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이소희 스스로 때렸다고? 얼굴이 부었어. 자기한테도 이렇게 잔인해?’소희의 얼굴은 순간 창백해졌다. 부어오른 얼굴마저 하얬다.“구아람,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미쳤어? 내가 왜 날 때리겠어?”“미친 것 같은데.”아람은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며 어깨를 으쓱했다.“미쳤을 뿐만 아니라 날 놀라게 했어. 너한테 배상을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나한테 덮어씌우는 거야? 이씨 가문 아가씨는 사람을 함부로 모함해도 돼?”사람들은 소곤거렸다. 플래시가 소희의 창백한 얼굴에서 미친 듯이 반짝였다.“구씨 가문 아가씨의 품성을 의심할 수 없잖아. 전에 자선도 하고 공익 활동도 참가했어. 그 불쌍한 신씨 가문 가정부에게 장례까지 치러주었어. 이소희를 모함하지 않을 거야.”“구아람 씨가 때린 거라고 해도 이유가 있겠지.”“질투해서 사람을 때렸을 수도 있어. 사람을 때린 건 잘못이야. 구아람의 품성에 의심을 해봐야겠어!”아람은 이런 여자들 사이에서 암투를 벌이는 게 너무 지겨웠다. ‘이소희가 날 모함하고 싶으면 고급 적인 수작을 부려야지.’당당한 아람은 오해를 받아도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의 얼굴이 부을 정도로 때렸을 때부터 아람은 이미 이겼다. 아람은 그 자리를 떠나려고 할 때 사람들 사이에서 조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소희야, 왜 그래? 누가 널 괴롭혔어?”사람들이 자리를 비키자 이상철이 이씨 가문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급히 다가왔다.“할아버지, 엄마.”소희는 눈물을 흘리면서 입술을 떨었다. 소희의 머리가 엉크러지고 얼굴이 부어오른 채 바닥에 주저 않는 모습, 아람이 서서 비아냥거리는 눈빛을 보자 하진영은 당연히 아람이 소희를 괴롭혔다고 생각했다.“여봐, 아가씨를 부축해!”이상철이 명령을 내리자 경호원들은 급히 달려들어 기자들이 다가오게 하지 못했다.“소희야!”하진영도 바로 다가가 소희를 안고 화난 눈빛으로 아람을 노려보았다.“구아람 씨! 불만이 있으면 날 찾아오세요, 왜 우리 딸을 괴롭혀요?”“엄마, 몸도 안 좋
다행히 상대는 구씨 가문 아가씨 아람이었다. 다른 사람이면 목숨까지 위험했을 것이다. 구윤은 어두운 안색으로 소희를 노려보았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지만 소희를 소름 돋게 하여 하진영의 품에 안겼다.초연서는 구만복의 팔을 풀고 재빨리 다가가 아람의 손을 꼭 잡았다.“아람아, 괜찮아? 안 다쳤어?”이 말을 듣자 이씨 모녀는 더욱 화가 났다.“괜찮아요, 이모. 괜찮아요.”아람은 초연서가 놀랄까 봐 다정하게 위로했다.“아람아, 네가 사람을 때렸다는 걸 난 믿지 않아. 넌 얼마나 당당한지 우린 잘 알아. 다른 사람이 안 믿어도 우린 믿어.”초연서는 고개를 돌려 차가운 시선으로 소희를 보았다. 구만복은 입술을 꼭 다물고 눈썹을 찌푸렸다. 아람을 보는 눈빛은 다소 복잡했다. 아람이 사람을 때린 건 걱정되지 않는다. 그저 이 모순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걱정되었다.‘이 일이 소문나면 아람을 어떻게 생각하겠어? 평판은 사소한 일이 아니야. 나중에 재단을 물려받으면 사회에서 공신력이 있어야 해. 옳바른 모습을 보여야 해. 아니면 약접을 잡고 위로 올라가는 것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어르신, 사모님. 아람이 사람을 때린 걸 봤어요? 증거가 있어야 해요.”청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격적이지 않았지만 가볍게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돌아서보니 유성이 사랑하는 아람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아람은 차가운 눈빛으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기를 바랐다. 그럴 필요도 없고, 도움이 필요해도 그 사람이 유성이 아니라 경주였으면 했다.“윤 도련님, 무슨 뜻이에요? 우리 소희가 구아람 씨를 모함한다는 거예요?”이상철은 어두운 안색으로 물었다.“그건 이소희 씨에게 물어야죠. 말 한마디로 자신을 망칠 수 있어요.”유성은 아람 앞에 다가갔다.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다정한 눈빛으로 아람을 바라보자 감탄이 자자했다.“윤씨 가문 도련님이 구아람 씨를 좋아하네, 전에 바자회 때부터 알아봤어!”“말할 필요 있어? 구아람을
