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눈을 뜨자마자 구아람은 또다시 화장실로 직행했다.“아람아, 예전엔 주량이 꽤 세지 않았니? 왜 이렇게 술이 약해진 거야?”구진은 얼른 생수를 건네고 또 그녀를 위해 숙취해소제를 준비해 두었다.“3년 동안 술을 입에도 갖다 대지 않았는데…… 갑자기 많이 먹으니 힘들 수 밖에!”구아람은 신경주가 술을 많이 마시는 여자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그의 마음에 들려고 아예 술을 끊어버렸다.“술 아니었다면, 임신한줄 알겠네.”구진은 장난스럽게 아람을 향해 농담을 던졌다.“허…… 내가 정말 신경주의 아이를 가졌다면 오빠들 어떻게 할 거야?”구아람은 슬픈 눈동자를 한 채 이렇게 물었다.“뭘 어떡해? 넌 우리가 애지중지 키운 막내 여동생이야, 그 애 몸에 누구 피가 흐르던 그 애 잘못은 아니잖아, 우린 다 감당할 수 있어.”구진은 신경주를 뼈에 사무칠 정도로 싫어했지만, 법조인답게 훌륭한 직업소양을 갖추고 있었다.“그럴 일 없으니까 안심해, 신경주는 나랑 2세를 보고 싶어 하지도 않아.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젠 내가 사양하겠어.”구아람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머리도 식힐 겸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아, 맞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안나?”구진이 물었다.“내 기억으로는 내가 김인후한테 시비를 걸었고, 그때 신경주가 오긴 한 거 같은데…… 그후로는 기억이 안나.”“정말 기억이 안 나?”“음…… 되게 잘생긴 남자를 본 것 같기도 해, 그 잘생긴 남자가 아마 날 도와주었지? 에잇, 술 취하지만 않았다면 그 남자 연락처 한번 물어보는 건데.”“그 남자는 이유희라고 하는 남자야, 어제 우리가 갔던 곳은 걔가 새로 오픈한 클럽이고.”그 남자의 이름을 들은 구아람은 순식간에 흥미가 사라졌다.“그럼 됐어. 그 녀석은 개도 쳐다보지 않을 만큼 답이 없는 녀석이야.”“너 신경주랑 같이 남자화장실로 들어간 건 생각 안나?”구아람은 예상치 못한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전까진 둘이 뭔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들어갔을
‘나 구아람은 같은 함정에 두 번이나 빠지지 않아!’비밀조직에서 연락이 왔다.[구윤: 아람아, 어제 오후에 너에 관한 뉴스들, 전부 삭제했어. 널 괴롭히던 스토커 같던 번호들도 전부 처리했고.][구윤: 이 모든 게 전부 신경주가 꾸민 짓이야.][구아람: 응 알고 있어. 그래서 그 집 조상 귀신들 한 테 아주 고마워 죽을 지경이야.][넷째 오빠: 근데, 그게 지운다고 전부 해결될 것 같아? 정말 순진하긴.][셋째 오빠: 오늘 아침에 주식 개장 후 주가를 봤는데, 안타깝지만 신씨 그룹 주가가 그렇게 크게 변동하진 않았어.][구진: 아람아. 지금 당장 신씨네 그룹을 무너트릴 수 없을지는 몰라도 그 김씨 집안은 당장 손 좀 봐줘야지.][구아람: 당연하지.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 단 말 알지?]“수해야, 들어와.” 구아람은 전화에 대고 호출했다.임수해가 호출을 받고 바로 들어왔다. “아가씨. 찾으셨습니까?”“내가 말한 자료와 증거는 준비됐어?” 여사장 은 두 손을 의자 손잡이에 걸치고 앉아 가죽 의자를 유유히 돌리고 있었다.“다 준비되었습니다. 관련 부서에 언제든 제출할 수 있습니다.”“아니,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어.”구아람은 다리를 꼰 채로 백옥 같은 피부를 뽐내며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우선 구씨 그룹과 친한 언론사들을 좀 수소문해봐. 예를 들면 ‘해문뉴스’, 정말 진짜뉴스처럼 내보내서 사람들의 이목을 좀 끌어봐. 다음 얘기는 뒤에 하지.”“언론을 끌어들이면 일이 복잡하게 꼬일 까봐 염려됩니다. 차라리 직접 김씨 그룹을 직접 치는 게 더 쉽고 빠르지 않을까요?” 임수해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나는 명분이 중요한 사람이야. 난 일단 사냥감을 잡으면 단칼에 죽이지 않아, 천천히 괴롭힐 수 있는 만큼 괴롭히다가 고통스럽게 죽이는 걸 좋아해.” 구아람은 할아버지가 선물해준 옥 팔찌를 매만지며 차갑고 독한 기운이 서린 눈빛으로 말했다.중요한 건 이번 일이 밝혀지면 김씨 집안은 물론 김씨 집안 정도의 레벨
