”윤민주는 속마음을 꺼냈다. 이미 시집을 간 윤민주는 정치를 하는 남편이 있다. 라이벌 가문 때문에 살기 힘들었고, 심지어 돈을 꺼내 남편을 도와줘야 하며 귀족 가문 아가씨의 모습을 드러내야 했다. 만약 유성의 세력이 점점 커지면 윤씨 가문에서 체면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 ‘재산을 나눌 때 큰 오빠와 작은오빠라면 날 챙겨줄 거야. 하지만 윤유성은 날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 고마운 거야! 그래서 무조건 작은 오빠를 도와줘야 해!’“하지만 지금은 봉건사회가 아니야, 부모님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어.”윤진수는 시가를 꺼내 손끝에 대고 놀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구아린과 구아람의 비서와 만나고 있다고 들었어. 구아람도 그 사랑을 엄청 지지하고 있어. 구아람이 어떤 사람인지 너도 알잖아. 구 회장님의 사랑을 받을 뿐만 아니라 신경주가 있어 대놓고 이씨 가문과 싸울 수 있어. 구아람이
28년 만에 처음으로 엄마한테 대들었다. 그러자 유혜령은 마음이 아팠다.“아홉째 아가씨와 만날 거예요. 결혼할 거예요.”수해는 피가 터질 것만 같았다.“아린 말고는 아무도 원하지 않아요!”“가족도 버리고 엄마도 버릴 거야?”유혜령은 울먹이며 말했다.“만약 나랑 아들로 인정한다면 아홉째 아가씨를 모욕하지 말고 사랑을 막지 마세요. 물론 막고 싶어도 막지 못할 거예요.”말하자마자 수해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임수해, 너 거기 서!”유혜령은 수해의 뒷모습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내가 죽었으면 좋겠어? 경고하는데, 내가 죽이 않는 한, 절대 구씨 가문 첩의 딸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수해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유혜령은 기뻐했다. 그러나 수해는 차갑게 말했다.“임윤호, 경고하는데 그만해. 진주의 죄를 벗기려 하지 마. 아니면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이 자식이, 지금 날 협박해?”임윤호는 화가 나서 차갑게 물었다.“그게 왜? 네 말이 맞아. 나도 개야. 하지만 너와 달라. 난 짐승이야, 날 건드리면 네 목을 물어버릴 거야.”수해는 거친 말을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임윤호는 그 자리에서 소름이 돋았다....두 가문이 만나서 결혼에 관해 이야기한 후 자극을 받았는지, 윤진수는 이틀동안 아린의 꿈을 꿨다. 비록 초연서의 딸이라 아람의 신분과 비교할 수 없지만, 너무 예뻤다. 갑자기 취향을 바꾸니 좋았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이제 권력을 잃었기 때문에 구씨 가문의 도움이 필요했다. 윤진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유성에게 밟힐 수 없었다. 그날 밤, 윤진수는 윤민주를 와인 창고로 불렀다.어렸을 때부터 세 남매는 윤정용의 와인 창고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 어린이 된 후 이곳은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장소가 되었다.“오빠, 초연서의 딸과 결혼할 거야? 너무 큰 손실이야.”어렸을 때부터 윤진수와 제일 친했던 윤민주는 윤진수의 생각을 듣고 아쉽다고 생각했다.“오빠는 아빠가 제일
“신 사장님 다음에 호텔에서 하면 안 돼? 허리가 너무 아파.”경주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호텔에서 하면 허리가 안 아파?”아람은 부끄러워 경주의 가슴을 내리쳤다.“아람아, 주말의 연회에 성주 유명 가문들이 거의 다 올 거야.”경주는 엄숙하고 진지하게 말했다.“너와 사귀는 것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싶어. 그래도 돼?”아람은 눈을 부릅뜨고 경주의 눈을 바라보더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람이 싫어하는 줄 알고 손을 꼭 잡았다.“사실 프러포즈를 하고 싶어. 하지만 네가 준비가 안 되고 너무 서둘러서 널 곤란하게 할까 봐 걱정돼.”“왜 그날이야?”“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경주는 울컥하며 수천 가지 감정이 솟구쳤다.“모든 사람에게 난 네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수해는 피곤한 몸을 끌고 임씨 가문에 돌아왔다. 아람한테서 아린이 울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여러 번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결국 아린은 핸드폰을 꺼버렸다. 수해는 낯까지도 행복했는데 왜 저녁에 만나지 말자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우리 착한 동생, 오늘 구씨 가문 아가씨와의 데이트가 즐거웠어?”임윤호는 비아냥거리며 말하자 수해는 냉정하게 바라보았다.“즐겁지 않았나 보네, 안색이 너무 안 좋아.”임윤호는 다가와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왜, 손에 들어온 행복이 무너질 것 같아?”“누군가 했더니, 신씨 가문의 개구나.”수해는 차갑게 웃으며 임윤호의 조롱을 무시했다.“내가 개라도 내 실력으로 벌고 있어. 난 당당해.”임윤호는 뻔뻔하게 계속 조롱했다.“여자에 기대어 올라가는 너보다 훨씬 나아. 역시 비서가 다르네. 구씨 가문 아가씨를 꼬시더니 이제 아홉째 아가씨를 만나? 귀족 가문에 장가가고 싶어서 우리 동생이 최선을 다하네. 대단해!”수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먹을 쥐고 임윤호의 다친 코를 더 때리고 싶었다. 그러자 유혜령이 제때 나서서 말했다.“수해야, 그만해!”화나 있는 수해는 말을