하지만 유성은 단호했다.‘윤유성이 직접 봤어, 아니면 들었어? 왜 구아람을 지켜주는 거야?’“이소희 씨, 다시 한번 물어볼게요.”유성은 소희에게 다가갔다. 검은 눈동자는 차가운 빛을 반짝여 소희를 소름 돋게 했다.“아람이 정말 당신을 때렸어요?”“저.”소희는 울컥했다.“다 성인인데,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해요. 사실이 드러나면 후회해도 소용이 없어요.”주위는 점점 조용해지며 소희의 대답을 기다렸다. 잛은 몇 초가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마침내 유성의 치명적인 압박감에 굴복했다. 아무런 이유없이 유성이가 두려웠다. 마치 칼이 목에 다은 것 같았다. 소희는 경주와 유희를 이정도로 무서워한 적도 없었다.“저, 구아람 씨와 기분이 상한 일이 있었어요. 제가 조심하지 않고 문에 부딪혀 넘어졌어요.”소희는 뺨을 때린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말 한마디로 아람의 오해를 풀고 상상하게 했다.“와, 정말 스스로 때린 거야? 악독하네!”“아직도 모르겠어? 윤 도련님이 압박을 주자 견디지 못하고 말을 바꾸었어. 방금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보지 못했어?”“쯧, 역시 여자 아이네. 바로 겁을 먹었네. 나라면 죽어도 인정하지 않아. 증거를 꺼내라고 해야지!”“이소희 편을 들어? 이건 모함이야. 구씨 가문이 가만 있지 않으면 이소희가 앞으로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유성은 식은 죽 먹기로 아람을 도와 해결했다.하지만 아람은 여전히 안색이 어두웠고 유성에게 고마운 마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리며 유성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하는 웃음을 지었다. 구윤이 다가가 아람의 어깨를 안으며 여유있게 이상철에게 말했다.“어르신, 아직도 해명이 필요한 지 모르겠네요. 해명을 듣고 싶어도 좋아요. 경마 대회가 끝난 후 변호사를 데리고 경찰서에 가서 해결하시죠.”구만복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이 말들은 구만복이 직접하기에는 애매했다. 하지만 젊은 구윤이 오빠로서 동생을 지키는 건 당연했다. 하진영은 당황하여 소
이씨 가문 큰 도련님. 유희와 소희의 아버지인 이준성은 구만복이 존경하는 후배이고, 사적으로 친분도 있다. 당시 이준성이 사고를 당하여 돌아갔을 때도 오랫동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준성이 살아 있다면 이씨 가문은 더 번창해질 것이다. 신씨 그룹과 위아래를 다투는 상대는 윤씨 가문이 아니었을 것이고, 유희가 이씨 그룹에서의 처지도 지금처럼 난감하지 않을 것이다.“됐어요. 일년에 한 번 열리는 경마 대회인데, 즐겨야죠. 우리 구씨 가문도 흥을 깨고 싶지 않아요, 사적인 일 때문에 시선을 끌고 싶지 않아요.”구만복은 대인배 모습을 보였다.“어르신, 손녀가 우리 아람에게 사과하고 이 일을 넘기죠.”소희의 머리 속이 윙윙거리며 원망스러워 눈을 붉혔다. 아람에게 사과하는 건 칼로 찌르는 것보다 괴로웠다.“소희야, 빨리 구아람 씨에게 사과해!”이상철은 화를 내며 재촉했다. 소희는 이를 악물었다. 몸을 부들부들 떨며 온힘을 다해 입을 열었다.“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아람의 입가에는 웃음꽃이 피어 너무 아름다웠다.“괜찮아, 잘못한 걸 알면 돼. 앞으로 다시는 이러지 말았으면 좋겠어. 제멋대로 한 행동이 다른 사람의 명예를 망칠 수 있어. 모든 사람이 이씨 그룹과 상대할 수 있는 건 아니야.”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아람의 병주고 약주는 방법은 너무 독했다. 이때, 실검 두 개가 조용히 올랐다.“자신의 뺨을 때린 이소희.”“구아람에게 사과한 이소희.”[하하하, 너무 웃겨, 자기 뺨을 때려? 이소희가 이렇게 대단해?][이건 무슨 미친 짓이야? 새로운 게임이야?][이소희가 정신병이 있어? 이씨 가문 사람이 이소희를 데리고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 젊을 때 빨리 치료해야지!]소희는 망신을 당했고 네티즌들은 너무 웃겨 배를 잡았다. 이씨 가문도 소희 따라 체면을 잃었다. 이상철은 화가 나서 소희를 노려보더니 화를 내며 가버렸다. 하진영은 소희를 껴안고 뒤를 따랐다. 이준상도 곁에 있었다.“준상아, 소희를 도와줘서 고마워.”하진영은 감격스러운
