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은 차갑게 유성의 다정함 속에 감춘 음흉한 얼굴을 쳐다보며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아가야, 네 마음을 알아. 아직 시간이 많아. 앞으로 아람과 만날 시간이 많고도 많아.”유성을 바라보는 구만복의 눈빛은 더없이 다정하고 의미심장한 말도 했다. 플래시는 이 순간을 기록하였다. 사람들의 감탄이 자자했다. 전설적인 인물이자 비즈니스 거물 구만복이 단 한 번도 후배에게 이렇게 다정한 적이 없었다. 사위를 대하는 태도라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구 회장님께서 윤 도련님과 구아람 씨를 역기려는 느낌이지?”누군가가 소곤거렸다.“내가 보기에도 그래. 신 사장님한테는 늘 차가웠는데, 윤 도련님에게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하고 있어. 너무 뻔하잖아. 그리고 윤 회장님과 구 회장님이 친구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어. 구아람 씨가 주관적이고, 구 회장님도 애지중지 않으면 3년 전에 신 사장님께 시집가겠어? 진작에 윤 도련님과 혼인을 맺었겠지!”“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구아람이 신경주에게 미련이 있어. 두 사람이 함께 레드카펫도 걸었는데, 화해할 것 같아.”“풋, 무슨 소용이 있어? 귀족 가문 도련님, 아가씨들의 결혼을 자신이 결정할 수 없어. 구 회장님이 한번 봐주었는데, 또 봐주겠어?”“구씨 가문이 정말 윤씨 가문과 혼인관계를 맺으면 큰 이슈야. 성주 전체 상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다줄 거야.”아람은 그 말들을 듣자 안색이 어두워지며 빠르게 떠났다.“아람 씨!”유성을 홀로 따라오며 걱정했다.“왜요, 아직도 이소희 때문에 화나 있어요?”아람은 말 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아람 씨, 화가 풀리지 않으면 풀리게 할 방법이 많아요. 아람 씨만 행복하다면 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요.”갑자기 아람은 발걸음을 멈추었다.“정말 증거가 있어요? 이소희가 날 모함한 증거?”“없어요, 그냥 말만 한 거예요. 이소희가 찔리는 게 있는 걸 알았어요.”유성은 가볍게 웃으며 솔직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 이소희는 신효린보다 휠씬 마음이 약해요. 이씨 가문 아가씨로서
“그저.”한무는 말을 잇지 못했다.“뭐?”경주는 가슴이 떨려 급히 물었다.“사모님을 도와준 사람이 윤유성이에요.”한무가 이 이름을 말하는 순간 이미에 식은땀이 났다. 경주의 눈시울이 서서히 붉어지면서 우월한 턱선이 순간 날카로워졌다.“뿐만 아니라 인테넷에서 구 회장님과 윤유성의 다정한 사진이 돌고 있어요. 소식에 따르면 구씨 가문이 윤씨 가문과 혼인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네요, 사모님이 윤유성에게 시집갈 수도 있어요!”말을 하고 한무도 무서워 벌벌 떨었다. 경주의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알 수 있다. 애타게 아람을 만나러 가려고 할 때 M 국 J 그룹 회장님과 사장님 윌슨 부자가 스태프와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호호탕탕하게 걸어들어왔다.“신 사장님, 윌슨이에요!”한무는 입을 벌리며 놀랐다.“세상에, 부자가 다 왔어요? 소식이 없었는데, 설마 갑자기 스케줄을 바꾼 거예요?”말을 하는 사이에 윌슨 부자는 경주 앞에 다가왔다.“신 사장님, 지난번 비즈니스에 대해 얘기하자고 했는데, 나타나지 않았어요. 전 사장님이 은퇴해서 다시는 못 볼 줄 알았어요.”회장님 안드레 윌신이 웃는 듯 마는 듯했다.“아버지, 이 분이 신씨 그룹 사장님이에요?”아들 프레드는 턱을 치켜들고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아, 신씨 그룹 사장님은 신씨 가문 큰 도련님인 줄 알았어요.”경주는 차갑게 입술을 오물거렸다. 지난번 약속을 안 지켜 윌슨 부자를 건드린 것 같았다. J 그룹도 신씨 그룹과 수천 억 프로젝트를 협력하여 앞으로 수없이 만나야 할 수 있다. 지금 태도를 보니 신경석의 편을 들어 경주를 안중에 두지도 않는 것 같았다.“두 분에게 실망시켜드릴 것 같네요.”경주는 바로 마음을 다스리고 여유있는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의 태도를 무시하고 대범하게 안드레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신씨 그룹 사장님은 우리 형 신경석이 아니고, 저도 은퇴하지 않았어요. 이 기회를 빌어 두 분과 다시 친분을 쌓는 건 어때요. 우리가 서로 승승장구했으면 좋겠어요.