“구아람…… 이 이름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거 같은데.”신경주는 미간을 찌푸리고 작은 소리로 혼잣말을 했다.“제가 아가씨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더 조사를 해봤습니다.”평소 월급 값도 못한다고 구박받던 비서가 왠 일로 이번엔 쓸만하게 행동했다고 신경주는 속으로 생각하며 눈빛으로 칭찬을했다.“결과만 말해.”“결과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한준희의 어깨는 미안하다는 듯이 축 처졌다.“한준희, 내일 인사부에 가서 연봉을 다시 계산해야 될 것 같아.”신경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신 사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찾기 싫어서 안 찾는 것이 아니라 구 사장님의 자료가 완전히 기밀문서처럼 감춰져 있어서 아무리 열심히 찾아도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한준희는 놀라 낯빛이 잿빛이 되도록 땀을 훔쳤다.“사장님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제가 이 아가씨를 조사해 본 결과 그분은 구 사장님의 조강지처가 낳은 유일한 딸이고 구씨 가문의 귀족과 같은 자식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아무런 자료도 찾지 못했습니다. 정말이지 찾을 수 있는 모든 앱에서 다 찾아봤는데도 찾을 수 없는 것을 보면 다른 무언가 있지 않을 까요?”“혹시 그 사람 사진 있으면, 좀 보여줘 봐.”“아, 여기 있습니다! 엄청 힘들게 찾은 것입니다.”한준희는 핸드폰을 꺼내서 사진을 신경주에게 보여주었다.신경주가 사진을 보더니 화를 내며 말했다.“한준희! 너 죽을래?”핸드폰속의 사진은 낡고 희미하여 잘 알아볼 수 없는 데다가 네다섯 살 된 여자아이가 구만복의 품속에 있는 사진이었다.이렇게 낡고 희미한 사진으로 얼굴이나 알아볼 수 있을까!“신 사장님 죄송합니다. 진짜 인터넷을 다 뒤져서 유일하게 찾은 구아람 아가씨의 사진입니다. 20년전에 구 사모님의 장례식에서 찍은 사진이랍니다.20년전의 구아람은 지금 아마 한 스물 네 다섯 살 정도 되었을 것이다.백소아와 나이가 비슷할 것 같았다.사진을 볼수록 그의 미간은 점점 더 찌푸러졌다.왜 인지 모르게 사진속의 여자애는 백소아와
“경주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냈어?”신광구는 아내를 달래면서 물었다.“네. KS그룹의 새로 취임한 구아람 사장이 폭로한 것입니다.아버지가 새엄마를 위로하는 모습이 신경주는 보기 거북했다.이런 따뜻한 정은 경주의 기억속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그와 그의 어머니에게 온정을 베풀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미 경주의 친 어머니의 모습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KS…… 해문 구가네?!”진주는 입을 막고 놀란 듯이 말했다.“그 그룹, 해문에서 제일가는 부잣집 아닌가? 우리 동생네 집에서 설마 그 집안의 심기라도 건드렸나?”“구가네와 우리 신가네는 원래부터 악연이어서 본디 왕래를 하지 않는데…… 이전에 구가네 증조할머니가 이제부터는 절대로 신가네 집안과 결혼을 할 수 없고 만약 결혼을 하는 자는 구가네 집안에서 쫒겨 날거라고 말씀을 하셨어.”신경주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와 결혼할 상대는 구가네와 상관없는 김은주였다.그러나 이 말을 들은 그는 마음 한편 이 불편해지면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아이고! 이건, 무조건 구씨네가 우리 집과 김씨네가 사돈을 맺은 것을 보고 암암리에 우리 신가네를 구렁텅이에 빠뜨리려고 그러는 거예요.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야!”진주는 분해서 손수건을 꽉 쥐였다.“경주야, 내일에 그 구씨네 아가씨를 한번 만나봐. 방법을 생각해서 그 여사장 보고 김씨네를 공격하지 말라고 해. 이건 김씨네만 피해 입고 끝나는 게 아니야 우리 집안에도 타격이 있어!”신광구는 엄격한 말투로 말했다.“오빠, 너무 부담주지 말아요. 경주는 항상 부모 말 잘 듣는 착한 애잖아요. 조금만 말하면 다 알아서 잘해요.”“제가 김씨네 집안일에 나서는 건 은주를 위해서 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상관없어요. 아줌마.”신경주는 차갑게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진주는 화가 나 안색이 하얗게 되였다.그녀는 분명 신 회장의 부인인데 이 자식은 아직도 자기를 아줌마라고 부르다니…… 정말 그녀를 전혀 가족으로써 존중하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신경주는 슈트를 차려 입고, 들뜬 맘으로 KS WORLD 호텔로 향했다.로비에 들어가자마자 그는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꼈다.신경주는 작년에 이 호텔을 처음 방문했었다. 그때의 호텔엔 미흡한 부분이 많아 그는 투덜거렸었다 엄밀히 말해 불만족스러웠다.--- “지난날 했던 말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졌다.”지금의 호텔은 예전과 달리 아주 고급스러운 수준에 이르렀다.호텔의 상태를 보자 오너 아가씨의 관리능력이 아주 훌륭하다 생각했다. 역시 쉽지 않은 상대라 생각했다.“이분은 우리 신가 그룹의 사장님 이십니다. 신 사장님께서 구 사장님을 뵙고 싶어하신다고 구 사장님께 전달해 주십시요.”한준희가 여러차례 알아봤지만 구아람의 수행비서가 들고 온 대답은 이랬다.