아람은 차갑게 유성의 다정함 속에 감춘 음흉한 얼굴을 쳐다보며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아가야, 네 마음을 알아. 아직 시간이 많아. 앞으로 아람과 만날 시간이 많고도 많아.”유성을 바라보는 구만복의 눈빛은 더없이 다정하고 의미심장한 말도 했다. 플래시는 이 순간을 기록하였다. 사람들의 감탄이 자자했다. 전설적인 인물이자 비즈니스 거물 구만복이 단 한 번도 후배에게 이렇게 다정한 적이 없었다. 사위를 대하는 태도라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구 회장님께서 윤 도련님과 구아람 씨를 역기려는 느낌이지?”누군가가 소곤거렸다.“내가 보기에도 그래. 신 사장님한테는 늘 차가웠는데, 윤 도련님에게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하고 있어. 너무 뻔하잖아. 그리고 윤 회장님과 구 회장님이 친구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어. 구아람 씨가 주관적이고, 구 회장님도 애지중지 않으면 3년 전에 신 사장님께 시집가겠어? 진작에 윤 도련님과 혼인을 맺었겠지!”“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구아람이 신경주에게 미련이 있어. 두 사람이 함께 레드카펫도 걸었는데, 화해할 것 같아.”“풋, 무슨 소용이 있어? 귀족 가문 도련님, 아가씨들의 결혼을 자신이 결정할 수 없어. 구 회장님이 한번 봐주었는데, 또 봐주겠어?”“구씨 가문이 정말 윤씨 가문과 혼인관계를 맺으면 큰 이슈야. 성주 전체 상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다줄 거야.”아람은 그 말들을 듣자 안색이 어두워지며 빠르게 떠났다.“아람 씨!”유성을 홀로 따라오며 걱정했다.“왜요, 아직도 이소희 때문에 화나 있어요?”아람은 말 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아람 씨, 화가 풀리지 않으면 풀리게 할 방법이 많아요. 아람 씨만 행복하다면 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요.”갑자기 아람은 발걸음을 멈추었다.“정말 증거가 있어요? 이소희가 날 모함한 증거?”“없어요, 그냥 말만 한 거예요. 이소희가 찔리는 게 있는 걸 알았어요.”유성은 가볍게 웃으며 솔직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 이소희는 신효린보다 휠씬 마음이 약해요. 이씨 가문 아가씨로서
“그저.”한무는 말을 잇지 못했다.“뭐?”경주는 가슴이 떨려 급히 물었다.“사모님을 도와준 사람이 윤유성이에요.”한무가 이 이름을 말하는 순간 이미에 식은땀이 났다. 경주의 눈시울이 서서히 붉어지면서 우월한 턱선이 순간 날카로워졌다.“뿐만 아니라 인테넷에서 구 회장님과 윤유성의 다정한 사진이 돌고 있어요. 소식에 따르면 구씨 가문이 윤씨 가문과 혼인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네요, 사모님이 윤유성에게 시집갈 수도 있어요!”말을 하고 한무도 무서워 벌벌 떨었다. 경주의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알 수 있다. 애타게 아람을 만나러 가려고 할 때 M 국 J 그룹 회장님과 사장님 윌슨 부자가 스태프와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호호탕탕하게 걸어들어왔다.“신 사장님, 윌슨이에요!”한무는 입을 벌리며 놀랐다.“세상에, 부자가 다 왔어요? 소식이 없었는데, 설마 갑자기 스케줄을 바꾼 거예요?”말을 하는 사이에 윌슨 부자는 경주 앞에 다가왔다.“신 사장님, 지난번 비즈니스에 대해 얘기하자고 했는데, 나타나지 않았어요. 전 사장님이 은퇴해서 다시는 못 볼 줄 알았어요.”회장님 안드레 윌신이 웃는 듯 마는 듯했다.“아버지, 이 분이 신씨 그룹 사장님이에요?”아들 프레드는 턱을 치켜들고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아, 신씨 그룹 사장님은 신씨 가문 큰 도련님인 줄 알았어요.”경주는 차갑게 입술을 오물거렸다. 지난번 약속을 안 지켜 윌슨 부자를 건드린 것 같았다. J 그룹도 신씨 그룹과 수천 억 프로젝트를 협력하여 앞으로 수없이 만나야 할 수 있다. 지금 태도를 보니 신경석의 편을 들어 경주를 안중에 두지도 않는 것 같았다.“두 분에게 실망시켜드릴 것 같네요.”경주는 바로 마음을 다스리고 여유있는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의 태도를 무시하고 대범하게 안드레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신씨 그룹 사장님은 우리 형 신경석이 아니고, 저도 은퇴하지 않았어요. 이 기회를 빌어 두 분과 다시 친분을 쌓는 건 어때요. 우리가 서로 승승장구했으면 좋겠어요.
