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지유는 그들이 다투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뭔가가 싹 트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녀는 여이현이 없는 5년을 보내면서 용경호와 홍혜주에게서 좋은 소식도 들려왔다. 올해 연말에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었고 나민우 쪽은 집안에서 신붓감을 찾아주었다.그녀의 주위에 아직도 솔로인 사람은 성재민이었다. 성재민 쪽 상황은 사실 잘 알지 못했지만 인명진과 신무열에게 짝이 없다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김혜연은 비록 그녀와 불쾌한 일이 있긴 했지만 만약 두 사람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그것 또한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너...”신무열은 온지유를 부르려고 했지만 온지유의 걸음은 아주 빨랐다.김혜연은 그의 앞을 가로막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꼭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말이다.“도련님, 정말 죄송해요. 제가 또 일을 망쳤네요. 전...”“넌 지금 너 때문에 지유가 화가 나서 자리를 뜬 게 안 보이니? 계속 쓸데없는 말만 할 거면 그 혓바닥 뽑아버리는 수가 있어. 알아들었어?”만약 김혜연의 아버지가 Y 국을 위해 헌신을 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온지유와 다툰 순간 이미 그가 처리해 버렸을 것이다.김혜연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네, 알았어요. 그러니 도련님, 제발 화내지 말아 주세요. 제가 얼른 사라질게요. 지유 아가씨가 필요한 것이 있다고 하면 바로 저를 불러 주...”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신무열은 자리를 옮겨버렸다.김혜연은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다짐했다. 아무리 신무열이 어려운 상대라고 해도 반드시 유혹하고 말겠다고 말이다....신무열은 온지유를 뒤쫓아 갔다.“어디 가려고. 같이 가.”신무열은 성큼성큼 따라갔고 이에 온지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제가 여기서 안 살아본 것도 아니잖아요. 저도 여기 규칙을 알고 있어요. 가지 말아야 할 곳은 안 갈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따라오는 걸 보면 저한테 뭔가 할 말이 있는 거죠?”온지유는 갑자기 여이현이
온지유는 별이를 꼭 끌어안으며 곁에 있어 주었다.그러던 그녀는 우연히 법로가 정리해 둔 치료 목록을 발견했다.그중 하나의 약초 이름이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칠엽초.이 약초는 그늘을 좋아해 깊은 산 속에서만 자라며 독특한 약효 덕에 주변에 독사가 자주 어슬렁댄다.그러니까 칠엽초는 전문 약초꾼이 아니라면 일반인은 캐기 어려웠다.법로는 칠엽초라고 써놓고 옆에 점을 잔뜩 찍어두었다. 아마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골치 아파했던 것 같았다. 온지유는 입술을 짓이겼다. 약초를 캐러 갈 사람이 없다면 그녀가 직접 갈 생각이다.별이만 살릴 수 있다면, 설령 그것이 그녀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라도 그녀는 전부 할 수 있었다.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바로 출발하려 했다.그러자 여이현은 산 쪽으로 가는 그녀를 보며 바로 따라 나왔다.“어디 가려고?”“칠엽초 따러 갈 거야.”온지유는 직설적으로 말하며 한마디 더 보탰다.“나 혼자 가면 되니까 이현 씨는 별이 곁에 있어 줘.”“아니, 안 돼. 나랑 같이 가.”여이현의 태도는 아주 확고했다. 한시라도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동행했다.칠엽초가 자라나는 곳은 아주 음습한 곳이었다.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만 볼까 말까 할 수 있는 약초였던지라 산을 오르면서 온지유는 단 한 번도 쉬지 않았다. 그녀의 목적은 바로 산속 깊은 곳이었으니까.얼마나 걸었을까. 주위의 공기가 점점 무거워지며 음습한 기분이 들었다. 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몸이 으슬으슬할 정도로 추웠다.여이현은 얼른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입혀주며 걱정 가득한 어투로 말했다.“넌 이만 돌아가. 내가 어떻게든 꼭 칠엽초 따서 돌아갈 테니까.”“아니야. 난 돌아가지 않을 거야.”이번엔 온지유의 태도가 확고했다. 애초에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맡길 생각도 없었다. 설령 그 사람이 남편이어도 말이다.더구나 앞에서 어떤 위험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지 몰랐다. 그런 상태에서 여이현 혼자 남겨두고 가는 일은 그녀는 할 수