“죄송합니다만 구 사장님께 미리 선약을 하지 않으시면 그 누구도 사장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비서는 그나마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신가네 그룹의 신 사장님이신데 선약을 해야 합니까?”한준희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당연하죠.”“너!”한준희는 화가 나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는 수행비서를 한방 먹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그럼 오늘 예약하면 언제 구 사장님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신경주는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구 사장님께서 요즘 바쁘셔서 언제 만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아니면 내일 또 와보시겠어요.”“너!”한준희는 자기가 성격이 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수행비서의 말에 더는 화를 참을 수 없음을 느꼈다.“그만 해라, 한준희야. 먼저 예약해.”신경주는 한준희에게 예약은 하라고 했지만 속에는 천불이 일었다.아무리 화를 낸다 해도 해결될 일이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실망을 하고 차로 돌아간 한준희는 화가 나서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그리고는 힘껏 창문을 내리쳤다.“사람을 너무 얕잡아 보는 거 아닙니까! 여기가 구씨네 해문도 아니고 성주인데 구아람이 이렇게 사장님을 왔다 갔다 하게 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저러는지?!”“내일 또 오자.”
전화통화가 끝나자마자 임수해는 짜증 섞인 얼굴로 다짜고짜 들어왔다.“아가씨! 경주가 또또또또 찾아왔습니다. 보험이나 다단계를 하지 않으면 아까울 정도로 낯짝이 두꺼운 사람이네.”“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떻게 든 해보려 하는 거니, 그 끈기는 칭찬해줄만 하군.”아람이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저 서류에 사인하기 바빴다.하지만 임수해는 그녀의 미적지근한 말에서 조금이나마 쓰라린 감정을 눈치챌 수 있었고 그 또한 착각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아가씨, 이번엔 제가 직접 내려가서 반드시 쫓아내겠습니다.“아니야, 이제 데려와.” 아람이는 만년필 뚜껑을 닫고 눈짓을 하였다.“네?” 수해는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래졌다.“나를 만나려고 이렇게 애쓰시는데 나도 조금이나마 체면은 세워줘야 할 것 아니야.”아람은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더니 귀엽고 새하얀 발을 앞으로 뻗었다.임수해는 급히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하이힐을 신겨주었다.“지금 양식 레스토랑과 카페 쪽 구역에 가서 예쁘고 말주변이 좋은 아가씨 한 명만 데려와 주세요, 해줄 일이 있어서.”시간이 좀 지나고 임수해는 조건에 맞는 한 여직원을 데려왔다.“구, 구사장님 안녕하십니까.”직원은 어색하고도 진지하게 사장에게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했고 너무 놀라 숨도 꾹 참았다.“긴장하지 마세요, 당신에게 작은 일을 하나 맡길 겁니다. 만약 잘 해내신다면 보수도 넉넉히 챙겨 줄 생각이에요."아람이는 빙그레 웃었다.“사장님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직원의 볼이 빨갛게 변해갔다.“저는 사장님을 정말 좋아해요! 저는, 사장님의 팬입니다!”딱 좋았다, 팬이라고도 하니!아람이는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훑어보더니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몸매도 나랑 비슷하고. 임 비서, 가서 내 옷 한 벌과 신발을 챙겨줘.”“네? 네……”임수해도 어리둥절해 하며 떠났다.“사장님,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되나요?”직원이 친근하게 물었다.아람은 붉은 입술로 씨익 웃었다.“이