소희는 고개를 숙이며 화가 나지만 말을 할 용기가 없었다. 효린은 방금 일어난 일을 알자 신이 났다. 겁이 없는 소희의 기가 죽은 모습을 보자 몰래 웃었다. 이준상은 시우너하게 웃었다.“아버지, 아니에요. 소희는 제 조카인데, 당연히 도와줘야죠. 그럼 남을 돕겠어요?”남을 돕는 다는 말에 이상철은 순간 유희가 생각났다.“할아버지, 엄마, 우리 왔어요.”경쾌한 목소리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유희와 효정이 깍지를 끼고 걸어왔다. 다정한 모습은 마치 신혼 부부 같았다. 유희는 다정한 눈빛으로 부끄러워하는 효정을 바라보며 사람들을 부럽게 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특히 이상철과 하진영은 이 커플에 대해 차갑고 미묘한 감정을 들어냈다.“설마 이 도련님과 신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 사귀고 있어?”윤민주가 먼저 말했다.“와, 정말 잘 어울리는 한쌍의 커플이네요. 축하해요. 이 사모님과 신 회장님, 신 사모님도 너무 축하드려요.”신광구와 진주는 담담했지만 하진영의 얼굴이 너무나도 굳어졌다. 효린은 차갑게 효정을 바라보았다. 효정의 행위를 보자 효린을 눈을 부릅뜨고 원망스러워 찢어질 것만 같았다. 효정이 입은 블랙 리본이 달린 노란 드레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문별의 작품이었다. 드레스가 너무 예뻐 효린을 질투나게 했다. 문별이 제작한 드레스는 아무나 살 수 잇는 것이 아니다. 효린이 몇번이고 예약을 했지만 거절을 당했다. 같은 신씨 가문 아가씨인 효정이가 자신보다 먼저 문별의 드레스를 입었다. ‘소문이 나면 내가 신효정보다 못하다고 할 거잖아!’드레스는 유희가 준 선물이라는 걸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 생각을 하자 효린은 더욱 화가 나서 치마를 찢을 지경이었다.“내 기억이 맞다면 이 도련님과 신 사장님이 베프 아니야? 두 사람의 우정은 나와 만복과 못지 않아. 지금 신씨 가문 넷째 아가씨와 만나면 정말 좋은 일이네!”윤정용은 웃으며 이상철을 바라보았다.“어르신, 축하드려요. 제가 언제 손자의 국수를 먹
신이 난 소희도 틈을 타서 비아냥거렸다.“너무 빨리 결정하지 마. 앞으로 후회해서 아가씨를 지체할 수 있어. 효정은 중학교 동창이야. 내가 제일 잘 알아. 오빠가 만나던 이상한 여자들과 달라.”신광구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이 혼인에 대한 열정도 점점 식었다.“할아버지, 어머니, 아버님. 걱정하는 마음을 이해해요. 저도 예전에 너무 황당했어요. 아무리 봐도 믿음이 가는 사람이 아니에요.”유희는 심호흡을 하고 곁에 있는 효정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 했다. 점점 깊이 빠져들며 강렬한 감적을 억제하여 목소리까지 부들부들 떨었다.“전 정말 효정을 많이 사랑해요. 효정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줄 수 있어요.”‘이 여자에게 모든 것을 준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이상철은 이를 악물며 지팡이로 땅을 힘껏 짚었다. 신씨 가문 사람과 외부인이 있어 화를 내지 못하고 참고 있었다.“이번 생에 효정 아니면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유희는 마른침을 삼키며 엄숙하게 하진영을 바라보았다.“엄마, 내가 서두른다고 생각해? 아니야, 이건 내가 심사숙고하고도 마음이 변하지 않아서 내린 결정이야.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싶어. 엄마, 할아버지, 우리를 허락해 줘요.”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소문에서 유희는 놀기 좋아하는 바람둥이라고 해도 오버가 아니었다. 지금 보니 오버가 아니라 함축적인 것이었다. 성주 전체로 봐도 가족과 정면 승부를 보는 귀족집 도련님이 몇명 되지 않는다. 이 모습은 때마침 온 아람에게 보여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렸다. 원래 걱정을 했는데 이제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경주야, 우리가 모든 곤란을 이기고 손을 잡고 결혼의 전당에 들어갈 때 사람들의 축하를 받을 수 있겠지, 아니야, 너무 많이 생각했어.’아무리 비방하고 비웃음을 당해도 괜찮았다. 그들을 헤어지게 하는 방법은 오직 죽음밖에 없을 것이다....제때에 폭죽이 터지고 가지각색인 종이들이 휘날렸다. 성대한 축제와 하객들
마치 머리 위에 칼이 매달린 듯 날카로운 살기가 느껴졌다. 경찰서장은 억지로 웃었다.“그, 두 분 먼저 차 한 잔 드세요.”“아니요. 여기 있는 차를 감히 마실 수가 없네요.”아람은 예쁘고 유연한 다리를 꼬고 차갑게 바라보았다.“제 비서를 가두었더라고요. 바로 풀어주시면 좋겠어요. 이 일은 우리 구씨 가문과 윤씨 가문 사이의 사적인 문제예요.”“원만하게 공직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면 문제를 일으켜서 자신을 곤란하게 하지 마시죠.”아람은 항상 단도직입적으로 말했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 경찰서장의 가식적인 미소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억지로 말했다.“구아람 씨.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30년 넘게 일하면서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상대해 왔어요.”