등 뒤로 호랑이와 맹수가 끈질기게 두 사람을 쫓아왔다.온지유는 이렇게 도망치는 것만으로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산속에 완전한 밤이 찾아오면 더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나무를 지나칠 때 온지유는 발을 들어 올려 있는 힘껏 나뭇가지를 꺾어 몸을 돌린 후 휙 던졌다. 그녀가 던진 나뭇가지는 마침 독사의 몸에 박혀 들어갔다.독사는 더는 움직일 수 없었고 호랑이는 포효했다. 마치 동료가 죽은 것에 화난 듯했다.“산 절벽 타고 올라가.”여이현이 그녀에게 말하면서 횃불을 호랑이를 향해 던졌다.호랑이는 피하지 않았다. 횃불은 호랑이의 머리를 맞추며 땅에 떨어졌다. 호랑이 머리털 위로 불씨가 생겨나자 호랑이는 당황한 듯 가만히 있었다.온지유는 얼른 다가가 횃불을 주운 뒤 호랑이가 불씨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있는 힘껏 호랑이의 몸에 찔러 넣었다.한 방에 깔끔하게 호랑이를 죽였다.여이현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5년 동안 온지유는 이렇게나 용감하고 강인한 사람이 되어버렸다.“횃불은 이제 없어. 우린 얼른 적당한 곳을 찾아 모닥불을 피워야 해.”온지유는 산속에 절벽에 동굴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래서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낼 생각을 했다.하늘은 어느새 어두워져 사람의 형태마저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Y 국에선 여전히 전쟁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한 Y 국인이 허둥지둥 군영으로 달려들어 오며 보고를 올렸다.“적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쳐들어온 것 같습니다. 저희 쪽 사람, 저희 쪽 사람들은 곧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가서 내 화살 가져와.”신무열은 잔뜩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이 바로 화살을 그에게 건넸다.“사람 몇은 실험실 앞을 지키게 하고 나머지는 전부 나 따라온다.”신무열은 화살을 들고 출발했다. 사실 그와 함께 전장으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고작 다섯 명이었다.몇 번의 전쟁으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아직 완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도 이 사실을 알고 습격한 것이다.그
온지유와 여이현은 겁에 질린 얼굴로 바닥에 앉았다. 한참 지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겁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방금처럼 커다란 독사를 보면 저도 모르게 두려워하기 마련이었다. 여이현은 몸을 돌려 온지유를 꼭 끌어안은 뒤 이마에 뽀뽀했다.“괜찮아. 이따가 내가 다시 동굴 안을 살펴볼 거야. 또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이현 씨 탓 아니야. 누구라도 동굴에 독사가 있을 줄은 몰랐을 거라고.”온지유는 여이현을 위로해 주었다. 이렇게 습한 곳이니 분명 뱀이 살 것이었다. 어쩌면 이곳이 뱀굴일 수도 있었다.다만 두 사람이 아무것도 모른 채 동굴로 들어온 것이다. 지금은 뱀을 죽여버리지 않았는가. 결국 그들이 제멋대로 쳐들어와 집주인을 죽인 셈이다.여이현은 다시 모닥불을 피웠다. 동굴 안을 샅샅이 둘러본 뒤 커다란 돌로 입구를 막아버렸다. 그런 뒤 그는 뱀을 굽기 시작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얼마나 남았는지 몰랐지만 일단 배부터 채워야 하지 않겠는가.Y 국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보고하러 들어왔던 사람은 다리를 절뚝이며 돌아왔다.“얼른, 얼른 사람을 불러와. 대장님, 대장님께서 다치셨다.”공간 가득 울려 퍼지는 그의 목소리에 바로 사람들이 몰려왔다.김헤원이 물었다.“어디에 있는데요. 많이 다쳤어요?”그녀의 목소리에선 떨림이 느껴졌고 불안에 잔뜩 휩싸인 모습이었다.“산등성이에...”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기절해 버렸다.김혜연은 얼른 그의 무기를 들고 명령을 내렸다.“너희들은 얼른 이 사람을 법로 님께 데리고 가. 남은 사람들은 나와 함께 대장님을 찾으러 가는 거야.”산등성이는 그들의 군영과 거리가 멀지 않았다. 고작 몇십 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만약 그들이 적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적이 쳐들어오면서 분명 신무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김혜연은 신무열이 적에게 끌려가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신무열이 끌려간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고 Y 국인들 또한 혼란스러워할 것이다.