소희는 고개를 숙이며 화가 나지만 말을 할 용기가 없었다. 효린은 방금 일어난 일을 알자 신이 났다. 겁이 없는 소희의 기가 죽은 모습을 보자 몰래 웃었다. 이준상은 시우너하게 웃었다.“아버지, 아니에요. 소희는 제 조카인데, 당연히 도와줘야죠. 그럼 남을 돕겠어요?”남을 돕는 다는 말에 이상철은 순간 유희가 생각났다.“할아버지, 엄마, 우리 왔어요.”경쾌한 목소리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유희와 효정이 깍지를 끼고 걸어왔다. 다정한 모습은 마치 신혼 부부 같았다. 유희는 다정한 눈빛으로 부끄러워하는 효정을 바라보며 사람들을 부럽게 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특히 이상철과 하진영은 이 커플에 대해 차갑고 미묘한 감정을 들어냈다.“설마 이 도련님과 신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 사귀고 있어?”윤민주가 먼저 말했다.“와, 정말 잘 어울리는 한쌍의 커플이네요. 축하해요. 이 사모님과 신 회장님, 신 사모님도 너무 축하드려요.”신광구와 진주는 담담했지만 하진영의 얼굴이 너무나도 굳어졌다. 효린은 차갑게 효정을 바라보았다. 효정의 행위를 보자 효린을 눈을 부릅뜨고 원망스러워 찢어질 것만 같았다. 효정이 입은 블랙 리본이 달린 노란 드레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문별의 작품이었다. 드레스가 너무 예뻐 효린을 질투나게 했다. 문별이 제작한 드레스는 아무나 살 수 잇는 것이 아니다. 효린이 몇번이고 예약을 했지만 거절을 당했다. 같은 신씨 가문 아가씨인 효정이가 자신보다 먼저 문별의 드레스를 입었다. ‘소문이 나면 내가 신효정보다 못하다고 할 거잖아!’드레스는 유희가 준 선물이라는 걸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 생각을 하자 효린은 더욱 화가 나서 치마를 찢을 지경이었다.“내 기억이 맞다면 이 도련님과 신 사장님이 베프 아니야? 두 사람의 우정은 나와 만복과 못지 않아. 지금 신씨 가문 넷째 아가씨와 만나면 정말 좋은 일이네!”윤정용은 웃으며 이상철을 바라보았다.“어르신, 축하드려요. 제가 언제 손자의 국수를 먹
신이 난 소희도 틈을 타서 비아냥거렸다.“너무 빨리 결정하지 마. 앞으로 후회해서 아가씨를 지체할 수 있어. 효정은 중학교 동창이야. 내가 제일 잘 알아. 오빠가 만나던 이상한 여자들과 달라.”신광구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이 혼인에 대한 열정도 점점 식었다.“할아버지, 어머니, 아버님. 걱정하는 마음을 이해해요. 저도 예전에 너무 황당했어요. 아무리 봐도 믿음이 가는 사람이 아니에요.”유희는 심호흡을 하고 곁에 있는 효정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 했다. 점점 깊이 빠져들며 강렬한 감적을 억제하여 목소리까지 부들부들 떨었다.“전 정말 효정을 많이 사랑해요. 효정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줄 수 있어요.”‘이 여자에게 모든 것을 준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이상철은 이를 악물며 지팡이로 땅을 힘껏 짚었다. 신씨 가문 사람과 외부인이 있어 화를 내지 못하고 참고 있었다.“이번 생에 효정 아니면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유희는 마른침을 삼키며 엄숙하게 하진영을 바라보았다.“엄마, 내가 서두른다고 생각해? 아니야, 이건 내가 심사숙고하고도 마음이 변하지 않아서 내린 결정이야.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싶어. 엄마, 할아버지, 우리를 허락해 줘요.”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소문에서 유희는 놀기 좋아하는 바람둥이라고 해도 오버가 아니었다. 지금 보니 오버가 아니라 함축적인 것이었다. 성주 전체로 봐도 가족과 정면 승부를 보는 귀족집 도련님이 몇명 되지 않는다. 이 모습은 때마침 온 아람에게 보여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렸다. 원래 걱정을 했는데 이제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경주야, 우리가 모든 곤란을 이기고 손을 잡고 결혼의 전당에 들어갈 때 사람들의 축하를 받을 수 있겠지, 아니야, 너무 많이 생각했어.’아무리 비방하고 비웃음을 당해도 괜찮았다. 그들을 헤어지게 하는 방법은 오직 죽음밖에 없을 것이다....제때에 폭죽이 터지고 가지각색인 종이들이 휘날렸다. 성대한 축제와 하객들