“잡혀들어온 사람 중 결백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임수해는 비록 구아람 씨의 사람이지만, 윤씨 가문의 도련님을 장애가 생길 정도로 때렸어요. 이미 고의 상해죄에 해당해요. 감정 결과도 이미 상사에게 보고했어요.”“두 분은 성주에서 존엄한 분이지만 법 앞에서는 누구든지 평등해요. 아무리 재벌이라도 약자를 괴롭히고 법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구아람 씨의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네요.”“서장님, 말은 잘하시네요. 법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네요.”경주는 따뜻한 손으로 아람의 차가운 손을 잡으며 눈썹 사이로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그렇다면 무고한 사람을 억울하게 유죄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겠죠?”아람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닫고 가슴이 떨리며 눈을 부릅떴다.“신 사장님, 그게 무슨 뜻이에요?”경찰서장은 의아했다.“윤진수를 때린 건 임수해가 아니라 저예요.”경주는 차갑고 경멸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검은 눈동자가 차갑고 날카로운 빛을 번쩍이며 마치 경찰서장을 갈라놓으려는 듯 섬뜩하게 말했다.“이제 임수해를 풀어주고 저를 체포해도 되죠?”아람은 깜짝 놀라 경주의 손을 잡았다.“경주야, 너.”경찰서장은 멍해져 입을 반쯤 벌린 채 아무 반응도
아람은 눈을 부릅뜨고 경주의 차갑고 멋진 옆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전화기 너머 희미한 흐느끼는 소리만 남긴 채 정적이 흘렀다.“왜? 한 명은 이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한 명은 말도 안 하네.”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들고 아람의 볼을 꼬집었다.“이 자매가 정말, 아무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없어?”[아, 아니에요.]아린이 가장 먼저 나지막한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했다.[형부, 수해 오빠를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우린 가족이야.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아린의 감정을 진정시킨 경주는 전화를 끊은 후 곧바로 한무에게 명령했다.“차 돌려. 경찰서로 가.”그 말을 듣자 한무는 바로 핸들을 꺾어 차를 돌렸다.“경주야, 어떻게 할 생각이야?”아람은 걱정스럽게 경주의 차분한 표정을 바라보았다.“어떻게 하든 수해를 먼저 구해야 해.”경주는 한숨을 쉬며 아람과 깍지를 꼭 꼈다.“아린과 수해는 연애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곤경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상처받게 하고 싶지 않아.”아람은 순간 더듬거렸다.“공감되었어?”경주는 안도하며 고개를 저었다. 다시 한번 아람을 꼭 껴안았다.“예전에는 공감했는데, 지금은 아니야. 이 세상에서 최고의 행복이 지금 내 품에 있잖아.”...수해는 이 더러운 구치소에서 2주 동안 구금되어 있었다. 윤씨 그룹이 합의를 거부하면 계속 구금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수해는 아람과 경주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힘겹게 발버둥을 친 끝에 기다리는 것은 여전히 감옥일지라도 수해는 여전히 모든 것을 짊어지고 입을 꼭 다물 것이다. 이때 수해는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 그리고 건너편의 구석에 몸을 움츠리고 조심스럽게 수해를 바라보며 수다를 떨고 있는 남자 몇 명이 있었다.“너희들, 너무 시끄러워.”수해는 여전히 눈을 감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맞고 싶지 않으면 닥쳐.”구금된 몇 명의 남자는 즉시 입을 가리고
걱정으로 인해 아린은 멘붕 직전이었고 주체할 수 없이 흐느꼈다.[엄마와 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했어. 임씨 가문에서도 사람을 찾았지만 수해 오빠를 구하지 못했어.]“뭐? 왜 이제야 나한테 말해?”아람은 마음이 급해서 목까지 쉬었다.“아람아, 흥분하지 마. 아린이 놀라겠어.”경주는 아람의 손을 조금 더 세게 잡았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람의 흥분된 감정을 진정시켰다.“아린에게 말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말해라고.”아람은 죄책감에 숨을 내쉬었다.“미안해, 아린아. 언니가 방금 너무 심하게 말했어. 울지마. 무슨 일인지 천천히 말해. 도대체 어느 겁도 없는 놈이 감히 나 구아람의 사람을 건드려! 죽여버릴 거야!”상황이 긴박하지만 경주가 아람의 말을 듣자 웃음을 참았다.[윤씨 가문의 사람이 한 거야.]아린은 처절하게 흐느꼈다.[아마도 내가 윤진수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맞아서 그래. 