다행히 신은 Y 국을 버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동굴에서 멀어졌다. 온지유는 고개를 돌려 절벽을 보았다. 무언가 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여이현이 그런 그녀를 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왜? 저기서 하룻밤 더 보내고 싶어? 그러다 어제 죽인 암컷 뱀의 남편이라도 나타나면 어쩌려고?”“습하고 독사가 사는 곳이었잖아. 저 안에 칠엽초가 있는 건 아닐까?”온지유는 사실 추측한 것이었다. 여하간에 동굴엔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았고 책에서 본 칠엽초는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 습한 곳에서만 자란다고 했으니까.칠엽초는 음습한 곳을 좋아했기에 햇볕을 피해야 했다.꼭 사람들 무리에 끼지 못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같았다.모순이 많은 개체다.여이현은 그녀의 말에 정말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그가 말했다.“그럼 여기서 기다려. 내가 얼른 가서 확인하고 올게.”“아니야. 같이 가. 만약 어제 죽인 독사의 남편이라도 돌아오면 혼자서는 무리잖아.”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웃음을 지었다. 이 농담은 오로지 두 사람만 알아듣는 농담이었다.온지유와 여이현은 서로가 한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정말 칠엽초네.”동굴을 한 바퀴 빙 둘러보니 깊숙한 곳에서 칠엽초를 발견했다.하늘이 두 사람을 불쌍히 여겨 도와주려는 것인지 동굴 입구에서 또 하나를 발견했다. 햇볕이 들어오는 곳 바로 옆에 자라나 있었다. 빛깔도 좋아 이미 딴 칠엽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마치 칠엽초의 공주처럼 보이기도 했다. 주위에 있는 다른 잡초는 평민 같았다.여이현은 흥분한 얼굴로 따려고 했지만 온지유가 그를 잡아당겼다.그는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손으로 따면 안 돼. 그러다가 망가지면 어떡해. 우린 반드시 완전한 모습 그대로 가져가야 해. 안 그러면 칠엽초는 우리가 돌아가기도 전에 말라 죽어 버릴 거야.”온지유는 책에서 본 내용을 떠올리며 말하곤 이내 여이현을 보면서
여이현은 얼른 온지유를 꽉 끌어안았다.온지유는 힘차게 쿵쿵 뛰는 여이현의 심장 소리를 듣게 되었다.지금까지 여이현은 계속 그녀의 곁에 있어 주었다. 사실 칠엽초라는 글을 보자마자 그녀는 혼자 올 생각을 했다.왜냐하면 그녀는 별이를 위해 뭔가를 해준 적이 없었으니까.하지만 여이현이 따라왔다.자욱한 안개는 어느새 걷히고 두 사람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Y 국은 전쟁으로 혼란스러웠고 법로와 다른 사람들도 온지유와 여이현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제일 크게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은 온지유였다. 그들은 온지유가 조금이라도 다치지 않길 바랐다.“너도 참! 약초를 정리해 둔 건 약을 만들 때 찾기 쉬워서였어. 넌 이곳 지리를 잘 모르면서 그 산은 왜 올라간 거니?”법로가 약초를 정리해둔 건 별이를 치료하기 위함이었다.다만 온지유가 캐온 칠엽초를 보았을 때 법로는 놀라 말문이 막혀버렸다.그가 리스트에 정리해 둔 약초는 오로지 Y 국에서만 자라나는 약초들이었다. 그중 칠엽초는 구하기도 어려웠고 아주 비싼 약초였다.온지유와 여이현이 그런 약초를 캐왔다는 것은...“일단 별이부터 치료해주세요.”온지유는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만 들어도 약초를 캐러 간 과정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었는지 알 수 있다.“그래.”법로는 바로 대답했다. 온지유가 그에게 말을 건다는 것부터 두 사람의 관계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그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너희들은 얼른 가서 푹 쉬어. 이따가 내가 부르면 별이 보러 와.”“네.”온지유가 대답했다. 여이현은 그녀의 곁에 꼭 붙어 있었다.다만 온지유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바로 신무열과 인명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그녀는 무심코 물었다.“무열 씨랑 명진 씨는요?”‘아니면 별이를 위해 다른 약초라도 구하러 간 것인가?'“인명진은 지금 무열이를 치료하고...”“네? 어디 다친 거예요?”법로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온지유는 다급하게 말허리를 자르며 물었다. 지금의 온지유는 불안하면서도 다