“하…… 하…… 사, 사장님……더 이상은 무리입니다.”호텔 계단이 원래 높게 설계된 데다 계단 개수도 많으니 8층까지 올랐을 때 한준희는 이미 숨이 턱까지 차올랐고 다리는 사시나무 떨듯이 후들거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남자가 좀 힘들다고 포기하면 쓰나, 두 층 정도 남았으니 힘내자.”신사장은 재촉하면서도 얼굴색 변화 하나 없이 위로 걸어 올라갔다.그는 올해 서른살이다. 한준희보다도 두 살 더 많은 그는 전에 위해부대에서 군인생활을 했고 제대후에도 헬스, 복싱 등으로 자기관리를 꾸준히 한 덕에 일반인들보다 근력이 월등히 좋았다.20층을 더 올라간다 하더라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었다. 그 당시 부대에서 야간마라톤을 최소 30바퀴는 뛰었으니.드디어 40층에 도착하였다. 한준희는 계단에 앉아 헐떡거렸고 경주는 그를 곁눈질해 가며 냉랭히 고개를 저었다.“신사장님, 반갑습니다.”경주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몸을 휙 돌렸는데 얼굴에 자본주의 미소를 띈 남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잘생긴 얼굴에 노루 같은 눈망울을 지녔고 여자들이 흔히 말하는 그런 댕댕이 같은 남자였는데 나이가 몇 살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저는 구사장님의 비서 임수해라고 합니다. 구사장님은 사장님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뭐라는 거야? 지금 늦게 올라왔다고 나무라는 건가?’경주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마음에 억누르느라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제 다리로는 도무지 엘리베이터를 이길수가 없으니 구사장님이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임수해는 별말없이 그저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기만 했다.“씁…… 이게 무슨 손님 대하는 태도 입니까?”참다 못한 한준희가 화를 내며 달려들었지만 경주가 이를 막아 섰다.“여기서 잠시만 기다려.”……경주는 임수해와 함께 사장실 앞에 도착했다.그는 깊은 숨을 푹 쉬었다.어찌 된 일인지, 큰일이 있어도 늘 익숙히 처리하던 그도 궁금했던 구사장을 이제 곧 만날 것을 생각하자 긴장하기 시작했다.노크소리와 함께 한 여성의 목소리가
“하하하……”아람이는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꼭두각시 역할이었던 직원도 그저 따라 웃을 뿐.경주는 눈살을 찌푸렸다.“사장님의 칭찬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거절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글은 제가 하루에도 몇 백 개씩 쓸 수 있으니 가져가셔도 됩니다.”아람이는 웃음 속에 조롱을 감추었고 경주는 얼굴이 굳어지며 손을 꾹 움켜잡았다.“신 사장님이 삼고초려 끝에 저를 겨우 만나셨는데 서법 글을 보려고 온 것은 아니실 테고, 저희 바로 본론으로 넘어갈까요?”구아람은 그와 굳이 눈치싸움을 하고 싶지 않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솔직히 말할게요. 김 씨 그룹의 일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저는 구 사장님이 김 씨 그룹에 대한 압박을 멈춰 주셨으면 합니다. 조건은 부르는 대로 맞춰드리도록 하겠습니다.경주는 무뚝뚝한 목소리와 다소 위협적인 눈빛으로 얘기했다.“아무래도 경주에서는 저희랑 합작하시는 게 구 사장님께도 꽤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신사장님은 제가 김 씨 가문을 압박을 했다고 여기시네요?”구아람은 그만 실소를 터뜨렸다.“저는 오히려 정의로운 행동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오직 이익만을 위해 그 어떤 행동도 할 수 있는 악질적인 기업을 폭로하는 게, 같은 업계 사람들 한테 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물건을 생산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많은 백 년 역사를 가진 자동차 브랜드에서도 여전히 여러 문제로 물건을 반품당하기 건 다반사입니다.”경주는 여전히 김 씨 가문을 감싸며 변명을 늘여놓는다.“구 사장님, 공장에 연락해 반품하거나 교환하셔도 되는 일이었을 텐데, 꼭 이렇게 그런 식으로 폭로해서 김씨 가문의 얼굴의 먹칠을 하셨어야 됐습니까? 구가 그룹이 힘을 이용해 한 중견기업을 무너뜨리고 몰살시키면 앞으로 적어도 경주에는 그 누구도 구씨 그룹과 협력 하려하지 않을 겁니다.”구아람은 눈을 차갑게 뜨면서 손에 있던 초콜릿을 꽉 쥐였다.경주의 말속의 말은 그녀에게 김씨 가문을 가만히 두지 않으면 구씨 그룹이 경주에서
“신 사장님 다음에 호텔에서 하면 안 돼? 허리가 너무 아파.”경주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호텔에서 하면 허리가 안 아파?”아람은 부끄러워 경주의 가슴을 내리쳤다.“아람아, 주말의 연회에 성주 유명 가문들이 거의 다 올 거야.”경주는 엄숙하고 진지하게 말했다.“너와 사귀는 것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싶어. 그래도 돼?”아람은 눈을 부릅뜨고 경주의 눈을 바라보더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람이 싫어하는 줄 알고 손을 꼭 잡았다.“사실 프러포즈를 하고 싶어. 하지만 네가 준비가 안 되고 너무 서둘러서 널 곤란하게 할까 봐 걱정돼.”