윤씨 가문 사람이 화가 나서 수해 오빠를 괴롭혔어.][수해 오바는 고의 상해죄로 체포되었어. 그리고 윤진수 그 짐승이 진단서까지 뗐어. 몸에 있는 크고 작은 병을 모두 수해 오빠 탓을 해서 중상을 선고받았어.]물론 그 안에 발기 부전도 포함되었다. 윤씨 그룹의 능력으로 진단서를 조작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위조하는 것도 사소한 일이었다.“저 양심도 없는 짐승 새끼 죽여도 속이 시원하지 않아.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봐줬어. 윤씨 그룹이 감히 우리를 건드려?”아람은 화를 냈다. 너무 원망스러워서 눈시울이 붉어지며 살기를 뽐냈다.[윤씨 그룹이 어떻게도 합의를 해주지 않아.]“허, 합의? 그럴 일이 있어? 저 사람들은 수해를 죽이고 싶을 거야!”아람은 심하게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원망했다.“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윤성우야. 임윤호도 참여했을 수 있어!”[임윤호, 임윤호는 수해 오빠의 친형이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아린은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었다.“그럴 가능성이 커.”경주는 큰 손으로 다정하게 아람의 등을 쓰다듬으며 안
아람과 경주는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나가는 길에 경주는 아람을 안고 펑펑 울었다. 아람의 검은 드레스를 구겨질 정도로 잡았고 옷까지 젖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두 사람이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아람이 위로하며 효정에게 약속했다. 가끔 와서 효정을 보고 유희에게 이씨 가문만 챙기지 말고 효정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라고 당부했다. 자유의 기쁨을 잃고 사육된 동물처럼 되지 않게 하라고 했다.유희는 또다시 맹세를 했다. 눈물을 흘리는 효정을 안고 문 앞에 서서 떠난 모습을 지켜보았다. 차는 한참 달렸다. 아람은 결국 참지 못하고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어두운 밤에 떨어지는 별처럼 맑은 눈물을 흘렸다.“아람아, 울지 마.”경주는 마음이 아파서 호흡이 가빴다. 튼튼한 팔로 아람을 품에 안아주며 다정하게 위로했다. 턱으로 아람의 머리카락을 문질렀다.“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게 아니잖아. 효정이가 보고 싶으면 한동안 데려와서 같이 살아도 돼. 아니면 내가 더 큰 별장을 사서 아예 같이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정연은 이제 사장님 비서가 될 거야. 그럼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텐데, 효정을 아줌마에게 맡기는 게 제일 좋아.”“흥, 네가 정말 이유희의 절친이야?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어.”아람은 코를 빨아들이며 손끝으로 경주의 가슴을 찌르며 원망했다.“아직 편하고 행복하게 지내본 적이 없는 커플을 헤어지게 할 거야? 날 기쁘게 하려고? 신경주, 넌 정말 양심이 없어. 효정이 아무 말을 안 해도 유희가 매일 널 저주할 거야.”경주는 갑자기 멍해졌다. 그러고 얇은 입술로 아람의 촉촉한 입술에 키스했다. 키스를 하고 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어. 효정이도 너랑 헤어지기 싫어하는 것 같아서 좋은 일인 줄 알았어.”“저 커플을 방해하지 말라고 네가 그랬잖아.”아람은 키스를 받고 호흡이 흐트러져 눈이 촉촉해지며 설렜다.“그래서 너도 가서 귀찮게 하지 마.”경주는 아람의 예쁜 두 눈을 바라보며
“아람아, 무슨 생각이 들었어?”경주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유희와 정연도 긴장을 하며 하얀 아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한 비서의 분석이 맞아. 윤유성의 사악한 성격으로 라이언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죽일 수 있어.”“그리고, 오랫동안 계략을 꾸미고 있었을 거야. 다만 중요한 도구가 이제 도착했을 뿐이야!”유희와 다른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있을 때 경주만 바로 깨닫고 반응했다.“그 도구가 헬기라고 생각해?”아람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초조하게 말했다.“지상에서는 윤유성이 행동하기 어렵지만, 하늘에서 편하잖아. 그리고 비행기가 출국하면 우리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막을 수 없어. 그럼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정말 음흉하고 고압적인 행동이다. “형수, 정말 똑똑하네. 넌 정말 신이야!”유희는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박수를 치며 공손하게 절을 할 뻔했다.“아부는 그만하고 빨리 대책을 생각해.”아람의 가슴은 돌에 눌린 것처럼 숨이 막혔다.“한무야. 지금부터 인력을 추가 배치해. 윤유성의 헬기 행방을 면밀히 감시해. 어떤 행동이 있더라고 제때 차단해야 해.”