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동굴에서 멀어졌다. 온지유는 고개를 돌려 절벽을 보았다. 무언가 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여이현이 그런 그녀를 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왜? 저기서 하룻밤 더 보내고 싶어? 그러다 어제 죽인 암컷 뱀의 남편이라도 나타나면 어쩌려고?”“습하고 독사가 사는 곳이었잖아. 저 안에 칠엽초가 있는 건 아닐까?”온지유는 사실 추측한 것이었다. 여하간에 동굴엔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았고 책에서 본 칠엽초는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 습한 곳에서만 자란다고 했으니까.칠엽초는 음습한 곳을 좋아했기에 햇볕을 피해야 했다.꼭 사람들 무리에 끼지 못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같았다.모순이 많은 개체다.여이현은 그녀의 말에 정말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그가 말했다.“그럼 여기서 기다려. 내가 얼른 가서 확인하고 올게.”“아니야. 같이 가. 만약 어제 죽인 독사의 남편이라도 돌아오면 혼자서는 무리잖아.”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웃음을 지었다. 이 농담은 오로지 두 사람만 알아듣는 농담이었다.온지유와 여이현은 서로가 한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정말 칠엽초네.”동굴을 한 바퀴 빙 둘러보니 깊숙한 곳에서 칠엽초를 발견했다.하늘이 두 사람을 불쌍히 여겨 도와주려는 것인지 동굴 입구에서 또 하나를 발견했다. 햇볕이 들어오는 곳 바로 옆에 자라나 있었다. 빛깔도 좋아 이미 딴 칠엽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마치 칠엽초의 공주처럼 보이기도 했다. 주위에 있는 다른 잡초는 평민 같았다.여이현은 흥분한 얼굴로 따려고 했지만 온지유가 그를 잡아당겼다.그는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손으로 따면 안 돼. 그러다가 망가지면 어떡해. 우린 반드시 완전한 모습 그대로 가져가야 해. 안 그러면 칠엽초는 우리가 돌아가기도 전에 말라 죽어 버릴 거야.”온지유는 책에서 본 내용을 떠올리며 말하곤 이내 여이현을 보면서
여이현은 얼른 온지유를 꽉 끌어안았다.온지유는 힘차게 쿵쿵 뛰는 여이현의 심장 소리를 듣게 되었다.지금까지 여이현은 계속 그녀의 곁에 있어 주었다. 사실 칠엽초라는 글을 보자마자 그녀는 혼자 올 생각을 했다.왜냐하면 그녀는 별이를 위해 뭔가를 해준 적이 없었으니까.하지만 여이현이 따라왔다.자욱한 안개는 어느새 걷히고 두 사람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Y 국은 전쟁으로 혼란스러웠고 법로와 다른 사람들도 온지유와 여이현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제일 크게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은 온지유였다. 그들은 온지유가 조금이라도 다치지 않길 바랐다.“너도 참! 약초를 정리해 둔 건 약을 만들 때 찾기 쉬워서였어. 넌 이곳 지리를 잘 모르면서 그 산은 왜 올라간 거니?”법로가 약초를 정리해둔 건 별이를 치료하기 위함이었다.다만 온지유가 캐온 칠엽초를 보았을 때 법로는 놀라 말문이 막혀버렸다.그가 리스트에 정리해 둔 약초는 오로지 Y 국에서만 자라나는 약초들이었다. 그중 칠엽초는 구하기도 어려웠고 아주 비싼 약초였다.온지유와 여이현이 그런 약초를 캐왔다는 것은...“일단 별이부터 치료해주세요.”온지유는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만 들어도 약초를 캐러 간 과정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었는지 알 수 있다.“그래.”법로는 바로 대답했다. 온지유가 그에게 말을 건다는 것부터 두 사람의 관계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그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너희들은 얼른 가서 푹 쉬어. 이따가 내가 부르면 별이 보러 와.”“네.”온지유가 대답했다. 여이현은 그녀의 곁에 꼭 붙어 있었다.다만 온지유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바로 신무열과 인명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그녀는 무심코 물었다.“무열 씨랑 명진 씨는요?”‘아니면 별이를 위해 다른 약초라도 구하러 간 것인가?'“인명진은 지금 무열이를 치료하고...”“네? 어디 다친 거예요?”법로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온지유는 다급하게 말허리를 자르며 물었다. 지금의 온지유는 불안하면서도 다