“왜 그날이야?”“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경주는 울컥하며 수천 가지 감정이 솟구쳤다.“모든 사람에게 난 네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수해는 피곤한 몸을 끌고 임씨 가문에 돌아왔다. 아람한테서 아린이 울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여러 번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결국 아린은 핸드폰을 꺼버렸다. 수해는 낯까지도 행복했는데 왜 저녁에 만나지 말자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우리 착한 동생, 오늘 구씨 가문 아가씨와의 데이트가 즐거웠어?”임윤호는 비아냥거리며 말하자 수해는 냉정하게 바라보았다.“즐겁지 않았나 보네, 안색이 너무 안 좋아.”임윤호는 다가와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왜, 손에 들어온 행복이 무너질 것 같아?”“누군가 했더니, 신씨 가문의 개구나.”수해는 차갑게 웃으며 임윤호의 조롱을 무시했다.“내가 개라도 내 실력으로 벌고 있어. 난 당당해.”임윤호는 뻔뻔하게 계속 조롱했다.“여자에 기대어 올라가는 너보다 훨씬 나아. 역시 비서가 다르네. 구씨 가문 아가씨를 꼬시더니 이제 아홉째 아가씨를 만나? 귀족 가문에 장가가고 싶어서 우리 동생이 최선을 다하네. 대단해!”수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먹을 쥐고 임윤호의 다친 코를 더 때리고 싶었다. 그러자 유혜령이 제때 나서서 말했다.“수해야, 그만해!”화나 있는 수해는 말을
하지만 어떻게 해야 구만복의 마음을 바꾸고 아린과 유성의 결혼을 막을 수 있을지 몰랐다. 아람은 숨을 고르며 오늘 밤에 있었던 일을 경주에게 말해주었다. 구만복과 싸운 일은 자연스럽게 생략되었다.경주는 단단한 팔로 아람의 허리를 감싸안고 눈썹을 찌푸렸다.“나랑 만난다고 구 회장님께서 동생을 윤씨 가문과 결혼시켜? 아무리 애착이 있다고 해도 너무 갑작스럽네.”“갑작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아.”아람은 답답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화가 나서 경주의 가슴을 잡았다.“아빠가 엄청 음흉해. 전에 너랑 만나는 거 싫어했었어. 전부터 이미 윤 회장님과 윤씨 그룹과 혼인을 결정했을 수도 있어. 지난번 경마 대회에서 수해한테서 들었어. 구만복과 윤유성이 사이가 좋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어. 그것도 계획일 수 있어. 그저 이씨 가문이 문제를 일으키고 진주가 잡혀서 계획이 틀어졌을 수도 있어. 아니면 아빠처럼 강한 성격으로 경마대회에서 나와 윤유성의 결혼을 발표했을지도 몰라! 완전히 아빠가 할 수 있는 짓이야!”경주는 피부가 따가웠다. 아람에게 잡혀 아팠지만 그것마저 행복했다.“아람아, 괜찮아. 구 회장님께서 정말 그렇게 하셨다고 해도 내가 너와 윤유성 그 자식이 엮는 것을 보고만 있었을 것 같아?”경주는 아람의 손을 잡고 키스를 하더니 뜨겁게 바라보았다.“무슨 대가를 치르던 널 뺏어올 거야.”‘뺏을 필요 없어. 난 네 것이야.’아람은 마음속으로 묵묵히 생각하며 눈을 깜빡였다.“하지만 이소희가 난동을 부린 덕분에 아빠가 너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 아니면 나와 아린 모두 윤씨 가문에 시집갔을 수도 몰라. 내 생각에는 윤 회장님이 아빠한테 뭐라고 했을 거야. 압박을 해서 아린이가 대신 시집을 간 거야. 젠장!”경주는 아람이 화난 것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다.“아람아, 비록 말하기 싫지만, 윤유성이 너에 향한 마음이 깊어 동생과 결혼하지 않을 것 같아. 너를 뺏으려면 혼인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지금 윤진수도 폐인이 되었는데, 구 회장님은 아홉째
아람은 전화도 끊지 않고 옷도 갈아입을 겨를도 없이 새장에서 날아오르는 새처럼 해장원의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늦은 밤, 불빛만 비쳐 있었다. 강직하고 훤칠한 그림자가 눈빛을 반짝이며 기대하고 있었다.오늘 밤 일기예보에 폭우가 쏟아진다고 했지만 경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성주에서 일을 마친 후 홀로 차를 몰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왔다. 이제 하루가 지났지만 너무 보고 싶었다.“경주야!”아람은 무거운 물을 밀치고 눈물을 흘리며 경주를 향해 달렸다. 아람은 눈웃음을 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행복한 미소는 아름답고 달콤했다. 경주는 두 팔을 벌려 맞이하려 했지만 아람은 이미 경주의 앞에 달려왔다. 경주는 든든한 팔로 아람을 깊숙이 안았다. “서둘러 왔어. 늦으면 네가 잠들어서 못 만날까 봐 걱정했어.”경주의 뜨거운 숨결이 아람의 귀에 뿌려졌다. 오른팔로 아람의 허리를 안고 왼손으로 등을 토닥이며 다정하게 말했다.“하지만 괜찮아. 온밤 기다리면 돼. 