윌신 가족의 방문이 분위기를 미묘하게 했다. 신광구와 이씨 가문은 윌슨 가족을 열정적으로 대했다. 비록 귀족 가문이어서 아부를 떨 필요는 없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 정성스러웠다.유독 경주만이 준수한 조각상처럼 신광구 곁에 앉아 사랑이 담긴 눈빛으로 아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구만복이 아람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아람은 엄숙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들었다. 경주의 뜨거운 눈빛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갑자기 경주의 안색이 차가워지자 찬 바람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유성이 샴페인을 들고 몸을 앞으로 기대며 경주의 시선을 가렸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경주를 보더니 비아냥거리는 눈빛으로 샴페인을 들었다. 경주는 피는 얼어붙은 것 같았고 안색이 어두워지며 손에 들고 있는 와인잔을 부쉴 지경이었다. 유성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천천히 술을 마셨다. 그 눈빛은 너무나도 도발적이었다.쨍그랑-경주는 숨이 막혀 잔을 손으로 부쉬었다. 잔은 바닥에 떨어졌고 안에 있던 샴페인은 경주의 옷에 쏟아졌다.“아, 오빠, 옷이 더러워졌어!”소희의 신경도 온통 경주에게 있었다. 그 상황을 보자 바로 일어나 경주에게 갔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손수건을 들고 경주의 바지를 닦아주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헐, 너무 아부하는 거 아니야. 당당한 이씨 가문 아가씨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이상철과 하진영의 안색은 화가 나서 파랗게 되었다. 이준상은 소희가 웃음거리가 되자 창피하기는커녕 옆에서 구경을 하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리고 이 웃음은 마치 유희에게 들켰다. 하지만 소희를 말릴 생각은 없었다.유희는 경주가 이 틈을 타서 소희를 망신당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옳바른 길로 가고 다른 남자를 엿보지 말았으면 했다.“유희 오빠.”효정은 유희의 옷을 잡으며 가볍게 불렀다.“응? 왜?”유희는 눈을 내리깔고 다정하게 물었다.“왠지 모르게 오빠의 삼촌을 보면, 좀 불편해.”솔직한 효정은 생각을 감추는 법을 몰라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를 했다. 비록 나지막
아람은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몸이 통제 불능 상태였다.“구아람, 뭐 하는 거야?”아람은 움찔하더니 눈을 부릅떴다. 순간 구만복의 엄숙한 눈빛과 마주쳤다.“설마 너도 이소희처럼 사람들 앞에서 나쁜 남자 때문에 말괄량이처럼 싸울 거야? 설마 그 계집애처럼 비천한 사람이야? 내가 널 업신여기게 하지 마. 구씨 가문의 체면을 잃지 마!”아람은 입술을 꼭 다물어 하얗게 물들었다. 유성은 그 말을 듣자 사악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샴페인을 홀짝거렸다. 소희의 손이 경주에게 닿으려는 순간, 경주는 차갑게 일어섰다.“아!”소희는 순간 비틀거리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경호원들은 황급히 다가가 소희를 일으켰다. 원래 이 장면을 못 본 사람들까지 모두 봐서 망신을 당하게 되었다.“이소희 씨. 자제하세요.”경주는 소희를 노려보았다. 차가운 기운이 소희의 머리위에서 맴돌았다. 마치 벼락을 맞을 것 같았다. 아람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몰래 입꼬리를 올리며 만족했다. 이 세상에 이정도로 안전감을 줄 남자는 경주 밖에 없는 것 같았다.사람들이 웃음을 참는 모습은 소희를 더욱 화나게 했다. 이상철은 화가 나서 이마를 잡았다. 하지만 경주에게 화를 내지 못했다. 결국 소희가 먼저 뻔뻔하게 다가간 것이다.“쯧, 이씨 가문의 가정 교육은 정말 별로야. 내 딸이면 하루에 열번도 때렸어.”윤정용은 구만복의 곁에 앉아 중얼거렸다.“그래도 우리 아람이 우와해. 이씨 가문과 같은 졸부의 딸이 어떻게 우리 귀족 가문의 숙녀 아람과 비교할 수 있어?”“흥, 귀족 가문은 맞지만 숙녀? 너무 높이 평가하지 마. 미쳤어.”구만복은 아람을 째려보았다.“우리 집과 너희 집 유리는 어렸을 때 이 계집애 때문에 몇 번이나 바꿨어. 아직도 모르겠어?”아람은 입술을 삐쭉거렸다.‘아직도 옛날 일로 날 비웃어?’“미친 게 아니라 활발하 거야. 어렸을 때부터 아람이 남과 다른 것 같아. 너무 마음에 들어. 고작 유리인데, 아람이만 좋다면 집을 무너뜨려도 좋아. 다시 지으면 돼!”윤정용은 아람이 이
4대 가문의 모든 여성, 심지어 전국적으로도 아람은 바다 속의 진주처럼 눈부신 존재였다. 입장하자마자 프레드는 아름답고 고귀한 아시아 여성에게 끌렸다. 시선이 아람의 얼굴에서 떼기가 어려웠다.“흥, 왜 잘난 척이야.”효린은 아람을 째려보며 비아냥거렸다.“이 년이, 네가 뭔데 여러 거물들과 건배를 해, 네가 누군지 알 것 같아?”말이 끝나자마자 안드레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아람을 향해 잔을 들고 유쾌하게 말했다.“알렉스, KS 재단 회장님의 따님이신 줄 몰랐어요. 깜짝 놀랐어요. 우리가 초면도 아닌데 예의를 갖추지 않아도 되요.”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신광구의 동공도 흔들렸다. 아람이 M 국 비즈니스 거물과 친분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말 할 수록 마음이 불편했다.아람이 신씨 가문에 시집을 갔을 때 이름도 숨기고 신분도 숨기며 신씨 가문은커녕, 경주도 도와주지 않았다. 지금은 신씨 가문에게 번번이 문제를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변한 것처럼 화려해지고 자신의 재능을 뽐냈다.