인명진은 온지유 몸에 가득한 먼지와 흙을 발견했다. 게다가 그녀의 눈가마저 붉게 물들어 있었다.온지유는 별이를 위해 뭐든 다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도 원래 온지유를 따라가려 했지만 여이현이 먼저 따라붙었다.그는 하는 수 없이 남아 법로와 함께 별이를 치료해야 했지만 습격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그와 법로는 쉴 새도 없이 사람을 치료하고 있었다. 지금 법로는 실험실에 있었고 그는 신무열의 곁에 있었다.인명진의 말을 들은 온지유는 그제야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신무열이 무사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제야 신무열의 곁을 지키고 있는 김혜연이 눈에 들어왔다.김혜연은 지난번에 그녀를 적으로 취급하긴 했어도 지금은 신무열의 곁에 꼭 붙어 있었다. 정말로 신무열을 사랑하는 듯했다. 그러니 굳이 이곳에 남아 두 사람 사이의 방해물이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온지유와 여이현은 눈치껏 자리를 피해주었고 인명진도 이곳에만 있을 수 없어 김혜연에게 당부한 뒤 나왔다.“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절 부르세요. 바로 옆 방에 있을 거니까요.”“네.”김혜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인명진은 천막에서 나갔다.그녀는 침대에 누운 신무열을 보았다.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확고했고 얼른 신무열이 깨어나기만을 바랐다.인명진은 천막 밖에 서 있었다. 짜증이 치밀면서 가슴이 답답해졌다. 결국 그는 담배를 꺼내 태웠다.온지유의 곁엔 여이현이 있었다.온지유가 돌아오자 요한은 바로 도우미에게 갈아입을 새 옷과 먹을 것을 준비하라고 했다.그녀는 욕실로 들어갔고 여이현은 그녀가 들어간 욕실 앞을 지키고 있었다.이때 요한이 여이현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대장님, 굳이 이렇게 서서 아가씨를 지킬 필요 없습니다. Y 국의 내부는 안전 하거든요. 그리고 저희도 아가씨가 절대 다치지 않게 지킬 겁니다.”Y 국에서 온지유의 안전을 절대 보장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제일 중요한 것은 그가 이곳에 있었기에 온지유가 필요한 순간 바로바로 나
다만 유감스럽게도 그럴 가능성은 아예 없었다.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인명진은 현실을 받아들였다.그는 여이현이 될 수 없었다. 설령 온지유가 사랑하는 사람의 신분으로 곁에 머물고 있어도 그저 친구이자 친한 오빠밖에 될 수 없었다.그는 이번 생은 그녀를 위해 살 생각이다....약을 받은 여이현이 다시 안방으로 돌아왔을 때 온지유는 이미 샤워를 마쳤다.머리칼에선 물이 뚝뚝 떨어졌고 은은한 장미 향이 났다.여이현은 얼른 수건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닦아주었다.“옷을 아래로 좀 내려봐. 약 발라줄게.”“알았어.”온지유는 그가 요구한 대로 옷을 살짝 벗어 내렸다. 여이현은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로 약을 발라주었다.심지어 세심하게 입으로 후후 불면서 말이다.그는 행여나 약이 상처에 닿으면 아플까 봐 걱정되었지만 이 정도 통증은 온지유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처음 종군 기자로 일하게 되었을 때 혼란스러운 전쟁에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지 못했다.어느 한번은 폐허를 걷다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철근을 밟아 철근이 발을 통과한 적도 있었다. 원래는 반년 동안 쉬면서 상처를 치료해야 했지만 3개월 만에 그녀는 다시 전장으로 나왔다.그 뒤로 그녀는 이런 작은 통증에 무감각해지게 되었다.전장에 나왔으면 이런 사소한 일로 훌쩍이면서 유난을 떨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지유야, 미안해. 그동안 네가 혼자...”여이현의 눈가가 붉어졌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행여나 눈물이 그녀의 상처에 떨어질까 봐 말이다.눈물은 쓰면서도 짠 것이었다.온지유도 목구멍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여이현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만약 통제를 받지 않았더라면 그는 지금처럼 그녀의 앞에 나타나 절대 그녀를 혼자 두지 않았을 것이다.온지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현 씨, 이미 다 지나간 일이잖아. 그러니까 지난 일에 대해서는 그만 말해줘. 우리에게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별이야. 별이가 어떻게 되든...”온지유는 원래 여이현과 결심을 내리려고 했지만 최악의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