그저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보고 싶어.”“경주야.”아람은 킁킁거리며 눈이 빨개졌다. 바다의 고래처럼, 숲의 새처럼, 이 세상에 경주의 품만큼 아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곳은 없는 것 같았다.“응? 아람아, 울어?”경주는 깜짝 놀랐다. 아람의 턱을 들고 뜨거운 얼굴을 치켜들었다. 촉촉한 눈과 마주치는 순간 경주의 가슴이 아파 났다.“정말 울어? 누가 널 괴롭혔어?”아람은 경주의 가슴에 손을 놓고 옷을 잡았다. 구만복의 잔인한 말을 떠올랐다. 아린이 윤씨 그룹에 시집가는 건 경주와 만나는 것을 허락해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자 아람은 눈물이 차올랐다.“우리, 만나면 안 되는 거 아니야?”경주는 긴장하며 입술을 떨었다.“아람아, 왜 그래?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해?”“우리가 만나면 사람들이 계속 억울하게 당하는 거 아니야?”아람은 말할수록 눈물이 났다. 다른 사람 앞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였지만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연약한 모습을 보이며 눈물을 흘렸다.“오빠부터, 이제는 아린이
이제 유일한 돌파구는 왕준의 상사 라이언을 잡는 것이다. 라이언의 증언이 있으면 유성의 정체가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구만복에게 더 많은 걸 알려줄 수 없었다. 말할수록 위험하고 경주와의 계획이 망칠 수도 있다.“그러면 증거를 가져와. 그때 다시 결정하든지 할게.”구만복은 식은땀을 흘렸다. 더 이상 아람과 싸울 힘이 없어 문밖으로 나갔다. 기 비서는 구만복이 아프다는 것을 눈치채고 급히 따라갔다.“아빠, 이 비인간적이고 이기적인 자본가야!”아람은 구만복의 뒷모습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아빠가 싫어. 너무 싫어!”구만복은 마치 칼에 찔린 듯 가슴이 아파 몸이 흔들렸다. 지난번 아람이 구만복을 욕하고 싫다고 할 때는 구만복이 제일 사랑하는 여자, 아람의 엄마가 돌아갈 때였다.‘정말 모르겠네, 어렸을 때부터 제일 좋은 것을 모두 아람에게 주었는데. 가족의 모든 사람을 희생하여 아람의 미래를 도와줄 수 있는데, 왜 미움만 쌓는 거야.’“신경주와 만나고 싶어 하잖아.”구만복은 등을 지고 차갑게 말했다.“네가 추구하는 사랑은 모든 사람의 축복을 받을 수 없어. 불만이 있는 사람은 수작을 부릴 거야. 이렇게 하면 네 사랑을 허락할 수 있고 KS 그룹을 안정시키고 아린에게 좋은 가문에 시집을 보낼 수 있어. 왜 싫다는 거야?”아람은 점점 실망스러워 숨이 막혔다.“난 너희들의 아빠일 뿐만 아니라 재단의 책임자야. 자식들의 사랑을 위해 재단의 위험을 홀시할 수 없어. 게다가 너에게 자유를 주었고 모두에게 너처럼 대할 수 없어. 만족할 줄 알아야 해. 구아람.”아람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처음으로 구만복이 무서운 사람이라고 느꼈다....방으로 돌아가는 아람은 옷이 땀에 푹 젖었고 허탈한 것 같았다. 가슴 속은 괴로움으로 가득 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했다.‘안 돼, 아린이가 윤씨 가문에 시집갈 수 없어. 윤진수든 윤유성이든 모두 아린을 비하하는 거야!’구만복은 유성의 정체를 잘 몰라도 아람은 잘 안다. 그래서 무슨 대가를 치르던 결혼을
쾅 하고 아람은 화를 내며 문을 열었다. 아름다운 얼굴은 분노에 차 빨개졌고 주먹을 꽉 쥐었다. 구만복과 구 비서는 깜짝 놀랐다. 구만복은 바로 침착하게 말했다.“이 계집애, 예의도 없어? 노크할 줄 몰라?”“어렸을 때부터 해장원에서 난 노크를 한 적도 없어. 이제 와서 예의를 따져? 허, 찔려서 그래?”아람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다.“아빠는 뭐라고 생각해? 결혼도 여러 번 하면서 이제 딸을 바치며 윤씨 그룹에게 잘 보이려고 해? 아빠가 참 대단하네, 그저 바람둥이인 줄 알았는데 이기적인 사람이네! 내가 아빠를 너무 과대평가했어!”구만복은 순간 피를 토할 뻔했다. 이번에 말투는 예전처럼 여유를 부리지 않고 냉정하게 말했다.“네가 뭘 알아. 이건 편법이야.”“딸을 팔고 사랑하는 두 사람을 헤어지게 했어. 아린의 행복을 망쳐놓는 게 아빠의 편법이야?”아람은 차갑게 말했다. 구만복이 한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합쳐도 이렇게 화나지 않았다.“넌 어려서 권력자가 얼마나 곤란한지 몰라. 구씨 가문은 대 가문이야. KS 재단에 몇만 명의 직원이 있어. 어떻게 다 생각대로 되겠어? 내가 올라오기 전에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몰라. 나도 많이 희생해서 지금의 구씨 가문이 있는 거야!”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렸다.“허, 그 말은 날 위해 수많은 사람을 희생하겠다는 거야?”아람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금 아린을 희생했는데, 이제 또 누구를 희생할 거야? 화가 나갔어, 여섯째 언니가 결혼을 일찍 해서 화나고, 희생시킬 딸을 더 많이 낳지 못해서 화나겠어!”“구아람, 너!”구만복은 벌떡 일어나 제일 사랑하는 딸을 노려보았다. 부녀는 서로 상대했다. 기 비서는 땀을 흘렸다. 제일 무서운 것이 구만복과 아람이 싸우는 것이다.“그럼 어떡해? 다른 세 가문과 적이 될 거야? 네가 아무리 대단해도 상대할 수 있어?”“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내가 못 한다고 생각해? 날 얍잡아 보는 거야?”아람은 점점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윤유성은 악독하고 위선적인 사람