‘지금 장난하는 거야? 제일 기본적인 솔직함도 없어!’“안드레 씨, 저를 기억하시는군요. 정말 감동이에요.”아람은 우아하게 웃었다. 프레드는 깜짝 놀란 눈빛으로 안드레를 바라보았다.“이 분이 유명한 주얼리 디자이너 알렉스예요? 언제 만난었어요? 전 왜 모르죠?”“재작년 네 엄마 생일에 블루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선물해 주고 싶었어. 그래서 어렵게 알렉스 씨에게 연락을 하여 엄마에게 선물을 주었어.”안드레는 웃으며 말했다.“아, 엄마가 매번 중요한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착용하시는 목걸이가 그 목걸이에요? 엄마가 엄청 좋아해요!”“맞아, 그거야.”안드레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람을 바라보았다.“정말 고마워요, 알렉스, 아, 아니네요. 이젠 구아람 씨라고 불러야겠네요.”“사모님이 좋아하셔서 영광이에요.”아람은 교만하거나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태도로 웃었다. 구만복이 이 장면을 보자 흐뭇하게 웃었다. 아람은 평소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과 같지
하늘과 땅 차이의 대우이고 편애하며 지켜주었다. 경주가 아람을 사랑한다는 건 모두가 아는 일이다. 소희는 경주의 안중에도 없었다. 유성은 주먹을 쥐며 몸이 굳어졌다.‘왜 난 늘 한 발자국 늦어, 왜 난 아람의 곁은 항상 이 자식이 있는 거야?’프레드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그래도 여전히 귀족 가문 도련님의 미소를 유지했다.“여색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죠. 구아람 씨를 도와주시는 신 사장님은 역시 신사이시네요. 제가 너무 무모하게 행동한 것 같네요. 제가 한잔할게요.”말을 하며 프레드는 술을 마셨다. 경주도 단호한 눈빛으로 턱을 들고 술을 마셨다. 현장에는 박수소리가 울려퍼지며 어색한 분위기를 완화했다. 하지만 신광구의 안색은 너무나도 어두웠다.“아빠, 오빠가 도대체 무슨 생각일가요? 프레드 사장님은 분명 구아람을 좋아하는데, 끼어들면 사장님을 건드리는 거잖아요.”효린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여자를 위해 전체적인 상황을 무시하네요. 사장님인데 너무 무모한 행동이네요. 여자가 많아도 위험해요. 구아람도 사람을 해치는 나쁜 사람이에요.”“효정처럼 조용할 수 없어? 어느 귀족 집 숙녀가 너처럼 헛소리를 해?”신광구는 엄숙하게 효린을 보자 겁을 먹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때, 아람은 다시 잔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자, 안드레 씨와 프레드 씨가 오신 걸 환영하는 의미로 건배해요!”“건배!”분위기는 아람의 전염성 있는 환한 미소에 분위기는 다시 활기 찼다. 모두들 잔을 들고 술을 마셨다. 오직 진주만 구석에 숨어 와인잔을 꽉 쥐고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다.“아, 신 사모님. 왜 안 드세요?”아람은 안색이 창백한 진주에게 시선을 돌리며 담담하게 웃었다.“이렇게 즐거운 순간에 귀한 손님도 오셨는데, 같이 축하하지 않아요? 아니면 윤씨 그룹이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와인이 입맛에 안 맞아요?”진주는 움찔했다. 어색하게 웃으며 아람을 노려보는 눈에는 피가 떨어질 듯했다. 사람들은 모두 진주를 바라보았다. 진주는 한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윤씨 사람들도 기분
마치 머리 위에 칼이 매달린 듯 날카로운 살기가 느껴졌다. 경찰서장은 억지로 웃었다.“그, 두 분 먼저 차 한 잔 드세요.”“아니요. 여기 있는 차를 감히 마실 수가 없네요.”아람은 예쁘고 유연한 다리를 꼬고 차갑게 바라보았다.“제 비서를 가두었더라고요. 바로 풀어주시면 좋겠어요. 이 일은 우리 구씨 가문과 윤씨 가문 사이의 사적인 문제예요.”“원만하게 공직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면 문제를 일으켜서 자신을 곤란하게 하지 마시죠.”아람은 항상 단도직입적으로 말했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 경찰서장의 가식적인 미소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억지로 말했다.“구아람 씨.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30년 넘게 일하면서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상대해 왔어요.”“잡혀들어온 사람 중 결백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임수해는 비록 구아람 씨의 사람이지만, 윤씨 가문의 도련님을 장애가 생길 정도로 때렸어요. 이미 고의 상해죄에 해당해요. 감정 결과도 이미 상사에게 보고했어요.”“두 분은 성주에서 존엄한 분이지만 법 앞에서는 누구든지 평등해요. 아무리 재벌이라도 약자를 괴롭히고 법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구아람 씨의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네요.”