인명진은 온지유 몸에 가득한 먼지와 흙을 발견했다. 게다가 그녀의 눈가마저 붉게 물들어 있었다.온지유는 별이를 위해 뭐든 다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도 원래 온지유를 따라가려 했지만 여이현이 먼저 따라붙었다.그는 하는 수 없이 남아 법로와 함께 별이를 치료해야 했지만 습격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그와 법로는 쉴 새도 없이 사람을 치료하고 있었다. 지금 법로는 실험실에 있었고 그는 신무열의 곁에 있었다.인명진의 말을 들은 온지유는 그제야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신무열이 무사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제야 신무열의 곁을 지키고 있는 김혜연이 눈에 들어왔다.김혜연은 지난번에 그녀를 적으로 취급하긴 했어도 지금은 신무열의 곁에 꼭 붙어 있었다. 정말로 신무열을 사랑하는 듯했다. 그러니 굳이 이곳에 남아 두 사람 사이의 방해물이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온지유와 여이현은 눈치껏 자리를 피해주었고 인명진도 이곳에만 있을 수 없어 김혜연에게 당부한 뒤 나왔다.“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절 부르세요. 바로 옆 방에 있을 거니까요.”“네.”김혜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인명진은 천막에서 나갔다.그녀는 침대에 누운 신무열을 보았다.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확고했고 얼른 신무열이 깨어나기만을 바랐다.인명진은 천막 밖에 서 있었다. 짜증이 치밀면서 가슴이 답답해졌다. 결국 그는 담배를 꺼내 태웠다.온지유의 곁엔 여이현이 있었다.온지유가 돌아오자 요한은 바로 도우미에게 갈아입을 새 옷과 먹을 것을 준비하라고 했다.그녀는 욕실로 들어갔고 여이현은 그녀가 들어간 욕실 앞을 지키고 있었다.이때 요한이 여이현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대장님, 굳이 이렇게 서서 아가씨를 지킬 필요 없습니다. Y 국의 내부는 안전 하거든요. 그리고 저희도 아가씨가 절대 다치지 않게 지킬 겁니다.”Y 국에서 온지유의 안전을 절대 보장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제일 중요한 것은 그가 이곳에 있었기에 온지유가 필요한 순간 바로바로 나
다만 유감스럽게도 그럴 가능성은 아예 없었다.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인명진은 현실을 받아들였다.그는 여이현이 될 수 없었다. 설령 온지유가 사랑하는 사람의 신분으로 곁에 머물고 있어도 그저 친구이자 친한 오빠밖에 될 수 없었다.그는 이번 생은 그녀를 위해 살 생각이다....약을 받은 여이현이 다시 안방으로 돌아왔을 때 온지유는 이미 샤워를 마쳤다.머리칼에선 물이 뚝뚝 떨어졌고 은은한 장미 향이 났다.여이현은 얼른 수건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닦아주었다.“옷을 아래로 좀 내려봐. 약 발라줄게.”“알았어.”온지유는 그가 요구한 대로 옷을 살짝 벗어 내렸다. 여이현은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로 약을 발라주었다.심지어 세심하게 입으로 후후 불면서 말이다.그는 행여나 약이 상처에 닿으면 아플까 봐 걱정되었지만 이 정도 통증은 온지유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처음 종군 기자로 일하게 되었을 때 혼란스러운 전쟁에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지 못했다.어느 한번은 폐허를 걷다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철근을 밟아 철근이 발을 통과한 적도 있었다. 원래는 반년 동안 쉬면서 상처를 치료해야 했지만 3개월 만에 그녀는 다시 전장으로 나왔다.그 뒤로 그녀는 이런 작은 통증에 무감각해지게 되었다.전장에 나왔으면 이런 사소한 일로 훌쩍이면서 유난을 떨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지유야, 미안해. 그동안 네가 혼자...”여이현의 눈가가 붉어졌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행여나 눈물이 그녀의 상처에 떨어질까 봐 말이다.눈물은 쓰면서도 짠 것이었다.온지유도 목구멍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여이현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만약 통제를 받지 않았더라면 그는 지금처럼 그녀의 앞에 나타나 절대 그녀를 혼자 두지 않았을 것이다.온지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현 씨, 이미 다 지나간 일이잖아. 그러니까 지난 일에 대해서는 그만 말해줘. 우리에게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별이야. 별이가 어떻게 되든...”온지유는 원래 여이현과 결심을 내리려고 했지만 최악의 상