경주는 카리스마를 뽐내며 안색이 차가워졌다.“네, 신 사장님.”예전의 경주는 비즈니스의 거물이고 고귀한 왕이었다. 하지만 아람 앞에서 보좌하든, 아람을 위해 전장에 돌격하는 장군이든 상관없었다. 무엇이든 아람을 위해 기꺼이 할 수 있었다.“만약 막지 못하고 헬기가 뜨면 어떡해? 폭탄으로 라이언을 구해야 하나?”유희는 진지하게 우스꽝스러운 질문을 던졌다.“라이언은 양국의 공개 수배 범죄자야. 때가 되면 백진 오빠와 도현 오빠에게 알려서 군과 경찰이 힘을 합치도록 할게.”아람은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침착하게 말했다.“하늘로 날아가더라도 반드시 잡을 수 있을 거야.”세 남자의 얼굴에는 존경이 가득했다....윤민주가 감옥에 가고, 윤진수가 체포되었다. 경주의 말대로 윤성우의 처지는 점점 난감했고 살얼음 위를 걷는 것과 같았다. 게다가 유성이 S 국에서의 노력
아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내리깔았다. 경주는 아람의 침울한 표정을 보고 손을 잡아주며 쓰다듬었다.“아람아, 알아. 네가 효정을 많이 이뻐하는 거. 봐봐, 지금 효정에게 유희가 있어. 유희가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고, 챙겨주고 있어. 유희는 능력도 좋고 집안도 좋아. 효정을 지켜주기에는 충분해.”“응, 알아. 사실 너무 고마워.”아람은 유희가 효정을 받아줘서 고마운 것이 아니다. 고마운 건 유희가 초월적인 안목이 있고, 다이아몬드처럼 아름답고 순수한 효정을 인정해 주고, 기꺼이 인내심을 가지고 곁에 있어 준다는 것이다. 잠시 후 유희가 돌아왔다. 다크서클이 더 짙어진 것 같았다.“유희야, 고생했어.”경주는 한숨을 내쉬었다.“내 와이프야,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고생은 무슨.”유희는 정연을 원망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어디까지 얘기했지? 참, 방금 생각해 봤는데 라이언은 수배 중인 범죄자야. 국내에서 권력이 없는데, 어떻게 많은 사람들을 매수할 수 있어? 윤유성의 짓인가? 몰래 라이언을 지켜주고 있어?”아람과 경주도 같은 생각이었다. 결국 라이언은 왕준의 상사였고, 남도 습격 사건에 참여했다. 라이언은 유성에게 치명타를 입힌 중요한 증인이기도 하다. 유성은 이런 약점을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스스로 발등을 찍는 짓이다.“라이언이 나타난 건 아직 살아있다는 거고 아직 성주에 있다는 거야. 성주에 있으면 절대 도망칠 수 없어. 그저 시간문제야.”경주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원망에 목이 쉬었다.“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어. 윤유성과 라이언과 같은 짐승 때문에 무고한 사람을 더 이상 희생하기 싫어. 너무 가치가 없어.”유희의 가슴이 아파 났다. 경주는 겉으로 차갑고 무심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다.“저기, 궁금한 게 있어요.”한무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뭔데?”세 사람이 일제히 물었다.“윤유성이 왜 라이언을 보호하려고 애쓰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돼요. 지금 S 국에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 구역에
정연도 화가 나서 뺨이 불타는 듯 붉어졌다.“원래는 우리 사람들이 우세했지만, 라이언 쪽에 지원이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 모두 능력이 뛰어나고 무기를 들고 있었어요.”“완전히 우리를 다 죽이겠다는 기세였어요.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에요.”유희는 화가 풀리지 않아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뼈마디에서 소리가 났다. 라이언을 잡지 못하고 부하들은 거의 전멸한 상태였다. 승부욕이 넘치는 유희 앞에서 이미 선을 넘을 행동이었다.“음, 유희 오빠, 왜. 누가 오빠를 화나게 했어?”사람들은 깜짝 놀라 소리를 따라 계단 쪽을 바라보았다. 효정이 주름진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아람이 선물 준 곰인형을 품에 안은 채 졸린 눈을 비비며 서 있었다. 말할 때 한쪽 어깨끈이 흘러내렸다.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는 도자기처럼 매끈했다. 하마터면 속살을 드러낼 뻔했다.뿐만 아니라 효정의 목과 쇄골에 붉은 자국이 있었다. 유희가 남긴 키스 마크였다. 어젯밤의 광기 어린 집착이 분명했다. 한무는 놀라서 바로 눈을 감았다. 경주도 어색하여 땀을 흘리며 시선을 거두고 아람을 바라보았다.‘아아아!’유희는 화가 나며 마음속에서 소리를 질렀다. 순간 효정의 앞으로 달려가 부드러운 몸을 덥석 안고 감쌌다. 효정은 고개를 유희의 품에 묻히며 그렁그렁한 눈만 보였다. 그러고 나른한 목소리로 유희를 위로했다.“유희 오빠, 화내지 마. 화내면 무서워.”“화내지 않았어. 기분이 엄청 좋아. 가자, 방에 가자.”유희는 마음이 급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효정을 안고 성큼성큼 위로 올라가며 귀에 속삭였다.“다른 사람한테 보여주지 마. 나한테만 보여줘!”거실은 어색하게 침묵했다. 한무는 어안이 벙벙하며 급히 해명했다.“저, 저 아무것도 못 봤어요. 신 사장님, 제 편을 들어줘야 해요!”정연도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 급히 유희에게 상황 보고를 하느라 효정을 챙기지 못해 이런 어색한 일이 일어났다.“연아, 걱정하지 마.”아람은 다정하게 위로해 주었다.“네가 오랫동