“서장님, 말은 잘하시네요. 법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네요.”경주는 따뜻한 손으로 아람의 차가운 손을 잡으며 눈썹 사이로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그렇다면 무고한 사람을 억울하게 유죄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겠죠?”아람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닫고 가슴이 떨리며 눈을 부릅떴다.“신 사장님, 그게 무슨 뜻이에요?”경찰서장은 의아했다.“윤진수를 때린 건 임수해가 아니라 저예요.”경주는 차갑고 경멸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검은 눈동자가 차갑고 날카로운 빛을 번쩍이며 마치 경찰서장을 갈라놓으려는 듯 섬뜩하게 말했다.“이제 임수해를 풀어주고 저를 체포해도 되죠?”아람은 깜짝 놀라 경주의 손을 잡았다.“경주야, 너.”경찰서장은 멍해져 입을 반쯤 벌린 채 아무 반응도
아람은 눈을 부릅뜨고 경주의 차갑고 멋진 옆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전화기 너머 희미한 흐느끼는 소리만 남긴 채 정적이 흘렀다.“왜? 한 명은 이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한 명은 말도 안 하네.”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들고 아람의 볼을 꼬집었다.“이 자매가 정말, 아무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없어?”[아, 아니에요.]아린이 가장 먼저 나지막한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했다.[형부, 수해 오빠를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우린 가족이야.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아린의 감정을 진정시킨 경주는 전화를 끊은 후 곧바로 한무에게 명령했다.“차 돌려. 경찰서로 가.”그 말을 듣자 한무는 바로 핸들을 꺾어 차를 돌렸다.“경주야, 어떻게 할 생각이야?”아람은 걱정스럽게 경주의 차분한 표정을 바라보았다.“어떻게 하든 수해를 먼저 구해야 해.”경주는 한숨을 쉬며 아람과 깍지를 꼭 꼈다.“아린과 수해는 연애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곤경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상처받게 하고 싶지 않아.”아람은 순간 더듬거렸다.“공감되었어?”경주는 안도하며 고개를 저었다. 다시 한번 아람을 꼭 껴안았다.“예전에는 공감했는데, 지금은 아니야. 이 세상에서 최고의 행복이 지금 내 품에 있잖아.”...수해는 이 더러운 구치소에서 2주 동안 구금되어 있었다. 윤씨 그룹이 합의를 거부하면 계속 구금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수해는 아람과 경주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힘겹게 발버둥을 친 끝에 기다리는 것은 여전히 감옥일지라도 수해는 여전히 모든 것을 짊어지고 입을 꼭 다물 것이다. 이때 수해는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 그리고 건너편의 구석에 몸을 움츠리고 조심스럽게 수해를 바라보며 수다를 떨고 있는 남자 몇 명이 있었다.“너희들, 너무 시끄러워.”수해는 여전히 눈을 감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맞고 싶지 않으면 닥쳐.”구금된 몇 명의 남자는 즉시 입을 가리고
걱정으로 인해 아린은 멘붕 직전이었고 주체할 수 없이 흐느꼈다.[엄마와 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했어. 임씨 가문에서도 사람을 찾았지만 수해 오빠를 구하지 못했어.]“뭐? 왜 이제야 나한테 말해?”아람은 마음이 급해서 목까지 쉬었다.“아람아, 흥분하지 마. 아린이 놀라겠어.”경주는 아람의 손을 조금 더 세게 잡았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람의 흥분된 감정을 진정시켰다.“아린에게 말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말해라고.”아람은 죄책감에 숨을 내쉬었다.“미안해, 아린아. 언니가 방금 너무 심하게 말했어. 울지마. 무슨 일인지 천천히 말해. 도대체 어느 겁도 없는 놈이 감히 나 구아람의 사람을 건드려! 죽여버릴 거야!”상황이 긴박하지만 경주가 아람의 말을 듣자 웃음을 참았다.[윤씨 가문의 사람이 한 거야.]아린은 처절하게 흐느꼈다.[아마도 내가 윤진수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맞아서 그래. 윤씨 가문 사람이 화가 나서 수해 오빠를 괴롭혔어.][수해 오바는 고의 상해죄로 체포되었어. 그리고 윤진수 그 짐승이 진단서까지 뗐어. 몸에 있는 크고 작은 병을 모두 수해 오빠 탓을 해서 중상을 선고받았어.]물론 그 안에 발기 부전도 포함되었다. 윤씨 그룹의 능력으로 진단서를 조작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위조하는 것도 사소한 일이었다.“저 양심도 없는 짐승 새끼 죽여도 속이 시원하지 않아.