아주 분명한 현실이었다. 아무리 온지유가 현실을 부정해도 옆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법로가 그녀의 친부라는 것을.법로는 지금 그녀를 위해 그녀의 아이를 치료해주고 있었다. 이것 또한 그녀가 그의 딸이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의 아이였다면 그의 눈앞에서 죽든 말든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것이다.“일단 나가서 기다려볼까?”여이현은 그녀를 안은 채 밖으로 나갔다. 행여나 이곳에 계속 머물고 서 있다간 견디지 못하고 이상한 생각을 할까 봐 말이다.하지만 온지유는 확고하게 남겠다고 말했다.“중독이 아니라고 하니까 그럼 여기 남아서 지켜보는 게 나을 것 같아. 난 별이가 눈을 뜰 때까지 기다릴 거야. 여기 있을 거야.”확고한 그녀의 태도에 누구도 더는 설득하지 않았다.그녀가 남겠다고 하니 여이현도 당연히 남아 그녀의 곁에 있을 생각이다.그러나 법로는 그에게 눈빛을 보냈다.여이현은 온지유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난 잠깐 나갔다 올게.”“응.”빠르게 여이현은 법로와 함께 실험실 밖으로 나왔다.법로는 입술을 틀어 물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지유한테는 네가 내 좋은 말만 해주길 바란다. 비록 우리가 전에는 적이었지만 네가 누구인지 나도 알고 있단다. 그래도 난 지유를 위해 언제든 너한테 고개를 숙일 준비가 돼 있어. 나에겐 딸이라곤 지유 하나뿐인데 너만 신경 쓰고 네 말이라면 다 듣거든.”법로는 여이현의 앞에서는 자신을 낮추어 말했다. 지금의 그는 Y 국을 이끄는 수장이 아니었고 전처럼 거만하지도 않았다. 지금의 그는 그저 온지유의 아버지일 뿐이다.“설득되는 정도에서 설득할 겁니다. 하지만 지유는 하나의 독립체고 여느 사람처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죠. 제가 어떤 말을 하든 전부 듣는 건 아닙니다.”여이현은 솔직하게 말했다. 법로가 너무 자신에게 기대를 걸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법로는 여이현의 뜻을 알아챘지만 기회만 있다면 그게 어떤 기회든 그는 전부 시도해 볼 생각이다.마음이 급해진 법로는 목소리를
별이는 고개를 저었다.다만 아이는 별이의 손을 꽉 잡았다.심지어 천천히 손을 들기도 했다.여이현은 바로 손을 내밀었다.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 지 바로 눈치챘기 때문이다.온지유는 감정이 북받쳐 올라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별아, 엄마는 별이가 원하는 걸 전부 들어줄 거야. 우리 별이가 튼튼해지면 아빠랑 함께 엄마랑 아빠가 자랐던 곳으로 갈 거야. 엄마는 매일 우리 별이를 학교에 데려다줄 거고 학교 끝나면 데리러도 갈 거야. 그리고 별이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도 뵈러 갈 거야. 그곳은 별이가 살았던 곳과 달라.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곳이거든. 별이는 매일 즐겁게 놀 수 있고 매일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어.”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힘겹게 말했다.“네.”그 말을 법로도 들었다.온지유가 신경 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지만 온지유를 탓할 수 없었다.온지유는 어릴 때부터 Y 국에서 자라지 않아 받은 교육도 달랐다.“엄마가 가서 맛있는 거 만들어 올게.”그녀는 아이의 손을 토닥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여이현은 침묵했다. 다소 슬퍼진 법로의 눈빛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법로에게 얼른 온지유를 따라가라는 눈빛을 보냈다.별이는 말을 하기 싫어하는 아이였지만 법로를 본 순간 아이는 미소를 지었다.실험실에 누워있는 동안 법로는 매일 아이를 위해 바삐 움직였다.주사를 맞을 때면 법로는 아이의 눈을 가려주기도 했다.그리고 아주 다정한 목소리로 무섭지 않게 달래주었다.아이는 눈앞에 있는 법로가 아주 다정하고 좋은 할아버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법로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아빠랑 엄마는 별이를 위해 맛있는 거 만들어 주러 갔어. 별이는 착한 아이니까 얌전히 기다릴 수 있지? 별아, 최근에는 어때? 전보다 몸이 덜 아픈 것 같아?”별이에게 칠엽초를 먹인 후 혈색이 아주 좋아졌다. 게다가 실험실로 들어온 뒤로 천식 증상도 보이지 않았다.골수는 아직도 찾는 중이었다. 아이와 맞는 골수를 찾으면 바로 골수 이식할 생각이다.아이는 앞으로 건