한무는 숨을 들이마셨다. 아침을 먹지 않은 상태지만 이미 배부른 느낌이 들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헬기가 좋지만 제가 살아서 타도 죽어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네요.”“됐어, 경주야. 한 비서가 얼마나 충성하는지 우리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잖아. 헬기 한 대로 이렇게 화를 내?”아람은 긴 손끝으로 경주의 턱을 치켜올리며 여왕처럼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올해 생일 선물로 헬기를 사줄게. 윤유성보다 더 좋은 거 사줄게. 좋아?”‘젠장, 너무 부럽네! 역시 해문 갑부의 딸이야. 헬기를 생일 선물로 해?’경주는 눈을 깜빡이며 아람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아람아, 난 네 남자야. 하지만 난 너에게 빌붙어 사는 남자가 아니야. 선물을 해도 내가 너한테 해야지.”“풋,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우리 사이에 무슨. 그저 돈 몇 푼인데.”아람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은 유희와 한무를 부럽게 했다. 그들도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남자는 아니지만, 남자라면 리무진, 탱크, 헬기를 갖고 싶어할 것이다.경주는 담담하게 고개를 흔들며 가슴이 찡해났다.“아람아, 나한테 선물할 필요 없어. 네가 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네가 예전에 나한테 준 선물들은 지금 별도의 방에 전시되어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매번 집에 갈 때마다 그 방에 들어가서 여러 번 보고 만졌어.”그때 아람을 잃은 경주는 마치 페티시스트와도 같았다. 경주는 종종 그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거나 그 방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경주는 남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사랑에 빠진 미치광이 같았다.마음속은 이미 통제 불능이고 미쳐버렸다. 아람은 경주를 깊이 바라보았다. 표정은 평온했지만 경주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게다가 내가 무슨 선물이 필요하겠어. 넌 하늘이 내게 준 최고의 선물이야.”경주는 이 로맨틱한 말을 다시 반복했지만, 말할 때마다 처음처럼 다정했다.“바보.”더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키스로 천 마디 말을 대신
“연적?”아람은 왼손으로 턱을 괴고 오른손으로 블루베리를 집어 경주의 입에 넣어주었다.“이유희에게 연적도 있어? 신선하네.”경주도 피식 웃었다.“네가 우리 동생을 감금하듯 지켜주는데. 매일 너랑 네 비서 말고는 누구를 만나?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못 하는데 무슨 연적이야. 꿈꿨어?”“그렇다고!”유희는 초조하여 목소리까지 갈라지며 테이블을 내리쳤다. 어젯밤 자기 품에서 도현 오빠라고 부르는 효정이 떠올랐다. ‘꿈에서 다른 남자 이름을 불렀어!’유희의 가슴은 아파 나며 산산조각이 된 것 같았다.“설마 네가 말한 사람이 우리 도현 오빠야?”아람은 차갑게 유희를 바라보았다. 경주는 멍해졌다. 도현이랑 어떻게 엮인 건지 전혀 상상이 안 된다. 유희는 눈을 부릅뜨며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아람아, 네가 어떻게 알아? 너 신이야?”“신은 무슨!”아람은 어이없었다.“넌 참, 속마음이 얼굴에 쓰여있어. 어젯밤 너와 우리 오빠가 얘기하는 것을 봤어. 네 눈빛이 막 이글거렸어.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근데, 이 사장님. 넌 사람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우리 구씨 가문 남자는 모두 상남자야. 절대 남친 있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 효정이 남자랑 얘기를 했다고 다 연적이라고 생각하지 마.”“도현 도련님은 그럴 분이 아니야. 유희야. 누구를 의심해도 아람이 가족은 의심하지 말아야 해.”경주는 아람의 허리를 안고 유희를 비웃었다. 유희도 한숨을 쉬고 계속 얘기하기 곤란했다. 너무 유치해 보였다.“아. 그래서 효정과 서둘러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했어? 위기감이 들었던 거네.”아람은 유희의 속마음을 모두 꿰뚫어 보았다.“야, 그런 사소한 거로 침착하지 못해? 왜 이렇게 유치해!”유희는 부끄러워 입을 오물거렸다.“혼인신고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정색했다.“지금은 네 집안일을 먼저 해결해야 해. 네가 이씨 그룹에서 안정되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거야.”유희는 여전히 불안했다. ‘나 이유희의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