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봐줬어. 윤씨 그룹이 감히 우리를 건드려?”아람은 화를 냈다. 너무 원망스러워서 눈시울이 붉어지며 살기를 뽐냈다.[윤씨 그룹이 어떻게도 합의를 해주지 않아.]“허, 합의? 그럴 일이 있어? 저 사람들은 수해를 죽이고 싶을 거야!”아람은 심하게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원망했다.“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윤성우야. 임윤호도 참여했을 수 있어!”[임윤호, 임윤호는 수해 오빠의 친형이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아린은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었다.“그럴 가능성이 커.”경주는 큰 손으로 다정하게 아람의 등을 쓰다듬으며 안
아람과 경주는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나가는 길에 경주는 아람을 안고 펑펑 울었다. 아람의 검은 드레스를 구겨질 정도로 잡았고 옷까지 젖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두 사람이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아람이 위로하며 효정에게 약속했다. 가끔 와서 효정을 보고 유희에게 이씨 가문만 챙기지 말고 효정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라고 당부했다. 자유의 기쁨을 잃고 사육된 동물처럼 되지 않게 하라고 했다.유희는 또다시 맹세를 했다. 눈물을 흘리는 효정을 안고 문 앞에 서서 떠난 모습을 지켜보았다. 차는 한참 달렸다. 아람은 결국 참지 못하고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어두운 밤에 떨어지는 별처럼 맑은 눈물을 흘렸다.“아람아, 울지 마.”경주는 마음이 아파서 호흡이 가빴다. 튼튼한 팔로 아람을 품에 안아주며 다정하게 위로했다. 턱으로 아람의 머리카락을 문질렀다.“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게 아니잖아. 효정이가 보고 싶으면 한동안 데려와서 같이 살아도 돼. 아니면 내가 더 큰 별장을 사서 아예 같이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정연은 이제 사장님 비서가 될 거야. 그럼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텐데, 효정을 아줌마에게 맡기는 게 제일 좋아.”“흥, 네가 정말 이유희의 절친이야?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어.”아람은 코를 빨아들이며 손끝으로 경주의 가슴을 찌르며 원망했다.“아직 편하고 행복하게 지내본 적이 없는 커플을 헤어지게 할 거야? 날 기쁘게 하려고? 신경주, 넌 정말 양심이 없어. 효정이 아무 말을 안 해도 유희가 매일 널 저주할 거야.”경주는 갑자기 멍해졌다. 그러고 얇은 입술로 아람의 촉촉한 입술에 키스했다. 키스를 하고 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어. 효정이도 너랑 헤어지기 싫어하는 것 같아서 좋은 일인 줄 알았어.”“저 커플을 방해하지 말라고 네가 그랬잖아.”아람은 키스를 받고 호흡이 흐트러져 눈이 촉촉해지며 설렜다.“그래서 너도 가서 귀찮게 하지 마.”경주는 아람의 예쁜 두 눈을 바라보며
“아람아, 무슨 생각이 들었어?”경주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유희와 정연도 긴장을 하며 하얀 아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한 비서의 분석이 맞아. 윤유성의 사악한 성격으로 라이언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죽일 수 있어.”“그리고, 오랫동안 계략을 꾸미고 있었을 거야. 다만 중요한 도구가 이제 도착했을 뿐이야!”유희와 다른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있을 때 경주만 바로 깨닫고 반응했다.“그 도구가 헬기라고 생각해?”아람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초조하게 말했다.“지상에서는 윤유성이 행동하기 어렵지만, 하늘에서 편하잖아. 그리고 비행기가 출국하면 우리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막을 수 없어. 그럼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정말 음흉하고 고압적인 행동이다. “형수, 정말 똑똑하네. 넌 정말 신이야!”유희는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박수를 치며 공손하게 절을 할 뻔했다.“아부는 그만하고 빨리 대책을 생각해.”아람의 가슴은 돌에 눌린 것처럼 숨이 막혔다.“한무야. 지금부터 인력을 추가 배치해. 윤유성의 헬기 행방을 면밀히 감시해. 어떤 행동이 있더라고 제때 차단해야 해.”경주는 카리스마를 뽐내며 안색이 차가워졌다.“네, 신 사장님.”예전의 경주는 비즈니스의 거물이고 고귀한 왕이었다. 하지만 아람 앞에서 보좌하든, 아람을 위해 전장에 돌격하는 장군이든 상관없었다. 무엇이든 아람을 위해 기꺼이 할 수 있었다.“만약 막지 못하고 헬기가 뜨면 어떡해? 폭탄으로 라이언을 구해야 하나?”유희는 진지하게 우스꽝스러운 질문을 던졌다.“라이언은 양국의 공개 수배 범죄자야. 때가 되면 백진 오빠와 도현 오빠에게 알려서 군과 경찰이 힘을 합치도록 할게.”아람은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침착하게 말했다.“하늘로 날아가더라도 반드시 잡을 수 있을 거야.”세 남자의 얼굴에는 존경이 가득했다....윤민주가 감옥에 가고, 윤진수가 체포되었다. 경주의 말대로 윤성우의 처지는 점점 난감했고 살얼음 위를 걷는 것과 같았다. 게다가 유성이 S 국에서의 노력