하지만 어떻게 해야 구만복의 마음을 바꾸고 아린과 유성의 결혼을 막을 수 있을지 몰랐다. 아람은 숨을 고르며 오늘 밤에 있었던 일을 경주에게 말해주었다. 구만복과 싸운 일은 자연스럽게 생략되었다.경주는 단단한 팔로 아람의 허리를 감싸안고 눈썹을 찌푸렸다.“나랑 만난다고 구 회장님께서 동생을 윤씨 가문과 결혼시켜? 아무리 애착이 있다고 해도 너무 갑작스럽네.”“갑작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아.”아람은 답답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화가 나서 경주의 가슴을 잡았다.“아빠가 엄청 음흉해. 전에 너랑 만나는 거 싫어했었어. 전부터 이미 윤 회장님과 윤씨 그룹과 혼인을 결정했을 수도 있어. 지난번 경마 대회에서 수해한테서 들었어. 구만복과 윤유성이 사이가 좋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어. 그것도 계획일 수 있어. 그저 이씨 가문이 문제를 일으키고 진주가 잡혀서 계획이 틀어졌을 수도 있어. 아니면 아빠처럼 강한 성격으로 경마대회에서 나와 윤유성의 결혼을 발표했을지도 몰라! 완전히 아빠가 할 수 있는 짓이야!”경주는 피부가 따가웠다. 아람에게 잡혀 아팠지만 그것마저 행복했다.“아람아, 괜찮아. 구 회장님께서 정말 그렇게 하셨다고 해도 내가 너와 윤유성 그 자식이 엮는 것을 보고만 있었을 것 같아?”경주는 아람의 손을 잡고 키스를 하더니 뜨겁게 바라보았다.“무슨 대가를 치르던 널 뺏어올 거야.”‘뺏을 필요 없어. 난 네 것이야.’아람은 마음속으로 묵묵히 생각하며 눈을 깜빡였다.“하지만 이소희가 난동을 부린 덕분에 아빠가 너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 아니면 나와 아린 모두 윤씨 가문에 시집갔을 수도 몰라. 내 생각에는 윤 회장님이 아빠한테 뭐라고 했을 거야. 압박을 해서 아린이가 대신 시집을 간 거야. 젠장!”경주는 아람이 화난 것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다.“아람아, 비록 말하기 싫지만, 윤유성이 너에 향한 마음이 깊어 동생과 결혼하지 않을 것 같아. 너를 뺏으려면 혼인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지금 윤진수도 폐인이 되었는데, 구 회장님은 아홉째
아람은 전화도 끊지 않고 옷도 갈아입을 겨를도 없이 새장에서 날아오르는 새처럼 해장원의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늦은 밤, 불빛만 비쳐 있었다. 강직하고 훤칠한 그림자가 눈빛을 반짝이며 기대하고 있었다.오늘 밤 일기예보에 폭우가 쏟아진다고 했지만 경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성주에서 일을 마친 후 홀로 차를 몰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왔다. 이제 하루가 지났지만 너무 보고 싶었다.“경주야!”아람은 무거운 물을 밀치고 눈물을 흘리며 경주를 향해 달렸다. 아람은 눈웃음을 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행복한 미소는 아름답고 달콤했다. 경주는 두 팔을 벌려 맞이하려 했지만 아람은 이미 경주의 앞에 달려왔다. 경주는 든든한 팔로 아람을 깊숙이 안았다. “서둘러 왔어. 늦으면 네가 잠들어서 못 만날까 봐 걱정했어.”경주의 뜨거운 숨결이 아람의 귀에 뿌려졌다. 오른팔로 아람의 허리를 안고 왼손으로 등을 토닥이며 다정하게 말했다.“하지만 괜찮아. 온밤 기다리면 돼. 그저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보고 싶어.”“경주야.”아람은 킁킁거리며 눈이 빨개졌다. 바다의 고래처럼, 숲의 새처럼, 이 세상에 경주의 품만큼 아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곳은 없는 것 같았다.“응? 아람아, 울어?”경주는 깜짝 놀랐다. 아람의 턱을 들고 뜨거운 얼굴을 치켜들었다. 촉촉한 눈과 마주치는 순간 경주의 가슴이 아파 났다.“정말 울어? 누가 널 괴롭혔어?”아람은 경주의 가슴에 손을 놓고 옷을 잡았다. 구만복의 잔인한 말을 떠올랐다. 아린이 윤씨 그룹에 시집가는 건 경주와 만나는 것을 허락해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자 아람은 눈물이 차올랐다.“우리, 만나면 안 되는 거 아니야?”경주는 긴장하며 입술을 떨었다.“아람아, 왜 그래?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해?”“우리가 만나면 사람들이 계속 억울하게 당하는 거 아니야?”아람은 말할수록 눈물이 났다. 다른 사람 앞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였지만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연약한 모습을 보이며 눈물을 흘렸다.“오빠부터, 이제는 아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