“이미 전부 지나간 일이야. 그러니까 자꾸 떠올리려고 하지 마. 지금은 우리 가족 모두 한곳에 있잖아. 별이도 치료를 받고 있으니 튼튼해질 거고 다른 아이들보다 더 씩씩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랄 거야.”여이현은 울적해진 그녀의 기분을 눈치채고 위로했다.별이의 건강을 언급하니 온지유는 다소 기분이 나아졌다.‘그래, 고통은 전부 지나간 일이잖아. 우린 이제부터 현재에만 집중하면서 살면 돼.'어느새 돼지고기 죽은 완성되었다. 딴생각하고 있던 온지유는 뜨거운 냄비에 그대로 손을 가져다 댔다.“아!”뜨거운 것이 손에 닿자 온지유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떼곤 귓불을 만지며 식혔다.“괜찮아?”여이현은 다급하게 온지유의 손을 보았다.그가 가까이 다가가자 마침 온지유가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맞물렸다.입술은 부드럽고 따듯했다.여이현은 그 순간 가슴이 간질거렸다. 시간을 멈추는 능력이 있다면 지금 당장 멈췄을 테지만 온지유의 손가락이 더 걱정되었다.“괜찮아. 그냥 조금 부은 것 같아.”온지유는 손을 내밀며 보여주었다. 손가락이 전부 빨갛게 되었고 손끝에는 물집도 생겨났다.여이현은 얼른 그녀의 손을 싱크대로 가져다 대며 물을 틀었다.“일단 물로 식혀. 남은 건 내가 할게.”그는 몸을 돌려 가스를 꺼버린 후 냄비를 들었다. 냄비 뚜껑을 연 순간 고소하고 향긋한 냄새가 주방에 퍼졌다.죽을 냄비에서 퍼낸 후 그릇에 담아 밖으로 가지고 나왔다.온지유도 수도꼭지를 닫은 후 따라갔다.별이에게로 가는 길에서 여이현은 먼저 법로에 대해 입을 열었다.“네가 아직 법로 님을 아버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 알아. 나도 네 선택을 존중해. 하지만 법로 님은 별이의 외할아버지잖아. 이건 바꿀 수 없는 현실이야. 별이도 알 권리가 있고...”온지유는 침묵했다.만약 법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아버지였다면 그녀는 받아들였을 것이다.그러나 그녀의 친부는 하필이면 법로였고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면서 손에 피를 묻혔다.그녀는 법로를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
“얼른 데리고 와.”법로는 비록 S 국을 싫어했지만 온지유와 여이현은 서로 사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이까지 있었다.별이를 생각해서라도 그는 S 국의 체면을 지켜주며 잘 지내보려고 했다.물론 만약 브람이 그의 소중한 딸을 괴롭힌다면 당장이라고 뒤엎을 생각도 있었다....한편 온지유는 별이를 휠체어에 태우고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다.꽃가루 날리는 철이 지났던 시기였던지라 정원의 꽃은 전부 고심히 골라서 심은 것이었기에 그녀는 안심하고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왔다.“엄마, 이 꽃이 너무 예뻐요. 처음 보는 꽃이에요!”오랜만에 바깥구경을 하게 된 아이는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주위를 두리번댔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궁금했다.만약 매일 이렇게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아이는 정말로 매일 침대에 누워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말을 입밖에 꺼내지는 않았다.여이현과 온지유가 걱정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말썽 피우고 싶지 않았다.여이현은 꽃을 딴 후 아이의 손에 쥐여주었다.“이 꽃이 좋으면 많이 따도 돼. 아니면 병실에도 꽂아둘까?”“네! 좋아요!”아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아이는 많은 예쁜 곳을 구경하게 되었다. 꽃들은 하나같이 부드럽고 예뻤다.역시나 어머니는 아이의 마음을 잘 안다는 말은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별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별이는 꽃을 따서 아이의 손에 쥐여주었다.“전부 우리 별이 꽃병에 꽂아 넣는 거야.”“네!”별이는 보물을 들고 있는 것처럼 소중하게 꼬옥 쥐었다.그 순간 새가 그들의 앞에 날아왔다. 새는 아주 늠름한 자태로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별이는 부러운 눈길로 새를 보았다.“엄마, 저 새를 좀 보세요. 아주 빨리 날아요!”온지유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새는 빠르게 날 수 있었지만 그녀의 아이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신나게 뛰어다닐 수도 없었다.여이현은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준 뒤 허리를 굽혀 별이에게 말했다.“별이가 밥도 잘 먹고 치료 잘 받는다면 휠체어에 앉