아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내리깔았다. 경주는 아람의 침울한 표정을 보고 손을 잡아주며 쓰다듬었다.“아람아, 알아. 네가 효정을 많이 이뻐하는 거. 봐봐, 지금 효정에게 유희가 있어. 유희가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고, 챙겨주고 있어. 유희는 능력도 좋고 집안도 좋아. 효정을 지켜주기에는 충분해.”“응, 알아. 사실 너무 고마워.”아람은 유희가 효정을 받아줘서 고마운 것이 아니다. 고마운 건 유희가 초월적인 안목이 있고, 다이아몬드처럼 아름답고 순수한 효정을 인정해 주고, 기꺼이 인내심을 가지고 곁에 있어 준다는 것이다. 잠시 후 유희가 돌아왔다. 다크서클이 더 짙어진 것 같았다.“유희야, 고생했어.”경주는 한숨을 내쉬었다.“내 와이프야,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고생은 무슨.”유희는 정연을 원망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어디까지 얘기했지? 참, 방금 생각해 봤는데 라이언은 수배 중인 범죄자야. 국내에서 권력이 없는데, 어떻게 많은 사람들을 매수할 수 있어? 윤유성의 짓인가? 몰래 라이언을 지켜주고 있어?”아람과 경주도 같은 생각이었다. 결국 라이언은 왕준의 상사였고, 남도 습격 사건에 참여했다. 라이언은 유성에게 치명타를 입힌 중요한 증인이기도 하다. 유성은 이런 약점을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스스로 발등을 찍는 짓이다.“라이언이 나타난 건 아직 살아있다는 거고 아직 성주에 있다는 거야. 성주에 있으면 절대 도망칠 수 없어. 그저 시간문제야.”경주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원망에 목이 쉬었다.“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어. 윤유성과 라이언과 같은 짐승 때문에 무고한 사람을 더 이상 희생하기 싫어. 너무 가치가 없어.”유희의 가슴이 아파 났다. 경주는 겉으로 차갑고 무심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다.“저기, 궁금한 게 있어요.”한무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뭔데?”세 사람이 일제히 물었다.“윤유성이 왜 라이언을 보호하려고 애쓰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돼요. 지금 S 국에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 구역에
정연도 화가 나서 뺨이 불타는 듯 붉어졌다.“원래는 우리 사람들이 우세했지만, 라이언 쪽에 지원이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 모두 능력이 뛰어나고 무기를 들고 있었어요.”“완전히 우리를 다 죽이겠다는 기세였어요.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에요.”유희는 화가 풀리지 않아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뼈마디에서 소리가 났다. 라이언을 잡지 못하고 부하들은 거의 전멸한 상태였다. 승부욕이 넘치는 유희 앞에서 이미 선을 넘을 행동이었다.“음, 유희 오빠, 왜. 누가 오빠를 화나게 했어?”사람들은 깜짝 놀라 소리를 따라 계단 쪽을 바라보았다. 효정이 주름진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아람이 선물 준 곰인형을 품에 안은 채 졸린 눈을 비비며 서 있었다. 말할 때 한쪽 어깨끈이 흘러내렸다.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는 도자기처럼 매끈했다. 하마터면 속살을 드러낼 뻔했다.뿐만 아니라 효정의 목과 쇄골에 붉은 자국이 있었다. 유희가 남긴 키스 마크였다. 어젯밤의 광기 어린 집착이 분명했다. 한무는 놀라서 바로 눈을 감았다. 경주도 어색하여 땀을 흘리며 시선을 거두고 아람을 바라보았다.‘아아아!’유희는 화가 나며 마음속에서 소리를 질렀다. 순간 효정의 앞으로 달려가 부드러운 몸을 덥석 안고 감쌌다. 효정은 고개를 유희의 품에 묻히며 그렁그렁한 눈만 보였다. 그러고 나른한 목소리로 유희를 위로했다.“유희 오빠, 화내지 마. 화내면 무서워.”“화내지 않았어. 기분이 엄청 좋아. 가자, 방에 가자.”유희는 마음이 급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효정을 안고 성큼성큼 위로 올라가며 귀에 속삭였다.“다른 사람한테 보여주지 마. 나한테만 보여줘!”거실은 어색하게 침묵했다. 한무는 어안이 벙벙하며 급히 해명했다.“저, 저 아무것도 못 봤어요. 신 사장님, 제 편을 들어줘야 해요!”정연도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 급히 유희에게 상황 보고를 하느라 효정을 챙기지 못해 이런 어색한 일이 일어났다.“연아, 걱정하지 마.”아람은 다정하게 위로해 주었다.“네가 오랫동