서재에서 얘기는 계속 이어갔다. 구만복은 자식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절친이 있다. 고귀한 출생에 부유한 집안도 있다. 세상 사람들은 구만복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기 비서밖에 없었다.“기 비서, 지금 상황은 그렇게 쉽지 않아.”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몇 년 전, 아람이 밖에서 돌아다닐 때, 재단의 일은 항상 윤이가 챙겼어. 힘들어하는 것도 알아. 나중에 아람이 돌아오자 바로 자리를 내주었어. 자신의 능력이 어떤지 잘 알고 있어. 돌파하고 싶어도 어려워. 게다가 윤이와 진이는.”구만복은 후회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기 비서는 눈을 부릅뜨며 말하지 않았다.“아무리 생각해도 아람이 후계자로 가장 적합해. 내가 신경주를 싫어해도 아람이가 신경주를 너무 사랑해. 신경주는 신씨 그룹에서 처지가 좋지 않고, 위에 자리를 협박하는 형이 있어. 하지만 신경주가 아람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야. 그 모습은 내 젊을 때와 많이 닮았다. 나중에 신씨 가문에 있지 못하면 데릴사위가 되어도 아람이나 우리 KS에도 좋은 일이야.”구만복은 늘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심지어 경주의 미래까지 생각해 놓았다. 기 비서는 씁쓸하게 웃었다.“구 선생, 너무 생각이 많네요. 신 사장님의 능력으로 데릴사위는 아닌 것 같아요. 자존감도 높고 군인 출신인데 아가씨 덕을 보지 않을 것 같아요.”“그냥 그렇다는 말이야. 잘 나가면 더 좋지. 하지만 안 되면 아람을 도와 신씨 그룹을 없애면 난 더 좋아!”구만복은 도도하게 쳐다보았다.“그저 아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돼.”밖에서 엿듣던 아람은 이를 악물었다.‘참, 말을 지나치게 하네!’“하지만 이게 다 나중의 일이야. 지금은 상황에서 아람과 신경주를 허락해 주려면 바깥세상의 혼란을 진정시켜야 해. 정용은 내 생명의 은인이야. 그렇다 해도 이 결혼이 파탄 나면 윤씨 가문은 이제부터 우리의 적이 될 거야.”구만복은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팠다.“지난번 경마 대회 이후 이씨 가문과 완전히 끝났
아람은 아린이 들은 것을 알고 일부러 멈추지 않고 걱정하며 쫓아갔다.“아린아, 왜 그래?”아람은 아린의 팔을 덥석 잡았다. 아린은 천천히 돌아서며 눈물을 흘렸다.“괜찮아요, 언니.”아람은 깜짝 놀랐다.“너, 울어? 왜 울어? 수해랑 싸웠어? 아니면.”“언니, 신 사장님과 꼭 행복하세요.”이상한 말만 남기고 아린은 아람의 손을 뿌리치고 달아갔다. 아무리 불러도 멈추지 않았다. 아람은 눈썹을 찌푸렸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껴져 바로 수해에게 전화했다.“아가씨.”수해의 목소리도 힘이 없었다.“수해야, 아린이랑 무슨 얘기 했어? 왜 그렇게 슬프게 울어? 네가 괴롭혔어?”아람은 허리에 손을 놓고 물었다.“아린이가 울어요?”수해는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아람에게 솔직하게 말했다.“아가씨, 아홉째 아가씨와 싸우지 않았어요. 밖에서 돌아올 때부터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물어봐도 그저 한동안 저를 안 만나겠다고만 했어요. 다른 건 말하지 않았어요.”아람은 들을수록 수상했다. 아린이 수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람은 잘 안다. 오전까지만 해도 서로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갑자기 안 만나겠다고 하는 건 너무 이상하다.“오늘 밤 아린이 혼자 나갔어? 뭐 하러 갔어? 너한테 말했어?”수해는 잠시 생각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아린이가 구 회장님, 그리고 셋째 사모님과 같이 나간 것 같아요.”아람은 이 말을 듣자 안색이 어두워졌다....서재에서.구만복은 기 비서가 준 뇌경색 약을 먹고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기 비서, 타구를 가져와, 토하고 싶어. 우웩.”“잠시만요! 좀만 참으세요!”기 비서는 바로 달려가 타구를 가져오고 한쪽 무릎을 꿇고 구만복 곁에 있었다. 구만복은 가슴에 손을 놓고 몸을 숙여 고통스럽게 있었지만 아무것도 토하지 못했다.“구 선생, 약이 너무 독해요, 양을 줄여야 해요.”기 비서는 구만복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회복되기 전에 쓰러지겠어요. 그러면 안 되잖아요.”“늙