한무는 숨을 들이마셨다. 아침을 먹지 않은 상태지만 이미 배부른 느낌이 들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헬기가 좋지만 제가 살아서 타도 죽어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네요.”“됐어, 경주야. 한 비서가 얼마나 충성하는지 우리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잖아. 헬기 한 대로 이렇게 화를 내?”아람은 긴 손끝으로 경주의 턱을 치켜올리며 여왕처럼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올해 생일 선물로 헬기를 사줄게. 윤유성보다 더 좋은 거 사줄게. 좋아?”‘젠장, 너무 부럽네! 역시 해문 갑부의 딸이야. 헬기를 생일 선물로 해?’경주는 눈을 깜빡이며 아람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아람아, 난 네 남자야. 하지만 난 너에게 빌붙어 사는 남자가 아니야. 선물을 해도 내가 너한테 해야지.”“풋,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우리 사이에 무슨. 그저 돈 몇 푼인데.”아람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은 유희와 한무를 부럽게 했다. 그들도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남자는 아니지만, 남자라면 리무진, 탱크, 헬기를 갖고 싶어할 것이다.경주는 담담하게 고개를 흔들며 가슴이 찡해났다.“아람아, 나한테 선물할 필요 없어. 네가 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네가 예전에 나한테 준 선물들은 지금 별도의 방에 전시되어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매번 집에 갈 때마다 그 방에 들어가서 여러 번 보고 만졌어.”그때 아람을 잃은 경주는 마치 페티시스트와도 같았다. 경주는 종종 그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거나 그 방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경주는 남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사랑에 빠진 미치광이 같았다.마음속은 이미 통제 불능이고 미쳐버렸다. 아람은 경주를 깊이 바라보았다. 표정은 평온했지만 경주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게다가 내가 무슨 선물이 필요하겠어. 넌 하늘이 내게 준 최고의 선물이야.”경주는 이 로맨틱한 말을 다시 반복했지만, 말할 때마다 처음처럼 다정했다.“바보.”더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키스로 천 마디 말을 대신
“연적?”아람은 왼손으로 턱을 괴고 오른손으로 블루베리를 집어 경주의 입에 넣어주었다.“이유희에게 연적도 있어? 신선하네.”경주도 피식 웃었다.“네가 우리 동생을 감금하듯 지켜주는데. 매일 너랑 네 비서 말고는 누구를 만나?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못 하는데 무슨 연적이야. 꿈꿨어?”“그렇다고!”유희는 초조하여 목소리까지 갈라지며 테이블을 내리쳤다. 어젯밤 자기 품에서 도현 오빠라고 부르는 효정이 떠올랐다. ‘꿈에서 다른 남자 이름을 불렀어!’유희의 가슴은 아파 나며 산산조각이 된 것 같았다.“설마 네가 말한 사람이 우리 도현 오빠야?”아람은 차갑게 유희를 바라보았다. 경주는 멍해졌다. 도현이랑 어떻게 엮인 건지 전혀 상상이 안 된다. 유희는 눈을 부릅뜨며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아람아, 네가 어떻게 알아? 너 신이야?”“신은 무슨!”아람은 어이없었다.“넌 참, 속마음이 얼굴에 쓰여있어. 어젯밤 너와 우리 오빠가 얘기하는 것을 봤어. 네 눈빛이 막 이글거렸어.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근데, 이 사장님. 넌 사람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우리 구씨 가문 남자는 모두 상남자야. 절대 남친 있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 효정이 남자랑 얘기를 했다고 다 연적이라고 생각하지 마.”“도현 도련님은 그럴 분이 아니야. 유희야. 누구를 의심해도 아람이 가족은 의심하지 말아야 해.”경주는 아람의 허리를 안고 유희를 비웃었다. 유희도 한숨을 쉬고 계속 얘기하기 곤란했다. 너무 유치해 보였다.“아. 그래서 효정과 서둘러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했어? 위기감이 들었던 거네.”아람은 유희의 속마음을 모두 꿰뚫어 보았다.“야, 그런 사소한 거로 침착하지 못해? 왜 이렇게 유치해!”유희는 부끄러워 입을 오물거렸다.“혼인신고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정색했다.“지금은 네 집안일을 먼저 해결해야 해. 네가 이씨 그룹에서 안정되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거야.”유희는 여전히 불안했다. ‘나 이유희의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