“구 회장님.”구만복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제야 언제부터 얼마나 오랫동안 서 있었는지 모를 수해가 보였다.“수해야, 너무 늦었는데 아직 안 갔어?”구만복은 담담하게 물었다.“구 회장님, 저.”수해는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알아, 아린을 기다리고 있어?”수해의 마음이 들켜 민망하였다. 한참동안 침묵하더니 죄책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구 회장님, 제 형에 대해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저를 믿어주세요. 임씨 가문이 어떤 선택을 하든 저는 회장님의 편이고 아가씨의 편이에요. 초심을 잃지 않을 거예요.”구만복은 입꼬리를 올렸다.“이건 네 집안 일이야. 나와 해명할 필요는 없어. 아린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지? 잘 얘기해, 방해하지 않을게.”이 말을 듣자 수해는 설명할 수 없는 서늘함이 느껴졌다. 정신을 차릴 때 구만복은 이미 자리를 떠났다. 한참 지난 후 아린은 창백한 얼굴을 정리하고 혼을 잃은 듯 들어왔다.“아린아!”수해는 성큼성큼 다가가 팔을 벌려 사랑하는 아린을 품에 안았다.“수해 오빠. 숨, 숨이 안 쉬어져요.”아린은 평안한 척 가벼운 호통을 쳤다. 수해는 눈시울을 붉히며 아린의 말을 듣지 않았다. 부들부들 떠는 팔은 아린을 꼭 안았다. 뜨거운 입술은 아린의 어깨에 닿고 깊게 키스를 했다.“미안해, 임씨 가문 때문에 널 곤란하게 했어.”아린은 심호흡을 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아니야, 너무 생각하지 마.”마음이 통하는 두 사람은 한참을 포옹한 뒤 마지못해 헤어졌다.“수해 오빠. 이제 커리어 계획을 세울 거라 매우 바쁠 거야.”아린은 다정하게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4년 동안 성주에서 학교를 다녀 해문에 자주 있지 않았어. 이제 시간이 많아져서 집에서 부모님 곁에 있고 싶어. 오빠도 금방 회복되었어. 언니가 전에 KS 범무부에 보내고 싶다고 했어. 앞으로 오빠도 많이 바쁠 거야.”수해는 숨이 막혀 순간 긴장했다.“아린아,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당분간 만나지 말자.”아린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식사는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마쳤다. 윤씨 가문과 혼인을 맺는 다는 소식을 들은 아린은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안해했다. 맑은 얼굴은 창백해졌고 온몸이 차가웠다. 집가는 길에 초연서와 같은 차에 타서 구만복과 교류할 기회도 없었다.“엄마, 왜 그래요?”아린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물었다.“제가 수해 오빠를 사랑하는 거 알잖아요. 제가 수해 오빠와 결혼할 걸 알면서 왜, 왜 윤씨 가문에 시집가라고 해요?”초연서의 가슴이 아팠지만 침착하게 말했다.“네 아빠와 생각이 같아, 이 결혼이 너와 어울려. 임씨 그룹 부부는 우리 모녀를 좋아하지않아. 억지로 시집을 가면 축복을 받지 못해. 매일매일 괴로울 거야. 네 언니가 얼마나 강한 사람이야. 신씨 가문에 시집간 3년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알잖아. 결국 이혼하게 되었어. 게다가 임 도련님이 구씨 가문을 상대하고 있어. 심지어 구씨 가문의 은혜를 잊고 진주에게 변호를 해주고 있어. 변호사는 사건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거 알지만, 진주가 어떤 사람이야. 매번 네 언니를 해치는 사람인데.”당시 배우였을 때 진주에게 받은 비방과 굴욕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임윤호의 행위, 그리고 임씨 부부의 방종은 나도, 네 아빠도 참을 수 없어. 임씨 가문의 가풍은 예전과 같지 않아. 혼인 관계를 맺으면 안 돼.”“하지만, 하지만 수해 오빠는 그 사람들과 다르잖아요!”아린의 가슴은 큰 손에 잡힌 듯 아파났다.“수해 오빠는 대학을 졸업한 후부터 오빠와 언니를 도와주고 있어요. 우리 가족에게 얼마나 충성스러운지 아빠도 잘 알 거예요. 만약 이런 이유로 수해 오빠를 부정한다면 너무 억울하고 슬프잖아요!”단순한 아린은 자신의 미래가 아닌 수해를 위해 불평불만을 털고 있었다.“그리고 언니도 말했었어요. 당시 신 사장님과 이혼한 건 신씨 가문의 압박 때문이 아니라 그 당시 신 사장님이 언니를 사랑하지 않고 실망하게 해서 그런 거예요. 하지만 수해 오빠는 저를 실망하게 한 적이 없어요!”초연서는 눈을 깜빡이며 입을 다물었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